4월 202025 0 Responses

전략적 대변인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이슈나 위기 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의 대변인(代辯人,spokesperson)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단순히 기업인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로 보아야 하는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수사학인가? 전략적 사고인가? 아니면 기업에 대한 충성심인가? 기업을 넘어 정치분야, 정부기관, 공공기관의 대변인들은 공히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는가?

대변인에 대한 이런 다양한 궁금증과 개념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업과 협업하다 보면, 이 대변인 개념과 기능에 대해 오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현장에서 흔한 대변인에 대한 오해 또한 포함해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는 대변인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 대변인들은 실제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대변인은 기업 오너/대표의 복심이다?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생각, 의도, 의지 및 전략을 완전하게 파악하는 것은 대변인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대변인이 정치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복심(腹心)이라면 그보다 좋은 대변인 환경은 없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은 자신이 대변하는 최고의사결정자 그룹의 정확한 의중과 그들이 합의한 핵심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메시지는 기업의 메시지라 보기 보다는 대변인 개인의 메시지라고 보아야 한다. 대변인은 개인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스타일의 대변인은 정확한 의미로의 대변인은 아니다. 개인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정도로 볼 수 있다.

대변인은 전략가다?

대변인의 역할은 단순히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배달자의 역할만은 아니다. 만약 그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이 현재 마주한 상황, 맥락, 여론, 환경, 분위기 등에 기반해 판단했을 때 유효하지 않은 것이라면, 대변인은 그 본래 생각을 적절하게 재디자인(재편집)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전략적 상황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략적으로 다자인 된 생각과 메시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 자신은 기계적, 기술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믿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옮기기만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그런 날 것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하면, 그런 대변인은 제대로 정리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기획자이며 기획된 것만 전달하는 준비된 전략가다.

대변인은 온전히 기업의 편이다?

물론 기업에 속해 기업에게 급여를 받는 대변인은 태생적으로 기업의 편일 수 있다. 기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이해관계자도 그런 전제에 기반해 대변인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비판자들은 대변인의 메시지 속에 있는 숨겨진 의도와 사실을 캐내려 노력한다. 대변인이 거짓말하거나 최소한 무언가를 숨기고 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변인은 기업 내부에서 외부 시각과 입장에 기반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가 향후 예측가능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게 해야 한다. 당연히 대변인은 제3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그 예측 상황에 기반한 입장과 메시지를 새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자신이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있어서도 자신이 누구의 편인지를 확인시키고, 이를 활용하려 애쓴다. 맥락이 맞지 않거나, 논리가 부족하거나, 메시지 자체가 부실한 경우에도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곧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뜻이라 강조한다. 이런 대변인은 결국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를 최종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이적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내외부로부터 받게 된다. 대변인은 누구의 편이라기 보다는 진실과 신뢰의 편인 사람으로 내외부에 비춰져야 한다.

대변인은 레토릭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대변인이 태생적으로 달변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경우라면 좋은 자질을 가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태생적 자질만으로 성공적인 대변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태생적 자질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수사학(레토릭)은 태생적 자질보다는 집중적 배움과 연습에 더 중점을 둔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복적 배움과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흔히 우리가 립 서비스, 애드립, 창조적 말장난, 궤변 등을 레토릭으로 혼동하고 있는데, 대변인에게 그런 기술은 대부분 잡기술로서,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실패하는 대변인은 대부분 잡다한 말 기술로 대변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려 한다. 자신이 나름대로 고안한 창조어를 쓴다거나, 극단적 사례나 문구로 여론을 자극하려 한다거나, 일부는 극적 기법을 활용하여 시(詩)나 연극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자. 대변인은 연예인이나 예능인이 아니다. 말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다. 신뢰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대변인의 것이 아니다.

대변인도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하나?

대변인의 역할이 기업 메시지의 단순 전달자, 배달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변인의 말에 대해서는 대변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 없다는 오해를 한다. 대변인의 말은 기업을 대변하는 것임과 동시에 외부를 향한 공식 메시지로서 대변인 개인에게도 다양한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그 메시지의 영향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은 필수적이다. 만약, 그 메시지가 기업 내부에서 합의된 것이 아니라 대변인의 개인적 메시지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더욱 과중하다. 대변인의 메시지가 단순 말실수를 넘어 사회적 공분을 조성해버리는 결과까지 이어지게 되면, 해당 대변인은 내외부에서 그 역할을 지속 수행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법적 책임이나,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가능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말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기업의 말이라 강조한다. 자신은 단순한 전달자일 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항변한다. 하지만, 대변인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변인의 말이 문제라면, 그 대변인은 당연히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기업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이번 논란은 대변인 개인의 문제일 뿐,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유효하지 않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 표현 한조각에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과 자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대변인에게는 말하기 대신 듣는 것도 중요한가?

사실 듣는 것이 말하기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변인의 역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변인은 기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자들이 전하는 정보와 분위기를 통해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하게 리스닝 의미를 너머,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주춧돌을 모으는 과정이 된다. 기자나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듣고, 묻고, 토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야 진정한 대변인의 역할이 수행 가능해진다.

실패하는 대변인의 경우 우선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 척한다. 일부는 기자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못하게 한다. 자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는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자를 폄훼하거나, 공격한다. 어떤 대변인은 그런 외면과 압박을 대변인의 중요한 기술이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변인은 듣고 새기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대응전략을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변인은 절대로 기술자가 아니다.

대변인은 통제자다?

대변인은 단순하게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의 메시지를 대변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업 전사 차원에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반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만약 이런 통제관리력이 없다면, 대변인은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창구 중 하나로 그 위치와 가치가 전락된다. 대변인의 메시지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기타 임원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일선 직원이 정리되지 않은 회사의 생각과 분위기를 여러 루트에 공개한다고 생각해 보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굳이 대변인을 거치지 않아도 필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대변인은 무슨 의미가 될까?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 통제력을 온전히 지니지 못한 스타일이다. 자신의 역할도 단순 대변의 활동에만 국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통제 범위를 스스로 축소한다. 일부 대변인은 스스로도 소위 ‘터진 입은 못 막는다’는 이야기까지 하며, 전사적 통제와 관리는 불가능하다 자조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대변인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통제에 기반하며, 그 통제력을 완전하게 보유하지 못한 대변인은 대변인이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권한을 최대한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대변인은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그 충성심이 누구에게 또는 무엇을 향한 것이냐 하는 게 문제다. 단순하게 무조건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속한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가 관여한 이슈나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입신양명 또는 이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일선에서 여러 대변인이 보여주는 실행과정에서는 위의 다양한 충성심들이 이합집산 하며 기반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대변인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대한 목적 의식을 제대로 세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대한 생각을 충분하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의 심중에 정한 목적이 자유롭게 바뀐다. 때에 따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대변인의 모습도 나타내게 된다. 마치 자신이 유명인이 된 것처럼 뽐 내거나, 이후를 기약하려 애쓰는 경우도 보인다. 상황에 따라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충성을 커뮤니케이션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항상 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실익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반복 고민한다. 온전하게 자신보다는 기업 자체를 위해 그리고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충성심으로 일관한다.

이상으로 전략적인 대변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역할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일선에서 많은 대변인을 만나다 보면,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후배들의 본이 되는 멋진 대변인도 많고, 그 반대로 큰 반면교사를 주는 분과도 같이 일하게 된다. 그분 한 분 한 분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인간적으로 친근하고, 참 괜찮은 스타일이다. 흔히 우리가 사람이 이상해 말을 저렇게 한다는 선입견과는 다른 현실인 것이다.

그 중에는 대변인의 역할을 자신이 적극 원해서 대변인이 된 경우가 아닌 경우도 있고. 대변인은 되었지만, 대변인으로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공부와 훈련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변인의 자질로서 중요한 수사학, 법 상식, 여론적 정무감각,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관계 형성, 내부 정치력 강화, 최고의사결정권자와의 거리, 순발력, 기획력, 관리능력 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제약이 있더라도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야 한다. 제한된 환경과 자질, 정치적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 가능한 대변인의 역할을 찾아 충실 수행하는 의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아무나 대변인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대변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직업으로서의 자긍심도 상당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변인으로 신뢰와 상식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변인이 많아야 좋은 기업도 많아진다. 훌륭한 기업이 많으면, 훌륭한 대변인들도 많아질 것이다.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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