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04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소리치는 소수 vs. 침묵하는 다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원칙에서는 어떠한 부정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관련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을 잘 살펴 기업의 대응 방향과 전략을 정리하라 조언한다. 여기에서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을 잘 살피라는 의미는 발생 상황에 대한 그들의 의견, 감정, 태도, 느낌 등 여론을 다방면으로 리스닝 해 보고 분석하여 기업 대응 기조를 정하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예전 기업들은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기업들은 언론의 기사와 논설을 주로 읽고 그것을 여론으로 이해했다. 일부 여론지도층의 개인 의견을 들어 그것을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이후 점차 공중 및 이해관계자의 형태와 생각이 다양해지고, 이슈 및 위기 유형과 지속성이 변화무쌍 해 지면서 이슈와 위기 시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그때부터는 기업이 직접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수 많은 소셜미디어 채널 각각에서의 의견들을 다각적으로 듣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을 기업 스스로 완벽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 공중의 의견을 듣고 분석해 이슈나 위기 대응의 기조를 정하는 것이 익숙해 지면서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 같았다. 그러나, 새로운 의문이 생겨 났다. 침묵하는 다수가 어느 곳에서 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시끄럽게 소리치는 소수보다 훨씬 더 많은 다수는 침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수가 다수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다시 기업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과연 현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상에서 소리치는 일부 공중의 의견을 사회 전체의 여론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다시 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일부 진영의 의견을 대변하는 전통 언론을 사회 전체의 여론으로 간주해도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어차피 기존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나 각각 자기 진영이나 도그마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소리치는 소수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찾아 따를 것인가? 침묵하는 다수를 찾아낼 수는 있을 것인가? 그들이 침묵하고 있는 데 어떻게 그들의 의견을 알아 내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실제 현장에서 위와 같은 고민으로 기업 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화두들을 정리해 보자.

소리치는 소수는 그저 소수일 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더욱 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소리치는 소수라고 부를 때 일부는 ‘소수(minority)’에 방점을 찍는다. 반대로 일부는 ‘소리치는’에 방점을 찍는다. 이슈나 위기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부정 상황에서는 소리치는 자들이 생겨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상황과 관련된 분노를 이야기하고, 실망감을 표현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비웃음을 보낸다. 상호간에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신과 유사한 감정을 가진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성장한다.

바로 그들이 소리치는 소수다.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하는 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리치는 소수가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관찰 가능하다. 실재하는 공중인 것이다. 그들의 소리가 커져 다른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듣게 되면, 상황은 이전과 또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심각성이 더해진다. 추가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기업이 해당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마주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 들에 의한 압력과 공격 그리고 그로 인한 장기간의 부담이 기업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위기가 돼 버리는 것이다.

소리치는 소수는 대저택 마당에 풀어 놓은 큰 개들과 같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자신을 왓치독(watch do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를 보고 그들이 짖기 시작하고, 그 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집 주인(다른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현관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와보게 된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에게는 이 순간이 가장 두렵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문제를 보았음에도 소리치지 않는 개들(침묵하는 다수)은 이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소수가 시끄럽게 소리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최근 이슈 및 위기관리의 목표가 되고 있다. 소리치던 소수가 점차 목소리를 줄여 나가게 하는 것, 소리치는 소수가 점차 사라지게 이끄는 대응 방식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다고 해도 극소수의 극단적 의견까지 수용해야 하나?

그렇다. 그 극소수로 보이는 극단적 의견이 일단 기업에게 보여지고,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이라면 그들의 의견은 이미 무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자사에 대하여 젠더 극단의 일부 그룹이 상당한 수준의 분노와 적대행동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실제 사회 및 시장 접촉면(point of connection)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면, 이 상황을 무시로 해결할 수는 없게 된다.

아주 극소수의 매우 극단적 의견이라 폄하만 해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실제로 아주 극소수의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의견이나 주장이라면 아예 여론의 정글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잠깐 시끄러울 수는 있어도, 이내 스스로 사라져 버리게 될 뿐이다. 그들의 소리를 접하는 대다수가 그들의 존재와 의견을 먼저 무시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여론의 정글에서 살아남아 지속되는 극소수의 극단적 의견이라면, 기업은 큰 심각성을 느끼며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예상되는 더 큰 데미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소리치는 공중에 대해 숫자, 이성 또는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보았 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의 의견이 어떻게 살아남아 성장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그에 각각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 예후가 좋다.

침묵하는 다수는 그럼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어디에나 침묵하는 자들은 존재한다. 특히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 상황에 따라 침묵하는 자들의 수가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해당 상황에 대해 침묵하는 자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침묵하는 자가 소수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이슈나 위기 초기에는 침묵하는 자들의 수는 다수로 존재한다. 그것을 전제로 해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성공했다면, 침묵하는 자들은 다수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기업의 대응이 실패한 것이라면. 침묵하는 자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소리치는 자들로 변화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소리치는 다수의 상황, 곧, 사회적 공분의 사태로 해당 이슈나 위기는 악화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침묵하는 다수를 찾아 해 메거나, 분석해 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소리치는 소수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좀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상황 발생 또는 대응 이후 소리치는 소수가 점차 다수화 되는 상황이 목격된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어 간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막연하게 모집단의 규모를 잘 알지 못하니 소리치는 소수가 두 세 배 증가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다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별 의미가 없다. 이슈나 위기관리는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다. 소리치는 소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 어떤 이유나 원인이 있다는 의미다. 침묵하던 다수가 따라서 소리를 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것을 이해하고 집중 관리해 나가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소수가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런 상황으로 분석되는 경우라면, 현재 소리치는 소수는 실제 여론의 정글에서 정상적으로 살아남은 소수가 아닐 것이다. 제대로 여론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폐쇄된 의견들의 집합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폐쇄형 커뮤니티나 카페, 메신저그룹내에서 고여 있는 의견들이 그런 것이다. 그들의 소리침이 여론의 정글로 직접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일부 흘러나와도 오래 생존할 수 없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겨우 여론의 정글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그 소수의 소리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분석이 가능하다. 주변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과 감정의 일치를 형성하지 못하는 주제라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그 소리치는 소수를 모니터링만 할 뿐, 대응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내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면, 지켜만 보는 것 자체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성장하고 확산되지 않는 소수의 소리침은 바라봄이 최선의 대응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소리치는 소수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지 않다. 만약 침묵하는 다수가 소리치는 소수의 의견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면, 일단 소리치는 소수는 여론의 정글에서 살아남아 성장할 수 없다. 소리치는 소수의 잘못된 의견을 반박하고 반대하는 다른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기존 소수와 새롭게 그들을 비판하는 소수의 시끄러운 싸움이 시작된다. 여론의 정글에서 치열한 싸움이 발생되었다는 것은 이미 기업에게는 이전보다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기업측에서는 그런 소수 간의 싸움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해석해야 한다.

그런 싸움이 없이 소리치는 소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공중이 다수로만 그대로 남아 있을 확률은 대단히 희박하다. 새로운 소수가 태어나지 않은 채 침묵하는 다수만 계속 존재한다면, 그 다수는 소리치는 소수의 의견에 주목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거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른 말로 그들은 부동층이다. 이런 부동층의 침묵하는 다수를 소리치는 소수 쪽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노력을 해야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성공한다. 침묵하는 다수라고 해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 막연한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전과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론이라는 것 자체도 이전의 여론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특성만 변하지 않았다. 여론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언제든 어떻게 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나뉘며 널을 뛸 수 있다.

까다로운 여론을 들여다보며, 만져지지 않는 여론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은 그래서 어려움을 느낀다. 무엇이 여론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어떻게 여론을 찾고 이해해야 하는 가에도 이론들이 많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여론의 정글 속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려는 기업들은 더욱 더 여론을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정의하는 것에 익숙 해 질 필요가 있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소리치는 소수, 즉 가시적으로 도출되어 있는 의견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여론의 정글에서 메아리를 울리고 있는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것들이 어느 정도로 강도를 더해만 가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그와 함께 소리치는 소수의 활동성, 확산성, 공격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최근의 기업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주요한 주제가 되었다. 정원에서 엄청나게 짖어 대는 두세 마리의 개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많은 개들이 아직 잠자고 있다고 짖어 대는 개들의 위력을 폄하해서도 안 된다. 언제 잠자던 개들이 일어나 따라 짖으며 달려들게 될지를 예측하며 항상 경계해야 한다. 짖고 있는 소수의 개들을 신속하게 관리하는 대응도 필요하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옛말을 믿고 소리치는 소수에는 무조건 대응하지 않는 기업은 이상의 조언과는 관계없는 기업이다. 그냥 갈 길을 가면 된다. 결과가 어떻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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