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10월 222008 Tagged with , , , , , , , , , , , 3 Responses

어짜피 편집하면 당할텐데…

[질문] 미디어 트레이닝 잘 받았는데요…제가 실제로 인터뷰를 해 보니까 문제가 있습디다. 내가 한 말들이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안 좋은 부분만 자기네 맘대로 편집해서 따다 붙여 쓰더라구요. 인터뷰 잘해 봤자 말짱 도루묵인거죠. 자기네들이 쓰고 싶은 부분만 쓰니 어떻게 당해 내겠어요?

[답변] 맞습니다. 분명 취재 기자나 PD들에게는 편집의 기술이 있겠지요. 어떻게든 그분들이 엮어놓은 스토리에 짜 맞춰질 수도 있겠지요.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행하는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지금 여러분들께 바라는 바는 이번 기회를 통해 훈련을 받으시고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위치나 기회를 가지게 되시면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시라 하는 겁니다.

말씀하신 편집의 기술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뿐입니다. 일종의 방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는데, 가능한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섹시하게 만들 그 무엇’을 최대한 사전 배제하시라는 것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목적은 현란한 말 솜씨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자나 PD를 찜쪄 먹을만큼 전략적이 되는 것도 사실 기대하지 마십시오. 단, 말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하세요. 회사의 포지션에 인관되게 align하는 것에 신경 쓰세요. 자세를 바르게 하시고, 공감을 나타내시고, 겸손하시고, 긍정적이세요. 그 것 뿐입니다.

일선에 계신 여러분이 언론에게 하실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이나 권한을 넘어서는 위험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확실하지 않은 사항을 그냥 습관적으로 추측하거나 예상하지 마세요. 그냥 자신에게 허락 된 메시지만을 진정성을 가지고 반복하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에 익숙해 지고 이를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면 부정적으로 편집될 꺼리가 없을 겁니다. 위기시에 가장 잘 된 인터뷰는 편집과정에서 보도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인터뷰입니다. 여러분들이 회사의 대변인이 아닌 이상 함정을 만들어 진행하는 취재에서 여러분들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인터뷰 답변이 편집에서 제외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겁니다. 그 정도면 됩니다.

더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10월 142008 Tagged with , , , , , 6 Responses

Daily Blogging Habit for PR practitioners

PR 담당자들에게 “블로깅하나?” 묻는다. “아뇨. 아직…” 다행이다 블로그가 뭔지 알고는 있다. 또 묻는다. “왜 안해?” 답변은 “글쎄요…” 표정만 난감하다.

사실 PR 실무자들에게 블로깅은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PR 실무자라면 매일 매일 기자들과 ‘기삿거리’에 대해 통화를 한다. 그리고 사내 또는 클라이언트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삿거리’를 찾아 기록하고 모은다.

기자만 하루에 한두개의 기사를 취재해 쓰는게 아니란 말이다. 기자에게 기사 하나를 쓰게 하기 위해서 홍보담당자는 그의 수배에 달하는 사전조사와 자료 첨작을 사전에 진행해야 한다. 왜 블로깅 할 꺼리가 없나? 일을 하고 있는데…

Daily Blogging에 부담을 느끼는 PR 담당자들은 기자에게도 똑같이 말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엔 기사거리가 없는데요…저도 찾고 있는데 딱히…”  다른 업종의 사람들은 몰라도 기자들과 PR담당자들은 Daily Blogging Habit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요즘엔 블로그를 열어 놓고 바쁜척(?) 방치 하는 AE들을 보면…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Daily Work을 진행하고 있는지 감이 온다. 아무 insight가 없는 일을 사무적이고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일 잘하는 AE가 블로깅도 잘한다. 두고 보자.

9월 302008 Tagged with , , , , , , , , , 19 Responses

왜 PR 담당자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지?

얼마 전 우리 회사 Internal Training으로 국내 에이전시들의 블로고스피어 및 SNS 관련 서비스 벤치마킹 시간을 가졌다. PR을 중심으로 여타 다른 여러 에이전시들의 서비스들을 분석해 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이 시간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하나 있었다면:

“왜 PR 담당자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지?”

생각해보자. 회사 내에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나의 경우 전 직장에서는 2000여명의 직원들 중 나 하나만이 외부 기자들과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유일한 직원이었다. 보통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들 내에서 기자들과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허락된 직원은 수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을 대표해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PR 담당자들은 기자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기자가 쓰는 글의 형식대로 글을 쓰고, 기업 내에서 기자들의 용어 (사시마리, 나와바리, 반까이, 빠타…)를 알아듣는 거의 유일한 사람들이다. 기자들의 근황을 가장 세세하게 아는 사람들이고, 기자들이 재직하는 언론사의 돌아가는 정치 환경을 읽고 있는 부류들이다. 출입기자들끼리의 헤게모니에 대해 신경을 쓰며, 누가 정말 우리 회사의 적인지 아군인지를 꼽고 있는 전문가다.

이러한 실무능력들은 책을 통해서나, 세미나를 통해서 익혀진 것이 아니다. 기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말다툼을 하고, 같이 골프를 하고, 등산을 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습관이다. 왜 이런 습관을 키우는 걸까. 그들과 좀 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 때문이다.

블로고스피어를 이러한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 환경에 비유해 보자. 우리 기업이나 제품 그리고 브랜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포스팅을 하는 많은 블로거와는 누가 나서서 관계를 맺어야 하나? 누가 기업을 대표해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나?

수천수만의 직원 중 누가 그들에게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것도 정확하게. 당연히 PR 담당자들이다. 블로거들은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신종 기자들이다. 현재야 기껏해야 수십 명에서 백여 명 가까운 출입기자들이지만 이제는 그 수가 수천에서 수십만에 달할 수도 있다.

PR담당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기업을 대표해 블로거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같이 생각해야 한다. 블로거들이 글을 쓰고 옮기는 방식으로 글을 관리해야 하고, 블로거들이 즐겨 쓰는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여러 파워 블로거들의 근황을 세세하게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블로거들이 모이는 각종 모임의 장이나 그룹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빨리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주요 블로거들끼리의 헤게모니를 잘 관찰해야 하고, 정말 어떤 블로거가 우리 회사의 아군인지를 잘 분별할 줄 하는 사람이어야 하겠다.

이러한 블로거 관계(Blogger Relations)는 책을 통해서나 세미나를 통해서 익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블로거들과 실제로 대화하고, 방명록에 인사 하고, 코멘트를 달고, 트랙백을 걸고, 자신의 Rss 리더기에서 정기적으로 그들 각각의 글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능력이 향상된다. 스스로 블로거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 기업을 대표하는 파워 블로거가 돼야 한다. 이는 블로고스피어에서 블로거들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 때문이다.

그래도 블로깅을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일을 하고 싶다면 블로깅 하는 게 좋을 거다. It’s up to you.

9월 172008 Tagged with , , , , 6 Responses

독특하다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오후 5시 미국 샌디스크사를 주당 26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서 전문을 미국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국내에서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삼성전자는 국익을 위해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말을 순진하게 믿었던 국내 언론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외신 보도 후 국내 언론이 보충취재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전문 공개는커녕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국내 언론 무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기업이라 국내 언론쯤은 얼마든지 입맛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일까.  [매일경제, 기자24시, 국내언론 홀대하는 삼성전자]


매일경제 이성원 기자께서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삼성전자 IR팀이 ‘갑’이라는 것은 원래 애널들에게는 상식이다. 그런 삼성의 포지션이 전략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이 기자가 이야기 한대로 ‘국내 언론쯤은…’하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 101 중 하나인 ‘언론을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과 ‘숨김없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에는 분명 어긋난 독특한 포지션이다.

확실한 건 만약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기업이 이런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면 (눈에 거스릴 정도로 명확하게) 아마 기자들로 인해 엄청난 고생을 했거나 생존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을꺼라는 거다. 기자가 기자 칼럼을 통해 하소연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외에 다른 견제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기자들이 이 정도 칼럼으로 가늠 하지는 않겠다. 소리없이 조용히 시리즈 기사를 쓰면 되지…)

아무튼, 삼성전자 같은 기업에서 이런 방식으로 한번 일해 봤으면 좋겠다. 독특한 경험이겠다.

9월 112008 Tagged with , , 2 Responses

평생 홍보일만 했다니까요…

어제 마포에서 모 기자와 모 대기업 홍보팀 차장 그리고 나.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한 조각.

[기자] O차장님은 홍보일 몇년 했어요?

[O차장] 입사해서 쭉 했죠. 계속…음 아니구나 최초 입사해서 초기 2년은 다른 업무쪽에 있었죠. 그 때 이후로는 쪽 하고 있어요.

[나] 와…그러면 꽤 오래 하셨네요.

[O차장] 그러면 뭐 합니까. 다른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기자] 지금 하는 일은 뭐 잘하나? 하하하…


다들 웃었다. 몇가지 남는 생각이라면…

  • 홍보를 오래하면 다른일을 모른다. 근데 다른 일을 모르는게 나쁜건가?  반대로 브랜드 매니저가 홍보일을 제대로 알까? IT팀장이 홍보 업무를 제대로 이해할까? 궁금하다. 그들도 우리 일을 모르기는 매한가지 일텐데…
  • 진짜 우리가 우리일만 계속하면서 떳떳하게 이 일만은 잘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내 자신 부터?

이 생각 다음부터는 소줏잔이 쓰다.

8월 22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PR퀴즈] 모른척할까요?

[클라이언트]

저희 회사는 여러개 사업장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역 사업장에서 갑자기 큰 사고가 난적이 있어서 지역 언론에서 취재가 오고 아수라장이 됬습니다. 근데 몇개 방송사에서 현장을 수습하던 직원들한테 인터뷰를 요청하는거예요. 그래서 현장에서 작업반장이 인터뷰를 했는데…이분은 사실 현장실무담당이지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아니라서 트레이닝도 받지 않았고 해서 인터뷰 결과가 그렇게 좋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누가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합니까?

저희 매뉴얼에 보면 인터뷰는 홍보실에서 정해진 몇명이 하게 되어 있는데, 막상 일이 터지면 그 홍보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전에 방송사 인터뷰는 끝나게 되고요, 홍보실 직원이 올 때까지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도 전략적이지 못한 듯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 어려운 문제다.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분들은 ‘조직은 한개의 입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대변인만이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현장에서 실무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그 원칙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금방 느끼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조직원들이 대변인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조직원들이 언론을 알고 인터뷰를 핸들링하는 요령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뷰를 하는 법’을 알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어떻게 핸들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두번째 포인트는 ‘매뉴얼에 따라 일하라’는 것이다. 전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discipline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뉴얼에 심플하게 대변인만이 인터뷰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놓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과 시간에는 어떻게 한다’는 Plan B에 대한 내용이 적시되어야 마땅하다.

세번째 포인트는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다. 기자들이 온다. 수천명의 기자라고 해도 현장에서 인터뷰 하기 원하는 질문들은 몇가지로 정해진다.

1. 사건의 개요
2. 피해자나 피해규모
3. 사건의 원인
4. 처리 및 수습 방안

이중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하게 될때 민감한 부분은 3번이다. 또한 4번의 경우에는 현장실무자가 이야기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따라서 현장 실무자가 피치 못하게 인터뷰를 하게되는 경우네는 사건의 개요와 피해자나 피해규모등에 대한 ‘현장의 facts’만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사건의 원인에 대한 부분은 speculate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간한다. 현장 실무자는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때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처리 및 수습 방안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사고 수습입니다. 현장 실무자로서 피해자와 피해현장 수습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사고의 규모나 피해자 유무등에 따라서 인간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원칙 중 하나다. 피해자가 보고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자세와 톤앤매너면 된다. 내용이 길거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 under control되어 있고, 현재 최선을 다해 복구를 진행 중이며, 마지막으로 공감하고 유감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의 ‘누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도 동일한 내용을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누구만’ 말할 수 있다는 게 시스템이 아니다.  

8월 05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기업 매각 루머에 대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원칙 – 부인

김 사장은 “모토로라의 분사 작업도 단말기 사업 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측기 업체로 출발한 HP가 계측기 부문을 애질런트로 분리하고 컴퓨터 업체로 변신해 두 가지 다 성공했듯이 모토로라도 시장상황에 맞춰 변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모토로라코리아는 400명이 넘는 휴대전화 개발인력이 일하는 아시아의 허브다. 문닫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모토로라 휴대전화 포기할 이유 없다]


모토롤라측에서 휴대폰단말기 사업 부문의 매각설을 일축했다. 내가 일했던 회사나 예전 나의 클라이언트들 중에서도 종종 매각설에 휘말린 경우들이 있었지만, expected Q&A를 작성할 때는 항상 동일한 프레임이 있었다.

부인


그리고 홍보담당자들은 이 매각설 부인의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 프레임안에 여러가지 logic들을 담는다. 성공적인 비지니스 현황, 논리적 매각 가능성 일축, 새로운 비지니스 비전 제시, 감정적 소구, 법적 대응 등등 그 방식은 다양하다.

기자측에서는 비록 기업측에서 부인을 해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믿고 기사를 안 쓰거나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보다는 계속 주의를 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더 그들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각설에 휩싸인 CEO와 마주 앉아 보면 ‘닭이 먼저냐, 닭걀이 먼저냐…’하는 한탄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민감한 매각설이 지속되면 매각되지 않아도 될 기업이 매각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뜻이다.

또 일부는 국내 CEO를 비롯 홍보임원까지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경우도 있다. CEO가 나서서 부인을 했어도 바로 그 다음달 매각 발표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는 ‘매각사실에 대한 부인’ 을 주장하는 대변인으로 현직 CEO를 일정 기간 사용(?)하다가 그 CEO를 해임하고 신임 CEO를 선임해 바로 매각절차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홍보담당자는 이럴때 사내적으로 ‘간’을 본다. 사내 여러 부문에서 들어오는 루머들을 취합해서 분석하고, 일부 임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새어나오는 내용들을 가감하고, CEO의 태도를 제3자 입장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외국기업의 경우 해외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의 세부적인 태도변화를 점검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매각 당일까지 몰랐다고 하는 PR담당자는 조금 무디거나…관심이 없는 케이스라고 본다)

문제는 알거나 느끼면서 기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홍보담당자의 어려움이다. 기자도 홍보담당자의 눈을 읽고 홍보담당자는 기자의 눈을 읽는게 전부다. 기업의 매각과 관련된 이슈는 PR 이전에 비지니스다. 그래서 힘들다.

과거 매각 부인 사례 [현재는 매각]

까르푸는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운대점을 포함한 부산지역 3개점포의 영업실적은 지난해보다 마이너스 신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것일 뿐”이라면서 “리뉴얼이 완료되면 현재보다 대폭적인 영업신장을 기대할 수 있어 점포를 매각할 이유가 전혀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까르푸 악재로 ‘곤욕’]

회사 측은 CBC의 이번 방한이 코카콜라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 차원이라고 말한다. 매각설 역시 이 부분이 와전된 것뿐이라는 얘기다. 레지날드 랜달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사장도 최근 가진 <이코노믹 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 들어 매출이 두 자리 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코노믹리뷰, 코카콜라 매각설 모락모락]

로버트 에이 코헨 제일은행장은 27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제일은행 자산을 40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며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이 조만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제일은 자산 40조로 확대”…코엔 제일은행장]

외환은행은 22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론스타, HSBC에 외환은행 사라’ 는 내용의 기사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외환은행은 현재 외자유치 이후 조직개편, 인력구조조정 등 은행의 경영 혁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은행의 최고 경영진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접촉을 받은 바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외환은행, 론스타 지분매각보도 부인]

 

7월 262008 Tagged with , , , , , , , 1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내부가 먼저다!

내부가 항상 먼저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홍길동 홍보팀장은 사내전화를 받았다. 고객만족팀장의 전화다. “음…홍 팀장님, 저 잠깐 3층 회의실에서 미팅 좀 할 수 있을까?” “네? 무슨 일이?” “아니…조금 민감한 문제라서…10분 후에 3층에서 뵙시다.” “네”

홍 팀장은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품 사고군…” 무겁게 3층으로 내려가니 고객만족팀장이 회의실에 들어오고 문을 굳게 닫는다. “저…홍 팀장. 홍보팀에서 협조를 좀 해주실 사항이 있습니다. 어제 저녁 저희 안양지점에서 보고가 들어왔는데… 안양 사는 소비자 OOO씨가 우리 OO제품을 구입했는데 그 안에 조그만 나사 같은 이물질이 있었나 봐요. 그 집 애가 그걸 먹다가 그만 식도에 걸려서…”

홍 팀장은 온몸이 쭈뼛해진다. “혹시… 죽었나요?” “아뇨…아뇨…애가 죽지는 않았는데…어젯밤 서울 OO 병원으로 이송 되 식도수술을 했대요. 근데 이 아버지가 절대 합의 안 한다, 용서 못한다 그러네. 문제는 그 애 삼촌이 OOO TV 기자예요. 그것도 사회부…”

홍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물어본다… “기자 이름이 뭐래요?” “흠…뭐라더라.. 조OO 기자라던가?” “조 기자라…조 기자…” 홍 팀장은 일단 상황파악을 위해 보고일지와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 정보, 그리고 조 기자의 이름 등을 적어가지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이제부터 또 난리다. 홍 팀장은 OOO TV 출입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 기자에 대한 신상을 묻고 개인휴대전화 번호를 얻었다. 출입기자 왈 “홍 팀장, 왜 그래? 사회부랑 무슨 관계가 있어? 뭐 일 터졌어?” “아니야… 그냥 아는 사람이 있다 해서, 전화번호나 줘 봐” “에이…아닌 것 같은데…그 선수 까칠한 선수야..조심해” 홍 팀장은 더 심난해진다.

위기, 홍보팀 혼자 해결하려 해선 안돼
홍 팀장은 조 기자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자초지종을 설명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다리면서 대응할 것인지 고민한다. 무심한 사장님은 고객만족팀장에게 무조건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라고만 지시하고 휴가를 떠나셨단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기로 했다. 일단 상황설명과 회사측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홍보팀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 오라 했다. 두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든 메시지들이 정리 되니 대응이 가능하겠다.

오전 11시…홍 팀장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그 조 기자다. “네, 홍길동입니다.” “네…홍 팀장님이시죠? 저 OOO TV의 조OO입니다. 어제 안양에서 OO제품 이물질 사고가 났다는 데 알고 계시죠?” “흠…네…조 기자님. 저도 오늘 아침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저희가…” “아뇨..됐고요. 거기에서 나온 게 나사라고 하는데 알고 계시죠?” “네, 조그만 이물질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아니…이물질 종류가 아니라 그냥 나사예요. 제가 아침에 OO 병원에서 의사한테 그 나사를 넘겨 받았거든요. 아주 큰 나사예요…삐쭉한…” “아…네…” “그게 어떻게 들어간 거죠? 회사 입장을 말해주세요.”

   
 
 

홍 팀장은 문제의 이물질 유입에 사과를 하고 회사의 배상 방침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한번 절절한 사과를 하는 데 조 기자가 말을 자른다. “홍 팀장님. 내가 그런 말 들으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요. 이게 왜 여기 들어가 있냐는 거죠? 생산과정에서 들어간 거죠? 봉지 보니까 OO지역에서 만들어진 건데 거기 공장에서 들어간 거 맞죠?” “조 기자님…그 이물질이 일단 저희 쪽에 수거가 되어야 저희가 분석을 해서 유입경로를 추적할 텐데…아직 저희가 그 물질을 회수하지 못해서…” “아…참…답답하시네. 그냥 예, 아니오만 대답해 주세요. 거 선수끼리 뻔한 소리 마시고. 이 공장에서 들어갔겠죠? 그렇죠?”

홍 팀장은 미디어 트레이닝 기억을 더듬어서 또 답변을 한다. “조 기자님, 이번 사안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예다, 아니다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소비자 피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서 이에 적절한 배상과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에이…진짜…알았습니다. 일단 끊을게요” 딸깍!

홍 팀장 이마에서는 땀이 흐른다. 전화 인터뷰를 딴 것 같지는 않은데 그 기세로 봐 아마 인터뷰를 위해 오후에 찾아올 기세다. 조 기자가 다음엔 어떤 내용을 취재 할까? 누구에게 연락을 할까 예상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왔다. 간단하게 먹는 둥 마는 둥 국수를 한 그릇하고 뛰어 올라왔는데 책상전화가 울린다.

“어이…홍 팀장, 나 OO 공장장인데…거 OOO TV 조모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어. 우리공장 제품에서 뭔 나사덩어리가 나왔다고……어떻게 그런 게 들어갈 수 있냐 묻더라고. 이거 대답해야 하나? 홍보팀에 전화해보라고 했는데 막무가내더라고.” 헉…홍 팀장은 올게 왔구나 하면서 뒷골을 만진다. “그래서 어떻게 답변하셨습니까? 공장장님?” “응..뭐 내가 아는 게 없어서…그런 경우는 없을 텐데…아마 만약에 그게 나사라면 컨베이어 라인 그 위 천장부근에서…” 으악…끝장이다. 홍 팀장은 전화를 끊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홍보팀 중심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홍 팀장은 조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홍 팀장은 긴급히 각 부문임원들에게 이메일과 SMS를 보내 상황을 브리핑하고 외부전화를 홍보팀으로 일원화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점심시간…다른 부문 직원들은 화기애애하게 그룹별로 식사들을 하고 있다.

그때 영업 부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홍 팀장, 뭐..이런 일을 지금 알리면 어떻게 해. 우리 OO마트 담당하는 영업 직원에게 방송국에서 전화 왔었다고 하던데…그 직원이 어젯밤에 고객 불만 접수 한 걸로…” 홍 팀장은 아예 주저 앉아버리고 싶어진다. 고객만족팀장에게로부터도 전화가 온다. “홍 팀장님, 그 소비자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우리팀원 하나 보내서 이물질 수거할려고 했는데…거기서 몸싸움이 좀 있었나 봐. 애 아빠가 멱살을 잡고 해서…근데 그 자리에 TV 방송국에서 나와 있었다고 해요…”

끝장이다. 더 어쩔 수가 없다. 그날 저녁 OOO TV 뉴스에는 다친 아이, 의사 인터뷰, 최초 접수 받은 회사의 영업직원, 회수과정에서의 몸싸움, 공장장의 원인발표(?), 그리고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 선언까지가 드라마틱하게 꾸며져 방영되었다.

일반적으로 위기를 홍보팀이 혼자 해결하려 하면 꼭 이런 결과를 낳는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전에 항상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먼저 해야 진정한 하나의 목소리(one voice)가 가능해진다. 모든 외적 활동이나 메시지들은 홍보팀장에게 공유가 되어야 하고, 홍보팀에서는 안팎의 메시지들을 관리해야 한다. 내부의 합의되고 일치된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가 위기를 관리한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7월 25일 17:41:37 / 수정 : 2008년 07월 25일 17:43:39
7월 212008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역할은 나누라고 있는 것

역할은 나누라고 있는 것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이른 아침 출근길 운전 중 홍길동 홍보팀장은 알 수 없는 번호에서 걸려온 휴대전화 콜을 받았다. “저 안녕하세요. 저 OO일보 OOO인데요. △△△차장에게서 팀장님 번호 받아 전화하는 겁니다. 급하게 확인 좀 해 주실께 있습니다.” 불길하다. 출입기자가 아니다. “저 O기자님. 제가 운전 중인데요. 바로 회사로 들어가는 데 한 십분 정도 후 제가 이 번호로 전화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아…네…저 급하니까. 빨리 전화 주세요.” “근데…확인 하실 게 어떤 일인가요? 먼저 간단하게만 이라도…” “아뇨. 이따 말씀드릴께요. 빨리 전화 부탁합니다.” 딸깍.

홍 팀장은 회사 도착까지 한 십 분간 여러 가지 가정들을 떠 올린다. ‘공장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우리 제품에 이상이 있어 무슨 제보가 들어간 거 아닌가?’ ‘얼마 전 회사에 M&A설 소문이 도는데..그것 때문인가?” 맑은 아침이지만 갑자기 홍 팀장의 마음에는 구름이 잔뜩 낀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미리 출근해 있는 홍보팀원들을 다 모은다. “여기서 기자들에게 전화 받은 사람 있어?” “무슨 어제부터 도는 이야기 들은 사람?” “사내에 무슨 꺼리가 있을게 있나?” 답변들은 다 한가지로 “아니오”다. 더욱 홍 팀장은 막막해 진다.

홍 팀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잠깐 고민 하다가 아까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네..아까 전화 드린다고 했던 OOO입니다.” “네…O팀장님, 저…거기 사장님 이력이 어떻게 되시죠? X대 출신에 예전에 OOOO 활동하시고 하셨지요?” “네..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 근데 최근에 왜 거기 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셨지요? 한 80억 원어치 되시는 것 같은데…” “네? 그거야…”

왜, 스트레스 홍보팀장 혼자 받나?

   

홍 팀장의 머릿속에 불꽃이 튄다. 아 이거 큰 건이다. “O기자님,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제가 계신 그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아뇨…저희 마감 아시잖아요. 제가 정신이 없어요. 일단 제가 물어보는 부분만 컨펌 해 주세요.” “저희 사장님 관련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방금 그 보유주식 매각문제도 제가 파악을 해야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누구랑 이야기해야 하나요? 혹시 CFO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연락처 좀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통화하고 싶습니다.” “저…O기자님, 그럴게 아니라 제가 알아보고 바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홍 팀장은 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내려다 봤다. 8시다. 뭔가 대형 이슈가 터진 것 같은데 사장님이나 임원들이 전원 출근하려면 앞으로 한 10~20분은 더 있어야 한다. 사장님에게 1보를 보고 하자니…너무 아는 게 없다. 사장님에게 전화로 횡설수설하느니 주변 정보들을 더 찾을 필요가 있겠다.

홍 팀장은 평소 친분 있던 같은 OO일보 산업부장과 증권부장에게 주변 정보를 얻으려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둘 다 전화 통화가 안 된다. 회의 중 인가. 전화해 달라는 문자를 넣어두고. 사장님께 어떻게 보고를 드리고 설명을 드려야 하나 궁리 한다. 최근 정치면과 사회면 그리고 증권면에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세부 모니터링을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바로 밑 김 과장에게는 재무팀 동기를 통해 왜 사장님이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했는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 등등을 우회적으로 알아보라 지시했다.

홍 팀장은 고민한다. 사장님께서 출근하셨단다. 사장실로 무겁게 올라가고 있는 동안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까 O기자가 다시 전화를 해 온 거다. “O기자님, 바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사장실 복도를 걸어간다. OO일보 증권부 O부장 전화가 울린다. “O부장님, 죄송한데…바로 전화드릴께요” 사장 비서가 사장실로 홍 팀장의 입장을 알리는 순간. 다시 홍 팀장의 휴대폰이 울린다. 아까 재무팀에 자초지종을 알아오라고 지시했던 김 과장의 보고전화다. “어, 김 과장, 뭐래?” “네…팀장님. 이게 좀 복잡하고 심각합니다. 사장님께서….” “알았다”

사장님 앞에 선 홍 팀장이 보고를 한다. “사장님, 오늘 아침 OO일보 측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사장님 신상과 최근 주식 매각 관련 사안 인데요…” “아. 그거? 벌 것 아니야. 개인적인 일이니까 신경 쓸 거 없다 그래. 왜 기자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홍 팀장이 너무 느슨한 거 아니야?”

홍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장님, 제가 보기에 이번 이슈는 상당히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최근 정치 상황과 회사 경영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저희가 정확하게 사실을 파악 해야…” “아니..거…당신 일이나 똑바로 해요. 기자들한테도 쓸데 없이 신경 쓰지 말고 지네들 일이나 잘하라고 하고…”

직감적으로 큰 문제다 느낀 홍 팀장은 ‘일단은 막아야겠다’는 결정을 한다. 사장실에서 뛰어 내려오자 마자 홍 팀장은 OO일보로 차를 몰아 간다. 전화가 계속 울려댄다. 전화들을 계속 받으면서 문제가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헐레벌떡 OO일보 편집실에 들어 선다…여기저기 눈길도 주지 않는 데스크들의 바쁜 모습을 거스르면서 편집국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시작한다…

위기는 팀워크에 대한 도전…

   

홍 팀장은 어디선가 따르릉 하는 자명종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뜬 홍 팀장은 온몸이 다 젖어 몸을 일으킨다. 어제 기자들과 마신 술에 머리가 깨지는 것 같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 9시. 꿈이다. 너무 너무 바빴고 죽을 만큼 고민 됐던 꿈이다. 자신의 홍보팀원들 얼굴이 스르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많은 녀석들은 내가 그렇게 바쁠 때 무얼 한 거야. 사장님은 역시나 관심이 없으시더군. 이거 진짜 그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야… 아침 마음이 너무 심난하다.

홍 팀장은 생각한다. “다음주 출근 하면 꼭 ‘위기발생시 업무분장’을 다시 해 봐야 하겠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있던 업무분장은 도대체 어땠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 모니터링은 폭넓게 잘돼가고 있는지, 예전에 알고 지냈던 여러 부장들과도 간만에 전화 한 통씩 돌려봐야지. 그리고…”

대부분의 홍보팀장들은 위기시 이렇게 개인전을 펼친다. 시간과 정보의 압박 때문에 차라리 내가 혼자 하는 게 낫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홍보팀 내 역할은 분담을 하라고 있는 거다. 혼자 다 하는 게 잘하는 게 결코 아니다. 여럿이서 완벽하게 손발을 맞추는 게 잘하는 거다. 위기는 팀워크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왜 스트레스를 혼자 받나.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7월 21일 14:50:50 / 수정 : 2008년 07월 21일 14:52:30

이번 기고문에서는 약간 글의 형식을 바꾸어 봤다. 일종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인데…피드백을 봐서 재조정을 해야 하겠다. 🙂

7월 102008 Tagged with , , , , 8 Responses

Are you blogging?

요즘 술자리에서 기자들이나 홍보담당자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블로그와 블로깅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낯설어 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물론 우물안의 개구리라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나 방식이 전체인 줄 오해하는 것이겠지만, 소위 커뮤니케이션과 정보로 먹고 사는 양반들이 커뮤니케이션 툴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없다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하긴 지난 주 모 경제지 기자 한분이 내게 “블로그 잘 읽고 있어요”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고 제 블로그를…”했더니 “그냥 기자로서 홍보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상대방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서핑하다 발견해서 읽고 있어요. 아주 RSS 리더기에다 끌어다 놓고요…” 이 기자는 아주 젊은 기자였다. 반면 이 기자보다 조금 나이든 기자들에게 블로그는 아직 낯설어 보인다.

주변 AE들에게 항상 “블로깅 좀 해”한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변들이 보통 이렇다. “예, 좀 배우고 나서 하겠습니다.” “저 글 잘 못 써요…” “저…제가 IT는 젬병이라서요…” 가슴이 답…답…하다.

“왜 자네 블로그는 몇달째 포스팅이 없어? 생각이 없어?”하면 “죄송합니다.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한다. 윗사람이 무서워서 올린다? 이러면 진짜 블로깅이 될턱이 없다.

기자들에게 블로깅은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PR인에게 블로깅은 이제 필수다. PR인이 블로깅을 낯설어 하는 것은…마치 PR1.0 시대에 “여봐…보도자료 하나 써와. 내일 배포하게…”하면 “저…제가 보도자료를 쓰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요…못 쓰겠는데요”하는거나 “저 글을 전혀 못 쓰거든요”하는 것과 같다.

많은 PR담당자들이 블로그스피어를 마케팅과 기업 브랜딩의 장소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블로고스피어에서의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수요가 더 현실적인 수요로 폭발하고 있다. 딱히 쇠고기 논란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증가가 아니라 많은 기업들에게 이 블로고스피어는 점점더 비지니스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예전에 많은 기업 경영진들이 PR firm을 불러다 놓고 “내일 모레 MBC 9시 뉴스에 우리회사 관련 부정적인 보도가 나갈 예정인데 그거 어떻게 해 주실 수 있어요?”하던 요청들이 이제는 “OOO씨가 운영하고 있는 파워 블로그 OOOOO에 자꾸 우리회사 관련 글들이 포스팅되는데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죠?”하는 조언 요청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시장의 수요에 프로페셔널한 조언과 실행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PR 담당자 스스로가 블로깅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의 생리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다른 블로거들과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에 성공적인 사례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10년전만 해도 홍보실에서는 광화문에서 가판보는 일이 상당히 중요한 업무였다. 일이 힘들어서 막내들이 그 역할을 주로 했지만…지금은 세월이 변해서 가판의 구독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됬다. 기사를 막기 위해 신문사 윤전기에 모래를 뿌렸다는 선배들, 신문 배달 트럭 앞에 누워 나를 밟고 지나가라 울며 소리쳤다던 선배들, 오너의 사진을 손에 쥐고 광화문을 달렸다는 선배들은 이제 시장에 없다. 앞으로 10년 후 블로깅에 서투른 오늘의 실무자들도 사라진 선배로 남을 수 있다.

PR 담당자들이 좀더 serious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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