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PR 담당자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지?

얼마 전 우리 회사 Internal Training으로 국내 에이전시들의 블로고스피어 및 SNS 관련 서비스 벤치마킹 시간을 가졌다. PR을 중심으로 여타 다른 여러 에이전시들의 서비스들을 분석해 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이 시간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하나 있었다면:

“왜 PR 담당자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지?”

생각해보자. 회사 내에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나의 경우 전 직장에서는 2000여명의 직원들 중 나 하나만이 외부 기자들과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유일한 직원이었다. 보통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들 내에서 기자들과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허락된 직원은 수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을 대표해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PR 담당자들은 기자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기자가 쓰는 글의 형식대로 글을 쓰고, 기업 내에서 기자들의 용어 (사시마리, 나와바리, 반까이, 빠타…)를 알아듣는 거의 유일한 사람들이다. 기자들의 근황을 가장 세세하게 아는 사람들이고, 기자들이 재직하는 언론사의 돌아가는 정치 환경을 읽고 있는 부류들이다. 출입기자들끼리의 헤게모니에 대해 신경을 쓰며, 누가 정말 우리 회사의 적인지 아군인지를 꼽고 있는 전문가다.

이러한 실무능력들은 책을 통해서나, 세미나를 통해서 익혀진 것이 아니다. 기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말다툼을 하고, 같이 골프를 하고, 등산을 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습관이다. 왜 이런 습관을 키우는 걸까. 그들과 좀 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 때문이다.

블로고스피어를 이러한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 환경에 비유해 보자. 우리 기업이나 제품 그리고 브랜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포스팅을 하는 많은 블로거와는 누가 나서서 관계를 맺어야 하나? 누가 기업을 대표해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나?

수천수만의 직원 중 누가 그들에게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것도 정확하게. 당연히 PR 담당자들이다. 블로거들은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신종 기자들이다. 현재야 기껏해야 수십 명에서 백여 명 가까운 출입기자들이지만 이제는 그 수가 수천에서 수십만에 달할 수도 있다.

PR담당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기업을 대표해 블로거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같이 생각해야 한다. 블로거들이 글을 쓰고 옮기는 방식으로 글을 관리해야 하고, 블로거들이 즐겨 쓰는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여러 파워 블로거들의 근황을 세세하게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블로거들이 모이는 각종 모임의 장이나 그룹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빨리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주요 블로거들끼리의 헤게모니를 잘 관찰해야 하고, 정말 어떤 블로거가 우리 회사의 아군인지를 잘 분별할 줄 하는 사람이어야 하겠다.

이러한 블로거 관계(Blogger Relations)는 책을 통해서나 세미나를 통해서 익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블로거들과 실제로 대화하고, 방명록에 인사 하고, 코멘트를 달고, 트랙백을 걸고, 자신의 Rss 리더기에서 정기적으로 그들 각각의 글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능력이 향상된다. 스스로 블로거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 기업을 대표하는 파워 블로거가 돼야 한다. 이는 블로고스피어에서 블로거들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 때문이다.

그래도 블로깅을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일을 하고 싶다면 블로깅 하는 게 좋을 거다. It’s up to you.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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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9의 “왜 PR 담당자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지?”에 대한 답변

  1. 꼬날 아바타

    어찌나 맞는 말씀이신지… 이렇게 풀어내시니 정말 적절하네요 부사장님

    1. 정용민 아바타

      시니어 실무자분들은 다 공감을 하시겠지요. 🙂

  2. toru 아바타

    100% 공감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관습에 맞춰진 PR인의 습성이 블로거들의 관습에 쉽게 맞춰질지는 의문입니다. 지극히 기성적인 권위에 집착하는 집단과 동시에 지극히도 그 권위를 피해가려는 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두 개의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것이 당분간 PR인의 능력이 될런지..언제나 과도기는 힘듭니다.

    1. 정용민 아바타

      흠…toru님.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유심히 관찰을 하고 있지만…점차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이 성장함에 따라서 소위 파워 블로거들이라 불리우는 블로거들이 기존의 오프라인 언론 기자들과 거의 비슷한 행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거지요. 이미 일부 파워 블로거들은 왠만한 기자 이상의 차별의식과 권력을 과시하곤 하더군요.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파워 블로거들간에도 분명 부패하는 권력이 존재하겠지요. 🙂

  3. toru 아바타

    음..파워 블로거들의권력화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요…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요즘 아주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는 이슈랍니다. 일편으론 죽겠네요…:)

  4. 미도리 아바타

    어이쿠..한자한자 너무 공감이 팍팍 가서 ^^ 저도 블로깅시작 전에는 뭐..그냥 보기만 해도 되겠지 생각했는데 1년쯤 해보니 이게 발을 담그지 않으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1,000개 포스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분의 글이라 그런지..내공 백단이세요~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아…그러고 보니 포스팅수가 그렇게 되네요…정리 좀 하던가 해야 겠네요. 에휴…:)

  5. PR 회사에 입사하고 PR계에 첫발을 디디면서 내가 여기서 한 달을 버티면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하나는 멘토로 삼고 싶은 어떤 분을 만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블로그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소한 일상과 단상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오래전부터 쓰고 있긴 하지만 PR하는 사람, 이라는 정체성을 키워드로 별도의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8월 1일 피알원 미디컴에 입사해서 드디어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구…

  6. mark 아바타
    mark

    블로그 합니다.^^

  7. 철산초속 아바타

    정말 배울게 많아요..하핫…저도 포스팅할때 이제 좀 정리좀 하면서 해야겠어요…ㅡㅡ;; 그냥 일필휘지로 쓰니 이거야원…ㅡㅡ;;; 저도 사실 지난주에 내부교육했었는데, 제가 소셜미디어관련해서 발표를 했는데, 후에 상황을 보니 저쪽 기존 퍼블리시티 하시는 팀장들중에 꽤 불편함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소셜미디어’라는 것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겠지만 블로거는 기자들보다 더 많은 조사와 더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해도 약간은 무시하는 듯한…흠흠…암튼 저도 필드의 바닥에서 하나하나 공부중입니다. 언제나 정부사장님 포스팅을 보면 깊이의 차이가 너무느껴져서..ㅡㅡ;흑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그렇죠. 여러사람들의 입장을 다 고려하면서 논의 주제를 펼친다는 게 참 힘들지요. 많은 insight를 얻었기를 바랍니다. 🙂

  8. ‘파워블로거’라는 단어에 대한 왈가왈부가 많다. 어쨌든 ‘파워블로거’가 가지는 두가지 특징은, (관련분야의 전문적인지식으로)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적인 영향력이 굉장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업체들이 후자인 ‘미디어적 영향력’에만 초점을 두어 그들을 활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멀지않은 미래에 ‘파워블로거’들의 ‘신뢰성’문제가 이슈가 될 것 같지만, 여하튼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파워블로거’라고 불리는 블로거들을 우습..

  9. 방금 회사전체 메일로 외근공지를 쓰다가 스샷한번 떠봤습니다. PR AE로 사회생활 시작해서 ‘기자미팅’을 주로 하다가 이제는 ‘블로거 미팅’을 나갑니다. 왠지 오늘 메일에 ‘블로거 미팅’이라는 글을 쓰면서 2년전과는 참 많은 것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물론 회사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 블로거 미팅을 하냐…’ 라고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기자’=’블로거’라는 마음가짐으로 미팅을 합니다. 앞으로도 ‘블로거 미팅’이..

  10. 최근 기업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비단 특정 기업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블로거팁닷컴의 Zet님이 서울 시청을 비롯한 각종 관공서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니 공직자들에게도 블로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 같고 연예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나 영화사들도 홈페이지 대신에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블로그에 대해서 쉽게 긍정하지 않는 것 같다. 기업 PR&마케팅 담당자들이..

  11. 나의 동료 J에게. 그대와 내가 동갑내기인 줄도 모르고 같은 팀에서 3년을 넘게 지냈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게 무심하다 싶군. 그대는 무척 반듯한 인상에 유머라곤 한 줌도 없어 보이는 냉정한 표정, 항상 무언가에 쫒기듯 바빠 보였고, 가끔은 또 기자 접대와 잦은 숙제(?)에 지친 모습이었지. 그대에게 PR 2.0과 신문의 몰락에 대해 얘기할 때 당황하던 표정이 생각이 나는군. “신문이 망하면 PR담당자들도 할 일 없는거 아냐?”라며 싸가지없이 말하던..

  12. 혜진 아바타

    제대로 일하려면 블로그 하라는 그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간 고민하던 것이 있었는데 포스팅보면서 조금은 해소된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신다면 더더욱 필요하시지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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