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2025 0 Responses

혁신을 방해하는 위기관리?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들께서 얼마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면 알수록 기업내에서는 ‘OOO은 하지 말라’는 주문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인데, 제가 보기에 이런 접근이야 말로 혁신을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임원은 “이슈관리, 위기관리 등이 결국에는 혁신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될 듯합니다. 그렇게 보수적, 수세적이어야 한다면 어떻게 혁신 사업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해당 기업에서는 혁신을 경영 화두로 놓고 임원들이 모여 고민하고 있는데, 두 임원의 말을 들으니 정말 위기관리가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이나 문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위기관리가 혁신을 방해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조심스러움이 혁신을 더디게 만든다? 민감하게 살피고 돌아보는 기업 문화가 혁신에 방해가 된다? 이런 여러 시각에 대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좀더 적절한 설명을 해봐야 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라는 ‘숙제’에 대한 생각과 혁신은 그 ‘숙제’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 본다.

위기관리와 혁신에 대한 관계를 논하기 전에 꼭 살펴보아야 할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숙제를 했나?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와 혁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질문이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 정의할 때, 기업과 임원들은 항상 이에 답해야 한다. “숙제는 제대로 했습니까?” 숙제를 미처 다 하지 않았다(못했다)면, 지금은 시급히 숙제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숙제는 하지 않았어도, 더 나은 시험 점수를 위해 새 문제집을 풀 겁니다!” 또는 “더 좋은 곳에 진학하기 위해 유명 강사에게 과외를 받을 겁니다!” 같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조급해도, 아무리 재미 없어도 숙제는 먼저 하고 다른 것을 하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시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시도하는 혁신은 어떤 모습일지도 생각해 보아야겠다.

둘째, 그 문제를 알고는 있었나?

부정 위기나 이슈가 돼 버린 그 문제에 대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사후에 하는 질문이다. 평시 그 문제가 존재했는지 회사에서는 알고 있었는가? 회사는 그것이 부정 위기 및 이슈로 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했는가? 회사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어떤 수준으로 판단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답이 어려우면 큰 문제다. 대부분 이에 답 하기 어려운 기업은 “그런 문제는 (평시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을 알았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나 반문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상 어느정도 정상참작을 해 달라고도 요청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부에서 만큼은 그 문제를 평시에 우리가 충분히 파악했고, 평가했고, 주목 했어야 했다는 반성은 꼭 해야 한다.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급한 마음에 계속 몰랐다는 대응만 반복하다 보면, 진짜 혁신을 하고 싶어도 그 기회나 환경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자사의 무능함을 토로하는 기업이 무슨 혁신을 하는가 하는 질문이 추가될 것이다. 스스로 문제 파악도 못하면서 대체 어떤 문제를 혁신으로 풀겠다는 것인가에도 답 해 보아야 한다.

셋째, 발생 이전에 문제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는 대부분 문제 발생 방지를 위한 실질적 법, 규정의 준수 같은 기업의 사전적인 문제 해소 노력을 의미한다. 외부로부터 해킹 당하지 않기 위한 보안체계는 정상적인가? 제품내 유해물질 유무를 판별하는 안전 품질 분석 절차를 제대로 거치고 있는가? 사업장내 재난방지를 위한 규정, 교육, 관리 감독은 적절하게 적용하고 있는가? 여러 안전 점검은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가? 등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평시와 사전에 하고 있었는지는 위기 및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제대로 된, 법과 규정으로 준수하게 되어 있는, 당연히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실제로는 부실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그 기업은 위기나 이슈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된다.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후 소송에도 대응해야 하고, 배상과 보상에도 큰 출혈을 하게 된다. 꼭 따라야 하는 법과 규정 그리고 기업으로서 당연한 노력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나쁜 명성은 과연 그 기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그 혁신만은 제대로 된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넷째, 이슈 발생 직후 어떤 대응을 했나?

여기부터 위기나 이슈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위기나 이슈관리는 절반이상 실패한 셈이다. 나머지 50점이라도 제대로 받아내려 더욱 열심히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만 남았다. 떠들썩해져 버린 이 위기 및 이슈를 두고 회사에서는 어떤 자세와 전략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을까?

운이 좋고, 실질적인 노력을 잘 해서 발생 상황에 잘 대응하고 해결 조치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위기나 이슈관리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제대로 대응이나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여론의 공분을 사서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어 버렸다면?

이런 기업이 이후에 스스로 혁신을 이야기한다면, 신뢰할 공중이나 이해관계자가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그 위기나 이슈는 잊혀 질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특정 위기나 이슈의 사실관계는 이내 잊혀 질 수 있지만, 해당 기업이 당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느낌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느낌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기업은 아무렇지 않게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섯째,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약속을 했나?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사후 개선 및 재발방지에 천억을 투자하겠다 약속하는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문제가 발생되기 전에 그 투자를 했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도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한다. 오너나 대표이사가 책임 지고 자리를 내 놓겠다는 발표를 하는 기업도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지금 그 자리를 내 놓는다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되 묻기도 한다. 책임을 오히려 회피하겠다는 것 아닌가 묻는다.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약속한 것이 무엇이든, 그 약속은 문제해결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만 한다. 기업마다 그 약속을 제시하는 전략과 목표는 다양하겠지만, 핵심은 그 약속이 문제해결에 있어 적절한가 하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평가다.

만약 적절하지 않은 약속을 이것 저것 제시하며 사회적 반응을 파악하며 대응하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유효하다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진정성, 단호함, 과감함, 신뢰감이 부족해 보이는 기업에게 혁신은 그럼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혁신이라면, 그런 중요한 가치들이 생략되어도 되는 것인가?

여섯째, 마지막으로 그 약속을 진짜 지켰나?

이는 위기 및 이슈관리 실행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 기준이다. 관리 주체인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약속이 단순 거짓말이 되는가? 진실되게 실행되는가? 이 판단과 평가는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 약속 이행에 주목하고 감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중요한 숙제가 된다.

만약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한 약속을 단순 이벤트로 이해하거나, 공약수준으로 간주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약속에 대해 재차 실행과 확인을 요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은 점점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기반을 붕괴시켜 간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던 와중에 유사한 위기나 이슈가 재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의 그것과 같은 수준에서 적절한 상황관리가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이전보다 훨씬 더 한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런 기업이 자사 스스로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면, 이를 누가 믿어 줄 것인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대체 왜 그런 기업을 신뢰해야 하는가? 그 기업의 혁신이라는 것에는 왜 환호해야 하는가?

이 모든 것들은 크게 보아 기업이 먼저 해야 할 ‘숙제’다. 이런 프로세스를 제대로 예상하고, 관리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꾸준하게 해야 했던 숙제와 같이 지금 해야 할 일을 먼저하고 그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회사 내외부 문제들이 위기나 이슈화 되기 전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먼저 완전하게 다한 후 혁신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이는 순서의 관계도 아니다.)

일부 임원들은 추가로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영업 임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곧 혁신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반면에 위기나 이슈관리는 홍보부문에서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다른 실무 임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도 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은 혁신을 하고, 홍보부문이 위기나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 또한 자신들이 스스로 숙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변명으로 보인다. 실무 현장에서 발견되고, 발명(?)되는 여러 문제 요소들에 대한 실무 임원으로서의 ‘숙제’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 숙제를 제대로 완결하지 않았다면, 홍보부문이 대신 그 숙제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홍보부문이 홀로 위기나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라면, 그 외 부서와 관련된 위기나 이슈에 대한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정상적인 임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나 이슈관리는 전사적인 숙제이지, 어느 특정 부서의 역할과 책임으로 해결될 숙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 자신이 담당한 업무분야에 예상되는 모든 문제들을 최대한 관리하려 노력한 임원이라면, 그 다음은 스스로 맷집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숙제를 잘 완성했다며, 그 후에는 인내하고 견디는 노력을 지속하는 위기 및 이슈관리 역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한 후에는 맷집으로 견디라는 조언이다. 흔히 우리가 맷집이라고 하면, 자신의 힘, 정신력, 근육, 신경, 경험, 훈련 등을 그 핵심 구성요소로 본다. 그런 맷집의 기반이 완성된다면, 이는 이후 혁신을 위한 노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성공적인 혁신 노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위기나 이슈가 회사의 혁신을 위한 노력을 파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기나 이슈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는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시각으로 대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을 위한 위기관리관이다. 쉽게 말하자면 찜찜한 것이 위기나 이슈관리의 가장 큰 적이고 위험 신호라고 한다. 많아 보이더라도 숙제는 다 하고 나서 개운한 마음으로 혁신을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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