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8편] 사일로를 없애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8편] 사일로를 없애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일로(silo)란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간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는 곡식이나 유류 등을 보관하는 분리된 격납고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사일로는 평소에도 기업 내부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던 기업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없던 사일로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 또한 기존에 또는 현재 생겨날 수 있는 부서간 사일로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몇 가지 주된 특징이 있다.

일단 부서간에 어떤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각자 무언가는 하는데,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 특징은 서로 대응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겹치고 충돌한다. 당연한 결과다. 관제탑 없는 짙게 안개 낀 인천공항을 상상해 보자. 세 번째 특징은 위기관리에 결국 실패한다. 그 후 그 실패 원인도 오리무중이 된다. 개선은 물 건너 간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그냥 ‘아수라장’ 그대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아수라장의 경험을 하고 난 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사일로간 조율을 하는 위기관리 관제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 사무실 앞에 부서장들이 연이어 줄 서서 상황을 보고하고 부서별 대응을 보고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이전보다 상호간 조율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지시하는 대응을 해당 부서가 그 취지부터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 취지나 전략은 최고의사결정권자만 알고 있다. 부서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사일로로 인해 그 취지나 전략을 그냥 예상하며 실무적 대응에 집중한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뭐가 좋은 일이라고 모여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야 하는가?” “왼손이 아는 것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야기가 있지” “의사결정은 극소수 핵심인력이 내리면 되지” “각 부서는 자기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도록 하시오” “왜 굳이 다른 부서가 어떤 대응을 하는지 알아야 하나?” 이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상식인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사일로가 강한 기업이다.

일부 성공적 기업에게도 사일로나 점 조직 같은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의 경우에도 위기 때에는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신속히 일사분란 한 대응을 하지 못해 문제를 장기화하면서 점진적 대응으로 초기 관리에 실패 한다. 관련 핵심 부서들이 모여 앉아 대응을 함께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챙겨야 할 것들이 관리된다. 반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각자 대응에만 몰두하다 보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중간지대에 대한 신경은 덜 쓰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기업은 외부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볼 때 A라는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하던 모든 활동은 당연히 A기업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리콜 결정 시기가 늦었다면 A기업이 늦은 것이다. 리콜을 한다 하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 리콜 접수를 어려워하면 그것도 A기업이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리콜을 신청했더니 제대로 된 리콜 수리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면 그것도 A기업의 문제다. 말 그대로 A기업은 엉망이라는 생각을 공중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A기업이 사일로 기업이라면 이런 상황을 두고도 공중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리콜을 늦게 결정한 이유는 마케팅 부서에서 리콜 반대를 해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A기업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가 문제라 생각한다. 리콜 접수가 엉망인 이유도 자사 CS 예산이 빨리 증가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CS와 재무부서의 무능함을 내심 욕한다. 리콜 수리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일선 협력업체가 제대로 된 업무 처리를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문제라기 보다 몇몇 부서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같은 기업은 내부에서 그 결론에 대해 쉬쉬한다. 마케팅 부서장을 비롯해 CS, 재무, 협력업체관리 부서장들이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사후 평가를 상당히 민감해 한다. 외부에서 위기관리가 잘 못 되었다 평가해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부 상황을 잘 알지 못해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이라 반론한다. 내부에서 어떤 노력과 토론이 있었는지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한다. 나름대로 부서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 성공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의 내외부가 거의 같은 생각과 판단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도 기업 내외부가 비슷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 또한 기업 스스로 또 다른 사일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와 기업간의 사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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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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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7편]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7편]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종종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은 얼마마다 업데이트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은 사실 없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다. 위기관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 할 때’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단, 경험상 위기관리 매뉴얼의 경우 그 수명은 약 6개월 전후로 본다는 답을 추가해 준다.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놀라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그렇게 비싸게 오랜 시간을 두고 마련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왜 고작 6개월 정도의 수명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위기관리라는 것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더구나, 그렇게 취약한 사람이라는 위기관리 자산은 수시로 바뀐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기준 임원의 임기를 2-3년 단위로 볼 때도 그렇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 일부 부서 임원들은 한 해에도 몇 번이 바뀌기도 한다. 위기관리 조직은 그래서 영원히 완벽할 수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대표이사를 비롯 여러 임원들은 많은 워크샵과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시뮬레이션에서 고생을 한다.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 1-2년후 그 회사를 방문해 보면, 새롭게 명함을 주는 분이 꽤 된다. 그 중 일부는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대표이사가 바뀌었거나, 기획이나 홍보실에서 이전에 위기관리 체계 프로젝트를 담당했었던 담당 임원이 바뀐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제대로 된 업무 인수 인계가 없는 경우에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 체계에 대해 컨설팅사가 다시 설명 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위기관리 체계는 바닷가에 세운 모래성과 같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어디 위기관리 하나뿐일까? 사람이 모여 위기관리 조직을 만드는 데 그 조직 또한 어떻게 일관될 수 있나? 가르치지 않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알고 있는 신입이 오히려 희한한 게 아닐까? 위기관리 체계를 지속 살아 움직이게 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임 임원들과 팀장들을 대상으로 자사 위기관리 체계 교육과 기본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위기관리 체계 업데이트 프로젝트와 동시 또는 별개로도 그 노력을 반복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라 해도, 각 부서를 대표하는 부서장과 핵심 실행 팀장들이 이해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 페이지 수는 십여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명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 실행 트레이닝도 몇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해 보지 않은 기업들은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하소연 한다. 지레 겁을 먹고 자신 없어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핵심 인력들이 대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첫째, 우리 회사에게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정해진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정해진 장소에 집합 한다는 규정이다. 셋째,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약간의 다름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맡겨진 주된 역할과 책임은 어떤 것이라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가지가 핵심이다.

많은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장기간 업데이트 하며 이상과 같이 신규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업데이트를 기본으로 한다. 정기적으로 모든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시뮬레이션 하면서 간접 경험을 강화시켜 나간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 만들어 방치한다. 그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오래된 기억으로만 남겨 놓는다. 대표이사가 몇 번씩이나 바뀌고, 위기관리를 구성하는 임직원들 대부분이 바뀌어도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오래된 위기관리 매뉴얼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미디어리스트에는 이미 사망한 기자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실려져 있다. 관계기관은 이미 이전 정부 때 사라지거나 이름을 달라진 곳이 남아 있다. 자사 부서명도 이미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진 부서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기업 내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열심히 자랑해도, 그 매뉴얼이 어디에 있다거나, 매뉴얼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은 해당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매뉴얼 무용론까지 주장한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실제 발생하게 되면 그런 한가한 주장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전쟁 때 작전계획을 탓해서 뭐하겠나? 작전계획은 전쟁을 준비하는 데 가치가 있다. 그 계획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업데이트도 하지 않고, 그에 따른 훈련도 하지 않은 군대에게는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사람이 바뀌면 우선 가르치자. 미리 쓸모 없다 논하지 마고, 우선 그 것부터 하나 하나 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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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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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6편]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6편]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에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 보면 참 무식한 말이다. 안 되는 것은 그 나름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그런 이유를 무시하고 무조건 되게 만들라는 지시가 너무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하라면 해”라는 말이 있다. 군대식 용어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처럼 민주적이고 상호이해에 기반한 말이 없다. 무엇이 되지 않는다면 그 안 되는 이유를 곰곰이 살피고, 그 이유를 개선하거나 제거해 주면 결과적으로 무언가 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호간 소통과 고민이 전제되면 그 보다 좋은 개선이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안되면 되게 하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표이사와 같은 위기관리 리더십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인사이트 아닌가 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리더십에는 여러 챌린지가 가해진다. 제한된 정보와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감은 물론이다.

“이번 소비자 컴플레인들을 분석해 보니 우리 OO제품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 전량 리콜하는 것을 고민해 봅시다. 이렇게 가다가는 크게 문제가 될 겁니다.” 대표이사가 위기를 예상하며 이런 지시를 한다. 그러면 일부 임원들은 이런 이유를 댄다. “대표님, 그게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 풀려있는 OO제품이 너무 많아, 전량 리콜 하게 되면 올해 장사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재무적으로 너무 큰 부담입니다”

이 말을 듣고 “하라면 해!” 소리치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봅시다”는 지시를 할 것이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해당 제품의 문제가 시장에서 공론화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우리가 하고 싶지 않아도 리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어떤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지 고민해 봅시다. 또한 재무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대책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이런 토론과 지시가 이어진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이야기는 이런 토론과 지시에 대한 것이다. ‘안되니 못하겠군’이나 ‘안 되는 건 다 안될 이유가 있는 법이지’ 같이 생각하지는 말자 하는 것이다.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 그 이유를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위기관리 리더십이 주목해야 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말 하세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가 최선 다해 지원하겠습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위기관리 리더십은 빛이 난다.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없다. 일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오는 상황이 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방향으로 더 해 보라”는 지시와 함께 위와 같이 “최선 다해 지원할 테니 해보라”는 말처럼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신임 대표라면 수십 년간 이어진 자사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 적폐를 개선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시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실무 임원들은 ‘그렇게 개선하지 못할 이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나름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게 다 안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하는 비아냥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지 못할 이유를 적극 확인해 개선이나 제거해 버리면, 그 적폐는 더 이상 위기요소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회사차원의 찜찜함은 없어지게 된다. 할 수 있다는 고민을 통해 ‘못할 이유’를 없애는 일이 이어진다면 해당 회사는 점점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반면 일부 회사에서는 위기관리 시 ‘하지 못할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이를 핑계 대는 위기관리 조직이 목격된다. 결국 그들의 결론은 “일단 두고 보자” 또는 “어쩔 수 없다. 맞고 가자”는 방향이 된다. 지난번도 그랬으니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이야기 한다.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개선안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대표가 일선이 주장하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별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해결하면 내가 책임진다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니 문제는 계속된다. 물론 모든 이유들에 해결책이 나와 단박에 해결되거나, 간단하게 조치해 개선될 수 있는 것들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 해결책을 마련해 가면서 ‘되게 만드는’ 노력은 어떻게든 지속되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직접 물어보자. “왜 이게 안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이유를 대는 부서와는 그 이유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하겠다. 반면 그에 대해 이유를 대지 못하는 부서라면 그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하지 않고, 공론화 하지 않는 ‘이유’가 훨씬 더 치명적인 것일 수 있다. ‘이유를 말해 봤자 해결 안될 것이 뻔해’라는 마인드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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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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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5편]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5편]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어가 빠진 지시는 제대로 된 지시가 아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매뉴얼 문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부서를 지칭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의 이 ‘누가?’는 매뉴얼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된다.

반면 ‘누가?’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매뉴얼이나 구두지시는 위기 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빨리 합시다!” “최선을 다해 봅시다!” “각자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제대로 해 주세요!” 이와 같이 ‘누가’가 빠져버린 지시는 종종 제대로 된 실행에 연결되지 않는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대부분 조직 구성원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된다. 전사적으로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가 하는 것 이전에, 이번 위기로 인해 내가 입을 수 있는 피해나 책임의 영역은 어느 정도인가가 더욱 중요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누가’라는 확정 없이 내려온 지시에 대해 “내가 하겠다!”하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인력을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위기관리 이후 해당 위기관리 전반을 평가 할 때에도 ‘누구’의 개념은 큰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맞아 무엇을 했는지는 그 실행 ‘주체’가 사내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누가’ 위기에 대응했는지 알지 못한 채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 분명 의미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 뻔하다.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실제로도 평시 경영 주제에 있어서 각 부서는 자신만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각 부서별로 담당분야가 있고, 내외부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이 부분들을 그대로 모아 구조적으로 정리하게 되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의 가르마는 타지게 된다.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가르는 것은 위기 발생 시 부서별로 자신들이 해야 할 위기대응 업무를 스스로 신속히 이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같이 협업해야 하는 부서가 어느 곳인지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위기 시 어떤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매뉴얼상에서 확인 할 수 있게 되므로, 같이 협업하는 데 있어서도 불필요한 중복이나 반복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대한 사일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가 누구인지도 미리 정해 놓아야 제대로 된 역할과 책임이 완성된다. 기업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CEO와 같이 평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총괄하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 위기관리위원회 수장을 정해 놓아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위기 시에는 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위기관리를 하게 정해 놓은 곳도 있다.

어떤 리더십 구조가 좋다 나쁘다를 논의하기 이전에, 위기관리 조직을 이끌면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포지션을 정확하게 정해 놓는 것은 필수적 위기관리 체계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가시성(visibility)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배분한 뒤에는 지속 시뮬레이션 해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와 실행 숙련도를 점검해야 한다. 매뉴얼상 적혀 있는 역할과 책임과 실제 해당 부서가 생각하는 그것 그리고 숙련도는 전혀 다른 의미다. 적혀 있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평시 업무 진행에는 익숙하지만, 위기 시 주어진 실행에는 어려움을 겪는 부서가 있을 수 있다. 위기 시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에 있어 부족함이 있는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나 인력문제로 인해 매뉴얼에서 정한 역할과 책임이 버거운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선의 문제점들은 매뉴얼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숨겨있거나 알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래야 그 부분을 평시에 주목해 전사적 투자나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부서도 그래야 찜찜함이나 부담스러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진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복적 숙련을 기대함에 앞서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것도 나름 큰 의미가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부서별로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의 배분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다.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정확한 주체가 명기되어 있지 않는 경우다. 위기가 발생한 뒤 부서별로 각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난상토론을 하는 경우다. 더욱 위험한 것은 각 부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각자 무언가를 하는 경우다. 각 부서별로 대응이 중복되고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딱히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난상토론만 이어지는 경우라면, 이미 이번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생각해야 한다. 각자 역할은 없이 축구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기만 하는 동네 축구팀이 포지션에 따라 훈련된 프로 축구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확실한 건 우리와 맞서는 위기는 항상 프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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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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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4편] CEO가 직접 질문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4편] CEO가 직접 질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회사는 잘 되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위기관리에서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위기를 대비해 정말 잘 준비 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CEO가 스스로 우리 회사는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진짜 큰 문제다.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언제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가올 수 있다고 믿는 CEO라면 그런 장담을 하긴 힘들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에도 준비 되어 있는 기업들에겐 꼭 ‘질문하는 CEO’가 있다.

최근 타사에게 발생한 이슈가 눈에 띈다면 CEO는 관련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더 나아가 “그런 이슈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회사보다 더 잘 대응 할 수 있을까요?” 질문해야 한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면 “누가 그 이슈에 대한 대비를 담당해야 할까요?” “그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관심은 무엇일까요?” “언제까지 그에 대한 대비나 방지 작업이 끝날 수 있겠습니까?”와 같은 실질적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깊은 CEO들은 그런 방식으로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CEO의 그런 질문들은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많은 임원들이 CEO의 그런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고, 나름대로 체계를 진단하기 시작한다. 평소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일선 직원들도 한번 더 관련 이슈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전사가 질문 받은 그 이슈에 대해 살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CEO가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렇다. “우리는 이상 없지?” “잘되어 있지?” “잘 해 봐” 이런 질문은 금물이다. 그 질문에 답변하는 임원들이 할 수 있는 답변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네, 이상 없습니다.” “잘 되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이 외에 임원들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문제는 그 이후 살펴봄이나 생각이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CEO께서 항상 이런 메시지를 내외부로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는 60년 역사를 가진 회사로 내공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이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습니다.” “제가 어떤 지시를 내리면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뭐든 해내는 그런 실행력이 있답니다.” 이런 조직은 상당히 멋진 조직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런 희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일선에서 보면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체계는 잘 되어 있다 하면서도, 위기관리에는 내심 자신 없어 하는 투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해당 매뉴얼을 믿지 못한다. 위기관리팀이 정해져 있다고 하면서도, 해당 팀이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지는 궁금해 한다.

협업체계를 가동해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평소에도 강하게 존재하는 사일로(silo)를 깨지 못한다. 빠르게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빠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옥상옥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의 ‘찜찜함’이 실제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그런 찜찜함은 평소 CEO의 계속 된 질문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위기 시 실제 가동될까요? 한번 매뉴얼에 따라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나요? 이런 질문들이 곧 매뉴얼에 대한 찜찜함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 준비가 실제로 잘 되어 있는가는 진짜 위기가 발생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일부 자랑을 할 수도 있고,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고 있느냐 여부다.

조직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 CEO는 평소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와 책임을 위기관리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질문을 자주 다양하게 하는 CEO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는 경영자일 것이다.

CEO가 되기 전 수십 년간 위기관리 훈련과 실제 위기관리 과정을 반복 경험한 CEO는 그렇지 못한 CEO와는 다르다. 당연히 질문의 구체성이나 현실성도 다른 CEO와 다르다. 알면서 질문하는 질문자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경험해본 것을 묻는 질문자에게 답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임원들에게 CEO가 직접 질문해 보면 안다. 스스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는 질문 몇 개로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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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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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3편] 숙제는 미리 해 놓으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3편] 숙제는 미리 해 놓으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많은 기업들이 국내외 타사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공부한다. 타사의 위기관리를 통해 자사가 배울 수 있는 점들을 찾겠다는 취지다. 또한 타사가 겪은 위기를 자사는 겪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상당수 기업들은 타사 사례를 일종의 ‘구경’ 수준으로 소비한다.

그들의 위기관리에서 부러운 점을 발견했다면, 이후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에 그 부러운 점을 도입해 보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타사로부터 발견한 문제점들은 자사에게도 동일하게 확인 해 보아 유사한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얻은 인사이트가 관련된 노력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최근 여러 회사의 사내 성추문 관련 이슈를 알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에서는 자사의 관련 사례나 처리 및 대응 프로세스를 둘러 보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도 저런 형태의 이슈 발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발생한다면 우리 회사는 저 회사들 보다 훨씬 더 잘 대응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생각해 보고 주어진 숙제를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몇 년 전 자사가 특정 내부고발 이슈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 몇 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떻게 관리 해 문제 소지를 없앴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직도 일부 문제 소지가 잔존해 있다면 그에 대한 조치를 숙제로 푸는 것은 필수다. 위기관리 인사이트라는 것은 딱히 타사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통해서도 얻어 지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얻은 ‘숙제’를 제대로 적시에 하고 있어야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주어진 숙제들을 그대로 남겨 놓으니 나중에 그 숙제가 성장해 위기가 되는 것이다. 숙제를 하지 않았으니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더욱 당황스럽고 어렵게 느껴진다. 문제는 숙제를 했냐 하지 않았느냐가 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이 비유는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학교에서 받아온 숙제를 하지 않았던 느낌을 기억해 보자. 항상 찜찜하고 불안하다. 어쩌다 선생님이 숙제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안도감이 들고 신 나지만, 숙제검사가 시작되면 스스로의 패닉은 극에 달하게 된다.

상습적으로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숙제를 성실히 하기 보다, 숙제를 왜 하지 못했는지 또는 숙제는 했는데 학교에 가지고 오지 않은 이유가 무언지 등을 거짓말하며 임시방편적 대응에 몰두한다. 선생님은 절대 그런 변명에 속지 않고, 숙제 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응분의 벌을 내린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와 똑같다. 평소 떠오른 문제를 깨끗하게 숙제로 개선 실행 하지 않은 기업은 항상 내부적으로 불안해 한다. 언젠가 숙제 검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찜찜함이 계속된다. 그렇다고, 실제 중요한 숙제를 하지 않고, 어떻게 숙제검사를 넘겨야 할지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면 더더욱 심각성은 더해 진다.

반대로 숙제를 해 놓은 기업은 보다 자유로워진다. 해당 문제 소지를 숙제로 깨끗이 풀어버린 기업은 보다 생산적인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위기 발생 비율이 줄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금새 관리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럴 역량도 보유하게 된다. 한마디로, 걱정이 없게 된다. 숙제를 성실하게 한 학생이 우등생인 것처럼 기업도 그렇게 우등 기업이 된다.

항상 정기적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위기를 맞는 기업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는 곳 들이다. 숙제를 제때 하지 않은 기업이다. 숙제를 정확하게 하지 않았던 기업이기도 하다. 숙제가 어려우니 그냥 숙제검사를 그대로 견뎌 내겠다는 내부 의지가 생긴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기업의 많은 자산들이 손실되어 피해를 입게 된다. 숙제를 상습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이 학교에서 얻게 되는 명성과 똑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단순히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이라서, 여러 위반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더욱 더 가중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불량학생이라는 딱지도 붙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숙제와 관련된 결과라니 놀랍지 않은가?

일부 독자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숙제를 하지 않아도 공부만 잘하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 학교에서는 실제 그런 학생들도 있을 수는 있다. 공부는 잘하고 시험도 잘 보는 우등생인데, 평시 숙제만 하지 않는 것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조금 의미가 달라진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 가 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시험’이라 볼 수 있다. 숙제를 전혀 하지 않았던 기업이 상당수의 문제 소지를 그대로 안고 위기를 잘 관리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이 위기관리라는 시험을 통과할 수는 없다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싫어도 숙제는 그때 그때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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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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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2편] 문제는 계속 추적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2편] 문제는 계속 추적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위기 요소들을 진단 추적하는 ‘이슈 트레킹 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기업에게 평소 가장 먼저 하나를 하라 하면 이슈 트레킹 팀을 운용하라 하고 싶다.

이슈 트레킹 팀은 별도로 조직화하기 보다 기존 경영회의에서 자료들을 수집 공유하는 경영회의 준비그룹이 이슈 수집 및 공유 작업을 함께 하게 하면 된다. 물론 그 트레킹 책임은 해당 이슈별 주관과 유관 부서장에게 있어야 한다.

이슈 트레킹 팀은 일선에서 부서장을 통해 진단 된 문제 요소들을 모아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이 과정에서 전사적 공유가 필요 없는 단순 문제들은 부서장의 리더십에 따라 사전에 관리 해결된다. 트레킹 대상이 되는 문제의 경우에는 단일 또는 복수 이상의 부서장이 스스로 관리하기 힘들거나, 전사화 해 문제 해결 시기를 앞당겨 보고자 하는 유형들이다.

일단 소집된 문제 요소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각 기업별로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 문제 요소들은 그 다음단계로 구체적 분석이 되어야 한다. 문제 소지를 없애거나, 완화하거나, 발생을 방지 또는 방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고민이 이때 있어야 한다.

그 후 단계로는 각 문제 요소별로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를 배당하는 것이다. 문제별로 주관과 유관 부서장이 책임지고 문제를 지속 관리 트레킹 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후 단계에서 해당 주관과 유관 부서장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문제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전사화 한다.

인력이나 예산을 새로 부여 받거나, 법적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전문분야별 조언을 받게도 된다,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이런 이슈 트레킹 팀이 운용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어처구니 없는 위기를 맞거나, 갑작스러운 이슈화로 혼란을 겪는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평소 노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나 이슈가 발생하면 상당한 초기 혼란을 경험한다. 상황파악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파악 범위나 전망 수립에 있어서도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렇게 시간이 허비되다 보니 초기 대응에 대부분 실패하거나 실수를 저지른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깜짝 놀라게 되는’ 위기 상황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물론 돌발적 사고나 사건 같은 경우에는 태생상 그 놀라움의 과정을 건너 뛸 수 없겠지만, 다른 유형의 문제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많은 기업들은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 곧 해당 문제 요소를 미리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서 문제다.

알고 있던 문제도 막상 수면위로 떠오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생성되고 상호 충돌하면서 증폭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물론 기업 내 위기관리팀 그 누구도 침착하기가 힘들게 된다. 알고만 있던 위기의 모습이 눈 앞에서 그대로 펼쳐지면서 혼란은 시작된다. 알고 있었기에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겠지 하는 믿음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다.

평소 운용되는 이슈 트레킹 팀은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미 익숙하고, 문제 발생을 대비해 상당 기간 관리 해 온 문제 요소들이 많아진다. 그 중 상당수를 사전 관리 해 문제화 되지 않게 한다. 불행히 문제화 되는 요소라면 그에 상응한 대응 방안을 미리 만들어 두게 된다.

당연히 매우 극소수 문제가 된 경우 준비된 대로 초기 대응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초기 대응에 성공함으로써 중장기 위기관리 부담을 덜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 받거나, 최소한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문제 해결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 이슈 트레킹 팀을 잘 활용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권한이양을 하면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더 강화된다. 일선에서 먼저 문제 요소들을 스스로 발견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선 업무가 되는 것처럼 좋은 게 없다. 공유 받은 매니저들과 임원들은 보다 진지하게 문제 요소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부서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또 상당수 문제 요소들이 해결된다.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발견된 문제들을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치료 관리해 나가는 것과 유사한 체계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이처럼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 ‘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 치료해야 위기관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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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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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1편] 우군을 확보해 놓으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1편] 우군을 확보해 놓으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변을 둘러 보라. 우리 회사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인해 보라. 평시에는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야기하는 이해관계자들이라 하더라도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그 손길을 선뜻 주기 어려워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위기 직후 해당 기업이 집중적으로 여론의 포화를 맞게 되면, 그 기업 임원들에 직접 전화를 받는 것도 꺼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난다. 공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지 않게 해 달라면서 비밀준수 계약을 맺고 위기의 기업을 돕는 컨설팅 회사들도 있을 정도다.

그렇게 친하던 기자들도 막상 우리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운신의 폭이 좁아져 도움을 주기 어려워한다. 모두 문제를 지적하는데, 혼자 나서 그 기업을 두둔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 등도 대부분 위기 시에는 해당 기업과 일정 거리를 두려 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 기업 스스로 이렇게 질문 해 보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누가 우리편이 될 수 있을까?’ 만약 그 질문에 답을 선뜻 하기 힘들고, 대부분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손사래를 친다면 위기관리 차원에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어려워한다면,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우군 역할을 해 줄 이해관계자를 만드는 결단과 실행을 해야 한다. 적대적 원점 이해관계자나 상당히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이해관계자를 하루 아침에 우군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쳐도 나머지는 다르다.

면밀하게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해서, 중립 또는 중립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이해관계자를 위기관리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생한 논란 때문에 특정 규제기관에게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면, 그 규제기관과 협의해 기관의 조사에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한 수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 기업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고 의혹을 감소시키는 전향적 실행을 하는 것이 상호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언론에게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비난을 감수하고 버티기 보다,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획기적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을 전달하는 것도 언론에게 기사거리를 주는 노력이 되겠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가족까지 포함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도 있다. 현재 회사에게 처한 위기상황을 솔직하게 전략적으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작업은 유효하다. 그들이 사회로 나가 회사를 위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잠재적 우군은 사실 소비자나 고객들이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사례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한 케이스들이 꽤 된다. 더욱 더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늘리려 애쓰고, 그들에게 도움과 신뢰를 보여주길 요청하는 위기관리처럼 멋진 것이 없다.

위기 시 이런 우군 만들기 전략이 유효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숙제가 있다. 평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자산이 존재하도록 꾸준히 노력했어야 했다는 숙제다. 그런 숙제를 등한 시 했다면, 현실적으로 우군이 되어줄 이해관계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또한 주저해 하던 이해관계자가 이전보다 훨씬 부담을 덜 느끼며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상당한 수준의 정무감각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정치적 수준의 제스츄어와 투자 그리고 관심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일정 기간 어려움을 겪은 기업 위기 케이스의 말미로 가면 대략 이런 이해관계자 반응들이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 해당 기업에게 개선 기회를 주자” “사실 알고 보니 이 기업만의 책임은 아니었다” “깊이 사과하고 뉘우치고 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재발방지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을 참작한다” 등의 이해관계자가 태도변화 말이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위기관리를 진행하는 기업의 전략적 우군 만들기 작업의 결과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반적 이해관계자 시각들이 변화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상황이 점차 소멸 수준으로 나아가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를 받아 너무 광적이었던 비판에 대한 반성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이 일종의 사회적 부조리의 피해자인 것처럼 해석하는 시각도 나타난다. 희생양론이나 마녀사냥론이 그런 것이다.

이런 우군 만들기 전략이 얼핏 상당히 극적이고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위기를 맞은 기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숙제에 대한 부담과 그 숙제를 하지 않았음을 후회 하게 된다. 평소 숙제 하지 않는 학생은 시험을 잘 보기 어렵다는 단순한 교훈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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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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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편]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편]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은 투자다. 위기관리에서도 이 의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먼저 투자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여러 자산들이 손실 또는 손상된다는 의미다. 손실 또는 손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기업은 살아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평소 기업이 생성 유지 관리하는 자산이 많고 두텁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살아 남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기업보다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좋은 품질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게 품질 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치자. 기존의 명성은 물론 상당히 많은 충성 소비자들이 그들의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 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실망 하고, 회사와 제품에 대한 기대를 상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자들은 해당 회사의 명성을 믿고, 기대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위기관리를 통해 그렇게 만든다면 승산은 있다. 위기관리 전략은 그런 자산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반대로 품질문제로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켜 조악한 품질로 오명이 존재하던 회사의 제품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치자. 이런 경우 앞 사례와는 달리 대부분 소비자들이 떠나갈 것이다. 품은 기대도 없었고, 명성이나 기대 조차 없기 때문에, 해당 회사는 외톨이가 돼 버린다. 위기관리 전략이나 역량은 별 쓸모가 없어진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자산은 매우 다양하다. 관계 자산이라 불리는 그런 류의 자산에는 대언론 자산, 대검찰 자산, 대경찰 자산, 대국회 자산, 대정치권 자산, 대 시민단체 자산, 대 소비자 자산, 대 직원 자산, 대 지역 커뮤니티 자산, 대 투자자 자산, 대 공중자산, 대 온라인 공중 자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해 그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해 놓고, 좋은 인식을 심어 놓는 투자를 해야 이런 자산들은 보유 가능해 진다.

좋은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우호적 자산으로 성장시켜 관리하는 투자와 노력. 평시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 그런 노력 자체가 사업이다. 평소 얼마나 두터운 우호 관계 자산을 마련해 놓았는지는 위기 시 그대로 드러난다. 평시에는 남과 비슷하게 무언가 하고 있다 자랑하던 기업들도 위기 시 벌거숭이 모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평시 무언가 잘 못된 투자를 해 왔다는 의미다.

어떤 기업은 그런 여러 자산을 관리하려면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하소연한다. 담당 직원들을 임명해 과외적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된다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기자들과 왜 홍보실 직원들이 밥을 먹고 술을 사야 하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 CEO도 있었다. 회사가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접대 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 CEO는 관계를 위기 시 구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좋은 로펌을 고용하면, 대관이나 대검찰 관련 한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언론과의 관계도 간편하게 위기 시 홍보대행사를 고용하면 해결된다 믿는 기업 CEO도 있다.

관계 자산은 평시 투자 없이 얻을 수 없다. 관계 자산 중 일부나 단편적으로 차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비상시 차용도 한 두 번이다. 자사가 노력하고 투자해 보유한 관계 자산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런 관계 자산에는 진정성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없을 때 아쉬울 때를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쉬울 때 그 때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미국 명언에도 이런 말이 있다. “친구가 필요할 때, 친구를 만드는 것은 너무 늦은 짓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기억해 보자. 위기를 대비해 관계 자산 투자에 힘쓰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미리 미리 해야 할 숙제를 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그런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를 흔히 로비, 뇌물이나 매수 정도로 오해하기도 한다. 접대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을 대표해 관계 자산을 관리해 본 담당자들은 이해한다. 관계 자산은 시간과 정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돈을 퍼 붓고, 접대를 해도 관계 자산 형성이 힘든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 우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겨우 형성 가능한 자산이다.

위기 시를 대비해 기업들은 보험에 든다. 공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공장에 화재가 날 것을 대비해 보험을 든다. 각종 중요 설비들에도 보험을 든다. 최고 경영진을 위한 보험도 있다. 모든 보험은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시 기업의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사실 보험보다 훨씬 유효한 투자의 성격도 가진다. 보험은 위기 시에만 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관계 자산은 평시에도 종종 효력을 발휘해 준다. 자사의 관계 자산을 한번 평가해 보자. 충분한가? 준비되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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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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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편] 모니터링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편] 모니터링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굳이 이슈나 위기관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시적 상황 및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예로 소비자 이슈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선 대리점과 영업직원들의 일사불란 한 정보 취득과 보고 창구처럼 훌륭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존에 운용되던 대관과 법무, 자문 로펌들, 그리고 홍보실을 통한 창구처럼 유용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비교해 일부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중견 중소 기업에서는 사외이사들이나 고문 또는 오너가 스스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창구들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기 위한 위기관리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외부 이해관계자 환경이나 미디어 성향이 바뀌며 지속 업그레이드 되고 변화되어 왔다.

기업 홍보실만 해도 십 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간지와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매체와 정보지 모니터링이 그들 모니터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보실의 모니터링 대상이 기존 언론 매체들과 정보지를 넘어, 포탈, 게시판, 카페, 기타 커뮤니티에 소셜미디어 채널 전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 해졌다. 예전 정기 모니터링 보고의 개념이 이제는 실시간 보고 개념으로까지 발달해 버렸다.

다른 부서들의 모니터링 방식들도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이런 변화들의 주요 특징을 꼽아 보자면, 실시간, 신속성, 다양성, 직접성 등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빠른 보고와 공유가 가능한 환경이 되었으며, 다양한 의견과 상황들이 대량으로 취합되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모든 정보들이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예전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바로 전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불만 글을 이제는 CEO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읽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볼 때 기업의 모니터링 역량과 체계는 지속 발전한 반면, 그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의사결정그룹의 정보 처리 체계와 역량은 그에 발맞추어 발전했다고 보기 힘들다.

실시간으로 바닷물처럼 밀려드는 정보들을 의사결정자들이 실시간 모여 앉아 들여다 보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발전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취합 분석 보고되는 상황 및 이해관계자 정보들을 의사결정그룹이 분석하고 트래킹하는 보다 ‘체계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취합되는 모니터링 정보에 있어 불필요한 중복이나 예상외 누락이 있다면 그 부분을 체계적으로 발견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는 부서들간의 사일로(silo)는 없어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산발적으로 또는 때때로 압도적 분량으로 취합 보고되는 모니터링 창구의 정보들을 크로스 체킹하는 담당그룹이 있어야 한다.

그 후 특정 담당그룹을 통한 통합적 정리 보고가 가능해야 한다. 그 보고 수준과 양식은 최대한 의사결정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익숙해야 한다. 의사결정그룹은 당연히 최대한 정리된 정보들을 전략적 시각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서 대응 전략과 플랜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시 모니터링 보고 체계란 아무 의미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 자체에는 투자 하고, 담당자를 배정한다. 그러나 그 위로 올라가보면 모니터링 결과들을 제대로 프로세싱 해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체계에 대한 투자나 인력 배치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느낌을 받는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러한 전문 인력을 ‘관제탑(control tower)’ 개념으로 정의한다.

어떤 대기업은 ‘국정원 보다 정보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런 명성(?)은 사실 ‘그런 정보력을 가졌다’ 또는 ‘그런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는 단순 사실에서만 생겨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자사의 대응 전략과 실행에 반영하여 신속히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런 명성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관제탑이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투자되어야 한다. 모니터링이 단순히 일선 창구의 일상업무로서의 의미로만 존재하거나. 취합된 정보가 분석되지 않고 일선에 남아 있거나. 여러 정치적 요인으로 보고되지 않고, 보고되어도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모니터링에 투자하기 전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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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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