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2편] 문제는 계속 추적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위기 요소들을 진단 추적하는 ‘이슈 트레킹 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기업에게 평소 가장 먼저 하나를 하라 하면 이슈 트레킹 팀을 운용하라 하고 싶다.
이슈 트레킹 팀은 별도로 조직화하기 보다 기존 경영회의에서 자료들을 수집 공유하는 경영회의 준비그룹이 이슈 수집 및 공유 작업을 함께 하게 하면 된다. 물론 그 트레킹 책임은 해당 이슈별 주관과 유관 부서장에게 있어야 한다.
이슈 트레킹 팀은 일선에서 부서장을 통해 진단 된 문제 요소들을 모아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이 과정에서 전사적 공유가 필요 없는 단순 문제들은 부서장의 리더십에 따라 사전에 관리 해결된다. 트레킹 대상이 되는 문제의 경우에는 단일 또는 복수 이상의 부서장이 스스로 관리하기 힘들거나, 전사화 해 문제 해결 시기를 앞당겨 보고자 하는 유형들이다.
일단 소집된 문제 요소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각 기업별로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 문제 요소들은 그 다음단계로 구체적 분석이 되어야 한다. 문제 소지를 없애거나, 완화하거나, 발생을 방지 또는 방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고민이 이때 있어야 한다.
그 후 단계로는 각 문제 요소별로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를 배당하는 것이다. 문제별로 주관과 유관 부서장이 책임지고 문제를 지속 관리 트레킹 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후 단계에서 해당 주관과 유관 부서장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문제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전사화 한다.
인력이나 예산을 새로 부여 받거나, 법적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전문분야별 조언을 받게도 된다,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이런 이슈 트레킹 팀이 운용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어처구니 없는 위기를 맞거나, 갑작스러운 이슈화로 혼란을 겪는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평소 노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나 이슈가 발생하면 상당한 초기 혼란을 경험한다. 상황파악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파악 범위나 전망 수립에 있어서도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렇게 시간이 허비되다 보니 초기 대응에 대부분 실패하거나 실수를 저지른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깜짝 놀라게 되는’ 위기 상황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물론 돌발적 사고나 사건 같은 경우에는 태생상 그 놀라움의 과정을 건너 뛸 수 없겠지만, 다른 유형의 문제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많은 기업들은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 곧 해당 문제 요소를 미리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서 문제다.
알고 있던 문제도 막상 수면위로 떠오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생성되고 상호 충돌하면서 증폭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물론 기업 내 위기관리팀 그 누구도 침착하기가 힘들게 된다. 알고만 있던 위기의 모습이 눈 앞에서 그대로 펼쳐지면서 혼란은 시작된다. 알고 있었기에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겠지 하는 믿음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다.
평소 운용되는 이슈 트레킹 팀은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미 익숙하고, 문제 발생을 대비해 상당 기간 관리 해 온 문제 요소들이 많아진다. 그 중 상당수를 사전 관리 해 문제화 되지 않게 한다. 불행히 문제화 되는 요소라면 그에 상응한 대응 방안을 미리 만들어 두게 된다.
당연히 매우 극소수 문제가 된 경우 준비된 대로 초기 대응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초기 대응에 성공함으로써 중장기 위기관리 부담을 덜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 받거나, 최소한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문제 해결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 이슈 트레킹 팀을 잘 활용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권한이양을 하면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더 강화된다. 일선에서 먼저 문제 요소들을 스스로 발견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선 업무가 되는 것처럼 좋은 게 없다. 공유 받은 매니저들과 임원들은 보다 진지하게 문제 요소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부서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또 상당수 문제 요소들이 해결된다.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발견된 문제들을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치료 관리해 나가는 것과 유사한 체계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이처럼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 ‘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 치료해야 위기관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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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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