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8편] 창구를 통제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 위기관리 체계를 평가하는 방법 중에도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얼마나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잘 통제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웠던 ‘삼투압’이라는 현상을 기억해 보자. 삼투압이란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반투막으로 막아 놓았을 때,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가는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압력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의 흐름도 그와 유사하다.

발생 위기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과 의혹 등으로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높아진 외부로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공급 방향은 흐르게 마련이다. 이를 차단하면 외부에는 정보의 진공이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이를 완전히 개방하면 기업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정보들까지 흘러나가 섞여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단과 개방은 둘 다 전략적 대응이 아니다. 위기 시 기업은 커뮤니케이션의 삼투압적 흐름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자사가 원하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커뮤니케이션 삼투압이 일어나는 일선을 기업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다. 부지불식간 많은 위해 정보들이 흘러 나가버리면 문제다. 정리되지 않은 내부 정보들이 흘러나가고,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허락 받지 않은 창구들이 모두 열려 버리면 문제다. 그에 더해 창구 스스로 자신의 생각대로 메시지를 외부로 흘려 보내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창구가 수십에서 수백이 존재하면 그건 말 그대로 재앙이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VIP가 외부 지인들에게 개인적 자문을 구한다 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제공하는 경우가 그렇다. 임원들이 여러 지인들과 거래처에게 상의를 하기도 한다. 팀장급들이 여기 저기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직원들이 각자 외부 거래처나 파트너들에게 문제를 이야기를 하고, 관련 부처나 언론, 시민단체, 커뮤니티, 온라인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외부 커뮤니케이션 수요에 각자 대응한다. 당연히 이렇게 어지러운 창구들이 제대로 관리되기는 어렵다.

위기관리 체계란 기본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통제되고 관리된다는 의미가 있어 그렇다. 위기가 발생하면 전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신중함이 하나의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위로부터 일선에 이르기 까지 모든 관련 정보는 통합 관리되어야 한다. 내외부로 향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이해관계자 특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일원화 되어야 한다. 그런 이후에야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통제 관리가 가능해 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궁극적으로 그런 위기관리 체계가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백에서 수천 수만에 까지 이르는 임직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 하라’ 조언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언제든 누구든 여러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차라리 창구를 일원화 해 버리면 그 창구가 보다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일원화된 창구가 단순히 ‘하나’의 의미라기 보다는 이해관계자별 일원화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언론을 향한 창구의 일원화. 검찰을 향한 창구의 일원화. 주주들을 향한 창구의 일원화. 시민단체를 향한 창구의 일원화. 내부 직원들을 위한 창구의 일원화처럼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향한 창구 각각의 일원화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위원회 내부에서의 한 목소리 중요성은 필히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각 이해관계자 창구의 전문성도 전제되어야 한다. 장기간의 훈련과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창구는 창구 일원화 개념을 정확하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기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의 의지나 입장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내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여기저기에서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다면 일단 그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위기 시 내부고발이나 내부정보 유출이 빈번해 지는 트렌드까지 생겨나고 있어서 이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통제와 관리는 위기관리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통제 관리 없이는 위기관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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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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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7편] 위기 지속기간을 단축시켜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가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해당 위기가 일단 발생했고 그 이후 공중에게 폭넓게 알려졌다면 일단 절반은 실패한 위기관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를 아예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전에 진행되어 해당 위기가 발화하는 것을 차단해 버리고, 아무도 그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일단 발생한 위기만을 가지고 그것을 관리하는 데 있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진다.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분분하고, 성패가 각자 나뉜다. 일종의 정신승리라 하는 상황이 이때 목격된다. “그 정도면 됐다” “최악은 피했으니 다행이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절반은 실패한 것이라 했다. 그 다음 단계에서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이라면 해당 위기의 ‘지속기간’이 그 기준이 될 것이다. 그 마나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의 경우 대부분이 위기지속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위기 발생 직후 위기관리 주체가 가시성을 높이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강력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상황관리 관점의 지속기간은 피해보상 등 여러 주변상황으로 인해 길어질 수 있지만, 위기를 둘러싼 사회 공중들의 주목과 비판의 기간은 최소화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패한 위기관리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위기상황을 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도 여러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위기 지속 기간이 길다는 것은 위기관리 주체가 제대로 정해진 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라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전략적 침묵이라 주장 하기도 하지만, 전략적 침묵이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에도 위기 지속 기간은 짧아져야 그것이 진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전략적 침묵 대응을 했음에도 위기 지속이 장기간 계속되기만 했다면, 그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기지속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연장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위기관리 주체가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두고 다투려 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위기관리 주체 입장으로는 해당 이슈나 논란에 있어 충분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다툼에서 이겨 더 큰 피해를 방지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

또 다른 이유는 위기가 최초 발생했던 유형과 범위를 넘어 지속 변형 확장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단순 위기유형의 경우 사후 정확한 개입과 해결책 커뮤니케이션으로 지속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위기유형의 경우 사후 더 다양한 논란이 연관되어지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추가적으로 관여하면서 위기상황이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유형은 어떻게 하던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위기관리 주체는 기존 위기관리 개념을 넘어 데미지 컨트롤 개념으로 대응방식을 한정한다. 모든 노력을 들여 최악 수준 이전에 상황을 마무리하고, 이미 입은 데미지를 관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주로 강력한 법적 대응, 합의, 대관이나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담판을 통해 상황을 정리하려는 시도를 한다.

모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주체가 얼마나 위기지속기간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을 가지고 있는 가 일 것이다. 스스로 자사가 어느 정도 맷집을 가지고 있는지 진단 또는 예측해 보는 것도 중요한 준비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전략적으로 판단해 자사가 위기지속기간을 장기화 시키면서 까지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면, 맷집을 평시 충분히 키워 놓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반대로 평시 적절한 맷집을 키워 놓지 못했다면, 위기 지속기간을 장기화 시키는 전략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위기지속기간을 장기화 시키면서까지 이루기 원하는 전략적 목적을 취하지 못한 해 그 이전에 주요 동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대부분 위기의 경우 발생 후 지속기간을 최소화 하는 것을 목표로 위기관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를 위해 준비하고 위기관리주체는 전략적 대응을 초기 집중하는 것이 이롭다. 위기상황을 장기화 또는 더욱 확산 시킬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은 조기 관리해야 한다. 추가 이해관계자 개입 여지는 없애고, 사회 노이즈는 감소시켜야 한다.

만약 어떤 특정 상황과 목적 때문에 위기지속기간을 어쩔 수 없이 장기화 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사회적 압력을 견디기 위한 맷집을 먼저 키워야 할 것이다. 이 때는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를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만큼, 데미지 컨트롤에 사활을 걸면서, 그 기간을 견뎌내야 한다. 이는 전혀 다른 싸움이기 때문에 위기관리 관점에서 권장할 주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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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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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6편] 위기 초기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떤 위기더라도 위기관리 주체가 상황을 인지하면 최대한 신속히 대응해 해당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부정 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데미지를 생산해 낸다. 더 많은 사회적 파장을 발생시키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이끌어 낸다. 굳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같은 속담을 들지 않아도, 위기 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초기 대응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 이런 다름이 생겨나는 것일까? 기업들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기업이 가장 확실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기업은 이해관계자 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오히려 위기가 기업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아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기업은 스스로 자신이 빠르다 또는 빠를 수 있다 평시 간주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대부분 느림보가 되어 버린다.

우선 일선의 위기 감지 내용이 최고위 의사결정그룹에 보고 공유 되는 물리적 시간이 길다. 그 공유 내용을 다시 분석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토론과 자문의 시간은 더 길다. 대응 방향을 정하고 일선에게 다시 대응 지시를 내리는 과정 또한 길고 길다.

대응 지시를 받은 일선은 또 어떤가? 지시 받은 대응의 준비를 위한 물리적 시간도 일선에서는 필요한 법이다. 그 후에도 많은 인력들이 상당 시간을 실행에 투입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우리가 얼핏 생각할 때 일선 감지에서 대응까지 무슨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까 의아해 하는데, 실제 현장의 프로세스를 보면 상상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체계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기업은 느리다.

그렇다면 기업은 느리다라는 생각을 평시 가지고 있는 기업은 위기관리 체계를 바라봄에 있어서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당연히 ‘보다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 할 수 있는 체계’를 지향할 것이다. 다양한 위기 유형을 놓고 대응 방식과 프로세스를 구조화 해 들여다 볼 것이다.

일선에서 감지된 상황이 최고위 의사결정그룹에 까지 보고 공유되는 단계를 대폭 축소 한다 던지. 보고 체널을 단순화 또는 동시화 한다 던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최고위 의사결정그룹이 동시 공유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 한다 던지 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일선 감지부터 최고위 의사결정그룹간 보고 공유에 소모되는 평균 시간이 6시간 가량이었다면, 이런 체계 정비를 통해 1~2시간 이내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여러 단계들을 들여다보면서 소모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한 여러 고민과 조치들을 사전에 취해 놓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이런 다양하고 디테일 한 고민들이 더해지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이미 이런 평시의 고민과 노력들을 경험했던 기업일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서 적을 기다리는 것만큼 훌륭한 위기관리가 없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기업은 미리 준비하지 않은 채 적을 맞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그 때의 경험을 차근차근 돌아보자. 감지에서 공유, 분석, 의사결정, 지시, 실행 준비, 실행까지의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뜯어보자. 그 중 어떤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었는지 살펴보자. 어떤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 되었는지 살펴보자.

사전에 조금만 노력하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기업 내에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관리 체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체계는 다음 번 위기 발생 시 실제로 각 프로세스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후 다시 새롭게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이렇게 지속적인 고민과 개선을 반복한 기업이다.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위기를 꾸준히 경험하면서 그때 그때 개선을 더해 반복했던 기업이다. 오랜 기간 여러 개선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기관리를 준비한 기업은 일단 빠르다. 뭐든 신속히 결정하고 실행한다. 스스로 보유하거나 주변에 존재하는 자사 자산을 초기에 대규모로 집중 활용한다. 모든 위기대응 역량을 초기에 투입한다.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초전에 승부를 본다. 시간을 두고 이해관계자와 경쟁한다. 이런 모든 성공은 스스로를 평시부터 관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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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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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5편] 일사불란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인간 신체를 예로 들어 보자. 사람이 길을 걷거나 밥을 먹거나 할 때 손과 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자. 사람은 어떻게 길을 걸어 갈 수 있을까? 왼쪽 다리가 앞으로 나가 땅을 밟은 이후 어떻게 오른쪽 다리를 더 앞으로 뻗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스푼을 쥔 오른손이 음식을 떠서 어떻게 입으로 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흐트러짐 없는 동작이 가능할까?

인체에는 그 모든 동작을 적시에 정확하게 운동기관에 지시하는 ‘뇌’라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뇌’가 생각하고 지시하고 감시 감독하는 데로 몸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만약 ‘뇌’가 생각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몸으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 인간의 신체 상태는 정상적인 것이라 볼 수 없다.

위기를 맞은 기업도 인간의 신체구조와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위기대응의 처음부터 끝이 모두 기업의 ‘두뇌’인 ‘위기관리위원회(위기관리팀)’의 생각과 지시에 의해 실행된다. 따라서 일선에서 목격되는 위기관리 실행의 모습을 잘 지켜보면, 그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가 어떤 생각과 지시를 내렸는지 상당부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대응 실행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일선의 실수였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핏 보면 위기관리위원회는 정확한 지시를 내렸는데, 일선에서 제대로 그 지시를 이해하고 이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다시 인체 구조를 떠올려 보자. 만약 일선에서 저지른 실수가 위기관리위원회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그 기업의 신체는 정상이 아닌 셈이다. 장애를 가진 아픈 기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에 있어 VIP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선의 대응 실행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일선에서 그리 대응 하라고 지시한적 없다” 이 또한 상당히 당황스러운 메시지다. 손과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머릿속의 뇌에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의지도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토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위험한 조직의 신체상태라는 것이다. 손발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니.

또 다른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위기관리위원회 핵심인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하지 않고 격리되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VIP가 부재한 위기관리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적절한 두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결국 일선에서 적절하지 않은 위기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일선이 적절한 위기 대응을 해도 문제다. 두뇌와 육체가 분리된 끔찍한 상태에서 육체가 무엇을 하던 그것은 정상이 아닌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부 기업의 비상식적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공감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평시도 아니고, 위해도가 극에 달한 위기상황에서 조직 일선이 각기 제 멋대로 움직이고, 두뇌의 역할을 하는 위기관리위원회는 아무런 의식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면 말이다.

기업이 위기 시 일사 분란함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극히 정상이다. 수 많은 사람이 서로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고 큰 길을 따라 걷거나, 큰 식당에서 자유롭게 식사 하는 것을 ‘대단하다’ ‘훌륭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것이다. 기업에게도 그런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기업이 어떻게 한 개인과 같은 구조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상호충돌도 있을 수 있고, 느리고, 지속적인 공유가 필요하고, 충성도와 리더십이 공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경영 리더십의 시험대라 하는 것이다. 기업 철학의 리트머스를 위기 때 확인 할 수 있다고도 하는 것이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리더들과 그렇지 못한 리더간에는 차이가 있다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대부분 리더들은 그런 리더십을 추구하고, 위기 시 좀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시 노력하게 된다.

성공적 리더는 평시 위기관리위원회와 일선간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가다듬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가면서 열심히 체계를 강화시킨다. 실제 위기를 상정해 반복 대응하는 훈련을 한다. 실제 대응을 위해 필요한 여러 자산들에 대해 고민하고 그 각각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

이는 마치 건강한 두뇌와 육체를 관리하는 노력과도 유사하다. 꾸준히 두뇌의 생각에 따라 육체를 움직이고, 손발에 힘을 키우고, 필요 시 두뇌와 몸이 보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과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같은 노력이다. 그런 일상적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위기 시 장애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력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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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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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4편] 해야 할 때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관리 케이스를 공부하고, 위기관리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에 대해 상호간 마치 지상명령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이다. 상당한 발전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지상명령 같은 원칙에는 또 다른 위험이 숨어 있다.

암묵적으로 ‘무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전략에 있어 ‘무조건’이라는 전략은 진짜 전략이 아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전략에 맞는 원칙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하는 딜레마다. 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위기관리는커녕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얻어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있으면 결과는 똑같이 부정적이 된다. 따라서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전략이라는 것은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매우 다양하게 정리될 수 있다. 기업 마다 자사 특성에 따라 그 기준은 좀더 다양하고 유연하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런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평시에 이루어지는 위기관리 체계 작업의 일환이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포함 해 위기관리 활동 하나 하나를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 결정에 대한 기준은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의 비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압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고 크다면 당연히 그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이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같은 전제보다는 이런 옵션의 이익 비교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실행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다. 만약 어떤 실행을 하더라도 위기상황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다른 실행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어떤 실행으로도 현 상황을 관리하기 힘들다면 아무 실행도 하지 않고 일단 상황변화를 예측하며 향후 추가적 준비를 행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셋째는 위기관리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하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위기관리 주체가 정확하게 우리인가? 우리가 유일한 위기관리 주체인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이런 여러 내부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홀로 튀거나, 황당하게 나서거나, 갑작스럽게 무언가 하고 나서는 모습은 위기관리에서 권장되지 않는다.

넷째는, 실행 대상과 타이밍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정확하게 설정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그 실행의 타이밍은 적절한 것인가 살펴야 한다. 무조건 신속하라 신속하라 하니까 준비 덜 된 채 잘못 설정된 이해관계자 앞에 나가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계속 경계하라는 의미다.

이상과 같은 일반적 전략적 기준에 따라 ‘필요하다’ 느껴지면 그에 따라 실행을 결정하고 진행하면 문제는 최소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 전략이 정해졌다면, 일정기간 타임라인에 따라 일관된 전략 유지 실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종 유사 업계에 어떤 특정 논란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해 보자. 주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 A는 완전하게 여론의 폭격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 외 같은 논란과 관련된 기업들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아주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만 접수하고 있다. 그 불행한 기업 A는 대대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리콜 하면서 위기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차례대로 공개 사과하고 여론의 재판에 따라 참여해야 할까? 날 좀 보세요! 하면서 언론을 모아 그간 자사 책임을 공개 인정해야 할까? 일부 소비자의 컴플레인을 넘어 신문광고를 해 리콜을 선언해야 할까?

이 경우 다른 많은 기업들은 나서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나서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것을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우리가 새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인지도 돌아볼 것이다. 그렇게 나서는 것이 소비자 대부분이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타이밍이 하필이면 지금이어야 하는지 살필 것이다.

이런 모든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이 내려지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가만히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해야 할 때만 하라는 조언은, 하지 않아야 할 때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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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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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3편]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 한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토론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발생 한 위기 상황에 대한 상호 보고와 공유를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토론의 상당 부분이 이미 문제가 된 상황에 대부분 할애 돼 버리는 현상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파악하면 할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의 비중에 있어서 이미 발생한 사실관계에 대한 과도한 반복적 언급은 비효율적인 것이다.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끄는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이 주제와 비중에 대해 정확한 관리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문제가 된 사실에 대해 본능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여기 저기 다른 부서들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논의를 제기하는 것을 일정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당부분 상황이 파악되었다고 생각되면,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토론 주제의 변경을 이끌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상황을 기반으로 현 시점에서 해당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신속히 의사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효율적으로 소화한 뒤, 더 많은 토론의 비중을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야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일선 직원들도 기억해야 한다. 초기대응에 열중하고 있지만, 곧 추가 대응 실행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면 그들의 위기관리 활동은 중단되거나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이번주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상황들을 예상 해 보아야 한다. 다음 단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상황판을 제대로 읽어보면서 위기관리 네비게이션을 켜는 것이다. 다음 단계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기반으로 곧 발생한 특정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도 인과관계는 항상 중요한 기준이다. 위기관리 주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곧 추가적인 문제가 된다. 반대로 위기관리 주체가 미리 챙겨 특정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제대로 된 관리를 하면, 그 부분은 더 이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생산판매한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발생했다면, 그 문제 여부와 책임 소재 등을 부고 왈가왈부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그 다음 단계를 미리 예상해보자는 것이다. 외부 이해관계자와 규제기관들로부터 리콜 압력이 어느 정도 예상될지 판단해 보자. 만약 상당한 리콜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면,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계획해 선언 해 버리는 것이다.

조만간 불거질 리콜 압력에 대한 적절한 예상 대신, 문제 그 자체를 놓고 시간을 보내며 적시 리콜을 결정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여론에 질질 끌려 다니게 된다. 엄청난 비판과 압력을 감내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리콜을 결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리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콜 자체에 대한 준비도 늦었을 것이다. 리콜이 진행되더라도 일선에서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리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한 기업은 그에 대한 준비의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가질 수 있게 된다. 리콜이 진행되게 되면, 그 때는 또 한 발 더 나아간 의사결정에 관심을 두게 된다. 리콜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 부분에도 관심을 둘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일부 강경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소송이나 요청에 대해서도 사전 준비가 가능하게 된다.

상황을 따라가며 의사결정을 하면 항상 늦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는 상황에 앞서가는 의사결정에 기반한다. 상황을 앞서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최소한 위기관리 주체가 상황을 통제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도 될 것이다.

일선에서 볼 때에도 위기관리팀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선제적인 지시에 대해 일선은 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여 위기를 관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밀려 겨우 움직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경험 있는 대표이사나 위기관리 매니저는 그렇기 때문에 위기대응에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주제를 관리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의 이야기는 가능한 빨린 마무리하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의 꽃이다. 다음 단계를 바라보는 위기관리의 역량이 그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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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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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2편] 네비게이션을 켜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치 앞을 모르겠다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내에서 이런 탄식이 흘러 나온다. 너무 상황이 각자 제멋대로 움직여 바로 한 시간 후도 예상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매뉴얼을 기억해 그에 정해진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보자. 요직에 있는 그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누어 보자.

일반적으로 한치 앞도 모르겠다는 것은, 현재까지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고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각자 상호 공유하는 파편적 상황들이 서로 충돌하고 오버랩 되면서 순서 자체가 헷갈리게 된 것이다. 마치 머릿속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니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관리 위원회가 다 모였으면, 커다란 칠판을 가져다 놓고 현재까지 상황을 시계열에 따라 잘 정리해 보자. 10여명 가량이 구두로만 상호 상황 공유를 할 때 보다, 다 같이 볼 수 있는 칠판에 상황공유 내용을 써 정리할 때 훨씬 더 효율적인 상황파악이 가능해 진다. 일단 기록되어 있는 상황을 기반으로 다음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기 때문에 반복이나 중복이 적어진다.

이에 따라 상황을 잘 정리하면 토론 후 1-2시간내에 현재까지의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 된다. 그리고 그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은 모두 같은 상황관을 가지게 된다. 가끔 위기관리위원회와 격리된 대표이사와 핵심 고위임원그룹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상황보고는 한층 용이해진다. 대표이사가 직접 칠판 앞에 와 앉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하는 상황은 지속적으로 추가 기록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더해 예상 상황변화도 가능한 정리해 기록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이해관계자를 우선해야 하는지, 어떻게 각자 책임과 역할을 나누어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해야 하는지,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관리책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맨 위 가장 잘 보이는 칠판 부분에는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과 목표를 정리해 놓도록 하자. 위기관리 대응책이 나오면 그것을 목적과 목표에 따라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대응이 실제로 잘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아직도 실행 중인지 파악해서 대응 기록에 표식을 메겨보자.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문의나 요청 사항 또한 정리해 기록하자.

이에 더해 이 종합상황판을 보며 최고의사결정자들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시나리오들을 정리해 보아야 한다. 현재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다가올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 진다. 홍보의 시각, 법무의 시각, 대관의 시각, 영업의 시각, 마케팅의 시각, 기획의 시각, 재무의 시각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추가 발생할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경우와 저런 경우들로 예상 상황을 그룹화 할 수도 있게 된다. 그 중 최악의 상황도 보는 눈이 생긴다. 마이너 한 상황에 관해서는 사전 완화나 방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을 수 있게도 된다. 이 때부터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이러한 대응 프로세스를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비유 해보자. 운전자가 곧 위기관리위원회라 생각하자. 운전자가 자동차에 올라 탄다.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해 네비게이션을 켜 목적지를 입력한다. 이는 곧 위기관리위원회가 기록과 분석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네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여러 행로를 추천한다. 이 후 운전자가 원하는 기준에 따라 행로를 결정하게 된다. 초행길이라면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행로를 쭉 살펴 볼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 우회전 하고, 어떤 지역에서 고가도로를 타야 하는지 살핀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과 빌딩들을 지나야 목적지가 보일지도 네비게이션을 들여다 보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운전자가 이제 자동차를 몰고 그 네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한다. 실제 위기관리가 실행되는 순간이다. 한참을 운행하다 보니, 갑자기 길이 막히고 진전이 힘든 상태가 된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우회도로들을 다시 계산해 제시해 준다. 그 중 한 도로를 결정하고, 운전자는 그 길을 찾아 차를 움직인다. 그때 그 때 도로상황에 따라 새로 제안되는 우회도로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만약 위기관리위원회가 모인 장소에 제대로 관리되는 상황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네비게이션 없이 머릿속 기억과 운에 의지해 낯선 길을 가는 운전자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몇 백 미터 마다 차를 세워 주변 행인에게 방향을 묻는 혼돈의 실행이 반복될 것이다. 갑자기 막히는 길을 우회해 보려 해도 확신 가는 길이 없고, 자칫 잘 못된 길에 들어서면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결국 몇 번 우회와 막다른 골목을 경험하게 되면, 최초 원했던 목적지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될 대로 되라며 자동차를 길가에 세우게 된다. 운전자는 운전자 대로 피곤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무리한다. 위기관리위워회, 상황판, 예상 시나리오, 의사결정 패턴에 문제가 있다면, 항상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떠올려 보자. 무엇이 왜 잘 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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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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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1편] 원점은 필사적으로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잃을게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기가 발생했다. 그 위기에는 항상 위기관리 주체가 있게 마련이다. 그 위기관리 주체는 왜 위기를 관리해야 할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신(자사)에게 큰 위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잃을게 많다는 것이다.

위기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위기관리 주체와 그 주변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비교해 보자. 위기관리 주체만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잃을게 많은 측이 없다.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별로 잃을게 없다.’ 그래서 위기 때 이해관계자들이 무섭다 하는 것이다.

그 중 해당 위기로 의한 직접 피해나 고통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이슈를 확산시키는 소수 이해관계자를 ‘원점’이라 한다. 위기는 해당 원점의 적대성, 적극성, 활동성, 영향력 등 여러 특징에 따라 그 크기와 파장이 결정된다. 이 ‘원점’을 건너뛰고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어려워진다. 위기 상황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일정수준 이상 커지면, 관리되지 않은 원점은 ‘더 이상 잃을게 없는’ 보다 강력한 이해관계자로 자리매김한다.

흔히 변호사들은 쌍방간 법적 갈등을 중재하기 전 자신의 의뢰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냥 적당하게 합의 하시죠. 그게 지루한 소송을 거치는 것 보다 결과적으로 더 낫습니다.” 하지만, 조언에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이는 의뢰인은 적어 보인다. 감정이 상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싶어한다. 상대를 파괴하거나 본 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한다. 많은 소송이 이 때문에 활성화 된다. 결국 소송 갈등 쌍방은 상당한 것을 잃은 후 판결을 받는다. 그것이 돈이건, 시간이건, 노력이건, 명성이나 사회적 위치이건 잃는 게 많은 측은 결과적으로 항상 더 불리하다.

위기관리에서 원점관리도 이와 비슷한 감정 때문에 어려움을 반복한다. 초기 기업은 해당 원점을 법적으로 주로 대한다. 법적 문제가 없다거나 경미 하다는 식으로 원점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원점이 그런 대응으로 인해 관리 될 가능성은 없다. 그 이후 기업은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원점에게 예고한다. 원점에게 싸움을 시작하자 하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은 오히려 ‘자사는 잃을게 없으며, 법적 대응을 통해 이길 확률이 높다’ 생각 한다. 하지만, 원점이 본격적 적대감을 활성화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이슈가 공표되고 확산된다. 온라인 상 공분은 쉽게 만들어 진다. 언론이 이에 주목해 취재를 시작하고 이슈를 더욱 더 확산시킨다. 점점 더 많은 공중이 원점의 주장에 공감한다. 소비자를 포함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슬슬 해당 이슈에 관여 하게 되고, 점차 해당 기업에게 부정적인 피해들이 실제 발생되기 시작한다.

이 정도 상황이 악화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두 주장이 대두된다. “더 이상 원점을 방치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빨리 원점을 관리해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하자”는 원점관리 주장이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된 이상 이제 와 무슨 원점을 관리하나. 원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그 외 부분에서 위기관리 하자”는 원점관리 포기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이 맞부딪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는 최고의사결정권자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강력하게 살아 움직이는 원점을 방치한 채 주변적으로 진행되는 위기관리는 큰 한계와 마주하게 되니 문제다. 해당 원점이 새로운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게 되므로,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은 그 새 상황을 따라가기에도 바쁘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입을 닫게 된다. 위기관리 자체를 포기하는 형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해당 위기의 원점을 초기에 모든 노력을 다해 관리 성공하게 되면, 그 다음 위기관리는 상당부분 쉽고,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추가적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 추가적으로 뛰어드는 이해관계자를 사전에 제한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데미지를 적게 입은 상태에서 위기를 관리 종결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원점을 장기간 방치하고, 심지어 위기가 종결될 때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원점관리를 거부해 해당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문제 원점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몇 년 후 기업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결국 기업이 얻는 것은 무얼까? 그간 파괴된 기업 명성이나 매출 하락, 영업 데미지, 교체된 경영진, 기업의 법적 조사와 수사 등 여러 살풀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은 ‘잃을게 없는 상대와 맞서 싸우는 잃을게 많은 사람’일 것이다. 원점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자. 원점은 관리의 대상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문제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생각하자. 보다 영리해지자. 감정을 관리하면서 담담하게 손익을 따져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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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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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0편] 이해관계자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을 하나 하나 돌아보면 유사한 사람들의 그룹이 보인다. 그 그룹을 다시 살피다 보면 그룹별 우선순위가 보인다. 이렇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의 관점에서 해당 위기를 살펴 보는 훈련은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이해관계자란 그런 의미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위기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 위기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 위기 때문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 위기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하며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위기를 둘러싼 각자의 이해관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에서는 그런 여러 사람이 가진 이해관계를 잘 살피고, 그 각각에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그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고, 순서를 어떻게 지켜 관리하는 가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는 종종 갈린다.

위기관리를 위해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잘 지켜가며 관리하라는 조언을 들을 때는 누구든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사람을 보지 않는다. 해당 상황만 바라본다. 그들의 시각에서 처음부터 사람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한참 따지고, 그 상황을 법적으로 분석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은 부쩍 높아진다.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행히도 ‘사람’은 보는데, 이해관계자 그룹 설정을 힘들어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몇몇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안전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눈 앞의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심각한 제품 하자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컴플레인 하는 몇몇 소비자만 바라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 이외에 더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거나, 그에 대비하지 못하니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눈 앞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가 보인다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들의 가족들도 함께 보여야 한다. 그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의 모습도 보여야 하고, 상황 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서와 경찰 인력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피해 지역 주변의 주민, 뛰어다니는 직원, 곧 있으면 피해지역으로 달려 올 지역정부 관계자…이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 눈에 보여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또 어떤 기업은 평시 매뉴얼 등에 따라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보고, 이해관계자 그룹을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넘어져 있는 피해자나 컴플레인 하는 소비자를 건너 뛰고, 다가오는 언론에 우선 집중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피해자나 소비자들은 아무런 유효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언론 앞에서 회사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가 과감하게 생략 된 셈이다. 건너 뜀이나 생략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단추를 순서대로 끼우지 못하니 위기관리 전체 모양이 좋게 마무리 될 리 없다. 일단 잘 못 끼워진 단추는 죄다 처음부터 풀러 다시 끼우는 것이 유일한 개선인데. 위기관리에서는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번 잘 못 끼워진 이해관계자 단추는 풀기도 어렵고 다시 끼우기도 힘들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볼 때 전반전을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은 위기관리 목표와도 연동이 된다.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까지 향후 진행될 예측 상황 구간을 정한다. 그리고 그 구간에 따라 1차, 2차, 3차 위기관리 목표를 정한다.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이렇게 정해진 각 차수 위기관리 목표에 따라 하나 하나 정해진다. 우선순위란 단순 서열의 의미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역량과 자산을 투입하는 분량과도 연동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원점’이라 볼 때 해당 ‘원점관리’에 보유 역량의 얼마를 투입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우선순위에 해당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하다 우선순위가 정해진 이해관계자 관리에 순서적으로나, 역량 및 자산 투여적 측면으로나 압도적 관리를 진행해 초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다음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의 위해도는 그에 따라 현격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해관계자들의 위해도는 더욱 더 낮아 진다. 결국 최초 우선순위에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에 먼저 성공하면 결국에는 이후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유형도 줄고, 당연히 각각의 위해도도 저하시킬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단추를 보고 순서대로 단추를 하나 하나 잘 끼워 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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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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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2018 2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9편] 압도적으로 의사결정 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9편] 압도적으로 의사결정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다. 직접적으로 회사에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면서 사회적 평가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일단 매출이 줄어간다. 평시 해 오던 여러 활동들이 중단되거나 취소 되고 있다. 당연 주가는 빠지고, 투자자들과 여러 주주들이 무언가 빨리 대응 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기관리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들의 공통적 생각은, 해당 위기에 딱 맞는 적절한 수준의 대응을 통해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경영자로서 ‘부화뇌동’이나 ‘오버 대응’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수준의 대응을 찾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해당 위기를 단번에 관리해 버리면 그 보다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대응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다. 내심 기대했던 대응인데, 그 대응이 결과적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결정자는 한번 더 고민한다. 주변에서는 ‘적절한 수준’만 고집하지 마시고, 보다 ‘압도적 수준’의 대응을 고려하시라는 조언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리더는 다시 ‘적절한 수준’과 ‘압도적 수준’ 그 중간 어디엔가에서 합의점을 찾으려 애쓴다. 그런 노력이 곧 위기관리라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리 해 결정된 ‘한층 강화된 (중간적) 수준’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아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시 그런 대응 수준이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다면 이제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위기까지 발생하게 된다. 내부에서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의사결정을 했던 리더의 자격과 역량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보다 압도적으로 대응을 했었어야 했어” “자꾸 찔끔찔끔 대응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거지” “문제를 해결 할 수준의 배포가 없는 리더야” 같은 내부 평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리더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압도적 대응’을 조언하거나 주문하는 주변 리더들의 이야기가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압도적 대응을 계속 주장하는 저 사람들은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 없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제 와서 저들이 주장하는 압도적 대응을 결정하면 저 사람들에게 지는 셈이 되는 걸’이라며 의사결정을 더더욱 지연시키며 주저한다. 결국 위기는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상태로 거대해진다.

시간은 흐르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여러 피해는 계속되고, 내부에서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 ‘위기를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기에게 자신이 관리 당한다’라는 말과 같이 극단적으로 악화된 위기가 회사와 의사결정권자인 리더를 관리하게 되는 시점까지 오게 된다.

이정도 시점이 되면 최종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압도적 대응’을 억지춘향식으로 발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상황은 상황대로 이미 악화 되었고, 보호할 수 있었던 많은 자산들이 날아갔고,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었던 기업 명성이나 평판도 죄다 무너져 내린 후다. ‘사후 약방문’ 평가를 받으면서 허망한 ‘압도적 대응’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사례들을 보면, 가장 마지막에 내린 의사결정과 그에 의한 대응을 위기 발생 직후 바로 실행했었다면 성공했었을 케이스들이 꽤 많다. 초반에 압도적으로 원점관리를 했었어야 했다. 초반에 리더가 앞으로 나와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압도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그들이 놀랄만한 개선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었어야 했다.

문제 중심에 있는 최고위 책임자에게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완전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리콜을 신속 실시하고, 소비자들에게 다가 갔어야 했다. 문제 제품이나 사업부문을 바로 포기했어야 했다. 문제의 브랜드를 포기해서라도 다른 여러 브랜드들을 살렸어야 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보를 스스로 먼저 발표하고 문제를 직접 관리했었어야 했다.

이런 ‘…했어야 했다’는 개념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왜 그런 대응을 초기에 못했었는지 돌아보라는 이야기다. 다음에는 위기발생 직후 그런 압도적 대응을 빨리 의사결정 할 수 있을지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압도적 대응이란 해당 위기를 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을 의미한다. ‘과하다’ 또는 ‘놀랍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노린다. 이해관계자들이 더 이상 화를 내거나, 손가락질 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준의 대응이다. 압도적 대응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당 기업의 강한 의지이자, 책임을 표현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압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이미 알고 있다.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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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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