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4편] 해야 할 때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관리 케이스를 공부하고, 위기관리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에 대해 상호간 마치 지상명령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이다. 상당한 발전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지상명령 같은 원칙에는 또 다른 위험이 숨어 있다.

암묵적으로 ‘무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전략에 있어 ‘무조건’이라는 전략은 진짜 전략이 아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전략에 맞는 원칙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하는 딜레마다. 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위기관리는커녕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얻어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있으면 결과는 똑같이 부정적이 된다. 따라서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전략이라는 것은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매우 다양하게 정리될 수 있다. 기업 마다 자사 특성에 따라 그 기준은 좀더 다양하고 유연하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런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평시에 이루어지는 위기관리 체계 작업의 일환이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포함 해 위기관리 활동 하나 하나를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 결정에 대한 기준은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의 비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압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고 크다면 당연히 그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이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같은 전제보다는 이런 옵션의 이익 비교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실행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다. 만약 어떤 실행을 하더라도 위기상황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다른 실행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어떤 실행으로도 현 상황을 관리하기 힘들다면 아무 실행도 하지 않고 일단 상황변화를 예측하며 향후 추가적 준비를 행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셋째는 위기관리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하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위기관리 주체가 정확하게 우리인가? 우리가 유일한 위기관리 주체인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이런 여러 내부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홀로 튀거나, 황당하게 나서거나, 갑작스럽게 무언가 하고 나서는 모습은 위기관리에서 권장되지 않는다.

넷째는, 실행 대상과 타이밍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정확하게 설정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그 실행의 타이밍은 적절한 것인가 살펴야 한다. 무조건 신속하라 신속하라 하니까 준비 덜 된 채 잘못 설정된 이해관계자 앞에 나가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계속 경계하라는 의미다.

이상과 같은 일반적 전략적 기준에 따라 ‘필요하다’ 느껴지면 그에 따라 실행을 결정하고 진행하면 문제는 최소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 전략이 정해졌다면, 일정기간 타임라인에 따라 일관된 전략 유지 실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종 유사 업계에 어떤 특정 논란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해 보자. 주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 A는 완전하게 여론의 폭격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 외 같은 논란과 관련된 기업들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아주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만 접수하고 있다. 그 불행한 기업 A는 대대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리콜 하면서 위기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차례대로 공개 사과하고 여론의 재판에 따라 참여해야 할까? 날 좀 보세요! 하면서 언론을 모아 그간 자사 책임을 공개 인정해야 할까? 일부 소비자의 컴플레인을 넘어 신문광고를 해 리콜을 선언해야 할까?

이 경우 다른 많은 기업들은 나서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나서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것을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우리가 새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인지도 돌아볼 것이다. 그렇게 나서는 것이 소비자 대부분이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타이밍이 하필이면 지금이어야 하는지 살필 것이다.

이런 모든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이 내려지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가만히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해야 할 때만 하라는 조언은, 하지 않아야 할 때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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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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