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3편]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 한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토론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발생 한 위기 상황에 대한 상호 보고와 공유를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토론의 상당 부분이 이미 문제가 된 상황에 대부분 할애 돼 버리는 현상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파악하면 할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의 비중에 있어서 이미 발생한 사실관계에 대한 과도한 반복적 언급은 비효율적인 것이다.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끄는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이 주제와 비중에 대해 정확한 관리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문제가 된 사실에 대해 본능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여기 저기 다른 부서들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논의를 제기하는 것을 일정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당부분 상황이 파악되었다고 생각되면,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토론 주제의 변경을 이끌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상황을 기반으로 현 시점에서 해당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신속히 의사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효율적으로 소화한 뒤, 더 많은 토론의 비중을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야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일선 직원들도 기억해야 한다. 초기대응에 열중하고 있지만, 곧 추가 대응 실행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면 그들의 위기관리 활동은 중단되거나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이번주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상황들을 예상 해 보아야 한다. 다음 단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상황판을 제대로 읽어보면서 위기관리 네비게이션을 켜는 것이다. 다음 단계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기반으로 곧 발생한 특정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도 인과관계는 항상 중요한 기준이다. 위기관리 주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곧 추가적인 문제가 된다. 반대로 위기관리 주체가 미리 챙겨 특정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제대로 된 관리를 하면, 그 부분은 더 이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생산판매한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발생했다면, 그 문제 여부와 책임 소재 등을 부고 왈가왈부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그 다음 단계를 미리 예상해보자는 것이다. 외부 이해관계자와 규제기관들로부터 리콜 압력이 어느 정도 예상될지 판단해 보자. 만약 상당한 리콜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면,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계획해 선언 해 버리는 것이다.

조만간 불거질 리콜 압력에 대한 적절한 예상 대신, 문제 그 자체를 놓고 시간을 보내며 적시 리콜을 결정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여론에 질질 끌려 다니게 된다. 엄청난 비판과 압력을 감내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리콜을 결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리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콜 자체에 대한 준비도 늦었을 것이다. 리콜이 진행되더라도 일선에서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리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한 기업은 그에 대한 준비의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가질 수 있게 된다. 리콜이 진행되게 되면, 그 때는 또 한 발 더 나아간 의사결정에 관심을 두게 된다. 리콜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 부분에도 관심을 둘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일부 강경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소송이나 요청에 대해서도 사전 준비가 가능하게 된다.

상황을 따라가며 의사결정을 하면 항상 늦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는 상황에 앞서가는 의사결정에 기반한다. 상황을 앞서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최소한 위기관리 주체가 상황을 통제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도 될 것이다.

일선에서 볼 때에도 위기관리팀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선제적인 지시에 대해 일선은 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여 위기를 관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밀려 겨우 움직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경험 있는 대표이사나 위기관리 매니저는 그렇기 때문에 위기대응에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주제를 관리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의 이야기는 가능한 빨린 마무리하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의 꽃이다. 다음 단계를 바라보는 위기관리의 역량이 그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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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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