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편]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편]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은 투자다. 위기관리에서도 이 의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먼저 투자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여러 자산들이 손실 또는 손상된다는 의미다. 손실 또는 손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기업은 살아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평소 기업이 생성 유지 관리하는 자산이 많고 두텁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살아 남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기업보다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좋은 품질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게 품질 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치자. 기존의 명성은 물론 상당히 많은 충성 소비자들이 그들의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 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실망 하고, 회사와 제품에 대한 기대를 상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자들은 해당 회사의 명성을 믿고, 기대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위기관리를 통해 그렇게 만든다면 승산은 있다. 위기관리 전략은 그런 자산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반대로 품질문제로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켜 조악한 품질로 오명이 존재하던 회사의 제품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치자. 이런 경우 앞 사례와는 달리 대부분 소비자들이 떠나갈 것이다. 품은 기대도 없었고, 명성이나 기대 조차 없기 때문에, 해당 회사는 외톨이가 돼 버린다. 위기관리 전략이나 역량은 별 쓸모가 없어진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자산은 매우 다양하다. 관계 자산이라 불리는 그런 류의 자산에는 대언론 자산, 대검찰 자산, 대경찰 자산, 대국회 자산, 대정치권 자산, 대 시민단체 자산, 대 소비자 자산, 대 직원 자산, 대 지역 커뮤니티 자산, 대 투자자 자산, 대 공중자산, 대 온라인 공중 자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해 그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해 놓고, 좋은 인식을 심어 놓는 투자를 해야 이런 자산들은 보유 가능해 진다.

좋은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우호적 자산으로 성장시켜 관리하는 투자와 노력. 평시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 그런 노력 자체가 사업이다. 평소 얼마나 두터운 우호 관계 자산을 마련해 놓았는지는 위기 시 그대로 드러난다. 평시에는 남과 비슷하게 무언가 하고 있다 자랑하던 기업들도 위기 시 벌거숭이 모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평시 무언가 잘 못된 투자를 해 왔다는 의미다.

어떤 기업은 그런 여러 자산을 관리하려면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하소연한다. 담당 직원들을 임명해 과외적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된다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기자들과 왜 홍보실 직원들이 밥을 먹고 술을 사야 하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 CEO도 있었다. 회사가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접대 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 CEO는 관계를 위기 시 구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좋은 로펌을 고용하면, 대관이나 대검찰 관련 한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언론과의 관계도 간편하게 위기 시 홍보대행사를 고용하면 해결된다 믿는 기업 CEO도 있다.

관계 자산은 평시 투자 없이 얻을 수 없다. 관계 자산 중 일부나 단편적으로 차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비상시 차용도 한 두 번이다. 자사가 노력하고 투자해 보유한 관계 자산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런 관계 자산에는 진정성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없을 때 아쉬울 때를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쉬울 때 그 때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미국 명언에도 이런 말이 있다. “친구가 필요할 때, 친구를 만드는 것은 너무 늦은 짓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기억해 보자. 위기를 대비해 관계 자산 투자에 힘쓰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미리 미리 해야 할 숙제를 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그런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를 흔히 로비, 뇌물이나 매수 정도로 오해하기도 한다. 접대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을 대표해 관계 자산을 관리해 본 담당자들은 이해한다. 관계 자산은 시간과 정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돈을 퍼 붓고, 접대를 해도 관계 자산 형성이 힘든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 우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겨우 형성 가능한 자산이다.

위기 시를 대비해 기업들은 보험에 든다. 공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공장에 화재가 날 것을 대비해 보험을 든다. 각종 중요 설비들에도 보험을 든다. 최고 경영진을 위한 보험도 있다. 모든 보험은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시 기업의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사실 보험보다 훨씬 유효한 투자의 성격도 가진다. 보험은 위기 시에만 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관계 자산은 평시에도 종종 효력을 발휘해 준다. 자사의 관계 자산을 한번 평가해 보자. 충분한가? 준비되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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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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