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6편]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6편]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에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 보면 참 무식한 말이다. 안 되는 것은 그 나름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그런 이유를 무시하고 무조건 되게 만들라는 지시가 너무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하라면 해”라는 말이 있다. 군대식 용어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처럼 민주적이고 상호이해에 기반한 말이 없다. 무엇이 되지 않는다면 그 안 되는 이유를 곰곰이 살피고, 그 이유를 개선하거나 제거해 주면 결과적으로 무언가 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호간 소통과 고민이 전제되면 그 보다 좋은 개선이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안되면 되게 하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표이사와 같은 위기관리 리더십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인사이트 아닌가 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리더십에는 여러 챌린지가 가해진다. 제한된 정보와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감은 물론이다.

“이번 소비자 컴플레인들을 분석해 보니 우리 OO제품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 전량 리콜하는 것을 고민해 봅시다. 이렇게 가다가는 크게 문제가 될 겁니다.” 대표이사가 위기를 예상하며 이런 지시를 한다. 그러면 일부 임원들은 이런 이유를 댄다. “대표님, 그게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 풀려있는 OO제품이 너무 많아, 전량 리콜 하게 되면 올해 장사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재무적으로 너무 큰 부담입니다”

이 말을 듣고 “하라면 해!” 소리치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봅시다”는 지시를 할 것이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해당 제품의 문제가 시장에서 공론화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우리가 하고 싶지 않아도 리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어떤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지 고민해 봅시다. 또한 재무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대책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이런 토론과 지시가 이어진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이야기는 이런 토론과 지시에 대한 것이다. ‘안되니 못하겠군’이나 ‘안 되는 건 다 안될 이유가 있는 법이지’ 같이 생각하지는 말자 하는 것이다.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 그 이유를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위기관리 리더십이 주목해야 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말 하세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가 최선 다해 지원하겠습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위기관리 리더십은 빛이 난다.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없다. 일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오는 상황이 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방향으로 더 해 보라”는 지시와 함께 위와 같이 “최선 다해 지원할 테니 해보라”는 말처럼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신임 대표라면 수십 년간 이어진 자사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 적폐를 개선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시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실무 임원들은 ‘그렇게 개선하지 못할 이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나름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게 다 안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하는 비아냥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지 못할 이유를 적극 확인해 개선이나 제거해 버리면, 그 적폐는 더 이상 위기요소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회사차원의 찜찜함은 없어지게 된다. 할 수 있다는 고민을 통해 ‘못할 이유’를 없애는 일이 이어진다면 해당 회사는 점점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반면 일부 회사에서는 위기관리 시 ‘하지 못할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이를 핑계 대는 위기관리 조직이 목격된다. 결국 그들의 결론은 “일단 두고 보자” 또는 “어쩔 수 없다. 맞고 가자”는 방향이 된다. 지난번도 그랬으니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이야기 한다.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개선안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대표가 일선이 주장하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별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해결하면 내가 책임진다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니 문제는 계속된다. 물론 모든 이유들에 해결책이 나와 단박에 해결되거나, 간단하게 조치해 개선될 수 있는 것들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 해결책을 마련해 가면서 ‘되게 만드는’ 노력은 어떻게든 지속되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직접 물어보자. “왜 이게 안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이유를 대는 부서와는 그 이유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하겠다. 반면 그에 대해 이유를 대지 못하는 부서라면 그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하지 않고, 공론화 하지 않는 ‘이유’가 훨씬 더 치명적인 것일 수 있다. ‘이유를 말해 봤자 해결 안될 것이 뻔해’라는 마인드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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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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