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편] 모니터링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굳이 이슈나 위기관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시적 상황 및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예로 소비자 이슈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선 대리점과 영업직원들의 일사불란 한 정보 취득과 보고 창구처럼 훌륭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존에 운용되던 대관과 법무, 자문 로펌들, 그리고 홍보실을 통한 창구처럼 유용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비교해 일부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중견 중소 기업에서는 사외이사들이나 고문 또는 오너가 스스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창구들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기 위한 위기관리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외부 이해관계자 환경이나 미디어 성향이 바뀌며 지속 업그레이드 되고 변화되어 왔다.
기업 홍보실만 해도 십 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간지와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매체와 정보지 모니터링이 그들 모니터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보실의 모니터링 대상이 기존 언론 매체들과 정보지를 넘어, 포탈, 게시판, 카페, 기타 커뮤니티에 소셜미디어 채널 전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 해졌다. 예전 정기 모니터링 보고의 개념이 이제는 실시간 보고 개념으로까지 발달해 버렸다.
다른 부서들의 모니터링 방식들도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이런 변화들의 주요 특징을 꼽아 보자면, 실시간, 신속성, 다양성, 직접성 등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빠른 보고와 공유가 가능한 환경이 되었으며, 다양한 의견과 상황들이 대량으로 취합되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모든 정보들이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예전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바로 전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불만 글을 이제는 CEO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읽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볼 때 기업의 모니터링 역량과 체계는 지속 발전한 반면, 그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의사결정그룹의 정보 처리 체계와 역량은 그에 발맞추어 발전했다고 보기 힘들다.
실시간으로 바닷물처럼 밀려드는 정보들을 의사결정자들이 실시간 모여 앉아 들여다 보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발전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취합 분석 보고되는 상황 및 이해관계자 정보들을 의사결정그룹이 분석하고 트래킹하는 보다 ‘체계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취합되는 모니터링 정보에 있어 불필요한 중복이나 예상외 누락이 있다면 그 부분을 체계적으로 발견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는 부서들간의 사일로(silo)는 없어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산발적으로 또는 때때로 압도적 분량으로 취합 보고되는 모니터링 창구의 정보들을 크로스 체킹하는 담당그룹이 있어야 한다.
그 후 특정 담당그룹을 통한 통합적 정리 보고가 가능해야 한다. 그 보고 수준과 양식은 최대한 의사결정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익숙해야 한다. 의사결정그룹은 당연히 최대한 정리된 정보들을 전략적 시각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서 대응 전략과 플랜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시 모니터링 보고 체계란 아무 의미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 자체에는 투자 하고, 담당자를 배정한다. 그러나 그 위로 올라가보면 모니터링 결과들을 제대로 프로세싱 해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체계에 대한 투자나 인력 배치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느낌을 받는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러한 전문 인력을 ‘관제탑(control tower)’ 개념으로 정의한다.
어떤 대기업은 ‘국정원 보다 정보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런 명성(?)은 사실 ‘그런 정보력을 가졌다’ 또는 ‘그런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는 단순 사실에서만 생겨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자사의 대응 전략과 실행에 반영하여 신속히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런 명성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관제탑이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투자되어야 한다. 모니터링이 단순히 일선 창구의 일상업무로서의 의미로만 존재하거나. 취합된 정보가 분석되지 않고 일선에 남아 있거나. 여러 정치적 요인으로 보고되지 않고, 보고되어도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모니터링에 투자하기 전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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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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