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4편] CEO가 직접 질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회사는 잘 되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위기관리에서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위기를 대비해 정말 잘 준비 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CEO가 스스로 우리 회사는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진짜 큰 문제다.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언제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가올 수 있다고 믿는 CEO라면 그런 장담을 하긴 힘들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에도 준비 되어 있는 기업들에겐 꼭 ‘질문하는 CEO’가 있다.
최근 타사에게 발생한 이슈가 눈에 띈다면 CEO는 관련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더 나아가 “그런 이슈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회사보다 더 잘 대응 할 수 있을까요?” 질문해야 한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면 “누가 그 이슈에 대한 대비를 담당해야 할까요?” “그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관심은 무엇일까요?” “언제까지 그에 대한 대비나 방지 작업이 끝날 수 있겠습니까?”와 같은 실질적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깊은 CEO들은 그런 방식으로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CEO의 그런 질문들은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많은 임원들이 CEO의 그런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고, 나름대로 체계를 진단하기 시작한다. 평소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일선 직원들도 한번 더 관련 이슈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전사가 질문 받은 그 이슈에 대해 살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CEO가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렇다. “우리는 이상 없지?” “잘되어 있지?” “잘 해 봐” 이런 질문은 금물이다. 그 질문에 답변하는 임원들이 할 수 있는 답변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네, 이상 없습니다.” “잘 되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이 외에 임원들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문제는 그 이후 살펴봄이나 생각이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CEO께서 항상 이런 메시지를 내외부로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는 60년 역사를 가진 회사로 내공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이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습니다.” “제가 어떤 지시를 내리면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뭐든 해내는 그런 실행력이 있답니다.” 이런 조직은 상당히 멋진 조직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런 희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일선에서 보면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체계는 잘 되어 있다 하면서도, 위기관리에는 내심 자신 없어 하는 투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해당 매뉴얼을 믿지 못한다. 위기관리팀이 정해져 있다고 하면서도, 해당 팀이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지는 궁금해 한다.
협업체계를 가동해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평소에도 강하게 존재하는 사일로(silo)를 깨지 못한다. 빠르게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빠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옥상옥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의 ‘찜찜함’이 실제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그런 찜찜함은 평소 CEO의 계속 된 질문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위기 시 실제 가동될까요? 한번 매뉴얼에 따라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나요? 이런 질문들이 곧 매뉴얼에 대한 찜찜함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 준비가 실제로 잘 되어 있는가는 진짜 위기가 발생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일부 자랑을 할 수도 있고,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고 있느냐 여부다.
조직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 CEO는 평소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와 책임을 위기관리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질문을 자주 다양하게 하는 CEO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는 경영자일 것이다.
CEO가 되기 전 수십 년간 위기관리 훈련과 실제 위기관리 과정을 반복 경험한 CEO는 그렇지 못한 CEO와는 다르다. 당연히 질문의 구체성이나 현실성도 다른 CEO와 다르다. 알면서 질문하는 질문자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경험해본 것을 묻는 질문자에게 답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임원들에게 CEO가 직접 질문해 보면 안다. 스스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는 질문 몇 개로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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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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