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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기는 사라진다

[The PR 기고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기는 사라진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발생된 위기는 사라진다. 언젠가는 우리 기억에서도 잊혀진다. 위기를 모든 사람이나 기업이 필히 관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관리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그 위기로 자신이 잃을 것이 많아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반대로 그 위기로 잃을 것이 없거나, 무시할 만하다면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된다.

실행해서 얻을 것이 있다면 그 대응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아 특정 위기관리를 하더라도 얻을 것이 변변하지 않다면 그 대응은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잃을 것이 없는 개인이나 사람이 억지로 위기관리를 하려 할 때 발생된다. 별로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인데도 오버해 대응하다 보니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실행해도 얻을 것이 뻔한데, 막무가내로 힘들게 실행 해 망신을 당하고 결과를 망친다. 왜 그런 전략적이지 못한 대응을 했는가 물으면 그런 경우 대부분은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어서’ 또는 ‘본 때를 보여주려고’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아쉬운 경우다.

이번에는 위기 발생 시 대응을 해야 하는 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쟁점들을 살펴보겠다. 위기관리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가장 위험한 단어는 ‘무조건’이라는 말이다. 이 다음 글을 읽기 위해서는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는 상식을 먼저 버리자.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해야 할 때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는 새로운 상식을 가지고 글을 읽어 보자.

대부분의 위기는 스스로 사라진다

이건 진리다. 몇 년간 수십년간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개인이나 기업의 위기는 없다. 며칠이나 몇 개월 고생을 해도 결국 위기는 사라져 버린다. 엄청나게 활활 타오르는 산림의 화재도 언젠가는 꺼져 버리게 마련이다. 한없이 밀려오는 강물도 언젠가는 줄어든다. 어떤 위기 건 끝이 있다.

그에 비해 위기관리 주체인 자신이나 자사는 대부분 그 끝을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함을 보인다. 금세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폭발적인 억울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대적하고 싶은 본능으로 고통받는다. 전문가들이 좀 더 미래를 보자 하더라도 그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이든, 어떻게 든 대응해야 이 상황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 위기를 검증된 의사결정자 스스로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대응의 첫걸음이 된다. 금세 사라질 성격인지, 장기간 소란을 피울 성격의 것인지 먼저 판정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간 소란이 이어질수록 우리에게 점점 더 큰 데미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살펴보자. 일단 이미 받은 데미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데미지가 계속 추가되어 우리의 맷집 한도를 뛰어 넘게 될 상황인지 여부다. 대응은 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무언가 얻을 것이 있을 때만 대응하자

특정 대응을 실행해서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그건 실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경우 그 대응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측해 볼 때 실행을 하더라도 크게 얻을 것이 없거나, 전혀 목적과 동떨어진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실행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홧김에 하는 대응은 위험하다. 기분전환용 대응도 그렇다. 억울함이나 분노를 어떻게 든 풀어보려 하는 대응도 종종 큰 논란을 만든다. 그걸 “왜 실행하는가?”라는 질문에 즉각적으로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이 궁하다면 그 실행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 이유가 있더라도 들어보아 위기관리를 위한 핵심 목적이 아니라면 조금 참아 보는 것이 낫다.

조금이라도 얻는 것이 있다면 이것 저것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질문하는 개인이나 기업도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속에서 타오르는 불이나 밀려오는 강물도 언젠가는 줄어든다. 사소하게 실행한 여러 대응이 그 결과를 만들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대응은 그냥 소모적인 것일 뿐, 진정한 위기관리는 되지 못한다.

전략을 기술이나 트릭과 혼동하지 말자

위기관리에서는 순리를 따라야 그나마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해서는 안되는 대응을 두고 스스로 기술적인 것이라 부르면 안된다. 신기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대응도 매번 바람직할 수는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과 트릭을 총동원해서 하는 희한한 대응은 자칫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자신 또는 자사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 평시가 아니라 특정 위기시에 위기관리 주체인 자신 또는 자사의 의지대로 여론이 움직여진다 믿는 근거는 무엇일까?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이다.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도 그렇다.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 또는 내부고발자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충격적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한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훌륭한 전략은 견디는 것이다. 자신이나 자사의 맷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꼭 해야 하는 대응에 효과적으로 집중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그 기간 동안 입은 데미지는 사후에 어떻게 든 노력해서 복구하면 된다. 한 겨울 덫에 걸린 산토끼처럼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뭐든 다 해 보자 해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능이 아니다

해야 할 것만 하는 것이 전략적인 것이다. 어떤 것을 해서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대응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비전략적이고, 무능한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버리자. 때때로 그렇게 보여도 그 이유를 계속 상기해보자.

막무가내 침묵과 전략적 침묵은 다르다. 무대응과 전략적 대응 자제도 또 서로 다르다. 그리고 침묵하지 않는 것이 침묵보다 차라리 쉽다. 무조건적 대응이 전략적 대응자제보다 훨씬 쉽다. 그래서 기업이나 개인은 쉬운 것을 좋아하고 선택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 전략은 없어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전략적으로 대응을 자제하는 것을 누가 못할까 생각한다.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해 보면 안다. 전략적 침묵처럼 어려운 실행이 없다. 전략적 대응자제처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없다. 위기 시에는 내부와 외부 자극에 위기관리 주체가 끊임없이 들썩들썩 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략적 침묵이나 대응자제를 잘 못 생각하는 사람은 그 대응을 두고 상황을 외면하고 외부 변화에 눈과 귀를 닫고 있는 것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정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외부 변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해 업데이트 받고 있어야 전략적 침묵이나 대응자제는 가능해진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내부에 존재해야 겨우 유지 가능한 어려운 전략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대응보다 해야 하는 대응을 하자

내가 온라인을 잘 알고 잘 하고 있으니 온라인으로만 대응 해 야지 하는 생각도 이해는 간다. 우리가 출입기자들을 잘 관리하고 있으니 위기 원점보다 먼저 출입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겠다 하는 생각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그 실행이 하고 싶은 것이냐 꼭 해야만 하는 것이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가장 좋은 대응 방식은 자신이 하고 싶은 동시에 그 실행이 현 상황에서 꼭 해야만 하는 것일 경우다. 그 결과는 당연히 좋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고, 그나마 자신이 잘하기 때문에만 선택한 대응은 위험하다. 최대한 상황을 분석해 자신이 원하는 대응 방식이 그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인가는 가려 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대상과 채널 그리고 메시지의 우선순위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 우선순위와 비중 할당에 있어 하고 싶은 방향 보다는 꼭 해야만 하는 방향을 잘 찾아 정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이 순리를 따르는 위기대응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순리를 따르는 것이 위기관리 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해당 위기가 우리의 실수 때문에 발생된 것이라면 그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순리다. 해당 위기가 우리의 불법적 관행 때문에 발생된 것이라면 스스로 법적 책임을 감수하며 반성하는 것이 맞다. 재발방지는 이 경우에도 기본이다. 말도 안되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논란이라면 사실관계를 해명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그런 순리를 자신의 사정 때문에 외면하고 역행하는 경우에 발생된다. 자신들의 실수였음에도 그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 법적 책임을 지기 싫어하고 어떻게 든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어떤가? 스스로도 힘겹다. 어마 어마한 예산을 써가면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순리라 보기는 어렵다.

수년이 흘러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 기업이나 개인도 물론 존재한다. 일부는 그를 보고 위기관리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위기관리의 완전한 성공을 의미하지는 못한다. 그런 기업이나 개인은 다시 다른 법적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똑같은 위기관리(?)에 만족하면서 반복되는 실행을 할 것이다.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할 것이다. 순리를 따르자. 순리를 떠올리며 평소에 위기를 관리하자. 그것이 더 낫다.

위기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나 위기가 발생한 직후 위기관리 주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일부에서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대응’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일부는 아이디어를 달라고도 한다.

그만큼 대응 방식이나 그와 관련된 전략은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간과하는 것은 대응하지 않는 것도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최초 경영진이 결정한 대응 자제에 대한 기조를 유지하는 도중에도 실무진들은 계속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의문을 품는다. 이래서는 안돼는 데, 무언가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계속 몸이 달아오른다. 이런 경우 경영진은 왜 대응을 자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반복적으로 실무진들에게 설명하고 확인시켜야 한다. 위기 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완전한 대응이 된다.

이 글에서는 위기는 이내 사라지니 대응하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침묵이나 대응 자제가 항상 유효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기 시 무조건적 대응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있는 상대는 강하다.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모든 대응 준비를 마치고 상황을 면밀하게 바라보는 역량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경지의 것이 아니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고, 대응을 자제하며 필요한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 꼭 대응해야 할 때와 꼭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를 잘 가려 대응하자. 무조건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상황에 따라 라는 기준을 세우자. 전략이 있으면 대부분의 위기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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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The PR 기고문]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에게 부정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부에서는 종종 ‘전략적 침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현장에서 보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일부 논의는 전략적이지만, 상당수 경우 의사결정자들은 비전략적 침묵을 전략적 침묵과 혼동하는 우를 범한다. 대체 어떤 침묵이 전략적인 것일까? 그리고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침묵이라는 것 자체가 자칫 위험한 것은 아닐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주제인 ‘전략적 침묵’에 대하여 선택 시 중요한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현재 자사가 이슈나 위기에 맞서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면, 이 글에서 정리된 전략적 침묵을 위한 고려 사항들을 자사의 실행에 적용해 보아도 좋겠다. 그렇다면 최소한 비전략적 침묵의 늪에서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가치가 있나?

일단 침묵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전혀 적용되어서는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침묵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침묵이 ‘적용될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자. 구체적 상황과 구도에 따라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침묵이라는 대응을 아주 선별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꼭 침묵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없다. 지난번에 침묵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침묵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말 그대로 그 때 그때 다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침묵은 때때로 아주 강력한 위기관리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를 놓치거나 무시하는 침묵은 반대로 큰 부작용을 생산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한 침묵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뛰어 넘는 가치를 지닌다. 침묵은 무조건 안된다는 말도 현실적이지 않고, 무조건 침묵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정확하지는 않다. 침묵은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써야만 하는 양날의 검이다.

전략적 침묵은 상대적 비교 선택의 주제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현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침묵과 커뮤니케이션, 이 둘 중 실행 할 때 어떤 경우에 얻는 것이 많은가?’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확인 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적극 또는 소극적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상황 변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에 대한 단순 반응의 차원에서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실행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실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거나 적다면, 또한 차라리 침묵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비전략적인 것이다.

침묵의 실행을 통해 결론적으로 목표했던 결과를 얻었다면 그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다. 그러나 침묵을 통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자사에서 최초 목표했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부정적 결과를 얻었다면 이는 비전략적인 것이다.

질문해 보자 “현 상황에서 침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커뮤니케이션 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둘 중 어떤 실행이 더 많은 중요한 가치를 생산해 낼까?”

침묵해도 문제없다면 당연히 침묵

‘현재 침묵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서 선택한 침묵은 전략적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사가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 없는 이슈나 위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계속 침묵하게 되면 상황이 자체적으로 약화되거나, 사라져 버리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추가 상황이 더해질지 모르는 경우에도 침묵은 전략적일 수 있다. 단, 이런 경우는 한시적 침묵이 된다.

자사가 굳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될 때 침묵을 깨는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이다. 침묵하면 사라질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장기화하였다면 그 실행은 비전략적이다. 앞으로 상황이 계속 변화하고 더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때 그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그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예상하고 침묵을 대입해 보아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면 침묵이 답이다. 무조건 꼭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질문해 보자 “현 상황에서 침묵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침묵도 있다

이 원칙에서 혼동이 많이 발생한다. 일단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해 자사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아무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하거나, 의사결정이 너무 지연되고, 끝까지 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 할 주제가 없는 상황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경우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고 적극 시도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일 수 있다.

정확하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어떠한 형태로든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분명히 더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해당 상황 관련 자사에게 아주 심각한 책임과 과실이 크게 있는 경우다. 어느 정도 수준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데미지 컨트롤이라도 시도해 보겠지만, 그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의 주목이 없는 경우라면 침묵은 전략적으로 더욱 유효하다.

질문해 보자 “현 상황에서 침묵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경우에 따라 침묵이 용인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 및 조직의 비밀과 관련된 주제가 바로 그 대상이다. 조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침묵은 적용된다. M&A나 신사업 관련 한 주제에 대해서도 침묵은 폭넓게 용인된다. 단, 왜 자사가 해당 이슈에 대하여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가 적절하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그 이유를 듣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침묵은 전략적이다.

그 외 기업 및 조직이 침묵하는 것이 더 큰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그 침묵을 보고 어떤 긍정적 가치를 느낀다면 침묵은 적극적으로 선택되어져야 한다. 그것의 목적으로 자발적인 개선, 반성, 애도, 결의 등에 방점을 둔다면 그 침묵은 종종 용인된다.

질문해 보자 “현 상황에서 우리가 침묵한다면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까?”

기타 침묵이 곧 전략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가변적인 경우도 그렇고, 상대가 지속적 공격성을 나타낼 때도 일부 그렇다. 좀더 상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문제의 핵심을 잡아 내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으로서의 침묵이다. 상대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침묵을 선택할 때도 있다. 상대 주장에 대한 관심을 일부러 표하지 않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할 가치가 없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종의 무시 전략 개념의 침묵이다.

물론 이런 전략으로의 침묵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 질문을 선행한 뒤 결정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보다 침묵하면 더 얻을 것이 많아야 한다. 침묵해도 별 문제가 없다면 더 좋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침묵이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용인되는 수준이라면 침묵을 거부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진다. 그 침묵은 매우 훌륭한 전략이 된다.

비전략적 침묵은 어떤 특징이 있나?

커뮤니케이션이 무조건적 반응이라고 착각하고 실행하는 경우도 문제지만, 그 반대로 무조건적으로 침묵이 금이라는 생각으로 실행하는 침묵은 상당히 비전략적이다. 침묵이 독이 되는 경우는 혹시 아닐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할 능력이 없어서 침묵을 선택하는 것도 종종 비전략적 결정이다.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차용하거나, 지원받아서라도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은 꼭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상황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서 이를 스스로 전략적 침묵이라고 부르는 습관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다가 더 큰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 두려운 경우라면 차라리 침묵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대신 그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이미 위기관리의 주제가 아니다)

단순하게 침묵하면 문제가 언젠가 사라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선택된 침묵도 비전략적이다. 이런 경우 문제는 침묵하며 기다려 보아도 상황이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더 악화될 때 생긴다. 이 때 부랴부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게 되면 늑장대응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 뒤 늦은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악화된 상황을 개선시키기 더욱 어려울 뿐 더러, 이를 위해서는 더 큰 책임인정과 배상 등이 필요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순수한 희망에 의한 침묵은 위험하다.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심리적 침묵도 비전략적이다. 사람들 중에서 골치 아픈 문제가 불거지면 그에 대한 대응으로 입을 굳게 다무는 스타일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해도 이런 습관과 심리가 기업이나 조직에 적용되면 위험 해 진다. 개인은 문제가 생기면 골방에 들어가 침묵한다 거나, 전화를 꺼 놓고 사라질 수 있겠지만 기업이나 조직은 그래서는 안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더더욱 그래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 보면 의사결정자들과 실무자들은 ‘침묵’을 선택한 후 그 침묵을 적정기간 유지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한다. 선택된 침묵이 충분한 전략적 검토를 통해 결정된 것임에도, 사후 민감하고 미세한 상황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침묵의 유지 입장이 흔들리는 것이다. 어떻게 서든 무엇이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계속 되 묻는다. 침묵을 유지하는 것을 심지어는 고통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침묵은 전략적 검토와 그에 기반한 선택도 중요하지만, 침묵 대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미세 변화가 자극을 견디는 조직의 맷집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실재하는 긴장감과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침묵을 선택할 때 해당 침묵을 깨야 하는 향후 예상 변수를 설정하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입장을 변화시킬 때 압도적으로 실행할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미리 세워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항상 문제는 검토와 준비가 부족한 채로,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침묵과 커뮤니케이션을 기준 없이 오가는 것이다. 주제에 따라 자극에 따라 침묵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하는 대응도 위험하다. 또한 같은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도 누구는 현 상황에 대하여 침묵하는데, 누구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원화 부재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심지어 언론 대응에 있어서는 침묵을 선택했는데,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된다 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조직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그런 이상 증상이 발생된다. 일사불란 함의 실행이 전혀 불가능 한 경우다.

전략적 침묵은 그래서 어렵다. 어찌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차라리 침묵보다 쉽다. 단순한 함구나 노코멘트 이미지로만 상상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완전한 침묵은 예술이다. 기업 스스로 모든 구성원과 조직 체계,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속적 침묵의 유지는 내부 실행 인력들의 전략적 인내와 스트레스를 견디는 역량이 매우 우수하다는 반증이다. 침묵은 그래야 말 그대로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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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시 음모론은 왜 떠오를까?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시 음모론은 왜 떠오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형 위기가 발생되면 그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모론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이 대형 재난이거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면 그 음모론은 더욱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지속 각색되어 퍼져 나간다. 인간의 본성에 기반한 음모론 형태가 많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음모론을 기대하거나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와 유사한 음모론이 다양하게 대두된다는 점이다. 사회나 국가 차원으로 접했던 습관에 의해 기업이 그런 음모론을 떠올리는 것인지, 자사를 타겟으로 하는 모종의 음모가 실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주목하는 것인지 단순히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에서 생겨나는 음모론 형태와 그 배경 그리고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경험에 기반한 조언을 정리해 본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기업 위기관리 시 목격되는 맹목적 음모론 기반의 대응이나 의사결정 그리고 평가가 최대한 줄었으면 한다.

음모론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전지전능함을 전제로 한다

자사는 상대가 전지전능하다고 믿어야 음모론이 완성된다. 경쟁사가 언론을 통해 자사를 집요하게 음해하고 있다 믿는 경우도 그렇다. 자사보다 경쟁사 홍보실이 훨씬 더 강하고, 전략적이며, 주도 면밀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런 음모론은 성장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경쟁사측에서 언론을 통해 자사에 대한 음해 정보를 마구 퍼뜨리고 있다면, 자사 홍보실에서는 그 내용이나 경로 그리고 기자들로부터의 정보 입수가 가능해야 정상이다.

그런 구체적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심증은 있는 데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상황판단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그렇게 티끌 없이 치밀하고 전지전능한 상대나 개체는 없다. 최근 같은 투명적 사회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상대방이 완벽하게 자사를 노리고 있다면, 왜 자사의 역량으로는 그 만큼 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돌아 보아야 한다.

음모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통적 공격성을 전제로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도 우리를 공격하고, 검찰과 청와대와 국회와 시민단체가 모두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자사가 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고 하면서 그들 모두가 자사에게는 적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한다. 자사가 무엇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거나 반영해 주지 않으며, 항상 삐딱하게 자사를 바라본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경우는 해당 기업의 지나친 피해의식이 그 기반이다. 이전에 특정한 계기를 통해 그런 피해의식이 사내에 생겨났고, 일정기간 동안 부정적 환경에 시달렸던 트라우마 때문에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자꾸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 일부가 적대적이라 해도 전체나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마녀사냥’을 하려면 단순한 느낌 보다 훨씬 많은 심각한 전제 상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주변 이해관계자를 적으로 보고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주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정상화 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음모론은 자사의 무기력함을 먹고 자란다

기업 경쟁 차원에서도 상대 기업이 어떤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해서 시장 전쟁을 일으키면, 자사에서도 그에 대한 응전과 반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 경쟁사 신제품 보다 훨씬 더 나은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전혀 다른 시장을 치고 들어가 시장을 흔들거나 하는 등 모든 전략과 역량을 집중해 열심히 대응하곤 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음모론을 주로 이야기하는 경영진들은 그런 도전과 응전이라는 개념을 위기관리에 적용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적으로 상대로부터의 그러한 도전을 감지했다면, 왜 자사에서는 적절한 응전을 하지 않는가 질문하면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저희는 경쟁을 젠틀하게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런 회사와는 좀 성향이 다릅니다.” “수준 낮은 회사가 막판 발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핏 들으면 무언가 자사가 멋져 보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현실적으로 보면 상황에 대한 심리적 회피이자 포기로 보인다. 경쟁사의 음모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발생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응전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경영진의 의무라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전을 포기한 채 음모론만 곱씹고 있다면 사실 그 상황은 음모론에 기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젠틀함을 내세우는 무기력함이 그 원인인 것이다.

음모 자체를 인간으로서 불가항력한 것이라 해석한다.

이번 위기는 음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서 그 누가 이런 음모와 마주하더라도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절대  어려울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음모라는 너무나 큰 힘이 자사를 둘러싸고 있고, 수많은 위해가 외부로부터 가해지고 있으니 일단 견디면서 생존하자는 모드로 바로 돌입한다.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해서 일단 가만히 인내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싸움에서 상대를 너무 크게 보거나 상상하면 초기부터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데, 바로 그 형상이다. 그러나, 좀 더 전략적인 기업이라면 처음부터 상황을 음모론의 틀속에서만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상대가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상황을 관리할 수 있을지를 합리적으로 논의하려 노력해 볼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그런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으려 노력은 할 것이다.

음모론이라고 생각해야 편안한 경우도 있다.

발생한 모종의 사회적 지탄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이해관계자의 공격을 피부로 경험하면서, 음모론을 떠올리는 기업 내부에는 ‘자사는 아무 잘 못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겨우 그 정도의 잘못을 가지고 왜 우리가 이렇게 음모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거다. 경쟁사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잘못을 해도 우리만큼 여론의 지탄을 받지 않는데 왜 우리만 이런 가 불평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해당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진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기업이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그것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신들이 생각할 때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관행이었고, 문화이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해석하는 것이다. 자사가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으려 하는 셈이다. 당연히 이런 경우에는 음모론이 의심의 대상이자 큰 변명이 된다. 우리는 별 잘못이 없는 데 이상한 음모론에 희생되었다는 자체 해석을 하게 된다.

음모론을 다뤄야 무언가 수준이 높다는 느낌을 가진다

상당수의 음모론은 기업 말단 실무진에서 나오기 보다는 고위 경영진으로부터 나온다. 일부 실무진이 음모론을 이야기해도 경영진이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당 실무자의 개인 의견으로만 머문다. 반대로 최고경영진이 음모론을 이야기하면 실무자들은 그에 동의하며 의사결정 방향을 그 방향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고경영진이나 그 주변에서 조언하는 전문가들은 부정적 상황과 맞닥뜨리면 ‘이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가?’ 궁금해한다. 최근 시시각각 바뀌는 시류나 환경을 단시간에 따라잡아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상황의 특수성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그러다 보니, 해당 상황을 그냥 음모론이라는 아주 단순한 프레임에 넣어 해석하는 선택을 한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니 이건 분명 음모’라는 사고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다.

사내 시각으로는 고위경영층이 실무진 보다 훨씬 더 많은 고급 정보와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이 해당 상황을 음모론에 연계해 이야기하면 그걸 믿을 수밖에 없다. ‘VIP가 청와대 이야기를 들었는데…’ ‘VIP 사위가 검찰에 있는데 그 쪽 이야기가…’ ‘VIP 지인들이 알아보니 그런 음모가…’ 이런 사내통신이 돌아다니게 된다. 무언가 그런 정보와 음모론을 꿰뚫고 있어야 수준 높은 위치라는 느낌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이는 음모론에 기반한 위기관리 방식 중 가장 위험한 유형이다.

음모론을 위기관리 사후 평가에 활용하려는 생각도 있다

큰 음모가 있었다, 그것이 기반이 되어 현재 같은 사태가 발생되었다,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은 불가항력적인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사내 공감대가 일단 있으면 위기관리 실무는 차라리 쉬워 질 수 있다. 사후 평가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가능해진다. 일종의 피해의식으로 인한 동질감이 사내에 공유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이번 건은 강력한 음모로 인해 우리가 희생양이 되었고, 마녀사냥의 광풍이 분 것이라 생각하면 실무진들의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 실무자들은 비슷하게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했으면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음모론이 혹시나 있었을 수 있는 위기관리 전반 프로세스에서의 취약성과 문제점을 일시에 덮어주게 된다. 책임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롭게 된다. 만약 회사의 위기 시 마다 자주 음모론이 떠오른다면, 이와 같은 직원들의 현실적 이유 때문이 아닌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음모론을 이야기하려면 심증이나 일부 근거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반대로 확실한 증거나 근거들이 충분하다면 일단 그 상황은 음모론에 의해 움직여지는 상황은 아니다. 음모론을 습관적으로 언급하거나 초기부터 프레임화 하려는 시도는 상호간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단순한 분석이나 동질감을 느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위기관리에는 큰 장애가 된다.

또한 음모론이 자주 생겨나는 기업 내 분위기는 건전하다 보기 어렵다.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음모론이 판을 치고, 그 음모론에 의해 모든 것이 돌아가며 충돌하고, 음모론이 또 다른 음모론을 낳고 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종종 발견되는 사내 분위기로서의 음모론은 그래서 문제다. 음모론은 그냥 소셜이나 영화속에서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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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위기관리 이론(?)

[The PR 기고문]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위기관리 이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서가 새롭게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되거나,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 실무자들은 일단 서점에서 위기관리 교과서를 찾아 읽는다. 국내외 학자들의 책을 가장 먼저 들쳐 본다. 일부는 해외 실무자들의 경험 서적을 주문해 읽기도 하지만, 아직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1980년대 이후 쓰여진 케이스와 교과서를 기반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을 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대부분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토로한다. 많은 케이스들이 오래 된 해외 사례라는 것도 아쉬워한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한국적 위기관리 방법론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질문한다. 일부 적극적인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타사나 경쟁사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서 실무 인사이트를 얻으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각 기업별로 사정과 상황이 다르다는 현실적 토로는 이어진다.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 위기관리에 상당시간을 보내는 기업 내부 담당자들의 평소 이야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는 필요하다. 그 이야기들을 ‘스트리트 파이터들(street fighters)의 위기관리 이론’이라 이름 지어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 위기와 싸우는 실무자들의 이야기이니 일부 상식과 다른 이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감안하고 보자.

사전 위기관리보다 사후 위기관리가 더 편하다. 때때로 사후 위기관리가 더 싸다.

사전 위기관리처럼 경계가 넓고, 여러 부서가 얽혀 있는 주제가 없다. 정확하게 사내에서 누가 위기관리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업무상으로는 정해져 있다 해도 권한이 없거나 약하다. 사전 위기관리라는 개념은 좋은데, 일단 위기가 터지면 사전에 진행했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10년에 한번 발생될까 말까 하는 위기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대응 훈련하고 매뉴얼을 수정해 가는 것도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그 때가서 관리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저렴할 수 있다.

위기관리 보다 사과가 더 쉽다. 때로는 사후 사과가 더 효과적이다.

위기의 핵심 분야를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상당한 예산이 든다.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를 하고 개선과 재발방지 약속은 하지만, 대체 누가 그 예산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는 항상 숙제다. 사전에 그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서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되면 사과가 가치를 빛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잘하건 못하건 그 평가는 결국 정신승리에 기반한다. 때로는 멋진 정신승리가 진정한 위기관리 보다 낫다.

위기관리를 고생해서 했는데,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위기관리 문제를 지적하면 그보다 억울한 게 없다. 위기 보다 억울한 게, 위기관리에 대한 잘못된 평이다. 반대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한 것이 없는데도, 여기저기에서 위기관리 잘했다는 평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 경영진부터 사내 분위기는 확 바뀐다. 그래서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위기관리를 하고 그 내용을 몇몇 기자에게 알려줘 긍정적인 평가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그걸 통해 VIP께서 잘했다 한마디 하면 그 위기관리를 성공한 것일 수 있다.

망신이나 수치스러움은 길게 보면 순간이다. 견디는 게 곧 위기관리인 경우도 많다.

맷집을 기르라는 말도 하지 않나? 일단 거의 모든 위기는 발생되면 일정기간 각종 비판과 욕설을 받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그런 통과의례가 없으면 사실 위기도 아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망신이나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더 위험 해 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 뻔뻔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참고 일정 기간을 견디라는 의미다. 외부의 부정적인 여론에 너무 단편적으로 반응하다 보면 전략적이지 못한 성급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

논란이나 논쟁은 가만히 있으면 3일을 못 넘긴다. 그래서 위기관리의 시간은 우리편이다.

이슈는 이슈가 밀어낸다. 위기는 다른 위기로 대체된다. 물론 논란이나 논쟁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유효할 때도 있지만, 그것의 성격을 보고 일정 시간 지켜보는 것이 유효할 때도 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매시간 계속해서 새로운 논란이 이어지고, 잊혀간다. 지나고 보면 그때 그냥 그 논란을 좀 더 지켜보았더라면 지금보다 결과가 나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논란이나 논쟁에 있어 시간이 우리편이라는 생각을 좀 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위기 때 평판을 따지는 건, 불 난 집에서 꽃병을 챙기는 짓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나중의 위기도 관리할 수 있고, 명성이나 평판도 회복할 기회가 온다. 특히 평판이나 명성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명성이나 평판은 훼손이 된다. 그 훼손 수준을 어느 정도에 머무르게 하는 가는 신경 써야 하겠지만, 너무 결벽증을 가지면 위기관리 과정만 힘들다. 어떻게 해야 살아 남아 연속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명성과 평판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

12살 때 앓았던 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세월이 약이다. 회복가능성도 길게 봐야 한다.

실제 여러 케이스를 보아도 해당 기업이 오래전 경험했던 위기를 공중 누구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위기가 있었지 정도의 인식은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자초지종에 대해 기억하는 경우는 적다. 일단 기업 위기는 10년 정도 지나가면 상당부분 잊혀지고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사라진다. 인터넷 검색을 일부러 해봐야 알게 되는 케이스들도 많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집중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위기로 죽은 기업은 없다. 똑같은 위기를 여러 번 만들며 죽어가는 기업은 있어도.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많은 위기를 경험한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건, 타의에 의한 것이건 위기가 없는 기업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기를 경험하지만, 그 위기 한두번으로 회사가 망하거나, 형편없게 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물론 유사한 위기를 종종 연이어 만드는 기업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핵심 사업보다 문제 이미지로 더 유명해진 기업도 있다. 그렇지만, 펀더멘털이 강한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하지는 않는다. 오명이 기업을 죽이지 까지는 못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부정기사. 예전에는 소나기는 맞고 가자, 지금은 구명정에 매달려 일단 살고 보자.

요즘에는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 기사 모니터링도 힘들어 졌다. 기사가 일단 수백개가 넘어가면 홍보실에서 취합이나 분석도 불가능 해 져 버린다. 거기에다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까지 모니터링 해 보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실무자 사이에서 든다. 예전에는 부정기사나 극단적인 기사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수정이나 삭제까지도 노력해 보고 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한두개면 모르지만, 쓰나미가 오면 일단 살아남을 길을 찾는 게 맞다. 중요한 모니터링 이외에 소모적인 모니터링은 일단 접어야 할 때도 있다.

위기유발 의지를 이기는 위기관리 역량은 없다. 자사를 제대로 보고 위기관리 체계나 방식도 바꾸자.

다른 회사에서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그 회사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다. 그게 부러워서 우리도 똑같이 그 시스템을 복사해 온다고 실제 위기에서 유효하다는 보장은 없다. 보기에는 좋아도 우리 회사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 회사에서는 상식이라 보는 게 우리 회사에서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그 회사 VIP는 그런 방식을 좋아할지 몰라도, 우리 회사 VIP는 그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위기유발 의지가 사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측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수준에 따라 사전과 사후 위기관리의 비율을 회사에 맞추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위기 때 젠틀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이해관계자 같은 소리 말자. 아군과 적군이 있을 뿐.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무조건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만약 문제를 제기하는 상대가 악의적이고 계획적이라면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은 더 이상 강자가 아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악의를 가진 공격적 개인 한명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개인이 회사보다 빠르고 더 자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 심지어 언론 플레이까지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없다면, 완벽하게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도 힘들다. 싸울 수 있는 개념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해라. 돈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쉬운 위기관리다.

우리는 광고 안 한다. 우리는 돈으로 기사를 거래하지 않는다. 기업이 저널리즘에 영향을 주려 해서는 안된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을 위해 스핀(spin)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런 교과서적인 이야기에만 몰입한 기업은 위험할 수 있다. 핵심은 그런 대응 활동을 정확하게 했을 때 위기관리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해야 한다. 불타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 하는 것은 위기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빈약하다는 것을 의미 할 뿐이다. 불법만 아니라면 위기관리를 위해 뭐든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원할 뿐이라는 사람을 경계해라.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이다.

위기 시 가장 힘든 관리 대상이 ‘진정한 사과’를 운운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사과라는 의미는 사람에 따라 각자 정의와 범위가 다르다.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는 사람에게 기업이 사과해서 한 번에 깨끗하게 문제를 마무리한 경우는 없다. 기업이 나름대로 사과를 하면 그 사람은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다시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두 번 세번 사과를 반복하고 그 수위를 높이다 보면 위기관리 주도권은 이미 상대에게 넘어가 버린다. 사과는 가능한 한 번으로 끝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사과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위기관리는 단순한 인문학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이해관계자 개입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문제다. 그 외에는 의미 없을 수 있다.

부정적인 기사도 그렇다, 부정적인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여론도 그렇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불만도 그렇고, 문제 원점의 주장을 볼 때도 기억해야 한다. 해당 상황, 의견, 주장,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에 연결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만약 그것이 일견 자극적이고 독특한 것이긴 하지만, 이해관계자 개입을 추가로 이끌어 내기까지는 어려워 보인다면 적절하게 로우 프로파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그것이 구조적으로 추가 이해관계재 개입과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무시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무시하고, 관리하려면 매번 관리해라. 오락가락하니 밥이 된다. 밥이 되니 장이 서고.

일관성은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다. 하지만, 위기 시 대응에 있어 일관성만큼 효과 있는 대응 기조가 별로 없다. 우왕좌왕, 오락가락 하게 보이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 것이다. 일희일비 해도 문제가 크다. 일단 맞고 가자. 무시하자. 흔들리지 말자. 견디자. 이런 전략적 기조가 세워졌다면 맷집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견디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중간에 그로기 상태가 와 타올을 던지고 항복을 외치게 되면 문제다. 부정기사나 여론 건 건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개입해도 문제다. 어떤 방향이라도 일단 일관성 있게 끝까지 가면 흉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기업 없다. 알아도 못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위기관리는 학문이 아니다. 위기관리에 정답도 없다 했다. 위기관리는 기업 내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하는 법이다. 따로 학습이나 연습을 하지 않아도 정확한 철학과 원칙만 세워 놓고 있다면 그리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기본적 토대가 없을 때 일어난다. 내외부 반응에 휩쓸리고, 자중지란이 일어난다. 위로는 VIP로부터 이래로 일선 실무직원이 하나의 뚜렷한 원칙으로 위기 대응을 일관성 있게 하면 되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문제다. 평소에 알아도 못하거나, 안 하거나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찾아 개선하자는 게 그 때문이다. 몰라서 못했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말이 많은 위기관리에 실행 적다. 여럿 불러 의사결정 말라.

VIP가 혼자 앉아 의사결정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습관적으로 여러 사람을 불러 모아 합의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지 말자.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의 방향을 정하는 데 까지만 유효하다. 중요한 결정은 홀로 해야 빨리한다.

위기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하기 싫은 걸 먼저 해라. 그게 답인 경우가 많다.

위기관리를 해보면 종종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맨 마지막에 했던 위기관리 활동을 맨 처음에 했더라면 좀더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편하고, 하기 어렵고, 하기 싫은 대응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그걸 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되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대응 방법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우면 한번 기억해 보라. 어떤 대응이 제일 하기 싫은가. 그것이 문제를 풀 열쇠일 수 있다.

직원, 비서, 운전기사, 식당이나 청소용역, 경비…모두가 기자다.

투명사회라고 한다. 벌거벗은 듯 커뮤니케이션 하라고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제쳐 두고 해야 할 말만 하라고도 한다. 기자들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나 행동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면 안되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시한폭탄이 된다. 스스로 철학과 원칙을 지켜야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준비하고 연습해서 해야 그나마 통하는 위기 대응이 된다.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해 발생된 위기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탓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상의 스트리트 파이터 이론은 일부는 농담이나 자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타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주장의 공통된 핵심은 어떤 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사에게 맞는 위기관리의 모습이 각자 있으니 그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명품 정장이 그대로 멋지기는 할지 몰라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그 정장은 나에게 잘 맞는 싸구려 청바지 보다 의미 없을 수 있다. 위기관리 교과서 속 학자들의 이론과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이론도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자사에게 맞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 # #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CEO의 허심탄회 소망이 재앙이 되는 이유

[The PR 기고문]

CEO의 허심탄회 소망이 재앙이 되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신임 대표가 취임하게 되면 대부분 회사에서는 신임대표와 직원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마련한다. 직원들은 새 대표의 얼굴을 직접 구경하며, 그가 가진 경영 방향성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신임 대표 입장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직원들과 마주해 허심탄회하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일종의 상견례의 기분으로 서로가 즐겁게 얼굴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런 소망은 여기 까지다. 일단 간담회가 끝나면 상황은 이상한 쪽으로 흐르곤 한다. 직원들 각자가 신임 대표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한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새 대표에 대해 그리고 회사 분위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블라인드에는 익명의 직원들이 신임 대표의 간담회 속 언급 내용들을 메모 형식으로 공유하며 평가를 시작한다. 그 포스팅 속 텍스트에 몰입된 사람들이 부문별한 개인적 평을 덧붙인다. 신임 대표의 일부 부적절 했던 메시지에는 융단폭격이 가해지고, 머지않아 그 내용이 언론에 기사화된다. 결국 소망이 재앙으로 변해 버렸다.

신임 대표의 순수하고 희망적인 소망이 대체 어떻게 몇시간 만에 재앙의 모습으로 변질될까? 무엇이 문제일까? 신임 대표의 순진함이 문제인가? 직원들의 몰지각함이 문제인가? 언론의 지나친 가십성 관심이 문제인가? 대체 왜 그런 재앙이 여러 회사에서 반복될까? 그 이유를 이해해 보자.

첫째, 소통은 고통이다

얼마전부터 기업이나 정부나 할 것 없이 소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소통은 지상명령이 되어 버렸다. 소통은 꼭 해야만 하고,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리더들은 소통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소통을 잘하는 리더로서 스스로 포지셔닝 하기 위해 애쓴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자주 하려 한다. 각종 회식이나 모임에 얼굴을 비춘다. 젊은 신입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 언제든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던지고 질문하라 한다. 대표이사의 사무실 문을 오픈 해 놓고 누구든 할말이 있으면 들어와 이야기 나누자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열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레터를 쓰고, 멘토링도 즐긴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러한 소통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리더가 확실히 깨달어야 여러 소통의 노력들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게 된다는 점이다. 소통이 마냥 즐겁게 느껴지거나, 소통에 가슴이 뛰거나, 소통은 편안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리더는 위험하다. 소통은 듣는 것이 주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사견들을 듣는 것은 더 나아가 공포다. 이런 고통과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 리더의 소통 방식은 위험한 것이라는 반증이다.

둘째, 자녀와도 소통이 어려운 가장의 소망은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중년 가장은 자신이 20-30 년 동안 키운 아들 딸 과도 소통을 어려워한다. 세대차이는 물론이고,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적응이 좀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자녀들이라 해도 자신이 아버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 느끼는 비율은 상당히 적다.

그런 흔한 중년 가장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어디에 선가 소통의 자신감이 생겨난다. 20-30대 직원들에게 리더인 자신이 허심탄회 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들이 웃으며 공감해 줄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성공담이 그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고, 리더로서 자신이 계획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정확하게 각인되리라 소망한다.

그런 믿음과 소망이 위험하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더구나 마주 앉은 상대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 보다 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낯선자들이다. 그에 더해 대표와 직원이라는 정치적 조직적 분리가 기반 되어 있다. 그들이 신임 대표에 대해 오랜 익숙함과 친근함, 그리고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많은 기반들이 생략된 채 행해지는 낯선 소통의 시도는 폭력이 된다.

셋째, 하고 싶은 말 보다는 해야 할 말만 해야 하는 시대다

회사내에서 직원들과 ‘정’을 나누는 시대는 끝났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는 예전 그 시절에도 진짜로 직원들과 정을 나눈 리더들은 없었을 수도 있다. 일단 정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리더가 산다.

‘허심탄회’라는 말의 의미는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터 놓는다는 의미다. 일단 기업 내에서 리더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제 마음을 터 놓는 것이 가능한가? 큰 일 날 소리다. 생각을 터 놓는 것은 또 어떤가? 언제 누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터 놓아 본적 있는지 한번 스스로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허심탄회와 같은 개념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아무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보는게 안전하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유명기업들의 리더는 직원들과 철저하게 ‘정치적 정도 (Political Correctness)’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주체를 가장 안전하게 방어해 주는 개념이 정치적 정도다. 누구와도 중립적인 개념의 메시지로만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이다.

최근 리더들이 골치 아파하는 커뮤니케이션 주제인 젠더, 사회적 차별 및 불평등, 부적절한 규정, 공정성, 정치적 가치관, 환경, 사회적 가치 등과 관련해 어떤 것이 정치적 정도이며 그에 기반한 메시지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리더가 소통에 성공한다. 직원들과의 소통에 있어 정치적 정도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재앙이 된다. 하고 싶은 말 보다 꼭 해야 하는 말만 하자

넷째,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하지 못할 이야기는 직원에게도 하지 말자

내 주변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된 세상이다. 직원들도 이제는 모두 기자다. 직원의 휴대폰에는 언제든 기사를 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이 반짝이고 있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하지 못할 말이면 직원들에게도 하면 안되는 환경이 되었다. 블라인드나 소셜미디어에서 보기 싫은 자신의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말자. 그러면 재앙은 미연에 방지된다.

일부 리더는 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강조하고,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외부로 알리지 못하는 제한이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회사 모니터링 체계와 규정을 강화해서 온라인에서 일부 몰지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원들을 찾아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받게 되는 회사의 피해에 대해 그대로 해당 직원에게 책임을 물리자고도 한다.

하지만, 다시 기억하자. 직원은 기자다. 기자는 질문하고 글을 쓴다. 그리고 그 글을 세상에 알린다. 직원에게 질문하지 말고,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블라인드에 올리지 말라 강제할 수는 없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도 없다. 기자가 쓰는 부정기사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기자가 부정적인 것이라 판단할 기사 꺼리를 회사가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수밖에 없다.

다섯째, 노 선배와의 허심탄회를 한번 생각 해 보자

CEO 자신보다 대략 서른살 많은 직장 선배가 자신과 같은 또래들을 모아 놓고 그의 스타일 대로 소통한다고 상상해 보자. 80~90세 선배가 자신의 오래된 경험과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거다. 중년인 자신들에게 회사 생활하는 방법과 여러 최근 사내 이슈에 대해 선배 나름대로 생각을 피력한다. 그리고는 중년인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 주겠으니 허심탄회 하기를 제안한다. 어떤 느낌이 드나?

바로 그 느낌이 현재 직원들이 느끼는 소통의 세대차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자. 최근 젊은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꼰대’다. 일단 싫다는 거다. 말도 통하지 않고, 더 나아가 말하기도 싫은 대상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금지어가 된 지 오래다. ‘라떼 이스 호스(Latte is horse)’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선배들의 라떼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일부 80년대 생들은 벌써 젊은 꼰대라고 까지 불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문제인가? 그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이 기업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글쎄다. 수십년 전에도 젊은 친구들은 윗 사람들을 꼰대라 불렀었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꼰대는 존재했다. 그 때 그 선배들을 꼰대라고 부르며 뒷담화 했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그 꼰대의 자리에 오른 것뿐이다.

소통이 성공하려면 상대의 문제를 문제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상대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상수라고 간주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리더는 자신이 꼰대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친근한 꼰대가 되는 것이 낫다.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불편하고 기분 나쁜 꼰대로 비추어 지지 않기 위한 준비된 노력만이 상책이다.

마지막,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소통의 시도다. 준비 없는 소통, 메시지전략과 핵심 메시지 없는 소통은 곧 위기로 발화된다는 생각을 하자. 이미 우린 수많은 소통으로 인한 재앙을 목격했다. 재앙으로 결론 난 소통의 시도들의 주된 공통점은 리더가 완벽하게 소통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통을 지원하는 실무팀에서도 리더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지원이 부족했을 것이다.

소통은 고통이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소통의 시도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자신이 시도하는 소통은 언제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실패를 줄이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부단히 해야 맞다. 해야 하는 말로만 메시지 전략을 짜야 한다. 세부적인 핵심 메시지도 대부분 해야 할 말에 연결되어지는 구조를 지녀야 한다. 리더는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고, 직원들이 바라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좀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그런 자연스러움은 또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과 연습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런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준비의 과정을 참지 못하는 리더라면, 지금과 같은 소통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믿는 신도 실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 신비함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존재 가능한 것이다. 만약 거룩한 신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와 면대면 소통을 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 하자 한다면 이내 신비감은 사라질 것이다. 그 신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면 실망감은 더더욱 클 것이다.

완전히 준비된 전략을 가지고 직원들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할 것 같은 리더라면, 차라리 신비함을 유지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면대면을 피하고 전통적인 텍스트와 잘 편집된 영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다. 소통의 횟수를 의미 있게 조정하고, 주제를 완전하게 관리해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안전한 소통의 방식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 트렌드를 쫓는 헛된 소망이 재앙으로 변질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결과를 예상하거나 일부라도 통제할 수 없다. 결과와 반응을 그저 운에 맡기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될 뿐이다. 이제부터 허심탄회라는 말은 쓰지 말자. 정이나 운을 기대하지도 말자. 헛된 소망을 버리고, 준비와 연습을 통한 전략을 믿자.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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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의 흔한 특징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의 흔한 특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체 어떤 기업이 위기관리를 잘 하나요? 어떻게 해야 위기관리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요? 잘되어 있는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위기관리 관련 모임이나 워크샵에 가면 아주 흔하게 듣게 되는 실질적 질문이다.

한 중견기업 회장께서는 조찬 자리에서 이렇게 물으셨다. “그래도 위기관리는 OO그룹이 제일이죠? 제가 봐도 유일하게 좀 제대로 하는 것 같더군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뜸을 들이자 옆에 있던 다른 기업 대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건 OO그룹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지요. 예산이나 인력도 많고, 네트워크도 좋고…” 다른 기업 대표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기관리 컨설턴트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위기관리는 대기업이 잘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경영진 생각 속에는 ‘우리는 그 OO그룹 보다 작고, 예산도 없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서 위기관리는 잘 못할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개념이다.

이런 경영진의 생각은 몇 가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피상적 오해해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위기관리는 언론이나 정부규제 부처에 접근해 문제를 문제없게 만드는 매직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트릭과 큰 돈이 든다 여긴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기업이 유력자나 유력 그룹을 찾는 이유는 그런 믿음 때문이다.

또 다른 오해는 홍보실이나 대관, 법무 등 조직이 대규모로 구성 유지되어야 하고, 그 속에 전관들이 많아 알아서 위기를 관리하는 체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들이 평시에도 많은 커넥션을 만들어 사전 정지작업이나 무마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한다. 반면 자신의 기업은 홍보실조차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고, 사실 부서장들의 전문성도 신뢰할 수 없어 위기관리는 힘들다 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경영자 스스로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실제 현실과 많이 다른 경우 발생한다. 위기관리는 일선에서 하는 것이다는 개념. 위기는 무책임한 언론이나 몰상식한 온라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생각. 위기가 발생되면, 임직원이 움직여 어떻게 든 조용하게 만들어야 성공이라는 생각 등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경영진은 그런 잘못된 시각을 비웃는다. 그러나 실제 자사에 위기가 발생되면 생각이 바로 그와 같이 바뀐다. 어쩔 수 없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기존에 경영진이 가지는 중요한 위기관리에 대한 오해를 기반으로, 실제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의 흔한 특징을 정리해 본다. 이런 기업이 진짜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이다. 참고해 보자

  1.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평소에 위기를 관리한다

이슈나 위기의 씨앗과 싹을 찾아 낸다. 이슈나 위기의 성장을 씨앗기, 새싹기, 성장기, 발화기, 휴면기로 나눈다고 보면, 아주 초기에 문제의 ‘낌새’를 찾아내는 기업이다. 보통 실무자들 선에서 이런 문제들은 상부로 즉각즉각 보고되고 구체적 해결 제안까지 공유된다. 임원들이 정기적인 이슈 트래킹 미팅을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 요소들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진다. 대표이사 또한 어떤 문제 요소들이 현재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이런 식의 평시 위기관리가 성공적인 기업의 가장 흔한 기반이다.

  • 위기관리 잘 하는 기업은 항상 일을 빠르게 잘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평시에 제대로 일이 빨리 빨리 진척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위기 발생 시 그 보다 잘 하리라는 예상은 하기 힘들다. 평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면 위기 발생 시 어떤 상황이 발생될지 상상이 가능하다. 신속한 보고와 팀워크,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명령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어 재빠르게 움직이는 실무진. 그리고 중요한 시간관리와 데드라인 마인드. 이런 가치에 충실한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빠른 기업처럼 부러운 것이 없다. 위기를 맞은 기업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정말 장관이다.

  • 위기관리 잘 하는 기업은 CEO가 항상 정위치 한다

상황 보고를 CEO가 직접 받는다. 의사결정을 리드하고 통제하는 것도 CEO가 한다. 그런 CEO가 실행안에 대해 여러 임원과 토론하고, 직접 지시를 내린다. 보고와 실행 시점을 정해 시간관리를 리드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 스스로 단상에 올라간다. 이를 위해 급히 준비 훈련을 할 때에도 셔츠를 풀어 헤치고 밤 늦게까지 연습한다. CEO가 위기관리를 내 일이라 생각하는 거다. CEO가 정위치 하면 의사결정은 빨라지고, 실행도 바로 된다. 불필요하게 정보를 반복적으로 대뇌일 필요도 없다. 위기 시 임직원들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 시간에 CEO를 설득하고 있으면 안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매뉴얼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이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에 더 투자를 한다. CEO 스스로도 해 봐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이전 위기관리 경험이 있는 임원이 더 위기관리를 잘한다는 것이 상식이 된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 대응 위원회나 팀을 만들어 놓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나 상황을 전제해서 반복 토론하고 대응을 연습한다. 열심히 반복해서 연습하는 기업을 이길 수는 없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실무자들이 일을 제대로 한다

위기관리의 정의를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경영진 뿐만 아니라 실무진들에게도 적용된다. 실무자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는 기업의 경우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좋은 대응 결과를 보인다. 제대로 일하는 홍보실, 제대로 일하는 대관과 법무, 제대로 일하는 인사, 기획,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총무들이 모여 일사분란 함이 나타난다. 가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면 그건 이슈나 위기관리 이전에 해결해야 할 경영적인 숙제다. 그게 바로 위기 일 수도 있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컴플라이언스가 살아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모여 “사내 감사 기능만 제대로 확립 운영되어도 위기의 상당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상당히 강조되는 ‘컴플라이언스’는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에게는 신앙 같은 가치다. 준법과 법의식이 임직원에게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심지어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식에 있어서도 그것이 법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을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선별한다. 법이나 규정에 대한 준수는 이슈나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기초다. 여론이나 정무감각을 논하기 아주 이전의 기초작업으로 위기관리 성공의 기반이 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조력자들을 거느린다

이슈나 위기관리는 우리 임직원만 움직여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한다. 그런 기업은 문제 발생 시 이전부터 자사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있는 로펌이나 위기관리펌, 언론관계 및 대관 전문가들을 자사 위기관리팀 구성원으로 즉각 소집한다. 이미 그들 모두는 기존 임원들과 일면식이 있고, 함께 일해 본 경험이 많은 그룹이다. 그들과 협업 체계를 신속하게 형성해 내 외부 시각을 균형 있게 포함한 대응을 결정한다. 자사에게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그들을 통해 보완 받는다. 자사에게 강력한 역량이 있으면 그들의 실행 지원에 힘을 보탠다. 그런 기업은 이렇게 원팀을 잘 꾸린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주장보다 근거가 많다

주장만 많은 기업은 위기관리에 유리하지 않다. 주장은 근거가 있을 때만 그 유효성을 보장받는다. 근거 없는 주장만 만연해서는 논란만 키울 뿐이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도출된 대응 내용 하나 하나에 근거가 잘 마련된다. 제대로 된 각종 조사자료나, 법적 계약서, 소송 및 판결 기록, 전문 논문, 실험 및 연구 자료 등이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근거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자사의 주장을 강화한다. 밖으로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에 힘이 생긴다. 정확성과 적절성은 기본이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애사심이 크다

애사심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실무진들이 자사는 정직하고, 좋은 회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된다.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자들이 자사의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판단해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 대표께서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똑같이 이렇게 했을 꺼야 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선에서 의사결정 한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렇게 위기관리에 있어 신속대응팀이나 일선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 존중 문화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1.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관리를 우선한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 발생 시 모든 업무의 우선순위를 위기관리 업무에 둔다. 위기 발생 시 많은 위기 대응 부서들이 기존 업무는 잠시 내려 놓고 위기관리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어 집중한다. 최소한 위기대응 회의에 들어와서 노트북으로 자기 일을 하는 임직원은 볼 수 없다. 대응 임직원이 위기관리에 업무의 우선순위를 두어 집중한다는 것은 일단 그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방향성, 하나의 생각, 하나의 목적과 목표는 우선순위의 전제 없이는 갖추어 지기 어렵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은 그걸 이해한다.

  1.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로부터 배운다

똑 같은 위기를 반복적으로 계속 경험하는 기업은 내부적으로 ‘위기유발의 의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임직원 개인이 위기를 발생시켜야 하겠다는 부정적 의도를 복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 않고 서는 문제 해결이나 개선이 되지 않은 채 똑 같은 위기를 반복 경험하는 멍청한 상황은 상상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고 나서도 열심히 그 문제에 집중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점검하고, 취약성이 나타난 분야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런 주목은 대부분 개선의 실행으로 이어진다. 최소한 조그만 규정 몇개나 장비 구입 하나라도 개선 실행을 한다.

  1.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VIP가 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앞의 열 한가지 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 열 두번째 특징이 없으면 모든 역량은 쓸모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기업의 VIP가 위기를 만들었을 때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줄 수는 없다. VIP 스스로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매니저이자 리더인데, 자신이 위기를 만들게 되면 그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없는 법이다. 많은 VIP 위기 케이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업의 VIP는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가 되어야 지, 스스로 문제(problem)가 되면 안된다.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의 특징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기존 일부 경영진이 상상하는 그런 가치나 개념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니까 잘 하지. 예산이 많아서 잘할 거야. 인력이 충분하니까 못할 수 없지 등과 같은 피상적인 생각들은 실제 자사의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규모, 어떤 업계의 회사이던, 앞에서 제시한 열두가지 특징만 잘 챙겨 다듬는다면,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된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게 된다. 그건 개런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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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순리를 따르는 노력이 곧 이슈관리다

[The PR 기고문]

순리를 따르는 노력이 곧 이슈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이 무엇인가? 여론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여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 기업이 이슈 발생 시 여론에 순응하기만 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인가? 대체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언론이 곧 여론인가?

이슈관리를 할 때 마다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고민되는 주제들이 바로 그런 것에 관한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여론을 항상 제대로 읽고 있다 자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곧 내 생각이 여론이라 생각하는 독재자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외 모든 사람들에게 여론이란 항상 궁금하고 이해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운 대상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향해 이슈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그런 여론을 읽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하라는 조언을 한다. 자칫 여론을 잘 못 이해하고, 더 나아가 여론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했을 때 기업에게 다가올 재앙적 결과를 두려워하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업측, 특히 경영진에게 그런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의사결정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업 나름의 목표가 있고, 의도가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니 여론에 주목해 그에 따라 달리 의사결정 하라 하니 불만이 생긴다. 의사결정자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으면 하는데, 그 운전대를 여론에 일부 넘기라는 이야기가 일견 당황스러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여론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이 고려 사항들은 무조건적이거나, 이론적으로 불변하는 기준이 절대 아니다. 다양한 이슈관리 케이스들을 통해 여러 컨설턴트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기업이 부정 이슈 상황에 휩싸였을 때 성공적인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첫째 고려사항, 경영진의 첫 느낌을 믿어라.

일종의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개념이다.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사람이 길을 가다 자신의 10m 앞쪽 수풀이 이유 없이 마구 흔들린다면 그 사람은 재빠르게 맞서 싸울 것이냐, 아니면 일단 도망칠 것이냐 선택하게 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을 의미한다.

자사와 연계된 어떤 이슈로 사회적 여론이 생겨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경영진의 바로 그 첫 느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한 사람이 아니라 경영진 여럿이 있고 각자의 느낌이 제 각 각인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직접 관련이 있는 경영진의 느낌과 다른 경영진의 과반이상이 느끼는 그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핵심 경영진과 과반 이상의 경영진이 그 이슈에 대해 느끼는 그 공통적인 느낌이 바로 여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소중한 느낌이 이슈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고려사항, 여론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라

여론은 멈춰 고여 있지 않는다. 어떻게 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핵심 경영진의 첫 느낌이 무조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그 때문이다. 첫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이라 회사 차원에서는 전격적 대응을 준비하였는 데, 일정 시간이 지나보니 전혀 예상했던 여론이 아닌 경우라 난감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때문이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별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 직후 바로 여론이 격화되어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여론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첫 느낌은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그 것 자체로 결론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교훈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을 따라가며 읽고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스스로 평시에도 자사나 경쟁사 관련 여론을 모니터링 하고, 그에 대한 독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경영진에게 신문 테스트(newspaper test)와 같이 상시적 정무감각 적용의 강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이 때문이다.

셋째 고려사항, 주류 여론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여론은 기본적으로 다양하다. 수많은 사람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진다면, 그것은 여론이라기 보다는 상식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들이 모여 진짜 주류(mainstream)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면 그 주류 여론이 위협적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에 있어 가장 주목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류 여론이다.

문제는 기업 경영진이 현재 여론과 다른 여론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부 여론에 오히려 주목하고 싶어하는 경우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론을 볼 때 자신이 보고 싶은 여론을 보는 현상이 그래서 생긴다.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의 정규분포를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수많은 다양한 생각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사람 대부분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이나 의견들이 중요한 것이다. 여론의 곡선이 평균값을 중앙으로 하여 좌우 대칭으로 종 모양을 이루는 분포가 정규분포라 하는데, 그 종모양의 위치가 역간이라도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 치우친 위치에 바로 주류 여론이 존재한다.

넷째 고려사항, 언론이 여론과 항상 함께 움직인다 생각 말자

신문이나 TV같은 언론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왜 여론은 저렇게 들끓고 있는가 궁금해하는 경영진이 있다. 반대로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언론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슈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경우 매우 고민스러운 토론이 어이지게 된다. 자사가 언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여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들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자니, 조용한 언론을 자극할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시끄러운 언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다가 자칫 조용한 여론을 자극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렇듯 언론과 여론은 항상 함께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평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왜 언론이 여론을 따라가지 않으며, 여론이 언론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가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대응이 언론이나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떤 대응이 반대로 그 각각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만 보거나 또는 여론만 보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극단적인 것은 여론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론의 정규 분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극단적 생각이나 의견은 이슈관리에서 참고해야 할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뭐든 극단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것은 그저 이상한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해도 그렇다. 스스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면 여론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여론은 순리(順理)라고 불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봄이 가면서 여름이 온다. 그런 순리가 아니라, 겨울이 가더니 더 큰 겨울이 온다면 그런 상황은 분명 이상한 것이다. 이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재앙이 되어 버린다. 기업의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이런 순리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기업은 이슈 상황에 처했을 때 극단적이거나 이상한 여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야 산다. 그 일부 여론이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라 해도 그를 따라서는 안된다. 일부에서는 그런 극단적이고 이상한 관점을 가지고 여론전을 일으키려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순리에 휩쓸리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 아니다 생각한다면, 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이야기다.

여섯째, 여론을 바꾼다는 생각을 버리자

태풍이 불 때 바람은 움직일 뿐 바뀌지는 않는다. 태풍의 시계방향 바람이 갑자기 반시계방향으로 바뀌거나, 북쪽으로 이동하던 태풍이 단박에 반대인 남쪽으로 거슬러 내려 가지는 않는다. 오직 태풍은 정해진 방향에서 조금씩 움직여 자리를 바꾸며 나갈 뿐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관련해서 발생한 극단적 부정 여론이 단박에 긍정 여론으로 바뀌는 경우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루머 때문에 발생한 여론이라고 해도, 사실관계를 알려 기존 여론을 180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생겨난 여론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완전하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이슈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 여론에 일정 영향을 주어 기존의 여론을 살짝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이슈관리에 성공한다. 여론을 급격하게 ‘바꾼다’는 개념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곱 번째, 여론을 따르면 무리가 적어진다 생각하자

여론을 따르는 것을 두고 여론에 굴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여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론을 따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되겠지만, 그런 옵션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여론을 이길 수 없다. 더구나 기업은 여론을 이기지도 못하고, 이겨서도 안되는 집단이라는 것도 정확하게 이해하자.

이슈관리에 있어 성공은 일단 입은 최초 피해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해당 이슈를 신속하게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론을 따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이 모든 이슈관리 의미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절대 여론을 맞서 싸워 굴복시킬 수 있다 생각하지 말자. 여론을 두고 대부분 무식하고 몰지각한 사람들의 불완전한 생각이라 폄하하지도 말자. 여론은 귀찮을 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근거 없는 허세도 버리자. 여론이 자신에게 반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거나, 혹평이나 주먹을 휘두르며 문제를 제기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 이상과 같은 고려사항을 하나 하나 깊이 고민하면서 의사결정 해야 결과적으로 보다 성공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한 기업의 이슈관리에서는 이상의 고려사항 중 하나 이상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제삼자나 국민의 입장에서 특정 기업의 이슈관리를 보면서 고개가 끄떡여 지거나, 당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그 기업은 여론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라 순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하고 해당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에게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이슈관리는 순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경영진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순리와 다른 생각을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핵심은 순리다. 순리를 따르면 이슈나 위기는 어느정도는 관리된다.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서다. 항상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순리를 거슬리려 하려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더 커져만 간다. 순리만 놓고 보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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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특이하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다른 국가적 재난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 때 마다 반복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와 컨트롤 타워 문제 등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반대로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던 매뉴얼과 실행 주체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주를 이룬다. 일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보다는 자신들의 책임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 19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 관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비판과 논의 시각을 정리해 보자. 매번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매뉴얼 때리기도 이제 점차 정리 되어야 한다. 비판이 필요한 성장과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거나, 개악으로 자칫 전환 될 수 있는 비아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회자되는 언론의 비판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논평의 핵심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첫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 모든 상황과 변수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 관련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내 탑승객들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미처 크루즈선 내 수천 명의 탑승객에 대한 전염병 감염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어 즉각 대응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응 체계를 고민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후 정치적으로 결정한 미봉책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고, 크루즈선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방치해 버리기 까지 했다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백지 상태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한 위기관리 주체 말고, 자기 자신을 개인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로 설정 해 매뉴얼을 상상해 보자. 자신의 일생에서 발생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꼽아 보자. 최대 몇 개가 될까? 거기에 상황 하나 하나에 연결될 변수들을 다시 꼽아 보자. 그 상황과 변수를 모두 곱해 보아야 실제 경우의 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계산 하다 보면, 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을 상황과 변수를 통한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런 매뉴얼은 진정한 의미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위기관리 주체가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위기 시 활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대분류를 거친 후 발생적 특징에 따른 중분류 정도의 상황과 변수 확정이면 적절한 것이다. 물론 그 분류 기준이 상호배제적이고 전체포괄적(MECE)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도 대형 크루즈선, 중형 크루즈선, 소형 크루즈선, 단거리 관광선 등과 같이 각각의 환경과 변수 매뉴얼을 각각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적으로 운행되는) 다중 교통수단 내 감염’ 정도의 매뉴얼 상 중분류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세부적으로 정리될수록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더 많아 진다. 실무차원에서는 매뉴얼 상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제시된 상황과 변수가 없으면 대응도 불가해지는 상황이 그런 경우 발생된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변수를 매뉴얼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논란은 매뉴얼 보다는 해당 상황 대응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강해 제대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발생 직전과 직후까지 주로 활용된다. 그 이후 상황과 변수가 등장하면서 변화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위기관리 의사결정그룹의 몫이다. 상황과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사결정그룹의 대응 결정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뉴얼은 그에 대한 단순 핑계일 수 있으며, 직접적인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일본의 매뉴얼 문제까지 따지자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전례가 있던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적 고민이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국제 선박이 자주 입출항 하는 지역의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해당 상황을 예상 했어야 했고, 전례를 찾는 평시 노력을 했었어야 했다.

두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구체적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상황과 변수 그리고 각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에 대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는 항상 논란이다. 구체적이라는 기준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자와 실행그룹이 ‘참고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참고’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필요한 매뉴얼은 제품의 조작설명서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조작설명서에는 ‘제품을 개봉 후, 플러그를 꼽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것. 그 후 작동 스위치를 ON에 놓고, 1분간 제품의 가열시간을 기다릴 것’ 같은 구체적인 단계별 서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그러한 수준의 구체성을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그러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은 실무 (훈련용) 매뉴얼에는 일부 수록 가능하다. 실제 일선에서 대응 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트레이닝 매뉴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트레이닝 매뉴얼도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에 상당 수준 익숙해 지면, 이내 열람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의 목적을 가질 뿐, 실행단에서 순간순간 지시를 내리는 매뉴얼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해당 매뉴얼을 제품 조직 설명서와 일부 혼동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의 구조를 조금만 상상해 보면 그런 시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매뉴얼이 조작설명서와 같은 구체성에 따라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매뉴얼은 분명 현실적이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실행 함에 있어 현실적 참고가 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고층빌딩 화재 위기 시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고가 사다리들과 구조용 헬리콥터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상 지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고층용 사다리나 헬리콥터를 현장 대응 주체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매뉴얼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결정 차원에서 해당 의사결정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칼로 무 자르듯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현실적이냐 현실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판단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 과잉대응이 낫다 하는 주장도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연결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반영해야 하는 현실성이란 실행 차원에서 가용될 유무형 자산들(예산, 인력, 장비, 설비, 협력체계 등)과 관련 된 것이 핵심이다. 그 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있어서 현실성은 매뉴얼에 제대로 기록될 수도 없고 기록되어도 별 실효가 없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목도되었던 것과 같이 의사결정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각자 이런 현실성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일 뿐, 이를 매뉴얼에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분분하는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닥다리다. 그래서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매뉴얼은 쓸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다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매뉴얼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매뉴얼은 오랫동안 개선되어 왔고, 환류 관리되어 온 최신판 매뉴얼이다. 초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개정과 환류관리를 통해 현재의 환경과 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오늘의 매뉴얼처럼 훌륭한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이 구닥다리라는 비판은 최초 매뉴얼을 만든 이후 그 매뉴얼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매뉴얼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현재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와도 연결되지 않는 죽어있는 매뉴얼이다. 조직은 그 매뉴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 매뉴얼에 기반 해 아무 훈련도 해 보지 못한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대로 매뉴얼이 최신 환경과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와도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도, 이전 위기관리로 얻은 개선 사항이나 반면교사 포인트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훌륭한 매뉴얼로 보기는 어렵다. 매번 비정기적으로 새롭게 표지를 바꾸고, 전체 내용을 바꾸고, 아름답게 매뉴얼을 꾸미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 감사에 대비 해 매뉴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개념도 다시 돌아보자. 구닥다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닥다리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는 분명하게 비판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물론 일부 매뉴얼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과도하게 자세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매뉴얼 한 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일단 정확하게 분리하고, 병행관리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속에는 제3자들이 민감하게 해석할 여지의 내용은 절대 담아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자체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위기관리 매뉴얼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위기 시에 정부나 기관, 기업이 어떻게 언론과 여론을 ‘마사지’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알러지를 일으킨다. 정치적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측에서도 민감한 매뉴얼의 내용은 비판을 위한 호재가 된다. 일단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차원에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매뉴얼 상 문제 요소는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어떻게 위기관리 매뉴얼과 다른가를 설명하면 된다.

여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 속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이 엉망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의 지정 또한 매뉴얼에서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서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부 상황에 따라 단계를 지정하는 타이밍이나 주체 그리고 동기의 결정은 의사결정그룹에 일임하는 것이 맞다. 컨트롤타워의 지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매뉴얼에 서술해 놓은 기준이나 원칙에 크게 반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대응 단계나 컨트롤 타워 설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책임을 맡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부러 행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사후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에서도 당시 의사결정 주체들은 최대한 위기관리 성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했었다고 본다. 그 결정 기반이 되는 경험이나 전문성, 협력체계, 실행의 존재 여부에는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가 완전하게 매뉴얼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모론은 제외하고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 문제는 위기 시에 처음 드러나서는 안 된다. 평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뉴얼 상 대응단계나 컨트롤타워 설정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뉴얼의 개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뉴얼 보다는 그것을 관리 개선하는 사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주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이드하고 통제한다면 실제로 위기관리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종일관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기관의 매뉴얼은 완벽해 질 수가 없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매뉴얼이 세세하고 구체적이고 완전할수록 위기관리를 실제 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후 위기대응에 대한 책임과 적절성 검증에 있어도 실무자의 부담은 지나치게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되게 마련이다. 이 또한 소극적인 의미의 책임관리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방향성’을 얼마나 준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매뉴얼의 세부 프로세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만약 매뉴얼에서 제시 된 세부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다른 프로세스에 대한 대체 준수 지시가 있어야 맞다. 매뉴얼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비판과 논란에 있어 공통점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만들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해 관리하고, 실제 운용 하고, 매뉴얼을 넘는 상황과 변수에까지 대응하는 모든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지, 매뉴얼 때문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협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러한 지원 없이는 정부의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에서는 이런 국민들로부터의 위기관리 자산이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큰 교훈일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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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위기 시 CEO의 심리를 이해하자

[The PR 기고문]

위기 시 CEO의 심리를 이해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종종 클라이언트 경영진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야 위기다.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했을 때 관리가 된다면 그건 사실 위기가 아닌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황이 위기다. 마음 같아서는 제대로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위기 시에는 좀처럼 그렇기가 힘들다. 제대로 뭔가 되어 간다면 그 것도 위기는 아닌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되는 것도 없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바로 위기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위기 시 그런 기본적 제약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토로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전략적인 부분을 더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무그룹은 이외에도 다양한CEO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CEO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위기 시 심리 상태나 생각을 미리 알아 두어야 실제 상황 시 개선해 가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기 시 CEO들의 공통 심리 상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 CEO는 억울하다

억울 해 한다. 위기 시 억울 해 하지 않는 CEO는 없다. 일단 언론에서 떠들게 되면 기사나 보도 한 줄 한 줄을 챙긴다. 기자의 표현이나 사례 하나 하나에도 억울 해 진다. 일부 CEO는 언론의 저널리즘 문제를 언급한다. 일부는 해당 기자의 악의를 지적한다. 말도 안되는 보도로 자사가 피해를 받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되는 거다.

정확하게 해명하면 기자가 알아듣지 않겠느냐 면서 어떻게 든 억울함은 풀어야 한다 강조한다. 억울함을 어떻게 해서 든 풀어 보기 위해 유력한 인사를 접촉하거나, 일선 임원들을 총동원해 과도한 대응을 지시한다. 문제의 취재 과정에서부터 보도 내용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CEO의 억울함을 줄지가 않는다. 모든 대응 노력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억울함은 극대화 된다.

CEO께서 지금까지 여러 고난을 참아 왔지만, 이런 억울함은 참기가 어렵다 토로한다. 언론이나 온라인 모두가 팩트를 몰라서 저런 공분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제대로 된 팩트를 적극 알리면 자신의 억울함은 해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기는 억울한 것이다. 억울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CEO는 억울 해 할 시간을 아껴야 한다. 일단 억울한 감정은 기본이다. 잠깐만 억울 해 하려 노력하자. 대신 그 상황에서 자사가 꼭 해야 하는 대응은 어떤 것인지 챙겨야 한다. 무엇이 그리고 어떤 대응이 자사에게 유리한 것인지 가려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오해를 풀고 억울함을 없애 보자는 어프로치는 종종 무리수로 돌아온다. 그렇게 해도 억울함이란 풀리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있어 억울함은 감내해야 하는 대상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둘째, CEO는 조급하다

CEO는 지시한 사항이 신속하게 실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 한다. 무언가 빨리 빨리 진행이 되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지시 사항도 제대로 실행 안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로 일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궁금 해 진다.

취재하는 기자와 자사 임원이 통화했다는 것 같은데, 임원이 빨리 보고를 안 한다. 전화를 걸어 보니 임원도 통화 중이다. 갑갑 해 진다. 그 아래 팀장에게 전화해 보니, 팀장은 임원관련 상황을 모르는 느낌이다. 다시 더 갑갑 해 진다. 여기 저기 모든 사람들이 CEO 마음 같지가 않다.

이른 아침에 대응을 지시했는데 왜 오후인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고가 안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혹시 일선에서 손 놓고 체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간다. 그냥 CEO인 내가 직접 취재한다는 그 기자나 데스크와 통화를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들다가 사르라 들기 반복된다.

그러나, 갑갑한 게 정상이다. 위기 시 일단 빠른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일선 임직원들이 위기 상황에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고가 자주 올라오는 상황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 위기 시에는 모든 게 느리게 느껴진다. 상대성이론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CEO가 시간관리는 하되, 조급함에 채근이나 과중한 보고를 요청하면 위기관리가 어려워진다. 자제하자.

셋째, CEO생각에는 될 것 같은데 안 된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그리고 다른 CEO 친구한테 들었을 때는 그런 기사들은 뺄 수 있다고 하던데 하며 이상해 한다. 그 회사 사람들은 되던데 왜 우리는 잘 안되는 걸까 궁금해한다. 무언가 우리 임직원들의 내공이 딸리는 건 아닐까? 우리 임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주인 의식이 없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CEO인 내가 직접 하면 금방 될 것 같은데, 위기 상황에서 CEO가 일선에 나서면 좀 이상하니 자제를 하려 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그게 왜 안되지? 그걸 왜 못하지? 하는 생각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외부에서 내공 있는 전문가들을 대거 데려와 투입할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일단 일선 임직원들부터 조정해야 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처리하면 되었을 것을 못하고, 이 지경에도 무언가를 화끈하게 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CEO인 나 같으면 금방 언론사 데스크에게 달려가 크게 승부를 보았을 텐데…아쉬워 한다.

그러나, 일선 임직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은 하기 싫어서나, 진짜 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CEO는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누구도 위기 시에 제대로 역할을 수행 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히려 무리수를 두는 일선 직원까지 생겨나곤 한다.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게 위기다. 할 수 있어도 하면 안되는 상황이 위기다.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니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CEO는 불안해하는 대신 일선을 이해하려 해 보자.

넷째, CEO는 뭐든 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그건 현 상황에서 안됩니다. 그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자료는 내보내면 다시 공격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면 아마 검찰 쪽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런 임원과 컨설턴트들의 조언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 이 억울함도 참고, 잘 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불필요한 욕도 먹어야 하고, 더 나아가 압수수색이나 불매운동까지 모두 감내하고 견뎌야 하는가? CEO는 이 같은 질문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나타나 화끈하게 어떤 대응을 해서 상황을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흐름을 바꾸는 그런 실행을 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대표님 밀어내기를 해서 부정기사를 없애 보겠습니다. 데스크를 찾아가서 기사를 빼내 버리겠습니다. 온라인에서 대대적으로 반박 작업을 하겠습니다. 광고 예산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비판을 중지시켜 보겠습니다. 이런 풍의 어떤 지사적인 인물이 회사에 나와 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기대는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돌격대장이나 탱크 역할을 하는 정치인은 있지만, 기업에서는 그런 튀는 인물의 전략적이지 않은 대응은 기업에게 부담이 되면 되지,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는 국민이나 공중이 보기에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할 수록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들이 황당해 하거나 놀랄 일은 위기 시 만들지 않아야 산다.

다섯째, CEO가 믿지 못한다

위기 시 일선 임직원들이 CEO 마음에는 좀 그렇다. 평소에는 일 잘 하는 친구들이 좀 보이는데, 위기만 발생하면 다들 자취를 감추는 것 같다. 어떤 대응을 맡겼는데도 사실 제대로 저 일을 해 낼까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기자에게 이야기 해서 설득 하라 했는데, 그대로 잘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지금 CEO인 자신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대로 그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 나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주 극소수 일부 임원에게만 비밀리에 대응이나 활동을 지시하려 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면하는 사람의 수도 줄인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누구부터 누구까지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어 불안하다.

무언가 자사와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 느끼게 되면 위기 시 CEO는 더더욱 아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홀로 사무실에 앉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응 지시에 있어서도 하나 하나 의심해 가면서 시간은 흐른다.

문제는 CEO의 심리적 안정과 일관성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아무 일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가뜩이나 위기 시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그 불가능이 상황이나 외부 변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모든 것이 불가능 해지는 셈이다. CEO가 생각과 느낌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여섯 번째, CEO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 여긴다

어느 누구도 특히나 위기 시에는 대표의 생각에 ‘대표님, 그건 아닙니다.’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전략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직언이 불가능하다. 완곡하게 조언의 형식을 빌어 CEO에게 의사결정을 요청할 뿐이다. CEO께서 “임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 가요?”라고 물어도 임원들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하게 되면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마무리된다.

CEO는 일선 대응 임원에게 전화해 “이렇게 이렇게 기자에게 말하세요. 이 부분을 강조하세요”하거나 “OO기관의 OOO을 만나 보세요. 그 사람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빨리 해명문을 내세요. 해명문에는 이런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하는 지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고 싶어 한다.

CEO가 일단 내 생각이 이러니 이렇게 대응합시다 이야기 하게 되면 일선 임원과 자문하는 사람들은 방향성을 그리로 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여러 전문성과 경험이 버무려 져야 하는 게임이다. CEO가 답을 정해 주면 안된다. 그 답이 정답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아주 고통스럽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CEO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운 실행 임원들은 일단 CEO의 개인 의견을 받아만 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기도 한다. 그들 경험에 비추어 적절한 의견이 아닌 경우가 그렇다. 이렇듯 모든 과정과 선후가 소모적일 뿐이다. CEO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지속하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곱 번째, CEO는 잊는다

위기는 개선, 재발방지, 배상, 문제 해결에 대한 약속 등으로 결국 관리된다. 회사 내 여럿이 고생해가면서 관리 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전의 많은 약속을 종종 잊어 버리는 CEO가 있다. 개선을 한다고 했으면 해야 한다. 재발 방지가 어려워도 최선은 다해 보아야 한다. 배상을 잊으면 위기는 재발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면 위기는 끝까지 관리되지 않는다.

위기관리를 위한 약속을 잊는 CEO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단 위기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했는데, 개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임원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배상액이 너무 큰 것이 아니었냐 하며 사후 책임론을 제기해서도 안된다. 위기를 잊는 CEO가 바로 그런 경우다. 위기는 잊을 만 하면 찾아 온다. 그래서 잊지 않아야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다른 모든 임직원은 잊어도 CEO는 그 약속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위기는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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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2020 위기관리를 위한 10대 조언

[The PR 기고문]

2020 위기관리를 위한 10대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2020년 새해가 밝았다. 2019년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가고 다시 더욱 더 다사다난 할 새해가 왔다. 위기관리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매일 매일이 위기라 딱히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캘린더 상으로 밝아 온 2020의 새해를 위해서는 어떤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할까?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말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책이나 이론으로 배워서 한다는 생각은 일단 버리자. 답은 현장에 있다. 위기관리를 알아도 못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못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핵심이다. 사람이 위기를 만든다. 위기가 스스로 터지는 경우는 없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위기를 들여다보고, 사람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관제하자. 상시 변화하는 조직 체계와 인력들을 어떻게 지속 가이드하고 훈련시킬 것인지 고민해 보자. 새로운 90년대와 2000년대 출생 인력들과는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 나가야 할 것인지도 요즘의 화두다. 먼저 고민해 보자.

그 외 주요한 위기관리 관련 질문과 간단한 조언을 중심으로 새해 위기관리 노력에 대한 생각을 함께 정리해 보자.

  1.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위기관리를 위한 기업의 준비는 매우 다양하고, 긴 프로세스를 필요로 합니다.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인력이 많은 시간을 투입해 진행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는 하고 싶은데, 이상과 같은 많은 투자와 투입의 부담 때문에 선뜻 준비 작업을 개시하지 못하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딱 한가지 조언 드리면, 새해부터는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을 위한 경영진 미팅을 주선해 보시기 바랍니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면 더욱 좋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감지되거나 당면한 이슈에 대해 경영진들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이슈나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사내 느낌을 희석하는 것을 목표로 해 보십시오. 누구나 어떤 것이라도 이슈나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물론 대표님이 먼저 그런 생각을 공유해 주셔야 하겠지요.

  • 매뉴얼이 필요하다고들 이야기하는 데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상식에 반하는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은 가장 나중에 만드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흔히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훈련과 실행을 한다는 개념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개념이 틀린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백지로부터 수립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자사에서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해 왔는지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공유가 있은 후, 그 체계를 그대로 기록해 보는 것이 매뉴얼의 첫걸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몇 번에 걸친 워크샵과 토론, 확인작업, 분석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 프로세스를 거쳐야 그나마 현실을 반영한 위기관리 매뉴얼이 만들어 집니다. 새해에는 우선 기존의 것들을 찾아 모으고, 정리해 보는 노력으로 첫 삽을 떠 보시기 바랍니다. 매뉴얼은 그 다음입니다.

  • 흔히 생각하기로는 미디어트레이닝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나요?

아닙니다. 흔히 그렇게 알고 계시지만, 사실 위기관리를 위한 미디어트레이닝은 진행 취지에 있어 일부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하는 홍보실에게는 전부일 수 있겠지만,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으로는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그 부분을 잘 들여다보시면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 위기관리 방식을 지켜보면, 가장 많은 문제는 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 지연과 불안함에서 기인합니다.

의사결정 훈련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라는 것이죠.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해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일단 위기발생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만 제대로 진행되면, 미디어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실행 트레이닝은 쉽게 이루어집니다.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내용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지요.

  • 최근 들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대세가 되면서, 대언론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케팅이나 영업, 홍보나 위기관리 어떤 기업의 활동 분야에서도 A or B라는 개념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분야 건 A and B가 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A and B and C and D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가 대세라고 해서 기존 언론을 통한 위기관리를 등한시 한다면 위기는 관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과 같이 오프라인 언론에만 온 신경을 쓰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귀를 막고 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는 늘어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성도 늘어만 갑니다. 발생되는 위기와 이슈의 다양성도 나날이 늘어 가기만 합니다. 문제는 그런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물론 실무자들께서는 한정된 인력과 시간과 예산에서 어떻게 변화를 따라 갈수 있는가 라는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효율적 위기관리 방식이던가, 좀더 프로세스를 가다듬는다던가 하는 노력은 최소한 하셔야 합니다. 새해에는 빠르게 변화하고 확장되는 위기관리 환경을 먼저 깊이 있게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서 통합적인 대응의 길을 찾아 보려 노력 하셔야 합니다.

  • 일단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아무것도 통제가능한 것이 없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위기관리를 통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너무 단순한 답변 같지만, 먼저 통제가능한 것들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 것도 통제되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거나,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기나 이슈 발생 시 창구일원화 입니다. 이 체계는 가장 기본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보고와 의사결정의 단순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 있는 의사결정의 효율화도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갖추어 질 수 있는 통제가능한 분야입니다. 간단하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과 원칙에 대한 반복적 강조도 좋습니다. 사전적 위기관리라는 것은 사실 통제가능한 분야를 최대한 찾아 그 부분들을 관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새해에는 우리가 스스로 통제가능한 것은 뭘 까 찾아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 몰라 항상 불안하기만 합니다. 주변을 보면 여기저기 위기로 쓰러지는 경영진과 기업이 늘어가고요. 어떻게 이런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일단 불안하시다면 어느정도는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는 되신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두려운 마음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조언을 드리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주변에서 발생되는 위기와 이슈들을 꼼꼼하게 챙겨 분석하고, 그 내용을 경영진과 공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반면교사도 좋고 타산지석이라 해도 좋습니다. 어떤 위기도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는 없습니다. 이미 발생 했던 일종의 기출문제와 같은 것이 위기입니다. 문제는 그런 새롭지도 않은 기출문제 같은 뻔한 위기를 낯설어 하는 기업일 것입니다. 위기에서 배우십시오. 그렇게 되면 두려움이나 불안함은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새해에는 다른 여러 위기사례들을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배우는 노력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던 이슈도 최근에는 큰 이슈가 됩니다. 기업의 내부 관행이나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특히 VIP께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시는 데 위기관리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맞습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인데, 그런 방지의 가능성이 많이 제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문화나 VIP개인의 습관을 위기관리팀이라고 변화시킬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위기가 발생하면 올 것이 왔다 라거나, 언제 일까 했는데 결국…이런 후담이 나오는 것이죠.

가장 좋은 것은 기업과 VIP가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차선책이라고 하면 문제 발생을 전제로 하고 실무그룹 차원에서 위기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갖추어 놓는 노력일 것입니다. 그런 노력은 여러가지 일 수 있습니다. 가장 핵심은 발생할 것이라는 전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스스로 개선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십시오. 그와 함께 발생에 대한 전제를 정확하게 공유해 보십시오.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 홍보담당자로서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과 영역이 상당히 광범위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기자들만 많이 알고 하면 되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법, 여론 등 무한한 이해와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말 실질적인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에 각각의 위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그 위기관리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찾아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VIP의 개인적 법적 이슈가 예상된다면, 그 형식과 관련된 공부를 해보시는 겁니다. 관련 형법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거나, 수사부터 최악의 상황인 구속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이해해 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객정보보안 이슈가 예상된다면, 기술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보안 수준이 어떤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이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련 되는 기관이나 수사 프로세스, 배상 프로세스, 타사 사례들에 대한 이해 등도 사전에 필요합니다. 새해부터는 말 그대로 언론관계를 넘어 위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 하시기 바랍니다. 위기 각각에 따라 필요한 대응 역량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미리 챙겨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  전사적으로 너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요. 올해부터는 위기관리에 대한 전사적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강의나 스터디 그룹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위기 의식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요?

다 좋습니다. 어떤 어프로치라도 의미는 있습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대부분 기업이 전사적 위기 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하면서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 고취 프로그램을 먼저 실행합니다. 그런데, 그 순서가 틀렸습니다. 일선 직원들이 발생시키는 위기가 많을까요? 아니면 경영진과 그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가 더 많을까요? 둘 중에서 어떤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일까요?

위기의식 고취의 가장 첫 대상은 경영진이어야 합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먼저 위기를 알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위기관리를 접하는 가장 큰 차이가 이 부분입니다. 외국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강의나 워크샵을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듣습니다. 국내기업은 신입사원들과 주니어 직원들이 듣습니다. 일종의 사내강의나 교양일 뿐이죠. 새해부터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의식 고취에 좀더 노력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첫 단추입니다. 그 다음은 좀더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1.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당연히 준비입니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한다. 위기관리의 변하지 않는 모토입니다. 준비하면 달라집니다. 준비하면 나아집니다. 준비하면 쉬워집니다. 위기관리가 항상 똑같고, 나아지지 않으며, 어렵기만 한 이유가 뭡니까? 준비하지 않았고,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장 어려운 것이 준비라는 것입니다. 시험도 매일 매일 준비하면 쉬운데, 전날 벼락치기를 하거나, 시험날 운에 맡기려 하니 결과가 좋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하기는 어렵고 힘듭니다. 홍보실이 그런 준비 노력을 리드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지는 게임인 위기관리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앞부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준비를 할 수 없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확인해 보십시오. 그 이유를 가지고 경영진이나 컨설턴트들과 토론해 보십시오.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새해부터는 시작해 보십시오. 바로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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