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방송인, 스포츠 스타, 패션 스타, 유명 작가, 예술인, 평론가 등등이 그렇게 불린다. (정치인들은 빼자. 전혀 다른 부류다) 이 글에서는 이들을 유명인이라 통칭하자. 이들 유명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의 매일 끊임 없이 뉴스 지면과 방송 시간을 장악한다. 그들 하나하나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들에 대한 뉴스가치는 사회적 영향력 측면도 있지만, 상당부분이 재미, 흥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들 대부분은 사실 그런 대중들의 재미와 흥미에 힘입어 돈을 벌고 이름을 높인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이라도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시도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 없이 노출시키려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가 유행하면서 각종 온라인 버전 유명인들도 배출되고도 있다. 마이크로 셀럽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데, 그들은 소위 페이스북 스타, 유트브 스타, 인스타그램 스타와 같이 소셜미디어 채널 별로 유명세를 떨친다.
그렇게 보면 오늘날과 같이 세상 사람들 중 유명인 비율이 많았던 시기가 없었을 것이다. 평소 우리에게 항상 재미와 흥미를 주던 그런 수 많은 유명인들이,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고 주목 받기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신과 관련 한 위기가 발생 했을 때다.
평소에는 그렇게 ‘날 좀 보아주세요’하던 유명인이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가리고 기자들을 피해 도망 다닌다. 매일 여러 장의 동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던 그가 어느 날 문제가 생기니 ‘여러 관심이 지나치다’ 푸념을 한다. TV카메라를 비롯한 수 많은 카메라 부대 앞에서 예쁘게 웃음지으며 브이자를 그리던 손가락의 형태가 욕설로 바뀐다. 왜 이런 갑작스러운 변심이 생기는 걸까?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언론과 온라인에서는 유명인들 중 누군가는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인들의 위기관리 여러 사례들을 통해 꼽아보는 공통적인 실패 공식을 정리해 본다. 이렇게만 하지 않아도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어 보자.
실패공식 1: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위기에 휩싸인 유명인들은 이내 눈빛이 달라진다. 표정은 어두워지고, 행색은 평소보다 추레해 진다. 일부러 기술적으로 그런 겉모습을 연출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무조건 옳은 전략은 아니다. 위기 시 그들은 기자들이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날카롭게 대한다. 말도 함부로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평소와 완전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일관성이 핵심이다. 평소에 대중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계속 기억한다면, 위기 시에도 그 사랑을 잊으면 안 된다. 위기를 잘 관리하면 다시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스스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예의 바랐던 것처럼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가려서 말을 했던 것과 같이 위기 시에도 말을 가려 가며 해야 한다.
위기 시 자신을 쫓아 다니는 기자들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그들에게도 예의를 차려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진다. 민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대항하고 그들을 밀치고 하지 말자. 기자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곧 대중들에게 하는 행동과 말이라 생각하고 일관성을 지켜내야 한다.
실패 공식 2: 신중하게 말하지 않는다.
위기에 휩싸인 일부 유명인은 일단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노 코멘트를 연발한다. 반대로 너무 말을 장황하게 많이 하는 유명인도 있다. 말이 말을 낳는다. 둘 다 좋지 않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 단,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 바꾸어 놀 수 있다 생각하며 신중해야 한다.
어떤 유명인은 자신은 침묵하고 변호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변호사가 신중하게 말을 가려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적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 법을 알고 법정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과, 대중과 언론 앞에서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해 말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자제시켜야 한다.
평소 신중하게 말하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 왔던 유명인들은 위기 시에도 신중하게 말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가능성이라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자.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이다. 꼭 그렇게 신중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지는 말라는 의미다. 항상 준비하고 연습해서 위기 시에도 신중하게 발언할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가꾸어 나가자.
실패 공식 3: 감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유명인들은 상당수가 관심 받고 싶어하지만, 그 관심 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에는 목말라 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공허함들이 위기 시에는 더욱 더 증폭이 된다. 그래서 위기 속 유명인의 감정적인 메시지들은 여기 저기에 뿌려 진다. 위기로 시끄러운 한 밤중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렸다가 지운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횡설수설 메시지를 포스팅 한다.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평소에도 힘든 일이다. 위기 시에는 더욱 더 힘들고, 일견 불가능해 보이기 까지 한다. 주변의 도움이 그래서 필요하다. 해당 위기와 상관없는 제 3자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유명인의 감정을 관리해 주고,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어 상황을 악화 시키지 않도록 가까이서 지원해야 한다. 아예 자신 스스로 소셜 미디어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
실패 공식 4: 대중의 관점 보다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 한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유명인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한다. 문제는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대한 것인데,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 느낌 감정을 자꾸 앞으로 내세운다. 위기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아프다고 한다. 울었다고 한다. 죽을 생각도 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은 위기 시 그런 당사자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정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를 보려 한다. 그것만 잘하면 위기관리에는 성공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시 예전과 같은 관심과 사랑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가 잘 못되니, 예전과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위기 시 자신의 감정은 커뮤니케이션 주요 주제가 아니다. 대중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자주 해야 유명세를 오래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위기 일수록 대중의 생각에 기반해 대중의 언어로만 이야기하자. 그래야 산다.
실패 공식 5: 감추고 숨으려 한다.
심지어 얼굴이라도 가리려 애를 쓴다. 이미 모두 알려져 있는 얼굴인데 왜 자기 얼굴을 쥐어 짜며 가리는지 모르겠다. 어떤 유명인은 얼굴에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로 칭칭 감싸기도 한다. 검정색 흉측한 마스크로 눈만 내놓은 채 경찰에 출두하기도 한다. 덩치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 스크럼을 짜며 취재를 방해한다. 본능적으로 문제를 인정한다는 의미일까?
어떤 유명인은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을 해야 할 시기에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문제 해결 보다는 도피를 선택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주목도 이내 식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다시 유명인 생활을 하려면 언젠가는 나타나야 한다. 그 때 나타나 슬쩍 예전 위기를 잊어달라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숨지 말고 투명하게 나와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문제가 없다면 정확하게 해명을 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진다 커뮤니케이션 하면 된다. 잠깐 몸을 피하거나 숨어 있으면 된다는 조언을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고, 논란을 장기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숨는 것도 사실 힘들다. 힘들게 위기관리 말자.
실패 공식 6: 법적으로 문제 없다 항변한다
사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일은 위기가 아니다. 그냥 법적 심판을 받으면 그 뿐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위기관리를 한다 해도 그냥 사과를 하고 법적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법적으로 확실한 문제는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는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회색 영역에 위치한다. 거기에 국민 감정적 논란도 가세한다. 그 외 여러 사회적 아젠다 까지 겹쳐진다. 이런 형국에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그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없다. 여러 각도에서 논란의 소지를 검토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나는 비판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식은 없다. 수 많은 유명인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거나, 큰 범법을 하지 않았는데도 위기관리를 잘 못 해 삶이 바뀌는 실패를 경험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지는 가혹한 여론의 재판을 받기도 했다. 위기관리 주체는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거실을 거친다는 위기관리 명언을 기억하자. 거실에서는 대중과 공감하고, 법에 대한 주장은 주로 법정에서 하자.
실패 공식 7: 음모론이라 주장한다
음모론은 대부분 그 근거가 없다. 근거가 있다면 이미 그것은 음모가 아니다. 유명인들이 위기에 빠지면 스스로 느낌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래서 그냥 음모론이라는 주장만 한다. 언론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감이 있다’ ‘추측이다’ ‘보면 모르겠느냐?’ 한다.
음모론은 그 음모의 주체가 전지전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야 그 상대가 모든 변수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고, 음모는 실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음모론이다 주장하는 유명인들은 그 음모를 꾸민 주체를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찬양하는 셈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과대평가 하는 꼴이다.
함부로 습관적으로 음모론을 주장하지 말자. 주장하는 자신만 초라하고 우스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별로 소득이 없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순간적 단결을 호소하는 정치적 메시지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정치인들이야 말(言)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외 유명인들은 함부로 음모론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자.
실패 공식 8: 마녀사냥이라 주장한다
옛날 중세시대 마녀사냥이라는 현상은 실제로 존재했다. 당시 마녀라고 고발 당한 사람은 대부분 여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이나 남성도 일부 존재했다. 일단 고발당한 사람은 워터 챌린지(water challenge)라는 시험을 받았다. 마녀로 추정되는 피고발인을 의자 등에 꽁꽁 묶어 호수에 빠뜨리는 시험을 했다.
당시 ‘마녀는 물에 뜬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마녀 식별 시험은 계속되었다. 만약 피고발인이 물속에서 몸을 비틀어 운 좋게 물 위로 떠 오르면 그 사람은 마녀가 틀림 없다 믿었다. 화형장 행이다. 그리고 반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물 속에서 빠져 숨을 거두면 그 피고발인은 마녀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장사를 지냈다.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던 결국에는 모두 죽는 결론으로 끝이 난다.
이런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마녀로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고, 미리 미리 조심하여 고발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현재 여론의 재판을 마녀 사냥이라 비유한다면, 여론의 재판장에 끌려 나오지 않으려 항상 조심하며 사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유명인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서서 “내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시적이고 현학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
실패 공식 9: 위기 그 자체에만 몰두한다
위기관리에서 제대로 된 로드맵을 세워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에게도 유명인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성공의 핵심이다. 해당 위기 자체에만 몰두하게 되면 해당 위기를 왜 관리해야 하는지, 관리해 성공시킬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목표로 위기관리에 임해야 하는지를 간과하게 된다.
유명인들의 개인적 위기에 있어서 위기관리 목표는 이전과 같거나 유사한 상태로 위기 이후 자신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위기 동안 잠시 비정상적 상태를 경험 할 수는 있지만, 위기관리를 잘 해 자신의 유명세를 어느 정도 이후에는 다시 되 찾는 것이 위기관리 목표가 된다.
목표가 일단 세워지면 그를 성취하기 위해 큰 그림과 로드맵이 그려진다. 세세한 상황변화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큰 호흡으로 자신이 해야 할 위기 대응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보다 감정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과감하게 중단하게 된다. 유명인들도 개인을 넘어 한층 수준 높은 위기관리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실패 공식 10: 위기관리를 기술이라 생각한다
유명인들은 누구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많은 사람을 알고 그 중 상당히 유력한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고도 한다. 아는 기자들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한다. 법 전문가들을 통해 현란한 논리 싸움을 벌이려 시도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기술이라 믿는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기술이 아니다. 위기관리는 유명인 자신의 개인 철학과 자신의 삶과 관련 된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노력이다. 마땅히 내세울 철학과 원칙이 없다고 해도 그 위기를 통해 그와 비슷한 가치를 정립하고 그에 의거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해야 한다.
눈 앞에 그럴듯한 기술들을 여기 저기 펼치고, 용이 주도하게 보이는 것은 결국 위기를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대중들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도 이제는 없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최선의 위기관리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대중은 다시 사랑을 준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이상에서 여러 실패 공식들을 살펴 보았다. 유명이라면 이 실패 공식을 보며 반대로만 위기관리를 해 보자. 다른 실패한 유명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관리 현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그럴만한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위기를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최선이다. 항상 조심해가며 살자. 유명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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