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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유명인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방송인, 스포츠 스타, 패션 스타, 유명 작가, 예술인, 평론가 등등이 그렇게 불린다. (정치인들은 빼자. 전혀 다른 부류다) 이 글에서는 이들을 유명인이라 통칭하자. 이들 유명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의 매일 끊임 없이 뉴스 지면과 방송 시간을 장악한다. 그들 하나하나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들에 대한 뉴스가치는 사회적 영향력 측면도 있지만, 상당부분이 재미, 흥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들 대부분은 사실 그런 대중들의 재미와 흥미에 힘입어 돈을 벌고 이름을 높인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이라도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시도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 없이 노출시키려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가 유행하면서 각종 온라인 버전 유명인들도 배출되고도 있다. 마이크로 셀럽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데, 그들은 소위 페이스북 스타, 유트브 스타, 인스타그램 스타와 같이 소셜미디어 채널 별로 유명세를 떨친다.

그렇게 보면 오늘날과 같이 세상 사람들 중 유명인 비율이 많았던 시기가 없었을 것이다. 평소 우리에게 항상 재미와 흥미를 주던 그런 수 많은 유명인들이,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고 주목 받기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신과 관련 한 위기가 발생 했을 때다.

평소에는 그렇게 ‘날 좀 보아주세요’하던 유명인이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가리고 기자들을 피해 도망 다닌다. 매일 여러 장의 동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던 그가 어느 날 문제가 생기니 ‘여러 관심이 지나치다’ 푸념을 한다. TV카메라를 비롯한 수 많은 카메라 부대 앞에서 예쁘게 웃음지으며 브이자를 그리던 손가락의 형태가 욕설로 바뀐다. 왜 이런 갑작스러운 변심이 생기는 걸까?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언론과 온라인에서는 유명인들 중 누군가는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인들의 위기관리 여러 사례들을 통해 꼽아보는 공통적인 실패 공식을 정리해 본다. 이렇게만 하지 않아도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어 보자.

실패공식 1: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위기에 휩싸인 유명인들은 이내 눈빛이 달라진다.  표정은 어두워지고, 행색은 평소보다 추레해 진다. 일부러 기술적으로 그런 겉모습을 연출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무조건 옳은 전략은 아니다. 위기 시 그들은 기자들이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날카롭게 대한다. 말도 함부로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평소와 완전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일관성이 핵심이다. 평소에 대중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계속 기억한다면, 위기 시에도 그 사랑을 잊으면 안 된다. 위기를 잘 관리하면 다시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스스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예의 바랐던 것처럼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가려서 말을 했던 것과 같이 위기 시에도 말을 가려 가며 해야 한다.

위기 시 자신을 쫓아 다니는 기자들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그들에게도 예의를 차려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진다. 민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대항하고 그들을 밀치고 하지 말자. 기자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곧 대중들에게 하는 행동과 말이라 생각하고 일관성을 지켜내야 한다.

실패 공식 2: 신중하게 말하지 않는다.

위기에 휩싸인 일부 유명인은 일단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노 코멘트를 연발한다. 반대로 너무 말을 장황하게 많이 하는 유명인도 있다. 말이 말을 낳는다. 둘 다 좋지 않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 단,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 바꾸어 놀 수 있다 생각하며 신중해야 한다.

어떤 유명인은 자신은 침묵하고 변호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변호사가 신중하게 말을 가려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적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 법을 알고 법정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과, 대중과 언론 앞에서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해 말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자제시켜야 한다.

평소 신중하게 말하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 왔던 유명인들은 위기 시에도 신중하게 말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가능성이라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자.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이다. 꼭 그렇게 신중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지는 말라는 의미다. 항상 준비하고 연습해서 위기 시에도 신중하게 발언할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가꾸어 나가자.

실패 공식 3: 감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유명인들은 상당수가 관심 받고 싶어하지만, 그 관심 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에는 목말라 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공허함들이 위기 시에는 더욱 더 증폭이 된다. 그래서 위기 속 유명인의 감정적인 메시지들은 여기 저기에 뿌려 진다. 위기로 시끄러운 한 밤중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렸다가 지운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횡설수설 메시지를 포스팅 한다.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평소에도 힘든 일이다. 위기 시에는 더욱 더 힘들고, 일견 불가능해 보이기 까지 한다. 주변의 도움이 그래서 필요하다. 해당 위기와 상관없는 제 3자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유명인의 감정을 관리해 주고,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어 상황을 악화 시키지 않도록 가까이서 지원해야 한다. 아예 자신 스스로 소셜 미디어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

실패 공식 4: 대중의 관점 보다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 한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유명인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한다. 문제는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대한 것인데,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 느낌 감정을 자꾸 앞으로 내세운다. 위기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아프다고 한다. 울었다고 한다. 죽을 생각도 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은 위기 시 그런 당사자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정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를 보려 한다. 그것만 잘하면 위기관리에는 성공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시 예전과 같은 관심과 사랑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가 잘 못되니, 예전과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위기 시 자신의 감정은 커뮤니케이션 주요 주제가 아니다. 대중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자주 해야 유명세를 오래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위기 일수록 대중의 생각에 기반해 대중의 언어로만 이야기하자. 그래야 산다.

실패 공식 5: 감추고 숨으려 한다.

심지어 얼굴이라도 가리려 애를 쓴다. 이미 모두 알려져 있는 얼굴인데 왜 자기 얼굴을 쥐어 짜며 가리는지 모르겠다. 어떤 유명인은 얼굴에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로 칭칭 감싸기도 한다. 검정색 흉측한 마스크로 눈만 내놓은 채 경찰에 출두하기도 한다. 덩치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 스크럼을 짜며 취재를 방해한다. 본능적으로 문제를 인정한다는 의미일까?

어떤 유명인은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을 해야 할 시기에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문제 해결 보다는 도피를 선택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주목도 이내 식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다시 유명인 생활을 하려면 언젠가는 나타나야 한다. 그 때 나타나 슬쩍 예전 위기를 잊어달라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숨지 말고 투명하게 나와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문제가 없다면 정확하게 해명을 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진다 커뮤니케이션 하면 된다. 잠깐 몸을 피하거나 숨어 있으면 된다는 조언을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고, 논란을 장기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숨는 것도 사실 힘들다. 힘들게 위기관리 말자.

실패 공식 6: 법적으로 문제 없다 항변한다

사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일은 위기가 아니다. 그냥 법적 심판을 받으면 그 뿐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위기관리를 한다 해도 그냥 사과를 하고 법적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법적으로 확실한 문제는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는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회색 영역에 위치한다. 거기에 국민 감정적 논란도 가세한다. 그 외 여러 사회적 아젠다 까지 겹쳐진다. 이런 형국에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그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없다. 여러 각도에서 논란의 소지를 검토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나는 비판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식은 없다. 수 많은 유명인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거나, 큰 범법을 하지 않았는데도 위기관리를 잘 못 해 삶이 바뀌는 실패를 경험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지는 가혹한 여론의 재판을 받기도 했다. 위기관리 주체는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거실을 거친다는 위기관리 명언을 기억하자. 거실에서는 대중과 공감하고, 법에 대한 주장은 주로 법정에서 하자.

실패 공식 7: 음모론이라 주장한다

음모론은 대부분 그 근거가 없다. 근거가 있다면 이미 그것은 음모가 아니다. 유명인들이 위기에 빠지면 스스로 느낌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래서 그냥 음모론이라는 주장만 한다. 언론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감이 있다’ ‘추측이다’ ‘보면 모르겠느냐?’ 한다.

음모론은 그 음모의 주체가 전지전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야 그 상대가 모든 변수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고, 음모는 실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음모론이다 주장하는 유명인들은 그 음모를 꾸민 주체를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찬양하는 셈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과대평가 하는 꼴이다.

함부로 습관적으로 음모론을 주장하지 말자. 주장하는 자신만 초라하고 우스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별로 소득이 없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순간적 단결을 호소하는 정치적 메시지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정치인들이야 말(言)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외 유명인들은 함부로 음모론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자.

실패 공식 8: 마녀사냥이라 주장한다

옛날 중세시대 마녀사냥이라는 현상은 실제로 존재했다. 당시 마녀라고 고발 당한 사람은 대부분 여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이나 남성도 일부 존재했다. 일단 고발당한 사람은 워터 챌린지(water challenge)라는 시험을 받았다. 마녀로 추정되는 피고발인을 의자 등에 꽁꽁 묶어 호수에 빠뜨리는 시험을 했다.

당시 ‘마녀는 물에 뜬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마녀 식별 시험은 계속되었다. 만약 피고발인이 물속에서 몸을 비틀어 운 좋게 물 위로 떠 오르면 그 사람은 마녀가 틀림 없다 믿었다. 화형장 행이다. 그리고 반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물 속에서 빠져 숨을 거두면 그 피고발인은 마녀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장사를 지냈다.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던 결국에는 모두 죽는 결론으로 끝이 난다.

이런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마녀로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고, 미리 미리 조심하여 고발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현재 여론의 재판을 마녀 사냥이라 비유한다면, 여론의 재판장에 끌려 나오지 않으려 항상 조심하며 사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유명인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서서 “내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시적이고 현학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

실패 공식 9: 위기 그 자체에만 몰두한다

위기관리에서 제대로 된 로드맵을 세워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에게도 유명인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성공의 핵심이다. 해당 위기 자체에만 몰두하게 되면 해당 위기를 왜 관리해야 하는지, 관리해 성공시킬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목표로 위기관리에 임해야 하는지를 간과하게 된다.

유명인들의 개인적 위기에 있어서 위기관리 목표는 이전과 같거나 유사한 상태로 위기 이후 자신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위기 동안 잠시 비정상적 상태를 경험 할 수는 있지만, 위기관리를 잘 해 자신의 유명세를 어느 정도 이후에는 다시 되 찾는 것이 위기관리 목표가 된다.

목표가 일단 세워지면 그를 성취하기 위해 큰 그림과 로드맵이 그려진다. 세세한 상황변화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큰 호흡으로 자신이 해야 할 위기 대응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보다 감정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과감하게 중단하게 된다. 유명인들도 개인을 넘어 한층 수준 높은 위기관리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실패 공식 10: 위기관리를 기술이라 생각한다

유명인들은 누구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많은 사람을 알고 그 중 상당히 유력한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고도 한다. 아는 기자들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한다. 법 전문가들을 통해 현란한 논리 싸움을 벌이려 시도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기술이라 믿는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기술이 아니다. 위기관리는 유명인 자신의 개인 철학과 자신의 삶과 관련 된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노력이다. 마땅히 내세울 철학과 원칙이 없다고 해도 그 위기를 통해 그와 비슷한 가치를 정립하고 그에 의거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해야 한다.

눈 앞에 그럴듯한 기술들을 여기 저기 펼치고, 용이 주도하게 보이는 것은 결국 위기를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대중들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도 이제는 없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최선의 위기관리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대중은 다시 사랑을 준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이상에서 여러 실패 공식들을 살펴 보았다. 유명이라면 이 실패 공식을 보며 반대로만 위기관리를 해 보자. 다른 실패한 유명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관리 현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그럴만한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위기를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최선이다. 항상 조심해가며 살자. 유명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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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을 위한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중 핵심이 되고 있다. 그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정당의 대변인처럼 공기관을 대변하는 사람들만 대변인이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대외 언론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을 상대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임무가 맡겨진 자들을 모두 대변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홍보실과 그 홍보실에서 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대변인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위기 시 회사를 대변해야 할 대변인 직위와 대상을 지정하고도 있다. 더불어 그 대변인이 평시와 위기 시 따라야 하는 원칙들도 적시하고 있다.

이에 기업과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들을 위한 중요한 원칙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부디 대변인이 오히려 설화(舌禍)를 만들거나, 불필요한 갈등의 주체가 되거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할을 방기하는 모순이 없기를 바란다.

미국의 한 퇴직 기자가 기업 대변인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무는 강아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편배달부는 항상 강아지들을 조심하며 다닌다.” 여기에서 강아지는 곧 기자를 의미한다. 자사를 직접적으로 해하는 질문을 하거나, 공격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대변인(우편배달부)은 기자들의 질문이나 취재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미 150여년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의 발언은 낱낱이 인쇄됩니다. 내가 어쩌다 실언이라도 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실수가 최소한에 머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굳이 대통령 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 또는 대변인들도 언론을 대할 때 필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 대변인은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평시나 위기 발생 시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임직원은 스스로 이런 자문(自問)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공식적으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허락되어 있는 자인가?” 만약 그렇게 공식적으로 허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된다.

대변인은 공적인 임무다. 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임무가 아닌 자가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대변인을 사칭해서는 안된다. 이는 모든 임직원은 물론 대표이사 또한 물론이다. 현 상황에서 내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여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가? 해야만 하는가? 항상 답변전에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대변인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이 대변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이 가끔은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름은 대변인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을 대변인이 과도하게 지지하고 감정 이입 해 열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변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된다. 일방적인 자랑이나 개인적 감동을 전달하는 대변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셋째, 대변인이 단순한 스피커(speaker)는 아니다.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계가 스피커다. 대변인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Spokesperson’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Person)이 붙는 이유를 생각 해 보자. 단순히 기계적인 신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취합되고 정리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많은 사람 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여러 사전 정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변인은 충실한 취재자이어야 하고, 조정자여야 하며, 전략가이어야 한다. 대변인의 메시지 하나 하나는 그 역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넷째, 대변인은 조직이 인간화 된 형태다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기업이나 조직을 느낀다. 대변인의 생김새, 행동방식, 목소리, 답변 자세, 메시지, 논리, 신뢰감, 인간미 등 여러 인간적 특성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에 대한 가치는 수 백 번이라도 강조해야 하다. 대변인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신뢰를 잃는 것이다. 대변인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기자들을 공격하는 셈이다. 대변인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아마추어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형편없다는 증표다. 대변인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 대변인은 기업이나 조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단순히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변인이 종종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변인은 주로 답변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언론과의 질의 응답에 있어 기자의 질문 목적은 무엇인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대변인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 그렇다. 좋은 기사가 나 올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 답변이나 질문에 반응하는 행위로서의 답변이 아니다. 여기에서 물론 기자가 바라는 ‘좋은 기사’는 대변인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다름 때문에 대변인은 전략화라는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정제한다. 그렇게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섯 번째, 성공적인 대변인은 만들어 진다.

현장에서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많은 대변인들을 둘러보자. 그들 중 태어날 때부터 대변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한두 해 경험을 가지고 대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타고난 사람도 없다. 훌륭한 대변인은 장기간 끊임없는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전세계 많은 대변인들은 항상 스스로를 관리하고, 훈련한다. 반복해 연습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메시지의 중요함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함부로 우쭐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유없이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많은 대변인의 특성은 부단한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들이다.

이상과 같은 원칙이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단순한 것 같은 이런 원칙들이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가는 또 다른 문제다. 대변인이 대변인 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거나, 대변인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구일원화가 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많다.

기자들은 안다. 대변인에게 질문해도 그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대변인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한다. 문제는 여기부터 다. 분명히 사내 규정에는 ‘창구일원화’라는 문구가 써 있다. 기자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판단하기 이전에 대변인을 통해 창구를 일원화하라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임직원들은 그 원칙을 망각한다. 일부는 원칙을 강조하다가 결국 그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다. 기자의 기술적 질문에 위험한 답변으로 호응한다. 대부분 사후에 후회하고, 자신에게 로 향한 책임 추궁을 억울 해 한다. 자신의 전략적이지 못했던 답변으로 회사와 조직이 망가졌다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점점 모호해진다.

둘째, 스스로 일방적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대변인이 많다.

대변인 개인의 생각 뿐만 아니다. 일부 VIP는 대변인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어디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십시오” 회사와 조직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라는 압력이다. 물론 반조직적인 대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대변인의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는 것이고,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지 않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변인은 일방적 커뮤니케이터로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흔히 대변인이 홍보(selling)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입 발린 수사학을 기반으로 말장난만 한다고도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기자들과 흔히 언쟁을 벌이고 하소연을 하는 대변인도 일방적인 생각에 편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변인은 먼저 공감하는 자가 되려 노력해야 한다. 그 공감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꾸며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간자이어야 한다. 대시 한번 생각 해 보자.

셋째, 대변인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변인이 사전에 먼저 취재를 해야 하고, 조정을 해야 하고, 메시지를 정제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다. 힘들어 한다. 개인이 홀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다. 문제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많은 부서들을 모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일방적 편향적인 정보들만 사내 도처에 깔려 있다. 대변인에게 전달되는 내부 정보는 상당부분 진짜 팩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보는 내부적으로 디자인된 정보뿐이다. 상호검증이나 외부 검증을 하려 해도 대변인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 대변인이 정확하게 모른 채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흔하다. 당연히 백전불태 (百戰不殆)해야 하는데, 대신 백전백태(百戰百殆)한다. 불안 불안하다.

 넷째, 신뢰받지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기자들이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은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O상무는 대단한 사람이야. 존경할 만 해”와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는 반면, “O상무는 사람만 좋아…”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그렇게 신뢰할 만하다 기보다는 그냥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술 한잔 같이 하고, 골프 한번 치기 좋다는 경우다.

그 외에 그 대변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재차 검증이 필요할 때도 있고, 바로 받아 기사화하기에는 종종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기자들이 가진다. 가끔은 그 분이 내용을 잘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좋아 그리 부정적으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메시지나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그 대변인을 안타까워한다.

다섯 번째,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없는 대변인이 있다.

답변도 어쩔 때는 하지 않는다. 답변을 하더라도 빙빙 돌려 가면서 기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어디에서 배운 기술인지 모르지만, 알맹이 없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을 자신의 필살기라 생각하는 대변인도 있다. 기자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는지, 대변인이 상당히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인간미는 없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메시지에 담아서 회사의 입장을 대변 해 주면 좋겠는데, 그 걸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그 대변인은 스스로 ‘전략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내부 원칙이 창구를 일원화 해 ‘닫아 걸자’는 담합의 의미가 아니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여섯 번째, 훈련받지 않는 대변인이 있다.

대신에 이런 이야기는 하는 대변인이 있다. “저희 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좀 교육해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만들어 내서 제가 죽겠습니다.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좀 알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도 선진적이긴 하다.

그러나, 대변인은 스스로도 계속 훈련해야 한다. 부족하다면 계속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야 한다. 자신 스스로 대변인 훈련이나 사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열외 하면 안 된다. 향후 대변인 역할을 물려줄 직원이 있다면 그 또한 지속적으로 훈련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만 의지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성장한 대변인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지속해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대변인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원칙들이 자주 위협받는다.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현장에서 제대로 원칙이 구현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이 바뀌는 것처럼 대변인도 계속해서 바뀌어 간다. 기업이나 조직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대로인데, 대변인이 계속해서 바뀐다. 당연히 메시지가 들쭉날쭉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들이 일희일비 한다. 전략적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얼마전 이와 비슷한 상황에 고통받던 이낙연 총리가 장관들을 대상으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에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이는 딱히 장관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변인들이 필히 반복해 기억해야 하는 조언이다. 사회적 감수성, 본능, 준비라는 이런 가치는 아무리 반복해 강조해도 지나침이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평생 기자와 앵커를 하며 인생을 보낸 미국의 유명 언론인 샘 도널슨(Sam Donaldson)의 조언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대변인들에게 주는 그의 소중한 조언이다. “항상 기자들의 질문보다는 그에 대한 답변이 문제를 일으키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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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스타트업 위기관리, 이렇게만 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여러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 듣고 조언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은 영민하고 젊다.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남보다 뛰어난 인재들이라 성공도 훨씬 빠르다. 대기업에서 대리나 과장 정도의 자리에 있을 나이에 이들은 수 백 억 원에서 수 천 억 원을 따지고 만진다.

수백만 고객이 이들의 서비스를 아끼며 사용해준다. 주변에는 이 성공담을 다루려는 기자들이 몰려든다. 그와 함께 각종 투자자나 멘토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처음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몇몇이 모여 시작했던 조직이 금새 몸집이 불어나 중소기업 수준에 까지 이른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부분 ‘할 수 있다’와 ‘하면 된다’는 정신이 강하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들 스타트업의 위기관리를 위한 아주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본다. 최근 여러 스타트업 대표들과 조직에 의해 발생되는 여러 부정 이슈와 위기 케이스들을 벤치마킹 하면서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같이 기억해 보자. 스타트업 위기관리 이렇게만 해 보자.

첫 번째 가이드라인, 준법(遵法)하라

간단하다. 법을 지키라는 거다. 스타트업 관련 이슈와 위기 케이스들을 보면,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된 위기가 절반 이상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법을 지키지 않았다, 더 나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전제가 있으며 그에 대한 관리는 상당부분 제약이 된다. 말 그대로 손을 쓰기 힘들어 진다.

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나 대표나 조직 자체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적용된다기 보다는, 처벌 수위를 조정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로펌/변호사를 통해 가능한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정상을 참작 받거나, 형량을 조정하는 노력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자체를 위기관리라고 부르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일부 스타트업 대표의 경우 개인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그 지인 중 변호사와 로펌 사람들을 알고 이들에게 개인적 조언을 듣기도 한다. 그 중 일부는 경찰이나 검찰 고위직에 있던 선배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면 이들을 동원 해 위기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 좋다. 하지만, 평시 모든 과정과 상황에서 준법한다는 생각만큼 완전한 위기관리가 없다는 점은 진리다. 비즈니스를 위한 의사결정 전반에서 항상 기억하자. 법을 지키자.

두 번째 가이드라인, 여론감각을 키우라

정무감각이라고도 한다. 여론을 잘 읽을 수 있는 리터러시를 키우라는 의미다. 스타트업 임직원의 경우 상당수가 같은 업계나 경쟁사에 대한 정보나 인식은 충분함을 넘어 치열하게 업데이트 받고 또 하곤 한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서 어떤 일들이 어떻게 흘러 발생되고 있는지를 그때 그때 정확하게 관망하는 큰 그림을 보는 노력은 사실 아쉬워 보인다. 젊은 직원들은 종이신문이나 TV뉴스를 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기업 홍보실에서 일하는 일부 젊은 직원들도 이제는 종이신문을 좀처럼 접하지 않는다.

신문이나 TV뉴스를 전체적 흐름으로 들여다 보아야 일정기간 후 정무감각이라는 싹이 난다. 다양한 분야와 주체들의 소식들을 듣고, 계속해서 따라갈 수 있어야 여론 감각은 정리가 된다. 그래서 훌륭한 여론감각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좀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한다.

불행히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를 여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자세를 낮춘다. 여론을 두려워하고 이에 맞서려 하지 않는다. 공분이 팽배한 최근 여론 환경에서 쓸데없이 희생양이 되려 하지도 않는다. 진지한 태도로 여론을 다루고, 고개 숙일 줄 안다. 여론 앞에서 창조성(creative)을 발휘하는 무모함을 보이거나, 비아냥거리면서 팬덤을 노리는 술수에 대해서도 당연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여론 감각이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와 임직원들이다. 이 경우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을 전부 시도해 보며 문제를 키운다. 무언가 기술적으로 위기를 그리고 여론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끔 이들은 과연 여론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며 의아해 해 지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훌륭한 여론 감각을 가지면 논란, 이슈나 위기는 대부분 사전과 사후에 관리 가능해 진다. 처신도 똑발라 진다.

세 번째 가이드라인, 타사 위기에서 배우라

스타트업 대표들을 똑똑하다. 아마 대부분 학교 시절에 공부도 잘했을 것이다. 학생 때를 기억해 보라. 시험문제를 푸는 경우다. 분명히 그 문제들은 지난 중간고사 때 기출 되었던 똑 같은 문제들이다. 그 문제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답을 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미 나왔던 똑 같은 문제를 죄다 틀린다면 그 학생은 얼마나 멍청한 것인가?

재미있는 건 우리의 위기라는 것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자사가 현재 겪고 있는 위기는 이미 다른 회사들도 똑같이 경험했던 것이다. 바로 작년 정도에 경쟁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과정과 사후 관리 방식을 제대로 벤치마킹 했더라면, 그 위기는 우리 회사에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스타트업이 기출문제 조차도 틀린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다음 시험에서도 똑 같은 문제가 나오는데 그 때에도 역시 또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타사의 위기와 위기관리를 벤치마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 회사가 요즘 골치 아픈 일에 휩싸여 있구나, 차라리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에만 머무른다면 문제다. 경쟁사나 타사의 위기를 보며 재미있어만 하거나, 고소해 하거나, 흥분해서 우리의 기회라 소리치는 것만 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배우자. 기출문제는 절대 틀리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과 오기를 가져보라는 이야기다.

네 번째 가이드라인, 자사만의 위기를 살펴보라

타사에게 발생한 위기와 위기관리를 벤치마킹했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 잣대로 자사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다른 회사에서는 발생한 일이 없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만 보이고 발생 가능할 것 같은 위기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살펴 보는 것이다.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모든 위기는 살피지 않아 존재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신경 조차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 성장 해 폭발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스타트업 사내 갑질 논란들도 그렇다. 스타트업 대표가 딱 한번 그날 아침에 했던 생애 최초의 갑질이 바로 그날 오후에 문제 되는 경우가 있을까? 사회적으로 알려져 문제가 될 정도의 갑질은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자사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내적으로도 이야기를 듣고, 금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스티브 잡스도 살아 생전 여러 직원들에게 독설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제프 베조스도 그리 온순한 리더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그 정도 막말이나 다그침 그리고 일종의 엽기적 행위도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 자위하는 스타트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자.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는 그로 인해 창피를 당하고, 자리를 물러나거나,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거나, 불필요한 소송을 당해 자신의 사업을 망치지는 않았다. 스타트업 경영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며 자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 가이드라인, 기업문화를 개선하라

앞의 가이드라인과도 이어지는 조언이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조성되고 성장된 경우들이 많다. 임직원들이 자사의 기업문화를 자랑스러워 하기도 한다. 직원들을 위한 많은 편의제공과 배려들로 대기업의 부러움을 사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문화는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기업문화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리고 그 조성된 기업문화가 여러 해를 거치면서 자사만의 정신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문화를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전체를 구성하지 못할 때도 있다. 여러 생각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회사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호간 이질감이나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기는 그런 사소한 갈등과 충돌에서 발생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준법과 여론감각 제고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해도, 위기는 원래 사람이 일으키기 때문에 100% 방지하긴 어렵다. 좋은 기업문화는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을 일선의 직원들이 정확하게 그대로 이해하고 그에 동의하는 문화다. 건전한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동질감이 핵심이다.

당연히 그런 좋은 기업문화는 위기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기업문화 속에 이물감이 생기거나, 문화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위기 발생 가능성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스타트업 대표들의 핵심 업무는 기업문화를 잘 조성 관리하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여섯 번째 가이드라인,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위기관리조직을 구성하라

대기업은 위기관리위원회나 위기관리팀을 대규모로 꾸미거나, 전문적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는 그렇게 할 여유나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다. 대부분 스타트업 위기관리는 대표이사와 몇몇 임직원에 의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팀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극소수 인력들이 실제 위기관리를 한다.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위기관리조직이라는 것은 이래서 중요하다. 일단 스타트업 사내에서 평시에도 그런 것처럼 빠르고 원활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기반이 된 조직이 필요하다. 그 중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유형에 따라 유형별 책임과 역할을 부여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주요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은 대략 10개 유형도 되지 않는다. 즉, 대표이사를 포함해 10명 이하로도 위기관리 조직이 구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유형별로 책임과 역할이 오버랩되는 경우가 많아 그 절반 이하로도 조직은 운영이 가능해 진다.

전문적으로 부족한 분야는 평시에 자문계약을 맺은 외부 전문가 그룹을 비상 시 같은 조직으로 흡수 협업하는 형식을 꾸리면 된다. 중요한 것은 우선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과 그 각각에 대한 내부 책임과 역할의 배분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이 위기관리 조직에 속해 있다는 팀 스피릿도 중요하다. 그들에게 훈련이나 시뮬레이션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일단 위기관리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일곱 번째 가이드라인, 위기관리 역량을 키워보라

사소한 트레이닝인 미디어트레이닝도 받지 않고 기자들을 만나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아무 준비 없이 국정감사장에 나가기도 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친한 기자들과 대화 하는 것을 보면 스타트업 대표들은 마치 열정 있는 영업사원 같아 보인다. 자사 핵심역량과 비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면서 스타트업의 멋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 했을 때에는 모드 변경이 필요해진다. 평시 유지했던 영업직원 포지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전략적 커뮤니케이터의 포지션으로 변경 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위기 시 자신의 모드변경에 곤란함을 느낀다. 심지어 대변인훈련을 받지도 않는 대표나 홍보팀 직원이 위기 시 창구 역할을 한다.

이들이 평시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위기 시 황당한 메시지와 구설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위기관리 조직이 평시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해 보지 못하는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에 낯섦을 느낀다. 이는 전방 병사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해 적의 포성이 울리고 총탄이 날아오니 우왕좌왕 하며 낯설어 하는 모습과 같다. 위기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평시에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되어 보자. 준비는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꼽아보면 일단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를 100개라고 보았을 때, 준법을 하게 되면 대략 그 절반은 사전에 관리 가능해 진다. 눈에 뻔히 보이는 위법이나 탈법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후에는 나머지 50개 정도의 위기 유형만 관리하면 된다.

그 후 여론감각을 키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여론적으로 민감해 질 수 있는 위기 유형을 찾아 개선해 보자. 다시 그 절반이 줄어들게 된다. 최근에는 이 준법과 여론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위기유형이 스타트업 사이에서 유행이기 때문에 상당 수의 위기유형을 발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위기유형은 약 25개정도일 것이다.

이 중에서 타사의 위기를 통해 나타났던 기출문제들을 빼보자. 대략 절반 안팎이 이미 타사와 경쟁사들이 경험했었던 것들일 것이다. 말 그대로 기출문제다. 다시 나타나면 제대로 풀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전에 기출문제가 다시 제출되지 않도록 사전 관리 가능해야 한다. 이 후 이제 남은 위기유형은 12~13개 정도가 된다.

남은 12-13개의 위기유형 중에서 자사만의 위기를 꼼꼼히 찾아 보자. 사전 관리와 사후 대비를 통해 제대로 관리 영역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위기 유형을 하나 하나 찾아 해결해 보자는 거다. 그 중 절반은 해결 대상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남은 위기 유형은 6-7개 정도다.

그 다음 조직 내 사람들을 잘 관리하고 기업문화를 좋게 관리해 보면 다시 절반 정도의 위기 유형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기억하자. 위기는 사람이 일으킨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여러 멘토들에게 사람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기업문화 관리를 통해 해결 가능한 위기유형을 발라 내면 이제 남은 위기유형은 3-4개 정도뿐이다.

자사에 어울리는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게 되면, 사전과 사후 위기관리를 통해 또 그 절반을 관리영역으로 끌어 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위기관리 조직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게 된다면 발생 가능한 위기유형은 다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면 최종 몇 개가 남게 되는 걸까? 제로에 가깝다.

이런 다단한 노력들이 쌓이고 유지되면서 결국 위기는 관리되는 것이다. 일부 스타트업 대표들 중 위기관리는 아직도 스킬이나 내공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큰 오해다. 평시 스스로 돌아보는 노력과 투자에 등한시 하다, 막상 일이 발생하면 지인들을 통해 해결해 보려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 위험하다. (기억해보라, 일반 스타트업 대표보다 훨씬 오래되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기라성 같은 재벌 총수들도 대부분 문제에 연루되면 옥고를 치렀다.)

자신과 회사를 위한다면 이상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지한 자세로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 평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 왔던 자신의 리더십이 위기관리에서도 빛나야 한다 생각 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키워온 회사가 사려 깊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된 논란 한 두 개로 흔들리고 무너진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그렇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좋은 기사를 써 주겠다 약속 했던 기자들이 전부 등을 돌리고, 낯선 공격적인 기자들만 몰려오고, 자신의 휴대폰을 폭격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자사 서비스를 사랑했던 팬덤 고객들 수만 명이 하루아침에 안티로 돌아서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같이 밤을 새우고 고생하며 가족 같았던 임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악랄한 소송의 상대방이 되고, 내부고발을 하며 회사에 폭탄을 던지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경찰과 검찰, 공정위와 국세청, 관세청 사람들이 회사 사무실에 꽉 들어차 있는 상황도 상상해 보자. 회사 일로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임직원들이 계속 조사를 받으러 다니고, 일부는 옥고를 치르고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발생 가능한 것이다. 평시 일관되게 최악을 상상하며, 최선의 대비를 하는 자세를 상상해 보자. 상상만으로도 든든하지 않은가? 하면 된다. 이루어진다. 스타트업 정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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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가 어떤 상황을 보고 평할 때 “상식적이다” 또는 “상식적이지 않다” 하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대부분이 특정 위기관리 행태를 보고 위기관리 주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에 대해 별 특이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면 보통 ‘상식적이다’는 표현을 쓴다. 적절한 싯점에 기업 대표가 앞으로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상식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 기업이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하는 것을 볼 때도 우리는 ‘상식적’이라 생각한다. 별 다른 이상한 점이 없다는 표현이다.

반면 문제의 기업 대표가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싯점인데도 아무런 반응이나 움직임이 없으면 우리는 ‘비상식적이다’라 이야기한다. 대응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에 어떤 내부 문제가 있을까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에는 대부분 사과광고를 했는 데, 이번 경우에는 전혀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비상식적’이라 궁금해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식적이다. 비상식적이다. 이 두 상반된 표현만 보고서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것이다라는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상하지 않다와 이상하다라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위기관리는 공중의 상식 바탕위에서 기업이 그 때 그 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식적이다는 평가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그리 나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을 몇개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갸우뚱 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이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구경 해 보자)

  1. 위기관리 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나왔고, 대대적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이 초기부터 개입했고, 여러 관계기관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빨리 해당 기업의 책임 있는 대표가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바랬다.

또한 사망자 가족과 동료들이 회사측에 자세한 사고 설명을 요구하고, 장례식을 포함한 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기 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외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일부 기자들을 불러 모아 고개 숙이는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답변조차 내 놓지 못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회사의 안이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도하며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비판 여론이 발생해 해당 기업에 대해 정부의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들이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 같이 왜 해당 기업이 그렇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한다.

정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달여 기간이 지났다. 그간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은 사회적 공적이 되었다. 무능하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며, 아무런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은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에게 대응 잘하라 하는 지시만 내려 보냈을 뿐 그 외 실질적인 위기대응 방식에 대한 결재를 해 주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광고나 사망자 보상이나 그 외 여러 위기관리 대책들이 입안과정에서 머무르며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공분만 생성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언론의 대대적 최후 반격이 시작되었다. 대표이사 윗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직후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를 신속히 경질하고 주요 위기관리팀 멤버들을 교체했다. 전투 중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상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신임 대표이사에게 이전의 무능했던 위기관리를 답습 말고, 신속하게 위기를 마무리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미 정부의 조사결과도 나왔고, 회사의 책임 부분도 이전보다 명확 해졌다. 사망자 유가족들도 이미 지쳐 있었고, 협상은 전문적 일선 팀에서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대표이사의 위기관리팀은 바로 사과광고를 내고 유가족과의 협상 타결을 공지했다. 이전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을 원망하던 유가족들은 바로 유가족을 찾아와 협상을 마무리한 새 대표이사에게 감사했다. 결국 이 회사는 유동적 상황을 참고 견디다가 위기관리팀을 교체해 새롭게 어프로치 하는 비상식적인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질해야 했던 대표이사를 위기를 빌어 정리하고 몇몇 핵심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소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든 것이 계획에 의한 비상식적 전략이었다.

  1.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이 회사에서는 평소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홍보실에 정보를 주면 어느 새 언론에서 알아 버려 위험합니다. 홍보실에서는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의심이 갑니다. 그래서 홍보실에게는 아무런 중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가 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이에 대해 홍보실은 하상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홍보실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기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연락 해 와 이번 위기에 대해 처음 인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해 보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 알려 주겠다 하며 전화를 끊은 홍보실장이 대표이사에게 문의했다.

대표이사는 “그게 좀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답변 뿐이다. 급한 홍보실장이 여러 논란에 대해 질문 하자 대표이사는 마케팅 실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라 한다. 홍보실장이 마케팅 실장과 다른 연관 부서장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신속한 미팅은 일정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선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다들 주저하면서 대표이사와 같이 미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기자들은 계속 회사의 공식입장을 내라 재촉한다. 몇몇 부서장에게 하소연했지만 그 부서장들은 “홍보실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 아닌가?” 또는 “그러라고 홍보실이 있는 건데 뭘…” 이런 반응이다. 결국 마감 때까지 아무런 입장도 언론에 전달하지 못했다. 당연히 극단적이고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은 그래도 세부 정보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지 않은 게 그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세한 정보를 홍보실에 모두 공유했었다 면 아마 보도와 기사가 더욱 더 풍성 해졌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어차피 부정기사는 다른 부정기사가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영진들이기 때문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보고 있다.

여러 후속기사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좀더 악화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정치권에서 큰 스캔들이 터졌다. 점차 언론의 관심 밖으로 회사의 위기가 멀어 지기 시작했다. 홍보실은 위기발생 직후부터 아무런 정보도 메시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윽고 위기에 대한 주목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경영진은 자신의 전략이 맞았다고 이야기하며 홍보실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이야기했다. 홍보실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상식을 이 회사는 의심했던 것이다.

  1.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다른 회사 VIP들은 PI라는 계획까지 세워가면서 언론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는 그렇게 VIP를 띄우지 않느냐 내부적으로 의아해하는 임원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VIP를 공개적으로 띄워보았 자 뭐 좋을 게 있느냐 면서 차라리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을 즐기시라 조언 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은 물론 거의 아무도 VIP의 실제 얼굴을 본적이 없다. 스냅사진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유일하게 언론에서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가끔 회사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VIP 사진이 없어 언론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들린다.

홍보실에서는 비서실에게 릴리즈 가능한 VIP 증명사진 파일을 좀 공유 해 줄 수 있느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자들에게는 VIP께서 언론을 통해 실속없이 홍보되는 것을 꺼려 하신다. 워낙 겸손하셔서 언론에 나서시는 것을 사양하신다는 논리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VIP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다. 많은 언론이 VIP와 관련된 이슈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기사와 보도에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에 싣기에는 선명도나 형식이 어울리지 않았다. 홍보실에게 사진자료를 달라는 요청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왔지만 평소에도 없던 사진이 릴리즈 될 리 만무했다.

결국 검찰에서 VIP소환 일정을 잡았다. 기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VIP 실제 모습을 보려고 당일 몰려 들었다. 그러나 VIP는 검소한 복장을 하고, 이른 시간에 몰려 있는 기자들을 뚫고 민원인인 듯 검찰로 입장했다. 주변 기자들은 아무도 그가 VIP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유유히 빠져나오려던 VIP는 기자들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VIP였지만, 비서실과 경호원의 호위 아래 차에 태워졌고 급하게 검찰청사를 떠나는데 성공했다.

VIP와 경영진은 입을 모아 평소 VIP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덕분에 검찰 출입과정에서 다른 VIP같은 곤경(?)은 경험하지 않았다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한다. 괜히 여기저기 얼굴이 팔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임 있는 기업 VIP로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또는 리더십을 가시화한다 등의 상식적인 전략이 의심받는 순간이었다.

  1.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어떤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이 생기면 해당 기업은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그 책임을 행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있어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회사는 그런 책임이 있음에도 상당한 시일을 허비하며 그 요구를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이나 언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협상에 지쳐가는 이해관계자들이 추가 이슈를 제기하면서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왜 그렇게 협상이 지지부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일부에서는 회사가 보다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를 한다.

회사 협상팀에 소속된 임원들은 반면 이런 생각을 한다. ‘협상은 끌면 끌수록 상대가 조바심을 내고, 이내 지치게 되는 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의지나 에너지가 고갈되죠. 거의 마지막 지경에 다달았을 때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지속 제공하면 그걸 상대가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죠. 이것이 협상전략입니다.’ 홍보실은 이런 협상전략에 대해 좌불안석이 되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협상팀의 전문성을 믿는다면서 그들의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대표이사와 협상팀이 예상하던 상황이 되었고, 협상 내용은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상당했고, 그 동안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와 부정 여론 또한 막대했다. 이제부터는 홍보실이 잘 해서 다시 이미지를 턴 어라운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정적 상황을 최소화 하라는 위기관리 전략이 그들의 목표와는 달랐던 것이다.

  1. 배상 비용을 차라리 법적 대응에 쓰는 전략

결국 주판을 두들겨보니 마지막까지 법적 자문 비용과 대응 비용에 쓴 예산이 최초 배상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예산보다 많이 나왔다. 최초부터 배상을 진행 해 빨리 일을 끝내자는 임원들은 이렇게 해서 결국 얻은 게 무엇이냐 회사에 따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법적 대응을 통해 배상책임을 최소화하거나 없애 보자 제안했던 임원들은 결과적으로 큰 예산을 쓰기는 했지만, 배상에 대한 책임을 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이라는 것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전례가 될 수 있어 이렇게 라도 대응해서 처리한 것이 최선이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대표이사는 결과적으로 예산은 초과되었지만, 법적 대응은 잘 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사내 논란을 잠재웠다. 홍보실에서는 그간 입은 회사 명성과 데미지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걱정은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부서에서도 법적 대응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면서 법무팀을 칭찬하고 있다. 결국 홍보실을 비롯 초기 배상을 통해 빨리 위기를 관리하자 했던 임원들은 순진한 아마추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1.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일반적으로 사내 비리 이슈나 문제는 회사 스스로 어떻게 든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만약 밖으로 일부가 새어 나가도 그에 대해 부정하거나 컨펌 하지 않고 대응을 로우 프로파일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회사의 비리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와 함께 뼈를 깎는 개선책을 내 놓겠다 하이 프로파일하며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이사의 강력한 지시 사항이어서 홍보실도 발표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회사가 발표한 비리문제에 대해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나름대로 발표한 개선책은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검찰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그 문제에 주목하고 회사 책임자를 소환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고객들과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화를 내며 회사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상한 결정을 했을까? 대표이사가 사내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가 강해 그런 결정을 했을까? 사내에서 도는 이야기는 달랐다. 전임 대표이사가 해당 비리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신임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전임 대표이사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공개하고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라 한다. 결국 파벌을 거느리고 신임 대표이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전임 대표이사는 구속되었고, 그 사내 파벌은 자취를 감추었다.

홍보실은 그 과정에서 힘든 고민이 많았고,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사내에서 이번 위기관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평을 하고 있다. 회사내 정치적 문제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같은 회사에서도 다를 수가 있다.

  1.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

홍보실에서는 절대 그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당히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회사가 마케팅부서의 아이디어를 듣고 대형 할인 프로모션을 개시한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일종의 주목분산 전략이라고 하면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서도 일단 이전 위기상황에서는 판매가 전혀 안되던 상태였는데, 대대적 프로모션을 개시하니 하나 둘 다시 고객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며 반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몇 달간 매출이 위기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언론에서도 이 결과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이 바보라 지적하면서 그 회사의 위기관리 전략이 비상식적이라 비판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렇게라도 위기를 관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분위기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제품을 프로모션을 통해 털어 냈다는 것도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홍보실에서는 실제 문제가 된 건에 대해서는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프로모션에 심취해 있는 회사 분위기를 개선해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이렇게 라도 긍정적 결과들이 이어지면 위기는 관리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고객들은 어차피 프로모션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며, 멋진 위기관리 아이디어를 낸 마케팅을 치하하고 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의 프로모션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야기했던 홍보실과 몇몇 임원들에게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들이라는 평가만 돌아왔다.

이상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상식이 곧 성공적이라거나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반대로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이라 불리는 것들이 무조건 나쁘거나 위험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된다.

같은 위기라도 각 회사마다 각기 위기관리 목표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 목표가 일부 정치적일 수도 있고, 그 목표 자체가 비상식적일 수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위기관리 전략도 종종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은 옳고 무엇은 그르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내에서 어떤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내부 공유가 필요하다는 정도가 중요한 교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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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성공일까? 실패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그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사람들이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술자리 안주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각종 온라인이나 방송에서는 패러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일정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면 많은 전문가와 비평가들이 해당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 각종 기사와 기고 그리고 종편 방송 패널들이 각자 이번 위기관리가 실패했다 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다룬다. 각자 여기저기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 하나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평가라고 한다. 자신은 열심히 밤을 새워가며 위기관리를 했기 때문에 이번 위기관리는 그래도 선방한 것으로 본다 하는데, 위에서는 다른 평가를 하시니 고민이라 한다. 때로는 내부에서는 나름 이번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판단하는데, 외부에서는 실패라고만 하니 골치가 아프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자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니 그 평가가 각 각인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사내에서도 VIP의 평가와 임원진들의 평가와 팀장과 직원들의 평가가 서로 엇갈리니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각자 다른 기준 그리고 다른 평가와 지적들 그 중에서 꼭 새겨야 하는 위기관리의 평가 기준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해당 기업이 이번 위기로 지속가능성에 일정수준 이상 피해를 입었는가?

어떻게 보면 이 기준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성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여러 위기 중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기를 가장 중요한 위기라고 정의하는데, 그와 관련된 평가다. 그 기업이 이번 위기로 입은 피해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되거나, 지속되는데 있어 중대한 장애가 생기는 경우까지 된다면 그 위기의 심각성으로 인해 위기관리는 실패했다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그러한 위기였음에도 위기관리를 잘 해서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시켰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판정하는데 매우 깊은 고민을 한다.

연예인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의 개인적 명성 위기에서도 이런 기준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떤 논란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런 셀러브리티 위기관리를 하는 주체는 해당 셀러브리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위기관리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가용한 모든 역량과 자산을 쏟아 부어 해당 셀러브리티의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방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해 해당 셀러브리티가 더 이상 활동(지속)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둘째, VIP가 어떻게 이번 위기관리는 평가하는가?

사실 실무자들이나 일부 임원들이 자위적으로 하는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의 무용담이나 넋두리 이상의 가치도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에 관한 평가 중 가장 힘이 센 평가는 VIP가 표현하는 해당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다. 이론적으로나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좀 이해가 안 갈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니 어쩔 수가 없다.

실제 위기관리를 진행한 많은 임직원들이 마음 속으로 ‘이번 위기관리는 우리가 세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라 생각해도 VIP의 생각이 다르면 그 상황은 반전이 된다. VIP가 “그래도 이번 위기관리는 내 생각보다 잘 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해당 위기관리는 사내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로 칭송된다. 더 잘하겠다는 덕담이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반대 경우에 발생한다. 임직원들은 이번 위기관리에 악전고투했지만 그래도 선방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 이 때 VIP가 “이번 위기관리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위기관리를 실행한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바로 초상집이 되어 버린다. 나름 열심히 위기관리를 리드했던 임원 몇몇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교과서적으로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하고 따지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VIP가 성공이라 평가하는가 실패라고 평가하는가만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때 외부만큼 또는 외부보다 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VIP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관리하고 적절한 대응이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해 놓기 위해서다.

셋째, 언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관전평이 어떤가?

위기 시 언론 기사 한두개가 자사의 편을 들어준다고 이번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어떤 기업에서는 그래도 메이저 언론이 그나마 이번 위기관리를 선방이라 평가해 주었다면서, 내부적으로 그런 평가를 조심스럽게 공유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유사하게 하는 평가를 잘 분석해 보면 대략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내부에서는 억울하고, 그 시각이 마음에 안 들고, 반대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위기관리 성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위기라는 것 자체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의 관전평이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평가 방향에 있어 큰 흐름은 있을 수 있다. 그 흐름이 곧 기준이 된다. 물론 성공이나 실패다라고 논하면서 언론이 드는 세부 기준이나 판단원인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오류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

이 기준이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이런 언론을 비롯한 여러 권위적 미디어의 관전평이 사내적으로 VIP와 대부분의 임직원의 평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대부분 위기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면, VIP와 임직원들도 그에 동화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주류를 이루면 사내에서는 선뜻 성공이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언론의 관전평이 가능한 순화되거나, 긍정적으로 진행되기를 갈망한다. 위기 시에도 원할 하게 언론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한다. 최소한 실패했다는 평가를 하는 대신, 그런 관전평 기사를 아예 쓰지 말아 달라 부탁한다. 일부 언론이 이번 위기관리는 성공이라며 긍정적인 관전평을 기사화 하겠다고 해도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 한다. 언론이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넷째, 어떤 사례로 남는가?

주홍글씨. 그와 관련된 기준이다. 일단 실패나 성공 사례로 평가된 위기관리는 그 수명이 몇 년을 간다. 유사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다시 기억속에서 소환이 된다. 그 유사 위기가 다른 기업의 것이라도 관련되어 소환이 된다. 같은 유사사례를 다시 경험했다면 그에 대한 소환은 더욱 격렬해진다.

이런 몇번의 기억 소환이 이루어지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는 그냥 상식처럼 인정받는다. 실패와 성공을 그 때 그 때 평가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 선입견을 가지고 매 번 위기관리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그 기반이 된다.

몇 번 실패했던 기억을 남긴 기업의 위기관리는 매번 ‘실패할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관전평의 기반이 된다. 반대로 여러 번 성공했던 기억을 남긴 기업의 위기관리는 ‘이번에도 성공할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관전의 기반이 된다. 물론 둘 다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기업이 경계해야 하는 평가기준이 이런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깊은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신속성과 과감성이 필요하다. 적절한 위기관리를 통해 위기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노력을 한다. 공중의 기억에 남을 만큼 위기를 지속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를 두는 것이다. 빨리 해결해 버린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당면한 위기에만 주로 몰두할 뿐이다. 이전의 주홍글씨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그런 주홍글씨가 정말 문제라면 개선을 위한 노력과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주홍글씨를 탓하면서 무기력한 위기관리를 한다. 그 위기관리의 문제는 또 다른 주홍글씨를 만들고, 이전의 주홍글씨를 더욱 더 선명하게 키운다.

마지막 기준,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읽어 보는 노력이 있으면 가장 좋겠다. 특정 위기를 경험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위기관리를 했다면, 그 이후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는 것이다. 서베이나 FGI를 통해서라도 그들의 생각과 평가를 받아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사후 노력을 가볍게 생각하고, 불필요하다 생각하는데,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노력이 이 리스닝 부분이다. 고객과 관련 한 위기였다면 일반 고객들을 사후에 모아 그들의 평가를 받아보자. 거래처와 관련된 위기였다면, 사후 그들의 평가를 받아보자. 그들의 평가가 사실은 가장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

내부에서 성공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할지라도, 핵심 이해관계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 반대로 실패라고 우울해 있는 기업에게 핵심 이해관계자는 다른 응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절대적 평가의 기준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난 위기관리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는 충분하게 얻을 수 있다.

애초부터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해관계자 개념이 기반 되지 않고 서는 위기관리에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워진다.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입장과 목소리가 대응 전략의 기조가 된다. 그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제가 된다. 따라서 위기관리 사후에 다시 찾아 듣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처럼 일관된 기준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준 이외에도, 언론이나 여러 전문가들은 더욱 흥미로운 위기관리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그에 기반 해 관전평을 공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기가 발생한 이후 주가의 추이를 그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위기 발생 초기에 폭락했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대표이사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스토리를 드는 것과 같은 형식이다.

그러나 위기와 위기관리를 주가의 추이와 연동하는 평가 방식은 항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실제로는 대부분이 실패했다 평가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이후 일정시간이 흐른 후 주가가 정상화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등의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는 위기관리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이야기하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부의 관전평에 대해서 “외부 사람들이 내부 사정을 잘 몰라서 부정확한 평가를 한다. 가치가 없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부 사정이 아니다. 위기관리가 궁극적으로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외부 관전평이 형편없는 실패라 비판 받는 경우는 없다. 반대로 실제로는 형편없이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서 성공한 것이라 평가하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다. 내부 사정을 모른다 해도, 외부에서 큰 시각으로 볼 때 실패다 성공이다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평가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정해져 있어 케익을 반으로 가르듯 시원한 단 하나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에서 언급한 여러 기준들이 하나의 방향을 공통적으로 가리킨다면 그 평가는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위기관리를 통해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키고, 그에 대해 VIP가 긍정적 평가를 하고, 언론의 좋은 관전평과 성공의 사례로 일컬어지며, 핵심 이해관계자가 치하하는 위기관리를 생각해 보자. 이런 위기관리는 누가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결국 이상의 위기관리 기준들은 위기관리 전략과 우선순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지향해야 하는 대상과 방향을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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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착각을 먼저 인정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칼럼에서 매번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포인트들 만큼 위기라는 것은 매번 반복되고 반복된다. 그래서 이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기업을 두 가지로 나누면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앞으로 경험할 기업으로 나뉜다는 말도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들킨 기업과 앞으로 들킬 기업으로 나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최근에는 그에 더해 ‘또 들킨 기업’까지 더해져 세가지 기업 유형이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모두가 반복 때문이다.

이상하다. 그 똑똑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위기 앞에서는 왜 그럴까? 해외 유수 MBA출신에 경영 컨설턴트에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 진출에 앞장서는 성공적인 경영진이 수두룩하게 포진한 멋진 기업들이 왜 위기에 대해서는 그리 우왕좌왕하는 걸까? 품질과 서비스에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 경쟁하는 기업들이라면서 왜 위기가 발생하면 실체를 드러내고 이빨을 보일까?

그와 관련 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내부의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그 이전 이후 이야기를 들어 보고, 생각을 나누어 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가 평소 상식 또는 당연함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위기 시에는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평소에 우리는 많은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놀라게 된다. 조직이 마음과는 달리 이상하게 움직인다고 느끼게 되고,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 당황스러워 진다.

주요 위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결론은 이것들이 모두 착각이니 그 착각을 정확하게 착각이라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평소에 해 놓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도 착각하지 말자.

첫 번째 흔한 착각. 위기가 발생하면 알아서 잘 대응할 것이다.

사실 제3자 관점에서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착각이다. 그러나 여러 성공을 경험한 경영자와 그를 둘러싼 위너(winner)들이 회사를 움직이는 경우 종종 이런 착각이 회사를 지배하곤 한다. 이런 기업에서 평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특징이 있다.

“저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잘 준비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OO기업 같은 대기업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죠.” “사실 저희가 국내에서는 최고입니다.” 모든 임직원이 성공이라는 흥에 취해 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무난하게 처리 해 나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 기대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며칠 내에 무너진다.

위기대응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접한 이런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는 해당 위기를 음모론에 엮어 해석하거나, 해당 위기의 수준이나 이해관계자들을 폄하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잘 나가는 우리를 경쟁사나 정부가 시기했다 이야기 한다. 임직원이 열심히 대응하기는 했지만, 해당 위기가 전혀 위기답지 않았다거나,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정상이 아니었다 불평을 늘어 놓는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문제라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은 평소 자사에 만연한 막연한 기대감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우리도 실수할 수 있다. 우리가 경쟁사만큼 또는 그 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자. 실제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해 보라. 이런 사고방식이 실제 위기관리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흔한 착각. 한번 경험한 위기니 다음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으면, 왜 그리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하고 또 반복 실패할까? 일반적 상식으로도 학생이 한 번 풀었던 문제라면 다음 시험에서는 그 문제의 답을 알아 절대 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데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풀었던 문제를 매번 낯설어 하고, 틀렸던 문제를 똑같이 또 틀리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 위기와 이번 위기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 번 위기를 경험했던 경영진들이 모두 바뀌어서 그래요” “저희는 지난 번 위기도 그렇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에 준해서 대응 한 것뿐입니다.” “달리 어쩔 수가 없어요. 그 부분은…” 듣는 사람도 갑갑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력함, 무관심, 자기 합리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위기관리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하루 빨리 이런 착각을 극복해야 한다. 대신에 ‘똑 같은 위기가 또 발생하면, 그 때에는 우리가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지난 위기관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했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선점을 정확히 공유하고 개선 실행해 더 이상은 유사한 문제가 없게 노력하는 것이 낫다.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것은 수치라는 생각이 먼저다.

세 번째 흔한 착각. 위기로 고통 받는 저 기업과 우리는 좀 다르다

경쟁사 위기를 우리라고 비켜나갈 수 있을까 고민 해 보는 게 어찌 보면 상식 같은데, 경쟁사의 고통이 내심 달콤하기만 한 것일까? 기업의 위기 케이스를 보면 업계에서 마치 돌림병처럼 서로 돌려가며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종종 경쟁사의 위기 케이스에 대해 질문해 보면 이런 답변을 하는 기업이 있다. “그 회사는 이미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완전히 달라요. 저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 회사가 문제에요. 참 바보 같죠. 사실 엉터리 회사거든요” 참 난감한 주장이다. 우리는 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애사심 같아 보이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많아 위험하다.

경쟁사를 이기려면 먼저 경쟁사를 존경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사가 멍청하고 엉터리라서 저런 위기를 당해 자빠졌다는 생각 보다, 저 회사가 저 정도 밖에 위기 대응을 못했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를 먼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저 회사가 그래도 잘 대응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보다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좀더 조바심을 가지는 것이 낫다. 경쟁사의 위기를 보고 비웃기만 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비웃음 거리가 된다는 생각을 하자.

네 번째 흔한 착각. 저희는 잘 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한다. 성공 해 글로벌을 넘나드는 본사의 위대함이 한국 지사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믿는 것이다. 본사의 두꺼운 영문 위기관리 매뉴얼을 자랑하기도 한다.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왜 자신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런 기업은 실제 어려운 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번 위기는 어떤 회사도 관리하기 어려운 특수한 유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사에서는 제대로 대응 전략을 세웠는데, 본사에서 한국을 이해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잘 되어 있는데, 한국 경영진이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후 하소연을 한다. 잘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소한 경영진들은 본사만큼 우리 자신이 잘되어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모두 위기를 잘 관리 하고 있다 믿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만 성공적인 매뉴얼이라는 말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빨리 잘되어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본사만큼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영진은 본사와 함께 또는 단독으로 전략적 대응 의사결정을 정말 할 수 있을까? 본사가 우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와 같은 많은 질문을 선제적으로 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스스로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여러 번 경험 했던 문제들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 번 때 흔한 착각. 어떻게든 되겠죠.

이런 경우 해당 기업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알고 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안다. 조직이 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일선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의사결정 수준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예산이 없어 실제 위기가 발생해도 대응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 하나 극복할 수가 없다 하소연 한다. “저희도 다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VIP께서 그에 대해 관심이 없으셔서요” “마케팅이나 영업 예산도 없어요.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아마 회사는 문 닫아야 할 겁니다.” “일선에서 하도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위기 때에는 더 할거라 예상은 당연히 하죠. 그런데 일선에서는 전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네요” 말 그대로 하소연이다. 문제는 하소연이 위기를 관리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알고는 있어도 준비나 대비나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운명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어떻게든 되는’ 다행스러운 위기는 없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우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는 위기만 있을 뿐이다. 자위적인 운명론이나 희망은 버려야 한다. 대신 현재 제한된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어떻게 VIP를 설득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모든 VIP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VIP가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 또한 실무진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착각이다. 문제는 실무진들과 VIP가 제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데 있다. 그것이 내부 분위기에 기인한 것인지, 내부 체계나 기업 문화 때문인지를 밝혀내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섯 번째 흔한 착각. 조직이라면 위기 시 일사불란 한 것이 당연하다

엄청난 착각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기업 위기 케이스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시 여러 잡음을 냈었는지는 금새 알 수 있다. 임직원의 사적 개입은 너무 흔해 손으로 꼽기 조차 어렵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애사심이 위기 시 현란하게 발산되는 모습들이 이미 흔하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운 이야기까지 나돈다.

이런 기업들은 또 이런 하소연을 한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무리 교육을 해도…” “본사의 방침이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정확하게 전달이 안되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네요” “그건 상식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비상식적 대응을 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이번 건은 그 직원 개인 함량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이런 손가락질이 상호 난무하는 것이다.

기억하자. 조직은 항시 통제 불가능하다. 조직은 절대로 일사불란 할 수 없다. 조직은 원래 중구난방이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와 다른 착각이나 기대를 하지 않아야 위기관리를 위한 조직 통제는 일부라도 가능해 진다. 통제되지 않는 조직을 가진 기업은 절대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일사불란함이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상상력을 실제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기업만 성공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군인이라면 당연히 일사불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맞는다면, 왜 군은 그렇게 매일 매일 수 많은 군인들의 훈련에 힘쓸까? 군인들이 일사불란 한 것은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지, 원래 일사불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일곱 번째,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소가 웃을 착각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는 그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목적이 일선 직원의 위기관리 목적과 똑같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과연 어떤 근거인지가 더 궁금하다.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 착각하지 말자.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를 들여다 보자. VIP는 이에 대해 자칫 거대한 과징금은 물론 이후 발생할 여러 제반 문제로 고민하며 이번 논란을 잘 관리해 규제기관 조사나 처벌은 피하자는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표는 이와 달리 이번 위기를 잘 관리 해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임원은 이번 문제로 전문경영인인 대표가 경질되는 것을 기대하며 이를 내심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선 직원들은 무엇이 어떻게 되던 연일 밤새움이라도 먼저 그치기를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동상이몽이 생기는 것은 위기 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 만큼 평소 착각은 위기 시 더욱 더 위험해지는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모든 조직원은 평소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위기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일원화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고 다양해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VIP의 생각이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공유 강조되어야 한다. 여러 구성원의 생각을 하나로 억지로 통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VIP 생각을 모든 구성원들이 알 수 있게는 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이후 VIP생각을 기준으로 신상필벌이라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착각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을 수 있다.

이상의 다양한 착각들에는 공통점이 몇 개 있다. 일단 긍정적 기대감이 그 중 하나다. 이는 평소에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위기 시에는 위험한 부작용을 낫는다. 따라서 위기관리에서는 긍정적인 기대감 보다는 발전을 위한 부정적 의심이 더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착각들의 공통점은 위기관리에 대한 실제 경험이나 깨달음이 적은 경우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 그래서 전시에도 편의점은 열겠지? 전쟁이 나면 제주도로 비행기 타고 피난 가면 되지 않나? 같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내부에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항상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착각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VIP도 이와 똑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혹시 VIP는 전혀 그리 착각하고 있지 않은데, 회사 임직원들 스스로만 그리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VIP도 그것이 당연하다 착각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실제일까? 내부적으로 그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 착각은 진짜 큰 문제가 된다. 사후평가와도 관련된 부분이라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착각이 돼 버리는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착각들을 버려야 한다. 보다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내부와 외부를 점검해야 한다. 알려졌거나 반복된 문제에 대해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실행되어야 한다. 끊임 없이 교육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원칙이다. 그 대상이 VIP이건, 직원이건, 일선이건, 이해관계자들이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평소나 위기 시 공히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하자. 그래야 그나마 위기는 관리된다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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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알면서도 못하는 위기관리, 그 100개 증상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더피알 제100호 발간을 축하하면서 위기관리와 관련한 특별한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100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고질적 100대 위기관리 실수(Don’ts) 리스트.

  1. 어떤 위기가 발생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대비 하지 못한다.
  2. 올 것이 왔다 생각한다.
  3. 내가 (우리가) 그럴 줄 알았다 생각한다.
  4. 우리가 몰라서 대비 못 한 게 아니라 하소연한다.
  5. 알았는데도 막상 일이 벌어지면 당황한다.
  6. 일선에서는 진짜 놀라 허둥대느냐 상황 파악이 잘 안된다.
  7. 가끔은 언론이나 온라인보다 회사의 위기 상황 감지가 더 느리다.
  8. 위기관리팀이 제대로 구성이나 소집되지 않는다.
  9. 위기관리팀이 서로 유선과 무선 그리고 메신저로만 커뮤니케이션 한다.
  10. VIP와는 상황 초기에 통화가 잘 안된다. 계속 통화 중이다.
  11. 일선과 임원들이 부서별로 각자 대책을 마련한다.
  12. 위기관리팀은 있는데, MC역할 하는 임원이 정해 있지 않다.
  13. 위기관리팀이 소집은 되었는데, 상황파악에 하소연을 상당시간 동안 반복한다.
  14. 해당 위기상황과 관련한 사내 원칙이나 철학이 없다. 입장에 연결이 안된다.
  15. 예전에 유사 위기를 겪은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대응했는지 아무도 잘 모른다.
  16. 위기관리팀에 VIP가 참여하지 않는다. 결정내용을 VIP에게 따로 리뷰 받아야 한다.
  17. 일선에서는 위기 상황관련VIP보고용 파워포인트를 만드느냐 눈코 뜰 새가 없다.
  18. 언론과 온라인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별반 입장정리가 안된다.
  19. 홍보실 일선에서는 홀딩메시지를 넘어 조금씩 애드립이 나오기 시작한다.
  20. 일부 임원들이 홍보실에게 일단 기사를 막으라고 한다.
  21. 몇몇 기사라도 막아보려 데스크를 방문하느냐 홍보임원이 위기관리팀 미팅에 참석 못한다.
  22. 공장, 매장, 지점, 지사, 온라인, 언론 창구, 대관 창구들이 하나씩 무너져 가고 뚫린다.
  23. 내외부 전문가들과 전직 임직원들이 개인 주장들을 언론에 전한다.
  24. 언론에서는 왜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 놓지 않느냐 추궁한다.
  25. 잘 모르는 실세들이 위기관리팀 미팅에 등장해 선문답을 한다.
  26. 핵심 임원들이 여기저기에서 언론이나 온라인 부정 게시물을 받아 VIP에게 일러 바친다.
  27. 홍보실을 건너 뛰고 여러 대응방안들이 강구된다. (특히 언론 중심)
  28. VIP의 의중을 아무도 모르는 듯 하다.
  29. VIP께서 홍보실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물으신다.
  30. 사내에서 별별 루머가 돈다. 정치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31. 이슈를 크게 만들고 있는 원점에게 소송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2. 배상, 보상, 리콜, 사죄, 책임….이런 이야기가 금지어가 된다.
  33. 로펌의 의견을 중심으로 여론을 무시, 회피한다.
  34. 일부 일선에서는 확실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 본다.
  35. 공식입장문을 쓰라 했는데, 여러 부서가 달려 들어 각자 초안을 잡는다.
  36. 홍보실이 쓴 초안을 가지고 법무, 대관, CS, 비서실 등에서 한참 리뷰한다.
  37. 완전히 수정된 당황스러운 입장문이 홍보실로 내려온다.
  38. 공식입장문의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로 인해 더 큰 공분이 조성된다.
  39. 일단 사과광고라도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40. 예산을 가지고 여러 부서가 고민하고 다툰다.
  41. 사과광고에 실을 문구를 마케팅팀이 광고대행사로부터 초안을 받아온다.
  42. 매체력을 기준으로 사과광고를 일부만 한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댄다.
  43. 제외된 언론에서 쏟아지는 비판 때문에 홍보실만 더 힘들게 된다.
  44. 일부 언론에서 홍보실에서 애드립 한 메시지를 침소봉대해서 부정 기사들을 만든다.
  45. 위기관리팀 회의에서 전체 출입 매체들을 대상으로 사과광고를 한번 더 하자 한다.
  46. 사과기자회견 이야기가 나오니, VIP가 나가지 않겠다 하신다.
  47. 사과기자회견을 열었는데, VIP께서는 질의응답에 참여 안 하신다.
  48. 준비 덜 된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 질의 응답에서 기자들이 화를 낸다.
  49. 사과기자회견을 했는데, 오히려 부정기사들이 더 나온다.
  50. 장기간 여론이 잠잠해 지지 않자 정부기관이 나선다.
  51. 압수수색을 받는다. 그리고 또 받는다.
  52. 관련자들과 VIP를 대상으로 하는 소환 조사가 개시 된다.
  53. 소환 받은 정부기관 정문 앞에서 핵심 인사들이 다시 사과를 한다.
  54. VIP께서 개인 인맥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55. VIP에게 훈수 두는 여러 전직관료들과 영향력자들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56. 완전하게 공식 위기관리팀과 외부 비선그룹의 실행이 이원화 및 다원화된다.
  57. 비선 그룹이 어지럽게 접근 하면서 언론에는 더 많은 정보들이 흘러 들어간다.
  58. 정부조사 기관별로도 검증되지 않는 정보들이 흘러 나와 기사화된다.
  59. 회사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 우스꽝스러운 주제로 다루어 진다.
  60. VIP와 핵심 임원들이 홍보실에게 온라인에서 무엇이라도 해 대응하라 한다.
  61. 다급해진 홍보실은 온라인에서 밀어내기, 물타기, 인플루언서, 유명 지인들을 통해 뭐든 한다.
  62. 시민단체와 여러 이해관계자 공분이 없어지지 않으니 내부에서는 이제 침묵하자 한다.
  63. 뒤 늦게 향후 시나리오를 챙겨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64. 위기관리팀에서 천천히 정신승리 관점이 개진된다. 일부에서는 음모론까지 보고한다.
  65. 약간 늦은 감 있지만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원점을 관리하자는 의견이 다시 무시된다.
  66. 대신 강력한 대응, 무대응, 무시, 참고 견디기 의견이 득세한다.
  67. 소송 대응을 한다는 목적으로 VIP와 로펌만의 미팅이 많아진다.
  68. 로펌을 계속 바꾼다.
  69. 홍보실과 대관부서에서는 그 이후 별반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한다.
  70. 홍보실에서 출입 및 지인 기자들을 통해 정보 입수 보고하나, VIP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71. 위기관리팀이 붕괴된다. VIP와 핵심 임원들만 모처에서 모인다.
  72. VIP 가족들도 홍보실과 여러 실행부서에게 다양한 지시를 내린다.
  73. 문의 기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하게 된다.
  74. 홍보실이나 관련 임원들이 몰랐던 스토리들이 여기저기서 기사화 된다.
  75. VIP 출두를 앞두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나 조언을 짰으나, VIP를 뵐 수가 없다.
  76. 출두 시 포토라인 앞에서 몇 마디 하시기로 했는데, VIP가 당황하시어 그냥 밀고 들어가셨다.
  77. VIP께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시다가 기자의 질문을 몇 개 받으셨는데 실수를 하셨다.
  78. 여기 저기에서 위기 상황과 관련해 추가 제보들이 이어진다.
  79. 블라인드와 카카오톡 등에서 민감한 사내 정보들이 지속 업로드 된다.
  80. 무분별한 사내 정보 유출을 금하라는 내부 공문이 또 외부로 공유된다.
  81. 영업직원을 중심으로 일선에게 보낸 위기 대응 지시사항 문자가 공유된다.
  82. 아직도 민감한 시기인데 마케팅 부서에서 슬슬 다시 프로모션을 시작한다.
  83. 일부 온라인 매체 기사를 네고 해서 뺐는데, 그게 소문이 나서 장이 섰다.
  84. 홍보실에서 어떻게든 관리해 보려 불철주야 기자들과 만남을 가진다. 청구서는 쌓여간다.
  85. 원점관리를 위해 투자했으면 좋았을 큰 예산을 사후 로펌에게 지급한다.
  86. 위기관리를 위해 지출한 예산을 사후에 감사(監査)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87. 일반 부서들은 체념하고 현장으로 돌아가 일찍 퇴근한다. 일부 부서만 계속 긴장이다.
  88. 주가가 약간 반등하고 있다면서 위기 종결을 이야기한다.
  89. VIP 주변에서 이 정도면 선전한 것이라 정의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90. 일부 부서들이 제 역할을 처음부터 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91. 획기적인 기업 이미지 턴어라운드 플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고 중심)
  92. 일부 임원들이 실형 수준 판결을 받고, 과징금이나 벌금을 추징당한다.
  93. 집단 소송의 대상이 되어 지루한 재판이 시작된다.
  94. 몇몇 일선에서 위기관리 실행하던 임직원들이 과로를 하고, 사표를 낸다.
  95. 그 와중에 다른 위기상황이 추가로 터진다. 다시 앞의 프로세스를 반복된다.
  96. 위기관리 실패라며 홍보임원과 위기관리 담당 임원을 경질한다.
  97. VIP가 위기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모른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도 잘 모른다.
  98. 매뉴얼 때문이라며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99. 정치권, 행정부처, 검찰, 국세청, 식약처…등등의 출신인사들을 대거 영입한다.
  100. 얼마 후 다시 똑같은 위기관리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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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자에 대한 VIP의 흔한 착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러 장면에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고 재미있어 했다. 얼마 전 끝난 지방 선거 직후에도 그랬다. 한 당선자가 언론과 축하 인터뷰를 하는 도중 자극적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거부하며 소리를 치는 장면이 있었다. “기자들이 예의가 없다!” 말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되면서 그런 방식의 대응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어나기 까지 했다.

사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그리고 고위 임원들은 각자 자신만의 언론관과 기자에 대한 평소 생각에 기반 해 언론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홍보실은 매번 홍역을 앓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우려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회사의 VIP들에게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업계에서 수 십 년간 잔뼈가 굵었고, 연세도 대략 50-60대에 이르시는 VIP들에게 ‘기자 앞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소개하는 모습도 어찌 보면 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매일 매일 기자를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정치인들도 종종 기자 앞에서 실수를 한다. 수십 년간 언론에 몸담았던 분들도 퇴직 후 후배 기자들을 만나 설화를 만들어 낼 때가 있다. 언론학자로 평생 쌓아온 언론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어떤 분은 술 한잔에 잃어 버리기도 했다. 이 같이 언론에 대해 자칭 타칭 전문가라 하는 분들도 기자 앞에서 자칫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 기업 VIP들은 앞의 그들과 같은 언론 전문성이나 경험 조차 없이 기자를 대한다. 매일 매일 기자와 밀고 당기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 반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편견은 개인별로 가득하다. 기자를 대부분 싫어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일선 임원 시절 언론에게 ‘당했던’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지닌 분도 있다. 이런 VIP들이 회사를 대표해 기자와 마주하니 회사 차원에서는 좌불안석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 홍보실에서 감히 VIP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기업 VIP들은 물론 유명 정치인과 셀러브리티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기자에 대한 공통적 착각을 12개로 나누어 소개해 본다. 그분들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해 보려 한다.

기자가 예의가 없어!

기자는 원래 예의가 없다. 기자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앞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자라는 단어와 예의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대만의 유명 여성 저널리스트 저우위코우(周玉蔻)는 기자의 예의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은 예의에 있지 않다. 저널리스트는 질문을 제대로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상(진짜의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대상은 일반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특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거수 일투족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류의 VIP에게 질문한다. 그들에게 예의를 차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VIP가 좋아하는 질문만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VIP에게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하면 진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질문이 핵심일 뿐, 기자에게 예의는 핵심이 아니다.

기자에게 예의를 따지고, 무시하며, 훈계하고, 화 내는 그 모습 자체가 오히려 더 위험한 문제다. 기자에게 “예의를 차리라”는 훈계의 저변에는 “나는 네가 싫다”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예의 없는 기자들은 답변자의 그런 반응이 더 고마울 때가 있다.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예의를 따지며 기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TV 영상으로 반복되고, 다양한 장면 사진들이 온라인에 떠돌게 될 것이다. 기자는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답변자는 소중한 것을 잃은 셈이다. 이 모두가 예의를 따지다 발생한 일이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이 예의 없는 것인지 예의 있는 것인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생각하자. 그리고 국민의 시각에 맞추어 대응하자.

내가 무슨 일을 잘못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자는 없다. 어떤 일이고 일을 한 사람이나 해 본 사람에게 기자는 다가가고 질문한다. 그들에게 생각 또는 책임을 묻는다. VIP에게 기자가 마음 먹고 다가 갈 정도라면 그 때는 VIP와 관련해 어떤 일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기자를 보며 당황하는 VIP는 자신이 왜 당황해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 스스로 나서 위와 같이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질문 했을 때 자신 스스로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기자가 깔아 놓은 질문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의미다. 일단 기자가 다가오면 내가 취재 대상이 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게 차라리 편한 마음가짐이다. 왜 나를 취재하는지 묻지 말자. 그 대신 어떤 질문을 하는지 잘 들어보자. 그리고 답변 대신 시간을 벌면 간단하게 끝이 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자에게 즉석에서 답을 하고, 세세히 설명 하면서, 잘잘못까지 따지는 건 실패한 대응이다.

기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VIP에게 다가온다. 이를 보는 VIP관점에서는 해당 기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기자가 취재를 더 잘해낼 수 있도록 일부러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에는 담담하게 정해진 대응을 하는 것뿐이다. 서로가 해야 할 일만 한다는 생각을 하자.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를’ ‘감히 나에게’라는 생각은 기자 앞에서 좀 접어 버리자. 기자가 눈 앞에서 깐족거리고, 부정적인 표현을 쓰고, 비아냥대는 시각을 거론할 때도 있다. VIP 개인적으로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기자가 밉게 느껴진다. 어느 누구도 자신 앞에서 이런 식으로 굴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상황에서는 기자의 인간성을 평하기도 한다.

VIP 스스로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응은 정해진 그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기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화를 내는 꼴이 된다. 기자에게 하는 욕은 국민들을 향한 욕설이 된다. 기자를 밀치고 때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그런 기사와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VIP나 회사에게 피해를 끼친다.

기업을 대표하는 VIP라면 기자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자를 통해 국민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기자 앞에서 공손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기자 앞에서 신중해야 하고, 기자 앞에서 다정다감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관점의 중심은 국민이다. 기억하자. 절대 VIP 자신이나 앞에서 알짱거리는 기자가 중심이 아니다.

기자면 공부 좀 하지?

기자는 답변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어눌하게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할 때도 그 진의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말이 되게 바꾸어 주고 답해주면 된다.

틀린 질문은 당연히 틀린 답변을 낳는다. 기자의 질문이 이상하거나 틀렸다면, 교정 해 주며 답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면 일부 기자들은 자신의 질문 전략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잔기술을 써도 나는 정식으로 대응한다는 VIP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기자에게 공부 해라, 기자 몇 년 차냐,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슨 취재를 하는가 하는 등의 개인적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질의와 응답의 범위를 벗어나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한 다음에도 성공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억하자. 시종일관 상호간의 감정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노 코멘트 노 코멘트 노 코멘트

흔히 생각하기로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노 코멘트라 하는 것 같다. 입을 다무는 ‘함구’가 곧 노 코멘트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VIP들은 유사시 조직에게 함구령을 하달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적거나 없을 경우에는 뭐든 해도 괜찮다. 함구를 하건, 이야기를 하건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이 극도로 고조되었고, 여러 경로로 적극적인 취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함구 하는 것은 반대로 코멘트가 되니 문제다.

법정에서도 판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것을 피고에게 권한다.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뒤집어 만약 아주 민감한 내용임에도 피고가 침묵한다면, 그 내용은 자신에게 불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답해야 하는 질문에 대해 과감하게 노 코멘트 하는 기업의 VIP는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성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죄를 인정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억하자. 노 코멘트는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다.

당신에게만 해 주는 이야기야

친한 기자라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대체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VIP 혼자 스스로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자는 내 고향 조카뻘이라서 그냥 편하게 이야기했을 뿐 이라면서 뒤 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는 VIP들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기자에게 너만 알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기자에게 이건 기사화 하지 말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순진한 이야기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하면서 하면 안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게 기사화되면 곤란한데 하면서 곤란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의 모든 근원은 답변자의 ‘입’이다. 답변자가 자신의 입만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기자를 넘어 언론까지 컨트롤 하려는 담대한 시도까지 할 필요는 없어진다. 많은 기업 VIP들이 이런 이해를 무시하고 실수를 반복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억하자. VIP가 기자에게 하는 모든 말은 기사화를 전제로 한다. 예외는 없다.

기사 못 쓰게 하세요

모 회장님이 그랬다. 아침 출근길에 친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상당히 민감한 정보를 기자에게 실수로 흘렸다. 기자는 우연히 특종을 잡은 셈이 되었다. 재차 더욱 디테일 한 정보를 캐묻는 기자의 반응에 결국 회장은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감을 잡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회장은 자사의 홍보임원에게 전화 했다. “OO일보 OOO기자와 통화 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M&A 이야기를 해버렸다. 비밀준수계약이 걸려 있는 건이니 해당 기자를 만나 절대 기사를 못 쓰게 하라” 지시 했다. 회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전부 팩트였다. 기자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주셨다고 한다.

VIP가 기자에게 한 말은 일단 VIP의 입을 떠나면 ‘낙장불입’이 된다.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 때가서 기자를 탓하고, 언론사를 탓하고, 저널리즘에 삿대질 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홍보임원과 여러 직원이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고 밤새워 기자를 만나 애원하고 하는 모든 일들은 애초부터 불필요 했던 것이다. 기억하자. 사후에 기사를 뽑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VIP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어디 기자? 그 신문 누가 본다고…

흥미로운 상황은 또 있다. VIP와 경영진 대부분은 언론을 독자수나 영향력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다. 메이저 신문에 나는 기사는 매우 의미 있다 생각하는 반면, 마이너 신문에 동일한 내용이 실리면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언론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

마이너 언론에 긍정 기사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으면, 일부 VIP는 그런 신문을 누가 보느냐 하면서 그 영향력을 무시한다. 며칠 후 그 마이너 언론에서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를 실으면 이전의 그런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기사가 민감하니 어떻게 해서든 해당 기사를 빼라는 지시를 하는 것이다.

소위 마이너 언론에 좋은 기사가 실렸을 때는 별 의미나 영향력이 없다 평가하다가도, 부정 기사가 실리면 그 의미나 영향력을 위협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그 언론이 별 영향력 없다 생각했다면, 부정적인 기사라도 무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이중성은 언론을 차별하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반복된다. 기억하자. 어떤 언론 기사도 일단 청와대는 읽는다. 국회의원들과 규제기관들이 읽는다. 수사기관들이 읽고 시민단체가 읽는다. 어떤 언론도 언제든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광고 달라는 이야기 아니야?

일만 발생하면 VIP의 인상이 험악하게 바뀐다. 돈을 뜯으려 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경영하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한탄한다. 자사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도하는 많은 언론사들이 광고 영업 중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사의 문제를 보기보다 언론의 문제를 더 크게 본다.

그러다 보니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광고 영업직원처럼 대한다.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써라 쓰지 말라 요구한다. 더 큰 광고를 줄 테니 아예 기사를 통째로 내리라 요구한다.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에 전화해 우리가 광고를 얼마나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 항의한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 앞으로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다.

언론을 돈으로 바라보다 보니 스스로 더 힘이 든다. 다가오는 모든 기자들이 두려워 진다. 기사가 기사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보이스로 보인다. 당연히 평소 기자를 피하게 된다. 언론사와 가능한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도와줄 우군을 급히 찾는다. 평소 외면하던 기자에게 다가가 광고를 이야기 한다. 이런 단발적이며 비전략적인 대응이 반복된다. 기억하자. VIP의 언론 및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회사와 직원들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강력하게 법적으로 조치하세요

형사나 민사 소송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가지고 언론의 취재에 맞서는 VIP가 있다. 든든한 로펌을 통해서 언론사와 기자와 데스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 부정 이슈를 물고 늘어지는 기자를 상대로 분풀이 소송을 하기도 한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서 기자에게 오랜 고통을 주는 것이 전략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여러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찬반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은 분명한 득과 실이 존재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의미다. 분명히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특히 VIP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무리하게 휘둘러 져서는 안 된다.

제3자가 보았을 때 법적 조치가 당연해 보이는 경우만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반면 취재중인 기자의 취재를 제한 차단하기 위해 행해지는 법적 조치나, 기자와 언론사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법적 조치는 권장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기업도 하루 이틀 사업 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사나 기자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속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언론사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 할게요

기업 VIP들은 대부분 인맥이 두껍고 넓다. 여러 언론사 회장이나 사장들과 여러 관계로 얽혀 있다. 그래서 기업 VIP들은 언론을 스스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간단한 요청의 경우 언론사 VIP들과의 통화를 통해 VIP가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문제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기업 VIP는 언론사 VIP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과 친하니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언론사 VIP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거의 매일 어려운 사안이 발생한 여러 기업의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언론사를 경영하는 자리에 있는 자로서 편집권을 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대부분은 곤란한 입장으로 마무리 된다.

기업 VIP는 그의 비협조(?)에 섭섭한 마음을 가지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언론사내에서는 고민이 많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기업 VIP가 언론사 VIP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어느 한두 언론사의 침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아닌 경우다. 기업 VIP는 위기 시 친한 언론사 VIP를 곤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억하자. 친한 언론사 VIP는 119가 아니다.

기레기들…

최근 유행하는 기레기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VIP가 있다.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기자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보는 듯 하다. 가끔 황당한 기사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럼 그렇지’가 반복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인식은 더욱 더 부정적이 되어 간다.

사람은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느낌은 잘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감정보다 싫어하는 감정이 더 숨기기 힘들다는 의미다.

기자들도 VIP를 만나면 그런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주 앉은 VIP가 취재 중인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평소 기자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해 온 VIP의 경우에는 당연히 기자에게 부정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게 된다. 표정 한 조각, 단어 한 조각, 표현 한 조각이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부정적 태도와 인상이 기사와 보도에 그대로 묻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자도 사람이다. 선진적인 VIP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을 지닌 능력자다. 그런 능력이 없거나 그런 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언론 응대와 활용은 불가능하게 된다.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큰 의미와 가치 그리고 기회를 포기해 버리는 셈이다. 기억하자. 기자를 좋아하자. 최소한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주자.

기본으로 돌아서 생각하자. VIP와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회사를 위한 일이다. 회사를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일이고, 사회를 위한 일이다. 절대 개인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며, 감정이 지배하는 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시 이해와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이 곧 언론 커뮤니케이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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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리콜을 보면, 위기관리 준비 수준을 알 수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소비재 기업들을 위한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가장 기본 중 기본은 바로 리콜(Recall) 시스템이다. 리콜이란 간단히 말 해 ‘판매한 제품 중 이상이 발견된 제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제품에 이상이 발견된’는 경우에만 리콜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는 당연하게 리콜이 진행되지만,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경우’에도 리콜을 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가장 어려운 리콜 의사결정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일부 기관이나 단체 또는 언론을 통해 제품의 유해성이 의심되는 경우다. 실제 생산자의 과학적 실험과 검증 결과로는 별 이상이나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가 유해성을 주장하게 되면 생산자는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파장이 생겨나면, 해당 생산자는 리콜을 선언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사에서는 해당 제품의 안정성을 확신하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리콜을 개시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비재 기업들에게 리콜이란 소비자 철학의 구현이란 개념으로 점차 일상화 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상시적 리콜이 소비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리콜을 정상화 하려 커뮤니케이션 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소비재 기업들은 리콜 자체를 ‘실패’로 정의한다. 리콜을 제조사 입장에서 ‘수치’라고 받아들인다. 리콜을 통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여러 재무적, 비재무적 손실을 극도로 우려한다. 리콜을 가능한 피하기 위해 여러 사후 노력을 한다. 심지어 리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다른 표현을 찾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해야 할 리콜 대신 수면 하에서 A/S 처리로 리콜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평시에도 리콜을 두려워해서, 리콜 체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슨 좋은 주제라고 미리 준비까지 해야 하는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리콜은 소비재 기업에게 있어 그 기업의 위기관리 준비와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리트머스라 할 수 있다. 기업이 리콜을 결정한 후 보이는 실제 리콜의 프로세스와 운영방식을 보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 수준을 평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리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까?

대관 리콜 커뮤니케이션 준비

리콜은 소비재 기업이 스스로 결정해 그냥 발표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제품인데 우리가 결정해야지 누구와 상의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제 리콜은 그렇게 간단한 내부 결정만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그 소비재의 안전과 이상유무를 판별하고 감독하는 감독 기관이 존재한다. 기술표준원이나 식약처, 지자체 등이 대표적인 제품 이상 감독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리콜을 위해서는 우선 그들과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그들 기관의 경우 법적으로 기업에게 강제 리콜을 명령하거나, 리콜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리콜을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먼저 적절한 감독 기관을 찾아 그들과 리콜을 상의하고 그들의 지원이나 지시를 받는 것이 좋다. 따라서 기업의 리콜 위기관리 수준을 평가하려면, 평소 해당 기업이 자사 제품을 감독하는 기관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면 된다.

대 소비자 리콜 고지 준비

법적으로 리콜은 강제 리콜과 자발적 리콜로 나뉜다. 정부 기관에서도 리콜 주제에 있어 긴급성이나 심각성이 강하게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강제리콜은 최소화 하려 하며, 가능한 자발적 리콜을 권고하고 있다. 제조 기업 스스로 자연스럽게 제품의 이상을 인정하고, 책임 지는 관점에서 리콜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라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이런 당연한 수순에 있어, 리콜을 진행하는 기업 측에서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 들인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기울인 커뮤니케이션 노력만큼 리콜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판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대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통해 여러 다양한 채널을 운용했었다면, 리콜에 있어서도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리콜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하는 이유는 가능한 이상 제품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곧 해당 기업이 가지는 소비자 철학이 기반이 된다. 리콜 고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 법적 규정으로 일간지 등을 통해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리콜 정보를 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와 별도로 리콜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 아웃바운드 콜, SMS, 소비자 레터(우편물), 영업장 고지, 고객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콜 고지를 진행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리콜 개시를 알리고, 대상 제품의 식별과 반품 신청 방법, 보상책 등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자사의 소비자 우선 주의, 소비자 보호, 소비자 책임 등의 메시지를 첨가한다.

이를 위해 소비재 기업들은 평시에 소비자 리콜 고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준비를 한다. 리콜 고지 광고 형식, 홈페이지나 자사 소셜미디어 채널에서의 고지 형식, 안내문 고지 형식 등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또한, 리콜 전후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사 소비자만족센터 또는 상담센터의 연결 회선을 신속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리콜 시 고객을 방문하거나, 유통망을 관리하기 위해 영업인력을 평시 훈련한다. 이런 모든 사전 대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들어 있어야 한다.

리콜 관련 대화 준비

리콜은 일방적으로 고지만 하면 충분해지는 것이 아니다. 리콜에 대한 고지는 시작 일 뿐, 그 이후부터는 더욱 더 중요한 대화 커뮤니케이션이 남아 있게 된다. 리콜 관련 대화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해 어떤 제품에 어떤 이상이 발생했는지, 어떤 제품이 리콜의 대상인지,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어떻게 반품 회수, 교환 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리콜 하는지 등에 관한 여러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모든 내용은 소비자만족센터 인력들을 위해 소비자 Q&A형식으로 스크립트가 제공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준비하면서 리콜과 관련 된 제품의 제품 번호를 고지하는 대신, 제품 사진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우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아웃바운드 콜을 해 친절하게 리콜 참여를 권유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은 소비자들의 과도한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홈페이지 등에 소비자 Q&A를 게재 하기도 한다. 소비자만족센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중요 질문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정확한 답변과 같이 지속적으로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대부분 안전성, 실험 결과, 리콜 관련 정보, 보상 방안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일선 매장 인력에게도 리콜 관련 소비자 Q&A가 제공된다.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정확한 리콜 관련 대화가 진행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유통망을 관리하는 영업인력들에게도 거래처 Q&A가 제공된다. 기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Q&A도 제공된다. 이런 모든 대 이해관계자 Q&A는 사전에 법적인 검토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

상당수 기업이 리콜을 실시하면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우리가 리콜과 관련해 흔히 접하는 소비자 컴플레인 내용을 기억 해 보면 그 문제를 알 수 있다. “리콜 한다 해서 여기 저기 찾아봐도 정확히 어떤 제품을 어떻게 리콜 하는 지 정보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리콜을 신청하기 위해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는데, 계속 통화 중이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리콜 사과문만 달랑 올라가 있고, 정보를 얻거나 상담 할 수 있는 링크가 없더군요” “가까운 유통업체에 반품하라 해서 제품을 가져 갔는데, 유통업체에서는 금시초문이라고 하더군요” “회사에서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하더니,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회수 해 가지 않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컴플레인을 보면 해당 기업이 어떤 준비를 게을리 했는지 알 수 있다.

리콜 수행 준비

리콜을 고지하고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리콜을 완성했다고는 볼 수 없다. 리콜은 실제 시장이나 현장에서 해당 이상 제품을 완전 회수해야 끝이 마무리 된다. 일부 기업들은 리콜 커뮤니케이션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실제 제품 회수에서는 지지부진 함을 보인다. 자발적 리콜을 강조하며 소비자 보호를 이야기 하면서도, 실제 문제 제품을 회수하지는 않거나 방치하는 것이다.

일부 업종에서는 예상외로 제품 회수가 용이한 경우도 있다. 제품 소비 기한이 짧은 경우와 유통채널이 한정되어 있어 유통망에서 해당 제품의 회수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면 유통망이 복잡다단하고, 해당 제조사가 유통망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실제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인적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회수 제품이 거대하고 그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경우에는 제품 회수에 있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때에 따라 문제의 제품을 소비자 스스로 폐기하라 고지하기도 한다. 구입 증빙만으로 보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리콜 신청 창구를 열어 인바운드 리콜 신청을 유도해 처리하기도 한다. 실제 회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회수용역업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문제의 제품을 회수하고도 골치 아파하기도 한다. 회수 제품이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경우 이런 고민은 더욱 더 커진다. 엄청난 분량의 회수제품을 어떻게 폐기 또는 재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때까지 어떤 장소에서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할 때가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정부기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콜의 고지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정부나 언론의 일부 조사결과를 보아도 리콜 고지 이후 실제 리콜 되는 제품의 수량이나 비율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소비되어 실제 제품 리콜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리콜 수행이 진행되지 않아 확실한 회수 완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상 체계 준비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회수에만 협조하는 수동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리콜이 시작되면 바로 떠오르는 질문이 ‘어떻게 피해를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제품에 이상이 발견되어 리콜 한다 할 때, 회사가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1만원짜리 다른 제품으로 교환 해주거나, 1만원을 환불해주는 조치만으로 해결 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리콜이라는 것이 심각한 유해성을 원인으로 하고 있을 때는 말이 좀 달라 진다.

피해가 존재하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리콜에 있어서는 이 ‘보상’이라는 이견 때문에 중장기적인 갈등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초기부터 보상책을 압도적으로 상정해서 소비자 개개인들과 합의 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은 이와 반대로 소송을 통해 일괄 대응하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의사결정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핵심은 리콜과 관련 된 보상 체계에 있어 기업이 사전에 어떤 준비나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느냐 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리콜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조만간 리콜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보상 체계에 대한 고민은 핵심 중 핵심이다. 어떤 과정과 원칙을 통해 어느 정도의 보상 규모를 예상하고 진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다각적 검토는 리콜 체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해당 기업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일부 소규모 소비재 기업은 이 보상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거나, 해체되기도 한다. 사과를 섞은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온라인 판매자들도 있다. 문제의 제품을 가지고 본사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울분을 터뜨리는 동안 회사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회사도 있다. 이렇듯 리콜을 둘러싼 재무적 또는 법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리콜 보험을 든다. 평시 리콜 보험을 들어 실제 리콜이 발생할 때 예상되는 많은 부담을 덜어보려 한다. 리콜은 발생하고 발생하지 않고의 문제라기 보다, 언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리콜 보험의 활용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법적 대응 준비

일부 소비자나 소비자 단체들은 항상 강성이다. 이번 리콜을 통해 유사 리콜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의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올린 기업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최근에는 사회적 파장이 큰 리콜 이슈의 경우 매번 집단소송의 위협이 발생한다.

중소규모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소송단을 모집하고, 회사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한다. 피해사례를 모아 공표하기도 한다. 극단적 피해 주장들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기도 한다. 그들 스스로 회사 앞 또는 규제기관 앞에서 피케팅을 하면서 압력을 가중시킨다.

실제 소송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해당 리콜 기업은 여론상 유죄가 인정되는 상황이 발생해 버린다. 법정에서 대부분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에게 이미 찍힌 유죄 스탬프는 지워지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와 기록 그리고 원칙을 가지고 법적 대응까지 신속하게 준비하는 것은 리콜 체계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제품 이상을 인지한 시점 이후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소비자 피해 복구 및 환원을 위해 회사가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근거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 활발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 명성 회복 전략의 준비

이 부분까지 사전에 정리하기는 힘들다 해도, 이런 준비가 필요할 시기가 온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 하고 있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지난 리콜의 기억을 상쇄시키기 위해 일정 시기 후 과감한 할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해당 제품군을 없애는 전략도 구사한다. 일부에서는 해당 제품명이나 카테고리를 바꾸기도 한다. 해당 판매 사업부문을 접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해당 기업이 문제의 리콜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 나갔었느냐 하는 평가에서 명성 회복의 예후가 갈린다는 것이다. 성실한 자세와 소비자 우선 원칙을 제대로 리콜 전 과정에 반영해서 무리 없는 리콜을 진행했었느냐 그렇지 못했었느냐 하는 것에서 큰 다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기관리 자체도 마찬가지이지만, 리콜은 특히나 해당 기업의 철학을 시험하는 계기다. 다양한 마케팅과 영업 실행으로 제품 품질, 안전성, 소비자 우선 철학을 활발하게 이야기했던 기업이라도 실제 리콜 상황이 오면 이전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리콜 상황에서도 이전과 같은 일관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그렇게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리콜 케이스들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준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준비하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얼마나 리콜을 고민했고, 투자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이 실제로 소비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품에 대한 철학과 노력들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리콜은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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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잉크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또 VIP 위기가 발생했다. 예전과 비슷한 위기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많은 것이 예전과 유사하게 돌아간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전에는 없던 녹취와 동영상들이 제보되기 시작해 판을 키웠다는 점과 공분의 화살이 가족 전체에게로 확산되었다는 정도다.

VIP 위기관리는 위기관리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관리 예후 또한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무자들에게는 특A급 위기로 인식되는데도, 반면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 더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튼 괴상한 위기고 관리다.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도 적용이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서로 닮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 실패한 기업들에게 “왜 이번 위기관리를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물으면, 각 기업마다 이유들이 매우 다양하다.

그 이유들을 하나 하나 챙겨 듣다 보면, 역시 그래서 위기관리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구나 공감이 간다. 최근까지 VIP관련 위기관리를 직간접 자문하면서 들었던 여러 실패의 이유들을 한번 기억해 정리해 본다.

  1. VIP께서 잘못한 줄 모른다. 억울해한다.

가끔 법정에서 판사 앞에 서 사과문을 읽으시기도 하고,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시면서 수치감을 표하시기도 하시는데. 가까이서 뵌 분들의 후담에 의하면 상당히 억울해 하시고 언론과 여론에 대해 대노 하셨다 한다. VIP께서 이런 포지션을 유지하시는 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여론에 공감할 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 여긴다.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 몇의 글을 보시면 전사 공유도 하시고, 행복해 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시는데.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한 후 온라인을 도배하는 여러 공중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 가치를 두지 않으시려 한다. 언론은 이 기회를 통해 돈을 뜯으려 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초기 대응이 힘들다.

  1. 사과하는 매체를 자신에 맞춘다

페북에서 사과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사과 형식이라 해도 그걸 따라 하신다. 페북에 사과 하실 때도 공개범위 설정을 친구들만 볼 수 있게 하신다. 내가 사과하면 알아서 홍보팀이 오프라인 언론에 릴리즈 해 줄 것이라 믿는다. 홍보팀은 차라리 VIP가 앞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데 말을 못한다.

  1. 사과를 여러 번 한다.

언젠가부터 한 위기에 사과를 비공식 공식해서 여러 번 반복한다. 상황관리가 안되니까 계속 상황을 따라가면서 사과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 번의 사과에도 수치심을 느끼시는 데 여러 번 사과를 하게 되니 더더욱 아래 직원들은 바늘 방석이다. 나중에는 “내가 사과했었는데도 상황관리가 안되더라. 그러니까 사과라는 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냐?”고 주변에 물으신다.

  1. 원점관리 자체를 싫어한다.

화가 나 계시기 때문이다. 이슈화가 시작된 원점들은 계속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다가감을 원하지 않으신다. 이왕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것,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 생각하시는 듯 하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하시는 것이 어떤가 하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시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래서 계속 된다.

  1. 말이 처음부터 계속 바뀐다. (정황 서술)

언론을 통하거나, 수사기관 등을 향해 하시는 말씀에 있어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 실제 상황은 그대로 인데, 그걸 기억해 말씀하시는 분의 생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수사기관은 바뀌는 그 말들을 따라가면 비교 분석한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했는데, 말들이 계속 바뀌어 나가니 말로 산을 이룬다.

  1. 내부 지지자가 없다.

내부 직원들이 원래는 안타까워했고, 슬퍼하기도 했고, 나아가 바깥으로 창피하다는 느낌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내부 의견은 블라인드나 공개채팅방에서 공유되다 보니 하나 둘 씩 사라져 버린다. 말 그대로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이슈에 둘러 쌓인 VIP를 지지하는 의견을 밝히는 직원들이 사라져 가면서, VIP에 반감을 가진 직원들이 더욱 더 기세 등등하게 부정 의견을 피력한다. 이어 제보까지 하겠다고 으르렁댄다. 사면 초가가 따로 없다.

  1. 내부제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자 한다.

이어지는 내부 제보에VIP는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 배신감에 치를 떤다. 주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주변 자문단은 VIP얼굴에서 대응 방향을 읽는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 조언한다. 제3자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라 자문한다. 법적으로 강력 대응해 추가 제보를 방지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홍보팀을 비롯 일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1. 법적으로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운다.

훌륭한 법률자문단이 주변에 있는데도 VIP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문제를 키우는 방향으로 자꾸 진화한다. 사실 법적으로 재판을 거쳐 VIP께서 받으실 수 있는 양형은 아무리 많아야 몇 개월 또는 집행유예 정도다 하는 건도 크게 키워진다. 법률 자문단에게 무죄나 혐의 없음 또는 내사종결을 이끌어 내라는 압력을 지속하신다. 그러다 보니 일이 커진다. 양형도 같이 커진다.

  1. 왜 우리만 주목 받는 거냐 억울해 한다.

여러 케이스를 둘러 보라 하신다. 저VIP는 이런 짓(?)을 했었고, 다른VIP는 이런 범죄도 저질렀는데 왜 우리에게만 여론이 이리 좋지 않은가 하신다. 그 VIP들을 향했던 당시 부정 여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시는 거다. 자기 설움이 제일 크다는 말이 맞다. 여론이 좋지 않는 ‘이유’를 들여다 보는 것이 위기관리의 시작인데, 이런 불만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1. 수사기관 출두 할 때가 돼서야 얼굴을 공개한다.

위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가 자신을 관리하게 된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빨리 위기관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최악을 예측해 중간 목표를 세워 최악의 상황까지의 전이를 방지하라 한다. 기관이 나서지 않게 초반 여론을 관리해야 했다. 원점들에게 진심 사과하고, 그들의 불만을 완화시켰어야 했다. 언론 앞에 고개 숙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었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 출두 명령을 받고 나서야 수백 명 기자들과 마주하니 문제다.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일까?

  1. 초기부터 커뮤니케이션만 있고, 중요한 행동은 없다.

원점에 대한 사과도 문자나 이메일로 한다. 페북에서 사과하고 트윗을 날린다. 누군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조언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아니면 그런 조언에도 귀 기울이시지 않는 거다. 연세 있으신 VIP 경우에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을 모아 직접 고개를 숙이시는데, 젊은 VIP경우에는 보다 쉬운 사과 방식을 찾는 것 같다. 행동은 없고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되는 위기는 사실 위기가 아니다.

  1. 홍보팀이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서러운 부서가 홍보팀이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평소에도 듣는데, VIP 위기가 발생하면 무얼 하던 본전 조차 못 찾는다. 지금까지 쓴 접대비와 광고비로 공격하시기도 한다. 돈을 더 얼마나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느냐 물으신다. 보다 능력 있는 홍보임원 영입을 고민하시기도 한다. 기사를 막아라 빼라 하는 말이 드라마에서만 들리는 말인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는 홍보실 신입들이 있다.

  1. 외부에서 강호의 고수를 찾는다.

강호의 고수라는 말도 참 놀랍다. VIP 위기관리는 VIP가 하시는 것이다. 주변의 법무나 대관 그리고 홍보는 VIP가 직접 하시는 위기관리를 돕고 지원 할 뿐이다. VIP가 위기를 관리하려 직접 나서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영입해도 위기는 깔끔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그깟 강호의 고수 정도가 칼을 빼 해결할 수준이었으면 VIP위기란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1. 유사한 옛 이야기들이 재탕된다.

평소에도 언론에서 가끔 회자되면 VIP께서 경기를 일으키시는 과거 흑역사들이 VIP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엄청난 수준으로 여기저기 회자된다. 홍보팀은 바늘방석이 되는데,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탕되지 않게 하려면 VIP께서 사전에 조심을 하셨어야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입이 있어도 말 할 수 없는 위기인데도VIP는 홍보팀 역량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보내신다.

  1. 수사기관이나 감독 규제기관을 더 힘들게 한다.

초기 여론 대응을 당사자 VIP가 유효하게 진행하지 않으니 그렇다. 사회적 공분까지 다다르면 수사나 규제기관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해당 기업에게 “빨리 여론을 관리해 우리가 나서지 않게 하라” 싸인을 보내는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도 좀 편히 직장생활 해 보자 하는데, 힘들게 되는 거다. 결국 그들이 여론에 부응 해 하이프로파일 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 한다. 칼춤을 추게 만든다. 압수수색을 하게 만든다. 공개소환을 하게 만든다. 영장을 치게 만든다.

  1. 로펌을 의지한다. 초기부터 법적 해결책에 집중한다

VIP께서 로펌에 절대 의지한다. 처음부터 법적 부분에 포커스 맞추어 대응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로펌 조언에도 별반 의지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대응 회의나 시간의 길이를 봐도 여론에 대한 대응 숙고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로펌과 하신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법조인 조언을 믿는다. 그런데 그 말을 잘 들어보셔야 한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않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도 확신이 없다는 걸 아셔야 한다.

  1. 연이은 내부 고발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하나님을 영입해도 관리하시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가 이래서 나온다. 내부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기업도 대응안을 만들 수 없다. 일부 기술적 기교적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임계치를 넘은 사내 공분이라면 더더욱 관리 할 수 없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오는 비를 맞고 가자”는 전략이 슬슬 공유된다.

  1. 압수수색을 연달아 받는다

여론에 영향을 받는 기관들의 작품이다. 그들도 불쌍하다. 각종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너희는 뭘 하고 있냐 자꾸 질문한다. 기관장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일선을 질책한다. 한번 할 압수수색을 여러 번 연출 한다. 일부에서는 빈 박스 압수 연출 의혹까지 만든다. 그 만큼 절실 한 거다.

  1. 녹취와 영상들이 여기 저기 공개된다

그렇게 외부불만세력(?)이 많았는지 VIP께서 이제야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온통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받아들이신다. 제보자들도 문제고, 그걸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가 많다 비판하신다. 주변 자문단은 함께 언론의 의식을 비판하며 한탄 해 드린다. VIP께 공감해 드리는 것이 그들 업무라 생각한다. 여론이 표출되는 트렌드가 바뀐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일부 해도 말은 하지 않는다.

  1. 논란이 추가 논란으로 전이되며 알을 깐다.

바퀴벌레도 이렇게 번식력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놀란다. 전국민이 이렇게 까지 관심 가질 일이냐면서 의아 해 한다. 주변 자문단에서는 음모론을 거론한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시는 VIP가 좋아하실 시각이다. 요처 누구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이렇게 시작되는 음모론이 여론을 보는 시각을 결정해 버린다. 홍보팀은 이 때부터 위기관리 실패를 더욱 확실하게 예상한다.

  1. 홍보팀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가능한 말을 줄이는 것이 전략이 되어 버린다. 하이프로파일 할 것이 없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해서 기사 분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한다. 한 두 줄이라도 줄었으면 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VIP위기가 발생했을 때 홍보팀이 언론에게 하는 모든 말은 VIP가 그대로 확인 가능한 것이라서 민감하다. 평소 기사에 나온 홍보팀 말은 잘 확인 안 하셔도, 자신 관련 코멘트는 상당히 민감해 하신다. 홍보팀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이유다.

  1. 노조의 최초 솔루션에 귀 기울지 않는다.

미운 놈은 어떤 말을 해도 밉다. 노조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라 VIP를 향해 외치는 말이 고깝게만 들린다. 가만히 이성적으로 그들 주장을 보면 일견 일리 있는 솔루션이기도 한데, 외면 하시는 거다. 저들도 다 다른 속셈이 있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신다.  VIP 자신을 돕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 상황이 최악으로 치 닫는 시점이 오면 침묵을 선택한다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체념한다. 며칠 전 무언가를 했었으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와 이렇게 된 것, 이제는 정신 차리고 전략을 세우자 한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내리는 공통적 결정은 ‘침묵’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VIP와 위기관리팀이 공유한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자. 지금까지도 기술적 침묵을 해 온 거 아닌가?

  1. 그 이후부터는 내부에서 서로 힘을 주는 말만 한다.

VIP가 진짜 VIP라는 이유는 주변에 그를 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정치인이나 기관 출신 인사, 교수와 은퇴 언론인이 많이 조언한다. 그들 대부분은 이쯤 되면 정신승리를 주장한다. “VIP께서 강건하셔야 합니다” “VIP께서 마음을 단단히 가지셔야 합니다.” 같은 조언은 기본이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는 분도 나온다.

쭉 기억을 정리 하다 보니,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가 다양해 보여도, 그 속에는 또 나름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도 맞겠다. 톨스토이가 보면 ‘서로 닮았네’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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