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의 흔한 특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체 어떤 기업이 위기관리를 잘 하나요? 어떻게 해야 위기관리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요? 잘되어 있는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위기관리 관련 모임이나 워크샵에 가면 아주 흔하게 듣게 되는 실질적 질문이다.
한 중견기업 회장께서는 조찬 자리에서 이렇게 물으셨다. “그래도 위기관리는 OO그룹이 제일이죠? 제가 봐도 유일하게 좀 제대로 하는 것 같더군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뜸을 들이자 옆에 있던 다른 기업 대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건 OO그룹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지요. 예산이나 인력도 많고, 네트워크도 좋고…” 다른 기업 대표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기관리 컨설턴트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위기관리는 대기업이 잘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경영진 생각 속에는 ‘우리는 그 OO그룹 보다 작고, 예산도 없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서 위기관리는 잘 못할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개념이다.
이런 경영진의 생각은 몇 가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피상적 오해해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위기관리는 언론이나 정부규제 부처에 접근해 문제를 문제없게 만드는 매직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트릭과 큰 돈이 든다 여긴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기업이 유력자나 유력 그룹을 찾는 이유는 그런 믿음 때문이다.
또 다른 오해는 홍보실이나 대관, 법무 등 조직이 대규모로 구성 유지되어야 하고, 그 속에 전관들이 많아 알아서 위기를 관리하는 체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들이 평시에도 많은 커넥션을 만들어 사전 정지작업이나 무마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한다. 반면 자신의 기업은 홍보실조차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고, 사실 부서장들의 전문성도 신뢰할 수 없어 위기관리는 힘들다 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경영자 스스로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실제 현실과 많이 다른 경우 발생한다. 위기관리는 일선에서 하는 것이다는 개념. 위기는 무책임한 언론이나 몰상식한 온라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생각. 위기가 발생되면, 임직원이 움직여 어떻게 든 조용하게 만들어야 성공이라는 생각 등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경영진은 그런 잘못된 시각을 비웃는다. 그러나 실제 자사에 위기가 발생되면 생각이 바로 그와 같이 바뀐다. 어쩔 수 없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기존에 경영진이 가지는 중요한 위기관리에 대한 오해를 기반으로, 실제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의 흔한 특징을 정리해 본다. 이런 기업이 진짜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이다. 참고해 보자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평소에 위기를 관리한다
이슈나 위기의 씨앗과 싹을 찾아 낸다. 이슈나 위기의 성장을 씨앗기, 새싹기, 성장기, 발화기, 휴면기로 나눈다고 보면, 아주 초기에 문제의 ‘낌새’를 찾아내는 기업이다. 보통 실무자들 선에서 이런 문제들은 상부로 즉각즉각 보고되고 구체적 해결 제안까지 공유된다. 임원들이 정기적인 이슈 트래킹 미팅을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 요소들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진다. 대표이사 또한 어떤 문제 요소들이 현재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이런 식의 평시 위기관리가 성공적인 기업의 가장 흔한 기반이다.
- 위기관리 잘 하는 기업은 항상 일을 빠르게 잘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평시에 제대로 일이 빨리 빨리 진척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위기 발생 시 그 보다 잘 하리라는 예상은 하기 힘들다. 평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면 위기 발생 시 어떤 상황이 발생될지 상상이 가능하다. 신속한 보고와 팀워크,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명령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어 재빠르게 움직이는 실무진. 그리고 중요한 시간관리와 데드라인 마인드. 이런 가치에 충실한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빠른 기업처럼 부러운 것이 없다. 위기를 맞은 기업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정말 장관이다.
- 위기관리 잘 하는 기업은 CEO가 항상 정위치 한다
상황 보고를 CEO가 직접 받는다. 의사결정을 리드하고 통제하는 것도 CEO가 한다. 그런 CEO가 실행안에 대해 여러 임원과 토론하고, 직접 지시를 내린다. 보고와 실행 시점을 정해 시간관리를 리드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 스스로 단상에 올라간다. 이를 위해 급히 준비 훈련을 할 때에도 셔츠를 풀어 헤치고 밤 늦게까지 연습한다. CEO가 위기관리를 내 일이라 생각하는 거다. CEO가 정위치 하면 의사결정은 빨라지고, 실행도 바로 된다. 불필요하게 정보를 반복적으로 대뇌일 필요도 없다. 위기 시 임직원들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 시간에 CEO를 설득하고 있으면 안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매뉴얼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이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에 더 투자를 한다. CEO 스스로도 해 봐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이전 위기관리 경험이 있는 임원이 더 위기관리를 잘한다는 것이 상식이 된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 대응 위원회나 팀을 만들어 놓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나 상황을 전제해서 반복 토론하고 대응을 연습한다. 열심히 반복해서 연습하는 기업을 이길 수는 없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실무자들이 일을 제대로 한다
위기관리의 정의를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경영진 뿐만 아니라 실무진들에게도 적용된다. 실무자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는 기업의 경우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좋은 대응 결과를 보인다. 제대로 일하는 홍보실, 제대로 일하는 대관과 법무, 제대로 일하는 인사, 기획,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총무들이 모여 일사분란 함이 나타난다. 가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면 그건 이슈나 위기관리 이전에 해결해야 할 경영적인 숙제다. 그게 바로 위기 일 수도 있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컴플라이언스가 살아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모여 “사내 감사 기능만 제대로 확립 운영되어도 위기의 상당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상당히 강조되는 ‘컴플라이언스’는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에게는 신앙 같은 가치다. 준법과 법의식이 임직원에게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심지어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식에 있어서도 그것이 법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을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선별한다. 법이나 규정에 대한 준수는 이슈나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기초다. 여론이나 정무감각을 논하기 아주 이전의 기초작업으로 위기관리 성공의 기반이 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조력자들을 거느린다
이슈나 위기관리는 우리 임직원만 움직여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한다. 그런 기업은 문제 발생 시 이전부터 자사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있는 로펌이나 위기관리펌, 언론관계 및 대관 전문가들을 자사 위기관리팀 구성원으로 즉각 소집한다. 이미 그들 모두는 기존 임원들과 일면식이 있고, 함께 일해 본 경험이 많은 그룹이다. 그들과 협업 체계를 신속하게 형성해 내 외부 시각을 균형 있게 포함한 대응을 결정한다. 자사에게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그들을 통해 보완 받는다. 자사에게 강력한 역량이 있으면 그들의 실행 지원에 힘을 보탠다. 그런 기업은 이렇게 원팀을 잘 꾸린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주장보다 근거가 많다
주장만 많은 기업은 위기관리에 유리하지 않다. 주장은 근거가 있을 때만 그 유효성을 보장받는다. 근거 없는 주장만 만연해서는 논란만 키울 뿐이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도출된 대응 내용 하나 하나에 근거가 잘 마련된다. 제대로 된 각종 조사자료나, 법적 계약서, 소송 및 판결 기록, 전문 논문, 실험 및 연구 자료 등이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근거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자사의 주장을 강화한다. 밖으로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에 힘이 생긴다. 정확성과 적절성은 기본이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애사심이 크다
애사심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실무진들이 자사는 정직하고, 좋은 회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된다.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자들이 자사의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판단해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 대표께서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똑같이 이렇게 했을 꺼야 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선에서 의사결정 한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렇게 위기관리에 있어 신속대응팀이나 일선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 존중 문화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관리를 우선한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 발생 시 모든 업무의 우선순위를 위기관리 업무에 둔다. 위기 발생 시 많은 위기 대응 부서들이 기존 업무는 잠시 내려 놓고 위기관리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어 집중한다. 최소한 위기대응 회의에 들어와서 노트북으로 자기 일을 하는 임직원은 볼 수 없다. 대응 임직원이 위기관리에 업무의 우선순위를 두어 집중한다는 것은 일단 그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방향성, 하나의 생각, 하나의 목적과 목표는 우선순위의 전제 없이는 갖추어 지기 어렵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은 그걸 이해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로부터 배운다
똑 같은 위기를 반복적으로 계속 경험하는 기업은 내부적으로 ‘위기유발의 의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임직원 개인이 위기를 발생시켜야 하겠다는 부정적 의도를 복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 않고 서는 문제 해결이나 개선이 되지 않은 채 똑 같은 위기를 반복 경험하는 멍청한 상황은 상상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고 나서도 열심히 그 문제에 집중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점검하고, 취약성이 나타난 분야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런 주목은 대부분 개선의 실행으로 이어진다. 최소한 조그만 규정 몇개나 장비 구입 하나라도 개선 실행을 한다.
-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은 VIP가 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앞의 열 한가지 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 열 두번째 특징이 없으면 모든 역량은 쓸모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기업의 VIP가 위기를 만들었을 때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줄 수는 없다. VIP 스스로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매니저이자 리더인데, 자신이 위기를 만들게 되면 그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없는 법이다. 많은 VIP 위기 케이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업의 VIP는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가 되어야 지, 스스로 문제(problem)가 되면 안된다.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잘하는 기업의 특징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기존 일부 경영진이 상상하는 그런 가치나 개념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니까 잘 하지. 예산이 많아서 잘할 거야. 인력이 충분하니까 못할 수 없지 등과 같은 피상적인 생각들은 실제 자사의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규모, 어떤 업계의 회사이던, 앞에서 제시한 열두가지 특징만 잘 챙겨 다듬는다면,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된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게 된다. 그건 개런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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