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리스트

2월 022025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한 임원의 일곱가지 실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최고 경영진이 해야 한다는 의미는 경영진이 현장에서 일선을 제치고 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실행하며 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실제 위기 대응 활동은 일선 실무자들이 한다. 경영진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실무자들을 위한 대응 방향 설정, 의사결정, 지원, 통합적 관제 역할이 핵심이다. 각자의 역할이 혼동되어서는 성공적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진들은 실무자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느리고 답답하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관심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만’ 교육하고 훈련하려 평소 애쓰기도 한다.

반대로 실무자들은 위기 시 경영진의 우유부단함에 큰 불만을 제기한다. 일부는 임원들이 너무 현실과 동 떨어진 대응 지시를 해 골치 아프다 하기도 한다. 경영진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지원 대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실무자들은 자신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왜 해야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 하며,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까지 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뿐이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들이 임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해 오면 그에 적절한 결정과 함께 우리가 실무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통합적 관제를 해 가면서 안되는 것을 어떻게 든 되게 지원하고,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번 편에서는 실무자 그룹들이 임원들에게 원하는 위기 시 실천 항목을 크게 7개로 뽑아 정리해 본다. 실무자들은 위기 시 임원들이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첫째, 제발 빨리 마주 앉아 주세요.

일선에서 팀장에게 문제 발생을 보고 한다. 팀장은 사내 메신저로 임원에게 보고한다. 해당 임원은 보고 받은 사실을 기반으로 관련 임원들에게 문제 발생 사실을 공유한다. 그 중 최고 임원이 사실관계를 좀더 정리해 부사장에게 보고 한다. 부사장도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을 정리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대표이사는 좀더 큰 의사결정을 위해 회장에게 보고한다. 이 프로세스를 한번 상상해 보자. 이 프로세스가 완결되어 다시 최초 실무자에게 대응 지시로 돌아오는 기간 까지는 대체 얼마나 소요가 될까?

위기 발생 시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 비서와의 대화를 가상해 보자.

“대표님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급하게 대표님을 좀 뵐 수 있을까요.”

“저 상무님 지금 대표님 중요한 회의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대표님 회의가 끝나셨나요?”

“아…상무님, 지금 대표님 회의는 끝나셨는데. 해외와 컨퍼런스 콜 하고 계세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대표님 컨퍼런스 콜이 이제는 끝나셨나요?”

“상무님, 죄송해요. 제가 보고는 드렸는데, 지금 화장실 가셨습니다. 조금만…”

“대표님 돌아오셨나요?”

“상무님…방금 전 외출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직접 휴대폰으로 연락해 보시지요.”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는 길고 긴 시간이 보고 대기 행위로 소모된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한자리에 신속히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한다. 실무진들이 원하는 임원들의 실행 가장 첫번째도 그것이다.

모두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여 한 번에 상황을 브리핑하고, 추가 질문과 확인을 진행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를 끝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야 일선에서도 빨리 대응해서 문제를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되니 하는 말이다.

두번째, 의사결정 좀 빨리 해 주세요.

실패하는 위기관리에는 항상 반복되는 메시지와 평가가 있다. “처음 겪는 사고라 경황이 없었다” “늦어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때 늦은 사과” “늑장 대응” 이런 것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가끔 그런 회사 사람들은 “우리도 최대한 빨리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늑장 대응이라고 하다니 정말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빠른 대응과 느린 대응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 뭐냐 질문한다.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신속함이 그 기준이다. 우리가 중심이 아니라 주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라는 하소연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의사결정은 그래서 더더욱 빛의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결정이 빨라 모든 대응 준비를 하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대응 패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응 준비를 해 놓았는데도 어떤 의사결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모든 일선이 괴로운 게 현실이다. 일선에서는 위기관리가 기다림의 인내에 기반한다며 자조한다. 장시간 대기하며 상부의 의사결정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세번째, 잡기술에 관심 같지 말아 주세요

임원들이 위기 시 자꾸 정석 대응 보다는 신기한 비밀 기술을 언급하며 일선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 일선은 크게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임원들은 “대응할 아이디어가 없나?”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 까?”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정해진 대응이라는 것은 명확한데,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 같다.

밀어내기를 할까? 물타기는 어때? 하드를 OOO을 가지고 다 지워 버리자. 단톡방을 폭파해야 한다. 서류와 자료들을 직원 개인 차량으로 운반해라. 해당 기관에 빨대를 꼽아 놓아라. 엘리베이터를 중지 시키고, 관계 기관 사람들의 진입 시도를 최대한 끌며 방어해라. 가능하다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영장을 복사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여러 디테일 한 기술들을 언급하며 모두가 한마디씩 거드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결론적으로 이러한 자잘한 기술들은 정해진 정석의 대응을 진행한 후에 고민하거나 이내 생략해도 된다. 그와 같은 기술을 가지고 그것이 곧 위기관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 일선에서는 그런 자잘한 기술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 이 질문이 대응 전반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해 놓아주세요

만약 임원들이 언론을 극히 싫어 하거나 규제기관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그건 언젠가 문제가 된다. 소비자들을 폄하하거나, 시민단체와 국회를 우습게 안다면 더 큰 문제다. 거래처, 공장 주변 커뮤니티, 직원들과 그 가족들 어느 누구 하나도 정상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평소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시각, 대하는 자세, 관련한 깊은 고민이 정상화되어 있어야 위기 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 해 진다. 물론 그와 같은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은 임원은 물론 일선에도 똑같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같은 이해관계자관을 전사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해관계자들을 존경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중하는 습관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 모든 문제를 푸는 가장 훌륭한 열쇠가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방식에 공감하고 칭찬한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된다. 나아가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겨난다. 그런 이해관계자를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임원들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다섯 번째, 코디네이터와 컨트롤타워 역할에 주목해 주세요.

기억해 보자.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의 공통된 평가와 주된 지적은 무언가? 바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선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현재 누가 이 위기관리 전반을 관제하고 있는가?”다. 위기 시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고, 누가 컨트롤타워의 핵심인가 하는 것을 일선은 계속 궁금 해 한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하게 하고,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일선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대응을 주저하는 일선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로 하여금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역할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의미는 강제로 그것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라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어떤 대응 분야에 혹시 빈틈이 존재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가며 확인하는 것도 컨트롤 타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실행한 대응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센싱하는 것도 컨트롤타워의 임무다. 다음 추가 대응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컨트롤타워 없는 위기관리는 머리 없이 움직이는 몸뚱이와 다를 게 없다. 반대로 정해진 컨트롤타워 없이 임원 개개인이 대응을 지시하는 체계는 마치 머리가 여럿 달린 몸을 떠올리게 한다.

여섯 번째, 멀리 보며 순리를 따져 주세요

임원이 일희일비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신속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큰 흐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불같이 타오르는 이 상황이 지나면 일주일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한달 후는? 일년 후는? 이런 생각과 질문에 집중 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순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질문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기법이다. 만약 제대로 된 순리를 찾게 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순리적 대응이 비록 아프고, 입에 쓴 것이라 할지라도 당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는 그 이상 가는 명약이 없다고 믿어야 한다.

대부분 위기관리 실패에는 그러한 순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려는 시도와 실행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런 순리에 어긋나는 대응을 진짜 위기관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보면 순리가 보인다. 감정을 스스로 자제하고 합리성과 이성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인위적 훈련과 반복적 경험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임원들에게 아주 필요한 훈련이다.

마지막, 항상 벤치마크, 벤치마크, 벤치마크 해 주세요

타사 위기 사례들은 아주 소중한 기출문제로서 의미가 크다. 자사의 전례들도 아주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최근 어떤 위기 발생 트렌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바로 벤치마크다. 젠더갈등에 대한 관심. 녹화 녹음 캡쳐 트렌드. 내부고발. 블라인드. 소송. 온라인 갈등. 정치적 갈등. 갑질. 폭력. 미투. 사회적 책임. 투명성. MZ세대들과의 위기관리 협업. 법의 강화. 다양한 위기관리 주제와 흐름에 익숙해져야 실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게 된다.

나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그런 위기가 있었나요? 몰랐네요. 그게 뭐지요? 유행어인가요? 우리 회사는 그 회사와 다릅니다. 그런 민감한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전례가 있다고요? 솔직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 임원의 입을 통해 나와서는 안 된다. 단순히 관심의 여부라고 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선 실무자들의 일곱가치 실천 요청을 임원들은 좀 더 귀기울여 들었으면 한다. 이상과 같은 요청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기만 한다면 보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보자.

위기관리는 최고경영진이 한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새겨 보자.

# # #

2월 022025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예측할 수 있다면, 예방할 수도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기에 연루된 기업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게 엄청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특징이다. 소위 말해 위기 시 ‘악당’과 ‘바보’의 선택 딜레마 때문이다.

그 황당한 문제를 이미 기업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그 기업은 여론에 의해 즉시 ‘악당’이 되어 버린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은 그 기업을 그냥 ‘바보’ 같다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그 옵션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보여 지는 옵션을 선택한다. 그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다 믿기 때문이다.

현실로 들어가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업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문제가 위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은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사전적인 위기관리 개념에서 상당부분 관리 해 발생을 저지하거나, 방지도 하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업은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관이나 방치했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라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해당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느낌으로 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화되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된다면 그 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기란 어떤 것일까? 몰랐다는 것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기업들이 항상 말하듯 ‘우리는 이번 위기가 발생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후면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뒷모습을 살펴보자.

첫째 유형,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기업

회사 내에서 일단 ‘위기’라던가 ‘문제’라던가 하는 단어 표현을 쓰는 것을 극히 꺼리는 기업이다. ‘문제는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 함부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당연히 스스로 문제 소지를 적극 찾아내거나, 그것에 대해 해결을 하려 움직이는 직원을 꺼려 한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종업계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 문제나 위기,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런 일이 있었냐?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문제인데, 문제의 기업만 해당 문제를 새로워한다. 그런 위기가 발생되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경우는 위기를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은 더더욱 못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위기라는 것이 여기 저기 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는데 더 유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바보’ 옵션에 기대는 것이다.

둘째 유형, 위기를 단순하게 방치 방관하는 기업

누군가 문제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 기업이 이런 유형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문제 소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낫다고 보며 방치 방관한다. 그것을 해결까지 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은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조언하면,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일부는 자사의 경쟁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기업은 반론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 크게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의미는 이미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까지는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위기를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몰랐다면 절대 바라볼 수 없다. 진짜 몰랐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지도 못한다. 문제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굳이 위기관리를 한다면 방관 방치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현재 존재하는 그 문제 소지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반대로 잃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매우 어려운 기업 유형이다.

셋째 유형,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기업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는 기업이다. 그에 더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유사사례나 타사 전례들을 상당히 유심히 살핀다. 자사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단속을 한다. 그 문제에 대해 쉬쉬하면서 극도로 민감 해 한다.

임직원 마음 속으로 조마조마함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이 사전적 위기관리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살짝 두려움에 기반한 찜찜한 기분이 기업 내부에 팽배해 있을 뿐이다. 함부로 그에 대해 개선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내심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해당 위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옵션을 택한다. 최근에는 이런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는 포지션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 지기도 한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서 쉬쉬했다는 내부 고발이 드러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 그 위기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키워 발생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정한 개선이나 방지책만 마련했더라면 결국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발생될 위기는 언젠가는 발생되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아포리즘은 이런 기업에게 적용 가능하다.

넷째 유형, 어떻게 든 위기는 관리되겠지 생각 한 기업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을 하는 기업이다. 자사가 상당한 규모와 연력을 자랑하는 경우 이런 희망적 생각은 더욱 더 커진다. 스스로 맷집이 있다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을 보라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존하는 유형이다.

일부 이전 실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려 고군분투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희망적 생각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맷집을 경험해 보지도 않은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는 희망적 생각은 상당한 취약점이 된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근거 없는 희망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는 위기관리를 상당부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발생할 위기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든 견뎌낼 것이라는 것 밖에 다른 확신은 없다. 위험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되어도 어떻게 든 관리는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이 생각한다. 일부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당연히 이런 기업도 ‘이런 위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알지 못했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위기관리를 해 낸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주 극단적인 경험을 한다. 스스로 맷집의 끝을 시험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다섯째 유형,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런 회사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깊이 있게 이미 이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로펌이나 관련 자문업체를 통해 자문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는 왜 그런 문제 소지를 없애지 않고 분석만 하고 있는가 질문하기도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그 문제 소지를 오히려 이용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원한다.

회사 일부 임원들을 그 문제 소지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문제라고 보지만, 내부에서는 것을 혁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것을 문제라 지적하면, 그 이해관계자의 무지나 무식을 탓하며 대응한다.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위기로까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고질병처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극단적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사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거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몰랐지만, 문제는 아니다’하는 포지션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점점 이 포지션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은 결코 유효하지 않다. 발생된 자사의 위기로 기회를 잡는 곳은 확실히 경쟁사들 뿐이다. 평소 스스로 보아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시키는 것이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위기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그 기업 어디도 진짜 위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감각적 인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의 그런 감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단, 그 감각을 여럿이 함께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문제 소지를 제대로 관리하여 해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임직원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임직원들은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알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면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위기관리 부실의 깊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위기와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 공부와 훈련 이전에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정확한 위기관 그리고 위기관리관이 존재해야 한다.

임직원이 문제 소지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실질적 행동이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임직원이 제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은 그 뒤에나 필요한 것이다. 땅이 비옥해야 모종이 크게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 아무런 위기관리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에게 교육과 훈련은 별 의미가 없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을 위한 교양 수준으로 소모하지 말자.

위기에 대해 몰랐다는 흔한 변명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 질 것이다. 위기와 연결된 문제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악당’이 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는 ‘거짓말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후 천하에 드러나버린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 보다 재앙을 선택한 것이 된다. 재앙을 위기는 맷집은 없다.

제대로 예상하면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 미리 미리 챙겨가며 관심을 두어 관리해 보자. 그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 # #

2월 022025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생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단 위기가 발생되어 세상에 떠들썩 하게 알려지게 되면 해당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99% 실패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사전에 관리되어 아예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는 말은 그 위기가 사전에 적절하게 관리되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을 때나 적용된다. 실제로 특정 기업의 위기는 그 기업의 경쟁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뿐이다.

사전에 일정 수준 관리 노력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위기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사전적 노력을 순리에 따라 성실하게 진행해 왔는지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정상참작을 꾀하는 노력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자사가 실행한 사전적 노력들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부적절한 성격의 것이라 고민한다. 물론 정상참작은 커녕 그 노력들이 추가로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있는데도, 그 후 많은 기업들은 그 기출문제를 받아 다시 틀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아예 기출문제(자사 전례 또는 타사 전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별로 새롭지 않은 위기를 반복할 때마다 새로워한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의 질문에는 ‘이 문제를 몰랐다’고 답변한다. 사실은 그런 문제를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문제가 그런 식으로 불거질 것을 몰랐다는 답변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잘못된다.’

모든 가용한 사전적 관리를 이미 했고, 그 관리 노력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업에게 공유하고 픈 위기관리 조언을 정리해 본다. 위기 시 하단에 언급되는 위험한 생각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생각들만 하지 않는다면 사후 위기관리와 데미지 컨트롤은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순리를 따르는 실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과연 주로 어떤 생각들이 위기관리를 처참한 실패로 이끌까?

첫째,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해 나가고 있다면 그 속에서 ‘준법’이란 별 차별적 의미가 없는 기준이 된다. 모든 개인이나 기업들은 준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준법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준법하고 있다고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논란에 처하면 공식 입장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낸다. 해당 논란에 있어 ‘법을 지켰느냐?”가 핵심이 아닌 데도, 법을 준수했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 한다.

물론 법까지 지키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그 자체로 종료된다. 더 이상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이 쓸모 없어진다. 그렇다고 법만 지켰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도 여론의 법정은 더 폭넓고 깊은 사회적 정무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에 따른 판결이 주를 이룬다. 준법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강조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에 더해 사람이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매너 있게 삶을 영위하고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처럼, 기업의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법을 지켰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억울하고, 비참한 희생양이다. 마녀사냥이다. 이런 말들이 내부에서 나오는 경우라면 대부분 법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법만 지키는 것이 더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이해관계자를 우습게 아는 생각

세상에 우습고 쉬운 이해관계자는 없다. 이해관계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우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스스로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 이해관계인데, 그 이해관계를 우습게 본다면 반대로 그 기업이 우스운 것이다. 흔히 기업 경영진이 언론사 기자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며 최근 유행하는 폄하 명칭을 쓰기도 한다. 기자의 수준이나 의도를 비웃고는 한다. 그런 일상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발생 시 적절한 언론 대응을 어려워하게 된다.

규제기관이나 국회, 소비자 단체나 시민단체, 투자자, 직원, 거래처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을 존경하지는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자세는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피력할 수 있게 된다. 어색하거나 연기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게 된다.

이해관계자 대부분을 자사가 통제관리 하고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대형 로펌을 활용하여 관리하고 있고, 대관 조직을 크게 키워 마사지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업도 있다. 홍보실이 파워풀 해서 출입기자들은 물론 각종 규제기관 출입기자단까지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는 계속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우리 회사 임직원이 원팀이라고 하는 생각

최근 들어 상당히 위험해진 생각이다. 절대 사내 위기관리팀이나 임직원은 원팀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마 예전에도 원팀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사내 구성원들은 자신과 관련된 분야를 먼저 관리하게 된다. 회사가 하나의 목적과 방향을 정해 위기관리에 나서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내가 얼마나 이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다. 그 후 그런 사전 조건이 충족되어야 임직원들은 회사의 목적과 방향에 따라 위기관리에 나서게 된다.

최근들어서는 더욱 더 그런 원팀 마인드는 요원 해졌다. 회사가 위기를 맞아 공식 사과를 해도 직원들은 블라인드에서 그와 반대되는 속내를 드러낸다. 회사의 구체적 해명에 대해서 ‘사실은…’이라며 아는 척을 한다. 일부 회사 구성원이 이해관계자를 비웃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증상이다.

여러 기업들이 사내의 그런 노이즈를 사후 관리해 보려고 소송이나 내부감사 역량을 집중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 공감하듯 그런 직원들의 일탈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그런 직원들은 존재하며 활동할 것이고, 기업들은 반복해서 고통 받을 것이다.

임직원은 위기 시 절대 원팀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제로 놓고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관리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공유에 불필요한 정보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평소에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직원의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런 노력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소란을 겪는 것보다, 그런 노력을 성실하게 했음에도 소란을 겪게 되었다는 포지션이 훨씬 낫다. 명분이라도 있다.

넷째, 우리만 알고 있다는 생각

글쎄다. 세상에 우리만 아는 정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다면 모두가 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세상에 세명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 세명이 다 죽은 후에야 비밀은 지켜진다는 옛말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대외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인지가 더 의문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누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발가 벗겨져 있는 것처럼 투명하라는 요구를 사내적으로 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모 거대 기업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문서는 만들지 말라’는 원칙을 세워 따르고 있다고도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원칙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요즘같이 녹음, 녹화, 캡쳐, 공유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우리만 아는 정보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정보가 사람을 통해 알려졌다면, 사람을 통해 유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개되었을 때 회사가 크게 데미지를 입을 정보라면 그 정보 자체를 생성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관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위기 시 큰 낭패를 겪게 된다. 이 정보가 외부로 알려져도 우리가 떳떳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계속해 가며 투명 해 지려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털어도 먼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기업 경영진의 그런 생각과 각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단하다는 의미 이외에 실질적인 위기관리 효과는 찾기 어렵다. 기업 대표께서 ‘저희는 문제가 될 행동을 절대 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강력한 컴플라이언스를 바탕으로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세세하게 모든 부분에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 할 정도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홍보임원도 있다.

우리가 시쳇말로 ‘털어서 먼지 않나는 것 없다’는 말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기업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셈이다. 이세상에 모든 것은 계속해서 털어 대다 보면 먼지가 난다. 물론 먼지의 다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먼지가 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위기관리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생각이다.

털면 먼지는 나게 되어 있으니, 그에 대응해서 가장 좋은 사전적 위기관리 방법은 ‘털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에서 조심스럽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과 그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핵심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는 기업만큼 부끄러워해야 할 기업은 없다.

마지막,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평소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았 어도 매번 어려워한다. 위기관리 경험이 많은 경영진도 때때로 패닉에 빠진다. 몇 년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희한한 논란이 요즘 들어 일상화되기도 한다. 같은 업계 경쟁사들이 하나 둘 비슷한 위기에 엮여 들기도 한다. 언제 우리 회사가 그 다음 케이스가 될지 조마조마하다.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은 다가오는 위기를 그냥 흘려 보내겠다는 의미와 같아 위험하다.

절대로 어떻게 든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리 훈련 했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자.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모든 대응이 다 잘되고 나서 사후 감사로 대신해도 좋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것이 안되고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되어 가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불안해진다.

어떻게 해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런 비관주의적 생각이 위기관리의 성공을 이끈다. 단, 비관적인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관적 전제를 넘어서려는 실질적 노력이 압도적으로 기해져야 한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상의 다양한 생각들은 인간적으로 보면 일견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라는 이상하고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그런 생각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위기 시에는 좀더 다른 생각과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일관된 경계심이 필요하다. 비슷한 위험한 생각을 반복하지 않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위험한 생각을 하나 하나 찾아 버리는 연습을 해 보자.

# # #

4월 19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이슈관리에 실패하는 대표적인 이유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종종 피치못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이슈’다. 이슈라는 것은 위기로 정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단계의 부정적 상황을 의미한다. 점진적으로 위기로 나아가게 되는 성격을 띤다. 이슈의 지속기간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칠 때도 있다. 때때로 이슈인 것으로 보였던 상황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때도 있다.

그러나 중대한 이슈의 경우에는 적절한 관리 실행이 없을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현저하게 훼손시킨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기업이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또 어떤 경우에는 사업의 유지 정도는 되겠지만 해당 이슈로 인해 입은 큰 데미지로 점차 성장동력이 소실되어 간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관리를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실패한다. 성공의 이유는 비교적 단순한다. 반면에 실패의 이유는 제 각각이다. 이슈관리에 실패한 많은 기업에게 어떤 공통적 증상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실패를 경계하기 위한 사전 반면교사의 의미로 중요해 보인다. 다양한 이슈를 경험한 기업 중 실패한 기업은 어떤 이유로 인해 실패를 반복했을까?

첫째,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서 당한다.

위기관리는 단시간내에 자사의 역량을 집중해서 의사결정하고 실행해서 마무리 짓는 경향을 보인다. 위기 시에는 심각성이나 위급성을 사내에서 누구나 인지하게 된다. 긴장한 많은 임직원이 하나의 방향에 주목하기도 쉽다. 자신들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정한 답이 있는 게임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평소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온 기업에게는 답이 있다. 예산이나 인력 투입에 있어서도 우선순위가 있고, 조직적 지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슈관리는 장기전이라 자사 역량 집중이 그리 쉽지 않다. 간헐적으로 관심 가져주는 경영진이 지속적인 역량 투입은 주저한다. 언제 본격화될지도 모르고, 언제 끝나게 될지도 모르는 이슈에 계속해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임직원의 긴장도나 주목도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관점이나 경험에 따라 분분하다.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그리 정확하지 않다. 당연히 예산이나 인력투입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실패한 기업은 특정 이슈가 이슈 차원에서 머무르다 위기로 발화되는 흐름을 적절히 차단하지 못한다. 그런 기업 내에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는가?”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우리가 나서서 떠들썩 하게 관리하는 게 맞는 것인가?”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는데, 이 상황이 우리에게 큰 데미지가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지 않나?” “이 이슈는 깨끗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인데, 우리가 이슈관리를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같은 현실적 질문들이 돌아다닌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에는 평시 의사결정 라인에서 ‘두고 보자’ 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려 보자’ 등으로 이슈대응의 기조가 귀결된다. 물론 이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이슈가 위기의 성격을 띄며 폭발되면 “미리 이런 부분이라고 관리해 놓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그때 바로 관리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네” “어차피 언젠가는 맞고 가야 하는 것이었으니 어쩔 수 있나’하는 사후담으로 이어진다. 로마의 작가 푸블릴리우스 시루스는 “강물을 가장 쉽게 건너는 방법은 강의 시작점에서 건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슈관리는 이슈 시작 초기에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해 보자.

둘째, 대응 분야를 갈라서 보다 실패한다

이슈관리야 말로 전사적 대응으로 통합성이 핵심이다. 물론 위기관리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이슈관리에 있어서는 이상하게 대응 분야를 갈라치기 해서 논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이슈를 바라보며 정의 할 때에 해당 이슈를 ‘언론 관련 이슈’ ‘소송 관련 이슈’ ‘대관 관련 이슈’ ‘노조 관련 이슈’ ‘소비자 관련 이슈’ 등으로 분류하고 대응 분야를 좁게 정의해 대응 담당을 나눠줘 버린다.

그러나 어떤 이슈도 순수하게 언론만, 소송만, 규제기관만, 노조만, 소비자만으로 제한되는 성격의 이슈는 없다. 만약 그렇게 제한되는 이슈라면 그것은 중대한 이슈일 가능성이 적다. 차라리 하나의 해프닝이나 컴플레인, 단기 갈등 수준으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중대한 이슈를 그렇게 단순히 바라보는 경우에 발생된다.

상당수 부정 이슈는 언론에서 규제기관으로 소비자로 국회로 소송으로 불규칙하게 연결된다. 마치 여러 겹 세워진 도미노 무더기처럼 속도가 붙으면 사방팔방 이해관계자들의 참전(參戰)이 이루어진다. 최초 해당 이슈가 언론관련 이슈이기 때문에 홍보팀에서만 관리하라는 의사결정을 한 기업은 도미노 파도를 접하게 되면 바로 관리 동력이 상실된다. 어디에서 이 파도를 끊어 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완전한 실패와 마주하게 된다.

이슈관리 분야, 담당부서, 방식을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통합적으로 다양한 이슈관련 부서들이 정기 대응 미팅을 하게 유도하는 것이 낫다.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신속한 정보 및 상황 공유가 관련 담당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홍보가 법무를 돕고, 법무가 대관을 지원하고, 노무가 홍보와 마주하게 해야 한다. 같이 진행하는 협진을 통해 아직은 잠재하고 있는 이슈를 따라가며 관리해 나가야 한다. “나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우리가 즉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반대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르지 말고, 통합해 보자. 조직적으로는 귀찮아도 그게 낫다.

셋째, 이슈관리에 승리와 패배가 있다고 보다 실패한다

이런 생각은 해당 기업 경영진의 이해관계자관(觀)을 반영하는 것이다. 자사가 전개하고 있는 사업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를 일단 ‘적’으로 간주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 대부분 이슈관리는 실패하게 된다. 이슈관리는 기본적으로 승리와 패배의 게임이 아니다. 어떤 이해관계자이던 자사가 때려 쳐부수어야 하는 원수 같은 이해관계자는 아니다. 이해관계에 있어 일정한 갈등이 있을 뿐, 그 이해관계자들은 절대 적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를 적으로 보는 기업의 내부에서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을 ‘정치적 집단’ ‘합리적이지 않은 집단’ ‘의도적이고 악의가 있는 집단’ 또는 심지어 ‘미친 사람들’로 까지 폄하한다. 당연히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기업측 대응은 극단적이고, 공격적이며, 기교 및 기술적이 된다. 마치 첩보영화 007이나 테러집단에 맞서는 특공대 같은 비장함까지 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환경도 아니고 그와 같이 실현되지도 않는다.

이해관계자를 만나보고, 들어보고, 그들의 우려, 불만, 요구에 대해 고민해 보고, 성실하게 이를 반복하는 태도를 보여줄 때 이슈관리 예후가 더 낫다. 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와 태도 결정이 주효하다. 그들을 먼저 이해하게 되면 그들을 어느 정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사업과 관련하여 왜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윈윈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동시에 지지(lose)까지는 않는 다른 길은 찾을 수 있다.

넷째, 특정 한 두 이해관계자는 자신들 편이라 착각하다 당한다

자기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베네핏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사업분야에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 불만을 자사가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사를 지지하고, 만족해하고 있어서 자사의 팬덤을 이루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상하게 적대적이라 한다. 규제기관들이 자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고도 한다. 법이 잘 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자사 사업으로 밥그릇을 뺏길 처지에 있는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무리하고 있다고 화를 낸다. 특정 문제를 제기하는 NGO나 협회만 없으면 살 것 같다고도 한다.

이슈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학생으로 치면 모든 교과 과목에서 골고루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언론이나 규제기관, 주변 이해관계자, NGO, 노조 등에게도 비교적 균일한 평가를 받고 적절한 이해관계 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비자나 언론, 규제기간 한 두 이해관계자의 지지만 가지고 기업이 이슈관리나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슈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어느 한 이해관계자의 지지에만 집중하려 하기 보다는, 다양한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 역량을 골고루 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는 언론관계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에만 집중하려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이슈관리 현장에서 종종 듣는다. 그러나, 사업이나 이슈관리는 A or B or C 가 아니다. 반대로 A and B and C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으로 이슈관리에 성공할 만큼의 맷집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맷집은 커녕 유리턱이어서 문제다.

다섯째, 특정인을 데려오면 이슈가 관리된다고 하다 실패한다

기업에 따라 모셔오는 인사는 천차만별이다. 규모 있는 기업은 각종 사법 규제기관에서 큰 자리를 하던 명망 있는 분들을 모셔 오기도 한다. 직전에 자사를 수사하던 검찰이나 경찰 담당자를 과감하게 빼 오기도 한다. 그 외에도 언론사 출신 데스크를 모셔 오거나, 국회나 NGO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자사 이슈관리를 위해 스카우트 하기도 한다. 그들을 모아 놓으면 수십 수백명에 이르는 기업도 탄생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런 규모의 이슈관리팀이라면 웬만한 규제기관이나 언론은 게임 상대도 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렇게 인사들을 모셔왔다고 해서 기업의 이슈관리가 완전히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기업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인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완전하게 달랐을까를 되새겨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상황과 비슷했겠다고 판단된다면 그 이슈관리팀은 큰 의미를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이슈관리는 사람이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슈관리팀이라도 ‘내부적으로 합의된 전략과 의사결정’이 전제되지 못하면 그 팀은 영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면치 못한다. 더욱이 소싯적 큰 일을 해 보신 분들이 각자 개인적으로 나서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구가 다양화되어 논란은 잦아들지 않게 된다. 메시지는 중구난방이 되고, 이해관계자의 인식은 계속해서 부정성을 더하게 된다. 기억하자. ‘합의된 전략과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훌륭한 이슈관리팀에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영혼과 방향성을 주자는 것이다.

이슈관리는 위기관리에 비해 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 당한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지만, 성공한 기업에게는 차라리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서 초기 대응해 완전히 관리해 낼 수 있어 좋다 생각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는 분초를 다투는 게임이라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이슈관리가 더 낫다고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팀과 시스템을 정확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이슈관리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매일 매일이 이슈의 연속이라 차라리 경영에 가까워 특별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어떤 기업은 “우리가 매일 이렇게 의사결정을 해서 이슈관리를 해 나가고 있으니 그나마 현재 성공한 우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슈관리의 상시성과 지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적으로 이슈화 단계를 나눌 때 발아기, 성장기, 개화기, 휴면기와 같은 4단계 분류를 한다. 이슈관리 효과를 기준으로 보면 이슈가 발아기 일 때 관리하면 가장 예후가 좋다고 평가한다. 관리에 따르는 조직적, 여론적 부담이나 관리 예산의 규모는 뒤로 가면서 증가한다. 물론 기업 명성이나 이미지, 신뢰,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데미지 또한 뒤로 가며 증가한다.

이 4단계 이슈화 단계 분류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4단계가 일직선 흐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맨 뒤 휴면기에서 이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휴면기가 앞으로 돌아와 다시 발아기를 맞을 때도 있을 수 있다. 휴면기에 머무르던 이슈가 갑자기 성장 또는 발화되어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기에서 ‘환류관리’ 개념이 생긴다. 지속적 환류관리다. 진짜 이슈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환류관리 해야 할 이슈의 유형을 줄여 나가는 기업이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를 통해 장기간 부담이 될 이슈를 하나 하나 빼 나가는 어프로치를 한다. 증가되는 환류관리가 싫어서 그 마이너스 어프로치를 좀 더 꾸준하게 해 나가는 것이다.

# # #

4월 19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업은 없을 것이다. 어쩌다 사회적으로 대형 위기라도 발생되면 회사 대표께서는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는 주문을 하신다. 어떤 대표께서는 “우리 회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신다. 어떤 회사에서는 전체적으로 “우리는 위기에 대한 의식이 적고, 실제 위기관리를 해 본 경험이 없으니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생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보기도 한다.

대표께서 주문이나 질문을 하셔서 시작된 경우나,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있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작한 경우나, 그 첫 시작 직후 엄청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하는 거대한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내 어떤 사람은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매뉴얼이라 이야기한다. 또 누구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예전에 만들어 보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반박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보다는 직원이나 경영진이 위기관리 의식을 먼저 고양해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훈련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실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위의 생각과 의견 그리고 조언들은 대부분 맞다. 그러나 그 하나로 충분한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 자기 회사가 정확하게 원하는 위기관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 정의를 기반으로 어떤 형태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야 사후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실망하거나 놀라지 않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과 핵심적 강조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을 동일시하지 말자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위기관리 매뉴얼 없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존재 가능하다.

위기관리 매뉴얼만 만들어 놓고, 실제 그 매뉴얼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생각보다 많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원래 그것을 만든 담당자나 컨설턴트들만 읽어 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실제 현장에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확보해 점검해 보면 대부분이 위기 발생시 활용도가 적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사내 최고의사결정자와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숙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자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기록해 놓은 것일 뿐, 그 이상이나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 구축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완성된 그 시스템을 매뉴얼화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이 프로세스를 반대로 밟아 나가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둘째,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지 말자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하는 부서는 홍보실이다. 나름대로 수 십에서 수 백 페이지짜리 매뉴얼을 인쇄 상태로 철까지 해서 가지고 있는 부서다. 그러나 그 매뉴얼을 제공받아 펼쳐 보면 열에 아홉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라는 사실에 놀라 된다. 심지어 어떤 기업에서는 홍보실무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전사적 위기관리 주체인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의 운용과 관련된 매뉴얼을 의미한다. 특정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해당 위기에 대한 감지, 분석, 보고, 공유, 의사결정, 대응 방안, 실행 가이드라인, 관제 평가 방식 등을 위기관리 조직 기반위에서 프로세스로 서술한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한다. 위기 대응을 위한 각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해 놓은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위기 발생 시 해당 위기관리를 위해 누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정해 놓은 매뉴얼이다. 앞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준으로 보면 그 매뉴얼의 한 챕터나 부록으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대변인 성격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와 부서장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가 생략되어 있는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생략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관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위기관리는 말하지 못하는 성악가의 모습과 같다.

셋째, 매뉴얼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꺼운 매뉴얼은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펼쳐 페이지를 넘기며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매뉴얼은 평소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암기 또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수준과 범위면 족하다. 매뉴얼이 수백에서 수천페이지가 된다면 그 매뉴얼은 일단 활용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아카데믹한 경영진이라 평소에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고 기억한다고 해도, 그 매뉴얼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그렇게 세세한 매뉴얼이 위기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위기관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스스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한다. 매뉴얼은 그냥 종이 위에 쓰여진 활자의 집합일 뿐이다.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즉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매뉴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넷째, 위기관리 시스템은 사람이 핵심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떤 시스템도 그 속안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빠진 시스템은 실체가 없는 껍질일 뿐이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그 위기에 영향을 받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사람이다. 또한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위기라는 것이 생겨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사람이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라는 생각을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모든 시스템이나 매뉴얼 또는 프로세스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매뉴얼이 두껍기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사람들이 그 매뉴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매뉴얼로 대변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매뉴얼 없이도 위기관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 즉,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그들을 평시에도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주려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위기나 이슈 요소들을 찾아내 케이스 분석을 하고, 그 경험을 한 타사들의 위기관리 방식을 벤치마킹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사의 사람들을 시스템화 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라고 하겠다.

다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의 수명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매뉴얼에 기록되어 있는 위기관리위원회 리스트를 한번 찾아보자. 아마 1년전에 만들어진 매뉴얼 해당 페이지를 들쳐 보면 낯설거나 오래된 사람들의 이름이 몇몇 나올 것이다. 인사이동이 있었거나, 퇴사나 입사로 변동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매뉴얼상 위기관리조직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당시에는 상당히 집중적인 매뉴얼 학습과 그에 기반한 트레이닝 및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위기관리에 감을 잡고 있던 경영진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인력들이 새롭게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그 이전의 팀워크와 역할과 책임 개념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하는 숙제가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의 4분의 1만 바뀌게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 위원회는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워진다. 특히나 홍보, 법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등의 위기관리 핵심 부서  인력들이 대거 새롭게 바뀌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은 다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그에 더해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뀌어 버린 기업인 경우에는 기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부 새롭게 바꾸거나,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개정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정기적인 개정과 반복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이유다.

여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은 무리다

제대로 갖춰진 위기관리 시스템은 크게 두가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평시 기준으로는 위기의 발생 빈도를 줄여준다. 지속해 주목하고 감시와 모니터링을 병행해 예상되는 위기의 발생을 현저하게 억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은 해당 기업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위기대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준비된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는 빠르고 정확 해진다.

그렇다 해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게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평소 주목과 방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이 위기의 특성이다. 미리 준비하며 대비하여 신속 정확한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예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도 위기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에게 전쟁 억제력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 위기 발생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실제 전쟁 발발 시 보다 유리한 전쟁 수행을 할 가능성도 높다. 기업도 그렇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그런 것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기업보다는 유리하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뿐이다.

일곱째, 최고의사결정 그룹이 참여하지 않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신기루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조직내 상위 1%의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게임이다. 그들의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위기관리의 큰 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과 역량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경험과 역량으로 바로 연결되어진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보이지만, 실패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해 경험을 쌓지 않은 위기관리위원회도 별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훈련받지 않고,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의사결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위기관리에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최고의사결정자’라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속에서 최고의사결정자를 현실적으로 배제하거나, 상징적 역할로 편제하고, 실제 시스템을 운용해 보는 많은 훈련과 시뮬레이션에서 열외 시키는 이상한 의미의 의전을 하는 경우 발생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최고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명기되어 있어야 하며, 그의 역할과 책임 또한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그룹의 역할과 책임을 모아 놓은 것이 매뉴얼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사결정자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 그 자체다.

이상과 같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핵심 주제들을 정리해 봤다. 대부분 이해는 쉬우나 실행이나 구현이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꺼운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기 보다는 실제 위기관리를 수행할 사람들을 학습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반복 제공하는 노력에 좀더 주목해 보자.

그런 반복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위기관리위원회 사람들에게 문화가 된다. 새롭게 조인한 구성원들도 오래된 문화에 빨리 물들게 된다. 그런 문화를 그대로 기록해 업데이트 하면 그 자체가 매뉴얼이 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순서를 어떻게 시작해 반복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반복’이다. 위기관리 명언 ‘예방하지 못하면 준비하라(Prevent or Prepare)’에서도 ‘반복’이 빠지면 별 의미가 없다. 반복처럼 중요한 게 없다.

# # #

4월 19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로 오해되는 가짜 위기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초반에 진행하는 작업은 자사와 관련 한 ‘위기요소 진단’이다. 단어는 어려워 보여도 개념은 쉽다.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모두 끌어 내서 우선순위와 위해도에 따라 정리해 보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다양한 생각과 예측을 한다. 각각의 위기 유형에 대하여 많은 토론의 기회도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들을 하나 하나 학습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 유형이 꽤 있다는 것이다. 왜 그 유형을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여러 이유를 대지만, 확실하게 해명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그 위기가 발생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결과론적인 시각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인 듯하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위기 중 사실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정확하게 위기를 위기라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것을 위기라 정의하는 것은 그 스스로 위험한 행위다. 위기에는 위기관리가 필요하지만,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로 간주하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면 진짜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가 어렵다고 하고,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되묻고, 위기관리는 그냥 운이라는 생각까지 하는 이유가 그들 스스로 잘못된 위기관리 분류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라 보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니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 못된 방향으로만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위기라고 보기 어렵지만 흔히 위기로 정의되는 유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범죄행위로 인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A 회사 회장께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회장은 사고 직후 뺑소니를 쳤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체포와 강제 조사를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기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회장의 범죄 행위로 인한 문제들을 관리하여 최종적으로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전략적인 경찰조사 응대를 통해 회장의 무혐의를 받아내는 것이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회장의 사고와 뺑소니 행위에 대한 형벌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과 목표가 될까? 이를 위해 대형 로펌과 한 팀을 이루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회장의 행위에 대한 정상참작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위기관리일까?

세계 어느 나라의 어느 기업도 자사와 자사 구성원의 범죄 행위에 대해 위기라 부르지는 않는다. 범죄 행위는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법에 의해 죄 값을 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기업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 대하여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회적 여론 악화와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데미지를 면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는 있다. 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사후 관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사회적, 사업적 여파를 관리하는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하는데, 이런 분별이 있을 때 일부 데미지 컨트롤 목적의 위기관리는 가능하다 할 것이다.

둘째, 정상적이지 아닌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아기들을 위해 건강 이유식 통조림을 만들어 인기를 누리는 식품회사가 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만든다고 해서 아기와 부모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내부에서 일반 원재료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특정 재료는 수입산까지 사용하다가, 이번 소비자단체의 무작위 조사에서 제품 성분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면 기업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국산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심지어 수입산 재료를 쓰다가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일반 원재료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문제의 기간과 규모를 축소시켜야 할까? 제품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단체가 시험검사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텨야 할까? 이와 같은 모든 상황을 위기로 정의해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해당 기업은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다면 기업 스스로 소비자를 기만했던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당 제품군이나 브랜드를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진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결과이고, 그런 원칙을 되살리는 행동은 곧 위기관리가 된다. 위기관리에는 그 외 다른 기술이나 기법이 존재할 수는 없다. 다른 기술이나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면 그 상황은 위기로 정의될 수 없다.

셋째,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내부 고발자가 생겼다. 회사내 민감한 내용을 외부로 전파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 자는 전직 직원이다. 회사에서는 퇴사 시 합의한 비밀준수계약 위반을 들어 강력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직원은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회사와 합의를 원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폭로로 인한 자사 피해를 들어 해당 직원에게 악착같이 고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후 전직 직원은 깊은 실의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

이 상황은 기업에게 어떤 위기인가? 직원이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끝까지 배상금을 받아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가? 그 문제의 전직 직원이 자살을 시도해서 세상이 떠들썩 해졌으니 위기라고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일 없이 전직 직원으로부터 배상금만 받아 내고, 폭로를 더 이상 못하게 했다면 위기관리에 성공한 것일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해도, 윤리적 감정 문제를 잘 못 건드려 발생된 상황은 정상적인 위기로 정의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게 된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은 얼마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적으로 윤리적인 논란은 만들지 않아야 했음에도, 도가 지나쳐 문제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를 새삼 위기라고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위기를 만든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경영진을 비롯해 오랫동안 A회사에서 일해온 팀장급 이상은 자사의 오래된 관행에 익숙해 있다. 기업 문화로까지 정착되어 있는 관행인데, 이게 상당히 민감한 행태다. 거래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뒷돈을 받고 그 비자금을 가지고 여럿이 나누어 용돈을 쓰는 것이다. 그 액수가 전사적으로 상당액이 되지만 사내에서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은 자사의 복지라고 은근히 자랑도 하고, 거래처들로부터 많은 돈을 거두는 직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 신참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사에 문제를 제보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인가? 인사팀에서는 문제 직원을 신속하게 적발해 내고, 홍보팀에서는 제보를 받은 언론사를 찾아가 무마 작업을 해야 하나? 해당 직원에게 여러 문제를 트집잡아 소송 위협을 해야 할까? 당분간 회사 직원들의 입단속을 위해 교육을 하거나, 사내 공지를 띄워야 할까? 이 상황을 위기로 정리해서 이런 식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상황을 정의하기 전에 이 문제는 자사 구성원 스스로가 초래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의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사내 대부분이 이것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상식화되었다.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조차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위기관리는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내부의 나쁜 관행을 뿌리 뽑는 것뿐이었다. 새롭게 내부 규정과 감사 활동 강화를 통해 문제 소지인 관행을 과감하게 없앴어야 했다. 그 외에 벌어진 상황을 위기라 정의 해 위기관리에 나서서는 안 된다. 문제를 무마하거나 넘어가려 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이를 위기로 정의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사전에 부단한 관리 노력을 하지 않았던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여러 기업에서 MZ 세대 직원들과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A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반 자사 MZ 세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현재 자사 직원 중 MZ세대로 분류되는 직원이 80%가 넘는데도 이전과 같은 형식의 인사관행과 소통만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MZ직원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회사에 대한 엄청난 불만과 사업상 불공정 문제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 뒤에는 무언가 나쁜 생각을 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일까? 이전에 수많은 타기업 전례가 있었고, 자사에게도 여러 번 소규모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관리 노력이 없었던 것이 핵심 아닌가. 외부로 회사의 부정적인 내용이 알려졌으니 위기라고 해당 상황을 정의해야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나쁜 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을까? 일부에서는 외부 정치세력이 자사 직원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를 통해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달성해야 할까?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하려면 A사는 이전부터 MZ세대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해 왔었어야 했다. 그리고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그들과 함께 부단하게 소통해 왔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정확한 사업 내용과 절차를 숙지해 불필요한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게 했어야 했다.

문제 발생이 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방지나 완화 노력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해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여기에 음모론까지 적용하여 상황을 잘 못 이해하고 전혀 엉뚱한 대응을 하려 한다면 그것을 과연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위기관리 또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했어야 한다. 사전 관리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대부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재앙이 된다.

이상과 같이 정확한 의미로는 위기로 정의하기 힘든 부정적 상황들을 두고 기업에서 큰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큰 문제다.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관리라고 진행하여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거의 없거나, 부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죄 행위를 위기로 정의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와 실용성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될 뿐이다.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대응 과정에서 리더십은 법무팀과 로펌이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거들 뿐 큰 영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범죄행위를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책임과 역할 분야는 따로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게 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여의치 않아질 것이다. 원칙을 반한 상황을 두고 변명이나 해명을 하다 보면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다시 되찾는 고통의 개선 노력과 메시지들을 결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위기가 된다.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더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비윤리적이라는 의미는 비인간적이라는 의미 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은 위기 시 인간화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인간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더라도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 적절한 위기관리란 인간성을 다시 되 찾는 것뿐이다.

기업이 스스로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거짓말이 된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기업은 그런 상황이 초래될 것을 알았는가 일지 못했는가 하는 선택의 질문을 받게 된다. 알았다면 바로 악당이 되는 것이고, 몰랐다면 그냥 바보가 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경우 의도적으로 상황을 초래 한 대부분 기업은 몰랐다는 답을 한다. 이 순간부터 해당 기업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잘 될 가능성과는 계속 멀어지게 된다.

조만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관리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 상황이 발생된 경우를 위기라 정의한다면, 이 또한 해당 기업은 위선적인 기업이 되는 셈이다. 사전 노력은 등한 시 하다가 사후 무마나 완화 시도를 하는 것을 진정한 위기관리라고 부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다.

진정한 위기는 범죄 행위와 관련된 것이서는 안 된다. 준법하고 있음에도 발생된 것이어야 한다. 자사가 정상적 원칙을 준수했음에도 발생되는 것이어야 하고, 윤리적으로도 최대한 올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사전에 관리해서 문제가 커지지 않게 했던 것이어야 사후에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면 또 그게 무슨 위기냐 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진짜 위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으로만 한정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위기가 많은 것이 아니라, 위기로 보이는 뿌리 깊은 문제들이 많은 것이다. 그 문제들을 위기라고 막연하게 정의하는 습관이 많은 것이고, 그 잘못된 습관에 따라 억지로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니 위기관리가 잘 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들만 오랫동안 다양하게 반복된 것이다.

# # #

4월 19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전략 커뮤니케이션, 무엇을 얻을 것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흔히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른다. 물론 PR이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특히나 첨예한 이슈와 위기 상황 속에서 ‘전략’이라는 개념은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물론 경영자에게 까지도 이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에는 각자의 해석에 따른 주관성이 혼재되어 있다. 일부는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한다. 느낌이 왔고, 경험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다양한 상황분석과 여러 케이스들을 통한 반면교사를 기반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앞의 경우와 같이 느낌이나 경험으로 판단하는 주관성 정도는 아니지만, 이 또한 그대로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전략 주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라면 더 그렇다.

일부에서는 결과가 좋다면 그것은 전략 커뮤니케이션이었기 때문이라는 결과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일단 무언가를 시도해 보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된 경우를 그렇게 부른다. 결국 그 시도 자체에 어떤 전략이 있었는지를 복기해 보면서, 그야말로 절묘한 전략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안도하거나 평가한다. 그 중 또 일부는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에는 ‘노이즈 마케팅’의 성과도 있다는 사후 평가까지 한다. 어찌 보면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라 기 보다는 실행 평가를 통한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혼란스러운 개념과 주장들을 뒤로하고, 경영적 또는 실무적으로 보다 간단하게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 노력이 전제되는 것은 다른 경우들과 똑같다. 이를 기반으로 현 상황에서 우리가(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가 언제 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여러 논의가 시작될 때가 바로 하나의 핵심 질문이 필요한 때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이 질문이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뼈대이고 틀이 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정확한 목적과 목표의 설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망망대해로 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배가 어디를 향해야 할 것인지를 적시에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그 이후 우리의 배가 어디쯤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 목적지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를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중간 중간 어떤 노력을 더해야 보다 효과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산적 고민도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실행을 구상할 때에 가장 먼저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의 질문을 반복해야 한다.

전략적 답변이 나와야 전략 커뮤니케이션도 가능

부정적인 상황에서 특정 언론을 통해 자사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했으면 좋겠다 라는 내부 방향이 설정되고 있다면, 그 때 “이 OO신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는 질문을 해 보자.

OO신문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 회사와 관련 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매체가 우리 회사 이슈를 다루어 준다면 보다 정확한 이해 도모와 프레임 설정이 가능 해 질 것이다” 라는 답이 나온다면 일단 그 시도는 전략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실행하지 않는 것도 전략 커뮤니케이션

어떤 매체의 취재와 인터뷰 요청에 대표이사가 직접 대응해야 하겠다 라는 내부 의견이 있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질문은 동일하다. “대표이사께서 해당 매체의 취재에 대응하여 인터뷰 또는 코멘트를 한다면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그에 대해 “그 매체의 경우 기존 보도 성향을 분석해 보면 우리 회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직접 컨택이나 인터뷰 또는 코멘트는 자칫 현 상황에서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답이 나온다면, 그 실행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 결정 또한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고 그 스스로도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더 나은 실행을 선택하는 것도 전략 커뮤니케이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매체가 대표이사 출퇴근 시 매복 인터뷰를 시도하고, 언젠가는 대표이사의 가는 길을 막아 설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 보자. 그런 경우에도 질문은 필요하다. “매복 인터뷰를 끝까지 무시하고 강하게 반발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 필요 해 진다.

대표이사가 취재하는 기자에 대해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무시하거나, 회피하거나 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보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취재 시도가 있다면 보다 매너 있는 현장 핸들링은 필요하며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우리 회사가 떳떳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는 답변이 있다면 보다 안전한 사후 실행이 가능해진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단 대다수가 전략적으로 일치한다면 전략 커뮤니케이션

특정 매체가 우리 회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악의적 보도를 이어 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 라는 내부 의견이 있을 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 매체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여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회사와 관련된 진실이 밝혀 질 것이고, 그로 인한 회사의 손해도 어느 정도 회복되고, 추가 손해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는 답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답변이 대부분이라면 그렇게 실행하는 것이 우리 회사에게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실행 후 득과 실을 정확하게 따져야 전략 커뮤니케이션

반면 다른 일부에서 “만약 우리가 그 매체에 소송을 한다면, 그들은 우리에 대한 더 심도 있는 다양한 논란들을 취재해 보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주제와 관련하여 검찰이나 국세청 조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추후 소송에 이긴다고 해도 그를 포함 사후 전반적 손해에 대한 복구는 거의 불가능 해 질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이 있다면 그 소송의 실행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다. 실행해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소득이 없다. 따라서 소송하지 않는 것이 우리회사에게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문제를 예상 해 사전에 개선할 수 있어야 전략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논란으로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우리 회사 대표이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마련하여 해명하고,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해 논란을 일격에 해소시켜야 하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그에 대해 질문이 따라온다.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회사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대표이사가 현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나서서 해명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어 극단적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겠다”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좋은데, 대표이사께서 사실 질의응답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만약 이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기자들의 여러 질문을 받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도 더 해 질 수 있다.

그 후 추가 논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은 하되, 구체적 질의 응답은 실무 고위 임원이 대표이사와 함께 대응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이 실행은 보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까?

이상과 같은 일반적이고 단순한 내부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음에도 왜 현실에서는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힘들고 어려울까? 어떤 장애물이 있기 때문일까?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실제로는 전략적이지 않다.

‘우리가 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답변은 있지만, 그럴 듯할 뿐 실제로는 전략적이지 않은 답변인 경우가 있다. “우리가 OO 온라인TV에 명예훼손 소송을 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이번 기회를 통해 강력하게 OO 온라인 TV에게 소송 대응한다면, 다른 언론들이 우리 회사를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매체에서 기획 중인 추가 보도는 상당수 제한될 것입니다.”와 같은 답변이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해당 온라인 방송은 특정 정파성을 나타내며 소송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곳이다. 이전 사례들을 보아도 다른 기업들이 다양하게 소송 대응을 해도 공격성을 늦추지 않는다. 또한 그들이 연속 보도하는 내용이 다른 다양한 방송과 신문에서 계속 중계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렇다면 앞과 같은 답변은 피상적일 뿐 실질적인 전략적 답변은 되지 못한다. 더 나아가 답변이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정상화를 위하여…’ 또는 ‘이번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등과 같은 동떨어진 답변들로 이어 지면 전략 커뮤니케이션과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둘째, 내부적으로 전략보다 VIP의 의지가 더 중하다.

전략적 질문과 전략적 답변은 다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VIP께서 그 실행을 간절하게 원하시기 때문에 어떻게 든 실행해야 한다. 실행해야 하므로 그 실행에 대한 왈가왈부는 하지 말자. 이런 경우에도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불가하다.

실무 차원에서는 그 실행이 진행되고 나서 추후 반응과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그 결과가 예상보다 좋다면 이는 VIP의 선견지명이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는 우리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라고 프레임을 짜는 것과 같은 경우다.

셋째, 당연한 것을 두고 왜 전략적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나?

문제가 발생되면 당연히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고, 대표이사가 앞으로 나가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고, 정해진 대로 리콜 해야 하고, 다른 기업들과 똑같이 사과문을 업로드 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반적 생각을 하는 경우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나아가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무조건’ ‘당연히’ ‘정해진 대로’ ‘남들과 똑같이’와 같은 전제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다양한 상황, 대상, 주체, 메시지, 자산, 실행 역량, 실행자, 실행 방식. 실행 시기, 그 외 많은 변수 등에 대한 다각적 고민과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고 당연히를 외치지 말자.

넷째, 무언가는 어떻게 든 해야 하니까

VIP께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 대해 화를 내고, 억울해하고, 슬퍼 하고 하니, 빨리 실무선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상황도 현장에서는 흔하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냐며 계속 질문이 내려온다. 임원들께서는 어떻게 든 해 보라며 다그친다. 실무진에서는 어쩔 수 없다. 무언가를 어떻게 든 실행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전략적 질문? 전략적 답변? 토론과 고민과 논의? 다 의미 없다. 일단 해보고 나중에 생각해도 생각을 하자 한다. 회사의 위기를 관리하기 전에 실무진 자신에 대한 위기가 더 크게 다가온 셈이다. 무언가를 어떻게 든 해 내지 못하면 자신에게 재앙이 될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쉽게 무시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쉽고, 또 어떻게 보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그것이 쉽게 느껴지는 기업과 그것이 전혀 말도 안 되는 불가능으로 느껴지는 기업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대응을 ‘착, 착, 착’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말 그대로 대응을 ‘호떡집에 불 난 듯’하는 기업이 있다. 앞의 기업은 평소 여러 번 준비와 훈련을 해 본 곳일 것이고, 뒤의 기업은 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준비와 훈련이 없었던 곳일 것이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그렇게 준비와 훈련의 반복으로 점차 쉬워져 가는 역량이고 자산이다. 누군가가 뇌는 근육이라고 했다. 근육을 계속해서 쓰면 강해지듯, 뇌도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써야 강해진다는 의미다.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근육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슈나 위기가 닥쳐서 쓰려 하다 보면 전략에 힘이 안 들어 가고 마비가 오고 쥐가 난다. 짜증도 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계속해서 해 보면 는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 # #

1월 062022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 시 성공적 입장(position)의 구성요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와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흔히 이야기하는 클리쉐이면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명언을 하나 꼽으라면 ‘위기는 곧 기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겠다. 아무리 많은 실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아도 위기가 곧 기회였던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어떤 기업이 그렇게 큰 기회를 창출했다면, 그 케이스는 위기관리 케이스에는 들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바라보는 담담함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너무 나간 ‘기회’를 이야기하는 행태는 문제다. 절대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며, 여러 소중한 가치의 손실과 피해를 의미한다. 훼손된 평판을 의미하고, 떨어진 신뢰를 의미한다. 창피함과 곤란함과 어려움이 그 뒤를 수십년간 잇는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볼 수 있을 때에만 위기관리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생겨나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서는 가장 먼저 해당 상황을 분석하여 자사의 입장(position)을 정리한다. 해당 상황에서 제기된 문제의 책임에 대해 자사가 동의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제기된 문제의 책임을 완전하게 인정하고 개선과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일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 외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흔하다. 상황에 따라 기업의 입장을 대충 대별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케이스별로 아주 미세한 입장차들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의 확정은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VIP의 개인적 감정에 기반해 입장 정리를 했는데, 그 입장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초기 여론을 두려워한 나머지 무리한 수용 입장을 피력해 불필요한 책임과 부담까지 떠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입장 정리를 적시에 하지 못해 여론에 의해 한참을 끌려 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최초 입장을 계속 바꿔가며 여론에 맞서 오락가락, 우왕좌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랜 경험상 어떤 기업의 입장이라도 위기 시100 퍼센트 공중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는 포지션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 아니 절반 이상의 공중에게 이해나 공감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나마 성공적인 포지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첫번째, 법적인 문제는 없어야 한다.

위기관리의 기본 토양은 준법이다. 준법하지 않고는 위기를 예방할 수도 없고, 위기를 관리할 수도 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들키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준법 대신 오래된 관행을 따르는 것이 기업문화가 고착되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준법 체계나 프로세스로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핵심 주제나 논란에 대하여 법적 판단을 스스로 신속하게 결론 내릴 필요가 있다.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된 위기라면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때 절대 핑계나 불평이 기반 된 입장을 정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억울해해서도 안 된다. 준법이 평소와 위기 시 중요한 이유다.

둘째, 맥락적 문제도 없어야 한다

앞의 준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단 법만 지키면 아무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사에서는 안전관련 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안전 사고로 사망한 계약직원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과 같은 뉘앙스다. 법을 준수하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법정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법을 넘어선 맥락까지 중시한다.

‘관련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이런 입장이 종종 보이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사회적, 여론적 맥락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법을 준수하였고, 여러 맥락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사실 위기가 아니다. 하나의 해프닝이거나 단순 사건 사고일 뿐이다. 반대로 어떤 의미로든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면, 그건 준법을 넘어 맥락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케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

셋째, 인간적이어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아주 의미 있는 말이다. 기업이 위기 시 계속 차갑고 큰 빌딩과 어마어마한 자이언트의 모습으로 공중과 이해관계자 앞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위기나 그로 인해 피해를 주장하고, 슬퍼하거나 아파하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여러 원점, 이해관계자, 공중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기업의 입장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업은 기업다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이 너무 인간적으로 포용하고 수용하고 인정하고 연약하게 굴어서는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겠느냐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 시 자사가 비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와 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를 비교하여 어떤 경우에 상대적 이득이 있겠는지는 꼭 분별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인간적인 입장을 견지했을 때 이후 보다 나은 상황이 펼쳐졌다.

넷째, 원칙의 일관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말처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 왜 그때는 그렇게 입장을 정했으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입장을 정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면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의 하이 프로파일 위기 대응을 두고 사후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움을 토로한다. 이번에는 저렇게 대대적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사과에 개선조치를 심하게 하셨는데, 또 다시 이번 같은 위기가 발생되면 대응을 더 크고 심하게 해야 한다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일관성에 대한 가치는 그러한 부담을 전제로 해야 계속해 커지는 것이다. 시쳇말로 원칙은 어기라고 존재한다며 농담을 하는데,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원칙은 지켜질 때에만 그 가치를 발한다.

대형 회의실에만 걸려 있는 원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액자 속 원칙이 바깥으로 걸어 나와 실제로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하는 일관성과 연속성이 장기간 생겨야 비로소 진짜 원칙이 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입장문에는 항상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라는 조언을 한다. 일부는 적당한 관련 원칙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일부는 원칙은 있는데, 그게 안 지켜져서 지금 이 상황이 되었다며 곤란해 한다. 일부는 비슷한 원칙은 있는 것 같은데, 잘 기억 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제대로 된 자사의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 원칙에 기반하여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입장은 성공적인 원칙에서만 잉태 가능하다.

다섯째, 타이밍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버스가 모두 지나가 막차까지 끊겨 벼렸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의미와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그 자체로는 훌륭한 입장이라고 해도 시간이 너무 흘러 커뮤니케이션 되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그 동안 자신들의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런 입장을 내 놓은 것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의 입장은 훌륭할수록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불필요한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비판과 비난을 방지하고 감소시킬 수 있다. 최초에는 그들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지만, 그 직후에는 자사가 내 놓은 훌륭한 입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주제 변화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위기관리 실패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입장을 밝힐 때 어떤 타이밍이 가장 적절한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하기 ‘직전’이 자사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여섯째, 화자의 적절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기업 오너가 큰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지탄을 받기 시작했을 때 그 기업 홍보실에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는 어떤가? 대기업의 생산시설에서 어마어마 한 안전사고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입장을 해당 인력 파견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하면 어떨까? 어마어마한 은행 직원의 횡령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점 지점장이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모든 커뮤니케이션에는 화자와 수신자의 설정이 기본 중 기본이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조성된다. 평소 좋은 뉴스일수록 가장 윗 분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고, 나쁜 뉴스 일수록 아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관행이 있는 기업은 위기관리 이전에 문제가 많은 기업이다.

민감한 위기 일수록 해당 기업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화자의 중요성은 커진다. 성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케이스들의 대부분은 가장 큰 리더가 앞에 나가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던 케이스들이다. 뒤로 숨거나 전혀 엉뚱한 화자를 내세우기 보다는 훌륭한 입장일수록 리더가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좀 더 전략적이라는 생각을 하자.

마지막,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관련 한 문제는 없어야 한다.

개선을 발표하거나,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거나, 단호한 조치사항을 발표하거나, 강력한 보상방안을 발표하거나 입장의 기조에는 해당 기업의 진정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묻어 나오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단순하게 현재 상황을 모면해 보기 위한 창의성 차원의 레토릭으로 보여져서는 위기상황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주체의 의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VIP들은 위기 시에도 앞에 나가 깊숙하게 머리를 조아린다. 평시에는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던 리더도 위기 시에는 입장을 발표하며 울먹이거나 침통한 표정을 유지한다. 해당 위기로 얻은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리더도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가 진실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표현과 장치들은 이내 실질적 개선과 재발장지 대책 등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공중과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기업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행동이 말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약속한 행동에 대한 실행을 의미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약속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자체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런 시각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다.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대한 신뢰는 함부로 저버리면 안 된다.

이상과 같이 위기 시 기업이 정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입장(position)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모든 공중과 이해관계자 전원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고 싶어하는 욕심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 받거나, 공격받을 입장은 최대한 피하자 하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현장에서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사의 입장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의사결정자의 감정이다. 개인적 감정이다. 그 감정의 뿌리를 잘 들여다보고, 기업을 위한 더 큰 결정을 하는 그 과정에서 대부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는 최초 의사결정자의 감정이 기업의 입장에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 일수록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원칙들을 돌아보자. 훌륭한 입장을 정해 리더가 나가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문제도 이내 풀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보자.

이미 많은 선례를 통해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실제로 경험한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더 나아가 평소 훌륭한 입장(position)을 정해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사실도 꼭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마음을 빨리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 #

1월 06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창구일원화가 필요한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목적은 언론 접촉이 허락되어 있는 핵심 임원들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 증진이다. 언론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디어트레이닝의 다른 두번째 목적은 언론접촉이 허락되어 있지 않은 임원들에게 창구일원화 원칙을 강조하고 그에 따르게 하기 위함이다. 창구일원화란 언론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임원이나 직원에게 언론이 접근 시 언론 접촉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나 인력에게 그 답변 역할을 이양하는 것이다.

자신의 앞에서 또는 전화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임직원이 “저희 회사는 원칙 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을 통해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 창구일원화 실행이다.

물론 기자가 그런 창구일원화 실행에 맞서 단순히 취재를 포기한다 거나, 순순히 홍보실에 연락해 취재하는 모습을 기대 할 수는 없다. 일선에서의 창구일원화 실행은 완곡한 취재협조 거부라고 할 수도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준비되지 않고, 전략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임직원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넘어서는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자제하게 함으로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창구일원화 개념과 목적 그리고 의미를 공유하다 보면, 창구일원화가 왜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일선에서 창구일원화가 중요한 아주 실제적인 이유를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임원들이 자사 공식 메시지를 실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실제 신제품 출시나 구조조정 같은 이슈를 두고서도 대표이사의 메시지와 임원들의 메시지는 각양각색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다양한 핵심 질문들을 던져보면 그에 대한 답변이 답변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임원은 언론에서 접한 언론측 시각을 자사 공식 메시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자사 메시지라고 전달할 때도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공유된 자사의 공식 메시지가 없어서 발생되는 현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당면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이 자세한 공식 메시지를 공유하지만, 그를 꼼꼼하게 이해하고 메시징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임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담당 실무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이슈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의 언론 창구일원화는 필요하다. 정리되지 않은 각자의 사견을 언론에 전달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전혀 다르다

임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언론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왜 기자가 함부로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오는 지, 왜 자기 필요에 따라 질문을 하고 답을 달라고 닦달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기자나 PD라는 사람들이 공장을 찾아오고, 출근 길 자기 앞을 가로 막느냐며 화를 낸다.

일부 임원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 같이 기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자신의 애드립이나 프레임이 기자에게 엄청난 취재 거리가 될 것이라고 가슴두근거려 하기도 한다. 자사의 정보를 가지고 기자와 게임이나 딜을 하려 하기도 한다.

이렇게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함부로 하려는 임원들이 있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매번 부정적인 내부 정보가 언론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 근본적 이유를 찾지 못해서는 안 된다. 창구일원화가 자사의 강력한 원칙이라는 점을 지속 강조해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임원들은 사후 책임을 묻는 체계가 중요하다.

셋째, 적절하지 않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받는 피해는 모두의 것이다

단순하게 기자에게 말 실수를 좀 했다는 핑계로 사후 피해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적절하지 않는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불러올 상황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는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언론을 통해 퍼진 자신의 실수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거래처 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로 인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데미지를 먹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에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에 이를 위기상황이라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고 흔하다. 그 말 몇 마디 때문에 홍보실은 불철주야 고생 해 그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려 한다. 기자들과 각을 세우게 되거나, 불필요하게 엄청난 광고 협찬비를 지출하기까지 한다.

자사 임직원들의 입을 먼저 컨트롤 하면, 그로 인해 언론이나 예산을 컨트롤해야 하는 불필요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자사 임직원의 입은 컨트롤 하지 못한 채 매번 언론을 컨트롤하려는 시도처럼 무의미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 명언에 “욕조가 흘러 넘치면 가장 먼저 수도꼭지를 잠가라”는 말이 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마른 걸레만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창구일원화는 그런 의미에서 수도꼭지를 선제적으로 잠그는 노력이다.

넷째, 창구일원화가 지켜지지 않으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창구일원화처럼 쉬운 것이 없다.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홍보실을 팔아 매너 있게 창구를 일원화시키면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연습 몇 번 해보면 창구일원화는 쉽게 느껴진다. 창구일원화를 하면 임원들의 마음도 훨씬 편해진다.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기자나 PD가 아무리 집요하게 접근하고 질문해도 창구일원화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너 있게 창구일원화를 수백 번 반복하는 기업 임원을 그들이라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기업은 답이 안 나오는 곳이다. 저 기업 임원들은 창구일원화를 철저하게 지켜 취재가 불가능하다. 찌르면 피도 안 나올 것 같다. 이런 기자들의 평가를 받는 기업이 진짜 무서운 기업이다. 체계가 있다는 의미라 서다.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기업은 대외비가 지켜질 리 없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상시 흘러 들어간다. 설화에 책임을 지는 문화도 없을 것이다. 그런 반복적 상황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단호하게 처분하는 최고경영진이 존재할 리도 만무하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설화를 만들고 적절하지 못한 언론 접촉을 하는 경우는 더 최악이다. 창구일원화가 지켜지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창구일원화는 중요한 가치다.

다섯 번째, 홍보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기업 신뢰를 포기하는 것이다.

홍보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기업인데도 임원들이 사적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홍보실을 우회하는 것을 넘어 결과적으로 홍보실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다. 자신의 설화로 문제가 발생되면 그 때 가서 홍보실에게 사후 위기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홍보실이 실제 취재를 했던 기자를 찾아가 만나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일부는 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할 것이다. 일부는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 말의 진의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기자와 데스크를 때에 따라 회유하려고도 할 것이다. 협찬이나 광고비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시도하기도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송을 하겠다는 압박도 할 것이다.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고, 상호간에 부정적인 말들이 오가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후 부작용들이 창구일원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기업의 메시지를 보고 그 기업을 판단할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서 신뢰하지 못할 홍보실이 태어난다. 홍보실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하는 해명은 믿을 것이 안된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신뢰 없는 홍보실, 거짓말이나 애드립에만 능한 홍보실을 만드는 기업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반대로 신뢰받는 홍보실, 공식 메시지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실을 만들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창구일원화가 그 첫 단추라는 것도 기억하자.

여섯 번째, 창구일원화는 홍보실을 점점 강력하게 한다.

기업 내부에서 일관된 창구일원화가 이어지게 되면 대부분의 중요 정보와 공식 메시지들이 홍보실로 취합된다. 중요한 이슈들을 홍보실이 창구일원화 해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부서들은 홍보실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홍보실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해 좀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일선 부서에서 취합된 정보들에 홍보실의 정무감각이 녹아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홍보실이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하던 부서들도 창구일원화 원칙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홍보실을 새롭게 보게 된다. 평시는 물론 어떤 문제가 발생되던 홍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해야 하고, 홍보실로 하여금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자기 부서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업에서 홍보실은 아무 힘이 없는 곳이다. 관련 부서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사실 홍보실 스스로도 구체적 사업 내용이나 공식 메시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들에게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홍보실이 바로 그 때문이다. 창구일원화는 홍보실의 권한과 책임을 강력히 성장시키는 체계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 창구일원화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평소에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지켜지는 기업은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훨씬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되면 기존에 일부 지켜지던 창구일원화 원칙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시급한 언론 취재 요청에 일선에서 자유롭게 대응하게 된다. 정리되지 않는 메시지가 연이어 흘러 들어간다.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한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흘러 넘쳐나간다.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창구일원화 체계가 안착된 기업은 그와는 다를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통제가 쉬워진다. 확인되고 준비된 메시지가 공식 창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언론에 배포된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을 기업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언론의 취재 방향이나 앵글들도 간접적으로 통제가 가능해진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여론도 마찬가지다.

창구가 무너지고 메시지가 흩뜨려져서는 이슈나 위기관리는커녕 일상적 경영도 어렵게 된다. 창구를 통제하라는 것이 임직원들의 입을 통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해당 기업에 입단속이나 함구령이 내려졌다며 자신들의 취재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창구일원화가 일상적인 기업에서 그것은 공식 체계일 뿐이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꼼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그리고 평상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고 있는지 어떤 지는 창구일원화 여부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창구일원화 없는 언론 커뮤니케이션 정상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창구일원화 없이는 이슈나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없다. 창구일원화 없이는 성공적 경영이란 매우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 # #

11월 042021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왜 VIP는 블라인드에서 곤경을 치룰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들어 기업 홍보나 인사부서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항상 언급되는 주제가 블라인드 이야기다. 특히나 VIP께서 MZ세대 직원들과 말그대로 허심탄회 한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 불거지는 블라인드 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각 케이스들 내용이 다르고, 문제가 된 계기도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VIP께서도 그러시고 저희 임원들도 공히 앞으로 MZ 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을 더욱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하는 것이 공통된 결론이다.

소통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소통을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소통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낸다. 그 이후에는 오히려 불통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이런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진짜 소통이 문제인 것일까? 아니면 소통을 시도했던 그 주체가 문제인 것일까? 그 소통을 허심탄회 함으로 그냥 내버려 둔 홍보나 인사부서들의 불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일부 무분별한 MZ 세대 직원들이 문제일까? 혹시 블라인드가 문제는 아닐까?

기업 VIP와 블라인드 논란에서는 이상의 것들 어느 하나의 문제만으로 그 원인을 한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사한 위기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 공통적 문제 원인이 보이기는 한다. 그 원인과 그로 인한 논란의 이유를 대표적인 것들로 뽑아 정리해 본다. 주로 블라인드를 통해 논란을 경험한 VIP들과 그런 논란을 원치 않는 VIP들은 어떤 주제들을 좀 더 이해해야 할까?

첫째, 소통은 일단 고통이고 심지어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공감해야 한다

소통에 대한 생각과 더 나아가 철학적 수준의 이해는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VIP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다. 피상적으로 소통이 필요하다, 중요하다, 한번 해보자 해서는 곧 큰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직접 성공시켜 본 개인적 소통의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시도하는 소통에서 문제는 발생된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소통에 적절한 사람인지를 먼저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일단 연령 차이, 문화 차이, 경험 차이,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성별의 차이 등을 전제로 하는 VIP와 MZ세대 직원 간에는 일반적 의미의 소통이 가능하다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런 전제를 무시한 채 시도되는 소통은 곧 폭력이 된다. 그 폭력은 이내 소통을 시도한 VIP에게 고통으로 되돌아 온다. 이제 시대가 그렇다. 그 거대한 격차의 전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그 부분을 이해하고 극복을 위한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올바른 소통의 준비 운동이 된다.

둘째, 일단 VIP가 유명해야 문제 가능성이 낮아진다

VIP를 보면 가슴 두근거려 하는 직원들이 많아야 한다. VIP가 기존 언론이나 여러 사회적인 주제로 유명하다는 의미는 일단 장시간 동안 언론이나 사회적인 필터링을 거쳤다는 의미다. 공적인 인물이 되었다는 의미다.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한 경험을 지녔을 것이고, 이를 통해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려 하는데 능숙한 분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VIP는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MZ세대 직원들 시각에서도 일단 좋은 의미로 유명한 VIP는 셀럽과 같은 좋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한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전 같은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시니어에 대한 과도한 이해에 대해 알러지를 일으키는 MZ세대 직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 유명인으로 포지셔닝 해 온 VIP에게는 일단 호감을 전제로 하게 된다.

양측간 이러한 기본적인 토양 위에서 기업측에서 준비한 전략적 소통을 VIP가 리드하면 부정적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은 확연하게 낮아진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X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해외 어떤 아티스트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 논란의 이 문구가 지나친 감은 있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셋째, VIP 다움을 찾아보자

VIP가 유명하지 않다면, 유명해질 기회가 없었다면, 또는 아직 유명해질 넉넉한 기간이 존재하지 않은 VIP라면 최소한 상대에게 어색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아가며 어색한 상대로부터 감동을 받거나, 우호적인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나? 일단 상대가 어색하다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 인간의 반응이다.

이상하게 어색하고 불편한 상대와는 소통 과정과 메시지를 접하는 반응이 달라진다. 사람이 어색하고 불편하니 메시지도 어색하고 불편해만 진다. 맥락이 전혀 편하지가 않으니 문제가 된다. VIP가 웃어도 MZ 세대 직원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VIP가 편하게 이야기하자 하면 더욱 더 불편함만 커진다.

VIP는 상대의 어색함을 줄여 나가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도 반복하지만 상호간 어색함은 항상 기본 전제다. 어색함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런 전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VIP ’스러움’ 보다 VIP ‘다움’에 대한 가치를 이해했으면 한다. ‘스러움’과 ‘다움’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다. ‘아저씨 스러움’과 ‘아저씨 다움’이라는 표현을 보면 알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좋고 익숙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다움’이라면,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면만 보여주는 것이 ‘스러움’일 것이다. VIP 스스로 자신 다움을 찾아보자. 소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마음이 열려야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어 마음을 여는 것이 아니다

이 선후관계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인과관계에 대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많이 잘 하면 상대가 마음을 활짝 열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영화나 여러 소설 등에서도 그런 인공적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인관관계가 지배적이다. 자신이 상대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었거나, 최소한 어떤 계기로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그 이후 소통이 잘 되고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소통만능론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거나, 의도적으로 감추어 져 있어 문제가 된다.

VIP가 MZ세대 직원 들과의 소통에서 목적한 결과를 얻으려면 먼저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좀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일단 상당수 마음을 열어야 VIP의 메시지가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VIP의 메시지가 이해 가고, 공감에까지 이룰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열려는 부단한 노력은 행동이 필수다.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한 행동을 여러 번 지속해 성공하게 되면, 이후 소통이 성공할 가능성은 따라 훨씬 높아진다. 최소한 블라인드에서 논란이 되는 일은 곧 사라진다.

다섯째, VIP의 소통은 독백으로 시작해서, 방백을 거치며 성장한다

VIP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독백은 진정한 소통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독백은 사내 이메일이나 게시글, 메모, 서적을 통한 것일 수도 있고,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것일 수도 있다. 기업 철학과 비전의 인간화 된 모습이 VIP라고 할 때 이러한 살아있는 VIP의 독백은 여러 대상과의 소통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다.

이후 상당한 독백의 시간과 분량이 쌓이면 VIP의 독백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방백의 의미로 다가간다. 기업 구성원을 넘어 사회적 이해관계자 그리고 공중들이 VIP의 방백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공감대라는 것이 형성되고, 검증의 단계를 거치고, VIP가 인정받게 되는 수순을 거친다.

현재도 일부 VIP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런 독백과 방백을 왔다 갔다 하는 노력들이 좀 더 제대로 된 소통을 성취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일부 과정에서의 논란과 해프닝들은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현시화 한 VIP의 독백과 방백 노력은 소통에 있어 매력적인 가치다. PI를 위해서도 가장 목마른 자산이다.

마지막, 기업 스스로도 이상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기업 VIP만 유명해지고, 스스로 ‘다움’을 찾고, 상대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하고, 독백과 방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도 그와 마찬가지로 똑 같은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 기업 홍보는 물론 이슈나 위기도 한결 쉽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가슴두근거림을 주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기업 이슈나 위기를 바라보면 어떤 대응이 떠오를까? 자사에게 발생된 부정 이슈나 위기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가슴을 계속 두근거리게 하려면 현재 무엇을 해야 할까? 그들을 실망시키고, 공감 못하게 하고, 마음을 닫아 걸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관리 활동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더 나아가 자사에게 가슴 두근거려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 이슈나 위기 요소들은 어떻게 사전 관리해 나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일까? 종전 같이 해서 그들을 현재와 같이 관리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할까? 정상 기업에게는 이런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소통의 걸림돌은 그 이외에도 낯 설음, 이질성, 심미적 제약, 우호성 부족, 감정적 공감 부족, 따분함, 전형성, 분노유발, 무관심 같은 것으로 이로 인한 부정적 논란은 일상적으로 여기 저기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VIP는 이러한 여러 걸림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를 위한 노력을 우선 해야 한다.

소통을 잘하고, 소통을 통해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업과 VIP는 소통 자체를 아주 힘겹고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라 간주하는 공통점이 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함부로 나섰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고, 그 상처는 자칫 되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를 관리해야 하는 홍보실과 인사 부서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준비와 연습의 기회를 VIP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VIP 개인 스스로도 이번 편에서 언급한 가치들과 주제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본연에 대한 것이고, 사람과 사람 간의 것이고, 노력과 경험과 진실함이 성패를 가르는 행위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전략 없이 마음을 비우는 허심탄회가 소통을 더욱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뼈아픈 교훈이자 덤이다.

# # #

1 2 3 4 5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