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기에 연루된 기업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게 엄청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특징이다. 소위 말해 위기 시 ‘악당’과 ‘바보’의 선택 딜레마 때문이다.
그 황당한 문제를 이미 기업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그 기업은 여론에 의해 즉시 ‘악당’이 되어 버린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은 그 기업을 그냥 ‘바보’ 같다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그 옵션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보여 지는 옵션을 선택한다. 그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다 믿기 때문이다.
현실로 들어가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업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문제가 위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은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사전적인 위기관리 개념에서 상당부분 관리 해 발생을 저지하거나, 방지도 하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업은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관이나 방치했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라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해당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느낌으로 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화되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된다면 그 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기란 어떤 것일까? 몰랐다는 것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기업들이 항상 말하듯 ‘우리는 이번 위기가 발생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후면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뒷모습을 살펴보자.
첫째 유형,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기업
회사 내에서 일단 ‘위기’라던가 ‘문제’라던가 하는 단어 표현을 쓰는 것을 극히 꺼리는 기업이다. ‘문제는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 함부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당연히 스스로 문제 소지를 적극 찾아내거나, 그것에 대해 해결을 하려 움직이는 직원을 꺼려 한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종업계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 문제나 위기,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런 일이 있었냐?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문제인데, 문제의 기업만 해당 문제를 새로워한다. 그런 위기가 발생되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경우는 위기를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은 더더욱 못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위기라는 것이 여기 저기 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는데 더 유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바보’ 옵션에 기대는 것이다.
둘째 유형, 위기를 단순하게 방치 방관하는 기업
누군가 문제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 기업이 이런 유형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문제 소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낫다고 보며 방치 방관한다. 그것을 해결까지 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은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조언하면,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일부는 자사의 경쟁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기업은 반론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 크게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의미는 이미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까지는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위기를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몰랐다면 절대 바라볼 수 없다. 진짜 몰랐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지도 못한다. 문제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굳이 위기관리를 한다면 방관 방치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현재 존재하는 그 문제 소지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반대로 잃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매우 어려운 기업 유형이다.
셋째 유형,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기업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는 기업이다. 그에 더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유사사례나 타사 전례들을 상당히 유심히 살핀다. 자사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단속을 한다. 그 문제에 대해 쉬쉬하면서 극도로 민감 해 한다.
임직원 마음 속으로 조마조마함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이 사전적 위기관리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살짝 두려움에 기반한 찜찜한 기분이 기업 내부에 팽배해 있을 뿐이다. 함부로 그에 대해 개선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내심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해당 위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옵션을 택한다. 최근에는 이런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는 포지션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 지기도 한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서 쉬쉬했다는 내부 고발이 드러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 그 위기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키워 발생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정한 개선이나 방지책만 마련했더라면 결국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발생될 위기는 언젠가는 발생되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아포리즘은 이런 기업에게 적용 가능하다.
넷째 유형, 어떻게 든 위기는 관리되겠지 생각 한 기업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을 하는 기업이다. 자사가 상당한 규모와 연력을 자랑하는 경우 이런 희망적 생각은 더욱 더 커진다. 스스로 맷집이 있다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을 보라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존하는 유형이다.
일부 이전 실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려 고군분투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희망적 생각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맷집을 경험해 보지도 않은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는 희망적 생각은 상당한 취약점이 된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근거 없는 희망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는 위기관리를 상당부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발생할 위기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든 견뎌낼 것이라는 것 밖에 다른 확신은 없다. 위험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되어도 어떻게 든 관리는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이 생각한다. 일부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당연히 이런 기업도 ‘이런 위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알지 못했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위기관리를 해 낸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주 극단적인 경험을 한다. 스스로 맷집의 끝을 시험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다섯째 유형,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런 회사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깊이 있게 이미 이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로펌이나 관련 자문업체를 통해 자문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는 왜 그런 문제 소지를 없애지 않고 분석만 하고 있는가 질문하기도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그 문제 소지를 오히려 이용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원한다.
회사 일부 임원들을 그 문제 소지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문제라고 보지만, 내부에서는 것을 혁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것을 문제라 지적하면, 그 이해관계자의 무지나 무식을 탓하며 대응한다.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위기로까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고질병처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극단적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사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거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몰랐지만, 문제는 아니다’하는 포지션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점점 이 포지션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은 결코 유효하지 않다. 발생된 자사의 위기로 기회를 잡는 곳은 확실히 경쟁사들 뿐이다. 평소 스스로 보아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시키는 것이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위기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그 기업 어디도 진짜 위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감각적 인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의 그런 감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단, 그 감각을 여럿이 함께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문제 소지를 제대로 관리하여 해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임직원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임직원들은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알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면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위기관리 부실의 깊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위기와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 공부와 훈련 이전에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정확한 위기관 그리고 위기관리관이 존재해야 한다.
임직원이 문제 소지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실질적 행동이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임직원이 제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은 그 뒤에나 필요한 것이다. 땅이 비옥해야 모종이 크게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 아무런 위기관리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에게 교육과 훈련은 별 의미가 없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을 위한 교양 수준으로 소모하지 말자.
위기에 대해 몰랐다는 흔한 변명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 질 것이다. 위기와 연결된 문제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악당’이 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는 ‘거짓말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후 천하에 드러나버린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 보다 재앙을 선택한 것이 된다. 재앙을 위기는 맷집은 없다.
제대로 예상하면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 미리 미리 챙겨가며 관심을 두어 관리해 보자. 그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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