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순리를 따르는 노력이 곧 이슈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이 무엇인가? 여론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여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 기업이 이슈 발생 시 여론에 순응하기만 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인가? 대체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언론이 곧 여론인가?
이슈관리를 할 때 마다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고민되는 주제들이 바로 그런 것에 관한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여론을 항상 제대로 읽고 있다 자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곧 내 생각이 여론이라 생각하는 독재자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외 모든 사람들에게 여론이란 항상 궁금하고 이해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운 대상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향해 이슈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그런 여론을 읽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하라는 조언을 한다. 자칫 여론을 잘 못 이해하고, 더 나아가 여론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했을 때 기업에게 다가올 재앙적 결과를 두려워하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업측, 특히 경영진에게 그런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의사결정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업 나름의 목표가 있고, 의도가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니 여론에 주목해 그에 따라 달리 의사결정 하라 하니 불만이 생긴다. 의사결정자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으면 하는데, 그 운전대를 여론에 일부 넘기라는 이야기가 일견 당황스러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여론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이 고려 사항들은 무조건적이거나, 이론적으로 불변하는 기준이 절대 아니다. 다양한 이슈관리 케이스들을 통해 여러 컨설턴트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기업이 부정 이슈 상황에 휩싸였을 때 성공적인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첫째 고려사항, 경영진의 첫 느낌을 믿어라.
일종의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개념이다.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사람이 길을 가다 자신의 10m 앞쪽 수풀이 이유 없이 마구 흔들린다면 그 사람은 재빠르게 맞서 싸울 것이냐, 아니면 일단 도망칠 것이냐 선택하게 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을 의미한다.
자사와 연계된 어떤 이슈로 사회적 여론이 생겨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경영진의 바로 그 첫 느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한 사람이 아니라 경영진 여럿이 있고 각자의 느낌이 제 각 각인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직접 관련이 있는 경영진의 느낌과 다른 경영진의 과반이상이 느끼는 그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핵심 경영진과 과반 이상의 경영진이 그 이슈에 대해 느끼는 그 공통적인 느낌이 바로 여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소중한 느낌이 이슈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고려사항, 여론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라
여론은 멈춰 고여 있지 않는다. 어떻게 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핵심 경영진의 첫 느낌이 무조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그 때문이다. 첫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이라 회사 차원에서는 전격적 대응을 준비하였는 데, 일정 시간이 지나보니 전혀 예상했던 여론이 아닌 경우라 난감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때문이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별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 직후 바로 여론이 격화되어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여론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첫 느낌은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그 것 자체로 결론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교훈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을 따라가며 읽고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스스로 평시에도 자사나 경쟁사 관련 여론을 모니터링 하고, 그에 대한 독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경영진에게 신문 테스트(newspaper test)와 같이 상시적 정무감각 적용의 강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이 때문이다.
셋째 고려사항, 주류 여론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여론은 기본적으로 다양하다. 수많은 사람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진다면, 그것은 여론이라기 보다는 상식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들이 모여 진짜 주류(mainstream)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면 그 주류 여론이 위협적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에 있어 가장 주목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류 여론이다.
문제는 기업 경영진이 현재 여론과 다른 여론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부 여론에 오히려 주목하고 싶어하는 경우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론을 볼 때 자신이 보고 싶은 여론을 보는 현상이 그래서 생긴다.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의 정규분포를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수많은 다양한 생각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사람 대부분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이나 의견들이 중요한 것이다. 여론의 곡선이 평균값을 중앙으로 하여 좌우 대칭으로 종 모양을 이루는 분포가 정규분포라 하는데, 그 종모양의 위치가 역간이라도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 치우친 위치에 바로 주류 여론이 존재한다.
넷째 고려사항, 언론이 여론과 항상 함께 움직인다 생각 말자
신문이나 TV같은 언론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왜 여론은 저렇게 들끓고 있는가 궁금해하는 경영진이 있다. 반대로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언론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슈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경우 매우 고민스러운 토론이 어이지게 된다. 자사가 언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여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들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자니, 조용한 언론을 자극할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시끄러운 언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다가 자칫 조용한 여론을 자극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렇듯 언론과 여론은 항상 함께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평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왜 언론이 여론을 따라가지 않으며, 여론이 언론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가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대응이 언론이나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떤 대응이 반대로 그 각각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만 보거나 또는 여론만 보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극단적인 것은 여론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론의 정규 분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극단적 생각이나 의견은 이슈관리에서 참고해야 할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뭐든 극단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것은 그저 이상한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해도 그렇다. 스스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면 여론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여론은 순리(順理)라고 불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봄이 가면서 여름이 온다. 그런 순리가 아니라, 겨울이 가더니 더 큰 겨울이 온다면 그런 상황은 분명 이상한 것이다. 이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재앙이 되어 버린다. 기업의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이런 순리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기업은 이슈 상황에 처했을 때 극단적이거나 이상한 여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야 산다. 그 일부 여론이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라 해도 그를 따라서는 안된다. 일부에서는 그런 극단적이고 이상한 관점을 가지고 여론전을 일으키려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순리에 휩쓸리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 아니다 생각한다면, 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이야기다.
여섯째, 여론을 바꾼다는 생각을 버리자
태풍이 불 때 바람은 움직일 뿐 바뀌지는 않는다. 태풍의 시계방향 바람이 갑자기 반시계방향으로 바뀌거나, 북쪽으로 이동하던 태풍이 단박에 반대인 남쪽으로 거슬러 내려 가지는 않는다. 오직 태풍은 정해진 방향에서 조금씩 움직여 자리를 바꾸며 나갈 뿐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관련해서 발생한 극단적 부정 여론이 단박에 긍정 여론으로 바뀌는 경우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루머 때문에 발생한 여론이라고 해도, 사실관계를 알려 기존 여론을 180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생겨난 여론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완전하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이슈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 여론에 일정 영향을 주어 기존의 여론을 살짝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이슈관리에 성공한다. 여론을 급격하게 ‘바꾼다’는 개념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곱 번째, 여론을 따르면 무리가 적어진다 생각하자
여론을 따르는 것을 두고 여론에 굴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여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론을 따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되겠지만, 그런 옵션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여론을 이길 수 없다. 더구나 기업은 여론을 이기지도 못하고, 이겨서도 안되는 집단이라는 것도 정확하게 이해하자.
이슈관리에 있어 성공은 일단 입은 최초 피해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해당 이슈를 신속하게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론을 따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이 모든 이슈관리 의미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절대 여론을 맞서 싸워 굴복시킬 수 있다 생각하지 말자. 여론을 두고 대부분 무식하고 몰지각한 사람들의 불완전한 생각이라 폄하하지도 말자. 여론은 귀찮을 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근거 없는 허세도 버리자. 여론이 자신에게 반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거나, 혹평이나 주먹을 휘두르며 문제를 제기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 이상과 같은 고려사항을 하나 하나 깊이 고민하면서 의사결정 해야 결과적으로 보다 성공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한 기업의 이슈관리에서는 이상의 고려사항 중 하나 이상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제삼자나 국민의 입장에서 특정 기업의 이슈관리를 보면서 고개가 끄떡여 지거나, 당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그 기업은 여론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라 순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하고 해당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에게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이슈관리는 순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경영진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순리와 다른 생각을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핵심은 순리다. 순리를 따르면 이슈나 위기는 어느정도는 관리된다.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서다. 항상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순리를 거슬리려 하려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더 커져만 간다. 순리만 놓고 보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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