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4편] 제3자 인증에 기대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 편을 들어 유효한 목소리를 내 주는 제3자들이 있다면 기업에게는 큰 힘이 된다. 위기의 유형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제3자로부터 오는 지지와 이해의 목소리는 대부분 기업측의 위기관리가 성공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힘있는 제3자 인증은 우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은 그러한 위기관리 자산의 적시 활용을 기대하며 평시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다. 아무런 사전적 관리가 없이 위기 시 제3자 인증을 급히 만들어 내려 하거나, 기대하기만 해서는 적절한 결과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제3자 인증을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한다. 기존 기업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언론계나 정치권, 규제기관에 걸쳐있는 인맥을 위기 시 동원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 위기 시 그들로부터 우호적 입장과 메시지를 이끌어 내보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만들어 낸다. 위기관리를 하며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 제3자 인증은 평시 구축된 제3자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위기 시 기업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의사결정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제3자 스스로도 그 기업의 위기관리에 자신이 일조했다 생각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발적 이해와 지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업의 위기관리 내용이나 메시지가 일반 공중에게 폭넓게 이해와 공감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제3자인증은 기본적으로 “일반 공중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 전문가들이 볼 때 기업의 주장은 이해 된다”와 같이 무지한 공중들에게 기업의 주장을 이해시키려 하거나 설명하는 형태의 것이 아니다.

제3자 인증을 하는 전문가들은 “누가 보아도 이와 관련한 기업의 입장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해당 기업이 끝까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지 지켜 봐 주자”는 권유나 공감의 형식을 띄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측에서도 위기관리를 보다 수월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일부는 충돌하는 논란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3자인증을 이끌어 내려 한다. 분명하게 기업의 입장에 반대하는 그룹이 있을 때, 그에 대항하는 그룹으로서 제3자 인증 그룹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대리전 형식의 제3자 인증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3자를 해당 기업이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대리전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제3자인증은 그 순수성을 담보로 할 때 활용 효과에 있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제3자는 어디까지나 제3자일 뿐, 기업을 위해 극단적 지지와 드러나는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이를 착각하는 기업은 제3자들을 위기 시 자사를 위한 구사대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는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며, 위험이 된다.

더욱 문제가 있는 기업은 돈으로 제3자인증을 구입하는 시도를 한다. 언론의 지면을 사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기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제3자 인증을 원하며 돈을 건넨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제3자의 자발적 이해와 공감의 느낌이 돈을 주고 산 지면과 메시지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독자나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제3자인증은 고객들에 의한 것이다. 일종의 팬심 같은 형태를 띠는 제3자인증을 의미한다. 고객 상당수가 좋아하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스스로 나서서 기업의 위기관리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경우다. 해당 기업은 자사를 사랑해주는 팬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위기를 풀어나간다.

이 경우 기업은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과감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상황을 자사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주게 된다. 고객이 자사의 위기관리를 단순 지지하는 것을 넘어 지원하게 된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며 다시 한층 더 강력한 고객 팬심을 구축한다.

많은 기업들이 평시 고객은 가족이라 말한다. 고객이 최우선이라 말한다.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자신들이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고객들에게 자사를 사랑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려 노력한다. 그래서 평시에는 많은 기업이 고객에게 실제로 사랑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미지는 해당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대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진짜 사랑 받고 있는 기업이었다면, 고객들의 제3자인증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확산 될 것이다. 반대로 고객들의 제3자인증이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실망과 증오심으로 되돌아 온다면, 평시 그 기업은 고객들에게 진짜 사랑 받던 기업은 아니었던 셈이다. 유효한 제3자 인증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그 완성도 극히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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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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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3편] 정확한 숫자로 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메시지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특정 의도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대략적 주장을 한다. 그들이 기업에 대한 비판을 제기 할 때에도 종종 정확하지 않은 숫자들을 들어 공격한다.

이에 대응 하는 기업은 그러한 대략적 주장이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기업도 함께 대략적으로 정확하지 않게 넘어 가버리면 그로 인한 논란이나 위기는 피하기 어렵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메시지는 기업이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메시지로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평소 정확한 수치를 확인 정리 활용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사내에서만 통용되는 디자인 된 숫자나 논리는 또 다른 위기를 양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제3자에 의해 정확히 이해되고, 인정되는 수치와 논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이롭다.

현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이런 곤란함을 토로한다. “사실 그와 관련해서는 자세하고 정확한 수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곤란해요. 그 쪽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현재 문제가 그 정확한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쪽에서는 그래서 자신들의 수치를 심각한 것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평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다양한 논란에 그 때 그 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치와 논리 그리고 기준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 다양한 수치와 논리를 제대로 관리해 온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기존 것을 조합 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수치와 논리에 맞는 주장을 제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혀 라던가 대충 준비 한 기업 보다는 훨씬 낫다는 뜻이다.

또 일부는 이런 자조도 한다. “수치나 과학적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감정적이라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죠” “다 필요 없어요. 과학도 숫자도 논리나 기준도 모두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사과하고 머리 숙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자조는 실제 과학이나 숫자나 논리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자 신뢰나 커뮤니케이션 기법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합리적 주장을 지속한다 해서 기업이 합리적 주장을 포기하거나 대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신뢰받지 못하게 된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에 문제가 있어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지,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시나 평시 할 것 없이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와 대변인은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기반이 된다. 대변인은 그래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항상 강박적으로 요구 받는다.

기자들이 이렇게 질문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정확하게 몇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이런 식의 답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이 약 10여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다시 확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중 사망자는 몇 명입니까?”

이에 답변자가 다시 “글쎄요. 전체가 10여명이라고만 알고 있고, 정확하게 10명인지 11명인지 12명인지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사망자 수는 파악 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 정도 되면 기자들은 해당 회사가 현재까지도 실제로 사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경험 있는 대변인이라면 “오전 08시 현재 파악된 사망자는 2명, 부상자 8명으로 총 10명이 인근 3개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경미한 찰과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도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 현황은 계속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정도의 기업 메시지는 위기관리팀과 대변인이 여러 확인 작업과 자세한 상황 정리작업을 이전에 진행했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순하게 몇몇 현장 직원에게 알음알음 전해 들은 숫자를 공식 메시지화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 보자. 당시 초기 위기관리 패착 또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있었다. 구조자와 실종자를 최초부터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추정 숫자들만 쏟아 냈다. 심지어 정확하게 몇 명이 세월호에 승선했는지 조차도 확인 어려운 체계였다. 그에 더해 정부는 일선에서의 혼선으로 전원구조라는 오보까지 양산해 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과 성패를 점치려면, 메시지 속 숫자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메시지에서 숫자가 오락가락하거나, 조변석개(朝變夕改) 한다는 것은 그 화자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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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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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2편] 악마의 변호인을 고용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조직 내 역할이 있다. 원래 이 역할은 가톨릭 성인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악마(devil)’라 부른 데서 유래된 개념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가 특정인의 성인 추대를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 모색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조직 내 악마의 대변인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악마의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핵심인사, 외부 변호사, 위기관리 컨설턴트 등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 역할자는 평시 위기 요소와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이슈관리 전반에 개입 하게 되어 있다. 법적 소양, 사회적 이슈나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연에 살펴 문제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간단하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평시 어떤 의사결정이나 이슈 가능성이 있는 건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할 때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보고 답을 찾아 보는 것이다. “이 건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언론에 대서특필 되더라도 우리 회사는 스스로 떳떳하고, 이후 어떤 문제 가능성도 없을 것인가?” 이런 질문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 문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답이 공히 나온다면, 굳이 악마의 대변인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우려를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전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악마의 대변인은 이런 문제 가능성을 조기에 찾아 내 좀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체계다. 대부분이 미처 문제 가능성을 점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관점을 달리 해 조그마한 문제 가능성을 찾아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나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악마의 대변인은 추가적으로 질문 해 그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도 악마의 대변인은 좀더 나은 위기 대응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초기 대응부터 중장기 대응까지 각 대응 방향과 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찾으려 애쓴다. 입장 바꾸어 말해보기도 한다. 핵심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대응 방식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 꺼내 놓는다.

대응을 실행하기 전 그런 문제들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조직에게는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고민을 통해 실행되는 대응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공중에게도 보다 좋은 평가와 반응을 이끌어 낸다. 안전한 위기 대응 방식으로 진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종종 거추장스럽고, 쓸데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며, 시간을 지연시키는 부담스러운 역할과 과정으로 간주한다. 다들 괜찮다 한 대응 방식에 딴지를 건다 생각 한다.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해 실행을 지연시키는 반조직적인 자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공격 하기도 한다.

위기 시 급한 마음에 한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일사불란함에 목말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그러나 악마의 대변인을 그런 생각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 이유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의 오해와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VIP가 주로 챙겨야 한다. “이 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항상 악마의 대변인에게 묻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한다. 아무 문제 없다는 보고는 일단 경계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평소 악마의 대변인의 정확한 역할과 가치를 조직 내에 제대로 인식시켜 놓아야 위기 시 갈등이 적어진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체계가 낯설면 절대 활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에 의지해 해당 역할에 충실하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자칫 정치적 입장을 고려 하거나, VIP의 의중을 기반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거나,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면 안 된다. 자신의 부정적 질문에 대해 불평하거나 개인적으로 공격 해오는 주변인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자신의 조직 내 역할이라는 정확한 인식과 주변환경 조성에 평소 힘 써야 하는 이유다. 악마의 대변인 제도는 이렇게 시작, 유지, 활용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선진 기업에서는 하나의 공식 과정으로 일상화 시킨 곳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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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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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1편] 최고의 로펌을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는 그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법적 판결로 마무리된다. 미국의 전대통령이자 법학자인 오바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법정에 가기 전 정치로 많은 것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지만, 아직도 법적 해결은 최종적 해결 수단으로 상호 선호되고 있다.

단순 제품 하자나 그로 인해 입은 소비자 피해의 경우에도 그렇다. 유해성 논란으로 대규모 리콜을 할 때도 그렇다. 각종 환경 안전사고도 그렇고, 인사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그렇다. 당연히 이슈 원점인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서도 매번 법적 해결 단계를 피해 나가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사회적 이슈로 기업들이 많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로 인해 민감해진 규제기관들의 개입을 가장 위협적 환경변화로 꼽는다. 그래서 기업 위기에 있어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의 흐름 대신 이제는 ‘기승전검(檢)’이라는 신조어까지 돈다. 대부분 기업 위기가 발생 후 일정 기간 이후에는 검찰의 조사로 일단락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되겠다.

당연히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있어 위기 시 기업의 ‘법적 대응 역량’은 ‘여론 대응 역랑’과 함께 큰 축을 이루고, 점차 더욱 더 강화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예전 VIP의 검찰 조사에 대응하며 대응 역량을 키웠던 대형 그룹사들의 경험을 이제는 중견 중소기업들까지 이어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중견 및 중소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 구성원들이 좋은 로펌을 활용하는 것을 낯설어 하거나 그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 일단 대부분 경우 로펌의 비싼 비용 때문에 상담이나 수임 요청 자체를 주저한다. 위기 시 비싼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그들로 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무진은 위기 시 어떻게 로펌을 핸들링하고 함께 원팀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신 없어 한다.

일선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교훈 중 하나가 ‘대두된 위기에 전문성을 가진 좋은 로펌과 함께 하는 위기관리처럼 즐거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위기관리에 있어 ‘즐겁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 것 같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클라이언트가 만족스러운 위기관리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특정 위기 유형에 전문성을 가진 ‘좋은 로펌’이라 했다. 이를 절대로 ‘가장 큰 로펌’이라던가 ‘가장 수임료와 성공보수가 비싼 로펌’이라던가, ‘유력 전임이 수두룩한 로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심지어 개인 변호사라 해도 ‘좋은 변호사’라면 위기관리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이에 관해 위기관리를 위해 몇 가지 ‘좋은 포럼(변호사)’의 조건을 꼽아 본다.

첫째, 변호사들이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개인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일부 여론에 반감을 가지거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채 법적 논리와 해법에만 몰두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위기관리를 할 때는 함께 일하기 매우 힘들다. 여론 관리를 위한 균형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원팀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유사 위기 유형을 다양하게 많이 경험한 변호사들이 좋다. 같이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같이 검찰이나 법원 경력을 유사하게 쌓았다 하더라도 변호사 각각은 다르다. 실무 및 개업 후 얼마나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많이 다루어 보았는지 그래서 중요하다. 변호사니 모든 법에 익숙하겠지 하는 것은 착각이다. 유사 사례에 대한 법적 대응 경험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셋째, 의사결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변호사가 좋다. 정보 공유도 당연히 능통해야 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미팅에 들어와 자유롭게 질문 답변하고 창의적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변호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기업에게 큰 도움이다. 반면 폐쇄적이고, 문서만 바라보는 전형적 변호사들이 조인하는 경우에는 위기관리 진행에 있어 여러 장애와 맞닥뜨리게 된다.

넷째, 특히 홍보팀과 친하고 상호 서포트 받기 원하는 변호사가 좋다. 위기관리를 두 갈래로 나누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뉜다. 상황 관리의 경우 여러 분야가 있지만 법적 대응 관리 업무가 큰 축이다. 로펌이나 변호사들의 법적 상황 관리가 위기관리라는 자전거의 앞바퀴라 한다면, 홍보팀이 진행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그 뒷바퀴가 된다. 로펌이나 변호사가 앞바퀴만 열심히 끄는 역할을 반복하기 보다는 홍보팀과 가까이 협업하며 뒷바퀴가 더욱 잘 돌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가 완전하게 진행될 수 있다.

최고의 로펌을 찾으라는 조언은 이와 같은 좋은 로펌과 변호사들을 찾아 도움을 받으라는 의미다. 사내 위기관리팀 멤버로서 역할을 다하게 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홍보팀과 시종일관 합을 맞출 수 있는 체계를 꾸리라는 의미다. 그래야 위기관리 자전거가 속도를 내며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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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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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대형 위기를 우리는 왜 항상 몰랐었다 할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항상 몰랐다. 항상 대부분이 몰랐었다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그렇게들 군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들에게 “정말 몰랐던 것인가?” 물으면 이내 답이 궁해진다.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인가?”라고 물으면 침묵 한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에게 그 스스로 ‘몰랐던’ 그리고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 가능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 아무 전조(前兆) 없이 발생하는 위기라는 것이 대체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억지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 일지 모른다.

실제로는 ‘알고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그 위기가 언젠가는 발생할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위기가 ‘언제’ 발생할지 정도는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위기를 몰랐었다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상당 수의 위기관리 주체는 ‘알았지만 관심 두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이 말이 보다 정확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위기란 사전에 ‘알았다’ 또는 ‘몰랐다’의 주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들켰다’ 또는 ‘들키지 않았다’의 주제가 아닌가 한다. 많은 조직들은 이미 해당 위기가 언젠가는 수면위로 떠올라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올 것이 왔다’는 표현도 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대형 위기가 발생해 알고 보면 그 위기의 뿌리는 깊고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몇 일에서 몇 주면 그 뿌리를 정확하게 캐내곤 한다. 만약 그 위기관리 주체가 그 보다 오랫동안 그 위기의 뿌리를 감지 조차 하지 못했었다면, 그것은 철저한 직무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완전하게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지 했었지만, 개선이나 관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매번 그래야만 했을까? 이는 사회적 임팩트가 큰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누구든 자신 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알고 있다면, 스스로 재빠르게 그 위기를 완화시키려 하거나, 방지책을 찾아 나서거나, 관리 활동을 즉각 실행하는 게 정상일 텐데 왜 그러지 못할까?

첫째, 위기 전조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흘려 보낸 유형

일종의 무관심이다. 철저한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문제가 눈에 보인다 해도 자신들은 보지 못했다는 경우다.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300번의 전조와 관련된 이야기다. 큰 문제를 겪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대부분 한번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행되는 전조들을300번씩이나 그냥 무시해 버렸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아주 일부 무능한 조직을 빼고는 전혀 일반적이지 못하다.

둘째, 위기 전조를 발견했지만, 이를 내부에서 공론화 하지 못한 유형

이 경우 위기관리 관점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위기 요소들은 직원들의 책상 속에 있다.”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 관점에서 보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직원들 관점에서는 ‘관심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는 조직내부적으로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종종 해당한다. 한마디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조직이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 상부로 위기 전조를 보고 해도 의사결정 중요도나 선호도에서 한참 밀리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해 버리면 그 때가서 경영자들은 “몰랐었다”하는 이유가 된다.

셋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의지가 없었던 유형

이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서 정치적인 행위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힘들다. 일부 부서에서 특정 위기의 전조를 발견했다고 치자. 이를 공론화 해서 문제 의식이 경영진 사이에서 형성 된다. 그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한다. 이 전조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왜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 두었는가? 이 전조를 지금이라도 해결하자 하면 어떤 부서와 누가 다치게 될까? 누가 제일 고생 하게 될까? 그런데 누가 왜 이런 공론화를 하고 있나? 그 의도가 뭔가? 이런 조직 내 고민이 길어진다. 결국 누구도 아무도 직접 관리하려 하지 않게 돼버린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이 경우에는 차라리 다 같이 몰랐다 하는 게 더 쉬워진다.

넷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못할 이유가 더 컸던 유형

‘누가 함부로 이 위기를 관리하자고 할 수 있을까?’하는 위기다. 예를 들어 오너와 관련된 위기인 경우가 그렇다. 오너께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고 계신다. 그 정황을 조직에서 감지했고, 그 심각성을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해당 조직이 정작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오히려 위기를 관리하자고 나서는 부서나 임원은 다른 마음이 있다고 비판 받고 오히려 그런 경고 행위가 문제가 되어 버린다. 전조는 공식적으로 무시된다. 몰랐던 것으로 추후 알려진다. 정확히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한다.

다섯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았지만, 잘못된 대응책을 세웠던 유형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 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이전에 실행된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위기를 더욱 더 키워 폭발 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감지된 문제를 정공법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무마나 은폐 시도를 통해 사전 대응 하려 했던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해당 조직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크게 받게 된다. 실제로 사전에 실행했던 행위들이 일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도 해당 조직은 “몰랐다”고 한다. 팩트가 어떻게 드러나건 지속적으로 몰랐다는 포지션을 지키려 노력한다.

여섯째,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몰랐다는 택한 유형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당면하게 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 위기 발생 이후 많은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질문을 한다. ‘이 문제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이에 대한 조직의 질문은 “알고 있었다”와 “몰랐다”의 두 옵션으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다”라고 답하게 되면 해당 조직은 그 심각한 문제를 알고도 수수방관했던 ‘악당’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정상참작이나 사회적인 관용이 적용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다.

반면 “몰랐다” 답하게 되면 “어떻게 그런 큰 문제를 모르고 있었나?”는 비판은 받겠지만, 일부 책임은 면하게 된다. 대신 ‘무능한 바보’ 이미지를 떠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조직들은 ‘악당’으로 인정 받느니 ‘바보’라는 이미지를 택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조직들이 습관적으로 위기 발생 이후 “몰랐다” 이야기한다.

이상의 유형들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실제로 몰랐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 것이다. 몰랐다 이야기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보다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느끼기 때문에 몰랐다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몰랐다’는 조직의 포지션이 실제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해당 조직이 “몰랐다”고 했지만,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밝혀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이미 그 조직이 해당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수수방관 했으며, 오히려 그 문제를 덮고 숨기려 했고, 결국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니 단순히 몰랐다 주장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스스로 투명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위기관리 환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비밀은 없다는 말도 요즘처럼 생생한 적이 없었다. 환경은 그렇게 훌쩍 변해 버렸다.

그에 비해 조직이 가진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 문화, 역량, 습관, 방식들은 별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예로 든 여러 유형들을 골고루 답습하고 그를 반복하는데 익숙하기만 하다. 이미 여러 케이스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데도 계속 ‘몰랐다’는 포지션으로 일관한다. 최초 얻은 ‘바보’의 포지션이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결국에는 ‘바보 악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도 조직들은 계속 ‘몰랐다’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으려면 위기관리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위기의 전조를 실시간 감지하려 애써야 한다. 그 심각성을 입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이를 쉽게 공론화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사전 대응을 통해 위기의 발생을 지금보다 더욱 더 제한해야 한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정확하게 책임 범위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살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추가한다.

일선 조직이 문제의 전조를 감지했다고 치자. 그 문제의 전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해당 조직이 어떤 대응을 기해야 하는가 고민 할 때 참고 해 볼 기준이 하나 있다. 의사결정 그룹이 다 함께 모여 해당 전조를 놓고 이렇게 스스로 물어 보길 바란다.

“언론이 이 문제를 세세하게 보도했을 때 우리 조직에게 어떤 상황이 예상될 것인가?”

언론이 해당 문제를 보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말이다. 일단 보도가 아주 자세하게 된다 가정하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 되었을 때, 고객, 직원, 거래처, 규제기관, 기타 정부, 국회,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로 인해 우리 조직이 어떤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해 보자는 것이다.

만약 그런 질문에 대해 “보도가 되어도 별반 우리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또는 “보도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어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조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룬다면 해당 전조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반면에 보도가 되면 우리 조직에게 큰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던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고, 공격적인 영향력을 행사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나오면 이 전조는 필히 신속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큰 문제인 것이다. 그 이전에 “이는 보도되면 안 된다”는 내부 느낌이 있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의 전조란 의미다.

사회에서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어도 문제 없는 일만 해야 맞다. 언론에서 보도하려 해도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이라 보도되지 못할 일들이 대부분인 게 정상이다. 만약 아주 일부의 경우 보도되면 민감할 전조들이 있다면, 필히 그 전조를 관리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지속적이고 민감한 감지와 개선 노력들이 있어야 위기는 관리 된다. 기존의 “몰랐다”는 비전략적인 노력은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영 품질의 관점에서도 제대로 된 조직은 ‘몰랐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그럴 리가 없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항상 ‘몰랐다’는 포지션 뒤로는 ‘숨는 실행’이 따라온다. 한마디로 쉬쉬하는 것이다. 해당 조직은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피해 다니게 된다. 이는 곧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길티(guilty)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셈이 돼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전략적이지 못한 대응인가?

지금이라도 어떤 문제의 전조를 발견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이 것이 언론에 보도돼도 괜찮을 까?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진짜 그럴까? 이런 질문이 곧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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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1편] 윗분들이 좀 배우셔야 할 텐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팀장급들에게 위기관리 교육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설명해 주신 사례가 꼭 저희 회사 위기관리 수준이거든요. 임원인 제가 볼 때도 좀 더 윗분들이 위기관리를 배우셔야 한다고 봅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말씀을 많은 기업에서 듣습니다. 우리 윗분들이 저런 원칙을 좀 들어야 하는데 하는 이야기들이죠. 저도 예전에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윗분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셔야 위기관리도 잘 될텐데요” 같은 답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케이스에서 실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분들과 마주 앉아 논의 하다 보니까 그와는 다른 생각을 점점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나본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분들 중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시거나, 더 나아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윗분들이 정말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모르셔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분들이야 말로 성공하신 분들이시라 어떻게 해야 위기가 관리 될지에 대해서 사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실제 일부 실무 임원분들도 위기 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드뭅니다.

결국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그 ‘사정’이 무엇인가에 보다 주목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상당한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자의 의중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내부 정치적인 변수들도 그 일부일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윗선에서 지시한 위기 대응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부서에게도 그 이유는 있습니다. 위기 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같이 하는 조직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번 위기가 큰 전환점이 되면 더 좋겠다 생각하는 조직원들도 변수가 됩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나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매 위기 케이스 마다 살아 움직이는 그 ‘사정’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번에는 보다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수 많은 다양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 각각이 자기 자신만의 위기관리 전략과 실행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외부인이나 전문가들이 찍어내는 전형적인 위기관리 전략이나 실행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됩니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에는 의사결정그룹내에 ‘악마의 대변인’과 같은 분을 하나 지정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적인 장애물을 던지는 역할을 맡기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실제적 사정을 집어 넣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다시 한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해법을 고안해 내게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이 그 ‘사정’을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사내에서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를 알면서도 못하게 만드는 그 ‘사정’을 최고 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정’을 해결해 주고 그들이 아는 그대로 위기를 알아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일 것입니다.

외부에서는 종종 그 ‘사정’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를 공부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서 정기적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위기관리를 몰라서 못하는 기업은 없어 보입니다. 만약 진짜 전혀 몰랐다면, 그것은 위기관리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거나, 조직 경영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곳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어떻게 보면 알아도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그 원인이 바로 위기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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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9편] 공중과 싸워 이길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임원 하나가 불미스러운 논란에 연루되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그 임원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어 났고요. 여러 루머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임원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하는 데요. 공중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슈관리 주체가 직접적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일반 공중’에 맞서 싸우는 것처럼 무모한 행동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슈 발생 시 자신이나 자사에 대한 일반 공중들의 반응이 그렇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었는데요. 요즘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이 발전해 일반공중의 반응이 그대로 눈에 보여지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그 일반 공중들과 일전을 불사하는 이슈대응을 합니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 각각에 대한 악의까지 생기면서 감정 컨트롤조차 스스로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잠도 오지 않고 억울해서 복수를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만 한 발자국 물러나 심호흡을 하면서 전략적인 이슈관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일단 이슈가 발생해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을 때 불특정 공중들을 겨냥한 공격이나 세세한 해명은 별반 이슈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맞서 싸운다고 해서 이길 방법도 사실 없습니다. 그 대상 자체가 형체가 없는 비난과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번 케이스를 보아도 해당 임원이 모든 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해당 논란에 관계되어 개입 할 가능성이 있는 조사 기관과 그 결과에 따라 입장을 정리할 회사 자체입니다. 그 두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전략적인 우선순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에는 대응 역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대응 역량은 기본적으로 유한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전장이나 대상을 넓히게 되면 당연히 대응 효과는 감소하게 됩니다.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해명 하고 싶고 해도, 일단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응 준비와 대응 실행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채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상에서 비판자들을 찾아 다니며 해명 하고, 소송 하겠다고 대응하고, 개인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서 일반 공중들이 만든 의혹에 일일이 대응하고 한다 해서 결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목적과도 관련 되는 주제입니다. 이 케이스처럼 불미스러운 논란이 발생 했을 때 해당 임원이 추구하는 위기관리 목적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해당 임원의 이슈관리 목적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가능하면 조사기관의 조사를 무사히 넘기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회사측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통해 자신에 대한 면책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이슈관리의 목적일 수 있습니다.

목적이 그렇다면 그렇게 이슈관리 역량을 집중하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해당 임원의 이슈관리 목적이 일반공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인식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루머나 부정적 사실관계들을 바로 잡아 자신의 이미지를 이전의 것으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조사기관의 실제 조사가 어떻게 되든, 회사에서 자신이 책임 져야 할 일이 생기던 말던, 일단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면 그런 경우에는 목적에 부합하는 이슈관리 실행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못하니 문제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위기관리하고 하는데, 그런 경우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다시 한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일반공중의 인식과 맞서 싸우는 것은 매우 무모한 대응입니다. 대신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제대로 전략적으로 관리해 일반 공중의 인식에 ‘영향’을 주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맞습니다. 결론은 같은 의미이지만 목적과 우선순위에 대한 개념을 지속적으로 기억하시라는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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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8편]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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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7편] 부정기사, 어떤 대응 옵션을 택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매체에서 이상하게 연속으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부정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 한 명이 우리 회사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고요. 법무쪽에서는 소송을 하라고 하는데요. 여러 옵션들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류의 위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에서 ‘위기’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요? 이런 류의 케이스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위기의 핵심을 ‘부정기사’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보면 위기의 핵심은 해당 기자가 가진 ‘악감정’입니다. 그 핵심을 놓치게 되면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가장 신속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 기자의 악감정입니다. 그 악감정의 뿌리를 면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악감정에 대한 해소는 그 대상 기업 고위 임원들의 리스닝에서 시작됩니다. 직접 해당 기자를 만나 그 속에 있는 악감정을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그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악감정의 뿌리가 어디고,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해결책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를 위한 노력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자를 둘러싸고 있는 편집국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시도는 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위 임원들이 직접적으로 그 악감정 해소 작업에 나서지 않으려 하거나 주저합니다. 악감정을 최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악감정이 생겨버렸다면 빨리 푸는 노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단계로 아무리 악감정을 풀려 해도 풀리지 않고, 그에 기반한 부정기사는 계속되고, 그로 인해 회사가 망가져 간다면 그 때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이라는 옵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옵션입니다.

법무부서와 로펌 등을 통해 해당 기사들을 법적으로 분석하고,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악감정을 가지고 연속 기사를 쓰는 기자는 스스로도 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스스로도 해당 기업이 소송을 걸어 올 것이라 예상 하고 그에 따라 기사를 조심하면서 주의 깊게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측에서 기사 속 법적 문제를 찾으려 해도 잘 찾아지지 않는 경우들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시간적 재무적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모든 의사결정은 정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 회사에게 악감정을 품고 부정 기사를 연속으로 쓰는 기자와 완전하게 척을 질 것인가?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화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추가 부담이 너무 크므로 부정기사를 그냥 무시하면서 견디는 선택을 할 것인가? 최고의사결정자는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부정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될 때 결국 우리 회사가 입는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해당 기자의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베팅 할 수 있는 것들과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언론중재위 및 소송을 진행할 때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 기간 동안 추가적인 기자의 부정기사들 양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가?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호간 악감정을 가지고 충돌하는 상황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판결로 인해 우리가 최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실제 이익은 무엇인가?

이런 다양한 고민들이 선행되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기자의 개인적인 악감정을 풀어 위기의 핵심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비용 및 효과 대비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 해당 기자에 대한 한풀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의 핵심이 관리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판결 결과 기업이 압도적 승리를 했더라도, 이미 수많은 부정기사로 입은 피해는 원상복구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다른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분하고 원통하고 돈이 아깝고 힘들고 해도 해당 위기의 핵심을 관리하는 것은 해야만 하는 대응입니다. 감정을 버리고 회사를 위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위기관리는 기자의 악감정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이 평시 위기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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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6편] 위기관리 원칙, 뭐가 맞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원칙이라는 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쩔 때는 전략적 침묵을 하라 하고, 어쩔 때는 신속히 커뮤니케이션 하라 하구요. 공개적으로 책임 인정하고 대책을 발표하라 하더니, 또 다른 경우엔 간단하게 해명하고 마무리하라 하네요. 뭐가 맞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번에도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모든 위기관리 원칙에는 생략된 문구가 앞에 숨겨져 있다고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또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생략되어 있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원칙을 실제 케이스에 적용하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목격됩니다. 위에서 말하는 ‘필요’라는 개념은 그런 많은 변수들을 정확하게 최선을 다해 분석해 전략을 세워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를 결정한 뒤 정해진 원칙을 찾아 따르라는 의미입니다.

유사한 케이스라도 사회 파장의 수준이 각기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한 경우는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로로 이해관계자의 공분이 생기고 압력과 개입이 이어져 회사가 거의 망할 처지에 이른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일부 언론에서만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뿐 그 이후 큰 여론의 비판도 없고 이해관계자 관심이 적은 케이스입니다. 이 두 케이스간 해당 기업의 대응은 같을 수 없습니다. 원칙도 같을 수 없습니다.

또 유사한 두 케이스가 있어도, 한 케이스는 이슈가 직접적으로 바로 해당 기업의 사업 전반에 부정적 충격을 끼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판적 여론의 파장이 강하고 길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케이스가 있는 반면, 비판 여론이 하루 만에 사그러 드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각기 여러 다른 변수들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각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달라야 하고, 그 원칙 또한 다른 게 당연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같은 감기라 해도 어떤 사람은 특이한 고열에 시달려 해열제가 듣지 않고 의식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미열에 해열제를 먹으니 정상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질환이 있어도 체중이 과체중이고 고혈압에 당뇨가 있던 환자가 있는 반면, 정상 체중에 아무런 기저 질환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약이라도 5살짜리 아이에게 쓰지 못하거나, 용량을 줄여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성인에게는 정상 용량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똑같이 수술을 해야 해도, 어떤 환자는 일정 기간 수술을 기다렸다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수술을 해도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다름은 각각의 상황적 변수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그런 모든 중요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원칙을 고수해 적용해야 한다고 해 봅시다. 엄청난 결과가 발생 할 것입니다. 발달이 미진해 상당한 저 체중 성인에게 일반 성인 용량의 강한 약을 투약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특정 약품을 장기 복용하고 있어서 바로 수술하면 안 되는 환자를 원칙(?)에 따라 수술대에 바로 올리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 져야 할까요?

위기관리 원칙은 다양한 변수에 기반해서 ‘필요한’ 경우 지켜져야 하는 가치입니다. 그 이전에 아주 중요한 가치 또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내부 합의 공유하지 못해 대응에 있어서 오락 가락(swing)을 경험합니다.

마치 목적지 없이 바다에 나와 태풍을 만난 돛단배 꼴이 되는 것입니다. 휘몰아치는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의 침범에 배는 쉴새 없이 뒤집히기를 반복합니다. 당연히 그 안에 탄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각기 쓸모 없는 대응들로 밤을 새웁니다. 선장은 스스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시 각각 명령을 바꿉니다. 당연히 그 돛단배는 목적지에 닿을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기 시 정확한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후에야 목적과 목표에 기반해 각 상황이 파악되고 판단됩니다. 그 위에 전략이 세워지게 됩니다. 그 때쯤 모든 변수들은 그 전략에 녹아 들어가 방향성과 의미를 부여 받습니다. 대응 원칙에 있어 어느 선택을 하건 그것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에 기반합니다. 성패도 그에 따라 갈립니다. 즉, 성공한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한 원칙을 잘 골라 따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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