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조직 내 역할이 있다. 원래 이 역할은 가톨릭 성인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악마(devil)’라 부른 데서 유래된 개념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가 특정인의 성인 추대를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 모색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조직 내 악마의 대변인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악마의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핵심인사, 외부 변호사, 위기관리 컨설턴트 등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 역할자는 평시 위기 요소와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이슈관리 전반에 개입 하게 되어 있다. 법적 소양, 사회적 이슈나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연에 살펴 문제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간단하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평시 어떤 의사결정이나 이슈 가능성이 있는 건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할 때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보고 답을 찾아 보는 것이다. “이 건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언론에 대서특필 되더라도 우리 회사는 스스로 떳떳하고, 이후 어떤 문제 가능성도 없을 것인가?” 이런 질문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 문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답이 공히 나온다면, 굳이 악마의 대변인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우려를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전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악마의 대변인은 이런 문제 가능성을 조기에 찾아 내 좀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체계다. 대부분이 미처 문제 가능성을 점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관점을 달리 해 조그마한 문제 가능성을 찾아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나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악마의 대변인은 추가적으로 질문 해 그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도 악마의 대변인은 좀더 나은 위기 대응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초기 대응부터 중장기 대응까지 각 대응 방향과 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찾으려 애쓴다. 입장 바꾸어 말해보기도 한다. 핵심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대응 방식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 꺼내 놓는다.
대응을 실행하기 전 그런 문제들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조직에게는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고민을 통해 실행되는 대응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공중에게도 보다 좋은 평가와 반응을 이끌어 낸다. 안전한 위기 대응 방식으로 진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종종 거추장스럽고, 쓸데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며, 시간을 지연시키는 부담스러운 역할과 과정으로 간주한다. 다들 괜찮다 한 대응 방식에 딴지를 건다 생각 한다.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해 실행을 지연시키는 반조직적인 자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공격 하기도 한다.
위기 시 급한 마음에 한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일사불란함에 목말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그러나 악마의 대변인을 그런 생각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 이유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의 오해와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VIP가 주로 챙겨야 한다. “이 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항상 악마의 대변인에게 묻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한다. 아무 문제 없다는 보고는 일단 경계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평소 악마의 대변인의 정확한 역할과 가치를 조직 내에 제대로 인식시켜 놓아야 위기 시 갈등이 적어진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체계가 낯설면 절대 활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에 의지해 해당 역할에 충실하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자칫 정치적 입장을 고려 하거나, VIP의 의중을 기반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거나,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면 안 된다. 자신의 부정적 질문에 대해 불평하거나 개인적으로 공격 해오는 주변인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자신의 조직 내 역할이라는 정확한 인식과 주변환경 조성에 평소 힘 써야 하는 이유다. 악마의 대변인 제도는 이렇게 시작, 유지, 활용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선진 기업에서는 하나의 공식 과정으로 일상화 시킨 곳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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