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9월 092011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오너나 CEO관련 위기관리가 제일 어려운가?

올해만 해도 수많은 기업 오너들과 CEO들이 검찰 출두를 했다. 법정에 이미 서있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설 가능성이 높은 분들도 계속 보인다.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으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 중 일부는 평생 꿈꿨던 자리를 허망하게 내놓아야 했다.

조직의 VIP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요소들(crisis factors) 중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평시에 진행하는 위기요소진단 작업에서는 좀처럼 깊이 스캐닝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침묵 속 우려감을 가지게 하는 분명한 위기 요소로 남아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VIP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부 언론관계 태스크포스를 접촉한다. 일단 언론기사와 검찰출입 기자들에 대한 대응과 접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인하우스 홍보실의 강한 힘을 통해 어프로치 한다. 약간은 뜬금 없지만 대규모 광고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한다. 아직 조직 내 한계를 가지는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침묵하면서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문제는 주로 언론에 집중하는 사후관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존 오프라인 언론 외에 그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수의 새로운 미디어/이해관계자 환경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위기 시 자신들 스스로 ‘언로(言路)를 차단’했다는 성취감에 축배를 들고는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건배가 의미 없어졌다.

싫건 좋건 계속 조직이 힘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투명해져야만 하는 환경이 되 버린 거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조직장과 조직에게 요구되고 있다. 이전과 같이 환경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는 전략적 방향이 생긴 것이다.

이 와중 아직도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어려움과 한계들이 존재한다. 케이스 분석을 해 보면 상당히 ‘독특’하거나 ‘황당한’ 대응을 하는 케이스들이 주로 오너나 CEO와 관련된 케이스들이다. 왜 평소 그렇게 멋진 기업이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그렇게 밑천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까?

오너나 CEO관련 위기는 그 특성상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진다.

1. 상황파악의 제약

초기부터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다. 오너나 CEO가 자신의 치부를 대응 회의 석상에 올려 놓을 가능성이 없다. 그 이전에 사내 대응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법무나 외부 지인 변호사들에게 개인적 이야기들을 진행하면서 초기 상황 파악은 지지부진해 진다. 당연히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2. 포지션 설정의 제약

상황 파악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니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이런 류의 위기 시에는 침묵한다. 노코멘트 한다. 제한된 상황하에서는 이런 노코멘트 전략이 가장 안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 기업이 멍청한 게 아니다.

3. 대응 주체 선정의 제약

운 좋게 내부의 강력한 위기관리팀 역량으로 포지션이 설정되었다 해도, 대응 주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기업 내부에 큰 고민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 주체가 기업 홍보팀이 되어야 하는가? 스스로 그 분들이 나서 주시기에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럼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인가?

4. 대응 메시지 설정의 제약

대응이 가능하고, 오너나 CEO들로부터 대응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해도, 그 다음엔 메시지가 문제다. 오너나 CEO께서 직접 메시지들을 지시하시거나 세세하게 리뷰 하신다. 기업 위기 때와는 다른 개인적 시각과 흥분과 억울함이 메시지에 바로 투영된다. 위기관리팀은 그 메시지가 불완전할 뿐 이나리 때때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에 주저한다. 우리가 구경하는 기업의 황당한 메시지들은 대부분 윗분들의 개인 작품일 때가 많다.

5. 대응 활동 설정의 제약

어떤 대응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오너나 CEO께서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그분들에게 가시화되는 활동들이 우선이다. 상상해 보라 50-60대 기업 오너들과 CEO분들이 즐겨 보는 매체들을. 그 분들의 지인들이 함께 접하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매체들이 핵심이다. 당연히 문제의 특성과 관계 있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매체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가 침묵하거나 소외되거나 방치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6. 위기 대응 결과에 대한 평가에 대한 제약

해당 위기에서 위기대응 결과에 대한 성패 평가는 딱 한 분이 하시는 법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시어 ‘잘했다’하시면 모든 대응 전략과 활동은 내부적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 반대는 피를 부른다. 그분의 판단과 결정이 곧 퍼포먼스다. 해당 위기와 관계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별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항상 오너나 CEO관련 위기 시 그분들이 유일한 이해관계자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7. 위기 대응팀의 심리적 문제

앞의 전 과정에서 많은 위기관리팀내 실무자들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된다. 자칫 잘 못해 그분들의 심경을 다치게 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제약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또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연히 난세와 혼돈 시에는 복지부동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위기에 오너십은 커녕 가능한 위기관리에 엮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다.

얼핏 보면 오너나 CEO관련 한 위기는 그들의 강한 리더십으로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단선적이지만, 현실은 무한방사상의 다이나믹스를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멋진 기업이 위기 시 ‘낯설게’ 보이는 이유들이 그 내부 비밀스런 다이나믹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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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72011 Tagged with , 4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 광고먼저 하라 하는 컨설턴트를 조심하라!

최근 들어 기업 위기에 광고대행사가 바빠지는 재미있는 현상이 목격된다. 모 회사 오너의 불법행위 관련 위기에는 국내 최초의 2분짜리 광고가 등장 해 회사와 애국심을 연결하려 시도했다. 모 회사 오너의 경영 스타일과 관련 한 위기에도 영락 없이 ‘세계최고’ 메시지 광고가 신문상에 연속으로 등장한다. 모 외국기업은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기자들의 비판이 일자 ‘세계적 회사’라는 뽐내기 광고를 전면에 선물했다.

기업 위기 시 사과나 해명 투의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기 시 ‘광고’는 (선택적)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특히나 한국 언론시장에서 위기를 맞은 기업의 ‘(해명 또는 사과)광고’는 기본적으로 언론과의 ‘선의(goodwill)’을 목적으로 하는 단편적 이해관계자 관리 방안 중 하나다.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가치는 이미 많이 퇴색되었다. (만약 위기 시 신문광고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 확신한다면 왜 평소 브랜드와 제품 광고를 신문에는 절대 하지 않는가?)

위기 시 신문광고를 진행하면서 기업 (특히 오너나 CEO)들은

1. 이민감한 시기에 언론과의 선의 형성
2. 부정적인 기사의 완화, 감소 또는 삭제

이렇게 두 가지 희망사항을 투영한다. 하지만. 두 번째 희망사항은 그냥 희망사항일 뿐인 경우가 많고, 첫 번째 선의구축에 대한 희망사항도 기자들의 차원에서는 ‘우리만 빼고 광고 안주면 특별히 손 보기’위한 의미 이외에는 그리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실제 위기 시 해명광고를 주요 일간지에만 선별적으로 진행 해 ‘피’를 보았던 수많은 외국기업 위기 사례들을 참조하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위기를 맞은 해당 기업이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다. 왜 오너의 불법행위와 이상한 경영스타일에 대한 해명 메시지로 ‘애국과 세계최고’ 메시지가 ‘낯설게’ 전달되냐 하는 기본적인 의문을 가져야만 한다. 그 이전에 왜 기업 스스로는 침묵하거나 로우 프로파일 전략을 가지고 전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오너 이슈들이라 특수성이 있다는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조금 심하고 답답하다)

분명 위기 이슈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입’을 보고 있다. 당연히 ‘듣고 싶은 말’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기업의 공식 메시지 전달과 해명 광고 간의 4가지 전형적 조합을 한번 살펴보자.

  •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전달 + 해당 메시지를 해명 광고에 담아 게재 = 하이 프로파일 전략을 선택한 경우
  •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전달 + 광고 게재 없음 = 해당 위기가 중대하지 않거나, 해당 기업이 위기관리 예산에 제약 받는 경우
  •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침묵 (거의 전달 메시지 없음) + 공식 메시지를 해명 광고에 담아 게재 = 한국의 전통적 위기관리 전략(?), 광고부문이 강하거나 광고부문밖에 없는 기업의 경우
  •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침묵 (거의 전달 메시지 없음) + 광고 게재 없음 = 완전한 로우 프로파일 전략. 해당 위기가 약소하고, 해당 기업이 소규모 인 경우



하지만, 이번 몇몇 위기관리용(?) 기업 광고를 분석 해 보면 이 전형적인 조합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침묵 (거의 전달 메시지 없음) + 공식 메시지가 아니라 이슈와 직접적 상관 없어 보이는 이미지 광고 게재 = ?????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억지로 그 전략을 해석해 보자면 ‘2분짜리 광고’는 여론과 판사에게 ‘이런 일을 했으니 선처 해 달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함. 몇 번에 걸친 ‘세계 최고 광고’는 기자들에게 ‘더 이상 이 이슈가 기사화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잘 봐달라’하는 메시지 전달을 위함으로 해석 할 수 있겠다.

그 결과는 한번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 한 마디만 더하자면… 기업 위기 시 회사에 들어와 ‘일단 신문 광고 한번 쭉 돌리시죠!’라고 처음부터 제안하는 컨설턴트는 조심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9월 06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대통령 선거유세기간 보다 길었던 고대 의대의 의사결정 기간

고려대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의대 학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의대 학생상벌위원회가 지난 1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학칙상 최고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담화문은 이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좋은 의사를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11. 9. 5]


문제의 의대생 사건이 어제 학교측의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 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 ‘성추행’에 있다 라기 보다는 해당 학교의 ‘원칙’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쪽으로 이미 넘어간 지 오래다.

이 학교의 ‘성추행 혐의 학생’들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됐다. (최초 보도 2011년 6월 3일 ~ 학교의 출교 조치 발표 2011년 9월 5일) ** 사건 발생일인 5월 21일을 감안하면 더욱 긴 의사결정

이 기간은 법으로 정한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23일과 대통령후보등록 마감일인 유세시작 전 25일까지 합친 전체 기간보다 길다. 일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치 의사결정이 한 국가 대통령을 선정하는 기간보다 오래 걸릴 일인가 하는 점에서 그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놀랍다.

지난 3개월 동안 해당 학교는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시간을 허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 해당 학생들의 문제가 학교 재학생들과 동문에게 까지 전이되는 확산을 방지하지 못했다.
  • 해당 이슈가 학교 의료원의 발전방향과 명성에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 해당 학교의 명성과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어하지 못했다.
  • 해당 학교 의대출신 병원들에 대한 이미지 훼손에 대한 방어에 실패했다. (소셜미디어상의 고대관련 병원 불매움직임 참고)
  • 해당 학교로 향한 일부 정치적 비난까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대통령 관련)
  • 해당 학교의 입장에 대한 루머와 마타도어에 대해서도 방지 또는 방어하지 못했다. (퇴학 조치설, 교수들의 사적 언급설…)
  • 언론으로부터의 ‘쉬쉬’론과 그에 대한 비판에 효과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 피해자인 여학생을 효과적으로 보호해 주지 못했다. (해당 여학생이 라디오방송까지 출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 결국 해당 학교는 가해 학생들과 같은 편으로 (포지션 한 게 아니라) 포지션 되었다.


이 많은 실패들의 유일한 원인을 꼽자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본다. 의사결정은 늦을 수 있다. 특히나 대학의 경우 일반적 의사결정은 일반 기업의 수배 이상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의사결정이 길어도 의사결정 과정 각 단계에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속적으로 진행 되었다면 이런 실패들을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기 시 항상 기업이나 조직은 ‘의사결정 중’이라 쓰고, 공중들은 이를 ‘침묵’이라 읽는다. 우리가 ‘침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위기는 관리된다. 의사결정이 빠른 기업이나 조직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커뮤니케이션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실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다. 하지만, 이는 해당 학교의 이전 실제 학생 출교 처분 의사결정 속도와 비교해 여론적으로 해석하면 과도한 시간이다. 또한 현재 해당 학생들에 대한 법적 최종 심판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출교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그 논리적 근거도 없다.

결국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강제로 위기관리를 당한 꼴이 되었다. 결국 재학생, 동문, 동문회, 동문병원, NGO, 정부, 언론, 학생가족, 소셜 퍼블릭 등등에 의해 ‘떠밀려’ 의사결정을 했다는 부끄러움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지난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피해 여학생이 인터뷰 출연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해당 학교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피해 여학생이 해당 이슈에 대해 계속 침묵했다면 의사결정은 계속 미루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는 이유를 해당 학교는 해명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고려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다보니 최종 결정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면서 “(학교 측이)가해 학생들을 감싸려고 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렇게 간단하게 ‘늦은 해명’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기업이나 조직은 위기대응에 늦는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없이 늦는 것은 항상 침묵이며. 침묵은 곧 guilty 포지션을 생성한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이슈제기에 돌아 앉아 있어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할 때가 왔다.

느려도 너무 느렸다. 불쌍하게도 느렸다.

 

8월 302011 Tagged with , 3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알기 쉽게 진단하는 자사의 위기관리역량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과 체계를 나무 뿌리(Root)에 비유해 보자. 풍성한 가지들과 잎 그리고 꽃이 피기 위한 기반으로 서 뿌리(Root)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한 뿌리가 존재해야 하는 법. 강한 뿌리로 비유되는 기업위기관리역량 발휘에 있어 중심이 되는 지면 바로 밑에 위치하는 밑동이 ‘시스템’ 부위다.

이 부위는 지면과 맞닿아 있으면서 하부 뿌리의 중심이 된다. 이 시스템 부위 아래에서는 다시 굵은 뿌리 갈래인 R&R(Role & Responsibility) 또는 오너십(Ownership) 부위가 갈려 나가게 된다.

다수의 굵은 뿌리 R&R은 시스템에 접착되어 있으면서 시스템을 지지한다.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질문인 ‘누가?’에 대한 시스템적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라 소중하다.

이 각각의 R&R부분은 다시 그 하부 잔가지들을 친다. 이 잔가지들이 바로 ‘실행력’ 부분이다. R&R(굵은 뿌리)이 배분 명시되어 있더라도 평시 실행력(잔뿌리)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위기관리역량은 잔뿌리 없이 밑동과 굵은 몇 개의 뿌리로만 지탱되는 막 심은 가로수 모습 같아진다.

강한 밑동(시스템)과 그 아래 굵은 뿌리들(R&R), 그리고 그 각각의 뿌리 가지에서 갈려 나와 풍성해 진 잔가지들(실행력)이 기업위기관리역량를 지지하는 기본이다.

그 외에 실행력 잔가지에 붙어 있는 미세 뿌리들. 바로 운(Luck)이라는 기업위기관리역량 부위다. 사실 기업의 운(Luck)도 위기 관리 역량 중 하나다. 그러나 핵심이 되거나 그 홀로 존재하기는 현실상 힘든 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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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아직 많은 CEO와 기업 내부 실무자들은 기본 밑동(시스템)/굵은 뿌리(R&R)에 대한 관심 보다는 아래 잔가지(실행력)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실행력이 곧 위기관리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실제로 일개 부서 (홍보팀, 법무팀, 마케팅팀, 영업팀…)의 단발적 실행력으로 위기관리를 해 왔던 이력들을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단편적 실행력들과 그 이력들이 기업내부에서 시스템적으로 수렴되거나 누적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행력을 갖추었던 직원이 바뀌면 다시 백지에서 위기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위험을 반복해 감수하는 거다.

시스템이나 R&R에 대한 조직의 투자 또한 실행력 제고에 대한 투자와 비교해 보면 형편 없어 보인다.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고민 하는 실무자들은 외부 강사를 초청해 ‘위기관리’ 강의를 앙청하고, 그 한 두 시간짜리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역량에 대한 일정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다 자위한다. 일부는 ‘위기관리를 위한 실행력’을 강의해 달라 강사에게 요구한다. 이 모든 시도들은 분명히 내부 뿌리에 대한 자극일 뿐, 그 역량을 대체하는 직접적 조력은 될 수 없다.

밑동과 굵은 뿌리들 구축에 대한 투자와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잔뿌리만의 양성은 문제 해결의 선후가 분명 바뀐 어프로치라 권장되지 않는다. 시스템과 R&R이 정해지지 않은 실행력은 무의미하고 실현 불가능하다. 더 심각하게 앞의 모든 부위가 미비한 채 운(luck)만을 기다리는 마음은 흡사 샤머니즘이나 기복신앙 같아 보인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게는 운 좋게도 시스템이라는 밑동이 본사로부터 부여 된다. 아주 좋은 종자 나무의 기본 뿌리 밑동이 한국에 옮겨 심겨지는 형상이다. 이들에게 그 다음 고민은 어떻게 그 부여된 밑동에서 큰 가지를 갈라 내는가 하는 부분이 된다. 한국 법인 내에서 실제 R&R을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협업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단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R&R 배분과 협업에 대한 다이나믹스가 완성된 후에는 그 다음 단계인 ‘실행력’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에는 더 나아가 운(Luck)을 기다려도 된다.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한번 생각해 보라.

  • 회사에서 위기관리란 어떤 업무인가?
  • 위기관리를 위해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상호 공유된 프로세스와 합의된 조직들이 존재하는가?
  • 세부적으로 어느 부서의 누가 어떤 문제나 이슈에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는가?
  • 그 조직과 사람들이 실제로 위기 시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이 하나라도 부재하다면 하루 빨리 나무의 밑동을 점검하고 설계하는 것이 좋다. 굵은 뿌리들은 갈라 나누어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 그 각각의 조직과 사람들이 실제 당면한 이슈와 위기에 대해 충분한 대응 능력과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는가?
  • 내부와 외부에서 적절한 지원과 실행력 확보가 가능한 수준인가?
  • 실제 시스템적으로 지시된 실행방안들을 그대로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앞의 모든 것들이 완성되고도 이 질문에 답변들이 궁하다면 그 때는 ‘실행력’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투자할 단계다.

아무리 바빠도 그리고 급해도 뿌리의 상하를 바꾸어 끼울 수 없다. 윗단 없이 아랫단으로만 나무를 지지할 순 없다.

우리 회사 나무의 밑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강한 밑동, 굵은 뿌리, 풍성한 잔가지와 미세한 운(Luck)들이 멋지게 널리 퍼져 있는 모습인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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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2011 Tagged with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 – 실제와 무엇이 다를까?

[개콘] 비상대책위원회 110814 첫방송 from Minseok Kim on Vimeo.

최근 새롭게 개설된 KBS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코너를 보며 많이 웃게 된다.

시청자들은 ‘(시간이 없는 데도 저렇게 의사결정을 엉터리로 하는 것을 보니) 저들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 때문에 웃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기업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 해 본 경험이 있는 실무자들의 느낌은 다르다. 이 상황이 개그 소재화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낸 ‘황당무계한 상황이 아니라서’ 씁쓸한 웃음이 배어 나오는 거다.

위 3개의 개그 코너에서 보여주는 상황과 실제 기업 위기 시 의사결정 상황 간 공통점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 기업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팀은 항상 정시 전원 집합하지 않는다.
  •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할 때 전반적 상황 인식 공유, 정보 이해, 미팅 목적을 사전 이해하지 않고 참석하곤 한다. 당연히 그에 대한 세부 브리핑에 물리적 시간이 소요 된다.
  • 실무자들은 대부분 상황 브리핑에만 중점을 둔다. 하지만 임원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실행 옵션들을 함께 충분히 소개해야 하고, 그 각각에 대한 pros and cons가 제시되어야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실무자들은 익숙하지 못하다.
  • 위기관리팀내에서 의사결정을 리드하는 임원들 중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면서 매사 부정적 상황분석과 실행 평가들을 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또는 지금까지 홍보팀은 무엇한거냐? 법무팀은 왜 존재하느냐 하면서 위기관리팀내 다른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 전반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한 사람이 리드하지 못하면서 여러 부문 임원들이 한마디씩 거들면서 물리적인 시간을 반복적으로 소비한다.
  • 위기관리팀내에서는 항상 마음만 바쁘면서 주관적이고, 직관적이며, 전문적이지 못한 지시를 내리는 임원들이 껴있다.
  • 의사결정 토론 중 의사결정 리더십이 자주 바뀐다. 일부 임원들은 미팅에 늦게 조인하거나, 중반에 자리를 비우면서 의사결정 라인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곤 한다.
  • CEO는 맨 나중에 조인하곤 한다. CEO가 위기관리팀 회의에 조인한 뒤 전반적 브리핑이 다시 시작된다. 따라서 물리적 시간과 CEO의 해당 상황 이해는 항상 부족하다.
  • CEO께서 현장의 실제 상황과 감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의사결정 한다.
  • 실행 프로세스가 결정되어도 단 단계별, 부서별, 협업그룹 별 사전 조율이나 실행 지원 시간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소요된다. 그들 각각이 위급성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병목은 항상 나타난다.
  • 실행 지시를 받은 현장의 실제 실행 인력들에게 아쉽게도 실행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일을 위에서 지시하는 셈. 실제 정확하게 실행될 리는 만무하다. 이 경우 항상 실행 후 실패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주로 보고되고 커뮤니케이션 된다.


이 밖에 위의 개그적 상황이 우리 실제 조직내의 위기 시 의사결정과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한번 생각 해 보자. 많이 다르다면 그 회사는 성공적인 회사 아닐까?










8월 26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정치인들, 자연재해 발생시 이렇게만 커뮤니케이션하라

자연재해 발생시 스마트한 정치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Crisis Communication Tips (by TJ Walker). 하나 하나 들어보면 별로 창조적이거나 튀는 주문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위기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위기관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는 말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위기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8월 23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CEO께서 하는 일이다. 어디 감히…?!

위기관리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쥬니어 코치들로부터 프로젝트 후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왜 인하우스와 컨설팅사가 함께 디자인하고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왜 그렇게 그대로 가동이 되지 않는 거죠? 충분히 공유하고 연습까지 했는데도…”

CEO가 빠진 위기관리 시스템

CEO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세부공유와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 답이다. 국내 기업 CEO께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후 그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매우 적다. 문제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CEO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으셨으니 낯설게 되는 거다. 당연히 정해진 그대로 시스템은 운용되지 않는다.

흡수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바쁘고 무관심한 CEO

기업 총수가 국회청문회 자리에 나가셔도 마찬가지다. 미리 실무자들이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 짜리 배경 자료와 반박 논리들을 만들어 놓는 게 당연하다. 외부 컨설턴트를 불러 좀 더 나은 회장님의 답변을 준비한다. 회장님께 처음 나가시는 청문회 환경을 설명해드리고, 가능한 전략적인 조언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청문회를 본 사람들은 ‘저게 뭐냐?’ ‘회장이 저 정도 밖에 안되냐?’ ‘저걸 준비라고 자문하고 컨설팅 한 거냐?’하는 반응들이다. 사실은 회장께서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하신 것이다. 내부 실무자들의 정성스러운 준비와 프로페셔널 컨설턴트들의 전략적 자문이 100% CEO에게 단박 흡수되리라는 생각은 무리다.

CEO의 의중에 기반한 준비와 자문

청문회나 사과 해명 기자 회견등에서 보여주는 CEO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략이나 메시지들은 CEO의 깊은 의중에 따라 정리되기 마련이다. 실무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反CEO 쿠테타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CEO의 의중에 반하는 전략이나 메시지를 제안하고 밀어 부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CEO께서 “A로 간다. 내 생각에 B나 C는 절대 안 된다” 하시면 내부 실무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이 ‘A’라는 옵션 내에서 가능한 수용적이고 설득적인 논리와 전략 그리고 메시지를 만든다. 아무리 훌륭한 위기관리 컨설턴트라도 CEO와 내부에서 공감하는 ‘위기관리 대전략’을 뒤 엎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CEO에 대적하는 컨설턴트의 윤리성?

일반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컨설팅이나 코칭을 할때…클라이언트가 정직하지 않으면 그들을 정직하게 만들거나, 정 그들이 정직하지 못한 쪽으로 가려 하면 수임을 파기라도 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이 아닌가?”

이런 주장에는 몇 가지 전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정직하다’ 또는 ‘클라이언트가 정직하지 않다’라는 개념은 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단순 판단되는 주제도 아니다. 물론 극단적 문제가 있다면 해당 컨설턴트들은 정중히 수임을 포기 한다. 문제는 그 판단의 근거가 서로에게 공히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 경험상 CEO의 위치와 역할은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종종 시스템에서 스스로 빠져있는 CEO들을 목격하게 된다. 평소 시스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계셨다면 실제 위기 발생시 빠른 흡수력을 발휘하셔서 자문 그대로 실행 하셔야 하는데 그런 집중에 실패하시는 CEO들도 많다.

그런 CEO들의 대부분은 또 잘 듣지 않으신다. 자신의 의중과 판단이 중심이고, 내부 실무그룹이나 외부 컨설턴트의 생각과 조언은 깊이 사지 않으신다. 의중대로 빨리 준비하라는 무언의 압력만 존재한다. 결국 컨설턴트들은 데코레이터가 되는 셈이다. 수사학적인 조언에 만족해야만 하는 경우들이 이런 경우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조직과 성공하는 조직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정직하거나 정직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도 각각의 케이스마다 다르다. 컨설턴트들의 성패도 이와 함께 또 다양하다.

“정직하세요”
“투명하게 밝히세요”
“사과하세요”
“모든 책임을 진다 하세요”
“똑바로 우리 회사의 문제가 아님을 핵심 메시지로 반복하세요”
“문제보다는 개선책을 더욱 더 강하게 강조하세요.”
“기업 철학이 담긴 액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세요”


CEO에 대한 이런 단순한 주문으로 기업의 위기관리가 뚝딱 성공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많은 CEO들이 ‘아멘’하시지만….실행하지는 않으신다는 의미다.

감히 여기에 반기를 들 사람들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8월 22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의 ‘철학’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고?

기업의 위기관리는 기업의 철학이 한다.

“위기가 발생되면 모두 모여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는 액자를 바라보라”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의미를 이해는 하지만, 따르지 않는다. 아니 따르지 못한다.

일반인들은 이렇게 묻는다. “기업의 위기관리와 기업의 철학은 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너무 추상적인 듯 해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초 고통을 받는 곳은 일선 실무자들이다. 기업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서 말초신경 역할을 하기도 하며, 가장 먼저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들 중 일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하거나 위기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윗분들이 관심이 없고, 의지가 없는데 실무자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왜 윗분들에게는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없을까? 이는 개인의 정치적인 이슈 이전에 기업의 철학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전하지 못하다는 극단적 표현에 민감한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어떻게 그렇게 단편적으로 폄하를 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의사결정 과정과 대화를 들여다보자. 과연 이 조직의 기업 철학은 어떤 모습일까?

위기관리시 CEO나 임원들의 대표적 의사결정 증상들과 주장들. 기업 철학을 엿봐보자!

침묵에 대한 공감대
기왕 이렇게 된 건데 우리가 또 뭘 이야기하겠어…

의도적인 커뮤니케이션 회피
그냥 조용하면 넘어갈 일이야. 시끄럽게 떠들지마…

잘못에 대한 인정 보다는 운에 대한 불평
우리가 잘 못한 게 뭐가 있어, 단지 재수가 없었던 거지…

위기 불감증
이런 건은 내가 입사하고 나서 부지기수였어. 그냥 알아서 해…

언론 중심 의사결정
자자…이제 점점 언론에서 기사들이 잦아 들고 있으니 그냥 지켜보자고…

소비자 경시
그 (소비자) 녀석이 원하는 게 뭐야? 누가 그 녀석을 좀 어떻게 못해?

공감 부족
꼭 오너께서 조문을 가셔야 해? 그리고 그 이전에 조문할 거리야 이게?

예산 중심 의사결정
무슨 소리야? 그렇게 하면 예산이 얼마나 드는데? 그 돈이 어디 있어?

매출 중심의 의사결정
이번 사건으로 우리 매출이 떨어질 것 같아? 아니지? 그것 봐 왜 당신은 오버야?

표면적 쇼오프(Show Off)
시끄러워. 그냥 일부만 보여주면 돼. 전량 리콜은 무슨…오버 하지 말자고.

리더십 회피
야 야…난 모르겠어. 그냥 실무선에서 알아서 해
왜 그 골치 아픈 걸 나에게 이야기 해? 기획에서는 무얼 하고?

리더십에 대한 눈치
아이고..큰일 났다. 그 계열사 OOO사장은 이제 끝장이다. 회장님 아시면…
큰일이에요. 회장님께서 오늘 아침 이 사실을 하시고 ‘버럭’ 하셨어요. 어떻게들 대응 할 건지 빨리 보고하세요.

위기 시 직원들에 대한 무관심
직원들한테는 모두 입다물라고 해. 쓸데없이 이야기들 퍼뜨리지 말라고 하고…알 것 없어.

전근대적 미디어관 1
기사 좀 막아봐. 홍보팀은 뭐 하는데야?

전근대적 미디어관 2
인터넷에서 애들 장난하는 짓에 휘둘리지 마…회사가 수준을 시켜야지…

최악의 반응
드디어…올게 왔구먼…


침묵하고, 회피하고, 지연시키고, 눈치보고, 대충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리더십을 회피하거나 리더십의 눈치를 그 어떤 이해관계자보다 먼저 본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가치나 시각은 아직도 전근대적이다.

기업 철학이 아직 진화하지 않은 증상들이다. 평소에는 화려한 TVC들과 가슴 뭉클 한 CSR 프로그램들로 기업의 가치는 빛을 내는 듯 하다. 활발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들과 출입기자들과의 관계가 회사의 수준을 나타내주는 듯 하다. 잘 나가는 매출이 자랑스럽고, 각종 상패를 받아 회사의 명성은 드높아 지는 듯 하다.

하지만, 기업의 품질은 평소가 아니라 위기시 정확하게 측정 된다. 기업의 철학이 도전을 받게 되는 상황이 곧 위기다. 그러나 평소 멋져 보이던 기업들이 위기 시 스스로의 품질과 수준에 대한 이미지를 어이없이 무너뜨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기업들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시 더욱 더 화려한 TVC로 스스로 분식(粉飾/window dressing) 한다. 위기관리 사후의 이미지 재건작업이라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올바른 기업 철학의 베이스 없는 분식(粉飾/window dressing) 은 그냥 말 그대로 분식(粉飾/window dressing) 일 뿐이다. 향기가 날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 소스는 여기 ]



위기는 기업 철학을 시험하는 리트머스다. 그래서 섹시하다.





 

8월 17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 그런다고 매출이 떨어질까?

업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거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세션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들을 듣게 된다.

“근데요…저 위기상황을 겪은 회사는 매출이 떨어졌나요?”
“저렇게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회사도 전체 매출에는 별반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 회사는 이번 위기로 어떤 임팩트를 받은 건가요? 매출이 좀 변했나?”

실무자들과 임원들 상당수가 위기와 매출에 대한 연관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담당분야가 홍보인 실무자들과 임원들은 약간 그런 연결 짓기에서 한발자국 물러나 있지만, 그렇게 물러나 있는 포지션이 일부 사내에서 홍보부문이 공격받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홍보가 비즈니스 현실과 동 떨어져있다는 비판)

위기와 매출의 연관성에 대한 그들의 궁금증을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의 이면을 읽을 수 있다.

“항상 나의 KPI로 측정되며 괴롭히는 부분이 매출인데, 만약 이 골치 아픈 위기가 직접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위기관리 업무에서는 좀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군.”
“내가 여기에서 PM을 3년 정도 할 건데, 그 동안에만 매출 타격이 없으면 된다 생각해. 여기에서 끝까지 PM만 하면서 은퇴할 건 아니잖아. 그 동안만 어떻게든 위기가 지나가면 좋겠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매출인데, 그 매출에 대한 아무런 임팩트가 없는 부정적 사건을 어떻게 위기라 정의할 수 있겠어? 그건 그냥 불미스러운 해프닝으로 정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상의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 상당히 현실적 생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실무자들이나 임원진들이 위기와 매출에 대한 연관성을 어떻게 생각하건 어떻게 해석하건 그건 그 회사 자체의 선택이다. (기업 철학의 문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기업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기업과 위기관리는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고민하고, 설계하고, 유지하고, 업데이트하고, 실행되는 작업이다. 기업 스스로 사내 공감대를 이루어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만약 기업 스스로 위기와 매출의 연관성에 방점을 둔다 하면 그 기준으로 위기를 해석하고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나 조직 각각에게는 자신들이 평소 중요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위기발생시 보호하고 싶어하는 가치들이 있다. 다음은 기업들이 주로 위기발생시 보호 하고 싶어하는 가치들이다. 우리회사는 이 중 어떤 가치들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물론 이 중 우리에겐 사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해도 괜찮다. 그건 회사 스스로의 자유다.

  • 좋은 소비자 관계: 소비자 신뢰, 소비자 충성도, 소비자 불만 감소, 소비자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새로운 소비자 획득 비용 저감, 안정적 매출
  • 좋은 공급자 관계: 공급자 신뢰, 공급자 충성도, 공급자 불만 감소, 공급자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새로운 공급자 획득 비용 저감, 안정적 생산
  • 좋은 정부 관계: 정부로부터의 신뢰, 상호 협조 용이, 규제기관과의 갈등 가능성 저감, 규제에 대한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커뮤니티 관계: 커뮤니티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상호 협조 용이, 커뮤니티와의 갈등 가능성 감소, 커뮤니티와의 법적 갈등 비용 감소,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언론 관계: 언론으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상호협조 용이, 기업 명성 및 이미지 방어, 불필요한 여론 부담 감소, 여러 이해관계자 관리 용이,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투자자 관계: 투자자 신뢰 및 지원, 투자자들과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안정적 주가,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NGO 관계: NGO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NGO와의 상호 협조 용이, NGO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직원/노조 관계: 직원으로부터의 신뢰, 직원들로부터의 지원과 협조, 좋은 인력 확보 용이, 비즈니스 퍼포먼스의 강화, 직원/노조와의 갈등비용 저감,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일반 공중 관계: 일반공중으로부터의 신뢰와 지원, 협조,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훌륭한 명성/업계 리더십: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고른 신뢰와 지원 그리고 협조. 좋은 인력 확보 용이, 여러 갈등 해소 비용의 저감,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지원,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훌륭한 비즈니스 퍼포먼스: 직원, 투자자, 공급자 등 비즈니스 관련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신뢰, 지원, 협조 용이,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매우 많은 가치들이지만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모두는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마땅히 보유해야 할 것들이다. 만약 스스로 생각할 때 ‘매출’이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보유해야 할 가장 중요하거나 유일한 것‘이라고 본다면 아직 그 기업은 ‘기업 연속성’에 대한 생각을 할 때는 아닌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도 사실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모든 기업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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