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월 03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두려워 하는 이유 : 밀린 숙제가 문제다

위기관리를 힘들게 하는 기업의 미디어관(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업의 리더들이 가지는 미디어觀에 대한 이야기다. 왜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무시하거나 또는 두려워하는지 근본적인 이유가 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먼저 결론적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 구성원들 대부분의 미디어관이 진화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혼돈(chaos)라 생각한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가 바로 ‘환경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들 스스로 피부 깊숙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혼돈(chaos)를 느낀다는 이야기다.

기업 오너, CEO 그리고 임원들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들이 대학에 들어와 미디어를 공부하거나 제대로 바라보았을 때는 70~80년대였다. 당시의 미디어와 미디어 환경에 대해 기억해 보자. 지금 그분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와 그 당시의 미디어간에는 어떤 변화와 진화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1.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엘리트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보수적 오피니언 리더들이 소셜미디어를 배척하고 이 환경에 반감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이 이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왈가왈부하는 일반인들이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대화들을 미디어 현상이라 조차 보지 않는다. 그냥 일반인들의 경박하고 수준 낮은 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 위기 시에도 이 ‘무매 한 사람들의 난장판(!)’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묻고는 한다.

2.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가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느리다 생각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해도 신속함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이유다. ‘내일 아침까지만’ ‘오늘 중으로’하는 생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빛의 속도라 하는 소셜미디어 환경은 ‘오버’이며 ‘아직 까지는 무시해도 별반 문제 없을 듯 한’ 것처럼 느낀다. 일부는 절대 따라 갈 수 없으니 차라리 쿨 하게 포기하자 한다.

3.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라 생각한다.

아직도 배포, 전파의 도구로 미디어를 이해한다. 이런 부족한 진화 단계에서 소셜미디어는 당황스러운 대상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소비자들이 실제 살아 움직이며 피드백을 해오고, 말을 걸어온다. 비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이 새로운 환경이 과연 미디어 환경인가에 대해서도 헷갈려 한다. 미디어와 광고에 대해 배울 70~80년대 당시만 해도 이런 혼돈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시적으로 혼돈이 다가오니 더욱 두렵다.

4.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생각한다.

PR적인 환경에서 또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아직도 전통 미디어는 관계와 커넥션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부터 위기 시 종이신문과 TV방송사를 일부 컨트롤 해 본 경험들이 겨우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따라서 이런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자신감을 금새 버리기에는 너무 큰 미련이 남는다. 소셜미디어도 나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된다 하니 소셜미디어가 낯설고 싫다.

5.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상호간 소셜 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이전에 저 사람들은 우리 기업과 같이 전통 미디어의 오디언스였을 뿐이었더라 기억한다. 전통미디어 환경에서 오디언스간에 실시간으로 상호 소셜 할 수 있는 환경은 없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그냥 일부의 것일 뿐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공유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보지 않았다. 기업이 사람들의 소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이 소셜 하는 것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은 무조건 두려운 법이다.

6.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에 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운 미디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답고,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라 칭할 수도 없다고 급(level)을 정한다. 평소에도 종이신문 OO일보가 온라인의 루머보다 쎄고 훨씬 의미 있다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 위기 시 이런 자의적인 급수 정하기는 의미를 잃는다는 부분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미디어라 볼 수 없는 미디어에 당하게(?) 되니 화만 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힘들어 진다.

7. 그들은 아직까지도 전통 미디어 조차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전통 미디어만 해도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신기한 대상이었다. 기자들의 생활과 취재 프로세스가 어떤지, 기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업들을 취재하는지, 그들의 취재기법은 무엇인지, 왜 기업이 미디어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생각들을 심각하게 해 본적이 별로 없다. 아직도 전통적인 미디어 개관에 대해 흥미로워 하는 많은 분들이 기업에 있다. 이전의 것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움은 낯설고 두려운 대상일 뿐이다.

8. 기업 또한 미처 진화하지 못했다.

일찍이 서구 기업들은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전제했었다. 따라서 스스로 투명해지고, 철학과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대하며 그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제대로 하는 것이 위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비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조차 우리 기업들이 따라가기에는 너무 버거운 주문이었다. 이런 뒤쳐진 상황에서 새로운 쓰나미가 들이 닥쳤다. 밀린 숙제도 못 한 채 다른 더 큰 숙제를 떠 안았다. 좋을 리 없다.

빨리 기업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들을 한다. 이런 주문이 통하려면 기존 또는 이전의 미디어 환경이라도 먼저 이해했었어야 했다. 아직 기업의 리더 대부분은 미디어觀에 있어 70~80년대 끝자락의 미디어 환경까지만 겨우 진화한 듯 보인다.

완벽하진 않아도 기업 구성원 전반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0여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에는 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정착해 있을 것이다.

왜 기업이 미디어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하냐 물을 수도 있다. 기업들의 이런 기초적인 질문이 계속 되는 한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계속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답답해 하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을 등질 것이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것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부분에도 밑줄을 그을 필요가 있겠다.







 

  

12월 23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페덱스 위기관리로부터 배우는 준비의 중요성

2011년 12월 19일 유투브 업로드
(미국시간 12월 18일)

2011년 12월 23일 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 현재 해당 동영상 시청자 수 5,476,822

13,174 likes, 717 disli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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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reddit이 초기 주요한 확산 채널이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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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노출 지역들을 보면 상당히 전세계적으로 골고른 노출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페덱스측의 대응



한국시간 2011년 12월 21일 유투브 업로드 (미국시간 12월 20일)

2011년 12월 23일 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 현재 해당 동영상 시청자 수 273,311

2,983 likes, 168 disli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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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페덱스측의 사과 동영상은 초기 페이스북이나 reddit의 관여가 별로 없었다. 주목할 부분은 유투브 서치 ‘fedex’에서 초기 노출이 많이 일어 났다는 부분이겠다. 소셜 공중들이 유투브 상에서 ‘이런 동영상에 대해 페덱스는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찾아다니는 상황에 대응했다는 것’이다. 장기 노코멘트 하면 안된다. 동영상은 동영상으로, 또한 같은 채널로 대응하라는 인사이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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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의 문제 동영상은 전세계 골고른 노출을 보이는 반면, 사과 동영상은 영어권 지역에서 주로 노출이 됐다. 전반적으로 회사의 사과에 대한 일반 공중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사이트. 또한 지역상 편차가 있다는 것은 문제의 동영상은 모션중심인데 비해, 페덱스의 사과 동영상은 (영문) 메시지/음성 중심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결론

  • 문제의 동영상 업로드 이후 실제적으로 공중들에게 가시화된 것이 미국시간 기준 12월 19~20일이었음. 페덱스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최고임원의 사과 동영상을 만들어 미국시간 기준 12월 20일에 업로드했음. 기술적으로 하루만에 사과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했다는 스피드에 주목 할 것. (모니터링-내부 심각성 공유-상황파악 및 보고-최고의사결정자의 결정-세부 대응안 마련-동영상 콘티/메시지 확정-동영상 촬영준비/촬영-편집-컨펌-업로드= 1일이 우리 기업들에게는 가능할까?)
  • 유투브도 유투브지만 페이스북이 새로운 위기확산 채널로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함. 다른 상황에서도 이 부분은 재컨펌 되어야 할 부분
  • 사과 동영상의 노출 채널을 보면서 다른 채널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채널을 통해 빨리 대응하는 것이 가장 기본 활동이라는 점 (You tube vs. You tube, Facebook vs. Facebook, Twitter vs. Twitter) 이런 인사이트는 평소 어떤 위기가 어떤 채널에서 발생할지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가능한 많은 기업 채널을 관리 성장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는 인사이트를 줌 (BP, Toyota, 신라호텔 등 유사 케이스 참고)
  • 사과 동영상의 경우 그 노출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포맷에 있어 창조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 위기는 글로벌 위기인데 사과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완벽히 이해하기 힘든 영어로만 제공된다는 점. 또한 구두 메시지로만 사과 메시지가 전달되어 흡수력과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한다. 문제는 제작 기간이 문제인데, 어떻게 이런 제약들을 극복하면서 노출범위와 흡수력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는 점이 고민. (예를들어 Toyota Recall케이스에서는 한개의 영어 동영상을 여러개의 언어로 캡션화 해 각각 제공된 적이 있다)  

Anyway…준비되어 있어야 정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반복적 인사이트에 또 한번 박수!



 

12월 212011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준비 해야 관리할 수 있다. 준비 없으면 관리 당한다

거의 모든 위기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전조 없이 오는 위기는 드물다. 반면에 전조를 무시하고 준비하지 않는 기업들은 흔하다. 기업은 항상 느리다. 위기는 그에 비해 쏜 살 같다. 최근의 이해관계자 환경을 보라. 10년 전보다 수백 배 빠른 스피드를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기업은 이들이 요구하는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예전 기업의 위기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사이클이 변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24번 이상의 변화 싸이클이 목격된다. 기업의 위기에 대해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만큼 기업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실시간으로 폭발과 해소를 반복한다. 기업은 이런 위협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준비하라 했다. 미리 준비해야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미리 예상하여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면, 전조를 보고라도 빨리 준비하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준비’ 자체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주저한다. 고민한다. 그 동안 시간은 간다. 위기관리에 있어 시간은 절대 기업의 편이 아니다.

위기대응 체계가 있으면 전조를 보고 해당 위기관리를 위해 기존의 체계를 재편제하거나, 점검 준비 강화하면 된다. 문제는 기존에 위기대응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일부 체계만 존재하는 기업의 경우다. 이들은 앞의 기업들 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밀린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공부(준비) 해 놓은 기업이 전조를 보고 체계를 강화하는데 항상 더 빠르다. 공부(준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기업은 아예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허겁지겁하면서도 전체적인 준비가 더디고 느리다. 위기관리를 잘하고 잘 못 하고 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잘 준비되어 있다 생각 하는 일부 기업들에게 취약점이 더 많기도 하다. 이에 반해 어느 부분이 덜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해 하는 기업이 더 강하다. “우리는 강력한 홍보팀을 보유하고 있다” 말하는 기업들이 엄하게 소셜미디어상에서 구멍을 보이거나, 대관업무에서 실패하는 것을 본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모두가 강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어느 구멍이 문제인지 꼼꼼히 돌아보는 게 좋다.

위기의 전조는 항상 기업에게 말한다. “준비하는 게 좋을 껄?” 그러나 기업 구성원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왜 내가 준비해야 하지?”하며 고민만 한다. 위기는 한 발자국 한발자국 가까워 오는데 계속 고민만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고민만 하다 위기를 알몸으로 맞는다. 준비된 게 없으니 침묵한다.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고 나름 위기관리 중이라 생각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왜 저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내 욕 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전략적 침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적 침묵은 완벽한 준비의 토대 위에서만 겨우 존재 가능하다. 준비 안된 채 침묵하는 것은 그냥 어쩔 수 없는 ‘말 없음’이다. 별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입을 다무는 셈이다. 불행하게도 준비 안된 벙어리에게 이해관계자들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그들에 의해 관리되는 상황으로 위기를 더 키우고, 적대적인 일부에 의해 우리 기업은 관리되어진다. 스스로의 전략과 노력을 통해 관리하는 것을 포기하니,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억지로 관리된다는 의미다. 진짜 위기를 맞게 되는 거다. 실패하는 원인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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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체계가 곧 매뉴얼이란 의미는 아니다

먼저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본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대외비다. 그 존재유무에 대해서도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공개하거나 자랑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

외부 언론이나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혹시 이번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 했습니까?”라 물으면 “네, 그렇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습니다.”까지가 전부다. 해당 매뉴얼은 공개하거나 그에 대해 세부적으로 왈가왈부할 주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움직여 대응하는 체계 그 자체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매뉴얼에는 외부 공개 시 문제가 될 소지의 내용들이 들어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회사에 OOO위기 발생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OOO은 내부의 누가 컨택, 정보제공, 관리한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고, 그 대상 이해관계자들의 주요정보와 기타 어프로치 전략들이 들어있는데 이런 대외비 문건들을 어떻게 외부공개 하고, 어떻게 열람시킬 수 있겠는가? 일종의 경쟁정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불법정보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해당 매뉴얼은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전략적일 때가 있다.

체계와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체계가 있다 없다를 놓고,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판정을 내리려 시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체계와 매뉴얼에는 그리 정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해당 위기를 매뉴얼화 해 놓지 않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뒷 부분에서 부연 설명] 또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매뉴얼만 구축해 놓은 기업들도 수 없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을 보고 체계유무를 가늠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위기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뉴얼화 되지 못할 위기관리 체계가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은 모든 위기요소들에 골 고르게 분포되는 게 맞는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예를 들어 국내기업들의 현실에서 오너나 CEO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류의 매뉴얼은 존재할 수도 없을뿐더러, 존재해도 그 의미가 없다. 누가 기업 오너에게 ‘조사해 보니 회장님께서 위기요소라 우리가 회장님과 회장님 가족들의 탈법이나 범법행위를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할 수 있나? 모든 위기를 매뉴얼 화 해서 관리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업은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고, 말하지 않아야 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다. 문제는 기업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그 기업을 판단한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영원히 이는 전략의 문제이고, 딜레마다.


12월 14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맨 나중에 위치한다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항상 힘들어 할 때는 회사의 위기발생시 먼저 커뮤니케이션이 앞장 서야 하는 긴박함을 느낄 때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의사결정 또는 실행 이후에 위치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니 힘들다.
   
기업 내에서 시간~분 단위 데드라인에 맞추어 돌아가는 몇 안 되는 담당자들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인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물론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실무 단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상황분석 보고가 선행되는 게 맞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많고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시(timely)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이보다 더 곤혹스러울 때는 의사결정이 자꾸 번복되는 상황 일 때다. 그 이전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추가 상황보고들이 올라오는 상황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을 힘들게 한다.

특히나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 준비(preparation) 업무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절반 이상인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1차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직후 상당 시간과 여럿 인력들을 투입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팩을 준비하고 대기할 때 발생한다. 1차 의사결정과는 사뭇 다른 의사결정이 내려오면 이전의 준비작업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런 처음으로의 회귀작업을 두세 번 이상 하다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preparation)가 과연 필요하거나 가능한가 하는 자괴감을 가지게 된다.

의사결정이 항상 단번에 끝나야 하고, 절대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사결정이야 언제나 변화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나중에 위치하니 이를 배려해 주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확실한 의사결정 이전에 일단 준비하고 보자 하는 것은 상당히 무의미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아 자제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기 싫은 실무자들은 여러 의사결정 시나리오들을 한꺼번에 짜놓고 이 옵션에 따라 각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준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다. 이 또한 상당한 전문성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들겠지만, 의사결정이 변화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소모적인 업무에서는 많은 부분 벗어 날 수 있어 좋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맨 마지막에 위치하니 우리가 가능한 빨리 의사결정을 내려주자’하는 생각을 해달라는 거다. 그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일단 진행되었으니, 앞의 의사결정을 뒤 엎는 무책임해 보이는 의사결정 번복은 가능한 자제하자’하는 생각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체계적으로 더욱 정확하고, 빠르고, 신중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배려들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관련 포스팅: 이슈관리시 CEO의 머릿속을 정리하는 툴: 시나리오 맵

관련 포스팅: 위기 대응의 의사결정론 : 시나리오와 평가 그리고 선택

12월 07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One Window보다 One Voice가 더 중요하다!

일부 기업에서 아직도 하나의 창(one window) 전략을 이야기하면서위기 시 모든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부서로 집중되어야 한다주장하신다.

문제는 이 하나의
(one window)이라는 개념이 대언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나왔다는 부분이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하나의 부서, 즉 홍보실/대변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적용이 맞다.

그러나 기업차원의 위기에 있어 하나의
창문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기업위기가 점차 전문화되어가고, 복합화되고, 멀티 이해관계자 관여가 되는 환경에서 하나의 창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실행조차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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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여러 개의 창문이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활짝 열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multi-windows and one voice가 더 실질적 전략이다. 그래서 위기 시 협업과 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이해관계자 일선에서의 접점 커뮤니케이션 역량 향상이 중요해진 환경이 도래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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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팅: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입을 맞추자

관련 포스팅 :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일원화?





11월 21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이해관계자그룹 vs. 기업위기관리위원회 – 축구팀의 비유

올해에도 여러번의 기업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그 결과에서 인사이트들을 끌어내면서 반복적으로 적어 놓은 핵심 스토리라인을 정리해 본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 기업 위기 발생시 그 위기와 관련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위협하게 됨 (기존의 언론 중심 위기관리 시각에서 진일보 해야 함)
  • 그러나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360도 방향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음
  • 그 이유는 기업이 평소 이해관계자별로 디자인 된 세부 대응 R&R과 팀워크를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대응역량에 있어서도 기업 최상층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기업 위기관리팀의 구성을 축구팀에 비유해보면 더욱 정확하게 이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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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가장 이상적인 기업 위기관리위원회 구조를 보여준다. (상당히 흔치 않은 사례/일부 대기업에 해당) – 이해관계자별 대응과 위원회내부의 협업, 그리고 CEO의 리더십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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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일반적으로 홍보팀만이 주축이 되는 기업 위기관리위원회 구조. 기업 위기에 대한 정의와 공유에 문제. 매번 지는 게임이며 질 수 밖에 없는 대응. 반면교사 없음. 홍보팀장 및 임원의 소모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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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업 오너 또는 CEO와 관련된 특수한 케이스의 위기시 발견되는 구조. 전사적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CEO가 의도적으로 관련 부서들을 대응활동에서 제외. 이 상황을 전사적 위기라 해석하지 않는 직원들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구멍들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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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보보안과 같은 특수 위기시에 발견되는 기업 위기관리위원회 구조. CEO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 특수 위기라 정의되어 직접 관련 일부 부서만 위기관리에 동원. 역시 많은 이해관계자 구멍들이 기업을 위협. 이해관계자에 따른 상시적 R&R과 팀워크가 절실. (왜 경기장 밖에 머무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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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일반적 기업 위기관리위원회 구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해 기업의 핵심적인 자산들을 파괴하는 상황. 역시나 기업내부의 많은 부서들은 경기장 바깥에서 경기를 시청하거나, 응원하고 있음. 심각한 반면교사를 통해 향후 이해관계자별 R&R을 배분하고, 리더십 및 팀워크를 강화하는 연습을 반복 반복 반복해야 함.

다양하고 수 많은 케이스, 공통된 문제. 아주 단순한 솔루션 그러나 실행하기 힘든 테스크.

문제 의식을 느끼는 것이 첫걸음.

 

 




 

11월 202011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거대한 댐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거대한 댐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아무리 튼튼한 큰 댐이라고 해도 작은 구멍 하나가 생기면 그로 인해 일시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은 커진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와 같다. 위기관리 활동을 실행했다 하더라도 일부 채널이나 이해관계자 대응관리에 빈 구멍이 생기게 되면 전체적인 위기관리 결과를 상쇄하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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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와 최고임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치자.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의 수사 방향들과 범위들이 언론에 회자된다. 핵심 임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두요청을 받고 변호사들과 힘겨운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그들끼리 떠도는 최신 첩보들을 공유한다. 직원들은 여러 미디어와 들리는 소문들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회사가 어디까지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SNS에서 폭풍처럼 일어나는 부정적 여론들은 들여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평소에도 시시탐탐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와 투자활동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던 NGO들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하나의 위기를 둘러싼 이 수 많은 ‘구멍’들을 누가 어떻게 막아내야 할까? 또 이 다양한 구멍들 중 어떤 구멍이 가장 위협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그나마 덜 위협적인가? 일단 급한 대로 또는 만만한 대로 출입기자들과 법조기자단에 대한 관리에만 돌입하면 다른 구멍들도 자연 관리가 되는 걸까? 커뮤니케이션 없이 변호사들과 밤들을 세우기만 하면 위기는 완벽하게 관리될까? 어차피 수많은 이해관계자 구멍들을 100% 관리할 수 없으니 일부 구멍들은 스스로 잦아들기만 기도만 하면 될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현실적 체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마인드가 전사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거나, 역할과 책임들의 배분에 있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존재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일단 OO에게만 우선 대응해, 그 다음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어”하는 위기관리 지시는 실패하는 지시다.

순차적이거나 차별적이거나 우선순위에 근거한 비중 배분 등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경계해야 할 실패의 효율성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개념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는 현실적 체념은 기업 위기관리 실패사례에서 가장 공통적인 변명이다. 위기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기업에게 부여한 후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는 그 준비할 시간을 허비하고, 대응 체계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다가오면 위기관리를 못한다 말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각각의 기업들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한 채널들을 모아 비교해보면, 각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전체 채널 수 대비 30%를 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그 공통적인(최소한의) 채널 30%만 활용하고 위기관리를 마무리한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 구멍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갈증을 느끼며, 위기관리 전반이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는다. 반면 어떤 기업은 70%이상의 다양한 채널들을 활용한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체계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열심히 했다는 판정을 받고는 한다. 하지만, 이 기업도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 30%가량의 채널들에서 위험한 구멍들을 발견하게 된다. 열심히는 했지만 완벽한 위기관리는 못한 셈이다.

A기업은 갑작스럽게 서비스 전반에 하루 가량 불통 문제를 겪었다. 서비스 사용자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다 나중에는 극렬한 불평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은 빠른 시간 내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핫라인은 대폭 증설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듣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기업 홈페이지에 상황을 설명하는 해명문을 팝업창으로 올려 양해를 구했다. 이외에도 정부규제기관에게 소명자료를 보내고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상화에 대한 일정에 대해 공유했다.

문제는 기업 SNS라는 ‘구멍들’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해당 기업의 SNS는 최초 위기상황이 발생한 직후 상황에 대한 간단한 안내만을 기업 SNS 채널들에 공지한 채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던 거다. 기업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는 그 이후 이틀간이나 침묵했다. 그 기간 동안 언론을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기업 SNS라는 큰 구멍들은 관리 없이 그냥 열려있었다.

각각의 SNS채널들 내에서는 해당 기업에게 상당한 분량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서비스 사용자들의 불만이 SNS 채널들을 통해 제기되고,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떤 식으로라도 상황 업데이트를 해 달라는 애원이 SNS상에 쏟아져 들어왔다. ‘왜 침묵하느냐?’하는 힐난들이 쌓여갔다. 이틀간의 침묵의 구멍이 발생하는 동안 많은 SNS 공중들은 그냥 방치돼 있었다. 해당 기업이 다른 채널들을 통해 전달했던 자세하고 논리적인 설명과 해명의 기회를 SNS에서는 그대로 날려버린 결과를 남겼다. 성공한 위기관리로 판정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비록 그 기업 SNS는 이틀 후부터 지나간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포스팅을 올리면서 다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해 오던 많은 소셜 공중들이 실망했고, 왜 이 기업 SNS와 더 이상 대화해야 하는지, 왜 이 기업 SNS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절하게 자상한 대화를 이끌어 가던 이 기업 SNS가 왜 위기 시 큰 구멍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평소 디자인하고 점검할 때에는 특정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련 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규정해야 한다. 또한 그들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채널들을 미리 함께 규정해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그들로 향한 채널들이 규정되면, 그 각각의 이해관계자와 채널망들을 위기 시 책임을 가지고 대응 역할을 진행할 부서를 선정 임명해야 한다.

내부의 이 모든 역할부서들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고 빈 구멍을 발견해 메우는 지휘센터가 설립되면 일단 체계화 작업은 마무리된다. 그 이후에는 실제적인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현실적으로 이 모든 이해관계자 채널들이 정해진 대로 운영되는지, 통제센터에 의해 통합적 조율이 가능한지 시뮬레이션을 해 구멍을 찾아내는 것이 그 다음 체계화 단계다. 준비하고 연습한다는 위기관리의 기초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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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8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리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보 통제

기업 리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보 통제라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리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3가지 정보 통제가 필요하다. 첫째가 리콜 원인에 대한 정보 통제, 둘째는 리콜 정보에 대한 내부 정보/인력 통제, 셋째는 외부 리콜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통제다.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들을 정리해 보자.

  1. 최초 소비자 컴플레인이 발생한 싯점은 언제인가?
  2. 일련의 소비자 컴플레인이 접수된 이후 우리 회사가 취한 대응이나 개선활동은 무엇이었나?
  3. 소비자 컴플레인의 총량은 얼마 정도인가?
  4. 해당 소비자 컴플레인과 관련된 정부 규제기관과 법령은 어떤 것이 있는가?
  5.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어던 태도와 활동들을 보이고 있는가?
  6. 그들은 어떤 질문들과 주장들을 하고 있는가?
  7. A/S기사나 기타 소비자 접점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가?
  8. 그 과정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팀이나 위기관리 매니저와 활동사항들에 대해 공유/협의했었는가?
  9. 리콜을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유는 무엇인가?
  10. 리콜과 관련된 예산은 어느정도이고, 손해액은 얼마정도인가?
  11. 모든 정보들이 제3자 검증에 있어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은 정보는 무엇이고, 안전한 정보는 무엇인가?
  12. 해당 리콜 원인이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가?
  13. 해당 리콜 원인이 소비자에게 유해한가? 무해한가? 주장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기술적, 과학적, 논리적]
  14. 리콜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무엇인가?
  15. 리콜 프로그램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어떤 미디어들을 사용할 것인가?
  16. 리콜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누구이며, 어떤 태도들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17.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리콜 선언 이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18. 각의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spokesperson은 누구로 정하며, 어떻게 트레이닝 할 것인가?
  19. 리콜 프로그램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성원들을 어떻게 트레이닝 해 어떤 모양의 체계를 갖출 것인가?
  20.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떤 메시지들을 활용할 것인가?
  21.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Do’s와 Don’ts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22. 리콜 프로그램과 커뮤니케이션의 종료 기준은 무엇인가?
  23. 리콜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24. 이상의 모든 사항들이 로펌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 관련 기술 전문가, 의학 전문가. 독성 전문가 등등의 크로스 체킹을 득했는가?
  25. 충분히 검토하고, 검토하며, 검토했는가?


리콜 커뮤니케이션은 짧지만 굵은 기업 위기관리 프로젝트다. 이 의미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변수들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이 가운데에서 안전섬(Safety Island)를 찾아야 하는 아주 힘들고 전문적인 업무라는 의미다. 기업 리콜 이슈. 그냥 단순하게 준비할 일은 절대 아니다.

10월 182011 Tagged with , , 5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대한생명의 사과광고, 원칙을 강조하는 멋진 샘플

위기가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위기를 잘 못 관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멋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례가 하나 생겼다.

대한생명의 18일자 조간 사과광고를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좀 더 세부적으로 사과광고)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멋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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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여러번 강조했었지만, 사과나 해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해당 사건에 관련한 ‘기업의 원칙’을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원칙을 기반으로 해당 사건을 해석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위기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으로 부터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position)을 가지고 있는거야?’라는 부분인데, 많은 기업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기업의 원칙’은 언급을 회피한 채 말 그대로의 해명 또는 자기합리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대한생명은 사과문을 통해 그들의 ‘원칙’ 그리고 ‘신념’을 확실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 이번 사건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그 원칙에 기반한 개선 계획과 약속을 제시했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의 원칙’을 기반으로 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사과문이다. 참 잘된 사과문이다.

이 사과문 메시지를 만든 분에게 상을 드려도 될만하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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