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8편] 균형 맞춰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듣는 것.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듣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논쟁적 이슈들이 기업을 둘러쌓았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위기 대응이 위기관리를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위기 시 ‘듣는 것’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가다. 이 또한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 왔는지, 그들과 어떤 신뢰 관계로 뭉쳐져 있는지, 그리도 평시에도 얼마나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 지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평시의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없던 기업은 위기 시 당연히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비즈니스 영어 표현대로 콜드 콜(cold call, 사전 아무 정보교류나 접촉 없이 낯설게 다가가는 것)을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핵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경영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해당 위기에 대하여 관련이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경영진과 관계 맺고 있는 분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해당 위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낮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위기라면 경영진들과의 친분으로 위기로까지 폭발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일반적 외부 시각이나 객관적 조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서의 실질적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듣는 것’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처럼 균형감 없이 듣는 것이다. 일부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 것 또한 위험하다. 게다가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부 그룹의 이야기를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로 해석해 버리면 더욱 더 큰일이다. 운이 없게도 그 일부가 정치적이거나 과격하거나 사회적인 감수성이 적은 경우라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자신과 가깝고, 경력이 화려한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관계자의 조언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경력이 대단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유명 정치인, 고위 공직에 있던 분들, 화려한 경력의 법조인들, 이론과 학식을 자랑으로 하는 교수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언론인 등 그들도 종종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도배하는 설화나 스캔들 그리고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 중에서 그들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듣는 것이다. 그 고른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자발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평시 지속적 관심,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 잘 정리하려 노력해 보자.

목소리 큰 이해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해서도 안된다. 위기관리는 청중 앞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하는 일종의 연극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어찌 보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이야기 듣기가 중요하지만, 청중의 생각에 비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재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기업이 중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하는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청중이 보고 좋아하고 바람직하다 생각해야 최종적인 성공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하는 데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청중은 박수를 치는 데 이해관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편의 공통적 이해를 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서다.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중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일반 청중들의 시각에서도 다시 균형감각을 끌어내 바라봐 보자. 기업의 가능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그 교집합 속에 맞추어 겨냥하자. 그래야 위기관리는 그나마 잘 했다 평가 받게 될 수 있다. 균형감. 듣는 것. 이해관계자 그리고 청중.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들이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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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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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7편]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는 버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일정 기간 거의 모든 것들이 혼돈인 상태가 지속된다. 평시에는 대부분이 통제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예측가능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주변 상황은 느리며 안정적으로 느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이전의 모든 것들은 이내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평시에는 주간 연간 단위로 변화하던 주변 상황이 분과 시간 단위로 변화한다. 그에 따라 주변 여론은 더욱 더 널을 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온갖 루머와 비판들이 쏟아져 유통된다. 이 싸이클이 시시각각 출렁출렁 댄다.

이런 혼돈으로 가득 찬 상황과 여론을 상대 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들은 당연히 대부분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평정심을 찾기 란 매우 어렵고, 오히려 평정심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다루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팀)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다. 폭발적으로 변해가는 상황과 여론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분석 없이 우선 맞서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사과이건, 해명이건, 반박이건 그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위기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각성을 더해 간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혼돈 중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99%가 혼돈으로 보이더라도 그 중 1%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1%를 찾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확실성이 더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가 확실하다면, 그와 관련되어 있는 두세개의 확실성이 그에 연결되어진다.

변화하는 일부 상황과 일부 여론에만 주목 해 그 에만 몰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확실해 보이는 상황과 여론의 긴 흐름을 읽고 향후를 점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능성 하나 하나에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것도 위기관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들은 반대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여러 가능성에만 먼저 마음이 간다면, 그 위기관리는 점점 실패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증상이니 경계해야 한다. 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전에 확실한 것들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는 전형적인 흐름이 있다. 문제의 전조가 있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문제가 최초 상황과 여론에 반영되어지는 패턴이 있다. 확산되고, 새로운 상황과 여론이 발생되는 패턴도 존재한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주어진 상황과 패턴이 바뀌는 패턴도 거의 일정하다.

상황과 여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패턴도 대부분 유사하다. 새롭게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유형과 그들의 입장도 미리 예상가능한 범위 내다.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 경험해야 하는 여러 상황과 치러야 하는 대가도 정해져 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의 또는 상당히 확실한 부분들이다.

이런 확실한 부분들을 먼저 챙겨 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백본(backbone)을 구축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 백본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가능성에만 의존하는 불안감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든다. 소모적 논쟁이나 필요 없는 대비가 줄어든다. 혼돈은 차차 줄어들게 되고, 상황을 자사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우리가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진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환경에 있어 사실 그것이 핵심일 때가 많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불확실함에만 주목하고, 다양한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 수도 있겠죠? 저럴 수도 있겠죠? 이런 식의 논의와 우려는 위기관리에 있어 실제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대신 확실한 부분들을 최대한 정리 해서 백본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분석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것입니다. 저렇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이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 방식이 주가 되는 것이다. 혼돈속에 확실성을 최대한 찾아 내 그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역량은 평시 부단한 케이스 스터디와 이해관계자 분석 그리고 시뮬레이션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또한 평시 관심과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역량이 없는 기업들이 매번 일희일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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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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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6편] 위기 때 예산 아끼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계산기를 두들기는 경영진이 있다. 위기 상황이 최악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입을 수 있는 재무적 피해를 미리 예상하기 위해 계산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계산기를 든 목적이 위기관리에 드는 비용을 단순히 아끼기 위함이라면 그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위기가 발생했다고 무턱대고 예산을 함부로 퍼부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알고, 그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 실행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그에 대한 예산은 필수적이라 생각해야 한다.

예산은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이 이야기는 예산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 이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가끔 전혀 예산에 대한 감이나 확보 없이 위기를 관리하겠다고 뛰어 다니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있는데, 그 자신들은 그런 실행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관리에 투입될 수 있는 위기관리 예산이 크고 풍부한 기업은 반대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쉬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 마케팅이고 영업이고 예산 지출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고, 그 기본적 기준과 전략이 없다면 풍부한 위기관리 예산도 제대로 된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어진다.

위기관리 관련 이야기에 이런 말이 있다. “맨 마지막에 해야 했던 실행을 초기에 선제적으로 했었다면 성공했을 위기관리 케이스가 많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위기관리 실행과 제안을 앞에 두고는 주저한다. 그에 드는 예산에 부담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선제적 압도적인 느낌을 줄여서라도 예산을 가능한 아끼며 위기관리를 하려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기업이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일간지 등에 사과광고를 할 때 겪게 되는 주저함이다. 매체 어디에서 어디까지 사과광고를 실어야 하는가 하는 토론이 장기간 이어진다. 홍보실에서는 대부분 전부가 아니면 전혀(all or nothing) 원칙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외 부서에서는 구독률이나 시청률 등의 기준을 가지고, 자사의 사과광고를 몇 개 유력 매체에만 게재하자 주장한다.

결국, 열띤 토론을 거쳐 일간지 일부에만 사과광고가 실리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사과광고에서 제외 된 여러 매체들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출입기자들간에도 위화감이 조성된다. 회사가 일부 언론만 언론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하는 비아냥이 흘러 나온다.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광고를 한 것이었는데, 위기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전형적 상황이 벌어진다. 해당 위기는 더욱 더 악화 되(어지)고, 새로운 관련 부정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장기간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그로 인한 여러 피해와 부작용들이 수 없이 늘어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고위 경영진들은 이내 다시 사과광고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을 낸다. 이전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 졌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사과광고를 한다. 이번에는 모든 매체들을 대상으로 공평한 사과광고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미 나빠진 분위기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회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도 모두 받았다.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의 상처만 더욱 크게 남아 버렸다.

나빠진 상황 때문에 추가적으로 소송 비용이 들어가게 생겼다. 이후 정부 규제기관들의 개입으로 그에 대응하기 위한 로펌 및 전문가 고용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홍보실에서 긴급하게 확보한 언론 및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사과광고를 두 번에 걸쳐 하면서 최초 예상보다 광고 예산 지출만도 두 배 이상 늘어나 버렸다. 소비자들의 원성 또한 극에 달해 최초 회사가 제안했던 보상보다 이후 규모가 훨씬 늘었다.

해당 기업에서는 사과광고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계산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잠깐 절약했던 예산 때문에 그의 수십에서 수 백배 위기관리 예산이 추가로 들었다. 피해는 그 이상 더 늘었다. 이런 위기관리가 실패한 위기관리며 아마추어의 위기관리다.

사과광고 예산이 아깝다면 사과해야 할 일을 평소에 만들지 않아야 한다.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을 아끼고 싶다면 평소부터 관계관리에 성실하고 꾸준했어야 한다. 로펌이나 주요 전문가들의 역량을 빌리는 예산이 너무 크다 느껴지면 평소 그 역량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했었어야 한다.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는 것과 같다. 숙제가 많다, 숙제가 어렵다, 시간이 없다는 불평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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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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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5편] 지지자들의 언로를 뚫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 시 그 기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통해 위기관리를 가능한 성공으로 이끌려 노력하자 이야기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다양한 제3자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구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또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가시화 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을까?

기업이 직접적으로 인맥을 통하거나, 예산을 부어 가공 또는 조성한 제3자 여론은 그 나름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윤리적으로도 또 다른 논란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고의 여론은 그 이해관계자 스스로가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믿게 만드는 기업의 노력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즉, 기업의 위기관리 전반이 적절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과 인식을 그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기업 스스로 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발적 여론이 형성되고, 가시화 되고, 확산되어 더욱 큰 공감을 받게 된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통해 그들에게 그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동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 스스로 이해와 지지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려 노력해야 한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정확한 경로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지지자들의 의견은 수면 하에서만 기업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그들의 의견은 “나는 당신 회사의 처지를 이해한다.” “그런 사연이 있다니 이해가 간다.” “고생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일단 견뎌라” 이와 같은 수면 하 조언을 할 뿐이다.

일부 기업은 이런 ‘수면 하’ 조언이나 공감을 실제 여론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영향력 있는 그들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공중 대부분도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오해한다. 이런 기업은 이후 홍보실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알리라’는 지시를 반복한다.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자신들은 이해 받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여론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진정한 여론이다. 수면 하에서 일부 개인에 의해 공감 받거나 이해 받는 것을 두고 여론이 그렇다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대신 왜 그들이 수면 하에서 마음속으로만 우리를 이해 지지한다 이야기하는 지를 좀 더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요청해 보자. “그렇게 정말 생각하신다면, 언론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기고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셔서 저희 입장을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요청에 대해 그들 대부분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왜 그럴까? 자신이 개인적으로는 이해 지지하지만, 그 생각을 밝히면 자신들까지 비판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정말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그들로부터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수면 위로 튀어 올라 당당하게 이해 지지를 표현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방향의 위기관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은 수면 하에서만 머무르며 회사의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기업 VIP들이 종종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러 유명 지인들에게 연락 해서 자사의 상황과 입장을 설명하고 조언을 청취하는데, 그 과정 시종을 통해 자신이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이 표현되지 못한다면 자사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 보며 더욱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빨리 찾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문제라 여겨지는 위기관리 방식을 조언을 들어 재빨리 개선하고 변경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상호적 노력이 먼저 있어야 조언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도 이전보다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수면 위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능해져야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과 방향이다. 수면 하에 머무르는 사회적 영향력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언로를 터주는 위기관리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위기관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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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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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4편] 제3자 인증에 기대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 편을 들어 유효한 목소리를 내 주는 제3자들이 있다면 기업에게는 큰 힘이 된다. 위기의 유형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제3자로부터 오는 지지와 이해의 목소리는 대부분 기업측의 위기관리가 성공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힘있는 제3자 인증은 우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은 그러한 위기관리 자산의 적시 활용을 기대하며 평시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다. 아무런 사전적 관리가 없이 위기 시 제3자 인증을 급히 만들어 내려 하거나, 기대하기만 해서는 적절한 결과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제3자 인증을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한다. 기존 기업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언론계나 정치권, 규제기관에 걸쳐있는 인맥을 위기 시 동원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 위기 시 그들로부터 우호적 입장과 메시지를 이끌어 내보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만들어 낸다. 위기관리를 하며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 제3자 인증은 평시 구축된 제3자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위기 시 기업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의사결정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제3자 스스로도 그 기업의 위기관리에 자신이 일조했다 생각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발적 이해와 지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업의 위기관리 내용이나 메시지가 일반 공중에게 폭넓게 이해와 공감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제3자인증은 기본적으로 “일반 공중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 전문가들이 볼 때 기업의 주장은 이해 된다”와 같이 무지한 공중들에게 기업의 주장을 이해시키려 하거나 설명하는 형태의 것이 아니다.

제3자 인증을 하는 전문가들은 “누가 보아도 이와 관련한 기업의 입장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해당 기업이 끝까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지 지켜 봐 주자”는 권유나 공감의 형식을 띄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측에서도 위기관리를 보다 수월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일부는 충돌하는 논란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3자인증을 이끌어 내려 한다. 분명하게 기업의 입장에 반대하는 그룹이 있을 때, 그에 대항하는 그룹으로서 제3자 인증 그룹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대리전 형식의 제3자 인증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3자를 해당 기업이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대리전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제3자인증은 그 순수성을 담보로 할 때 활용 효과에 있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제3자는 어디까지나 제3자일 뿐, 기업을 위해 극단적 지지와 드러나는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이를 착각하는 기업은 제3자들을 위기 시 자사를 위한 구사대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는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며, 위험이 된다.

더욱 문제가 있는 기업은 돈으로 제3자인증을 구입하는 시도를 한다. 언론의 지면을 사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기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제3자 인증을 원하며 돈을 건넨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제3자의 자발적 이해와 공감의 느낌이 돈을 주고 산 지면과 메시지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독자나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제3자인증은 고객들에 의한 것이다. 일종의 팬심 같은 형태를 띠는 제3자인증을 의미한다. 고객 상당수가 좋아하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스스로 나서서 기업의 위기관리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경우다. 해당 기업은 자사를 사랑해주는 팬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위기를 풀어나간다.

이 경우 기업은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과감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상황을 자사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주게 된다. 고객이 자사의 위기관리를 단순 지지하는 것을 넘어 지원하게 된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며 다시 한층 더 강력한 고객 팬심을 구축한다.

많은 기업들이 평시 고객은 가족이라 말한다. 고객이 최우선이라 말한다.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자신들이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고객들에게 자사를 사랑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려 노력한다. 그래서 평시에는 많은 기업이 고객에게 실제로 사랑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미지는 해당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대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진짜 사랑 받고 있는 기업이었다면, 고객들의 제3자인증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확산 될 것이다. 반대로 고객들의 제3자인증이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실망과 증오심으로 되돌아 온다면, 평시 그 기업은 고객들에게 진짜 사랑 받던 기업은 아니었던 셈이다. 유효한 제3자 인증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그 완성도 극히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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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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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3편] 정확한 숫자로 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메시지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특정 의도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대략적 주장을 한다. 그들이 기업에 대한 비판을 제기 할 때에도 종종 정확하지 않은 숫자들을 들어 공격한다.

이에 대응 하는 기업은 그러한 대략적 주장이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기업도 함께 대략적으로 정확하지 않게 넘어 가버리면 그로 인한 논란이나 위기는 피하기 어렵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메시지는 기업이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메시지로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평소 정확한 수치를 확인 정리 활용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사내에서만 통용되는 디자인 된 숫자나 논리는 또 다른 위기를 양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제3자에 의해 정확히 이해되고, 인정되는 수치와 논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이롭다.

현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이런 곤란함을 토로한다. “사실 그와 관련해서는 자세하고 정확한 수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곤란해요. 그 쪽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현재 문제가 그 정확한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쪽에서는 그래서 자신들의 수치를 심각한 것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평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다양한 논란에 그 때 그 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치와 논리 그리고 기준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 다양한 수치와 논리를 제대로 관리해 온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기존 것을 조합 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수치와 논리에 맞는 주장을 제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혀 라던가 대충 준비 한 기업 보다는 훨씬 낫다는 뜻이다.

또 일부는 이런 자조도 한다. “수치나 과학적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감정적이라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죠” “다 필요 없어요. 과학도 숫자도 논리나 기준도 모두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사과하고 머리 숙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자조는 실제 과학이나 숫자나 논리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자 신뢰나 커뮤니케이션 기법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합리적 주장을 지속한다 해서 기업이 합리적 주장을 포기하거나 대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신뢰받지 못하게 된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에 문제가 있어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지,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시나 평시 할 것 없이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와 대변인은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기반이 된다. 대변인은 그래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항상 강박적으로 요구 받는다.

기자들이 이렇게 질문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정확하게 몇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이런 식의 답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이 약 10여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다시 확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중 사망자는 몇 명입니까?”

이에 답변자가 다시 “글쎄요. 전체가 10여명이라고만 알고 있고, 정확하게 10명인지 11명인지 12명인지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사망자 수는 파악 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 정도 되면 기자들은 해당 회사가 현재까지도 실제로 사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경험 있는 대변인이라면 “오전 08시 현재 파악된 사망자는 2명, 부상자 8명으로 총 10명이 인근 3개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경미한 찰과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도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 현황은 계속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정도의 기업 메시지는 위기관리팀과 대변인이 여러 확인 작업과 자세한 상황 정리작업을 이전에 진행했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순하게 몇몇 현장 직원에게 알음알음 전해 들은 숫자를 공식 메시지화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 보자. 당시 초기 위기관리 패착 또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있었다. 구조자와 실종자를 최초부터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추정 숫자들만 쏟아 냈다. 심지어 정확하게 몇 명이 세월호에 승선했는지 조차도 확인 어려운 체계였다. 그에 더해 정부는 일선에서의 혼선으로 전원구조라는 오보까지 양산해 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과 성패를 점치려면, 메시지 속 숫자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메시지에서 숫자가 오락가락하거나, 조변석개(朝變夕改) 한다는 것은 그 화자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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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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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2편] 악마의 변호인을 고용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조직 내 역할이 있다. 원래 이 역할은 가톨릭 성인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악마(devil)’라 부른 데서 유래된 개념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가 특정인의 성인 추대를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 모색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조직 내 악마의 대변인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악마의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핵심인사, 외부 변호사, 위기관리 컨설턴트 등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 역할자는 평시 위기 요소와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이슈관리 전반에 개입 하게 되어 있다. 법적 소양, 사회적 이슈나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연에 살펴 문제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간단하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평시 어떤 의사결정이나 이슈 가능성이 있는 건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할 때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보고 답을 찾아 보는 것이다. “이 건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언론에 대서특필 되더라도 우리 회사는 스스로 떳떳하고, 이후 어떤 문제 가능성도 없을 것인가?” 이런 질문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 문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답이 공히 나온다면, 굳이 악마의 대변인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우려를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전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악마의 대변인은 이런 문제 가능성을 조기에 찾아 내 좀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체계다. 대부분이 미처 문제 가능성을 점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관점을 달리 해 조그마한 문제 가능성을 찾아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나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악마의 대변인은 추가적으로 질문 해 그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도 악마의 대변인은 좀더 나은 위기 대응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초기 대응부터 중장기 대응까지 각 대응 방향과 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찾으려 애쓴다. 입장 바꾸어 말해보기도 한다. 핵심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대응 방식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 꺼내 놓는다.

대응을 실행하기 전 그런 문제들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조직에게는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고민을 통해 실행되는 대응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공중에게도 보다 좋은 평가와 반응을 이끌어 낸다. 안전한 위기 대응 방식으로 진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종종 거추장스럽고, 쓸데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며, 시간을 지연시키는 부담스러운 역할과 과정으로 간주한다. 다들 괜찮다 한 대응 방식에 딴지를 건다 생각 한다.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해 실행을 지연시키는 반조직적인 자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공격 하기도 한다.

위기 시 급한 마음에 한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일사불란함에 목말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그러나 악마의 대변인을 그런 생각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 이유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의 오해와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VIP가 주로 챙겨야 한다. “이 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항상 악마의 대변인에게 묻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한다. 아무 문제 없다는 보고는 일단 경계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평소 악마의 대변인의 정확한 역할과 가치를 조직 내에 제대로 인식시켜 놓아야 위기 시 갈등이 적어진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체계가 낯설면 절대 활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에 의지해 해당 역할에 충실하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자칫 정치적 입장을 고려 하거나, VIP의 의중을 기반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거나,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면 안 된다. 자신의 부정적 질문에 대해 불평하거나 개인적으로 공격 해오는 주변인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자신의 조직 내 역할이라는 정확한 인식과 주변환경 조성에 평소 힘 써야 하는 이유다. 악마의 대변인 제도는 이렇게 시작, 유지, 활용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선진 기업에서는 하나의 공식 과정으로 일상화 시킨 곳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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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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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1편] 최고의 로펌을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는 그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법적 판결로 마무리된다. 미국의 전대통령이자 법학자인 오바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법정에 가기 전 정치로 많은 것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지만, 아직도 법적 해결은 최종적 해결 수단으로 상호 선호되고 있다.

단순 제품 하자나 그로 인해 입은 소비자 피해의 경우에도 그렇다. 유해성 논란으로 대규모 리콜을 할 때도 그렇다. 각종 환경 안전사고도 그렇고, 인사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그렇다. 당연히 이슈 원점인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서도 매번 법적 해결 단계를 피해 나가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사회적 이슈로 기업들이 많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로 인해 민감해진 규제기관들의 개입을 가장 위협적 환경변화로 꼽는다. 그래서 기업 위기에 있어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의 흐름 대신 이제는 ‘기승전검(檢)’이라는 신조어까지 돈다. 대부분 기업 위기가 발생 후 일정 기간 이후에는 검찰의 조사로 일단락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되겠다.

당연히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있어 위기 시 기업의 ‘법적 대응 역량’은 ‘여론 대응 역랑’과 함께 큰 축을 이루고, 점차 더욱 더 강화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예전 VIP의 검찰 조사에 대응하며 대응 역량을 키웠던 대형 그룹사들의 경험을 이제는 중견 중소기업들까지 이어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중견 및 중소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 구성원들이 좋은 로펌을 활용하는 것을 낯설어 하거나 그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 일단 대부분 경우 로펌의 비싼 비용 때문에 상담이나 수임 요청 자체를 주저한다. 위기 시 비싼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그들로 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무진은 위기 시 어떻게 로펌을 핸들링하고 함께 원팀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신 없어 한다.

일선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교훈 중 하나가 ‘대두된 위기에 전문성을 가진 좋은 로펌과 함께 하는 위기관리처럼 즐거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위기관리에 있어 ‘즐겁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 것 같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클라이언트가 만족스러운 위기관리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특정 위기 유형에 전문성을 가진 ‘좋은 로펌’이라 했다. 이를 절대로 ‘가장 큰 로펌’이라던가 ‘가장 수임료와 성공보수가 비싼 로펌’이라던가, ‘유력 전임이 수두룩한 로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심지어 개인 변호사라 해도 ‘좋은 변호사’라면 위기관리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이에 관해 위기관리를 위해 몇 가지 ‘좋은 포럼(변호사)’의 조건을 꼽아 본다.

첫째, 변호사들이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개인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일부 여론에 반감을 가지거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채 법적 논리와 해법에만 몰두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위기관리를 할 때는 함께 일하기 매우 힘들다. 여론 관리를 위한 균형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원팀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유사 위기 유형을 다양하게 많이 경험한 변호사들이 좋다. 같이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같이 검찰이나 법원 경력을 유사하게 쌓았다 하더라도 변호사 각각은 다르다. 실무 및 개업 후 얼마나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많이 다루어 보았는지 그래서 중요하다. 변호사니 모든 법에 익숙하겠지 하는 것은 착각이다. 유사 사례에 대한 법적 대응 경험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셋째, 의사결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변호사가 좋다. 정보 공유도 당연히 능통해야 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미팅에 들어와 자유롭게 질문 답변하고 창의적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변호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기업에게 큰 도움이다. 반면 폐쇄적이고, 문서만 바라보는 전형적 변호사들이 조인하는 경우에는 위기관리 진행에 있어 여러 장애와 맞닥뜨리게 된다.

넷째, 특히 홍보팀과 친하고 상호 서포트 받기 원하는 변호사가 좋다. 위기관리를 두 갈래로 나누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뉜다. 상황 관리의 경우 여러 분야가 있지만 법적 대응 관리 업무가 큰 축이다. 로펌이나 변호사들의 법적 상황 관리가 위기관리라는 자전거의 앞바퀴라 한다면, 홍보팀이 진행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그 뒷바퀴가 된다. 로펌이나 변호사가 앞바퀴만 열심히 끄는 역할을 반복하기 보다는 홍보팀과 가까이 협업하며 뒷바퀴가 더욱 잘 돌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가 완전하게 진행될 수 있다.

최고의 로펌을 찾으라는 조언은 이와 같은 좋은 로펌과 변호사들을 찾아 도움을 받으라는 의미다. 사내 위기관리팀 멤버로서 역할을 다하게 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홍보팀과 시종일관 합을 맞출 수 있는 체계를 꾸리라는 의미다. 그래야 위기관리 자전거가 속도를 내며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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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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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0편] 법은 여론에 후행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특히 기업이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위기를 관리할 때 기억해야 할 명언이 있다. ‘법은 여론에 후행(後行)한다’는 말이다. 보통 이렇게 어려운 표현보다 우리는 익숙하게 이런 표현도 쓴다. ‘(수사기관이) 여론의 눈치를 본다’ ‘(검찰이) 여론에 떠밀렸다’ ‘(법원이) 여론을 거스르지 못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이 ‘여론 관리’다. 한 때 ‘언론’이 곧 ‘여론’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 시 ‘언론’을 관리하기 위해 주로 분주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은 사실상 위기에 대한 소식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여러 채널들 중 하나로 그 역할이 축소되었다. 여러 온라인과 공중간 직접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인 역할 축소라 볼 수 있다. 이제는 기업이 예전처럼 ‘언론’ 관리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힘들게 되었다. ‘언론’이 모르는 사실도 공중은 알게 되는 환경이 되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도 ‘위기’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앞에서 말한 ‘법은 여론에 후행한다’이다. 심지어 이 원칙은 최근 더욱 더 극단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규제나 법 관련 기관들이 ‘언론에서 시끄러우니 수사를 시작 해야겠다’던가, ‘언론이 목소리를 줄이지 않으니 조사를 좀 더 강하게 지속해야 하겠다’ 판단 했었다면, 최근에는 이에 더해 실제 공중 여론까지 신경 쓰게 된 것이다.

‘온라인이 시끄러우니 우리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던가, ‘사람들이 많은 제보와 청원을 하는 마당에 우리가 가만히 있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내부 판단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각종 기관들이 예전 언론을 넘어 온라인상에서 발생되고 확산되는 공중의 의견까지 직접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 계기와 수준을 결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전 일부 기관에서는 기업에게 위기 시 ‘언론을 좀 잠재우려 노력하라’ 협조를 구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협조만으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로 깨닫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시간과 환경이 변해가면서 통제불가능한 영역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위기관리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 ‘언론’을 상대로 한 올드 한 방식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직접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새로운 방식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게 되었다.

위기에 대한 대응은 점점 더 신속함을 요구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시종에 있어 정확성은 예전보다 수 십에서 수 백배 더 중요한 핵심으로 떠올랐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보유 공유하고 있는 정보가 기업을 종종 압도하기 때문이다. 예전 ‘언론’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게임의 룰도 대부분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언론의 데드라인을 맞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다. 이제는 그러 이야기를 하는 위기관리 담당자는 없어졌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자세에 있어서도 그렇다. 예전에는 사과와 대응, 반박 등의 여러 입장 전략이 존재 했었다면, 최근에는 일단 상당 수준의 공감과 사과가 주를 이룬다. 예전 방식이 감정과 이성을 적절하게 배합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칵테일에 있어서 감정과 공감의 요소가 점차 극대화되고 있다. 단순하게 기업이 인간화되는 것을 넘어 기업이 그들과 같은 대화 상대가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기업은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위기관리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중 가장 큰 목적은 위기로 인해 발생된 부정적 여론을 성장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그 성장된 여론의 힘이 결국 법을 움직이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여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 해 법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함께 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눈 앞의 하찮은 여론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그리고 그 성장된 여론이 어떻게 법을 움직이게 될지. 전반적 로드 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단계별로 여론을 어떻게 상대하고 완화 소멸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나오게 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에 비해보면 위기 시 여론은 사실 호미 수준으로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하는 대상일 수 있다. 여론에 떠밀린 법이 움직이게 되면 그 때는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미리 살펴 초기에 여론에 부응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여론과 함께 화나 있는 법을 잘 피해 나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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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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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9편] 공감에 인색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와 관련 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큰 원칙 중 하나는 ‘공감’이다. ‘공감’이라 하면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의미다.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러나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그런 수준의 ‘공감’을 발휘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칫 법적 책임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공감에 무조건적 부담을 가지기도 한다. 왜 우리가 그런 반대 또는 부정적인 주장에 공감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나온다. 일부는 공감한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나약해지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우려와 걱정 그리고 이미지 때문에 기업은 스스로 공감하는 데 인색하게 된다. 때때로 어색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감이 필수라 하니 골치가 아파진다. 공감이라는 것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공감’은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의 공감은 그 위기를 바라보고 있는 더 다양한 주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아픈 사람이 있고, 그 주변에 그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기업 차원에서의 공감은 그 아픈 사람 본인과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그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픈 사람을 보고 ‘정말 많이 아프겠구나. 빨리 쾌차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한다면, 기업은 그와 같은 공감 정도를 해 보라는 이야기다. 기업이 그런 공감을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저 기업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야 그 후 진행되는 중요한 위기관리 메시지가 함께 공감 받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일단 상대방으로부터 공감 받아야 그 후 이해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상대를 이해시키려면 먼저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감 없이는 이해도 없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공감을 빼면, 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사람들로부터 이해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적이지 못한 것이다. 기업이 인간화 되어야 한다는 위기관리 원칙에 반해, 기업이 비인간적으로 비춰질 가능성까지 생기니 더 큰 문제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보면, 항상 맨 앞부분은 공감으로 채워진다. 충분한 공감 메시지를 담아 그 뒤에 있는 메시지들을 더 많이 이해시키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 있다. 사과를 하거나, 해명을 하거나, 심지어 반박을 할 때도 공히 공감을 나타내는 메시지는 앞장을 선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드립니다.’ 이 말은 기업 스스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공감을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엇보다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라는 말은 논란이 발생되어 그와 관련 한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한 국민들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고객 여러분들께 이번 문제로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 메시지 또한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고객과의 인간적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은 이내 ‘아! 이 기업이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궁금증을 보이게 된다. 그 이후 기업의 메시지가 적절하다면 많은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되고 이어 신뢰를 주게 된다.

반면, 앞에서 아무런 공감을 표현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OOO-OOOO번으로 연락하셔서 치료비를 받아가십시오’와 같은 투의 직접적이고 사무적인 로보트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공감에 인색한 기업은 인간적이지 못한 기업이다. 위기는 인간이 발생시키지만, 그 위기를 푸는 것도 인간이다. 기업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된다. 그 메시지를 듣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감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이를 전략적으로 노리는 노력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공감 전략이다. 공감에 대해 좀 더 익숙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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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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