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일정 기간 거의 모든 것들이 혼돈인 상태가 지속된다. 평시에는 대부분이 통제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예측가능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주변 상황은 느리며 안정적으로 느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이전의 모든 것들은 이내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평시에는 주간 연간 단위로 변화하던 주변 상황이 분과 시간 단위로 변화한다. 그에 따라 주변 여론은 더욱 더 널을 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온갖 루머와 비판들이 쏟아져 유통된다. 이 싸이클이 시시각각 출렁출렁 댄다.
이런 혼돈으로 가득 찬 상황과 여론을 상대 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들은 당연히 대부분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평정심을 찾기 란 매우 어렵고, 오히려 평정심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다루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팀)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다. 폭발적으로 변해가는 상황과 여론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분석 없이 우선 맞서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사과이건, 해명이건, 반박이건 그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위기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각성을 더해 간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혼돈 중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99%가 혼돈으로 보이더라도 그 중 1%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1%를 찾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확실성이 더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가 확실하다면, 그와 관련되어 있는 두세개의 확실성이 그에 연결되어진다.
변화하는 일부 상황과 일부 여론에만 주목 해 그 에만 몰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확실해 보이는 상황과 여론의 긴 흐름을 읽고 향후를 점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능성 하나 하나에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것도 위기관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들은 반대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여러 가능성에만 먼저 마음이 간다면, 그 위기관리는 점점 실패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증상이니 경계해야 한다. 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전에 확실한 것들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는 전형적인 흐름이 있다. 문제의 전조가 있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문제가 최초 상황과 여론에 반영되어지는 패턴이 있다. 확산되고, 새로운 상황과 여론이 발생되는 패턴도 존재한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주어진 상황과 패턴이 바뀌는 패턴도 거의 일정하다.
상황과 여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패턴도 대부분 유사하다. 새롭게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유형과 그들의 입장도 미리 예상가능한 범위 내다.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 경험해야 하는 여러 상황과 치러야 하는 대가도 정해져 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의 또는 상당히 확실한 부분들이다.
이런 확실한 부분들을 먼저 챙겨 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백본(backbone)을 구축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 백본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가능성에만 의존하는 불안감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든다. 소모적 논쟁이나 필요 없는 대비가 줄어든다. 혼돈은 차차 줄어들게 되고, 상황을 자사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우리가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진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환경에 있어 사실 그것이 핵심일 때가 많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불확실함에만 주목하고, 다양한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 수도 있겠죠? 저럴 수도 있겠죠? 이런 식의 논의와 우려는 위기관리에 있어 실제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대신 확실한 부분들을 최대한 정리 해서 백본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분석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것입니다. 저렇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이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 방식이 주가 되는 것이다. 혼돈속에 확실성을 최대한 찾아 내 그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역량은 평시 부단한 케이스 스터디와 이해관계자 분석 그리고 시뮬레이션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또한 평시 관심과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역량이 없는 기업들이 매번 일희일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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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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