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8편] 피해자는 왕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고객이 왕’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피해자는 왕’이라는 말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평소 고객은 항상 우선순위 상위를 차지하면서 기업 경영에 있어 하나의 좌표가 되고, 심지어 종교의 경지에까지 이를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고객은 자신이 진짜 왕이라도 된 것처럼 기업의 일선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일부 그런 과도한 왕놀음 현상이 있어도,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적극 관리한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는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은 꼭 고객이 입은 피해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활동과 관련 해 피해를 입은 어떤 이해관계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 물론 피해를 입은 고객은 당연히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항공사 기내에서 정원 초과로 하기를 요청받은 한 동양계 남성이 그를 거부하다가 공항 경비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이 유투브에 공개되었다.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목격자의 여러 증언에 온라인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이내 해당 항공사의 대표가 사과를 했지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섞여 있었고, 재차 여러 번 사과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항공사 주가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대표이사의 자리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피해를 입은 그 고객은 대형 소송을 언급하며 고급 변호사를 통해 압박을 해 왔다. 해당 항공사는 더 이상 사건이 확산되고, 소송에까지 이끌려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대형 합의금을 제시했고, 해당 사건은 이내 공중의 시각에서 사려져 버렸다.

늦었지만 그래도 후반에는 깔끔하게 처리된 케이스다. 여기에서 목격되는 개념이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이다. 위기 시 피해자는 왕이다. 평시 고객이 왕이라면, 위기 시 피해자는 황제다. 받들어 모셔야 하는 대상이고, 압도적으로 피해를 보상 해 불만을 신속히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해당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빌리지 않고, 피해 고객을 맞서 싸워야 하는 적, 회사를 성가시게 하는 귀찮은 존재, 의도적으로 주도 면밀하게 돈을 뜯어 내려는 진상과 같은 개념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건이 바로 그리 쉽게 사라져 갔을까?

결과적으로 그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선택한 것이 전략적이었다는 평가 반면에, 실제 자사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위와 같은 다른 생각과 개념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이 화를 내고, 기업이 울분을 가지고, 기업이 억울 해 하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경영진의 개인 감정들이 모여 의사결정에 반영되니 문제가 더 꼬인다. ‘절대로 합의는 안된다’ ‘이번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 사람은 악성이다’ 이런 내부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위기관리를 해친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한번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번에 이런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쩝니까? 우리가 또 그렇게 대형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가요? 이거 이렇게 하면 습관되거든요?” 참 흥미로운 생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영자는 해당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있어서는 안될 상당한 실수와 잘못을 저질러 일반 고객을 피해자로 만들었는데, 그런 과정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한 것이다. 다시 그런 피해자가 나오면 어쩔 겁니까? 이 이야기는 자사가 다시 그런 동일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와 다름이 없다.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심각한 각오가 부족한 것이다.

이번에 그렇게 엄청난 피해 보상의 위기를 경험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근본적 개선을 하는 것이 맞다. 이를 통해 다시는 그렇게 아까운(?)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내에 강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개념 위에서 모든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항상 피해 보상의 규모에만 주목을 하니 어렵다. 해당 피해자가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니 어렵다. 차라리 이미 발생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시간에, 어떻게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인지 토론하는 것이 더 이롭다.

이에 더해 적절한 초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면, 여론으로부터도 일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회적 압력이 한층 줄어든다. 이에 기반하면 피해자와의 합의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 받을 여지가 생긴다. 이런 전체적 위기관리 시각이 사내의 ‘아까운 감정’을 그나마 관리하는 실질적 방법이다. 그 후 다시는 이런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겠다. 이게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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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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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7편] 기관들과 협업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형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정부기관과 규제기관이 개입 하게 된다. 그들이 스스로 개입하고 싶어 개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형 위기를 둘러싸고 끓어 오르는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되는 경우들이 사실 더 많다 볼 수 있다.

정부규제기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주체들이다. 그들의 개입에 대해 왜 개입하는가? 이 정도가 개입 할 일인가? 아닌가? 등의 하소연은 기업측에서 위기 시 아무 필요 없는 논의 주제다. 그런 당위성을 이야기 할 시간에 미리 개입 가능성이 있는 정부규제기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더 낫다.

최근 들어서는 그런 정부규제기관의 이슈 및 여론 민감성이 극대화 되가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 정부규제기관은 특정 위기 발생 시 여론을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는 때가 되면 여론에 부응하려 애 쓴다. 일반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조치들을 반복 실행하며 자신만의 위기 개입을 가시화 시킨다. 이에 능하다.

일단 그들은 영리하고 경험이 많다. 기업은 몇 년에 한번 겪는 위기라 해도, 그들에게는 일년에도 여러 번 다뤄본 위기다. 당연히 해당 위기와 관련 한 기업의 움직임이나 대응방식을 손금 보듯 알고 있다. 가뜩이나 유사 위기 사례에 대해 벤치마킹도 하지 않는 아마추어(?) 기업들은 실제 비슷한 위기가 터지면, 경험 많은 프로 정부규제기관에게 그대로 속 모습을 드러내버리고 만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위기 시 나름 최선 다해 정부규제기관 대응에 만전을 기했다 생각한다. 로펌이나 전직 정부관계자들을 주변에 배치해 그들의 개입이나 조사를 방어하려 애쓴다. 그러나, 쓰나미 처럼 폭증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들어오는 정부규제기관을 막아낼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정부규제기관이 위기 시 기업에게 보이는 과도한 행위를 비판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퍼포먼스 처럼 펼쳐지는 압수수색이라던가, 무리하게 기업 VIP나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한다거나, 불만 직원이나 위기와 관련 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편을 들어 자신의 포지션을 강조하는 그런 행위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위기를 맞은 기업이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기업에서는 당연히 위기가 발생하면 여론이 좋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론이 좋지 않게 되면 정부규제기관이 개입 할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도 이해 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개입을 서로 다툰다는 것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사전적 대비와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성패에 좀 더 나은 영향을 준다.

위기를 맞은 기업은 언론을 끌어 안고, 언론의 지원을 받으려 노력해 보라 했다. 정부규제기관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시종을 아우르는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들에게 위법이나 탈법적 행위를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를 분석해서, 그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에 자사의 방향을 맞추는 노력을 기하라는 의미다.

그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들과 지속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 상황을 좀 더 낫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그런 조치들을 저희가 취하면 되겠습니까?’ ‘어느 수준에서 저희가 대응 하면 가장 이상적일까요?’와 같은 질문을 해 조언을 얻어내려 애써보자.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은 최종에는 결국 윈윈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중간에서 잘 전달 공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평시의 준비가 되겠다. 전체적으로 여론의 풍향 속에서, 언론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부규제기관과 협업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선진 기능과 경험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위기 시 정부규제기관을 겉모습 그대로 대적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막아내지?” “정부 개입을 법적으로 제동 걸 수는 없을까?” “법적으로 그럴 의무는 없으니, 정부요청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지…” “그 기관장을 만나 볼까? 더 위 선에다가 줄을 대 볼 수 있는 커넥션은?” 그래서 그들은 이런 논의를 주로 한다.

더 나은 대응을 하는 기업들은 정부규제기관에게 명분과 성과를 만들어 준다. 그에 따라 적절한 기업 대응으로 화답한다. 진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커버하되, 가시적 협업의 성과는 극대화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하이프로파일 시기와 로우프로파일 시기를 안다. 옛말에 이대도강(李代桃僵)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라는 뜻이다. 가시적으로는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실질적인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위기 시 정부규제기관과의 협업은 상호간 그러한 ‘이대도강’의 전략이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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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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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6편] 언론을 우군처럼 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되면 VIP를 비롯 해 많은 임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평소에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던 분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뉴스 케이블 방송의 깨알 같은 하단 자막까지 챙겨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홍보실에 여러 주문이나 질책을 쏟아낸다.

왜 이런 기사를 나가게 하는가? 질문하는 분도 있다. 홍보실이 기자나 언론사 데스크가 아닌데 홍보실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 왜 이런 기사를 빼지 않느냐 항의하는 분도 있다. 홍보실이 기사를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밭에서 무 빼듯 기사를 쑥쑥 뽑아 낼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다. 아마 알면서도 그러는 듯하다. 뭐 라도 하라는 말이겠다.

기업 홍보실은 원래 애사심 없이는 절대 일하지 못하는 부서다. 애사심이 없다면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기사를 관리하려 동분서주할 수가 없다. 일부 VIP와 임원들은 홍보실이 매일 기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기자들과 골프를 치고 하는 것이 홍보실 직원들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VIP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언론을 향해 제소나 소송이나 본때와 같은 표현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부정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본 때를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언론중재위 이야기가 나오고, 제소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민사 소송을 통해 언론사 데스크와 해당 기자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골탕 먹여야 한다는 의견도 튀어나온다. 홍보실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위기 시 기업이 언론을 적으로 대하면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언론의 창을 모두 부러뜨리고 당당하게 승리한 기업은 없다. 언론사 기자 수백명에게 모두 소송을 걸더라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만약 그 수백명에게 승소를 하더라도 그 때는 이미 회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게 문제다.

사람이 고치기 가장 어려운 감정이 바로 ‘싫어함’이다.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VIP가 “싫다” 하면 그 싫음을 극복해 문제가 처리되는 경우가 없다. 사과를 빨리 해야 한다는 조언에 VIP가 “싫다”하면 그걸로 사과는 물 건너 간다. 배상책을 압도적으로 내 놓아 이슈를 종결시키자는 조언이 있어도 VIP가 “싫다”는 반응이면 그걸로 끝이다. 더구나 VIP가 부정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향해 “나는 저 언론사와 기자들이 싫다” 반응하면 홍보실은 전략적 대응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 중 하나가 기업 경영진의 언론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평소 언론을 통해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위기 시라고 언론을 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관계라는 것을 그렇게 해쳐서는 기업 차원에서도 앞으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심 부정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에게 섭섭하고, 화도 나고, 흥분도 되겠지만, 경영진은 보다 전략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싫어’ 해서는 안된다.

위기 시 언론과 맞서 싸워 이겨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많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당연히 맞서 싸우라 조언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위기를 관리 할 수만 있다면, 언론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방법이라는 책도 나올 것이다. 위기 시 언론사 기자들을 파멸로 몰아 넣는 방법 이라는 요령서도 나오겠다. 하지만, 그런 책이나 요령서가 없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중에서 위기 시 언론과 맞서 싸우라, 그들에게 본 때를 보여 이기라 조언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언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언론관계에 대한 가치와 효율성을 아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언론을 전략적으로 다루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기 시 언론을 전략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평소 많은 기업들은 언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위기 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과 방법을 연구 훈련한다. 평소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해 도모와 훈련을 통해 위기 시 난장이 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모든 임원이 위기 시 언론 전문가가 되는 것을 경계해 보자는 것이다. 기사를 빼라 넣으라 한마디씩 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하자 하는 것이다.

위기는 기업의 상위 1%가 관리한다. 그 1%가 얼마나 전략적인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큰 성패의 방향이 갈린다. 위기 때 언론을 우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에 대해 평소 많은 생각을 해 놓아야 한다. 투자를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해야 한다. 언론을 끌어안고, 그들에게 지원을 받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없다. 비즈니스를 아는 경영자들이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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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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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5편] 일반공중과 맞서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시 기업이 적극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 해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상이 된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해당 위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또는 ‘영향력’이 있는 그룹이다. 그들이 대부분 적극적 적대로 돌아선다면, 위기관리에서는 백약이 무효 해진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측에서는 데미지 컨트롤이라 해서 피해만 최소화 해 생존하는 전략이 고안되기까지 한다. 장애가 생기더라도 죽지만 않고 살아 있으려는 생존 우선 전략 밖에 가능한 대응 전략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 이해관계자와 달리 일반공중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대상이다. 진작 이해관계자들은 침묵하고 별다른 부정적 태도를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공중이 먼저 공분을 조장하며 흥분하는 상황을 상정해 보자. 기업은 이 상황에서 일반공중과 맞서려는 본능을 발휘한다.

일반공중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일반공중의 의견에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이야기한다. 일반공중 중 문제를 확산시키는 몇몇을 찾아내려 애쓴다. 물론 그런 적극적 대응 방법이 일부 통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 댓글에 맞서 문제가 많은 댓글 게시자들을 리스트화 해 소송하며, 합의는 없다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 할 수 있겠다. 광풍이 몰아치는 온라인 현장에서는 그러한 충격요법이 문제 확산이나 모방을 단절시키는 대응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 기업 위기에서 기업이 익명의 수많은 일방공중과 맞서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거나 실효성 있는 대응은 아니다.

일방공중은 말 그대로 일반적 공중이다. 우선 익명성의 그늘 뒤에 숨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말과 감정을 드러낸다. 그들의 불평과 불만의 수 또한 그들의 머릿수가 아니다. 부정 여론을 일으키는 사람은 일반공중 속에 1%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1% 정도의 사람들이 99%의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반공중은 위기 시 기업이 마주해 다툴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위기 시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부정 여론을 갑자기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나 도시전설일 뿐이다.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다수 익명의 그들을 직접 면대면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며 싸우는 자처럼 어리석은 자가 없다. 일반공중이 딱 그런 상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잃을 것도 없다. 아니면 말고.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번 위기에 그리 열중하며 비판 하다가도, 다른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에 눈길을 돌린다. 기업이 위기대응을 해 문제를 해결하면, 이내 흥미를 잃는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에서 퍼지는 루머에 대해 기업 내 VIP가 개인적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반공중 사이에 도는 루머를 한방에 잠재우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VIP의 해명글로 인해 더욱 더 큰 주목과 추가 논란이 재생산된다면 그런 실행은 유효한 것이었을까? 그 외 다른 방식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더더욱 일반공중과 맞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근에는 각자가 온라인 상에서 마이크로 셀럽이 되었다 생각 하기 때문에, 낯선 셀럽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그들이 자신과 관련된 논란 시에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종종 올리는 ‘해명’ ‘반박’ 등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일반공중에게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기업처럼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런 해명이나 반박이 바이럴적 목적까지 뛸 정도이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르기도 민망하게 되었다. 실제 자신이 위기를 관리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식과 채널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일반공중과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맞서고 싶은 생각이 들수록 기업은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더 투자 해야 한다. 더 많은 관리 역량과 커뮤니케이션의 반복을 통해 핵심 이해관계자의 태도를 바꾸려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일반공중은 여론이라는 큰 관점에서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큰 바람이 북동풍인지 남서풍인지를 확인하는 나침반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런 방향성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집중하자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고 그 바람에 주먹을 날리거나, 발길질 해 보았자다. 그 바람에 중요한 건물이나 가로수나 조각상들이 날아가지 않게 단단히 잡아매고, 실내로 들이고, 그들을 케어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바람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것들 때문에 사람은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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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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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4편]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바를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평소 사업을 영위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적인 이해관계를 스스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시민 의식이라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경영 개념이 나온 기반이 그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적 이해관계자들은 고객, 직원, 언론, 정부, 시민단체,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오프라인 공중, 투자자, 거래처 등 각 기업 특성에 따라 그 수와 범위와 다양성에 많은 차이가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평소 자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각각의 특성을 잘 분석 해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좋다. 모든 위기에는 그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난다. 평소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던 이해관계가 아닌, 새롭고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이해관계가 생겨나 일부 또는 전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는 해당 상황이나 문제를 풀기 위한 직접적 상황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에 걸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이해관계자 관리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그 기반이다. 해당 위기로 손상, 변형, 악화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이해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이해관계자 관리가 되겠다.

예를 들어 최근과 같이 연이은 자동차 발화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게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그룹이 될까? 우선 발화사고를 경험한 고객이 최우선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모든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되고, 해당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적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위기관리 관점에서 부가적 이해관계자들이라면 해당 이슈를 다루는 정부와 수사기관, 국회,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일반 공중 등이 될 수 있다. 그에 더해 딜러사들과 본사 그리고 직원들도 내부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적으로 자동차에 화재로 인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 집중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고객’이다. 그 중 특히 화재 사고를 당한 고객들은 위기관리에서는 ‘원점’이라 불리며 가장 시급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원점에 대한 정확하고 사려 깊은 관리 없이는 위기는 절대 짧은 시간 내에 관리되어지지 않는다. 그 원점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후 대응을 고민해 신속 실시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원점관리의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혹시나 자신의 자동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주차장 진입까지 거부당하며 당황 해 하는 일반 고객에 대한 관리가 두 번째가 되겠다. 그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그들의 우려와 당황스러움을 해소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잠재 고객들에게는 어떤 관리가 필요할까? 자사의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 고객들의 마음 속을 이해해 보려 노력해야 한다. 이 위기와 관련 해 자사가 어떤 대응과 정책 그리고 원칙을 보여주어야 잠재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일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위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그들에 대한 관리의 우선 순위와 시급성이 정리될 수 있다. 그에 따라 관리 순위나 비중을 배분해 신속히 실행하는 팀워크는 그 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 시 그들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세세하게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주로 모니터링과 인터뷰, 소프트사운딩과 같은 다양한 방식과 채널을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한다.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언론이나 온라인 상에서 주장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 해 듣는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을 제대로 챙겨 위기 대응에 기반을 삼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자동차 화재 위기 케이스에서도 이런 전략은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사고를 입은 고객과 사고를 입을까 우려하는 많은 고객들, 그리고 아직도 자사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잠재 고객들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들어야 위기는 관리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따라 하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들어서 행하는’ 이런 간단한 위기관리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다른 내부적 이해관계가 간섭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이익 손실에 대한 우려, 실행 예산의 제한, 내부 정치적 갈등, 딜러사와의 사후 이슈, 법적인 고려 등에 의해 ‘들었지만 행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원칙은 원칙이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바대로 문제를 해결하면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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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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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9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3편] 사과를 더 조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 인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사과’라는 개념을 떼어 놓고는 기업 위기관리를 논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심지어 정부나 공기관을 포함한 거의 모든 조직 위기에 있어서 언론에서는 주로 ‘사과’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비판 또는 지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 개념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수 많은 방법론 중 하나일 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런 사과할 일을 미리 관리 해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더욱 올바른 것이다. 같거나 유사한 사과를 반복하는 것도 기업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된다는 생각이나,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위험하다.

이런 지적에도 기업들은 흔하고 쉽게 사과한다. 사과를 전략적 대응이라 생각하고 선택한다. 상황이 가라앉지 않으면 반복해 연이어 사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관심에 비해서 실제 사과의 실행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과가 다른 문제를 더해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생기니 말이다.

첫째, 사과에서는 사과의 주체가 중요하다 볼 수 있는데, 그 주체가 모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VIP가 만든 위기에 대해 법인이나 전직원이 사과 주체가 된다. 그 문제에 책임과 개선을 이야기해야 할 대표이사가 보이지 않는 대리 사과도 있다. 이를 적절하다 받아들일 수 있겠나? 사과의 주체가 모호할수록 사과의 공감대는 희미해 진다. 적절하지 않은 화자의 사과는 어리둥절 함만 키울 분 위기를 관리해주지는 못한다.

둘째, 사과에서 자사가 어떤 잘 못(사과의 주제)을 했는지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과 하면서 무조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길고 장황하고 디테일 하게 정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한 사과 받는 대상에게 자사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이고 개선을 위한 확신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셋째, 사과에는 항상 개선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 부분을 가장 어렵고 힘들어 한다. 실수를 용서해 달라는 이야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에는 결국 돈이 든다. 하다 못해 힘든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 부담을 피해 앞으로 잘 할 테니 그냥 지켜보라는 사과는 통할 리 없다.

넷째, 사과의 대상을 잘 못 정한다. 기업 위기에는 항상 그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를 입고, 슬프거나 화를 내거나 억울해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인 사과는 당연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맞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이 그들 이해관계자를 피해, 모아 놓은 기자들에게 사과한다. 온라인 홈페이지 상에서 사과한다. 전혀 관련 없는 이해관계자에게 쉬운 채널을 통해 사과하는 것이다. 간편하게 사과를 해 치우려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공분하는 이해관계자에게 좋게 받아들여 질리 만무하다.

다섯 번째, 개선을 약속하고 개선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시 유사한 사과를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사과문을 하도 자주 써서 사과문 작성하는 데에만 기술이 생긴 실무자까지 생겨났다. 언제까지 이런 비슷한 사과를 반복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문제의식도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지난 사과를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도 없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위기다.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과를 일단 제대로 해야 그 다음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해 서든 사과를 건너뛴 개선이나 면피를 구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과를 너무 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과해야 할 상황에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실패하는 사과를 하는 기업의 사과 특성은 일단 주체를 가능한 모호하게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대충 얼버무린다. 물론 깊은 책임 통감이나 개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플랜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과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자들을 모아 퍼포먼스 하며 전달한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얼마 후 또 이를 반복한다. 다시 그리고 다시 그 전철을 밟는다. 하지만 매번 그런 (불완전한) 사과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사과해도 위기는 잘 관리되지 않더라는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 한다.

결국, 더 이상은 위기 시 사과하지 않겠다 결심한다. 굴욕적 사과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되니 사과 그 자체는 아무 효과가 없다 간주하는 것이다. 이후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지속되는 그런 트라우마 기반의 고집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이런 최악의 사과 대응이 최악의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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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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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2편] 위기 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업무는 내부 우선순위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으로 부상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우선순위 부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서 ‘전략’ 개념만큼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신속함’이다. 세계 2차 대전 영웅인 미국의 조지 S. 패튼 장군은 “지금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괜찮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고 했다. 이 또한 우선순위와 신속함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내부를 현장에서 관찰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 ‘우선순위’ 개념이 그리 적절히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실무적으로 우선순위 기준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위기 상황 내내 그 기준이 가변적이라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 실행에 우선순위를 두는 인력이 대책회의에 장기간 들어가 있으면서 실제 하달된 실행에는 시간을 부족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일부 인력들은 실행에만 상당한 시간을 투여하는 반면, 대책회의의 참석을 통한 정보공유에는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위기 상황 분석이나 시나리오 예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경우, 문서 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하는 경우도 흔하다. 파워포인트나 워드 엑셀 등 문서 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한다. 문서작업에 시간을 너무 지체하다 보니, 보고 내용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부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해외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한다. 반면 쏟아지는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의 핸들링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본사와의 지난한 컨퍼런스콜이 위기관리에 있어 우선순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위기관리에서 또 하나 우선순위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번역이다. 해외 본사 의사결정권자들로부터 대응 의사결정을 받아 내기 위해 수 많은 상황자료와 대응 메시지들을 번역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로서 평시에는 당연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위기 시에는 조금 다른 프로세스 수립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경험하면 “시간이 부족하다” 이야기 한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싸운다는 것은 곧 선택과 집중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부족하고 대응이 자꾸 지체된다는 것은 현장에서 볼 때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 내부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행해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 일 수 있다.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를 누군가 그 시간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개념을 평시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응에 있어 시간표(timeline)을 설정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주요 핵심 대응 프로세스 각각에 시간적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러한 시간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위기의 유형이 각기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으로 몇시간 내에 최초 의사결정 한다는 규정을 일반화 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 상 삽입되는 대응 시간표는 항상 ‘(이 때까지는) 이 업무를 최대한 완성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위기가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골든타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모든 위기관리 업무는 기본적으로 ASAP(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가장 빨리) 개념위에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늦어도 언제까지는 필히 해야 한다 추가 데드라인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시간표다. 일단 그런 기준을 세웠다면, 비 현실적이라 지적하기 전에 그에 맞추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시간 기준을 맞출 수 있게 체계와 프로세스를 정비해 보는 것이 옳다.

대책회의 참석 인력과 실행 인력을 사전 분리 배정 훈련하고, 그 인력간 정보 공유 방식을 그 기준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위기 시 공유되는 문서 포맷을 보다 간편히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보고 공유되는 툴과 채널을 고안해 내는 것도 그런 사전 노력의 일환이다.

해외 본사와의 평시 협의와 규정 조정을 통해 위기 시 상호 논의 시간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효율화 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번역에 투입되는 시간을 고민해 현재보다 최소화 해 나가는 노력도 내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런 실무적인 세세한 평시 고민과 준비들이 위기 시 우선순위를 만든다. 모 영화 대사 처럼 “뭣이 중헌디?”와 관련된 고민은 평시에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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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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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1편] 끝까지 협업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군사용어에 총력전(總力戰)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총력전이란 ‘전쟁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가 가진 모든 분야의 총력을 기울여서 수행하는 전쟁’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개념에서도 이 총력전이라는 개념은 상당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총력전은 전체전쟁(全體戰爭, total war)이라고도 한다. 이 개념은 현대전에 있어 국가의 정치 ·경제 ·군사 ·사회 ·심리 등 각 분야의 힘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전쟁목적에 투입할 것이 요구되는 환경 때문에 생겨났다.

기업의 위기 시에도 점차 그 피해의 범위와 대상이 전 직원을 넘어, 직원 가족, 입사 지원 예정자, 투자 의향자, 잠재 고객, 공중 등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총력전을 통한 위기관리란 아주 중요한 개념이 돼 가고 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총력전이란, 모든 위기 대응 창구들과 자원 그리고 전략과 메시지의 통합적 통제를 전제로 한다. 예전 기업 위기관리가 위기관리팀(주요 의사결정권자 그룹)의 지휘 아래 일부 부서의 전투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위기관리팀을 중심으로 자사의 모든 가용 내외부 창구들(채널들)을 총동원 해 일사불란 하게 대응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력적 개념이 적용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식에 있어 몇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보인다. 일단 대형 위기임에도 위기관리팀 내 일부 부서만 밤을 새워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홍보실과 대관, 법무 등의 위기관리 핵심 부서들만 바쁘고, 힘이 든다. 다른 부서들은 대부분 회사의 위기와 상관없이 일상 생활과 업무를 진행한다.

위기대응 부서 외 기타 부서들이 현재 진행 중인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가 전혀 또는 충분히 없으니 문제가 된다. 자사 위기관리 전략 전반에 충돌되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업무 활동을 지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각 부서에 분산되어 있는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이 일원화되지 않는다. 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나 메시지 또한 일원화되지 않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을 외부에서 볼 때 무언가 내부 합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런 기업은 내부 부서간 사일로(silo)가 확실히 존재한다. 그와 더불어 위기대응 부서 이외 부서는 스스로 ‘위기관리는 우리 부서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당연히 통합이나 협업 그리고 통제나 일사불란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반감이나 부담을 가진다.

총력적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목격되는 또 다른 현상은 일선만 움직이는 현상이다. 극단적으로 위기관리팀이 VIP와 분리되어 있고, 위기관리팀은 일선의 실행팀과도 분리되어 있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된다.

이런 기업의 경우 총력전 개념이 무안하게도, VIP가 위기관리팀에 참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나 역할을 VIP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팀의 검토 및 결정사항을 VIP가 별도로 보고 받고 사적으로 피드백 한다. 이 경우 위기관리팀은 VIP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 보다는 다양하고 반복적, 소모적 리뷰만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선에서는 길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을 기다리기 힘들어 각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을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위기관리팀으로부터 최소한의 전략적 방향성도 공유 받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이나 애드립을 기반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된다. 이내 완전하게 의사결정 그룹과 실행 그룹은 따로 분리된다.

위기 시 총력전 차원에서의 협업이란, 횡적으로는 전부서적 협업을 의미한다. 종적으로는VIP와 위기관리팀 그리고 실행팀의 협업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VIP의 생각과 결심이다. 기업 내부 인력과 역량을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핵심 영향력자가 바로 VIP이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때 조직이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총력전 개념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 대부분 그 당시 VIP의 내부 가시성이나 협업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의미가 된다. 일단 모든 조직 구성원들은 협업을 부담 스러워 하고 번거로워 한다. 그냥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대로 무엇이든 해 버리는 것을 위기 시 더 선호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책임은 서로 피하려 하는 대신, 위기대응을 잘해 인정받기 원하는 부서도 생겨난다. 그 공을 다른 부서와 나누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일선에서는 힘들고 괴로운 장기간의 위기대응 업무를 피하기 마련이다. 대신 평소 맡겨진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라는 생각까지 한다. VIP는 이런 조직 구성원들의 본능과 현실을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그에 기반해 확실한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업을 통한 총력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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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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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0편] 훈련된 대변인에 의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 중 가장 ‘전략’에 대한 의미가 큰 영역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상당부분 ‘통제(control)’를 의미한다. 미시적 관점에서 다양한 통제(control) 요소들을 관리(management) 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성공이 가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큰 위기가 닥치면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언 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원 보이스(one voice) 전략이다. 그러나 이 조언을 말 그대로 받아들여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전직원이 정해진 메시지들을 일사불란하게 내외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인식하면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전혀 실행 불가능한 개념이라 서다.

임직원 십여명이 모여 합창을 하더라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해 사내 공유하는 실행도 현장에서는 무척 버겁다. 그런 와중에 그 메시지를 수천 수만명 직원들이 정해진 그대로 전달해 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선 전략으로 ‘창구 일원화’ 주문을 한다. 수천 수만명 임직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외부 창구를 정리하고, 그 창구만을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자 조언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해진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변인이란 그 정해진 창구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다. 당연히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식성을 안팎으로 인정받는다. 대변인에게는 사적 생각이나 메시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변인은 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말 그대로 ‘전달’하는 자다.

대변인의 임명은 기존 업무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 정리된다. 홍보실 임직원 중 한두명이 암묵적으로 그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자별 전문 대변인을 임명 해 훈련한다. 대관 업무, 대민 업무, 대소비자 업무, 대언론 업무, 대직원 업무, 대거래처 업무, 대노조 업무 등 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구 대변인은 어느 회사나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

회사의 대변인이 한 명이건 수 십 명이건 기본적으로 대변인은 훈련 받아야 하고, 해당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평시부터 지속적인 대이해관계자 경험을 쌓은 자여야 한다. 단순하게 사내 직급을 중심으로 훈련, 이해, 경험이 없는 자가 위기 시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실행이다. 누구든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자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여러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자사를 대표하니, 당연히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한다. 만약 대표이사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문적 훈련을 거치고, 완벽에 가깝게 연출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표이사라면 대변인이라 할 수 없으며, 급히 대변인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내가 대표인데 기자 질문에 답을 안 할 수 있나?’ ‘내가 대표인데 모른다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대표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해서야 되겠나?’ 등과 같은 생각을 일반 대표이사들은 종종 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대변인으로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해진 대변인이 아니라면 누구든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에도 답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통제(control)와 관리(management)의 개념을 기억하자.

대변인이기를 원하는 대표이사라면 먼저 훈련받아야 한다. 준비하지 않고 전문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결과는 백전백패다. 실패한 수 많은 대표이사들과 우스꽝스럽게 된 자신 관련 보도를 접한 VIP들이 반복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다. 함부로 이해관계자에게 나가고, 이를 피하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훈련을 생략하고 무조건 나서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 역할을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메시지 한두줄과 표현 한 두개로 위기 상황을 완화, 전환시키고 이해관계자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흔히 레토릭(수사학) 그 자체에만 주목하곤 하는데, 대변인에 의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철학과 전략의 수준에 기반 해 성패가 나뉜다 볼 수 있다.

훈련 받은 대변인은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공감 받을 수 없다. 철학적 기반 없는 메시지는 공허하다. 레토릭에만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부된다. 실행을 전제하지 않는 메시지는 이내 비판받는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사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메시지는 효과가 없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이 훈련 받은 대변인들에게는 기본이다. 기업이 대변인을 의지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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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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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9편] 위기 중에도 훈련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중에도 훈련하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시험 중에 공부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고. 전쟁 중에 훈련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물론 위기 발생 전 평시에 위기관리와 관련해 필요한 훈련을 해 놓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위기가 발생 해 모두가 정신이 없을 때 훈련을 하라니 그 의미가 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지켜 보면 준비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단 하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직원들이 대응하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케이스가 적지 않아 문제다. 그 때가서 왜 그걸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느냐 또는 당연히 그런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해도 아무 소용은 없다.

위기가 발생 해 여기 저기 임직원이 고생 하고, 야근에 정신 없이 대응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해도, 중요한 대응을 위한 훈련은 간단히 라도 미리 해 보고 대응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메어 쓰지는 못한다 했다. 한 두 시간의 준비와 훈련 시간이 없어 일단 대응하고 보자 해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대응 하는 임직원의 마음이다. 조급 초조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마음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준비와 훈련을 위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당장 대표이사가 기자들 앞에 나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게 되어 있더라도, 한 두 시간의 사전 훈련은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변인 역할의 홍보임원이 몇몇 언론과 인터뷰 해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받는다 해도 그렇다.

위기 시 문제 중심에 있는 원점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경우도 그렇다. 규제기관이나 몇몇 시민단체와 문제에 대해 논의 할 때에도 그런 준비와 훈련은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니, 상황이 위중하니, 정신이 없으니 하는 말은 사실 종종 핑계일 뿐이다. 누구든 어떤 주제든 준비하고 훈련하면 실행은 훨씬 나아진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실제 기업의 위기상황을 하나 하나 기억해 보자. 당시 실행했던 모든 대응이 지금 생각해도 잘 준비되어 제대로 진행되었다 평가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준비해 실행했더라면 좀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그러니까 평소 준비와 훈련과 경험이 참 중요하다 서로 이야기 한 적은 없었나?

위기 시 기업 대응 실수의 대부분은 이렇게 적절한 준비와 훈련을 건너 뛰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고 후 원점 이해관계자에게 조의를 표하러 우르르 몰려가 고개 숙인 모 기업 경영진들도 그랬다. 성난 유가족들의 당연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심지어 누가 그 중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유가족은 더욱 더 준비 없는 조문에 성을 내고 경영진을 공격했다. 쫓겨나온 경영진들은 다시는 유가족들과 대면하지 않겠다며 돌아섰다.

한 탐사보도에 대응하던 모 기업도 그랬다. 홍보 임원이 회사를 대표해 공식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정확히 해명 해야 하겠다는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홍보임원은 바쁜 일과 때문에 인터뷰 바로 직전까지 회의 중이었다. 실제 인터뷰가 시작되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예상 못했던 최악의 질문이 쏟아지고, 몰랐던 자료들이 눈 앞에 제시되니 이윽고 인터뷰를 포기했다. 다시는 탐사보도와 인터뷰 하지 않아야겠다 위에 보고했다.

리콜을 준비하면서 감독 하고 있는 모 기관에 들어가 설명하려던 기업 담당자가 있었다. 그 기관 공무원이 여러 자료를 요청하면서 질문을 했다. 시간이 없어 기초 서류 준비에만 급급했던 그 담당자는 제대로 된 답변 대신 ‘잘 부탁 드린다’는 말만 하고 뒤돌아 섰다. 요청 받은 추가 서류는 챙겨 보내겠다 하고 나왔다. 본사에 들어간 그 담당자는 일단 잘 부탁 드린다 인사하고 나왔다는 말만 보고 했다.

기억하자.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일단 ‘프로’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 대부분은 기업 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유사 위기를 접해보고 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은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경험이나 익숙함에 있어 열세를 보인다. ‘그냥 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을 기업이 가지는 한 해당 기업은 아마추어로만 남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평소 기업 스스로 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차선 책으로라도 위기 시 필요한 훈련을 진행해 담당 임직원에게 최소한의 경험이라도 준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실수나 문제를 덜 만들 수 있게 된다. 무한대로 조급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훈련이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하라. 위기관리 기본 원칙이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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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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