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과를 더 조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 인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사과’라는 개념을 떼어 놓고는 기업 위기관리를 논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심지어 정부나 공기관을 포함한 거의 모든 조직 위기에 있어서 언론에서는 주로 ‘사과’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비판 또는 지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 개념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수 많은 방법론 중 하나일 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런 사과할 일을 미리 관리 해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더욱 올바른 것이다. 같거나 유사한 사과를 반복하는 것도 기업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된다는 생각이나,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위험하다.

이런 지적에도 기업들은 흔하고 쉽게 사과한다. 사과를 전략적 대응이라 생각하고 선택한다. 상황이 가라앉지 않으면 반복해 연이어 사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관심에 비해서 실제 사과의 실행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과가 다른 문제를 더해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생기니 말이다.

첫째, 사과에서는 사과의 주체가 중요하다 볼 수 있는데, 그 주체가 모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VIP가 만든 위기에 대해 법인이나 전직원이 사과 주체가 된다. 그 문제에 책임과 개선을 이야기해야 할 대표이사가 보이지 않는 대리 사과도 있다. 이를 적절하다 받아들일 수 있겠나? 사과의 주체가 모호할수록 사과의 공감대는 희미해 진다. 적절하지 않은 화자의 사과는 어리둥절 함만 키울 분 위기를 관리해주지는 못한다.

둘째, 사과에서 자사가 어떤 잘 못(사과의 주제)을 했는지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과 하면서 무조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길고 장황하고 디테일 하게 정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한 사과 받는 대상에게 자사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이고 개선을 위한 확신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셋째, 사과에는 항상 개선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 부분을 가장 어렵고 힘들어 한다. 실수를 용서해 달라는 이야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에는 결국 돈이 든다. 하다 못해 힘든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 부담을 피해 앞으로 잘 할 테니 그냥 지켜보라는 사과는 통할 리 없다.

넷째, 사과의 대상을 잘 못 정한다. 기업 위기에는 항상 그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를 입고, 슬프거나 화를 내거나 억울해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인 사과는 당연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맞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이 그들 이해관계자를 피해, 모아 놓은 기자들에게 사과한다. 온라인 홈페이지 상에서 사과한다. 전혀 관련 없는 이해관계자에게 쉬운 채널을 통해 사과하는 것이다. 간편하게 사과를 해 치우려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공분하는 이해관계자에게 좋게 받아들여 질리 만무하다.

다섯 번째, 개선을 약속하고 개선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시 유사한 사과를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사과문을 하도 자주 써서 사과문 작성하는 데에만 기술이 생긴 실무자까지 생겨났다. 언제까지 이런 비슷한 사과를 반복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문제의식도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지난 사과를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도 없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위기다.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과를 일단 제대로 해야 그 다음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해 서든 사과를 건너뛴 개선이나 면피를 구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과를 너무 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과해야 할 상황에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실패하는 사과를 하는 기업의 사과 특성은 일단 주체를 가능한 모호하게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대충 얼버무린다. 물론 깊은 책임 통감이나 개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플랜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과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자들을 모아 퍼포먼스 하며 전달한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얼마 후 또 이를 반복한다. 다시 그리고 다시 그 전철을 밟는다. 하지만 매번 그런 (불완전한) 사과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사과해도 위기는 잘 관리되지 않더라는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 한다.

결국, 더 이상은 위기 시 사과하지 않겠다 결심한다. 굴욕적 사과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되니 사과 그 자체는 아무 효과가 없다 간주하는 것이다. 이후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지속되는 그런 트라우마 기반의 고집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이런 최악의 사과 대응이 최악의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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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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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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