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6편] 위기 때 예산 아끼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계산기를 두들기는 경영진이 있다. 위기 상황이 최악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입을 수 있는 재무적 피해를 미리 예상하기 위해 계산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계산기를 든 목적이 위기관리에 드는 비용을 단순히 아끼기 위함이라면 그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위기가 발생했다고 무턱대고 예산을 함부로 퍼부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알고, 그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 실행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그에 대한 예산은 필수적이라 생각해야 한다.

예산은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이 이야기는 예산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 이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가끔 전혀 예산에 대한 감이나 확보 없이 위기를 관리하겠다고 뛰어 다니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있는데, 그 자신들은 그런 실행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관리에 투입될 수 있는 위기관리 예산이 크고 풍부한 기업은 반대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쉬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 마케팅이고 영업이고 예산 지출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고, 그 기본적 기준과 전략이 없다면 풍부한 위기관리 예산도 제대로 된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어진다.

위기관리 관련 이야기에 이런 말이 있다. “맨 마지막에 해야 했던 실행을 초기에 선제적으로 했었다면 성공했을 위기관리 케이스가 많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위기관리 실행과 제안을 앞에 두고는 주저한다. 그에 드는 예산에 부담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선제적 압도적인 느낌을 줄여서라도 예산을 가능한 아끼며 위기관리를 하려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기업이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일간지 등에 사과광고를 할 때 겪게 되는 주저함이다. 매체 어디에서 어디까지 사과광고를 실어야 하는가 하는 토론이 장기간 이어진다. 홍보실에서는 대부분 전부가 아니면 전혀(all or nothing) 원칙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외 부서에서는 구독률이나 시청률 등의 기준을 가지고, 자사의 사과광고를 몇 개 유력 매체에만 게재하자 주장한다.

결국, 열띤 토론을 거쳐 일간지 일부에만 사과광고가 실리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사과광고에서 제외 된 여러 매체들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출입기자들간에도 위화감이 조성된다. 회사가 일부 언론만 언론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하는 비아냥이 흘러 나온다.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광고를 한 것이었는데, 위기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전형적 상황이 벌어진다. 해당 위기는 더욱 더 악화 되(어지)고, 새로운 관련 부정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장기간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그로 인한 여러 피해와 부작용들이 수 없이 늘어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고위 경영진들은 이내 다시 사과광고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을 낸다. 이전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 졌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사과광고를 한다. 이번에는 모든 매체들을 대상으로 공평한 사과광고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미 나빠진 분위기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회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도 모두 받았다.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의 상처만 더욱 크게 남아 버렸다.

나빠진 상황 때문에 추가적으로 소송 비용이 들어가게 생겼다. 이후 정부 규제기관들의 개입으로 그에 대응하기 위한 로펌 및 전문가 고용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홍보실에서 긴급하게 확보한 언론 및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사과광고를 두 번에 걸쳐 하면서 최초 예상보다 광고 예산 지출만도 두 배 이상 늘어나 버렸다. 소비자들의 원성 또한 극에 달해 최초 회사가 제안했던 보상보다 이후 규모가 훨씬 늘었다.

해당 기업에서는 사과광고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계산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잠깐 절약했던 예산 때문에 그의 수십에서 수 백배 위기관리 예산이 추가로 들었다. 피해는 그 이상 더 늘었다. 이런 위기관리가 실패한 위기관리며 아마추어의 위기관리다.

사과광고 예산이 아깝다면 사과해야 할 일을 평소에 만들지 않아야 한다.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을 아끼고 싶다면 평소부터 관계관리에 성실하고 꾸준했어야 한다. 로펌이나 주요 전문가들의 역량을 빌리는 예산이 너무 크다 느껴지면 평소 그 역량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했었어야 한다.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는 것과 같다. 숙제가 많다, 숙제가 어렵다, 시간이 없다는 불평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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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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