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5월 23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11] 위기 시 모든 정보는 항상 세 번 확인하라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위기 시 모든 정보는 항상 세 번 확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는 한 정보에 대해 최소한 3개의 소스를 통해 반복 확인해 봐야 한다. 평소 보고되는 내부 정보는 대부분 디자인된 것들이다. 위기 시 이런 정보를 단순히 신뢰하면 항상 제2, 제3의 문제를 초래한다. 직원들을 신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되는 정보를 단순히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시 모든 정보는 항상 세 번 확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CEO는 한 정보에 대해 최소한 세 개 소스를 통해 반복 확인해 보아야 한다. 평소 보고되는 내부 정보는 대부분 디자인 된 것들이다. 위기 시 이런 정보를 단순 신뢰하면 항상 제2, 3의 문제를 초래한다. 직원들을 신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되는 정보를 단순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에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 보도나 기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실리는 표현이 있다. ‘오락가락’ ‘말 바꾸기’ ‘거짓 해명’ ‘부실 해명과 같은 표현들로 부정확한 해명을 지적한다. 해당 기업내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시에는 정확한 사실로 확인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 당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스스로는 정확히 해명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과 다른 면들이 있었다며 속앓이를 하는 것이다.

CEO와 최고의사결정 임원들이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정보의 정확성이다.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입수하고 분석하고 공유해야 전략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누구보다 경험 많고 감이 좋은 위기관리 매니저들이라고 해도 부정확하거나 왜곡되어 있는 정보들을 놓고 이상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와 같이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상현상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내부 공유 정보를 단순 신뢰한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일상 공유되는 내부 정보는 대부분이 디자인되어 있는 정보로 간주된다. 보고하는 부서장의 의지와 방향에 따라 보고 정보들은 전략적으로 디자인되어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공유된다. 따라서 그 정확성에 있어서는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실제 사실과 다름이 일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위기 시 이 일부 다름이 전혀 다름으로 또는 해당 기업의 거짓말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에는 이 같은 평소의 습관을 잠시 미뤄놓고, 보고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크로스 체킹(cross checking)해야 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생산시설 안전 위기에 있어서도 CEO와 최고의사결정그룹은 일선의 여러 책임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교차 질문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간과 초기 대응 활동들에 대해 보고 받은 그대로를 단순 신뢰하면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현장에서 여러 책임을 지는 직원들에게 입체적 확인을 해야 한다. 사고 전 안전규정 준수 여부에 있어서도 특정 책임자에게만 보고 들어서는 곤란해 질 수 있다. 관계기관 보고 체계에 있어서도 현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들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일부 CEO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나의 직원들을 먼저 신뢰하지 못하면 누구를 신뢰할 수 있겠나?” 맞다. CEO는 직원들을 신뢰함으로서 더욱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조언하는 것은 위기 시 직원을 신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고 정보를 단순 신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위기 시 직원들은 거짓말하지 않아도 보고된 정보는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

내부에서 공유된 정보를 단순 신뢰하여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공식입장을 정리하는 기업들이 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선 업무 라인에서 단편적으로 보고된 내용들을 퍼즐링 해서 의사결정 하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본사에 있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일선의 부분 정보 보고를 듣고 경험에 의해 해석하고 입장을 정리하기도 한다. 위기는 이 시점부터 재앙이 돼 버린다.

정확한 시실 정보를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충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해당 정보를 가지고 좀더 나은 전략적 입장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보유 정보들을 가지고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게 된다. 흔히들 정보가 곧 힘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관리 성공을 바라는 CEO라면 위기 시 보고되는 모든 정보에 대해 각기 다른 세 개의 소스에게 동일하게 각각 확인 해 보자. 각 소스에서 모두 같은 정보를 정확하게 반복하면 일단 신뢰 가능하다. 하지만 이 또한 철석같이 믿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발생한 북한군 전방 귀순 사건 케이스를 보면 합참의장은 아래 참모에게 6번 반복해 확인했었고 참모는 6번 틀린 정보를 반복 보고 했었다. 이 또한 언론으로부터 오락가락판정을 받았다. 위기관리란 이래서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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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2013 Tagged with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10]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이 더 위험하다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이 더 위험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발생 시 누구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다. 두고 보자는 제안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단,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 계속 지켜보자고만 하는 임원들은 다른 이유가 있어 위험할 수 있다.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이 더 위험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발생 시 누구는 좀더 상황을 지켜 보자 한다. 두고 보자는 제안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 계속 지켜보자고 만 하는 임원들은 다른 이유가 있어 위험할 수 있다.

회사에 큰 위기가 발생하면 다르다. 누구나 이건 어마 어마한 위기라 정의(定義)내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해당 사건을 완전한 위기로 정의해 버리면 해당 회사는 빠져 나갈 구멍이 없는 셈이다. 당연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빨리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생산시설이 대형 폭발을 일으켜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치자. 이는 해석이나 정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신속히 상황을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지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유해물질 유출 같은 점진적이고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적 사건이 발생하면 나타난다. 이 상황이 회사에 큰 위기인가 아닌가에 대해 내부에서 해석과 정의 내리기 논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상황관리는 서둘러 진행 하지만 그 외 필요한 여러 대응들은 느려진다.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때를 놓치고 생략된다. 이후 운이 나빠 해당 상황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그 때부터 해당
회사는 이를 위기라 정의 내리고 때 놓친 대응을 성급히 시도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관점에서 보아도 위기 발생 시 기업 자체가 느린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해당 위기에 대한 해석과 정의 내리는 과정이 지체돼 느려 보이는 것이다. 위기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다. 위기라는 것이 발생 직후부터 분초를 다투면서 계속 진화(進化)하기에 더 골치 아프다. 파악할 수도 없고 걷잡을 수도 없는 위기에 많은 기업들이 당하는 셈이다.

위기 발생 직후 기업들 내부에는 두 가지 그룹들이 떠 오른다. 패닉에 빠져 있는 임원들이 한 그룹이고 일단 조금 두고 봅시다이야기하는 그룹이 다른 하나다. 초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충분한 상황 파악과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패닉에 빠져있는 그룹은 해당 위기와 직접 관련이 적은 부서들인 경우들이 많다. 해당 위기에 대해 자세한 정보나 경험이 없어 허둥대는 셈이다. 그래도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관리된다.

반면 일단 조금 두고 봅시다이야기하는 부서들은 해당 위기에 직접 관련이 있는 대응 부서들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대응을 위한 정확한 확인의 시간을 벌기 위해 실무그룹으로서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는 위기 발생 초기에 당연하게 필요한 신중한 접근이자 입장이다.

적정 시간이 흘러 상황 파악이 일정 수준 이상 완결되고, 내부적으로 대응 논의가 나오게 되면 그 후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들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향하는 CEO라면 이 시점에서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들의 주장이 실제 어떤 의미인지를 빨리해석해 내야 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 해석 과정에서 또 실기(失期)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CEO는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를 위기관리 주관과 유관 임원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정확한 시점에 대한 정의와 그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그들이 세운 기준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라도 정확한 시점에 대한 판단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좀더 두고 보자라는 주장은 상당부분이 무력감과 혼돈에 뿌리잡고 있다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징조다. 이때는 CEO의 경험적 감()과 회사의 철학에
기반한 원칙 중심의 위기관리 대응에 빨리 나서야 한다.

그들이 정확한 시점과 시점 판단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CEO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그 시점을 기다리라는 가이드를 주어야 한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지켜보기만 할 뿐 대응을 준비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다. 모든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체계다.

계속 조금만 더 지켜 보자고만 하는 임원은 문제다. 지켜보다 상황이 최악이 되면 그 때부터 대응을 준비하는 기업은 더 큰 문제다. CEO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이런 판단과 순서 정렬과 이에 소요되는 몇 시간 속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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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2013 Tagged with 0 Responses

최근 위기관리 케이스 비교_2013_유사점과 비유사점

최근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 가지 위기들에 대한 각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한장으로 통합 해 비교해 보았다. 세 위기관리 방식들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인사이트들을 공통적으로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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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기의 특성 : 3개사 모두 직원에 의해 발생된 위기 유형이다. 해외에서는 발생가능성은 높지만 위해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매뉴얼로만 대응하는 아주 초급적인 위기 유형이다.
  2. 조직의 유무죄 여부 : 3개 케이스 모두 해당 기업이나 조직에게 유죄를 물을 수는 없는 위기유형이었다. (남양의 경우에는 광범위 하게 위기의 원인을 감안할 수는 있지만, 위기를 촉발시킨 해프닝 자체에 한정)
  3. 입장정리 대응 소요 기간 : 3개 케이스 모두 최초 사건/논란 발생부터 최종 입장정리까지 대부분 일주일 가량이 소요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SNS 환경을 감안한 time management 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4. 대응 커뮤니케이션 방식: 3개 케이스 모두 여론의 부상을 따라가는 순차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정확한 입장을 가지고 단호하게 하이프로파일 해 단기전에 승리하는 해외 케이스들과는 달랐던 부분
  5. 개인과 조직 분리: 3개 케이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전략이었음에도 3개 케이스 모두 완전한 분리에 실패. 포스코에너지의 경우에는 최초 일부 행위 합리화 시도와 불필요한 시간 소요로, 남양유업은 초기 단호한 분리 시도를 했으나 고질적 이슈 연계 부상으로, 청와대의 경우 단호한 경질발표에도 불구하고 전 대변인의 반격으로 결국 완전한 분리에 공히 실패해 기업/조직과 함께 힘들었던 케이스들
  6. 윈칙 기반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간과 생략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폭행에 대한 회사의 원칙, 거래처 욕설에 대한 회사의 원칙, 성추행에 대한 조직의 원칙 등이 초기부터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었어야 개인과 조직을 분리 가능했는 데 이를 간과
  7. 케이스에 대한 SNS의 영향력 : 3개 케이스 공히 온라인 및 SNS 환경 이전에는 이슈화 되기 힘들었던 케이스들로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기업이나 조직의 의사결정그룹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환경이 되었다는 인사이트.
  8. 위기대응조직체계 : 포스코에너지 케이스가 다른 케이스와 달리 그룹과 계열사간 이원관리 실행 체계였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9. 케이스 특성 : 남양유업 케이스는 고질적 잠재 이슈적 성격을 기반으로 해 다른 두 케이스인 단발성 해프닝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10. 해당직원의 언론 플레이 유무 : 청와대 케이스의 경우에는 상당히 독특하게 문제의 직원이 언론플레이를 해 위기를 장기화하고 논란화 해 조직에 임팩트를 주는 특성을 보였다.  
* 이상의 분석 결과들은 추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될 예정임
5월 102013 Tagged with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9] 위기 때 홀로 보고하는 임원은 돌려보내라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위기 때 홀로 보고하는 임원은 돌려보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실 앞에 보고를 위한 임원들의 줄이 생겨난다. 이내 각자 자기만 아는 보고를 하고 사라진다. CEO는 해당 위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각 부문들은 서로 어떤 대응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문제가 생기는 시스템이다. 홀로 보고하는 임원들을 돌려보내 빨리 모두 한자리에 모아야 한다.
 
 
 

위기 때 홀로 보고하는 임원은 돌려 보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CEO실 앞에 보고를 위한 임원들의 줄이 생겨난다. 이내 각자 자기만 아는 보고를 하고 사라진다. CEO는 해당 위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각 부문들은 서로 어떤 대응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문제가 생기는 시스템이다. 홀로 보고하는 임원들을 돌려 보내 빨리 모두 한자리에 모아야 한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했다. 자칫 잘 못하면 고객 신뢰 상실은 물론, 제품 판매금지, 심지어는 CEO의 검찰 수사까지도 연결 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법무부문장과 대관업무팀장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분주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우선 CEO에 대한 검찰출두라도 막아 보려고 로펌도 선정하는 중이다.

홍보부문도 나름대로 해당 사실이 기사화 되는 부분에 극도로 민감하게 신경 쓰고 있다. 홍보팀 전원이 오프라인 언론은 물론 온라인을 뒤지면서 해당 사실을 다룬 기사들을 찾아 내고 있다. 기사를 쓴 기자들과 데스크들에 연락 하면서 머리를 굽실거린다.

마케팅 부문은 자체적으로 홈페이지에 띄울 해명문을 구상 중이다. 회사 SNS 채널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들을 공유해야 할지 여러 전략도 강구 중이다. 영업도 관련 제품들에 대한 처리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국 지점들을 독려중이다. 사내 중요 부문들이 하나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위기관리 활동들을 각자 진행 중인 것이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는 회사에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실 앞에 보고를 위한 긴 줄이 생기는 것이다. 초조한 듯 법무부문장이 CEO실 문 앞에서 대기 중이고, 그 뒤에 대관팀장이, 그리고 홍보이사가 보고를 위해 서있다. 한 명 한 명 CEO실을 노크하고 보고 출입을 연이어 한다. 연속적으로 상황을 각 부서별로 업데이트 하고, 자기 부서의 대응 활동들을 CEO에게 각자 보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전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사내에 유일하게 CEO 한 분 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CEO에게 보고를 마친 각 부문장들이 아는 것은 현재 자신들이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뿐이다.

법무부문장은 자신의 로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도, 바로 옆 홍보부문에서 어떻게 언론기사들의 앵글을 바꾸고 있는지는 실시간 공유 받지 못하고 있다. 홍보이사는 이번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가 로펌을 공유했는지 조차 모른다마케팅 이사는 홍보팀에서 이미 공식입장문을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홈페이지에 띄울 또 다른 버전의 해명문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결국 홍보팀에서 작성한 공식입장문과는 전혀 다른 논리와 표현이 담긴 해명문을 떡 하니 홈페이지에 걸어 놓고 만다. 영업은 본사 부문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거래처에게 영업직원들 각자가 애드립을 하면서 해명 하다가 다른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은 거래처 사람들에게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한 건물 속에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시스템. 가장 흔하고 가장 문제인 실패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물론 CEO에게 신속하게 각 부서가 보고 하고, CEO에게 모든 상황정보들이 집중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CEO가 인지하고 있는 모든 상황들은 통합적으로 모든 부문장들에게도 공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업해서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사일로(silo) 현상들과 비효율적인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CEO의 좀더 적극적인 원칙 실현이 중요하다. 홀로 들어와 위기 상황을 보고하는 임원이 있으면 돌려 보내자. 대신 나가서 다른 협업이 필요한 임원들과 함께 들어오라 지시하자. 위기관리 협업을 위해 함께 들어온 임원들에게 질문하자. 현재 각 부문들은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들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 부문들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고,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지 함께 한자리에서 공유하게 해야 한다.

다 함께 한자리에서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호 업데이트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 이런 집단의사결정 시스템이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위기관리의 핵심인 타이밍을 맞춘 실행을 가능하게 하고, 좀더 정확한 상황인식과 대응전략 도출에 도움이 된다. 통합적이고 협업을 기반으로 한 일사불란한 위기관리 실행은 물론이다. 홀로 들어오는 임원은 꼭 돌려 보내야 한다. 그들을 큰 회의실로 모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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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92013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는 ‘의지’에 대한 문제다

 
 
 
 
 

올해 들어서만도 굵직 굵직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이 많이 모니터링된다.

 

이번 남양유업 케이스만 해도 그 초기 이슈화는 이미 2009년 에 있었다. ==> 2006년으로 수정

 

우유강매 남양유업 대리점 손해 60% 배상책임

쿠키뉴스  2009.09.23 (수) 오후 5:17

 

 

[업데이트] 2005년 7월부터 2006년 4월까지 9개월간 남양유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대리점에 4678만원어치의 제품을 강매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밀어내기’ 남양유업, 알고보니 15년째…

서울신문, 2013.5.9]

 

이번 건과 같이 집단행동으로 가시화된 시기만 해도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경실련 “남양유업, 대리점 유기농우유 강매 중단하라”

뉴시스  2012.05.08 (화) 오후 1:13

 

남양유업 대리점에 강매·떡값 요구

경기신문  2012.05.09 (수) 오후 11:18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관련 논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을 한다. 그러나 기업 위기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있는가?”에서 시작한다.

 

기업들이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왜 없겠는가?라 반문 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없어 위기를 발생시키고, 위기로 부터 피해를 자초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양유업 케이스에서도 이런 ‘의지’의 문제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피해를 주장하는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본사 경영진들은 보지 못했을까?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밀어내기에 대한 이야기과 직원들의 떡값 수수에 대한 목소리를 본사 경영진은 요 며칠 동안 처음 들었던 것인가?

 

남양유업의 경우에도 그러한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직접 위기관리에 나설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경영진이 이를 보도하는 여러 언론의 보도와 기사들을 보고 읽지 않았을리 없다.

남양유업 강매 횡포”…대리점은 봉?

YTN TV  2013.01.30 (수) 오전 5:18

 

남양유업 ‘강매 횡포’ 공정위 고발”

YTN TV  2013.01.30 (수) 오전 5:18

보내기

 

 

기업의 경영진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위기를 관리해서 얻는 이익보다 관리하지 않아서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적 위기요소를 인지하면서도 이를 위기로 정의(define)하지 않고, 관리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면 위기요소를 위기로 정의하는 싯점은 언제인가? 경영진들이 위기를 관리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는 싯점은 언제인가?

 

가시적으로 자사에 위해가 가해지는 환경에 처했을 때다. 이번 케이스에서 보더라도 거래처들과 정부 규제기관을 포함해 대규모의 언론 주목과 온라인상에서의 비판, 주가하락, 판매하락, 회장관련 비판 및 주목 등의 ‘가시적 위해환경’이 조성되니 이를 ‘위기’로 정의하고 경영진이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대표의 사과문에서 언급된 상생기금이나 대리점주들에 대한 고소 취하등의 개선안은 이미 2009년정도에도 발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당시와 현재가 다른 것은 위해환경의 조성으로 경영진들의 위기관리 의지가 생겼다는 것 뿐이다.

 

올해 계속 발생하는 생산현장의 안전 위기도 그렇다. 임원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 케이스도 그렇다. 노조문건의 유출과 노조탄압 케이스도 그랬다. 수입 제품 가격 폭리 케이스도 그랬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 케이스들도 그랬다. 고객정보의 연이은 유출 케이스들을 보아도 그렇다. 제품 이상으로 인한 강제회수 케이스에서도 그랬다. 경영진의 위기관리 의지가 있었다면 대부분 방지 또는 완화 할 수 있는 위기들이다.

 

기업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분명하게 내부에서 보고되고 공유되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모르던 위기는 없다. 위기 발생 시 해당 위기를 몰랐던 것 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위기관리에 있어 전형적 딜레마인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 때문이다.

 

“해당 위기를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면 해당 기업 경영진들은 공중들에 의해 ‘악당’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하지만, “해당 위기를 알고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 경영진들은 공중들에 의해 그냥 ‘바보’로 인식되고 만다. 이 두개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인식되는 쪽을 택한다. 이 또한 ‘악당’으로 인식되어 지는 것 보다 위해가 덜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가 강한 기업이 선진적인 기업이고,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으면 의지를 생성하지 않는 기업보다는 훨씬 강한 기업이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사회적 이해관계자 파워가 점차 강해지는 이 시기에 많은 기업들에게는 위기관리 ‘기법’ 이전에 위기관리를 향한 ‘의지’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월 022013 Tagged with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8] ‘다운(down)’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 8
‘다운(down)’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것이 사라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 되던 것들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간단한 것조차 확인이 힘들다. 서로 잡음을 만들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도 불가능해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모여 앉아야 한다. 평소 준비한 별도 채널과 미디어를 운용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관리된다.

다운(down)’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것이 사라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 되던 것들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간단한 것 조차 확인이 힘들다. 서로 노이즈를 만들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도 불가능해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모여 앉아야 한다. 평소 준비한 별도 채널과 미디어를 운용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관리된다.

정말 큰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주요 채널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특히 소비자군이 다양하고 많은 기업들의 경우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우선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기존 핫라인이 대부분 불통을 경험하게 된다. 잘 가꾸어 오던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에 어마어마한 비판 댓글이 달리면서 통제 불가능한 마당이 되어 버린다.

기업 대표전화의 통화량이 급증하고, 홍보팀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의 전화에도 계속 벨이 울린다. 매장이나 공장 또는 지점들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그 여파가 여러 지역으로 번져 나가게 된다. 전략적 관리는커녕 유지도 힘들다.

내부적으로는 어떤가? 대표와 임원들간의 상황 파악이 힘들어진다. 팀장들이 각자 휴대전화 등을 통해 상황을 보고하려 하지만 상호 통화 성공 가능성은 뚝 떨어진다. 직원들의 일부는 상황관리를 지시하는 전화 통화와 내부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양면 통화만으로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가 된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다 함께 모여 앉아 다 함께 상황을 파악하고 빨리 의사결정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매뉴얼상의 가이드라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모든 채널이 다운되고, 모든 핵심 인력들이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실패를 거듭한다. 대표이사가 정확한 의사결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도 절대 여의치 않는 상황이 바로 위기다. 위기 발생시 언론에게 첫 번째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업 홍보실의 대부분은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홀딩 스테이트먼트 (상황파악 이전에 기본 입장만을 밝혀 시간을 버는 메시지)만으로 일정 기간을 버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평소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초기 대응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휴대폰이 없더라고, 정확하게는 휴대폰이 불통이 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인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하고, 무엇을 확인 해, 언제까지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채널을 통해 현 상황을 취합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고안하는 것도 좋다. 사내적으로 위기관리 포털을 위기 시 오픈 해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일선의 상황보고들을 한눈에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체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대부분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마주 앉는 것이다.

위기관리 체계상으로 사내 특정 회의실을 지정해 대형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여 앉을 통제센터 또는 위기관리센터(일명 워룸, war room)를 구축해 놓도록 하자. 각종 모니터링 장비를 구비하고, 내부 의사토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와 설비들을 갖추자. 기업 특성에 따라 해외 사업부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글로벌 화상회의 시스템도 필요하다. 각종 유선 커뮤니케이션 장비들 또한 특별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워룸만의 위기관리 핫라인이 사내적으로 공유되어 급한 상황보고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상황판이 적절한 형식으로 설치되어야 하고, 상황을 취합 기록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평소 지정되어 위기관리 위원회를 지원해야 한다.

예산적인 제약으로 회의실 하나를 사전 지정해 장비와 설비들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위기 발생 시 매뉴얼에 지정된 아이템들을 빠른 시간 내에 이전 설치하거나, 구입 설치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해볼 필요도 있다. 핫라인을 빠른 시간 내에 몇 배 이상 확충하는 방법론도 마련 해야 한다. 홈페이지 다운을 방지 또는 회복시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운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기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사라진다는 전제하에 극한의 준비를 하는 것이 실제 위기 시 빠르고 정확한 초기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가 된다. 실제 위기 발생 시 죽어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붙잡고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호간에 혼란을 극대화 하는 자체 혼돈의 시간을 가능한 없애야 한다. 기존의 것들이 위기 시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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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2013 Tagged with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7] 완벽 대비 장담하는 임원은 다시 보라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
 
완벽 대비 장담하는 임원은 다시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준비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정말 완벽히 준비됐다면 여러 구체적 질문들에 전사적인 답변들이 제대로 존재해야 한다. 기업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위해성이 강한 주요 위기들에는 한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들이 일사불란하게 함께 대응해야 한다. 이를 직접 확인해보자.

완벽 대비를 장담하는 임원은 다시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정말 완벽히 준비 되었다면 여러 구체적 질문들에 전사적인 답변들이 제대로 존재해야 한다. 기업에게 발생가능성이 높고, 위해성이 강한 주요 위기들에는 한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들이 일사불란하게 함께 대응 해야 한다. 이를 직접 확인해보자.

CEO가 위기에 민감해 임원들에게 자주 대비책을 질문한다. 임직원들 스스로도 위기요소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 한다. 중요 위기요소들에 대한 대비나 대응책들을 평소 마련 해 놓는다이런 기업문화는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기업문화다.

그러나 한가지 CEO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위기 대비에 있어서 모든 게 잘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위기에 민감해져 평소 대비 및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주요 임원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하나의 핵심 경쟁력으로 간주하게 된다. , 많은 임원들이 서로 완벽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 선의의 것이고 실제 완벽을 향한 경쟁이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위기요소들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들을 백화점식으로 세워 이를 자신과 자신 부서의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는 바람 직 하지 않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얕은 수준의 대비책을 여러 개 가지는 기업들을 오히려 취약하다고 평가한다.

위기요소를 진단할 때 그 기준은 발생가능성과 해당 위기의 위해성이 두 가지다.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아주 가시적인 위기를 뜻한다. 몇 주 내 닥쳐올 위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규제기관에서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들었다면 해당 위기의 발생가능성은 극대화 된다.

반면 위해성이란 실제 발생 시 해당 위기가 가져올 회사에 대한 부정적 임팩트를 의미한다매출의 급격 하락. 광고와 심지어 브랜드를 접어야 하는 상황. 소비자 소송으로 상당 금액이 법정비용과 배상비용으로 지출되는 상황. 회사의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이사회에서 CEO의 거취를 결정하는 상황 등과 같은 충격들이다. 이 임팩트들을 미리 예상해 보는 것이다.

CEO와 임직원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위기는 위와 같이 발생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위해성이 큰 위기들이다. 이에 대한 대비와 대응책들은 아주 완벽에 가깝고 심도 있게 잘 구조화 되어 있어야 한다. 심각한 위기 요소의 수는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 개를 넘지 못한다그리고 이러한 중요 위기에는 전사적 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 한두 부서의 관리 시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 대비와 대응책의 핵심이 있다.

한 임원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 OOO건 관련해서는 저희가 충분한 대비와 대응책들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해당 위기가 발생하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겠습니다.” CEO입장에서는 참 신뢰가 가고 믿음직한 이야기로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CEO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O상무님, OOO건의 경우 법무부서쪽 역할이 중심이 되는 건가요? 대관쪽이나 홍보쪽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가요? 어떤 부서가 중심이 되는 게 맞나요?” 같은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 부분을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그러한 질문과 함께 보고하는 임원 외에 위기관리에 참여할 다른 유관 부서장에게 해당 위기의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 질문도 해 봐야 한다. “O부문장, OOO건이 실제 발생하면 법무부문이 중심이 돼서 대응 한다 하는데, 여기에서 O부문장 부서의 역할은 주로 무엇이 될까요?” 이런 질문에 여러 임원들이 준비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명의 임원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있다고 이야기해도 다른 임원들은 그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문제다. 함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어느 한 명만 준비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전사적으로는 별반 의미가 없는 셈이다. 모든 임원들이 하나의 위기요소에 대해 모든 게 다 잘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해야 정상이다. 또한 준비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에 적절한 답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완벽하다 이야기하고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항상 재검증해 보자. 최근 고객정보유출관련 기업 위기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이 여러 부서들을 대상으로 평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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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2013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사기업이 정부부처 보다 위기관리를 더 잘 한다?

 

정부 고위공직자들과 정기적으로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토론을 하는 컨설턴트 입장에서 지난 몇 년간 사기업과 정부기관 또는 공기관의 위기관리 체계를 비교 분석 해 왔다.

 

이전 최초 국정홍보처 설립 시절부터 국정홍보 컨설팅 업무를 여러 해 진행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NSC 국가위기관리 체계 구축사업에 관여 했었던 경험으로 지난 15년간 사기업과 정부기관 및 공기관 위기관리 체계를 비교해 보면 아주 독특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사기업이 더 잘할꺼야?

 

일반적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기업이 정부부처 및 공기관들 보다 위기관리 체계가 더 잘 구성되어 있고, 실제 위기 발생 후에도 위기관리를 더 잘할 것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정부부처나 공기관은 매번 대형 위기 발생 및 관리 직후 세부적으로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받는다.

 

그 때마다 아주 정확하고 세세하게 대응 기록들이 제3자들에 의해 점검된다. 아주 구체적으로 몇 시 몇 분에 해당 위기를 최초 감지했는지, 몇 시 몇 분에 최초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 왜 그랬는지 누구에게 보고했고, 누가 명령했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청문을 받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재노출이 되고 프로세스 상 문제들과 사일로 오류들이 드러나고, 늑장대응과 리더십등이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난다. 한 마디로 정부부처와 공기관들은 대형 위기 시 결과적으로 보면 투명한 유리창 속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불투명한 위기관리 프로세스

 

반면 사기업들은 대형 위기 시 발생 이전과 이후 내내 아주 불투명하다.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그나마 단편적으로 해석해 기사화 할 뿐 전반적인 대응 프로세스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경험상 내부에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사내 위기관리 프로세스들이 존재 한다 .

 

그래서 해당 기업이 위기 발생 초기 24시간 동안 대체 무얼 한 건지 끝까지 오리무중이 될 수 밖에 없다. 최초 감지는 누가 했는지, 그 감지 내용이 상부 보고는 언제 되었고, 어떤 최초 대응과 어떤 의사결정들이 언제 내려 졌는지 사후에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이후에도 48시간동안 각 부서들은 뭘 하며 그 시간들을 허비했는지 아무도 모른 채 위기가 종료되고 만다.

 

정부기관은 저평가 vs. 사기업은 고평가

 

사기업내 위기관리 담당들은 정부기관의 ‘오리무중’ ‘오락가락’ ‘허둥지둥’ ‘수수방관’ ‘은폐시도’ ‘늑장대응’ ‘허위보고’ ‘왜곡보고’ ‘침묵’…등으로 비판 받는 위기관리 평가를 보고 정부부처나 공기관의 위기관리 체계가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보다 열등하다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양쪽을 볼 때 정부나 공공기관은 위기관리에 있어 실체보다 저평가 되고, 사기업들은 실체보다 고평가 되고 있다고 본다.

 

올해 만 해도 십여건 이상의 그룹사 계열 기업들이 대형 위기상황을 경험했고, 위기들을 여러 방식으로 관리했다. 그 케이스 대부분을 들여다보면 정부기관이나 공기관의 사후 분석처럼 ‘투명’하지는 않다. 외부에서는 왜 해당 기업이 최초 27시간을 잃어 버린 건지, 어떤 기업은 왜 그리 단순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지, 어떤 기업은 왜 쉬쉬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는지, 왜 며칠 전 감지된 위기를 수일간 묵혀만 놓고 있었는지 궁금해 해도…이에 대한 지적에 답변을 할 수 없는 것이 사기업이다.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한 장으로 나누어 지는 사건개요 및 대응일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기업들은 불투명한 프로세스속에 숨지 말자

 

위기가 발생한 뒤 내부적으로라도 투명해 졌으면 한다. 정치적인 민감한 입지들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사한 위기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백서 형식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분석이 있었으면 한다. 그에 대한 개선안과 프로세스 교정들이 있었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이 적극 진행되어 살아 움직이는 위기관리 체계에 욕심을 가졌으면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전직원이 단체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우리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자기합리화의 연속사슬을 그만 끊자. 투명하지 않은 위기관리 프로세스 속에 숨어 있지 말자는 거다.

 
4월 162013 Tagged with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5] 회사에 영향 미치는 그룹들을 잘 살펴보라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 5
회사에 영향 미치는 그룹들을 잘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주(Shareholder)의 시대에서 이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시대가 됐다. 기업이 얼마나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위기 시 정확히 평가된다. 평소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들은 위기 시 적이 아니라 우리를 도울 지원군이다.

우리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들을 잘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주(Shareholder)의 시대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시대가 되었다. 기업이 얼마나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위기 시 정확하게 평가된다. 평소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들은 우리를 안 되게 할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도울 사람들이다.

이해관계자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Stakeholder라 한다. 미국의 한 경영학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Shareholders(주주들)를 위해 존재했었다면, 이제는 Stakeholders(이해관계자들)를 위해 존재한다주장 했다. 그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생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기업이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 성공적인 성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각에 있어 혼동을 느낀다. 이해관계자들의 유형 중 가장 대표적 그룹인 언론, 정부 그리고 고객을 예로 들어 보자. 기업들이 언론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필자가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며 CEO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기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체 중 절반을 훨씬 넘는 CEO들이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태도를 표현한다.

이런 태도는 한국의 구태적 저널리즘이나 독특한 언론토양에만 기인 한 것은 아니다. CEO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 그들을 자사에게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평소 간주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왜 기자들은 항상 우리의 나쁜 점만을 물고 늘어질까?”하는 질문들이 우리 CEO들의 평소 시각을 나타내 준다. 언론은 원래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자들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라는 이해관계자는 어떤가? “왜 정부에서는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제한하려 안달인지 모르겠어. 자꾸
규제를 만들어 내잖아!” 이런 시각은 상당히 취약한 관점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임하는 CEO와 임직원들이 한계를 스스로 규정하는 발전적이지 못한 시각이다.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이나 영업적 관점에서 그나마 고객은 인식적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다. 고객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한다. 그들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우에 그들은 신이 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을 비판하는 고객은 어떤가? 매장에서 목소리를 키워 서비스를 비판하는 공격적 고객들은? 그들도 똑같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다.

기업이 자신을 둘러싼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평소 정확히 정의하고 올바르고 발전적인 이해관계자 시각을 가지고 있을수록 기업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위기관리 또한 더욱 쉬워진다. 반대로 부정적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들과의 갈등과 충돌은 잦아지고 심각해 진다. 위기관리는 도저히 못할 짓이 되고, 항상 실패하는 게임이 된다.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들이 보통 그렇다.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들이 그렇다. 그들 모두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거나 파악하지 않아 초기에 심각성과 긴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고통 받고 두려워하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평소 그들이 별로 탐탁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 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꺼려하는 것이다.

위기에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들 각각에 대한 이해관계자적 정의와 시각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우리 회사를 안 되게 하기 위해존재하는 그룹이 아니라는 전사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들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도 있다그래야 우리에게 특정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관점 이입과 그에 의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 시 기업은 그 위기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 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기업의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그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주는 그룹들이다. 해당 위기에 대하여 정확하게 언론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해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NGO들에게 성심껏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필요 시 고객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사의 위기관리 활동들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와 직원들부터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를 위한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고마운 존재들이고, 모두 존중해야 하는 대상들이다.

CEO가 먼저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일관되게 공유하자. 그들로 하여금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리스트화 해 나누어 관리하도록 지원 해 보자.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해 위기 발생 시 좀더 일사불란 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체계를 수립하도록 하자. 그들이 적이 아니라 지원군이 되도록 하는 첫 걸음이 바로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의 수립과 공유다. 지금이라도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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