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7월 102014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6편] 뉴욕타임즈 칼럼에 빨간펜을 든 월마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력 일간지에 실린 유명 칼럼리스트의 칼럼. 그 칼럼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로 채워졌고 게다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도 들어있다면?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자칫 반론이라도 제기하면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 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즈에 당당하게 빨간펜을 들이 댄 기업이 있었다. 월마트의 이야기다.

2014년 6월 19일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퓰리처상 수상자이며 뉴욕타임즈 고참기자 출신인 티모시 이간(Timothy Egan)의 정기 칼럼이 실렸다. 칼럼의 제목은 ‘The Corporate Daddy, Walmart, Starbucks, and the Fight Against Inequality (의역하자면: 가부장적 기업들, 월마트와 스타벅스 그리고 불평등과의 전쟁)’였다.

제목에서와 같이 칼럼리스트 이간은 미국에서 최근 일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정치적 논쟁을 다루면서, 박한 최저임금을 주는 대표적 회사들로 월마트와 스타벅스를 꼽았다. 이간은 이 글에서 “미국의 최대 고용주이며 세계 최대의 상장사이기도 한 월마트가 이 (최저임금) 문제의 큰 부분이며, 동시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마트의 수 천명 직원들이 비참한 급여로 인해서 푸드스탬프(Food Stamp: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나 메디케이드(Madicaid: 극빈층 의료비 지원 제도) 등 여러 생활보호 형식들을 찾아 다니고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비판 칼럼을 읽은 월마트는 다음날 자사의 블로그에 월마트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데이비드 토바(David Tovar) 명의로 포스팅을 올려 대응 했다. 포스팅의 제목은 “Fact Check: The New York Times ‘The Corporate Daddy””였다. 의역 하면 “사실 확인: 뉴욕타임즈의 칼럼 “가부장적 기업들”에 대하여”인 셈이었다. 월마트가 뉴욕타임즈의 칼럼에 감히(?) 반기를 든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술 더 뜬 월마트는 직접 빨간펜을 들었다. 칼럼에서 언급되는 월마트 관련 부정확한 사실이나 부정적 의견에 대해 하나 하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빨간펜으로 재편집된 수정본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수정본 상단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리포트를 평가 하 듯 “팀에게, 당신의 1차 초안을 공유 해 주어 감사합니다. 하단은 기고문에서 다루어진 부정확한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들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월마트(WMT)”라 써 놓았다.

500KB_월마트 corporate daddy

칼럼리스트의 칼럼에 대해 ‘1차 초안’이라고 부른 것이다. 기업이 유력지 칼럼리스트에게 쓰기에는 상당히 공격적인 표현이었다. 그 만큼 월마트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내용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셈이다. 이어 블로그에 해당 칼럼을 붙여 놓고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여러 수정사항들을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월마트에서는 월마트 직원들이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위해 음식을 기부 받고 있을 정도”라 주장한 이간의 칼럼 부분에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리고 “확실히 해드리면, 이 경우는 직원들이 불행한 일들을 당한 일부 직원들을 스스로 돕고자 마련한 이벤트였다” 해명했다. 이간이 “월마트의 정규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불”이라고 쓴 부분에 월마트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정규직 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 91불”이라고 교정 해 주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월마트의 공격적인 반격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즈 같은 유력지에 그런 대응을 해서 과연 좋을 것이 있을까?’라는 의견부터 ‘대응방식이 약간 무례해서 칼럼리스트가 오히려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최근 미국 정치권내에서 불어오는 최저임금 인상관련 논란에 월마트가 말려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민감한 이슈와 비판이 뉴욕타임즈를 넘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로 확산되어 정설로 공유되고 굳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미 인쇄되어 버린 종이신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온라인 상에서라도 자사의 입장과 팩트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마트의 블로그를 통한 빨간펜 전략은 그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뉴욕타임즈 칼럼을 읽은 사람들 보다 월마트 블로그의 빨간펜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이 더 많아 지게 되었다. 월마트의 이런 반격은 각종 언론에도 회자가 되었다.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은 더욱 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게 되었고, 여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식의 기업 대응이 유력 일간지들을 대상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의 보도나 칼럼들에 대해 반론의 창구를 꼭 해당 신문이나 방송에만 한정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팬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실들을 반론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나 방법론은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기업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과 부정확한 사실이 공유되는 상황이 있을 때 무조건 침묵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싸울 땐 싸울 줄 아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하단 이미지는 월마트의 실제 블로그 포스팅 이미지]

 

월마트 corporate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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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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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2014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4편] 위기에 맞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한 삼성



위기에 맞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한 삼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형 위기 일수록 이를 관리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억지로 꾸며진 자신감이 아니라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이는 곧 강력한 리더십의 책임 정신이 기반이다. 또한 일사불란 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상황관리의 정확성이 중심이다. 위부터 아래까지 내부에서 외부까지 철저히 위기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야 성공한다.

2007 83일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반도체 공장 외부에 설치된 변전소 배전반에 스파크가 발생해 K2 공장라인 6개가 중단된 것이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 스스로 손실액이 250∼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밝힐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의 질문은 곧 조직 구성원 전원이 속도감 있는 회복 노력에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전략적으로 빠른 회복과 이를 통한 사후 피해 최소화는 정전사태위기관리에 있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윤종용 부회장만 해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2시간만에 기흥으로 이동한 그는 복구 상황과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는 기흥의 반도체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라지시를 내렸다. 사고 직후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던 바와는 달리 빠른 상황관리가 마무리 되자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원했던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국내외 경쟁 업체들로부터 흘러나온 복구에 한 달여, 피해액은 수천억 원이라는 루머들을 잠재워 버렸다. 심지어 윤 부회장은 사고 다음날 휴가를 떠나버렸다. 전 라인이 정상가동 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였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이었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는 자신감을 내 외부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전략적 스턴트였다.

물론 윤 부회장이 멀리 떠난 것은 아니었다. 사고 발생 4일후 기흥을 찾아 한번 더 기존의 생산성 수준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기자들에게 했다. 전날 반도체 시설을 방문했던 언론 일부에서 제기한 생산성 회복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기자들이 기흥 시설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의 당시 황창규 사장은 작업복을 입고 기자들을 맞았다. 주요 거래처들에게 안심하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미 마친 황 사장이었다. 여러 우려들을 나타내는 기자들을 향 해 황사장은 실적으로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짧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기사화 해달라는 이야기 대신 나타낸 리더의 자신감이었다.

만약 회장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글쎄요, 상황이 아직 파악이 안되어 딱히 언제 회복 가능한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같은 속도감 없는 답변이 임원들로부터 나왔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부회장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속도도 달랐을 것이다. 자신감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상황파악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요원했을 것이다. 또한 부회장의 휴가 스턴트도 제대로 힘을 발휘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작업복을 입고 미소를 짓는 사장의 메시지를 기자들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기흥 라인의 사고는 분명히 단순하거나 운이 좋게 마무리 될 만큼 작은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더들의 빠른 자신감 커뮤니케이션은 내부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삼성이 현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구나하는 느낌과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3개월 후 황창규 사장은 기자들에게 약속했던 것과 같이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3분기 영업익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영업익 92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7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다시 한번 자신감을 과시했다. 위기관리의 완전한 성공과 마무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에도 삼성의 반도체 공장들에서는 크고 작은 유사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각 사고에서도 이 스피드자신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지속되고 있어 보인다. ‘리더가 정한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이 현실화 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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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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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2014 Tagged with , , , 0 Responses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잡지 ‘더피알’에 기고한 글입니다. ‘부실’이라는 평가 하나만으로도 개선의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재앙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또 인재라 부른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란 이름의 여객선이 침몰했다. 수많은 승객들이 허무하게 희생되었다. 여객선 침몰을 둘러싼 핵심 위기관리 주체들의 위기관리. 여지없이 대형 재난관리 체계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로 시작된 위기관리 그리고 큰 실패. 그 대표적 실패 요인 10가지를 꼽아본다.
1.선박회사의 안전규정 준수 부실
일단 위기발생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세월호를 운영하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최초 몇 명의 탑승객이 승선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못했다. 탑승객과 함께 실린 컨테이너와 차량들의 무게와 수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박 내 구명조끼는 충분하지 않았고, 배가 침몰할 위기에 사용할 선박 좌우편의 구명뗏목(구명벌)은 46개(25인승)나 달려있었지만 1~2개를 제외하곤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탑승직원들의 안전 조치 실행 수준들을 보면 평소 진행했다는 사고대비훈련 조차 그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2.선장의 오판과 커뮤니케이션 부실
차선책으로 사고 직후 커뮤니케이션만 정확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선박 탑승객들에게 선장과 직원들은 “선내에 머무르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침몰이 예상되면 취해야 하는 상식적인 승객들의 이동과 집합 조치들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선내에 머무르며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기다렸다. 하지만 승객들의 인명구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휘해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선박을 떠났다. 커뮤니케이션 없는 사고는 곧 재앙을 의미한다. 세월호가 재앙이 돼버린 순간이었다.
3.구조 지원을 위한 정부간 커뮤니케이션 부실
이전 천안함으로부터 배운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초기 출동을 통해 선박 위 흩어져 있던 승객들을 구조해 내는 상황관리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할 대형 구조장비들의 입체적 동원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비롯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해군, 전라남도 등이 모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일사불란한 지원과 동원을 위한 상호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은 지체되었다. 이때부터 흡사 운동회에서 바통 수백 개를 들고 뛰는 선수들의 규칙 없는 이어달리기를 연상케 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4.정부 통합 상황 브리핑의 부실
이런 혼란 속에서 당연히 창구 일원화는 불가능했다. 어떤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들이 각 참여 기관들에 의해 다루어졌다. 중복되는 숫자들이 나타났고, 오락가락 번복과 번복을 거듭했다. 각 부처가 각자 브리핑 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여기 저기에서 다른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은 창구 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처들을 비판했고, 부처 관계자들은 정보확인 이전에 계속 정정과 사과를 하며 시간을 허비 할 수 밖에 없었다.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들에 울고 웃었다.
5.피해가족 대상 커뮤니케이션의 부실
이번 사고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피해가족들에 대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도 초기부터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는 사고발생 직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었다’라는 루머를 그대로 유가족들에게 발표해 두 번째 상처를 주었다. 피해가족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상황과 정부의 구조 계획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적절한 정보와 업데이트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일원화 자체가 요원했으니 피해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관성 있게 자주 업데이트 될 수는 없었다. 전혀 불가능했다.
6.민관 구조 체계들의 협업 관리 부실
사고직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군 및 해경 그룹과 민간 구조 그룹들의 지휘체계 통합도 부실했다. 민간 잠수부들이 표류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민간 잠수부들을 구조하느냐 추가적 노력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선박 사고 지역 주변에 몰려들어 구조 현장 질서 관리가 어려울 정도였다. 수많은 현장인력들에게서 흘러나온 단편적인 소식들이 “카더라”가 되었고, 곧 여러 언론에 의해 기사화 되었다. 정부는 혼란스러워 했고,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흥분했다.
7.구조 체계 및 장비 개선 부실
전적으로 잠수부들의 인적 구조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천안함 구조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유효한 대형 최신 장비들의 등장은 없었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뻔한 상황이 펼쳐 졌다. 즉, 유속은 강했고, 날씨는 좋지 않았다. 물속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고, 수온은 차가웠다. 당연히 인적 구조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은 흘러 갔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최신 장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작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수상구조함도 구조 활동에 활용되지 못했다. 천안함 때의 교훈을 살려 1590억원을 들려 1년 7개월 전에 진수된 통영함은 아직도 시운전 중이었다.
8.대통령 및 지도급 인사들의 대응 부실
대통령도 초기부터 정확한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구명 조끼를 입었는데 어떻게 발견이 힘드냐”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방송되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군용선박을 이용해 피해가족보다 먼저 현장을 둘러 봤다.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이 무력해 보이는 지자체장들이 피해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일부 장관은 빈소에 들어가면서도 욕설을 들어야 했다. 피해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의전용 팔걸이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찍힌 장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대형 재해 시 리더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세하게 전략적이어야 하고 사려 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9.상황 관리 &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공조 부실
피해가족들은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길 원했다. 이는 위기 관리 주체인 정부가 일원화 된 창구를 구축하고, 신속 정확한 정보 입수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완전 관리할 수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 재해 재난 관리에 있어 가장 존중 받아야 하는 쪽은 ‘현장’이다. 현장에서의 유효한 조치들을 위해 모든 지원 역량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이상적 시스템이다. 현장에는 구조를 위한 인력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력들이 함께 협업 해야 한다. 현장 진행 활동들을 정확하게 확인 해 2선의 창구에게 지속 업데이트 해주는 인력들이 지정 파견되어야 한다. 즉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함께 현장에 있어야 한다. 오직 상황관리만이 위기관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10.통합정부차원에서의 루머 및 오보관리 부실
이번 사고에서 언론의 오보는 당연했다.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 한 정부 때문에 오보는 불가피 했다. 여러 언론들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 또한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짜깁기 된 루머들과 음모론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또 이에 대응 하는 정부의 체계였다. 각 부처별로 해명을 시도했다. 각자 루머에 대한 사실규명에도 허둥댔다. 통합된 루머 대응과 정보 관리는 아마 끝까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형 참사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행태는, ‘평소 무관심의 민낯’ 그대로였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평소 정부의 무관심을 감안한다면 이번은 너무나도 당연한 대응 방식과 체계였다. 천안함을 비롯 유사 위기들을 경험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그들의 무능함과 안이함은 경이롭다. 그렇게 아팠고, 슬퍼 울부짖었고, 곤란과 손해를 경험하며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 버리는 망각과 불감증의 우리들도 사실 이번 참사에 있어 일종의 조력범이 아닌가 한다. 우리 스스로도 다음에는 꼭 달라야 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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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92014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편] 공격 대신 공경을 행한 토요타 아키오 사장

 

공격 대신 공경을 행한 토요타 아키오 사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에는 경청(listening, 敬聽) 하라 한다. 평시도 물론이지만 위기 시에는 더더욱 이 경청이 큰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경청이란 남의 말을 공경(恭敬)하는 태도(態度)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시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존경심을 먼저 가지는 것이 경청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일본의 최대기업 토요타. 창업자의 증손자인 아키오 사장은 이해관계자들의 소리를 들었다. 공격 대신 그들을 공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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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월 초 토요타의아키오사장은 일본 나고야에 자리한 토요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는 당시 발표된 국제 리콜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아키오 사장은 토요타 가문의 4대 총수로 토요타를 창업 한 토요다 사키지의 증손자다. 문제는 기자회견에 그가 숙인 고개의 각도였다.

그는 세계 각국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전세계 고객들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제작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품질관리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 언론에서는 엉뚱한 것에 시비를 걸었다.

미국의 LA타임즈는 이 기자회견을 평하면서 “‘의례적 인사(ritualistic bow)’에 불과했다. 일본 예절에선 사죄할 때 90도 각도로 허리를 깊이 숙여 길게 절하지만 토요타 사장은 그저 짧고 의례적인 인사에 그쳐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고 지적했다. 토요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당황스러운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언론에서는 아키오 사장이 숙인 고개의 각도를 각도기로 재 ‘40로 표시하기 까지 했다. 형편 없는 각도라는 뜻이었다.

AP통신은 토요타 사장은 일본식으로 절했지만 그의 전임자를 포함한 다른 경영자들이 사죄할 때 하듯이 깊은 절은 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영국의 더타임즈는 동양 예절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며 토요타 사장의 절은 참회를 의미하는 깊고 긴 절에 상반되는 짧고 형식적인 절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 아키오 사장과 토요타 전체의 진정성 까지를 의심하게 하는 지독한 비난이었다.

보통 이런 언론의 삐딱함에는 대부분 기업들은 무시로 대응하거나 해명하면서 정면 돌파하고자 하는전략을 강구하게 마련이다. 내부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기사로 쓰는 기자들의 자질이 문제다라던가  그런 수준 이하의 의도적 비난에 대해서는 댓구 할 가치도 없다며 화를 내는 임원들이 넘쳐나게 된다.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실에서도 VIP의 진정성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너무 하는 것 아니냐 항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좀 달랐다. 4일 후 중국 북경에서 열린 동일한 취지의 기자간담회. 그는 다시 한번 사과와 개선의 메시지들을 던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고개는 거의 책상에 닿을만한 각도로 숙여졌다. 이후 언론은 이전과 같이 각도를 재어 ‘60로 머리를 숙였다 칭찬(?)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누가 아키오 사장에게 머리를 더 숙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이라도 한 것일까?

이런 아주 작지만 큰 변화에는 아키오 사장의 경청철학이 기반이 되어 있다 보는 해석이 많다. 자신을 비롯한 자신의 회사를 비웃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불평을 존경심을 가지고 듣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언론사들의 억지스러운 비아냥을 공격으로 받아 치는 대신 공경을 바탕으로 수용했다. 위기 시에 자신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경심을 표하며 경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억울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원통하기도 하고, 한두 번이지 계속되는 의도적 비난에는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아키오 사장은 달랐다. 경청하고 그래? 그러면 내가 머리를 조금 더 숙여서 진정성을 다시 한번 보여줄 필요가 있겠군알았어하는 전략적 결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계속되는 기자회견과 청문회 그리고 딜러들과 고객들을 향한 장소에서 그는 더욱 진정성 있게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이전 언론들은 더 이상 그의 진정성에 대해 논하지 못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날아와 희한하게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비는 세계적 기업의 총수에게 또 다른 비난은 불가능했다.

경청. 이 또한 리더의 결심이자 철학의 반영이다. 위기 시 리더 스스로 경청을 외치고, 아래 임직원 모두가 우선 경청하고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하자는 개념만 형성된다면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은 부쩍 줄어든다. 위기 시 홍보실을 통해 진행하는 모니터링이 우리를 누가 욕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목적인지는 리더의 경청 마인드에 따라 갈린다. 성패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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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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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2014 Tagged with , 0 Responses

[Free-Book] CEO를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이 글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 정용민 대표가 2013년 1월부터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정용민의 위기타파’ 기고문들을 모아 정리한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총 50편을 한꺼번에 모아 놓았습니다.

 

CEO를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_Total_정용민_목차본

2014. 3. 1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3월 082014 Tagged with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50] 시스템을 갖춰 위기를 이겨내자!

CEO를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총 50편 중 마지막 기고문이었습니다.

시스템을 갖춰 위기를 이겨내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이를 인재(人災)라 한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라고도 한다. 이미 예견돼 있던 것이라 지적한다. 최초 위기를 숨기려 했다 비판한다. 대응이 형편없이 늦었다 비웃는다. 이해관계자들의 원통함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화를 낸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라며 칼날을 간다. 이 속에서도 기업들은 진화하지 않으니 문제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이 또 위기관리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 업무에 매달린다. 평소에는 회사에 출근하시지도 않던 회장님께서 자주 보이시고, CEO를 비롯해 많은 임원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대응책들을 마련하게 된다. 부서간 전화와 보고의 횟수와 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심지어는 상호간 휴대전화 연결에 충돌이 일어나 불통 사태까지 발생할 때도 있다.

일선에서도 수십에서 수백 명의 직원들과 외부관계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이루곤 한다. 누가 우리측이고 누가 이해관계자측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들을 관리한다. 이 틈새에 기자들도 사람들과 엉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 당장 온 오프라인에 우리 회사가 악당같은 회사로 묘사돼버리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서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끄럽고 어지러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 이것이 위기의 특성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혼돈(Chaos)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혼돈을 관리하려 만들어 놓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한마디로 누가(who)’를 정하는 작업이다이런 위기상황은 누가 관리 책임을 질 것인가? 책임을 받은 지정된 부서나 개인은 어떤 활동들을 통해 위기관리에 임할 것인가를 미리 고안해 공유하고 그에 익숙함을 더하는 준비들을 말한다. 준비라는 말의 뜻은 미리 마련하여 갖춤이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미리 바라보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의 첫 걸음이다.

가시적으로 어떤 위기가 다가올 것인가를 예측이나 감지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우리 사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시스템 속으로 끌어 들여 활용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 다음이다. 각 실무 부서들과 임직원들은 절대로 책임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설 수 있는 주체들이 아니다. 일부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기업에서는 몇몇 개인의 개인기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곤 하는데 그렇게 관리되는 위기는 사실 정확한 의미로서의 위기는 아닌 셈이다. 위기는 어느 한두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서는 큰 문제를 의미한다.

회사를 구성하는 핵심적 기능들 하나 하나를 꼽아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면 명실상부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 후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문서와 챠트 등으로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림 속의 시스템을 밖으로 실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노력들이 그런 것들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원하는 CEO들을 위하여 지금까지 50번에 걸친 핵심적 조언들을 이어왔다. 이 칼럼을 계속 접해본 CEO라면 반복되는 단어들에 이미 익숙해 졌을 것이다. ‘평소’ ‘관심’ ‘질문’ ‘확인’ ‘커뮤니케이션’ ‘점검’ ‘역할과 책임’ ‘준비’ ‘공감’ ‘이해관계자’ ‘프로세스’ ‘모니터링’ ‘크로스 체킹’ ‘리스닝’ ‘워룸’ ‘의사결정’ ‘ASAP’ ‘역량’ ‘시간관리’ ‘리더십’ ‘훈련과 시뮬레이션’ ‘전문가 활용’ ‘예산’ ‘감사등등. 이 모든 것이 바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지금부터라도 회사 내에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CEO가 되자. 임직원들로 하여금 뚜렷하고 정확한 위기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그들에게 만약에?’라는 화두를 던져 스스로 체계를 찾고 만들게 하자. 시험해보고 반복해 보자. 정말 우리가 취약성을 극복했는지 확인해 보자. 그 결과를 가지고 모든 임직원들을 치하하자.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더욱 더 강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자.

성공하는 CEO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 리더십을 빌어 지난 1년간 반복적으로 강조된 상기 위기관리 조언들을 기억하고 지금 바로 실천하자여러 성공한 CEO들로 인해 부디 위기 없는 회사들과 한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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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2014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7] 위기 후 섣불리 나서지 말자

 

위기 후 섣불리 나서지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큰 위기를 겪은 기업 내부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언제까지 조용히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야 하지? 이제는 좀 잠잠해지지 않았나?” 이에 대한 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략적인 기반 하에 내려져야 하는 아주 민감한 주제다. 핵심은 자칫 섣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의 불씨를 되살리면 절대 안 된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언론에서 연속 3일 이상 지속 보도를 하는 기업 위기는 대형위기로 분류 될 수 있다. 그 만큼 기업 위기들은 여론 속에서 그 지속력이 짧아져 가고 있다. 일부 위기의 경우 대형이라도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이 특별히 여론을 자극하는 비상식적 대응만 하지 않으면 며칠 내 사라져 버리는 자연치유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여론의 습성을 활용하여 초기 대응에 집중하면서 여론과 공감하는 전략과 매뉴얼에 기반한 일사불란함을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일단 위기가 관리되었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건 위기 이후 기업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불 같이 일어 났던 엄청난 사회적 관심과 비판들이 대부분 사그라지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성들도 눈에 띄게 줄어 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간 며칠에서 몇 주간 모든 비즈니스 활동들은 멈추어 있었다. 이전 계획되었던 마케팅 활동들과 각종 프로모션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 때문에 계속 연기되고만 있다. 매일 울려대던 TV광고도 일정 기간 동안 중지하고 있다. 일선 업무들은 점차 정상화 되어가는데 여러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은 과연 언제 재개 해야 하는지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론이나 획일적 잣대가 있을 수 없다. 기업 위기는 각 유형별로 상황 별로 천차만별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이를 놓고 위기 종결 이후 O주 이 후에는 기존의 여러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을 개시하라는 획일적 주문은 있을 수 없다. 가능한 것은 기업 위기 이후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 지난 위기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상기 수준과 평가들을 입체적으로 분석 해 보는 것뿐이다.

만약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지난 위기에 대해 부정적 상기와 평가들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는 이전과 같은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을 재개할 적절한 타이밍은 아닌 것이다. 이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이 어떤 방향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가능한 지속 트레킹하면서 재개를 위한 때를 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좀처럼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후 위기관리 측면에서 좀더 발전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진해야 할 수도 있다. 위기 종결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이해관계자들의 머릿속에서 소멸될 때를 기다리는 전략도 있지만, 해당 기업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상기와 평가를 최대한 신속히 중립화 하는 개입 전략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와 같은 광고와 프로모션보다는 좀더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전략적인 어프로치의 홍보 및 광고나 색다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의 최고위 리더십의 결심과 개선의지를 재강조할 수도 있겠다.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듯 광고 캠페인을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접근하여 새롭고 긍정적인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기도 한다. 그 방식이나 접근이 어떠한 것이든 기업 차원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위기를 종결하고 평가에 있어 중립화하는 시도들은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후 위기관리 활동들에 있어 조금이라도 섣부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섣부름이란 ‘(때가) 덜 무르익음’, 너무 빠름’, ‘배려나 사려 깊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런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얼마나 여론에 대한 전문적 시각을 보유하고 분석을 하고 있었는지 그 수준과 관련이 있다. 또한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정상적인 사회성보유 여부와도 관련된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려는 CEO들은 위기 이후에도 끝까지 여론에 대한 케어와 관리(management)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섣부름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최선을 다해 성공적 결과를 얻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좋은 결과는 사후 정상화의 시점을 부쩍 앞 당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기 발생 시부터 시종 위기관리 자체에 성공하자는 굳은 의지를 갖자. 그리고 끝까지 여론을 바라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자. 섣부름이란 이 전제들이 부실 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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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4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5] 평소 훈련으로 인한 땀들이 곧 위기관리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5]

 

평소 훈련으로 인한 땀들이 곧 위기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뻔히 인지되는 위기인데도 기업들은 미리 준비해 훈련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만 그런 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실제 사전 대응은 없다. 가이드라인도 세우지 않고 방치한다. 최근 발생하는 위기의 많은 부분은 평소 고민 없음으로 인한 것들이다. CEO가 직원들과 함께 대비하고 함께 훈련 해보라. 그 과정이 곧 위기관리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위기는 조만간 우리도 경험할 수 있다. 몇 년 전 골치 아팠던 위기는 다시 돌아와 우리를 새롭게 골치 아프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에게 발생하는 위기에 있어 역사상 처음 발생하는 위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수없이 많이 또는 흔할 정도로 여기저기 발생했던 위기들이다. 왜 이렇게 동일한 위기들이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발생할까?

기업이 준비하고 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생명체의 기본적 본능인 생존과 성장에 반하는 독특한 본능이다위험이 다가오면 일단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생존을 위한 대응을 하기 마련인데 기업에게는 이 본능적 일사불란함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셈이다. 내부적으로 공통된 민감성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다. 때로는 조직의 몸통이 위기감을 느껴도 조직의 머리가 그 감각을 고통이나 두려움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문제가 어떻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원들은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 평소 발생을 전제하여 이에 기반한 훈련을 공유해야 한다. 조직이 민감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로 인해 위기감을 공유하지 못한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일단 훈련을 통해 민감성을 키우고, 위기감을 공유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훈련은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위기관리 체계를 완성했다 자랑하고 보도자료를 낸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해당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반복적 훈련이 핵심이다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쳐보거나 암기하는 직원들의 수는 극소수다. 하지만,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직원들은 수백에서 수천이 다. 이들에게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생각 해 보자.

훈련이 반복되지 않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냥 공식문서일 뿐이다. 수백에서 수천 본에 이르는 실무 가이드라인들 중 하나다. 공유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는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 반복적 훈련으로 공유되고 기억되는 실행 중심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제 위기 발생 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CEO들이 기자들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한다. 앞으로 개선하여 재발을 방지하겠다 약속을 한다이런 기업적 의례(ritual)들이 이제는 거의 일반화 되어 있어 심지어 이 자체를 위기관리로 혼동하기도 한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만약 그 CEO들이 해당 위기를 미리 예상하여 대응하는 훈련에 참가해 보았다면, 해당 위기를 깊이 고민하고 그 현실을 스스로 들여다 보았었다면, 그 자리에서 생면부지의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해당 주제를 임직원들과 토론해 보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미리 고민해 보았었다면 지금 같은 폭발적인 고민들은 상당수 해소되었을 것이다.

가장 잘된 위기관리란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언론사 기자들로 하여금 기사를 쓰지 못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예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기업차원에서 관리, 완화, 방지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CEO가 리드하는 훈련과 협업을 통한 고민들이 평소에 필수불가결하다. 위기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이를 다 같이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훈련이 더욱 더 가치 있는 위기관리 과정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훈련을 통한 실질적 사전 고민이 없으면 추후에도 CEO들은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복적으로 CEO들을 바뀌어 갈 것이고, 새로운 CEO가 바통을 이어 또 머리를 숙여 이를 위기관리라 할 것이다. 평소 CEO 자신을 훈련하고 직원들에게도 훈련을 통한 땀을 요구하자. 평소의 땀을 위기 시 피와 바꿀 수 있는 극도로 훈련된 조직으로 지속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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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22014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2] 광고로 해결하자는 제안은 경계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2]

 

광고로 해결하자는 제안은 경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있어 큰 예산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반대로예산 없는 위기관리는 상당히 볼품 없고 무기력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 시 무조건 예산만을 풍부하게 활용해서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 경계 할 것은 예산을 노리는 이해관계자들이고주목해야 할 것은 전략이다.

광고를 주어 부정적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처럼 일차원적인 위기관리 노력은 없다. 광고를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은 평소의 업무일 뿐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기사와 광고를 교환하는 조건의 예산 활용은 일선에서는 극도로 위험한 시도로 종종 해석된다. 기자들에게는 저널리즘 철학과 체면이 있다. “돈을 줄 테니 기사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자존심 상하는 기업의 태도가 어디 있겠나.

대형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자칭하는 해결사들이 나타난다. 최고경영진에게 이해관계자 관리에 있어 큰 예산의 활용을 조언하거나, 광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제시한다. 심지어 종이신문의 면을 몽땅 사서 위기관리를 위한 기업의 메시지를 실어 주겠다고도 제안한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경영진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되곤 한다.

이에 기업들은 신문과 TV광고 시간을 잔뜩 사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을 넣는다. 정치적 메시지들을 반복 삽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사의 의지를 강조한다. 거대한 카피로 채워진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왜 이제야 이렇게 좋은 기업이 알려지는 것일까 싶게 유료로 개발 된 광고들이 인쇄된다. 일단 경영진들이 안심 하고, 깊이 있는 상황을 모르는 일반대중들이 이런 대응활동에 감화되는 듯 해 보인다.

실무자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의 개선이나 재발방지보다 이미지 한 장으로 대변되는 광고가 쉽고 편해 보인다. 위기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 하는데 수천억 원을 써야 하는데 몇 억에서 몇 십 억 원짜리 광고 캠페인으로 해결이 된다면 남는 장사로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진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광고 밖에 없다는 것도 어찌 보면 현실적 변명이다. 당연 많은 기업들은 예산과 광고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하지만, 위기 시 기업 CEO는 예산과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정확히 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성공이 가능하다. 예산과 광고가 전혀 불필요하거나 소용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예산과 광고는 나중의 것이고, 항상 정당한 위기 해결책과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예산과 광고가 위기관리 모든 활동보다 앞서지 않아야 한다. 정확하고 전략적인 개선과 재발방지책 없이 예산과 광고에만 의지해서는 위기관리의 진정한 성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때때로 아무 위기관리 기반 없는 예산 활용은 부가적인 문제들을 초래하고, 무분별한 광고 하이에나들의 공격에 회사를 벌거벗겨 내 놓는 상황만을 만들게 되니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 적극적으로 상황을 분석 해 그 기반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정하게 된다. 공식입장을 언론을 통해 피력하고 여러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한다. 문제의 상황이 일정 수준 관리될 때까지 언론을 비롯 이해관계자들과 지속 커뮤니케이션 한다. 결과적으로 일정 노력과 시간이 경주되어 문제가 관리되는 상황이 되면 기업들은 신문지면 등을 통해 사과 또는 해명광고를 게재한다. 언론에서는 이 시점을 위기관리가 1차로 마무리 되는 시점으로 해석하곤 한다. 해당 기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위기관리를 했는지가 정확히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나 해명광고에 대한 언론의 해석이 ‘1차적 위기관리 종료에 국한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사과나 해명광고를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위기대응이라고 자체 해석하곤 한다. 어떤 전문가는 위기 발생 시 제일 먼저 광고면을 잡으라 조언 할 정도다. 일부는 광고에 불분명한 입장과 때때로 당황스러운 주장을 실어 2차 및 3차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과 해야 할 모든 것을 한 후 광고 하는 것이 옳은 대응이라는 점을 혼동한 것이다.

왜 수억 원을 들여 모든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는데도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가?” 물어보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되지는 말자. 예산과 광고보다 선행되는 전략과 그에 기반한 위기관리 대응에 더욱 관심을 가지자는 이야기다. 아무리 바빠도 이미지 보다 실체를 우선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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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2013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넥션이다. 일단 팩트라도 심도 있게 공유할 대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평소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있었으면 위기 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 없이 위기 시 갑작스러운 커넥션을 찾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이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 시 기업에게 말 그대로 이용 당하는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진짜 주요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분명 위기 시 기업을 상대로 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하는 그룹들이다. 이에 대한 평소 관심과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망을 실제 관리하고 있다. 특정 부서로 하여금 여러 규제기관, 관청, 국회, NGO, 언론에 심지어 여러 정치권 인사들에게 까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에 대한 전략적 정보제공과 이에 기반한 이해 도모는 일선 위기관리 활동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아주 중요한 전략적 지원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벌써 수십 년간 여러 실제 위기들을 경험해 왔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어 이러한 체계는 상당 수준 발전해 있다.

이러한 관계망 구축에는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과 투자 지원이 일관되게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견기업 이하 많은 기업들은 이런 중장기적 관계망 투자에 주저하고,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사내에 왜 홍보실을 두어야 하는지 오히려 질문하는 중견기업들이 있었다. 언론의 영향력이라던가 관계 설정에 있어 별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왔다는 것이다. “제품만 잘 만들어 팔면 회사는 성공합니다라 말하던 경영자들이 당시 언론이나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다.

현재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여론 때문에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사적 미디어들이 일반화되면서 예전처럼 관리라는 개념이 쉽게 다가오지도 않게 되었다. 일부 기업들에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과 투자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를 오해하고 정부 규제기관이나 언론 등에 대한 접대나 뇌물 제공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종래 사례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주요 이해관계자 각각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 방법론 까지를 논할 공간은 아닌 것 같다. 기업에게 평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위기 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보라는 조언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원하는 CEO라면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 협력적 관계 설정에 ROI(투자수익률)같은 지표를 적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대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고한 관계가 위기 시 어떠한 형태로든 회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많은 선례들을 살펴보자.

평소 재무적 효과를 살피는 CEO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급박한 필요성으로 인해 가능한 이해관계자 관계망을 어디서든 차용하려 시도하곤 한다. 문제는 종종 이런 단기적 처방에서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만들어진 상호협력적(?) 관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회사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종종 불법적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발생해 제2 그리고 제3의 위기가 발생된다. 오히려 이로 인한 회사의 피해는 평소 중시했던 ROI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훼손해 버리는 것이다.

관계란 어느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 관심과 투자 없이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 나가는 만큼 평소 주변을 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은 지혜로운 기업의 당연한 자세다자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 만나고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사회 활동도 당연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소중한 관계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CEO는 공식적이지 못한, 합법적이지 못한, 또한 윤리적이지 못한 관계 설정 노력은 평소에도 경계해야 한다. 수면 하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활동들은 평시나 위기 시에나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언론지상을 메우는 많은 기업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그 때문이다. 최소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 노력 자체가 또 다른 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평소부터 CEO는 전략적인 관계 관리자(relationship manager)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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