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고문에서 여러 번 반복해 강조했던 내용 중 하나가 전략과 실익의 관계다. 전략이 실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시각 보다는 실익이 전략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현장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다. 실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전략과 실행은 정당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종종 “A라는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은 왜?”라는 질문을 한다.
이슈나 위기 시 주체가 어떤 실익을 얻기 위해 그 특정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이 정확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에는 전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질문해 보면 상당수 경우에 정확한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실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서 실익이라는 것이 다르게 나뉘기도 한다. 특정 실행을 해서 실익을 얻을 것이 확실하다면, 그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특정 실행을 해도 별 실익이 없고, 손해도 없을 것이 확실하다면, 그 경우는 정치적인 결정의 대상이다. 무언가 하라, 어떤 것이든 해보라는 지시에 따라 하는 실행의 대부분이 이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실행을 했을 때 상당한 손해가 예상되거나 확실할 때에는 (상식적으로도) 그 실행은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실행 유형은 생각보다 많고 흔하다. 일반적이지 않고 무언가 창조적인 이슈관리, 위기관리를 한다는 경우들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경우 결과로 얻어진 손해가 부정 이슈나 위기 자체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전략적이지 않은 실행에 의한 것인지를 사후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경우 비전략적, 반전략적 실행이 쉽게 용인된다.
이슈와 위기관리 현장에서의 실익과 전략의 관계를 좀더 들여다보자.
목적을 정해야 실익이 보인다
이슈나 위기 발생시 특정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을 결정한 이유가 뭔가 하는 질문에 “속이라도 시원 하려고” “억울해서 이렇게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상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라고” “뭐든 해야 할 것 같아서” 등의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은 이슈나 위기관리의 목적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은 채 반응적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실익과 비실익을 구분하지 못한다. 실익의 정의와 시각이 제각각이 된다.
정확한 목적이 내부에 공유되면, 위와 같은 이상한 답변은 나올 수가 없다. 누군가 그런 의지를 피력하며 특정 실행을 제안한다면, 내부적으로 비웃음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찍히는 것은 그 다음이다. 실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예상하는 기준이 곧 목적이다. 그 목적이 전략이 된다.
실익이 타이밍을 정한다
지금 실행을 해야 하는가? 하루 이틀 후에 해야 하는가?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인가? 이런 질문도 이슈나 위기관리 현장의 흔한 질문이다. 그 타이밍을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기준은 실익이다. 지금 실행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하루나 이틀 후 실행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앞으로 전개될 타임라인을 예상해 놓고 본다면 과연 언제의 실행이 가장 큰 실익을 보장할 것인가? 이런 검토가 타이밍 전략의 기반이다.
실패하는 이슈나 위기관리 케이스에서는 실익을 기준으로 타이밍을 정하지 못한다. 대신 자신들의 준비 수준이나 속도, 자의적 의향, 무조건 신속해야 한다는 생각, 타사 유사사례에서의 타이밍 비교 등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실행 타이밍을 맞춘다. 실익을 전제하지 않는 타이밍 결정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실익이 메시지를 정한다
메시지를 제대로 정해야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메시지는 그냥 해프닝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면 그것은 노이즈다. 더 나아가 해사(害社)행위가 된다. 잘 된 메시지에도 실익은 기준이 된다. A라는 메시지와 B라는 메시지간에 어떤 메시지의 실익이 더 큰가를 결정해 보아야 한다.
A메시지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도록 해당 메시지를 개선해야 실익을 기대할 수 있다. B라는 메시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면 해당 메시지는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실익을 기대할 수 있다. 차라리 메시지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홀딩하거나 로우프로파일을 견지해야 실익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전략이 된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이 실익이다.
실익이 타겟을 정한다
대체 누구에게 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건가요?라는 타겟 질문에 대한 답도 실익이다. 길거리에 휘날리는 정치인의 우스꽝스러운 현수막은 과연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일까? 앞에서와 같이 실익을 기준으로 판단했더라면, 그런 괴상한 메시지는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그 메시지가 흉측한 현수막으로 커뮤니케이션 되었다. 누가 그 메시지를 흡족 해 할까? 아마 그 대상은 그 현수막에서 웃고 있는 국회의원 자신일 것이다. 이런 타겟팅을 통해 실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타겟의 적절한 설정은 상당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 특별히 이상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는 타겟이 따로 정해져 있다. 우리가 얼핏 예상하는 대상이 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또한 실익에 대한 것이다. 이상한 타겟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이유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실익을 얻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타겟을 보면, 그 주체가 어떤 실익을 추구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실익이 실행을 거른다
뭐든 한다. 일단 하고 본다. 모든 것을 한다. 이런 생각은 전략적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최대 적들 중 하나다.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실익을 판단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A에서 Z까지의 실행안에 있어 실제 실행 시 가장 실익이 큰 것은 어떤 것인가를 예상해 보아야 한다. 실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우선 실행해야 한다. 별 실익이나 손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실무선에서 결정한다. 실행해서 손해만 예상되는 것이라면 실행안에서 지워 버려야 한다.
이는 초등학생도 이해 가능한 단순한 기준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행 현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고민 주제가 된다. 실익을 누가 판단하는가? 누구에게 실익인가?와 같은 고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무선에서는 경험상 A 실행은 사후 손해 부담과 규모가 크다고 예상하지만, VIP의 강력한 의지가 내려오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더 이상 설득은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손해 부담과 규모를 계속 강조하며 실행에 반대한다면, 실무총괄임원이 인사조치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면. 대부분 실무그룹은 이를 일단 실행한다. 그리고 사후 데미지컨트롤 모드로 전환한다. 실익에 대한 공유된 시각과 정의가 필요한 이유다.
실익이 성패를 평가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 실익 없는 장기간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란 어떤 의미인가? 재정적 부담과 인적 부담만 쌓였고, 명성과 이미지는 무너졌다면 그 제반 관리 활동은 무엇이었다는 것일까? 덩그러니 손해만 산처럼 남았다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왜 했던 것일까? 성공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서 정답은 당연히 실익이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우리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해 나가는 이유는 그로 인해 실익을 얻어 내기 위함이다. 명성의 절반이 무너졌어도, 위기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전체가 다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면, 이 또한 실익은 남긴 셈이다. 실행했을 때와 실행하지 않았을 때의 실익의 규모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만약 실행했더라면 실익을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실행하지 않아 손해만 남았다면 이는 실패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라는 의미다. 물론 사후 정신승리 자체를 실익이라 정의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실익을 만들어야 성공한 위기관리다
이 개념은 상당히 민감한 것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사후에 실무진은 어떻게든 지난 실행들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이 때 실익을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하는 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원래는 A라는 실익을 추구하며 실행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B라는 실익을 얻었으니, 이는 성공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사후 정의 부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실익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사후 논의는 중요하다. 그런 논의가 생산적일수록 차후 다른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실익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이 당연해지고 익숙해진다. “이 실행을 했을 때 실익이 있을까?”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 실행은 꼭 실행되어야 하는가?” “실익을 제대로 얻지 못한 실행은 과연 어떻게 수정 실행해야 최초 예상했던 실익을 얻어낼 수 있을까?” 등과 같은 현장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글을 읽은 경영진과 실무진은 앞으로 여러 기업의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실행을 볼 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이 실행으로 저 회사가 얻을 실익은 무엇일까?” 그 답 안에 그 기업의 의지와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예상과 기대가 들어있을 것이다. 전략이 확실한 윤곽을 나타낼 것이다. 반대로 그 많은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경우라고 해도 이제부터는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