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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구일원화와 창구다양화는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창구일원화는 외부로 나가는 모든 메시지를 지정된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만 내보내는 체계이고, 창구다양화는 이해관계자별로 지정된 여러 창구가 하나의 메시지를 나누어 전달하는 체계입니다. 둘은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어느 쪽이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변수는 창구의 수가 아니라 회사가 하나의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가입니다.

    창구일원화는 원보이스가 어렵기 때문에 나온 차선책입니다

    위기가 오면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원칙이 먼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현장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임원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창구를 좁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 수 없다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줄이자는 접근입니다. 창구를 좁히는 것은 통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임원들은 자사의 공식 메시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하다 문제를 키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간 한마디를 되돌리는 비용은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큽니다.

    하나의 창구로 감당되지 않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창구일원화의 원형은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왔습니다. 상대가 언론 하나였을 때는 홍보실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하나의 위기에 언론, 규제기관, 수사기관, 국회, 고객, 투자자, 협력사, 시민단체, 커뮤니티가 동시에 관여합니다. 각각이 요구하는 정보의 성격도, 대응의 속도도, 필요한 전문성도 다릅니다. 한 부서가 이 전부를 감당하려면 그 부서가 회사만큼 커져야 합니다.

    창구를 하나로 유지하려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대응의 지연입니다. 창구는 하나인데 처리량이 넘치면, 답을 받지 못한 상대들이 각자 다른 경로를 찾아 나섭니다. 통제하려던 시도가 통제 밖의 접촉을 만들어 냅니다.

    창구다양화는 창구를 늘리는 것이지 목소리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창구다양화는 각 부서가 각자의 판단으로 말하기 시작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의 합의된 메시지를 여러 창구가 나누어 전달한다는 뜻입니다. 늘어나는 것은 창구의 수이고, 늘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목소리의 수입니다.

    구분하나의 목소리여러 목소리
    창구 하나창구일원화. 전통적인 안전판이며 실행 난도가 가장 낮음원칙이 선언만 되어 있는 상태. 지정되지 않은 창구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
    창구 여럿창구다양화. 다양성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인 체계창구다변화. 회사가 스스로 모순된 메시지를 노출하는 통제 상실 상태
    표. 창구의 수와 목소리의 수 — 스트래티지샐러드

    오른쪽 아래가 실무에서 가장 두려운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영업과 생산과 법무와 인사가 제각각의 사실관계와 해석을 내놓는 순간, 기자는 그중 가장 말이 헐거운 곳을 찾아 그 한마디를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보도합니다.

    회사 안에는 이미 창구가 여럿 있습니다

    창구다양화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이미 이해관계자별 접점이 나뉘어 있습니다. 언론은 홍보실, 정부와 국회는 대외협력,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은 법무, 고객은 고객만족 부서, 투자자는 재무 담당이 상대합니다.

    창구다양화는 이 접점들의 역할을 위기 시에 커뮤니케이션 창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여기에 회사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과 주요 커뮤니티처럼 새로 생긴 매체별 접점을 창구로 추가합니다. 구조를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구조에 메시지와 권한을 붙이는 작업입니다.

    창구다양화가 성립하려면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창구를 공식적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다양화는 아무나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사람만 답하는 것입니다. 임명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창구일원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둘째, 임명된 창구는 전원 대변인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창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훈련 대상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셋째, 각 창구는 문의를 받는 즉시 그 사실과 내용을 실시간 수준으로 홍보실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 공유가 끊기면 회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게 됩니다.

    넷째, 핵심 메시지가 사전에 합의되어 모든 창구에 공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원보이스의 실체입니다. 창구일원화 역시 물리적으로 창구를 하나로 묶는 것만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된 동일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이 체계가 서 있다면 창구를 항상 하나로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원보이스가 서지 않으면 창구일원화로 돌아와야 합니다

    네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창구만 늘리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그것은 창구다양화가 아니라 창구다변화이며, 회사가 스스로 통제를 포기하는 결정입니다.

    판단은 단순합니다. 지금 이 회사가 하나의 메시지를 여러 창구에 정확히 실어 보낼 수 있는가. 답이 그렇다면 창구다양화가 더 나은 체계입니다. 답이 아니라면 창구일원화로 돌아와야 합니다. 창구일원화는 원보이스 역량이 부족한 조직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전판이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은 회사의 이상이 아니라 현재 역량을 기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다양화가 이상적인 체계라는 것과 우리 회사가 지금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어느 쪽을 택할지 판단할 때 확인할 것

    지금 이 사안의 핵심 메시지가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지 먼저 보십시오. 정리된 메시지가 없으면 창구가 몇 개든 목소리는 갈라집니다.

    각 부서의 창구가 이름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부서 단위로만 정해져 있으면 실제 상황에서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창구가 됩니다.

    그 창구들이 최근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짚어 보십시오. 임명과 훈련 사이의 간격이 실패가 발생하는 자리입니다.

    창구가 받은 문의가 홍보실로 모이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십시오. 이 경로가 없으면 다양화는 분산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와 최고경영진이 이 원칙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공유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최상단에서 한 번 깨지면 아래에서 쌓아 온 체계는 그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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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원칙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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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관계자란 무엇인가: 창구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개념입니다.

  • 이해관계자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해관계자는 회사의 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회사의 활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집단과 개인을 말합니다. 임직원, 주주와 투자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규제기관이 대표적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위기의 성패를 판정하는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무게가 같지는 않습니다

    경영 분야에서는 이해관계자를 두 층으로 나누어 봅니다. 하나는 그 집단의 참여가 끊기면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집단입니다. 임직원, 주주와 투자자, 고객, 협력사, 그리고 사업 인허가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하나는 회사와 주고받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거래 관계로 직접 묶여 있지는 않은 집단입니다. 언론, 시민단체, 업계 단체, 일반 여론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앞의 집단은 관계가 끊어지면 사업이 멈춥니다. 뒤의 집단은 관계가 나빠져도 사업이 곧바로 멈추지는 않지만, 앞의 집단의 판단을 바꿔 놓습니다. 위기 시 언론 대응을 하는 이유도 언론 자체가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과 규제기관이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는 다른 기준으로 나눈 개념입니다

    두 용어는 자주 섞여 쓰이지만 나누는 기준이 다릅니다. 이해관계자는 회사와의 관계 자체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고, 공중은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을 기준으로 한 개념입니다.

    구분이해관계자공중
    나누는 기준회사와 이해가 걸려 있는 관계특정 이슈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상태
    형성 방식사업 구조에 따라 회사가 미리 규정함이슈가 생기면 스스로 형성되어 회사를 주목함
    사전 특정명단으로 정리 가능함사전 명단화가 어려움
    위기 시 성격위기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남는 대상위기 국면의 여론 압력을 만드는 대상
    대응 방식평시 관계 구축과 개별 커뮤니케이션이슈 모니터링과 공개 커뮤니케이션
    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실무에서 기억할 점은 이것입니다. 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집단은 원래부터 회사의 이해관계자였을 수도 있고, 회사와 아무 거래가 없던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는 관계 회복의 문제이고, 뒤의 경우는 여론 대응의 문제입니다. 이 둘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양쪽 모두 실패합니다.

    이해관계자는 위기마다 다시 그려야 합니다

    회사에는 상시 이해관계자 목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목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품 사고라면 소비자와 유통 채널과 식약 당국이 앞으로 나오고, 인사 이슈라면 임직원과 노동 당국과 채용 시장이 앞으로 나옵니다. 회계 이슈라면 투자자와 감독기관과 신용평가사가 앞으로 나옵니다.

    위기 발생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이 재배열입니다. 이번 위기에서 누구의 판단이 회사의 손실 규모를 결정하는가.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메시지의 순서와 형식이 결정됩니다.

    위기의 정의는 회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내립니다

    회사가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해도, 이해관계자가 위기로 인식하면 위기입니다. 반대로 회사 내부에서 심각하게 보는 사안이 이해관계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기의 크기를 재는 자는 회사 안에 있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 기술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경쟁사도 같다는 판단은 모두 회사 내부의 기준입니다. 이해관계자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판단은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첫 번째 이해관계자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대개 외부부터 봅니다. 그러나 회사의 설명을 가장 먼저 검증하는 사람들은 임직원입니다. 회사 발표가 내부에서 납득되지 않으면 그 내용은 반드시 밖으로 흘러 나갑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의 부속 절차가 아니라 앞 단계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해관계자 관리가 아닌 것

    이해관계자 목록을 문서로 보유하는 것은 관리가 아닙니다. 관리는 평시에 각 이해관계자와 실제 접점을 유지하고, 그들이 회사의 무엇을 신뢰하고 무엇을 의심하는지 파악해 두는 활동입니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처음 연락하는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설명은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만 관리 대상으로 삼는 것도 관리가 아닙니다. 위기 시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쪽은 대개 평시에 회사와 거리가 있던 집단입니다.

    이해관계자를 정리할 때 확인할 것

    이번 사안에서 회사의 손실 규모를 실제로 결정하는 쪽이 누구인지 먼저 적어 보십시오. 목록의 맨 위에 놓이는 이름이 바뀌면 메시지의 순서도 바뀝니다.

    그다음 그 집단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모르는 정보를 나누어 보십시오. 회사가 설명해야 할 것은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 집단에 회사의 메시지가 도달하는 경로가 실제로 확보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경로가 없으면 아무리 정확한 설명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회사가 아닌 곳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면 그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회사보다 먼저 도달한 설명이 판단의 기준선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계속되어야 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짚어 보십시오. 그 집단에게는 지금의 대응이 관계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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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해관계자는 회사의 위기 상황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받거나, 위기의 전개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뜻합니다. 임직원, 언론, 규제기관, 투자자, 거래처, 지역사회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므로 대응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그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원점입니다.

    최우선 이해관계자는 원점입니다

    어떤 기업 위기에나 이해관계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하는 사람, 손해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억울해하는 사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확산 역량을 과시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그룹을 원점이라고 부릅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부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며, 나아가 악화시키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앞자리에는 원점이 놓입니다. 규제기관이나 언론이 더 급해 보이는 국면에서도 이 순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원점을 뒤로 미루면 벌어지는 일

    원점이 언론이나 규제기관에 먼저 접촉하면 회사의 설명은 그때부터 해명이 됩니다. 먼저 말한 쪽의 서사가 기준이 되고, 회사는 그 서사를 반박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결국 원점을 어떻게 대했는가입니다. 규제기관도 언론도 그 지점을 봅니다. 사안의 사실관계보다 회사의 태도가 먼저 평가되는 국면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원점을 다룬다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불만이나 피해가 신속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압박하거나 침묵시키는 접근과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그다음은 영향력으로 판단합니다

    원점 대응이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이해관계자는 이 사안의 전개를 좌우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순서를 정합니다. 규제기관, 언론, 주요 거래처, 여론 형성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각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기다리는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규제기관은 법적 이행 여부를, 거래처는 공급과 계약의 지속 가능성을, 임직원은 자신의 자리와 회사의 방향을 봅니다. 같은 메시지를 모두에게 보내면 어느 쪽에도 닿지 않습니다.

    평시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를 처음부터 파악하려 하면 반드시 빠뜨립니다. 눈에 보이는 쪽만 대응하고, 조용히 지켜보던 쪽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평시에 위기 유형별로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안전사고에는 누가, 제품 문제에는 누가, 노사 사안에는 누가 관련되는지를 미리 목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각 이해관계자를 담당할 부서와 접촉 경로도 함께 정합니다.

    실제로 이해관계자별 담당은 부서에 따라 나뉩니다. 언론은 홍보, 규제기관은 법무와 대관, 투자자는 IR, 고객은 고객서비스, 거래처는 영업, 임직원은 인사가 맡는 식입니다. 이 배분이 평시에 정해져 있어야 위기 첫날에 중복 접촉이나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도를 갖춘 조직과 갖추지 않은 조직은 위기 첫날의 움직임부터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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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그 위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미리 정해 둔 문서입니다. 영어로 옮기면 how to handle our corporate crises에 해당합니다. 특정 부서의 문서가 아니라 전사적으로 필요한 문서이며, 매뉴얼을 갖춘 것과 위기관리 역량을 갖춘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과 무엇이 다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혼동되는 두 문서입니다. 두 문서는 별도로 만들어지지만, 조직과 프로세스와 역할 체계를 공유하며 서로 연동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상위 체계이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그 체계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집중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자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다룹니다. 사고 수습, 피해자 대응, 생산과 영업의 조정, 법적 대응, 규제기관 신고, 복구 절차가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대상은 전사입니다. 생산, 안전, 품질, 법무, 인사, 영업, 대관, 재무, 정보보안, 고객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각자의 역할을 갖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그 위기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다룹니다. 영어로는 how to communicate about it입니다. 대변인 지정, 창구일원화, 이해관계자별 메시지, 언론 응대, 기자회견 운영, 사과문의 원칙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대상은 커뮤니케이션 부서와 대변인, 그리고 최고경영자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만 만들어 두고 위기관리 체계를 갖췄다고 여기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직은 말할 준비는 되어 있으나 정작 위기 자체를 다룰 준비가 없습니다. 반대로 대응 절차만 정해 두고 커뮤니케이션을 뒤로 미룬 조직은, 잘 수습하고도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해 평가받지 못합니다.

    매뉴얼이 담아야 하는 것

    매뉴얼의 출발점은 정의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위기로 볼 것인가를 먼저 정합니다.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가, 평판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가, 정상적인 사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나아가 회사의 존립이나 관계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판별 기준이 있어야 현장에서 판단이 섭니다.

    다음은 심각성 구분입니다. 모든 위기를 같은 무게로 다룰 수는 없습니다. 사안의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단계를 나누고, 단계마다 가동되는 조직과 대응 수준을 연동시킵니다.

    그리고 조직입니다. 누가 감지하고, 누가 주관하며, 어느 단계에서 실무대응그룹(위기관리팀)이 소집되고, 어느 단계에서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리며, 위기관리센터(워룸)를 언제 여는지를 정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세스입니다. 감지에서 시작해 상황파악, 초기대응, 보고, 의사결정, 대응실행, 추이확인을 거쳐 종결과 사후평가, 개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연락망은 별첨이지 본체가 아닙니다.

    매뉴얼만으로 부족한 이유

    매뉴얼은 문서이고 위기는 사람이 관리합니다. 그 사이의 거리를 메우는 것이 훈련입니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 중 상당수는 매뉴얼이 없었던 곳이 아니라 있었는데 쓰지 못한 곳입니다.

    실무자가 매뉴얼을 찾지 않고도 첫 한 시간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조직은 매뉴얼을 제대로 갖춘 것입니다. 반대로 매뉴얼을 찾아 읽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입니다.

    매뉴얼이 죽는 조건

    첫째, 갱신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조직이 바뀌고 사업이 바뀌면 매뉴얼의 전제도 바뀝니다. 담당자 이름이 절반 이상 맞지 않는 매뉴얼은 이미 문서가 아닙니다. 법령에 근거한 신고 기한이나 적용 기준도 개정되므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너무 두꺼운 경우입니다. 분량이 늘어날수록 실제로 읽는 사람은 줄어듭니다. 위기 상황에서 펼쳐 볼 수 있는 분량인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입니다. 다른 회사의 매뉴얼은 그 회사의 위기 요소와 조직 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형식은 참고하되 내용은 자사의 위기요소 진단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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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위기란 ‘언제’에 관한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느 기업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큰 위기 없이 잘 왔습니다. 앞으로도 큰 이상이 없으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회사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위기를 ‘발생 여부’의 문제로 보는 경영진은, 위기가 실제로 닥쳤을 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위기는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올 것인가’의 문제다. 이 명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위기를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죽음을 피할 수 없듯, 위기도 피할 수 없다

    세네카는 기원후 64년, 로마 대화재가 리옹을 집어삼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친구 루킬리우스에게 편지를 썼다. “도시 하나가 하룻밤에 사라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놀라는가. 불, 홍수, 전쟁, 질병. 이것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외면했을 뿐이다.”

    세네카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재앙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예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 “어떤 일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일이 닥치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 겪어보아야 한다.”

    이것이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하는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Praemeditatio Malorum)이다. 직역하면 ‘나쁜 일들에 대한 사전 숙고’. 현대적 언어로는 ‘부정적 시각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서 매일 아침 이 훈련을 실천했다. ‘명상록’ 전반에 걸쳐 그는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어떤 인간을 만나게 될지를, 어떤 실패와 좌절이 기다리는지를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 훈련의 목적은 비관론이 아니다. 패배주의적 낙담은 더더욱 아니다. 최악을 미리 직면함으로써, 실제 위기 앞에서 이성을 잃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렇게만 잘 하면 위기는 없다”는 착각

    기업 경영진에게는 세 가지 위기관에 대한 착각이 공통적으로 목격된다.

    첫 번째는 “이렇게만 잘 가면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관리 착각이다. 규정을 지키고, 내부 감사를 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면 위기를 차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런 노력이 위기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로(0)로 만들지는 못한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경험 착각이다. 과거의 평온함이 미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논리는, 통계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위기는 대개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세 번째는 “위기는 문제 있는 회사에게 생기는 것”이라는 타자화 착각이다. 이 착각은 가장 위험하다. 위기를 ‘우리 밖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어떤 내부 준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네카라면 이 세 가지 착각 모두에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네가 그것을 예상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 그것이 오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악을 직면하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의 시작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을 기업 위기관리에 적용하면 실천적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도 반드시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경영진이 불편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평판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시나리오, 핵심 인물의 돌발적 일탈, 협력사의 연쇄 부도, 내부 고발과 미디어의 동시 공세, 규제기관의 갑작스러운 조사. 이런 시나리오를 회의실에서 꺼내 놓는 것 자체를 불길하게 여기는 경영진이 많다. 하지만 정확히 그 불편함을 회피하는 순간, 준비는 멈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 훈련을 ‘사전에 상처를 입어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마음속에서 그 상황을 한 번 겪었다면, 실제로 닥쳤을 때 공황 상태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이것이 스토아적 위기관리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위기관리는 예언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

    혹자는 물을 수 있다. 최악을 미리 상상하는 것이 실제로 준비에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실제 위기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되었다.

    위기 대응 속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그 순간의 판단력’이 아니다. ‘그 이전에 얼마나 그 상황을 생각해 두었는가’다. 위기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실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논의의 출발점이 ‘이미 생각해 둔 것’이고, 후자는 출발점 자체를 그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세네카는 루킬리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마음속에 품고 잠들어라. 그러면 그것들이 닥쳤을 때, 너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CEO에게 위기관리란 결국 이것이다. 위기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올 것을 알고 준비하는 것. 위기는 ‘언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언제’를 앞서 살아보는 훈련이 곧 가장 강력한 위기 대비책이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 4. 목표 없이 위기관리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에 나서기 전에 해당 위기를 완전히 분석하라.

    둘째, 분석이 끝나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위기관리 목표를 세워 경영진이 합의하라.

    셋째, 합의된 목표를 나침반으로 삼아 모든 대응 행동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정렬하라.

    세네카는 친구 루킬리우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목적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다.”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위기관리 현장에서 매일 확인되는 진실이다.

    위기를 맞은 기업의 경영진을 보면 공통된 패턴이 있다. 위기 그 자체와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다. 기사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소셜미디어의 흐름을 쫓고, 임직원들의 동요를 달래고, 규제기관의 동향을 살핀다. 분주하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생략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위기관리에서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일은, 위기를 완전히 이해한 이후에야 가능하다. 당면한 위기의 성격이 무엇인지, 이해관계자 구조는 어떤지, 법적·규제적 리스크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미디어와 여론의 동향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감으로 세우는 목표는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다.

    분석이 완료되면 목적은 비교적 단순하게 정해진다. 전략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하여 기업의 일상적 운영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위기를 관리해 내는 것. 이것이 위기관리의 보편적 목적이다. 하지만 목표는 다르다.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해당 위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유사한 위기를 맞은 세 기업을 상상해 보자. 첫 번째 기업의 위기관리 목표는 “부정 기사의 최소화”다. 이 기업은 언론사와의 관계 관리에 자원을 집중하고, 기사 건수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기사 건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위기가 해소되는가? 이슈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은 채 언론 노출만 억제된 상황은, 이후 더 큰 폭발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기업의 목표는 “부정 이슈 지속 기간의 단축, 1주일 이내 마무리”다. 이 기업은 속도에 집중한다. 이슈의 사이클을 빠르게 끊어내기 위해 선제적 입장 발표, 신속한 사과, 압도적인 재발 방지 대책 발표를 압축적으로 실행한다. 목표가 시간 기준이므로, 대응의 타이밍과 리듬이 달라진다.

    세 번째 기업의 목표는 “해당 위기로 인한 검찰 개입의 사전 방지”다. 이 기업은 법적 리스크 관리에 최우선 자원을 배치한다. 대외 커뮤니케이션보다 규제기관과의 선제적 소통, 내부 감사와 자발적 시정 조치를 앞세운다. 물론 검찰을 자극할 만한 여론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기본이다.

    같은 위기, 세 가지 목표. 각 기업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목표만 봐도 예측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후에 각 목표의 유효성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떠한 목표라도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다.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위기 앞에서 경영진이 오락가락하고, 같은 논의를 반복하고, 대응의 방향이 하루가 다르게 흔들리는 것은 대부분 목표가 없거나 목표가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는 위기관리는 태풍의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배와 같다. 분주하게 노를 젓는다. 그런데 방향이 없으니 같은 자리를 맴돈다. 에너지는 소진되고, 조직은 지치고, 위기는 깊어진다. 경영진은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는가”라고 탄식하지만, 열심히 한 것과 제대로 한 것은 다른 이야기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명상록’에 이렇게 썼다. “목적 없는 행동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그는 로마 제국의 수많은 위기 앞에서 매번 같은 질문을 먼저 던졌다.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통해 도달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목적지 없이 출항하는 배는 없다. 적어도 정상적인 항해사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의실에 모여 언론 대응 문구를 다듬는 것이 아니다. 당면한 위기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우리가 이 위기를 통해 도달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먼저 합의하는 것이다.

    세네카의 말을 다시 꺼낸다. 목적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다. 위기관리라는 바다에서, 나침반은 목표다. 그 나침반을 세우는 것이 위기관리의 진짜 출발점이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 기업이 왜 참지 않게 되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기업들의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전에는 정치권이나 수사 기관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걸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는데요. 최근에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최근 기업 이슈관리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는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 이슈 및 위기 관리 지침서들은 대부분 정부나 규제 기관, 수사 기관에 대해 ‘반박’보다는 ‘협조’를 우선시했습니다. 특히 특수한 사회적 환경에 놓인 한국 기업들은 영향력 있는 기관과의 갈등을 극도로 경계해 왔으며, 이슈 발생 시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며 ‘로우 키(Low-key)’를 유지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기업 내부에는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싶다는 욕구가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말을 아끼라”거나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라”는 정무적인 지시를 내리곤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기업에게는 정치권이나 정부는 매우 두렵고 부담스러운 대상이었으며, 그들을 자극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곧 상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별 시각차가 크고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과거의 전략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정부나 규제 기관의 권위적 전횡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에는 그들 “눈 밖에 나면 오랫동안 고생한다”는 두려움이 컸다면, 이제는 “법적으로 정당하다면 과도하게 저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이 선회한 것입니다. 물론 법적 대응을 담당하는 로펌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아직도 상대 기관을 자극하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자제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둘째, 기업 내 대관 인력의 구성 변화입니다. 정치권이나 정부 기관 출신 인사가 기업 내부에 대거 포진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강경한 대응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업의 정당화(政黨化) 과정’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이전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이끄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 관리 경험을 통한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기업 스스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비합리적 주장에 적극 반박함으로써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이는 객관적 역량이라고 보다 기업 측의 희망 섞인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큽니다.

    정리하자면, 질문하신 변화는 일부 기업의 사례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 대응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혹은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실익 관점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슈 관리의 본질은 논란을 지속적으로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이슈를 증폭시킬 위험이 있는 강경 전략을 ‘좋은 전략’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마음대로 안 되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도 평시 나름대로 열심히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대응팀이 훈련도 하고 여러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위기가 발생되니 제대로 잘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들은 어떤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저희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위기와 같은 부정적 상황을 마주했을 때, 과연 스스로 통제가능한(controllable)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통제가능한 것을 스스로 통제할 때,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먹은 그대로의’ 결과가 나오게 될 텐데요. 그 통제가능한 것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완전하게 통제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기관리가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겠지요. 기업의 위기 시 기업을 구성하는 임직원들은 통제가능한 자산일까요? 평소 직원 만족도가 그리 높았는데요? 자사 담당기자들은 통제가능한가요? 그렇게 친한 기자들이 많았는데 말이죠.

    오래된 거래처나 대관에서 담당하던 규제기관과 국회는 어떤 가요? 평소 자문 교수들과도 그리 좋은 관계를 다져왔다 생각했는데, 그 중 누구 하나 회사를 지지하는 언론 기고문을 써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온라인 여론은 어떤 가요? 통제는 말그대로 언감생심 아닌가요? 실제로 위기 시 주변을 돌아봤을 때 통제 가능하다는 느낌이 드는 대상이나 주제를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그나마 통제 가능하다고 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정확하게는 자사의 맥락 이해, 공감, 전략에 기반한 메시지와 타이밍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도 행위’가 통제 가능한 것이지요. 그 메시지가 전달되어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달성 되는가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반도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지요. 통제가능한 영역보다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 훨씬 크니, 이조차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시 그나마 스스로 통제 시도라도 할 수 있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보다 집중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 부분들까지 포기해 버린다면, 위기관리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통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당연히 제대로 해 위기관리 목적에 한발자국이라도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곧 위기관리라고 불리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여러 기업 경영진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대상과 주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곤 합니다. 통제가능 할 수 있는 대상과 주제에만 집중하는 데에도 체계와 역량이 모자람에도, 마음은 온통 통제 불가능한 쪽에 가 있습니다. 물론 회사 스스로 그것이 통제 가능하다 믿는다면, 통제 시도를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핵심은 무엇이 통제 가능한지, 통제 가능하지 않은지에 대한 분별이 먼저라는 것이지요. 통제 희망과 통제 가능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희망보다 가능의 영역을 평소에 늘려 놓는 것, 이를 위한 꾸준한 시도와 역량 구축이 비법입니다. 즉, 마음대로 되지 않을 영역을 확인해 아주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준비가 중요하다는 의미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Problem solver? Problem maker?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와 관계 있는 한 회사의 위기관리를 전사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국회나 여러 핵심인사들이 공통적 위기대응 방식을 조언하고 있는데요. 그 회사는 그것을 충분히 알 것 같은데, 결코 그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유가 무얼 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의 위기 시 언론이나 국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제시하는 공통된 해법을 해당 기업이 외면하는 모습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외부 시선에서는 해답이 명확해 보이는데, 왜 당사자인 기업은 그 길을 택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현장의 실상은 일반적인 추측과는 사뭇 다릅니다.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주체는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해답을 인지하는 것과 이를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것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서 발생됩니다.

    흔히 제3자들은 위기 주체가 상황의 엄중함을 모르거나 해법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고 생각하여 반복적인 조언을 건네곤 합니다. 하지만 기업은 외부 우려보다 훨씬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기사 속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의 뉘앙스에도 일희일비하며 대응책을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명해 보이는 해답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 해법 자체가 자신들이 실행하기 원하는 방향이나 유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위기관리 현장에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위기 시 ‘어떻게(How)’라는 방법론적 해답을 찾기보다, 철저히 자신의 ‘호오(好惡, Like or Dislike)’에 기반하여 대안을 쇼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라 할지라도, 의사결정권자가 ‘하기 싫은(Dislike)’ 방식이라면 그것은 결코 선택되지 않습니다. 일단 리더가 ‘하고 싶다(Like)’는 의지를 가져야만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인 ‘어떻게’를 논의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기조를 거스르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내부의 위기관리팀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전략적 조언과 설득이 무력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위기관리의 격언 중 “리더는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가 되어야지, 문제 유발자(Problem Maker)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위기의 파고 속에서 리더는 조직을 구하는 구원자(Life Saver)로서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많은 리더는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하부 조직에 위임한 채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신속한 수습을 주문하며 절치부심(切齒腐心)을 요구하지만, 리더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실무진이 내놓는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미봉이나 모면에 그칠 뿐입니다.

    진정한 위기관리의 성패는 결국 리더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리더가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자신이 ‘하기 싫은 해답’이라 할지라도 이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결단을 내릴 때 비로소 위기는 수습의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위기관리란 단순히 기술적인 대응의 영역이 아니라, 리더가 자신의 책임을 대면하고 ‘옳은 선택’을 실행에 옮기는 결단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원점관리가 곧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최근 한 퇴직 직원의 폭로로 골치 아픈 상황을 맞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추가 폭로를 한다고 합니다. 로펌에서도 내용을 분석해 보고 가능하면 합의하라는 조언을 하더군요. 윗분들은 합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계십니다. 원점관리 차원에서 이 상황에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국내로만 한정해 놓고 보아도, 일반 공중 대부분이 기억할 정도로 악명 높았던 위기 사례들은 대부분이 원점관리에 실패한 사례였습니다. 우선 ‘원점’이라 하면, 기업과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의 중심에 있는 상대방을 의미합니다. 그 상대방인 원점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은 활동성입니다. 그 또는 그들이 계속해서 무언가 여론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민감성입니다. 원점이 여론화를 시도하기는 하는데, 그 주제나 내용이 여론화해 폭발할 정도로 얼마나 자극적인가 여부지요. 공격성을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원점이 반대측인 기업에 얼마나 원한을 가지고 분노에 차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확산성과 같이 원점이 어떤 매체나 기관들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도 점검해야 할 요소입니다. 원점으로서 문제제기 활동을 평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다양한 분석을 통해, 해당 원점을 신속 관리해야 하는 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문제 대부분은 그런 철저하고 정확한 분석이 없거나, 객관적이지 않게 판정하는 경우에 발생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의 사적 의지와 의향이 적용되곤 합니다. 회사를 위해서는 당연히 합의하는 것이 맞는데, 개인적으로 그 상대를 끝까지 골탕 먹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이지요. 그런 생각 때문에 많은 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던 것입니다.

    원점을 신속하게 관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방식을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봅니다. 고민 거리가 있다면, 그렇게 원점과 합의해 버리면 앞으로 다른 원점들도 유사한 건을 계속 제기할 것이고, 그 때마다 합의에 합의를 거듭하게 될 텐데 그래서야 되겠냐는 반론일 것입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원점이 줄이어 유사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문제 자체를 더욱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더 적절한 전략일 것입니다. 문제를 그냥 둔 채 원점관리만 거듭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대응이지요.

    원점관리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습니다. 원점관리에 거부감을 느끼고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경험이 있는 기업은 대부분 사후 비용과 피해 산정을 하면서 원점관리를 했어야 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원점관리를 했더라면 필요 없었을 명성하락, 매출하락, 부정기사들, NGO, 규제기관 및 국회 개입, 수사기관 조사, 언론 이해관계자 대응 비용, 사과광고비용, 온라인에서의 각종 방어 비용, 로펌 활용 비용 등 거대한 영수증에 압도당하기 때문입니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 천 마리 소 떼를 잃고 폐허가 된 외양간을 재건축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아도 그리 현실과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경험상으로 보아도 원점관리는 가장 비용대비 효과적이고, 생산적입니다. 사후 부작용과 장기간의 부담도 가장 적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원점관리의 힘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주 전략적인 위기관리의 한 방법이지요.

    관련 개념 · 원점관리란 무엇인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