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규제·정책 리스크

  • 위원회를 만드는 이유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은 기업을 보면, 위기관리 활동의 일환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그에 대하여 커뮤니케이션 하곤 하던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이 ‘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도 있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위원회(committee)’를 구성해 대응하는 방식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위기관리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의 핵심 목적은 해당 위기에 대해 기업이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며, 실질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위원회를 통한 위기 대응은 이해관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거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거나, 기업의 브랜드와 명성이 큰 타격을 입은 중대 위기 상황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위원회는 그 기능에 따라 조사위원회, 피해복구위원회, 개선위원회 등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고유 역할을 수행합니다. 위원회에는 대외적으로 신뢰받는 외부 인사와 기관, 그리고 내부 핵심 임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공정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내부 인사의 참여를 전면 배제한 완전히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진단 및 조사 기능만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단, 기업이 이미 정부 규제 기관이나 수사 기관의 공식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독립 조사 기능보다는 개선 방향 제시와 이해관계자 관리에 위원회의 역할이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외부 조사와 병행해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혼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원회의 구성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위기 이슈로 인해 기업에만 여론이 집중된 상황에서 독립 위원회의 설치는 공적 시선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기업 자체의 신뢰도가 낮은 경우에도 위원회를 통해 외부의 신뢰를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이 향후 유사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실질적이고 강력한 개선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제3자 인증효과(Third Party Endorsement)’라는 전문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즉, 위기관리 당사자인 기업을 대신해 제3자가 나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함으로써 위기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나 외부 기관이 자발적으로 이를 수행할 경우 부담이 클 수 있기에, 기업이 위원회를 공식적으로 구성하여 제3자의 인증을 제도화하고, 이를 실제 위기관리에 반영하는 것이지요.

    다만, 위원회 구성은 위기 발생 후보다 사전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 운영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위기관리 방식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보다는, 위원회를 통해 ‘외양간을 미리 고쳐 소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대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위기관리는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예방이 훨씬 더 낫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일반 대중이 가지는 위기관리에 대한 오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언론사 기자들의 경우에도 특정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자기 나름의 취재를 기반으로 그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견들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 홍보실의 대응 방식이나 홍보실 핵심 인력에 대한 뒷담화, 혹은 대표나 일부 고위 임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단편적인 내부 정보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누가 보아도 뻔한 해결책을 실행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은 많다. 전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치는 기업도 꽤 보인다. 심지어 큰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기자가 보기에 별로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혼나 봐야 한다”, “개념 없이 대행사만 보내서 기사에 대해 하소연만 하더라” 등등, 자신이 경험한 단편적인 경치를 감상하며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해 사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곤 한다.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 내부 깊숙이 접근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 주로 가지는 기업과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인 오해를 몇 가지 꼽아 보려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실제로는 내부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 보고자 한다.

    위기인데도 기업은 듣지 않는다?

    기업에게 위기 시 리스닝 하라는 조언을 하는 분들이 많다.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잘 새겨들으면 거기에 위기관리의 해답이 있는데, 그걸 잘 못 한다고 핀잔을 준다. 일부 화 난 공중은 위기가 발생하니까 기업은 아예 입과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평시보다 수 십에서 수백 배 더 많이 보고 듣는다. 모니터링의 영역과 빈도를 급격하게 늘린다.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가 수백 개라 해도, 그 기사 하나하나를 밑줄 치며 읽으며 뉘앙스를 해석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부유하는 엄청난 목소리들을 정리 분석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온도를 감지한다. 위기 시에 눈이나 귀를 막고 있는 기업은 없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차가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데,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운전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잘 모른다?

    언론을 보든, 국회에 나가 보든, 사회 전문가들의 주장을 찾아보든, 심지어 주부나 노인들이 써 놓은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봐도 해답이 뻔해 보이는데 기업만 해답을 모르는 것 같다. 해법을 찾지 못하니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대응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 만나 그 회사 핵심 임원에게 조언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인 상황을 보니, 답을 줘도 답인 줄 모르나?

    오히려 반대다.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그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아마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해답을 알아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그 해답이라는 것을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가 해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 다른 해답을 찾아보라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즉, 그 최고의사결정자는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해답이 그냥 ‘싫은 것’이다. 그 뿐이다.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최고의사결정자가 좋아할 만한 또 다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위기관리에 ‘위’자도 모르는 것 같다?

    그 기업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많다. 내부적으로 봐도 위기관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홍보실이나 핵심 임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중구난방이니 아무래도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다. 갈피를 못 잡고 개념이 약해 보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오해다. 위기관리는 기업이 상당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어떻게 든 움직여 해결 방안을 만들려고 하는 아주 진지한 행위다.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기업은 더 많이, 다양하게, 그리고 자주 움직이며 위기관리를 수행한다. 수면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백조처럼 보이지만, 그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방향을 튼다. 누군가 내부에서 중심(Anchoring)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누군가는 항상 존재한다. 그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불철주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이미 잘 알고 있다.

    해야 할 것은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대대적으로 국민 앞에 나와서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데, 이상하게 그 회사는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광고 협찬 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식으로 해결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회사 고위 임원들은 언론사 데스크를 연이어 만나며 사정한다. 국회에서도 밤을 새우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변호사들과 규제기관 담당자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해야 할 건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걸 보니 위기관리를 잘 못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들의 조작적 정의에 기반한 위기관리 계획을 성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정의는 그 위기를 바라보는 주체가 누구인 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기업 측에서는 자신들이 현재 하고 있는 대응이 바로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일단 실행이 적극적으로 되고 있다면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지가 다분히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 해야 할 일이란 말인가? 단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솔직히 실무자도 그런 대응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나 타겟에 대한 생각이 없나?

    그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면 두서 없어 보인다. 주요 언론에서 다룬 부정보도에 대해서는 감내하면서, 온라인 소형 매체의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언중위에 제소하거나 기자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보낸다. 여기저기에서 밀어내기나 물타기 방식으로 여론 희석을 시도하는데, 언론 기사는 계속 쏟아지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으로 보인다. 뭐가 중요하고 시급한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아닌가?

    비슷한 현실이지만, 기업 내부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온라인 일부 매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내부에서 신중히 결정된 대응일 뿐이다. 여러 사후 효과를 기대하고 변호사들을 대거 투입해 봉쇄 활동을 하는 것뿐이다. 그 일 때문에 다른 대응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밀어내기나 물타기가 별 효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최고의사결정자 그룹이 매시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하는데, 그분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덜 띈다면 그것 만으로도 성과는 있는 셈이다. 기업이 하는 모든 실행은 최고의사결정자에 의한, 그를 위한, 그의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기업은 그런 위기관리를 일관되게 수행하는 것이다.

    듣다 보니 무섭다. 수면 하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어떤 매체를 보니 열심히 그 회사를 취재하다가 갑자기 취재를 접었다. 부정 기사가 갑자기 사라지고, 주목받았던 폭로자도, 그가 올린 온라인 포스팅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른 이슈가 터져 주목을 덜 하는 건지 이제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대체 그 기업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걸까? 로비와 대관, 언론과 NGO 쪽에 막대한 예산을 쓴다더니 그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뭐 그런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냥 상황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가 더 많다. 취재를 스스로 접은 매체에 대해 회사가 접촉조차 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냥 취재하다 보니 기삿거리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사라진 폭로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자기 개인적인 어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각종 대외 관계 관리 예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니 이번 위기관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외부에서는 위기관리 하는 기업을 딱 두 가지로 보는 듯하다. 무능력자 또는 슈퍼맨. 즉, 기업의 실제 모습은 잘 모른 채 하는 단순한 감상평이라는 의미다.

    그럼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만 따르면 위기관리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기업 구성원들은 모두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부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부 조언이나 상황의 맥락, 타겟과 우선순위 전략이 어떠하든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과 선호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위기관리 원칙이나 이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현실 같다. 이론적으로는 리더의 결단과 철학, 원칙과 가치를 중심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지만, 실무자들이 단순히 리더의 의중에만 따른다면 그것은 해결보다 미봉이나 모면에 그치지 않겠는가?

    맞다. 그러나 먼저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과 선호다. 그것이 곧 그 기업의 실질적인 위기관리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 전략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물론 그 실행들이 적절한 효과까지 생산해 낸다면 더욱 성공적일 것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결단을 내리며, 여론의 맥락을 읽는 정무 감각과 과감한 재발 방지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조직적인 위기관리 체계와 최고의사결정자의 개인적 판단은 현실에서 서로 얽혀 있다. 우선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지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가는 조직 체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상과 같은 생각들이 일반인들이 가지는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인 오해들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관리를 한다. 물론 잘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지만, 일단은 열심히 한다. 해법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해법을 내부에서 수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선호하는 해법을 찾았다면, 그 실행에 있어서 대부분의 기업은 최선을 다한다. 그 방식에 대해 외부에서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대응의 실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운칠기삼이라고 하듯, 운이 좋아서 위기가 빨리 해결되는 기업도 꽤 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일관되게 반영된 위기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면, 해당 위기관리팀은 사후에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 외의 다른 평가나 비판은 현장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주제다. 일단 임원과 직원들이 부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 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성공인 셈이다.

    이처럼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위기관리와 실제 현장의 위기관리는 다른 점이 많다. 정확하게는 ‘현실적인 부분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현실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그 위에 형성되는 이론과 당위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반대로 이론과 당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닐 텐데, 현실만 강조하며 등을 돌리는 위기관리란 또 어떤 의미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균형을 잡아 이루어 내야 좋은 위기관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 실익(實益) 속에 전략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고문에서 여러 번 반복해 강조했던 내용 중 하나가 전략과 실익의 관계다. 전략이 실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시각 보다는 실익이 전략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현장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다. 실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전략과 실행은 정당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종종 “A라는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은 왜?”라는 질문을 한다.

    이슈나 위기 시 주체가 어떤 실익을 얻기 위해 그 특정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이 정확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에는 전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질문해 보면 상당수 경우에 정확한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실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서 실익이라는 것이 다르게 나뉘기도 한다. 특정 실행을 해서 실익을 얻을 것이 확실하다면, 그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특정 실행을 해도 별 실익이 없고, 손해도 없을 것이 확실하다면, 그 경우는 정치적인 결정의 대상이다. 무언가 하라, 어떤 것이든 해보라는 지시에 따라 하는 실행의 대부분이 이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실행을 했을 때 상당한 손해가 예상되거나 확실할 때에는 (상식적으로도) 그 실행은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실행 유형은 생각보다 많고 흔하다. 일반적이지 않고 무언가 창조적인 이슈관리, 위기관리를 한다는 경우들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경우 결과로 얻어진 손해가 부정 이슈나 위기 자체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전략적이지 않은 실행에 의한 것인지를 사후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경우 비전략적, 반전략적 실행이 쉽게 용인된다.

    이슈와 위기관리 현장에서의 실익과 전략의 관계를 좀더 들여다보자.

    목적을 정해야 실익이 보인다

    이슈나 위기 발생시 특정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을 결정한 이유가 뭔가 하는 질문에 “속이라도 시원 하려고” “억울해서 이렇게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상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라고” “뭐든 해야 할 것 같아서” 등의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은 이슈나 위기관리의 목적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은 채 반응적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실익과 비실익을 구분하지 못한다. 실익의 정의와 시각이 제각각이 된다.

    정확한 목적이 내부에 공유되면, 위와 같은 이상한 답변은 나올 수가 없다. 누군가 그런 의지를 피력하며 특정 실행을 제안한다면, 내부적으로 비웃음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찍히는 것은 그 다음이다. 실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예상하는 기준이 곧 목적이다. 그 목적이 전략이 된다.

    실익이 타이밍을 정한다

    지금 실행을 해야 하는가? 하루 이틀 후에 해야 하는가?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인가? 이런 질문도 이슈나 위기관리 현장의 흔한 질문이다. 그 타이밍을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기준은 실익이다. 지금 실행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하루나 이틀 후 실행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앞으로 전개될 타임라인을 예상해 놓고 본다면 과연 언제의 실행이 가장 큰 실익을 보장할 것인가? 이런 검토가 타이밍 전략의 기반이다.

    실패하는 이슈나 위기관리 케이스에서는 실익을 기준으로 타이밍을 정하지 못한다. 대신 자신들의 준비 수준이나 속도, 자의적 의향, 무조건 신속해야 한다는 생각, 타사 유사사례에서의 타이밍 비교 등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실행 타이밍을 맞춘다. 실익을 전제하지 않는 타이밍 결정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실익이 메시지를 정한다

    메시지를 제대로 정해야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메시지는 그냥 해프닝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면 그것은 노이즈다. 더 나아가 해사(害社)행위가 된다. 잘 된 메시지에도 실익은 기준이 된다. A라는 메시지와 B라는 메시지간에 어떤 메시지의 실익이 더 큰가를 결정해 보아야 한다.

    A메시지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도록 해당 메시지를 개선해야 실익을 기대할 수 있다. B라는 메시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면 해당 메시지는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실익을 기대할 수 있다. 차라리 메시지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홀딩하거나 로우프로파일을 견지해야 실익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전략이 된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이 실익이다.

    실익이 타겟을 정한다

    대체 누구에게 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건가요?라는 타겟 질문에 대한 답도 실익이다. 길거리에 휘날리는 정치인의 우스꽝스러운 현수막은 과연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일까? 앞에서와 같이 실익을 기준으로 판단했더라면, 그런 괴상한 메시지는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그 메시지가 흉측한 현수막으로 커뮤니케이션 되었다. 누가 그 메시지를 흡족 해 할까? 아마 그 대상은 그 현수막에서 웃고 있는 국회의원 자신일 것이다. 이런 타겟팅을 통해 실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타겟의 적절한 설정은 상당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 특별히 이상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는 타겟이 따로 정해져 있다. 우리가 얼핏 예상하는 대상이 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또한 실익에 대한 것이다. 이상한 타겟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이유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실익을 얻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타겟을 보면, 그 주체가 어떤 실익을 추구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실익이 실행을 거른다

    뭐든 한다. 일단 하고 본다. 모든 것을 한다. 이런 생각은 전략적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최대 적들 중 하나다.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실익을 판단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A에서 Z까지의 실행안에 있어 실제 실행 시 가장 실익이 큰 것은 어떤 것인가를 예상해 보아야 한다. 실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우선 실행해야 한다. 별 실익이나 손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실무선에서 결정한다. 실행해서 손해만 예상되는 것이라면 실행안에서 지워 버려야 한다.

    이는 초등학생도 이해 가능한 단순한 기준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행 현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고민 주제가 된다. 실익을 누가 판단하는가? 누구에게 실익인가?와 같은 고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무선에서는 경험상 A 실행은 사후 손해 부담과 규모가 크다고 예상하지만, VIP의 강력한 의지가 내려오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더 이상 설득은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손해 부담과 규모를 계속 강조하며 실행에 반대한다면, 실무총괄임원이 인사조치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면. 대부분 실무그룹은 이를 일단 실행한다. 그리고 사후 데미지컨트롤 모드로 전환한다. 실익에 대한 공유된 시각과 정의가 필요한 이유다.

    실익이 성패를 평가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 실익 없는 장기간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란 어떤 의미인가? 재정적 부담과 인적 부담만 쌓였고, 명성과 이미지는 무너졌다면 그 제반 관리 활동은 무엇이었다는 것일까? 덩그러니 손해만 산처럼 남았다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왜 했던 것일까? 성공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서 정답은 당연히 실익이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우리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해 나가는 이유는 그로 인해 실익을 얻어 내기 위함이다. 명성의 절반이 무너졌어도, 위기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전체가 다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면, 이 또한 실익은 남긴 셈이다. 실행했을 때와 실행하지 않았을 때의 실익의 규모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만약 실행했더라면 실익을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실행하지 않아 손해만 남았다면 이는 실패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라는 의미다. 물론 사후 정신승리 자체를 실익이라 정의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실익을 만들어야 성공한 위기관리다

    이 개념은 상당히 민감한 것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사후에 실무진은 어떻게든 지난 실행들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이 때 실익을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하는 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원래는 A라는 실익을 추구하며 실행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B라는 실익을 얻었으니, 이는 성공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사후 정의 부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실익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사후 논의는 중요하다. 그런 논의가 생산적일수록 차후 다른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실익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이 당연해지고 익숙해진다. “이 실행을 했을 때 실익이 있을까?”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 실행은 꼭 실행되어야 하는가?” “실익을 제대로 얻지 못한 실행은 과연 어떻게 수정 실행해야 최초 예상했던 실익을 얻어낼 수 있을까?” 등과 같은 현장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글을 읽은 경영진과 실무진은 앞으로 여러 기업의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실행을 볼 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이 실행으로 저 회사가 얻을 실익은 무엇일까?” 그 답 안에 그 기업의 의지와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예상과 기대가 들어있을 것이다. 전략이 확실한 윤곽을 나타낼 것이다. 반대로 그 많은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경우라고 해도 이제부터는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 왜 기업마다 위기의 정의는 다른가?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교과서 중 개론서라면 항상 빠지지 않는 부분이 ‘위기의 정의와 유형’이다. 위기가 발생되는 형태를 저자마다의 시각으로 분류해서 정의하고 구별해 놓고 있다. 그 교과서를 읽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위기라고 하는 것이구나 하며 위기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 일부 기업 내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그런 위기 유형들을 모아 자사의 사업분야와 현황에 따라 재분류 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리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기업들의 위기관리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바에 따르면, 교과서 내용과 같이 정형화되어 있는 위기유형은 사실 현장에서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떤 기업은 그런 기존의 위기유형 분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다. 어떤 기업은 분명히 위기유형에 정해진 형태의 상황을 맞았음에도 그것을 위기라 정의조차 하지 않는다.

    왜 같은 유형의 부정 상황으로 보이는데, 어떤 기업은 그것을 위기라 하고, 또 다른 어떤 기업은 그것을 위기로 여기지 않을까? 왜 기업은 각자 생각과 판단대로 위기를 자유롭게 정의하는 것일까?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어떨 때는 위기로, 다시 어떨 때는 위기로 판단하지 않는 것일까? 왜 기업마다 위기의 정의는 다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사업분야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상식적인 이야기다. 라면을 만드는 기업과 선박을 만드는 기업은 전혀 다른 유형의 위기를 경험한다. 매출 10조원 기업의 위기와 매출 100억원 기업의 위기는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규제기관에 의해 사업 인허가가 좌우되는 기업과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기업은 서로 다른 위기 기반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과 지방에서 지역 사업을 하는 기업은 각자 생각하는 위기가 다르다.

    둘째, 내부 철학과 원칙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같은 부정 상황을 놓고도 어떤 기업은 그것을 부정성이 낮은 수준이라 평가하고, 적극적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다. 오래된 업계 관행이라 하거나, 기업의 오래된 전통이라며 그 상황을 위기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앞의 기업이 놀랄 정도로 깐깐하게 부정성을 판단해 같은 상황을 위기로 다양하게 정의한다. 이 기업은 업계관행은 물론, 당연해 보이는 업무 프로세스도 컴플라이언스라는 잣대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재검토하고, 관련된 발생 상황들을 모두 위기라 정의하고 대응한다.

    셋째, 사업 전략과 방향성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어떤 기업은 무리해서 더 크게 성장하거나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이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왠만한 여론의 비판이나 소송, 환경 및 지역단체들의 항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우리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식으로 위기를 바라본다. 다른 어떤 기업은 사업을 다양하게 확장해 국내와 글로벌 시장으로 계속 진입시킨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자회사들을 지속 상장하려고도 노력한다. 이 기업은 앞의 기업보다 고객과 시장 그리고 정부 규제기관 등의 눈치를 많이 본다. 자칫 조그마한 논란이나 비판이 사업 확장과 시장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이런 기업은 다양한 위기 유형을 정리해 대비하는 위기관리 활동에도 열심을 다한다.

    넷째,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일단 B2B(기업 대상 사업) 기업과 B2C(개인 소비자 대상 사업) 기업은 각자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특성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B2B는 굵직하고, 규제관련, 경쟁관련 부정 상황들이 많다면, B2C는 고객과 관련된 다양하고 자잘한 부정 상황들이 흔하다. 고객의 경우에도 국내 고객이 중심인 기업의 위기가 다르고, 해외 고객이 중심인 기업의 위기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별 위기라 볼 수 없는 상황이 해외 특정 국가 고객들에게는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의사결정자들의 스타일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젊고 진취적인 스타트업 대표의 위기관리 시각과,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보수적인 대기업 대표의 위기관리 시각은 전혀 다르다. 그 각자 특징에 따라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위기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모습도 전혀 다르다. 단순하게 감정적 부침이 잦은 스타일의 경영자가 보는 위기와 안정적인 감정상태에서 담담하게 의사결정 하는 스타일의 경영자의 위기가 다르다. (사실, 현장에서는 VIP가 그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셔야 비로소 위기가 된다. VIP가 위기라 정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닌 것이 된다.)

    여섯째, 기존 위기관리 시스템 수준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평소 위기관리를 생각해 보지 않고, 관심이나 투자가 전혀 없던 기업에게는 돌발적 혼돈 상황이 발생되면 이는 곧장 패닉에 빠질 수도 있는 위기가 되 버린다. 흔한 예로, 언론은 그냥 광고를 싣는 곳이라 생각해 담당 기자관리를 등한시했던 기업은, 자사와 관련된 사소한 부정기사에도 큰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기도 한다. 반면, 위기관리 시스템을 상당수준 갖추고 숙제를 꾸준히 잘 해 왔던 기업은 다른 위기관을 가진다. 앞의 기업이 고통스러워 한 부정 기사 정도는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대응을 실행해 상황을 관리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곱째, 현재 내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리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도, 예를 들어 5년전과 현재의 위기관리는 다를 수 있다. 당시에는 해당 기업이 그 상황을 중대한 고객관련 위기로 정의했고,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리콜을 실행했던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수년간 계속 사업이 불안했고, 매출은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다시 동일 상황이 발생했지만, 경영진은5년전과 같은 수준의 리콜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상황을 달리 정의하고, 부분 A/S를 실시하거나, 문제 사실을 숨기며 적극적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련 상황은 같지만, 대응 가능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덟째, 위기를 반복한 기업인지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특정 위기를 자사의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기업이 내리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특정 위기를 자주 발생시켰던 기업이 내리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분명하게 다르다. 매번 개선이나 재발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동일 또는 유사한 부정 상황이 계속 발생되는 기업에게 있어 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앞의 기업은 교과서 대로 자사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상황을 큰 위기로는 정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복적으로 유사한 실수를 거듭한 기업은 그렇게 편하게 위기를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홉째,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서도 위기는 달라진다

    사내 직원간 괴롭힘이 발생돼 논란이 되었을 때 기업이 선제적 사과로도 이내 위기관리가 가능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이 법적 사회적으로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여러 케이스에서 극단적 비판과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 자사에서도 터져버린 직장내 괴롭힘 논란은 앞의 운이 좋았던 기업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으로 관리되었던 상황이,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사업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돼 버리는 중대 위기로까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부정상황도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위기로 정의된다.

    마지막, 정확한 이유 없이도 위기는 종종 달라진다

    이 부분이 실무자들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위기관리 환경이 될 것이다. 지난번에 이 같은 부정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사내에서 바로 중대 위기로 정의하고 적극 대응과 배상을 해 성공적 위기관리로까지 인정받았던 경우가 있었다 치자. 유사한 부정상황이 발생되어 지난 번 같이 중대 위기로 정의하고 대응하려 하니, 사내적으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은 왜 그때와 지금이 다른 지 잘 이해가 가질 않게 된다.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굳이 구체적 이유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불편하게 되어 버렸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별 이유 없이 종종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희귀한 경우가 절대 아니다.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이나 실무자들은 절대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 유형도 그에 따라 마찬가지라 생각해야 한다. 그때 그때 다르고, 이 회사와 저 회사가 다르다. 이 경영진과 저 경영진이 다르고. 사업적 계획도 조건도 다르고. 이해관계자와 기업의 철학과 원칙도 다르기 때문이다. 전례와 트렌드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도 위기라는 정의는 때때로 달라진다.

    이런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어찌 보면 위기의 특징이다. 위기란 그런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먼저 인정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야 모든 것이 계속 변화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최대한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을 고민해 자사 시스템에 적용시켜 보자 하는 절실한 동기가 생겨나게 된다. 우수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진 기업들은 이렇게 정확한 현상 인정과 그에 기반한 절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위기가 정형화되어 있고, 자사의 위기에 대한 정의가 언제나 일관되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지만, 그런 상상에서 벗어나야 진짜 실행가능한 시스템이 보이게 될 것이다.

  • 위기관리를 AI가 할 수 없는 이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된 기업의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여러 논의를 하다 보면, 임원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언제까지 이런 언론의 비판이 이어질까요?” “지금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이런 유사 케이스를 다루어 보셨으니까 아실 것 같은데요. 이번 저희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를 일종의 과학이라 생각하는 분들이다. 위기관리 이론과 원칙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판별 가능하며, 심지어 통제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과학이라면 요즘 화두인 AI가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Art)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여러 전문적 의견이 엇갈리는 근본적 이유가 위기관리의 예술적 성격 때문이다.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주제들이 가변적인 혼동 그 자체다. 그런 여러 혼동을 관리하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기상황을 두고 대응 결정을 할 때 종종 충돌하고, 의사결정자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대표적 주제들을 정리해 본다. 과학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예술로도 문제를 푼 다기 보다는 문제를 다룬다(manage)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신속한 대응 vs.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응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속성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에 있어 관련 기업이 신속한 대응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 시 신속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에 빠진다. 빨리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위기 상황은 그 유형과 변화 방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일정 기간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여러 변수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간단하게 원칙 비슷한 것을 만들자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그렇다면 바로 그 ‘적시’는 언제인가?”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시 예술이 돼 버린다.

    VIP가 나서야 vs. 담당 책임 임원이 나서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있어 VIP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조언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뒤로 숨는 VIP는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능한 신속하게(여기에서도 예술성이 필요) VIP가 앞으로 나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고, 질의 응답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위기상황에 직접 관리책임이 있는 고위임원이 먼저 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비장의 카드로 VIP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한다. 양쪽 시각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임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이고, VIP가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인가?”다. 의사결정이 그래서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 vs. 반박해야 한다

    비교적 사과를 해야 하는가 반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으로 보면 어떤 경우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반박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어떤 부분까지는 사과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따라온다.

    위기상황에 대하여 회사에 심각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직접적 책임성이 일부 부족하거나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경우), VIP 판단이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인 경우에는 사과를 하지 않기도 한다. 상당히 여러 예술적 요소들이 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해야 한다 vs. 위기관리팀이 해야 한다

    이 주제도 전형적인 예술적 주제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닌 관계로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시에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하신다. 대신 부서의 특정 인력을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하게 해야 한다고 하신다.

    두 시각 모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체계와 관련되어 있는 이 누가(who)에 대한 주제는 아주 복잡한 예술성에 기반한 토론 주제다. 위기의 규모, 형태, 심각성, 부서 관련 양상, 전사적 데미지 유무 등이 다차원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이다. 위기 규모에 대해 모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예상되는 데미지가 매출의 OO% 이상 일 때, 이하일 때”를 나누어 대응 조직 범위와 수위를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도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언론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vs.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항상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저널리즘과 언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의미를 강조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사를 매수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 그에 대해 회사가 입을 데미지를 예상하면 언론에게 위기관리 예산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현실적 주장을 하는 임원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예술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기사에는 예산을 써야 하고, 어떤 기사에는 쓰지 않아야 하는가?” “어느 매체에는 예산을 쓰고, 어떤 매체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가”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대응 예산을 써야 하는가?”하는 여러 고민 주제가 쏟아진다.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한번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에 대한 입체적 검토와 분석 없이 정해진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우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 vs.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주제 또한 흔하게 논의되는 주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상황이 우호 언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호 언론이라는 곳이 현재 상황에서 우리를 위해 나서 줄 것 인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인가?)와 같은 예술적 질문이 이어진다. 우호 언론을 활용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감싸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

    어떤 노력을 기해서라도 특정 언론을 우호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인가 하는 것도 검토 주제다. 자칫 우호 언론들이 나서서 불완전 한 논리로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주로 규제기관)를 자극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우호언론의 섣부른 개입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든 변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을까?

    위기 지속 기간을 줄여야 한다 vs.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골치 아픈 주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에 있어서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하루 이틀에 적극 관리해 끝낼 수 있는 위기를, 몇주간 끌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이해관계자나 공중의 기억은 적어지고, 부정적 인식의 수준도 줄어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가능한 상황을 견뎌가며 장기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 및 수사 기관의 개입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조사 및 수사 기간이 장기화 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관리 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일단 초기 상황은 적극관리 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인식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놓고, 장기적인 조사나 수사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가?”하는 질문이다. 예스나 노 또는 A or B로 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되어 있는 변수들을 먼저 보고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다.

    위기상황이 이제 끝났다 vs. 아니다 아직 좀더 자중해야 한다

    언제쯤 다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찬 난감하다. 현재의 상황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광고의 재개 일정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도 여러 미래 예측 질문을 해 온다. 최초 상황이 어느 정도 관리되었고, 언론기사가 줄고,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상당수 사라진 것 상황이 되면 그런 질문들을 더욱 더 잦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여론 상황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지표와 수치들을 보여주며, 일정 기간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술적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다음주부터는 어떤가? 다음 달 초부터는 어떤가?”같은 질문들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예상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여러 예술적 위기관리 주제들은 거의 모든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되고 반복된다. 유사해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에 따라, 때에 따라, VIP의 의중에 따라, 임원들의 내부정치적 입장에 따라, 규제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더 많은 자잘한 변수들에 따라 대응방식이나 방향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때 그 때 마구 쏟아지는 예술적 고민 주제들을 다루어 가며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과학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예술적인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전문성 자체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속이 시원하기는 커녕 위기상황 보다도 더욱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모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예술적인 이야기다. 지금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려 하는 여러 실무자들에게는 위기관리를 과학이라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먼저 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때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정답 보다 해답을 찾는 노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지 완전한 방안을 찾으려 해서는 힘들기만 할 뿐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실행해야 할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는 대응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약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입은 데미지가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대응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결정 속에는 사람이 있고, 예술이 있다. AI는 과연 그런 현실을 사람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까?

  • 강력한 홍보실이 만드는 10대 가치

    [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경영진과 미팅을 하면 종종 비슷한 고민 주제들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중 대표적 고민이 ‘우리 회사에게 홍보실이 필요한 건가?’ ‘홍보실을 구성한다면 어떻게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가?’ ‘홍보실을 운영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하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들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예전 자신이 대기업에서 일할 때 홍보실이 하는 일을 보았는데, 이제는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해 줄 직원들이 자신에게도 필요하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경영진은 아직까지 홍보실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몇몇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인다는 이야기도 한다. 회사가 홍보실까지 꾸릴 사이즈가 되지 않아서 어떤 레벨의 홍보담당자를 고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중요한 고민을 하는 기업 경영진에게 컨설턴트가 단순히 ‘큰 회사도 대부분 홍보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대표님 회사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같은 일반적인 조언을 할 수는 없다. 경영진이 고민하는 것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홍보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다. 그리고 제한된 현실속에서 어떤 구조로 홍보인력을 고용 또는 활용해야 가장 이상적인 투자대비 생산성이 도출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고민을 가진 기업들이 홍보실을 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현실적인 영역에서 강력한 홍보실을 구성해 운영하게 되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강력한 홍보실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회사에 선물하게 된다.

    첫째, 강력한 홍보실은 회사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준다

    홍보실을 구성하면 이후 가장 먼저 홍보실로부터 받아 보게 되는 것이 매일 아침 전달되는 언론과 온라인 여론 모니터링 보고서다. 자사에 대한 이야기,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 규제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 기타 관련된 정보들이 매일 매일 그리고 때때로 시간에 맞추어 경영진에게 보고된다.

    이전에는 경영진이 시간 날때 개인적으로 자사 관련된 내용을 포털에서 찾아보고, 소셜미디어를 읽어보고 했다면,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생겨서 보다 전문적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트레킹 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모니터링 된 정보와 환경변화에 대한 일선의 조언도 함께 얻게 된다.

    둘째, 회사에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해 준다

    회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이전에는 대표와 핵심 경영진이 필요할 때마다 가다듬었다고 한다면, 홍보실이 구성되면 그들이 전담해 기업 커뮤이케이션 활동을 디자인하게 된다. 우리 회사가 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대상에게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들과는 각각 어떤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창출할 것인가를 사내적으로 합의하게 해 준다.

    이전의 회사 커뮤니케이션이 단편적이고 단기간으로 이어지는 성격을 가졌다면, 홍보실은 그런 실행을 보다 지속적으로 중장기화 해서 꾸준히 관리하게 해 준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략, 플랜, 실행계획 등과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셋째,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 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표 중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언론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를 찾아 다니거나, 회사를 찾아오는 매체 광고 담당자를 통해 광고비를 지급하고 인터뷰나 기사를 실어 보기도 했다. 보도자료 배포라는 서비스를 사서 포털에 자사 보도자료를 도배도 해 본다.

    그러나 홍보실이 구성되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홍보실은 회사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속 시원 하게 전달해 준다. 단순히 일방적 게재나 도배가 아니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보다 품질 높은 제3자 인증을 이끌어 내준다. 살아있는 기사와 의미 있는 보도들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게 된다.

    넷째, 이해관계자들을 돌아보는 정무감각을 키워준다

    기업 경영진에게 중요하게 강조되는 가치 중 하나인 정무감각은 강력한 홍보실 없이는 정상적인 형성과 관리가 불가능하다.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급 인력은 여론을 항상 접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사회적 여론에 맞서 의사결정 해야 하는 경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력들이다.

    평시에도 다양한 사회적 여론과 흐름을 사내에 공유해 주는 홍보실 인력들은 기업 경영진에게 살아있는 정무감각의 소스다. 홍보실이 없었을 때에는 내부 사정과 입장이 의사결정의 주요 기반이 되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외부 여론과 다양한 3자 시각들이 투입되게 되어 보다 안전하고 이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다섯째,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게 해 준다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보다 발전되면 사내적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규정하게 해준다. 경영진을 포함한 전직원이 자신의 의사결정과 활동의 기준을 보다 확실하게 설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런 기업의 경우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범적인 회사로 인정받게 된다.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언론에게도 이전보다 회사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갖추게 되었다는 인정을 받게 된다. 언론관계에 있어서도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신뢰를 받게 된다. 이전에는 믿지 못할 회사가 믿을 만한 회사로 비춰진다. 언론에게는 비로소 정상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여섯째, 일원화된 창구를 운용하게 됨으로써 핵심 경영진의 업무를 덜어준다

    이전에는 대표나 핵심임원이 기자들을 만나고, 기타 이해관계자와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 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된 이후에는 경영진의 그런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 경영진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더욱 중요한 경영적 의사결정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창구를 홍보실로 일원화 해 얻게 되는 가치도 상당하다. 준비된 전략적 메시지가 하나의 창구에서 커뮤니케이션 되니 불필요한 노이즈나 루머나 실수가 사라진다. 내부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 나가는 일도 줄어든다. 회사는 회사의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컨트롤 함으로서 보다 큰 신뢰를 얻게 된다.

    일곱 번째, 폭넓은 언론관계망을 형성해 평시 이슈를 관리해준다

    강력한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은 평시에 지속적으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해 언론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인간적 이해와 연대를 이끌어 낸다. 당연히 보다 많은 기자들이 회사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상시 접하게 되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기자에게 회사 관련 정보나 이해가 부족 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오해나 억측 같은 것들이 최소화된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이 대부분 사라진다. 탄탄한 언론 네트워킹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쌍방향적인 상생의 환경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여덟 번째, 실제 이슈나 위기 시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실제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경험 많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자들이 경영회의에 빡빡하게 포진하고 있더라도, 그들의 의사결정을 실행으로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실무 그룹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손발 없이 홀로 서있는 머리를 상상해 보면 된다.

    제대로 된 홍보실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회사의 정확한 관리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이다. 입장을 정리하고, 해명문이나 보도자료를 다듬고, 내부적으로 이를 결재 받고, 자료를 핵심 타겟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설명하고, 보도와 기사를 이끌어 낸다. 기자회견을 준비해 진행한다. 그 외 다양한 실행까지 일선에서 해 낸다. 그 어려운 시기동안 홍보실 수장은 회사를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 낸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실제로 해 본 경영진은 안다. 잘 준비된 홍보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는지.

    아홉 번째, 회사의 명성과 이미지를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홍보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되면 회사는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일관성을 지니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실행을 통해 통합적인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측정 관리한다. 중장기 플랜에 따라 회사가 어떤 것을 언제 해야 하는지를 정하게 된다.

    단순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이득을 남기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훌륭한 기업 시민이 되는 모습을 스스로 표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적절한 이해와 지원을 이끌어 낸다. 이 노력이 상당기간 이어짐에 따라 해당 기업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홍보실의 노력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열 번째, 더 큰 회사로 지속 성장하게 도와준다

    사회적으로 아주 튼튼한 갑옷을 부여받은 기업은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홍보실은 회사를 위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회적 이해, 인정과 신뢰를 회사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준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훌륭한 명성을 더욱 더 강화 시키기도 한다.

    소비자, 투자자, 규제기관, 정부, 국회, NGO, 지역 커뮤니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균형감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일부 이해관계자와 갈등이 발생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상호 호혜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내게도 된다. 그러한 우호적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정지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홍보실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이익을 쫓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신속하게 레버리징 해서 고이익을 남긴 엑시트를 꿈꾸는 일부 기업이나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에는 위에 설명한 홍보실의 가치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을 하는 경영진의 경우에는 강력한 홍보실의 구축과 운영이 가져올 근본적 가치와 이후 펼쳐질 환경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글로벌적으로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 그들이 자국 본사에 대규모 홍보실을 꾸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지역별로 국가별로 상당수 규모의 홍보실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왜 그들은 매일 매일 수많은 로컬 시장의 여론을 읽으며, 로컬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공을 들이는지도 벤치마킹 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은 그런 일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일까?

    그 이후에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와 달리 홍보실의 역할을 이해 못하고, 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며, 성공한 기업만큼 자사 홍보실을 통해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자.

    의외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오너 엘론 머스크는 자사의 홍보실을 오래전 없애 버렸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인수한 트위터에서도 기존의 홍보실 인력들을 내보냈다. 한마디로 홍보실이 없어도 자신과 자신의 회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도 엘론 머스크의 그런 홍보실 무용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한국은 미국과 사회 및 이해관계자 환경이 다르다. 함부로 극단성을 따라해서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엘론 머스크 만큼의 맷집을 지녔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엘론 머스크 같은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하기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도 경영진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도 있겠다. 극단적인 케이스를 따라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 위기관리의 목적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VIP께서 최근 발생된 모 TV의 부정 보도 관련해서 여러 위기관리 전문가를 만나고 계십니다. 각 전문가들에게 어떻게 해야 이번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질문하시는 거죠. 각자 여러 조언을 해 주셨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고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번 상황을 내부에서 ‘위기’라고 정의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아마 회사 최고경영진의 개인적인 이슈가 부정적으로 보도되어서 VIP의 감정이 상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내부에서 위기라고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결정하셨으니 답변에서는 위기관리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물으셨습니다만, 상황에 대하여서는 이미 위기 상황이라 정의하셨으니 그에 따른 관리 전략이나 방식을 논하는 것이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이번 상황에서 회사와 VIP께서 생각하시는 위기관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모든 상황이 발생되면, 해당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함께, 그것을 위기로 정의했을 경우 위기를 관리해서 성취할 목적을 정확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번 위기를 관리하여 회사의 명성을 회복한다’는 정도의 광범위한 목적은 의미가 적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적을 내부적으로 결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번 모 TV의 VIP관련 보도는 그 심각성과 구체성이 크기 때문에, 이후 변화되는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내부에서 어떤 위기관리 목적을 실제로 결정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와 유사한 케이스를 볼 때에 기업들은 “추가 유사 보도를 최소화하고, VIP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 집중한다”는 정도의 목적을 세우곤 합니다.

    여기에서 위기관리의 두 축을 엿볼 수 있는데요, 첫째가 유사보도의 최소화입니다. 이는 홍보실이 주축이 되어 정무적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대응 작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와 함께 제기된 이슈에 대하여 가능한 회사측에서는 하이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사보도라는 것이 회사측 반박이나 해명이 있을 경우 더욱 증가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침묵하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는 것이 위기관리 목적에는 부합합니다.

    다른 위기관리의 축을 보면 VIP보호에 집중이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보도와 이후 유사보도의 파급력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보도 내용이 혹시나 수사기관이나 규제기관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혹시 노조나 시민단체 등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모니터링하여 혹시나 모를 추가적 개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련한 모든 작업들이 VIP 보호를 위한 대응이 되겠습니다.

    무엇을 하는지가 먼저가 아닙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를 성취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위기관리의 목적이 정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위기대응 방식만 다양해집니다. 서로 충돌하고 혼돈을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위기관리 목적을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더해 위기관리 목적 없이는 사후 평가에 있어서도 기준을 세울 수 없습니다. 무언가는 다양하게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어찌된 건지 모르는 상황을 맞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언론에서 소통을 하라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게 며칠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단 최초 해명은 했는데, 언론에서는 회사가 더 나서서 소통하라 요청하고 있습니다. 추가 의혹에 대해 답을 계속 내 놓으라는 거죠. 저희가 다시 나서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침묵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부정이슈가 발생했을 때 침묵이냐 대응(커뮤니케이션)이냐 기본적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많은 변수 검토가 필요합니다. 자주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무조건’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소통이라는 말이 평소에는 상당히 긍정적 의미로 들리지만,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그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침묵이냐 대응이냐 하는 입장을 결정할 때에는 해당 이슈의 성격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이슈 성격상 회사가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유형이 있고, 그 반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지금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했을 때 ‘얻는 것’이 많을까, ‘잃는 것’이 많을까 하는 판단입니다. 만약 회사가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논란이 잦아 들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면 차라리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어떤 이해관계자인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규제나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회사가 다양한 쟁점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하는 것은 자칫 관련 기관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실컷 기관을 자극해 놓고, 그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소비자들이었다고 해명한다 해도 기관과의 관계는 좋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다음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어떤 메시지와 논리, 그리고 근거를 제시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합니다. 일반적 이슈관리 경험상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회사가 그 엄청난 불을 잠재울 수 있는 양질의 메시지,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 제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제시 가능한 메시지, 논리 그리고 근거들이 부분적이거나, 상충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일부 회사는 ‘깊은 사과’를 합니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불을 꺼보려 하는 것이지요.

    그에 더해 예상하셔야 하는 것은 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각각 예상하여 어떤 대응이 현재 논란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기사를 줄어 들 게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초반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그 후 추가로 여러 번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갈수록 언론의 기존 관심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계속 해명 하고, 반론을 제시하고, 새로운 반박을 하고, 가시적 행동을 하면, 언론의 관심은 장기화되고 기사량은 줄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부정 이슈와 연관된 회사에게 ‘소통하라’ 요청하는 것은, 회사측 시각에서 보면 더 많고 다양한 기사 주제를 내 놓으라는 언론의 주문과 같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침묵하는가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 하는 결정에는 많은 변수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비유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땔감을 더 이상 넣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약 무언가를 던져 넣어 불을 끌 수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그리 하는 것이 나은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M&A 이 혼란스러움은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A기업을 인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피인수 예정인 A기업측 반발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저희가 아무리 러브콜을 보내도 그쪽 경영진의 공격성은 줄어 들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저희에 대해 부정적 여론전을 반복해 골치가 아픕니다. 이런 혼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M&A딜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전형적 특징에 대한 이해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자사의 딜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겁니다. 거의 모든 인수 합병 딜에는 혼돈스러운 상황이 일정 기간 지속됩니다. 각 회사 발 루머나 플레이용 정보가 난무하지요. ‘업계에 의하면’이라는 출처불명의 플레이어들도 흔히 가세를 합니다.

    기사에 실린 정보가 상당히 중요한 대외비라도, 이를 기자에게 전달한 소스를 찾아낼 방법도 없습니다. 그 소스를 찾는 시간에 또 다른 정보가 기사화 되지요. 기자들은 어떻습니까? 딜에 대한 정보를 찾아 여기저기 헤맵니다. 당연히 그럴듯한 정보나 기사 프레임을 가진 측에서는 기자 접근을 강화하지요. 그에 대한 상대는 또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해관계자의 움직임도 큰 혼란의 기폭제가 됩니다. 임직원, 거래처,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요. 거기에 심각한 경우는 정부 정치권 관계자들이 개입하고, 규제기관이나 사법기관까지 가세하게 되면 상황은 아비규환이 됩니다. 매일 쏟아지는 기사량이나 온라인의 여론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지요.

    이런 혼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수 주체로서 ‘딜’ 그 자체에만 주목하고 그에 대한 목적과 목표에 우선 집중하시는 것 뿐입니다.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그 딜에 대한 집중 전략은 의미가 있습니다. 옛 로마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자신이 항해해야 할 항구를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핵심에 집중하고 목적과 목표를 챙기는 기업이 딜 성공에 유리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여론전을 하더라도 그 성질을 담담히 분석해 보십시오. 만약 그것이 단순 노이즈를 일으키는 성격의 것들이라면 이는 무시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에 대해 자사까지 티격태격 하는 (대응이 아니라 단순한) 반응을 한다면 이는 상대 의도대로 노이즈 시장에 함께 좌판을 열어주는 것이 됩니다.

    만약 상대가 지속하는 여론전 성질이 인수자인 자사의 ‘딜’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면, 그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 시켜야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과 대응을 위해서 인수 기업에서는 상대의 여론전을 최대한 안정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중대한 성질을 띠는 경우를 위한 대응 준비와 역량을 갖추며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측 피인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대적 인수합병 딜에서 피인수 기업측이 노이즈를 발생시키며 저항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이즈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두어 ‘딜’에 영향이 적은 아이디어라면 과감하게 생략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 단순 노이즈만 풍성하게 내다 결국 인수 당해버린 기업들은 꽤 많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가 오랫동안 기업 경영을 해 왔는데,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에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해서 상황을 극복해 보자 하는 느낌 정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에 진짜 도움이 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게는 기업마다 여러 특성이 존재하고, 성장과정도 각기 여러 단계에 걸쳐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기업이 모든 기업의 특성을 대표하거나, 성장과정을 포괄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질문해 주신 것처럼 특정 기업의 위기상황에 있어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별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기 유형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그 기업이 사회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관계 수준이 느슨한 경우도 그럴 수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나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 없는 경우에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위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중심이 되어 부정 상황을 재빨리 마무리하는 선에서 위기가 관리됩니다. 그에 실패하면 그 기업은 곧 극단적인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심이지,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대상도 모호하거나, 동기나 역량도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일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효과를 발휘하는 기업은 해당 기업이 사회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직원과 소비자는 물론이고, 거래처, 규제기관, 정부, 국회, 언론, 노조, NGO, 지역 커뮤니티, 투자자 등에 걸쳐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이런 기업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면, 주변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영향이 즉각 미치게 되고, 그들 각자도 해당 기업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위기관리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기업의 경우에는 여러 사회적 책임과 성실성, 신뢰를 요구 받습니다.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이 정도의 기업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마땅하다’는 평시 눈 높이가 존재합니다. 또한 부정적 상황에서는 ‘이 정도 기업은 이 정도로는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이런 눈높이와 기대감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가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 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에게는 위기관리를 구성하는 상황관리(문제해결)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두 기능은 균형감을 유지하며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져야 합니다. 이런 기업에게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관리 없는 상황관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상황관리 없는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기만이 되어 버립니다. 정확한 이해관계자관과 성실한 사회적 책임 의식이 효과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전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 모든 기업에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하지는 않을 이유가 되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