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公的) 커뮤니케이션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영어로 프레스 릴리즈(press release)로 부르는 보도자료는, 다른 표현으로 오피셜 스테이트먼트(official statement)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공적 문서, 공식 행사, 공적 지위를 이야기할 때 그 공적인(公的, official)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적으로 확인된 정확한 메시지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기업은 공적 메시지인 보도자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정확성을 점검한다. 딱히 보도자료에 한하지 않아도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기업과 기업 주요 구성원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하는 과정인 미디어트레이닝에서도 경영진의 모든 메시지는 공적인 것이다. 기자 질문에서 “대표님의 개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같은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훈련된 기업 대표는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릴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 답하거나 또는 기업의 기존 공적 메시지로 답변을 재반복 한다.

흥미로운 것은 분명히 ‘개인의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이후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은 대표 개인의 생각과 느낌에 기반해 있는 경우다. 대표의 개인적 생각을 답변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 기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도 수많은 공직자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자신이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공적인 것인지, 사적인 것인지에 대한 때때로 혼란을 느낀다. 국정 홍보를 위해 인기 유투브 채널에 출연한 고위공직자의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업 대표가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부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해 다음날 지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생중계되는 기업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실무임원들에게 하는 사적 메시지들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한다. 대체 공적 메시지와 사적 메시지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이 혼동할 수 있는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분별법을 정리해 보자. 이에 대한 이해가 정확할수록 개인적으로는 보신(保身)과 개인적 명예를 유지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구성원들에 의한 불필요한 논란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첫째, 누구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아주 간단한 기준이다. 공적인 대상에게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직원, 거래처, 사업지역의 주민, 관공서, 국회, 규제기관, NGO, 언론 등 공적인 성격에 기반해 기업에 관련되어 있는 대상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모 언론사 데스크가 모 기업 CEO의 대학 동창이고 아주 친한 사이라면? 그 CEO가 언론사 데스크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럼 사적 커뮤니케이션일까? 그 다음 기준으로 넘어가자.

둘째, 주제가 무엇인가?

대화 주제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학동창인 언론사 데스크에게 CEO 개인의 골프 스코어와 지난 라운딩에 대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과 자신의 임기에 대한 하소연을 하는 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 된다. 정말 친한 사람에게 그런 허심탄회한 말도 못하냐고 불평하는 경영진들도 많다. 현직에 있을 때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자신을 위해서라도.

셋째, 어떤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당연히 공적 상황에서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공장 완공식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CEO의 축사, 타운홀에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사업 구조에 대하여 하는 설명과 질의응답, 자기 회사를 담당하고 있는 언론사 기자와 하는 인터뷰 같은 것들은 당연히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면 회식에서 여러 부서 MZ직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CEO의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일과에서 벗어나 업무에 대해서는 이야기 말자고 했고, CEO가 법인 카드가 아닌 개인 카드로 직원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고 있는데? 하지만, 여기에서도 CEO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과 메시지는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넷째,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가?

커뮤니케이션하며 완전히 틀린 말을 하는 기업 경영진은 드물다. 그 중에서 못 할 말을 함부로 하는 경영진도 흔치 않다. 대부분이 자신의 직급과 분야에 맞는 ‘충분히 할 수도 있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그 말들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버리면, 대부분의 경영진은 “내가 틀린 말 했나?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나?” 같은 항변을 한다.

문제는 틀린 말이나 못 할 말을 해서 발생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상 적절하지 않은 말을 했으니 문제가 되고 커진 것이다. 경영자 자신은 사적 대상과 주제 그리고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이야기했는데도, 맥락상 민감한 내용이라 문제가 되었고 이내 사회적 논란으로 커졌다면? 이는 어찌 보면 결과론 적일수도 있지만, 그 경영자는 잘못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셈이 된다. ‘아닙니다. 그것은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공적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실수였던 것이다.

다섯째, 자신이 심각하게 책임져야 할 수도 있나?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추후 문제나 논란이 되었을 때, 자신이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 가끔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 발언을 한 기업 임원은 대부분 기자에게 ‘죄송한데, 그 내용은 기사 쓰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또는 “만약 꼭 기사화해야 하겠다면 제 이름은 꼭 빼 주셨으면 합니다.”같은 요청을 한다.

이는 자기 자신이 자신의 말로 심각한 책임을 질 수도 있겠다는 예상이 가능 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예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보자는 것이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품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여섯째, 회사의 메시지인가? 내 메시지인가?

이 또한 아주 간단한 기준이다. 기업 경영진이 어떤 상황에서 라도 커뮤니케이션 할 때 자신의 메시지가 회사의 메시지라면 이는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 내부에서 합의된 공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히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반면, 그런 상황에서 일부 사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기업 경영진이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는 공적 메시지로 이해된다고 했다. 사적인 메시지라고 해도 듣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적인 메시지로 이해한다. 이후 부가적인 반향과 반응, 확산 등도 공적 메시지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 경영진에게 개인의 사적인 메시지는 극히 제한된다. 기억하자.

마지막, 이런 기준들보다 좀더 단순한 기준은?

있다. 조직이나 기업에서 공적인 위치에 있는 분들은 그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자신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을 하면 된다. 자신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와 구성원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과 심지어 공중에게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보는 것이다.

사기업 대표에게도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잣대가 없어 구설수를 일으키고, 사회적 논란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중요한 자리를 떠나게 된 여러 선배 사례들을 기억해 보자. 반대로 취임부터 퇴임 때까지 자신의 모든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잘 관리하며 공적 커뮤니케이션만 하다 명예로운 성과를 남긴 선배들도 기억해 보자.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더 나은 것인가는 자명하다.

예전 전직 모 부총리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고위 공직자의 모든 발언은 연출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 경영진에게도 똑 같이 적용된다. 연출하며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부자연스럽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진정성이 없으니 소통이 될 수 있냐고 묻는 분도 있다.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해야 겨우 서로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그럼에도 핵심은 백공일과(百功一過)다. ‘백 가지 잘한 일(功) 중 한 가지 잘못(過)’이라는 뜻으로, 주로 잘한 일이 많더라도 한 번의 실수나 잘못이 전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백공일과다. 기업과 조직의 리더로서 백공(百功)으로만 머무르려면 공적 커뮤니케이션에만 신중히 집중하자.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