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항상 ‘전략’이라는 개념은 핵심 중 핵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언론에서도 “OO사의 위기관리 전략, 어떤 문제가 있었나?” 라던가 “OO사는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나?”라는 제목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궁금 해 한다. 이는 업계 전문가들과 경쟁사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물론 경쟁사들에게 발생된 위기와 그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 어떤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지에 대한 관심은 흔하다.
문제는 그런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다.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것을 해당 위기를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정의했을 때. 현장에서는 전략이 항상 그런 정의와 목적에 제대로 이바지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좋은 전략과 나쁜 전략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전략이고 어떤 것이 나쁜 전략일까? 모두에게 좋은 전략이 일부에게 나쁜 전략이라면 그 전략은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반대로 모두 또는 대부분에게 나쁜 전략이 일부에게는 좋은 전략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명실상부하게 훌륭한 전략이라면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전략의 현실적 문제와 최고경영자와 전략 간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흔히 일반적 시각에서 전형적인 전략의 우수성이나 정당성, 당위성을 논하는 습관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른 상황이 펼쳐 지는지에 대한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
어떻게 보면 이것이 결론이다. 전략을 흔히 전문가들이 어려 변수와 상황을 감안하고, 전례와 사례를 연구하고, 대응 옵션에 따른 결과들을 예상하여 종합적 대응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현장에서의 전략은 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래부터 경영분야 컨설턴트들은 기업 자문 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 머릿속에 답이 있고, 컨설팅 방향과 결론이 들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확실히 경험적인 인사이트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런 경험적 인사이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위기관리 전략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한다. 만약 내외부에서 정리된 위기관리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과 다르다면. 이는 결코 전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실행되는 전략의 모습 속에는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보여 진다. 즉, 일선 임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한다 잘 못 한다 하는 외부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전략은 곧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곧 좋은 전략
당연한 이야기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고, 자신에게 부담이나 일부 해가 될 수도 있는 위기관리 전략이란 실행되기 어렵고, 그에 대한 의미를 내부적으로 부여 받기도 어렵다. 일부 임원들은 “이 상황에서는 이 쓴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고언을 할 때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이 전략이 그렇게 쓰기만 한 전략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때에만 해당 전략에 대한 선택이 가능하다.
운이 좋아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전략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위기관리 전략에서 그러한 윈윈 전략은 흔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얼마나 현 위기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고, 이를 얼마나 중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수용 가능한) 좋은 전략’의 방향과 수위는 결정된다. 전문가와 임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은 또 다른 위기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거나 심지어 나쁘다 생각하는 전략을 억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부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실행을 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약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이 현존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의사결정권자를 끝까지 설득해야 할까? 아니면, 회사를 위한 차원에서 일단 해당 전략을 실행해 버리고 결과를 입증해야 할까?
대부분 기업들은 이런 경우 아무 전략도 실행하지 않는 실행을 선택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는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다. 실행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그런 전략은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유효 전략을 실행하지 않는 부작용을 일부라도 관리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흔히 위기 시 전략 없이 기업이 몸으로 때우려 한다는 평가가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 적절한 전략을 모르거나, 그런 전략을 실행할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성공 전략이라는 기준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것
위기관리가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에 대한 평가에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평가 기준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실질적 평가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있겠지만, 이는 아주 중요하고 당연한 현실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 구성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 결국 위기관리 성패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판단과 평가에 따른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위기관리라 해도,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께서 중립 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이는 선방이라 정의할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험 있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공감하지만,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위기가 인식되어지고, 대응전략과 방식에 대한 어떤 공감대를 생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후 평가에 대해서도 긍정성 중심의 활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보면 실무적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좋은 전략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하듯 이랬어야 했다 또는 저랬어야 했다는 평가에 따라 좋은 전략이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홀로 독립적으로 세워져 있는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변수와 의견들이 셀 수 없는 충돌과 갈등 그리고 융합을 일으키며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을 자극하여 결론화 된 것이 겨우 전략의 모습을 띌 뿐이다.
그런 최초 전략도 상황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고 최고의사결정권자 생각이 바뀜에 따라 다시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변경된다. 원래부터 위기관리 전략에 일관성이나 목적성을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치 흘러가는 물 위에 글씨를 쓰듯 전략은 계속 변화하며 사라져 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런 흐름과 사라짐이 만들어 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더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쁜 전략이란 없다
실패한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었을까? 만약 실패했다 평가받는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었고, 그래서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다면? 그 전략은 내부적으로 ‘나쁜’ 또는 ‘실패한’ 전략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이는 매우 현실적인 주제다. 따라서 나쁘거나 실패한 전략이 정해져 있기 보다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반하고, 전혀 이질감 있는 전략이 실행되었다면, 이는 분명 나쁜, 실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그 나쁜 전략으로 인해 외부적으로는 정상참작을 받거나, 일부 유효하게 평가받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 나쁜 전략이 좋은 전략으로 달리 평가받게 되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 임원들이 절대로 나쁜 전략과 좋은 전략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떤 전략이든 유효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허락하는 것이라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몇번을 반복해도 무리가 될 수는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가 곧 위기를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함께 하는 전문가나 담당 임원들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에 가능한 유효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 할 뿐이다. 초기부터 시종일관 어떻게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꾸준하게 관리해 합의된 전략으로 실행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가 위기관리팀의 핵심적인 관심 분야가 된다.
따라서, 위기관리팀은 위기 시 외부의 환경과 반응을 제대로 분석해 신뢰 있는 의견을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 업데이트 하는 노력을 한다. 흔히 말하는 좋은 전략과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좋아하실 전략이 가능한 합치되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이 일부 또는 전부 실패하는 경우라면, 가능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따른 전략 중 유효할 수 있는 실행에 보다 집중한다. 그 유효함을 판단하는 것은 순수한 전문성과 경험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통해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사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전략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현실에 대해 이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일부는 전략이라는 생각을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일부는 이미 철저하게 시키는 대로 한다는 생각으로 태도를 바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나 위기 시 그 핵심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위기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위해 언론에 대한 이해, 여론에 대한 이해, 정무감각에 대한 인식과 감각 강화, 여러 전문가들과의 교류와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보다 이상적인 위기관리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위기관리는 평시에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 이번 글 주제의 결론이다. 위기관리팀의 핵심이해관계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누구에게 집중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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