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진을 위한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발생된 이슈나 위기와 관련해 그 내부 의사결정 그룹에 속한 경영자들을 만나 보면 해당 이슈나 위기의 특성과 관계 없이도 기업간에 많은 공통점을 목격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와 관련해 기업 경영진이 보는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한 여러 생각 중 주요 공통 부분을 모아 정리해 본다.

오랜 기간 다양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얻은 아주 소중한 인사이트 중 하나는 “위기관리는 내부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라는 사실이었다. 위기와 마주한 기업 경영진이 가지는 해당 위기에 대한 인식(perception)에 대한 관리 그리고 그 관리를 위해 실행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성공 없이는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서비스를 하는 대행사와 컨설팅사의 입장에서도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위기관리란 ‘(클라이언트와 함께 또는 위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맞은 클라이언트를 돌보아주는 것’이라는 개념이 기반이 되어야 하겠다. 이런 정의와 개념에도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 내부의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중요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은 기업이 위기와 마주했을 때,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그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났을 때 기업 내부에서 흔히 오고 가는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들이다. 이런 것이 모여 그 기업의 위기관리 기반이 되고, 역량으로 이어지며, 개선과 재발방지의 동력이 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관심있는 주체들은 진지하게 주목해 볼 만하다.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못 믿겠어요

위기 시 기업 경영진이 속삭이는 흔한 이야기다. 어떤 경영진은 홍보실 능력을 탓한다. 어떤 경영진은 법무팀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다. 어떤 기업은 전체적으로 회사에 위기관리 마인드와 경험이 없다 한탄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내부 평가를 그 기업 경영진이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기 이전에 그런 역량 개선이나 강화 노력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는 위기가 관리가 될 수 없다. 일단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컨트롤센터를 구성해야 한다. 많은 케이스에서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 중 또 하나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에게는 시종일관 제대로 작동하는 컨트롤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컨트롤센터는 상하축과 좌우축으로 구성된다. 상하축이란 최고의사결정권자에서 핵심실무책임그룹을 포함한다는 의미다. 좌우축은 홍보실과 법무, 기획, 재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총무 등이 포함된 위기관리 관련 부서들을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업이 스스로를 컨트롤 해서 각각의 부서가 위기 대응을 따로 하고, 각자 움직이고, 나름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 통제와 공유, 보고라인이 한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자는 것이다. 흔히 목격되는, 컨트롤센터와 완전 분리된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원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는 이야기다.

부정기사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데요?

부정기사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부정기사가 겨우 몇 개 생긴 상황도 위기라 보기 어렵다. 만약 부정기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그건 위기관리의 효과 때문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고, 그에 대한 최초 대응이 실행되었고,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부정기사들을 바라보는 경영진은 크게 두 타입으로 나뉜다.

첫째 타입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그러니, 점차 부정기사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인내를 가지고 이 시기를 견뎌내자’고 한다. 둘째 타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일단 실행을 했는데, 예전처럼 부정 기사는 계속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이라도 더 해서 하루라도 빨리 부정기사를 사라지게 하자”고 한다. 어떤 타입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회사마다 위기유형마다 특성이 다르니 간단하게 판단할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바이탈 체크 방식이 언론이 만들어 내는 부정기사 모니터링 하나뿐이라면 문제다. 언론의 반응은 가장 기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바이탈 사인 중 하나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중환자의 차도를 체크하는데 있어 맥박이나 혈압 사인 하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 법이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영향력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통해 인입되는 반응과 그 반응의 차이 그리고 계속되는 변화를 종합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기사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없다. 회사 구성원 이외에는 누구도 포탈이나 소셜미디어에 특정 회사명으로 뉴스를 찾아 읽지 않는다.

뭔가 확실한 걸 해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확실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좋은 말이다. 대응하려면 확실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좋다. 그러나, 그 확실한 대응, 특별한 대응이라는 것이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대응을 대체하는 의미라면 좋지 않은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일반적인 대응이라는 의미를 ‘평범한 대응, 효과가 그저 그런 대응, 남들도 다 하는 뻔한 대응’이라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반적 대응이란 ‘상식적인 대응, 당연한 대응, 이상하지 않은 대응’을 의미한다. 우리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기억했을 때 떠오르는 그런 대응들이 일반적인 대응이다. 그 일반적인 대응을 건너뛴 채 무언가 다른 대응을 한다는 상상을 해 보자. 이상하다. 위기 시에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 대응은 실패했다는 의미와 가깝다.

물론 일반적인 대응에 좀더 확실하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가치를 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경우가 최근에 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일반적인 대응, 상식적인 대응이 마땅히 해당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대응이라는 정의를 가지는 한 무시되거나,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든 해야 한다는 지시나 논의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기업에게는 위기관리 전략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위기를 관리해서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 보자 하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일종의 표류다. 목적하는 항구가 정해지지 않은 배에서는 각자 마구 노를 젓고, 소리를 지르고, 돛의 방향을 이리 저리 바꾸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뭐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타겟 오디언스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정적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고, 아무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대상이 없거나 혼란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노이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라면 그 상황은 진짜 위기상황이 아니다. 그 반대의 상황이 곧 위기의 특성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무엇을 절대 피해야 하는가? 그 부분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요?

여론은 여러 특성을 가지고,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거나 진단할 수 없다. 여론을 정한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여론을 확실하게 보고 있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렇다. 그러나, 여론에 있어 가장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여론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년에서 수십년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는 여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그 개념은 좀더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모든 대응 활동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은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했음에도 부정 여론이 더욱 강화되고 무리하게 장기화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론은 한데 모아 놓은 여러 장작에 붙은 화톳불과 같다. 그 화톳불이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는 불붙은 장작에 달려있다. 일단 위기대응을 해서 더 이상 장작이 더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뜨거워도 참고 그 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을 전략적 침묵과 인내라고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침묵과 인내가 힘들어서, 꺼져가는 화톳불에 장작을 계속해서 던져 넣는 과오를 범한다. 장작을 더 이상 던져 넣지 않아야 화톳불은 꺼진다. 여론은 사라진다.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 발생되어서…

그렇지 않다. 그건 착각이거나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란 있을 수 없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런 위기가 있었다면, 그건 해당 기업이 평소에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경영진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매일 매일 의사결정 하는 행위 대부분이 위기관리라는 것을 안다. 경영진은 평소에 끊임없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일상적 위기관리에 몰두하느냐고, 앞으로 발생될 위기에 대한 준비가 소홀 했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관리 자문을 할 때 종종 조언하는 것이 있다.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전으로 돌아간다면, 경영진께서는 무엇을 가장 먼저 그리고 집중해서 준비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 실제 위기관리 중에 아쉽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라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위기가 관리된 이후 바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경영진들과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경영진은 자신이 경험한 위기관리에서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무용담처럼 열거해 자랑한다. 어떤 경영진은 그것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을 위해 차후 실무에 적용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가 단순한 무용담이나 힘들었던 이야기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 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지금하자는 거다.

이 외에도 기업 경영진은 부정 이슈와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한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라 그 과정이나 개념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일반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타겟팅을 해서 그에 집중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큰 그림을 멀리서 보는 능력도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우수하다.

핵심은 그런 경영진의 존재와 구성만으로는 위기관리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 준비, 준비. 이 단어의 연결은 모든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책과 컨설팅 슬라이드에 공히 들어가는 맨트라(mantra)다. 여기에 연습, 연습, 연습이라는 맨트라가 더해진다. 앞에는 여러 어렵고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들이 나열되었지만 핵심과 해법은 항상 이 두가지다.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이렇듯 어려울 것이 없는데도 쉽지 않아 한다. 사실 그것이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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