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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실제로 중요합니까? 아니면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합니까? 윗분들은 항상 남들이 어떻게 볼지에 대해 과도하게 고민할 시간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살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희가 볼 때 이게 평시와는 다른 위기상황에서는 좀 의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컨설턴트의 답변

    모든 말씀들이 다 맞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경영의 본질에서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임원분의 질문 의미도 정확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당히 많이 달라집니다.

    위기란 무엇입니까? 무언가를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위기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위기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는 것”은 이미 전제가 흔들린 상태입니다. 디폴트, 즉 기본값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인 것이죠. 그 부실의 문제를 관리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대로 보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보여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이죠. 이것은 단순한 오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았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들의 시각에 연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보다 선제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연결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예측 능력은 사실 공감 능력과 같습니다.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입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했던 사람들이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마녀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사냥감이 된 사람의 비율이 대다수는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마녀사냥의 재물이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녀처럼 굴지 않는 것이면서, 동시에 마녀처럼 보여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교훈은 지금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실제로 올바른 일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지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먼저 설계하면, 실행의 방향과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정렬됩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떤 방식으로 하고,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전달할 것인지가 구체화됩니다.

    최근 기업 위기관리에서 어떻게 보여지는가의 문제는 시작이자 끝입니다.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그 기업을 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그 시선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선제적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아주 중요한 선택이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최선의 전략도 최고의사결정자를 이기지 못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항상 ‘전략’이라는 개념은 핵심 중 핵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언론에서도 “OO사의 위기관리 전략, 어떤 문제가 있었나?” 라던가 “OO사는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나?”라는 제목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궁금 해 한다. 이는 업계 전문가들과 경쟁사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물론 경쟁사들에게 발생된 위기와 그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 어떤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지에 대한 관심은 흔하다.

    문제는 그런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다.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것을 해당 위기를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정의했을 때. 현장에서는 전략이 항상 그런 정의와 목적에 제대로 이바지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좋은 전략과 나쁜 전략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전략이고 어떤 것이 나쁜 전략일까? 모두에게 좋은 전략이 일부에게 나쁜 전략이라면 그 전략은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반대로 모두 또는 대부분에게 나쁜 전략이 일부에게는 좋은 전략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명실상부하게 훌륭한 전략이라면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전략의 현실적 문제와 최고경영자와 전략 간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흔히 일반적 시각에서 전형적인 전략의 우수성이나 정당성, 당위성을 논하는 습관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른 상황이 펼쳐 지는지에 대한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

    어떻게 보면 이것이 결론이다. 전략을 흔히 전문가들이 어려 변수와 상황을 감안하고, 전례와 사례를 연구하고, 대응 옵션에 따른 결과들을 예상하여 종합적 대응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현장에서의 전략은 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래부터 경영분야 컨설턴트들은 기업 자문 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 머릿속에 답이 있고, 컨설팅 방향과 결론이 들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확실히 경험적인 인사이트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런 경험적 인사이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위기관리 전략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한다. 만약 내외부에서 정리된 위기관리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과 다르다면. 이는 결코 전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실행되는 전략의 모습 속에는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보여 진다. 즉, 일선 임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한다 잘 못 한다 하는 외부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전략은 곧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곧 좋은 전략

    당연한 이야기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고, 자신에게 부담이나 일부 해가 될 수도 있는 위기관리 전략이란 실행되기 어렵고, 그에 대한 의미를 내부적으로 부여 받기도 어렵다. 일부 임원들은 “이 상황에서는 이 쓴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고언을 할 때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이 전략이 그렇게 쓰기만 한 전략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때에만 해당 전략에 대한 선택이 가능하다.

    운이 좋아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전략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위기관리 전략에서 그러한 윈윈 전략은 흔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얼마나 현 위기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고, 이를 얼마나 중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수용 가능한) 좋은 전략’의 방향과 수위는 결정된다. 전문가와 임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은 또 다른 위기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거나 심지어 나쁘다 생각하는 전략을 억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부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실행을 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약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이 현존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의사결정권자를 끝까지 설득해야 할까? 아니면, 회사를 위한 차원에서 일단 해당 전략을 실행해 버리고 결과를 입증해야 할까?

    대부분 기업들은 이런 경우 아무 전략도 실행하지 않는 실행을 선택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는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다. 실행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그런 전략은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유효 전략을 실행하지 않는 부작용을 일부라도 관리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흔히 위기 시 전략 없이 기업이 몸으로 때우려 한다는 평가가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 적절한 전략을 모르거나, 그런 전략을 실행할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성공 전략이라는 기준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것

    위기관리가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에 대한 평가에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평가 기준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실질적 평가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있겠지만, 이는 아주 중요하고 당연한 현실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 구성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 결국 위기관리 성패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판단과 평가에 따른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위기관리라 해도,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께서 중립 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이는 선방이라 정의할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험 있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공감하지만,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위기가 인식되어지고, 대응전략과 방식에 대한 어떤 공감대를 생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후 평가에 대해서도 긍정성 중심의 활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보면 실무적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좋은 전략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하듯 이랬어야 했다 또는 저랬어야 했다는 평가에 따라 좋은 전략이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홀로 독립적으로 세워져 있는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변수와 의견들이 셀 수 없는 충돌과 갈등 그리고 융합을 일으키며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을 자극하여 결론화 된 것이 겨우 전략의 모습을 띌 뿐이다.

    그런 최초 전략도 상황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고 최고의사결정권자 생각이 바뀜에 따라 다시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변경된다. 원래부터 위기관리 전략에 일관성이나 목적성을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치 흘러가는 물 위에 글씨를 쓰듯 전략은 계속 변화하며 사라져 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런 흐름과 사라짐이 만들어 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더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쁜 전략이란 없다

    실패한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었을까? 만약 실패했다 평가받는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었고, 그래서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다면? 그 전략은 내부적으로 ‘나쁜’ 또는 ‘실패한’ 전략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이는 매우 현실적인 주제다. 따라서 나쁘거나 실패한 전략이 정해져 있기 보다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반하고, 전혀 이질감 있는 전략이 실행되었다면, 이는 분명 나쁜, 실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그 나쁜 전략으로 인해 외부적으로는 정상참작을 받거나, 일부 유효하게 평가받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 나쁜 전략이 좋은 전략으로 달리 평가받게 되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 임원들이 절대로 나쁜 전략과 좋은 전략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떤 전략이든 유효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허락하는 것이라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몇번을 반복해도 무리가 될 수는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가 곧 위기를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함께 하는 전문가나 담당 임원들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에 가능한 유효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 할 뿐이다. 초기부터 시종일관 어떻게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꾸준하게 관리해 합의된 전략으로 실행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가 위기관리팀의 핵심적인 관심 분야가 된다.

    따라서, 위기관리팀은 위기 시 외부의 환경과 반응을 제대로 분석해 신뢰 있는 의견을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 업데이트 하는 노력을 한다. 흔히 말하는 좋은 전략과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좋아하실 전략이 가능한 합치되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이 일부 또는 전부 실패하는 경우라면, 가능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따른 전략 중 유효할 수 있는 실행에 보다 집중한다. 그 유효함을 판단하는 것은 순수한 전문성과 경험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통해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사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전략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현실에 대해 이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일부는 전략이라는 생각을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일부는 이미 철저하게 시키는 대로 한다는 생각으로 태도를 바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나 위기 시 그 핵심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위기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위해 언론에 대한 이해, 여론에 대한 이해, 정무감각에 대한 인식과 감각 강화, 여러 전문가들과의 교류와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보다 이상적인 위기관리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위기관리는 평시에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 이번 글 주제의 결론이다. 위기관리팀의 핵심이해관계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누구에게 집중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대책회의를 사전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상식적으로 대책회의라는 개념이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관리를 위해 모여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책회의를 사전에 하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떻게 알고 평시에 대책회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대부분의 대책회의는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개시됩니다. 그러나, 그 대책회의에 참여해 보면 논의되는 주제는 사후 피해 관리 및 대응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룹니다. 일단 소는 잃었고,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 또는 다른 소까지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것을 논의하는 장면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를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앞의 비유와 같이 당면한 이슈와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다는, 그 이슈와 위기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관리하려 하는 것입니다.

    종종 언론사 기자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인 저에게 묻습니다. “어떤 회사의 위기관리가 잘 된 위기관리인가요?”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장 잘 된 위기관리는 우리가 모르는(눈치도 채지 못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세상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사실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관련된 기업이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하고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면을 평가해야 해당 기업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기업에게 가장 큰 문제는 그 이슈나 위기를 발생하게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어떤 기업은 그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그런 주장은 습관성 변명입니다.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은 그 이슈나 위기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경우가 많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기보다는, 일부러 또는 무심해서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만약 사전에 특정 이슈나 위기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면, 그 이슈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부쩍 높아질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이슈관리이자 위기관리입니다. 대책회의는 사후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면, 이번 기회에 대책회의는 원래 사전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옛말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문제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개인적 주제들을 하나하나 사전에 생각해 보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본다면, 그 문제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으로만 머무를 것입니다. 반대로 갑자기 문제가 되었다면, 그 이전에는 그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예측했었는가? 예측하지 않았었는가? 이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일이 발생하자 허둥지둥 대책회의를 하고, 피해를 정리 계산하고, 그에 대한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반적인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이제는 좀 더 진일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면, 사후에 하는 대책회의나 노력이나 투자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사후 대책회의만 반복하는 습관을 고쳐보자는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번 위기는 불가항력이었거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볼 때 이번 위기는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사전에 아무리 대비했어도 관리가 어려울 위기였지요. 그나마 사후 위기관리를 열심히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컨설턴트께서는 왜 이번 위기를 불가항력적이라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관리 주체는 좀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 위기관리 목적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것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지요. 이러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위기관리 주체가 전달하는 ‘OOO때문에 위기관리가 어려웠다’는 불가항력적 메시지는 다음 같은 문제가 있어 보다 심각하게 경계해야 합니다.

    첫째,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 발생 원인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느낌을 주어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문제 핵심은 ‘전가 (轉嫁)’입니다. 그 위기 원인으로 ‘전가’하는 대상이 자연이나 무생물이면 모르는데, 대부분 위기 시 ‘전가’ 대상은 이해관계자, 공중, 피해자라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칫 끓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지요.

    둘째, 사전에 위기관리 주체가 해당 위기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했다는 실토라서 문제가 됩니다. 공중이 해당 메시지를 듣고 위기관리 주체의 사전 위기 대비 역량에 대한 불필요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일부 공중은 왜 그런 당연한 예상도 하지 못했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셋째, 위기관리 주체가 사전 위기 대비보다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에만 의미를 둔다는 느낌을 주어 문제입니다. 사후 데미지 컨트롤은 아무리 준비해도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그것 만을 두고 불가항력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사고로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 보다 사람을 사전에 죽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넷째, 위기관리 주체의 위기관리 의지를 의심하게 해서 문제가 됩니다. 해당 메시지를 들은 공중은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관리에 실패하니 사후 불가항력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 불필요한 ‘때문에’ 메시지를 통해 위기관리 주체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메시지 보다 ‘불구하고’ 메시지가 좀더 나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불구하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의 원인을 전가하지 않고 (리더십을 가지고), 실행했던 사전 대비 활동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그에 기반한 사후 관리 활동을 설명하고, 위기관리 주체의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까지 표현한 뒤에 해당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여기에서 위기관리 의지는 흔히 보여지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 의지가 아닙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그냥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니까요.

    이 모든 전제를 강조해야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 후 여론이 스스로 ‘아…이번 위기는 진짜 불가항력이었구나’하는 공통된 평가를 내리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주체 스스로 불가항력을 선제적으로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순서와 주체가 틀린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부정적 상황을 이해하시지요? 급하니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위기 시 대응 차원에서 기업이 해야 하는 옵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침묵하는 것입니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서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지요. 상당히 많은 경우 기업들은 침묵 대응을 옵션으로 결정합니다. 상황이 과도하게 가변적이거나, 적정 수준의 사회적 주목이 없거나, 너무 중대한 상황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상황을 지속 주시하며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패닉에 빠진 침묵이나, 안하무인 또는 묵묵부답형 침묵과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두번째 대응 유형은, 꼭 해야 하는 대응만 선별해서 대응하는 형태입니다. 이 선택을 결정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A라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은 이후 어떻게 발전 또는 소멸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면 됩니다. A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공통된 내부 의견이 있으면 이 대응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이를 실행하면 현 상황은 곧 소멸될 것이라 예측되면 당연히 선택해야 할 것이고요.

    세번째 대응 유형은, 안 하는 것 보다는 좋겠지만, 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대응을 하는 형태입니다. 대부분 이런 대증치료식 대응은 딱히 실효성을 가진 대응 방식이 여의치 않을 때 많이 목격됩니다. 이런 대응이라도 해야 경영진이 마음에 안정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세번째 유형의 대응으로만 위기관리가 진행되게 되는 경우입니다. 실효가 적은 다양한 대응 실행은 조직의 역량과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그 시간에 더욱 집중적 주목과 역량 강화를 기해 실제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꼭 해야 하는 대응’을 찾아야 하는 데, 그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덜 중요한 것들을 중심으로만 위기관리를 시도한다는 것이지요.

    네번째 대응 유형은, 실행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아무 효과도 없는 대응을 하는 형태입니다. 세상 어떤 기업이 별 효과 없는 실행을 굳이 선택해서 하겠는가 하겠지만, 실제 상당수가 이 네번째 대응 유형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이는 위기관리의 영역을 넘어선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실행들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위기 이후 여러 경영진이 받게 될 평가나 책임에 대비한다는 방향성을 가집니다. 외견으로 다양한 실행을 해서라도 ‘이렇게 다양하게 열심히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사후 평가를 기대하자는 취지입니다. 일견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필요한 위기 대응일 수는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에 기반한 대응 옵션의 우선순위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꼭 해야 하는 대응만을 선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겠습니다. 모든 주목과 역량을 집중해 단순화해야 합니다. 제한된 조직 역량을 분산시키며 효과 적은 대응에만 몰두하게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기다리며 때를 노리는 침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출문제를 공부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에 대해 종종 ‘기출문제’ 이야기를 하시는 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는 과연 저희 회사에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지에 대해서 주로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만, 위기관리에 있어 기출문제라는 건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기억해 보면 기출문제가 무엇인지는 아실 겁니다. 이미 시험에 나왔던 문제들을 기출문제라고 하지요. 일부 시험에서는 문제 풀(pool)이 있어서 많은 기출문제 속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고는 합니다. 새로운 문제가 시험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수험생이 기출문제들을 전부 공부하기만 하면 어떤 문제든 이미 풀어 봤던 문제이기 때문에 시험이 훨씬 수월 해 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기업 위기의 유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이미 어떤 기업이든 한두 번 이상 경험했던 위기가 다시 자사와 다른 기업에게 발생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는 주장을 합니다만, 그것이 실제 해당 위기가 세상에 처음 발생되어 새로운 것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기업이 해당 위기에 평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위기가 새로울 뿐입니다. 기출문제를 풀지 않은 수험생에게는 어떤 문제도 새롭습니다.

    최소한 자사 전례는 완전하게 소화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사 역사가 20년이라고 하면, 그 동안에도 다양한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고생해 가며 자의반 타의반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 자사 전례들을 현재 자사에서 이슈와 위기를 관리하는 모든 임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유사한 이슈와 위기를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더 나아가 타사 전례들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매일 쏟아지는 기업의 이슈와 위기 사례들을 그냥 허비하지 마십시오. 저 회사는 왜 저런 위기를 겪게 되었는가? 현재 그들은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그런 위기가 발생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그 회사보다 위기관리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질문이 각 사례에 투영되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사가 새로운 이슈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사의 전례를 잊고, 타사의 전례들에 관심 없는 기업에게는 사실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한 답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시험 문제들은 새롭고 어렵습니다. 시험 결과가 당연히 좋지 않지요. 물론 실력이 뛰어나서 아무리 새로운 문제라도 척척 풀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문제입니다.

    사회 여론적으로도 자사나 타사 전례에 무감한 기업은 더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전 타사에게서 발생한 위기와 동일한 위기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우와좌왕하는 기업을 공중이 좋게 볼 리가 없습니다.

    ‘이 회사도 똑같네?’ ‘이 회사가 더 심각하네?’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를 것입니다. 자사 전례와 타사 전례들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것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부터라도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 보시면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해도 난리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다른 기업 케이스를 보면 사과 이후에도 계속해 비난을 받는 경우가 꽤 되더군요. 그래서 이번 저희는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해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평가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물론 지지하는 그룹도 있지만 반대로 여러 지적이 나오네요. 사과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는 타겟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과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그 ‘사과’를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설정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어떤 실수를 범했을 때 사과 대상을 설정함에 있어서 그 기업의 실수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것인가? 아니면 그 실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사과할 것인가? 또는 자사의 실수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과할 것인가? 이런 타겟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 성패 요인이 됩니다.

    사과해야 할 상황에 놓인 기업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분류해 보시지요. 기업의 실수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적대그룹은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의 실수에 대해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어느 정도 정상참작과 지지를 포기하지 않는 우호그룹도 존재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그룹 간에 주류와 비주류라는 규모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만약 우호그룹이 주류를 이룬다면 그 상황은 사과가 필요 없거나, 상당히 간략한 사과 표명으로도 이슈관리가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반면 심각하게 사과해야 하는 경우라면 적대그룹이 주류에 가깝거나 주류인 상황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종종 현재 주류인 적대그룹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상당히 위험한 착각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대그룹은 자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손가락질합니다. 반대로 우호그룹은 그 경우 박수를 칩니다. 자사가 어떤 이슈나 위기 대응을 하더라도 그 두 그룹은 태도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태도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 대상을 타겟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주된 커뮤니케이션 타겟은 중립그룹이어야 합니다. 자사의 실수나 문제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있거나, 관심이 적거나, 별 의견이 없는 부동층(floas, 浮動層)이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타겟이 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습니다.

    사과의 내용이나 형식에서도 그 중립그룹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 사과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아가 그 중립그룹을 우호그룹으로 전향(?)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사과가 있다면 더 훌륭한 시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립그룹으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중심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 중립 그룹은 주변 언론과 적대그룹, 우호그룹들의 사후 평가에도 2차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해석들이 중립 그룹에게 공감이 가는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잘된 사과는 중립그룹의 공감을 절대적 기반으로 하여, 적대그룹의 비판에 대한 공감을 저하시키는 것인 동시에, 우호그룹의 지지에 대한 공감성을 높일 수 있는 형태의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중립 그룹을 타겟으로 정해 그들에게 사과를 맞추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위기는 합리적일 수 없다? [기업 위기관리 Q&A 307]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상황을 보면 종종 한숨이 나옵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논란들을 보면 세상이 이상해 보일 정도지요.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으니, 위기나 이슈, 논란도 죄다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래 위기는 특성상 합리적이지 못한 것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위기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주제인데요. 다른 관점에서 한번 보시죠. 만약 기업이 다양한 사전 징조나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발견해 관리했다면 위기나 이슈, 논란이 발생했을지도 생각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땠을까요? 자사가 스스로 좀더 합리적이었다면?

    질문을 보면 경험하신 위기, 이슈, 논란이 모두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의 비합리성에 의해서만 비합리적으로 생성 확산되었다는 생각을 하시는 듯합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자사에게는 아무 문제나 책임이 없었다는 주장 같습니다. 혹은 일부 문제나 책임은 있었더라도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도 일부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회사가 상당히 합리적인데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상당히 드뭅니다. 회사가 합리적으로 사전적 관리를 했다면 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상당수 소멸되거나 방지되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회사에게 발생된 위기나 이슈 중 일부는 경우에 따라 비합리적이거나 부분적으로 합리성이 결여된 위기나 이슈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필히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의 위기나 이슈는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거나 문제가 되기 어렵습니다. 대형 위기나 이슈로 판정 받기 어려워 사회적 주목도 적고, 사후라도 신속하게 관리될 수 있는 경우지요.

    즉,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과 비판까지 받았고, 그에 대한 관리까지 무척 힘들었다면 그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요? 앞의 경우와 같이 상당히 합리적인 회사였을까요? 합리적인 사후 관리를 했을까요? 불행히도 그 회사는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리적인 기업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를 경험할 가능성은, 비합리적인 기업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를 경험할 가능성 보다는 훨씬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그 만큼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기업에게 주로 발생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기나 이슈 자체의 합리성에 있어서도 관점을 더하자면, 위기나 이슈는 근본적으로 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비합리성 정도의 차이지요. 우리가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지진, 태풍, 홍수, 쓰나미 등은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요?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싸우거나 맞설 수 있는 것일까요? 여론은 어떨까요? 여론은 항상 합리적이기만 할까요? 합리성을 가지고 싸워 항상 관리 가능할까요?

    위기나 이슈가 합리적이냐 합리적이지 않느냐 하는 논쟁은 더 이상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근본적 비합리성을 인식하고 우리 기업 스스로 더욱 더 합리적이 되어 일부 위기나 이슈의 비합리성을 사전 사후에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그런 노력을 포기한 비합리적 기업이 되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와 이슈를 반복 경험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