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5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상식적으로 대책회의라는 개념이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관리를 위해 모여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책회의를 사전에 하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떻게 알고 평시에 대책회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대부분의 대책회의는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개시됩니다. 그러나, 그 대책회의에 참여해 보면 논의되는 주제는 사후 피해 관리 및 대응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룹니다. 일단 소는 잃었고,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 또는 다른 소까지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것을 논의하는 장면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를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앞의 비유와 같이 당면한 이슈와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다는, 그 이슈와 위기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관리하려 하는 것입니다.
종종 언론사 기자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인 저에게 묻습니다. “어떤 회사의 위기관리가 잘 된 위기관리인가요?”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장 잘 된 위기관리는 우리가 모르는(눈치도 채지 못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세상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사실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관련된 기업이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하고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면을 평가해야 해당 기업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기업에게 가장 큰 문제는 그 이슈나 위기를 발생하게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어떤 기업은 그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그런 주장은 습관성 변명입니다.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은 그 이슈나 위기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경우가 많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기보다는, 일부러 또는 무심해서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만약 사전에 특정 이슈나 위기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면, 그 이슈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부쩍 높아질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이슈관리이자 위기관리입니다. 대책회의는 사후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면, 이번 기회에 대책회의는 원래 사전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옛말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문제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개인적 주제들을 하나하나 사전에 생각해 보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본다면, 그 문제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으로만 머무를 것입니다. 반대로 갑자기 문제가 되었다면, 그 이전에는 그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예측했었는가? 예측하지 않았었는가? 이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일이 발생하자 허둥지둥 대책회의를 하고, 피해를 정리 계산하고, 그에 대한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반적인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이제는 좀 더 진일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면, 사후에 하는 대책회의나 노력이나 투자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사후 대책회의만 반복하는 습관을 고쳐보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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