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9월 10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 직후 언론 응대- 취약성을 점검해 보자!

특별한 형태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위기 유형별 취약성 패턴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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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위기유형의 경우 최초 위기발생 직후인 Phase 1 기간 동안 언론으로부터의 정보 수요는 증폭된다. 이때 일정 시간 동안 일정 분량까지는 기존 홍보팀에서 핸들링 할 수 있는 수요가 되지만, 급격하게 증폭되는 언론의 정보 수요는 금새 홍보팀의 최대 수용 가능치를 넘겨 버리고, 일선이나 유관부서에게까지 정보 수요가 전이된다.
문제는 Phase 1 구간에 노란색으로 칠해진 홍보팀 핸들링 구간에서는 좀 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홍보팀들의 경우 평소 많은 경험과 일정 수준 이상 준비가 되어 있어, 초기 언론 정보 수요 핸들링에 있어서는 큰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반면 취약성이 존재하는 부분은 Phase 1 구간내에 오렌지색으로 칠해진 ‘일선 및 유관부서 핸들링’ 구간이다. 위기발생 직후 몇 시간내에 언론으로부터의 인터뷰나 취재요청이 일선 매장이나, 공장, 현장, 지점, 지사, 기타 부서들에게 전이되는 상황인데, 이 상황 이전에 홍보팀이 전사적으로 one voice 체계를 전파하지 못하면 오랜지 구간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구간에서는 사실 Holding Statement만 가지고도 충분한 구간)
그 이후 Phase 2상황에서 적절한 시간내 홍보팀과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위기관리통제센터를 만들게 된다. 이후 곧 집단 의사결정을 통해 언론 정보 수요에 적극대응(e.g. 기자회견 등)하게 되면 Phase 3과 4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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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유형보다 홍보팀이 주관이 된 전사적 one voice 시스템이 더욱 더 신속히 전파되어야 하는 위기 유형은 사건 및 사고시가 되겠다. 일단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본사 홍보팀은 사건 및 사고 지역과 물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심리적 거리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및 사고 발생 직후 언론으로부터의 정보 수요를 현장과 홍보팀이 동시에 해소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 안는다.
이 상황에서 홍보팀과 현장이 one voice로 동시 통합되지 않으면, 해당 위기는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전환되곤 한다. 이전의 일반적 유형의 위기시에는 홍보팀–>일선 및 유관부서의 순서였지만, 이 경우는 일순간에 동시 체계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점이 다르다.
앞서의 유형이 홍보팀이 정리한 holding statement를 일선 및 유관부서에 하달 공유하는 형태의 시스템이라면, 이 사건 및 사고 유형은 홍보팀과 일선 및 유관부서가 함께 상황분석 및 holding statement 개발을 동시 진행 공유해야 해서 훨씬 더 힘들고 어렵다.
일반적으로 위기 시 ‘오락가락’ ‘좌충우돌’ ‘왔다리 갔다리’라는 언론으로부터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이 경우 Phase 1에서의 업무공조 실패, 통합적 상황파악 부재, holding statement의 부재 또는 부실한 공유가 그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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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이슈나 논란이 위기화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취약성을 목격할 수 있다. 본격적 이슈화 이전에 홍보팀의 핸들링 가능 영역에서의 언론 정보 수요가 형성될 때 빨리 홍보팀이 주가 된 이슈관련 holding statement와 위기통제센터 구성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타이밍을 흘려 버리는 경우들이 많다.
왜냐하면 홍보팀 스스로 ‘이 이슈는 산발적이어서 우리가 핸들링 할 수 있다’라는 감을 가지고, 관련하여 공유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 이슈화가 지속되면서 일선 및 유관 부서에게 까지 언론의 어프로치가 시작되면, 그 때부터 홍보팀은 일선 및 유관 부서 공유를 시작하곤 한다. 위기통제센터 구성에 대한 결정도 이 경우 당연히 늦어진다.
즉, 앞의 두 유형과는 달리 가시적이고 위협적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거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유형이기 때문에 미리 미리 폭발적 정보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체계에 대한 논의에 있서, 위의 세가지 유형상 공히 발견되는 취약성은 ‘빠른 상황파악 및 의사결정, 그리고 그에 기반한 입장 정리와 핵심메시지 공유의 실패’에 기인한다. 이런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평소에 발생가능한 위기를 예측하고 반복적으로 통합적 상황분석, 빠른 의사결정, 전사적으로 빠른 입장정리와 핵심메시지를 공유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빨간색 구간을 보라. 위기관리는 홍보팀의 영역보다 전사적 의사결정의 영역이 훨씬 크다. 이것이 빨리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8월 222012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타이밍을 보면 위기관리를 안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타이밍을 보면 위기관리를 안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개인이나 조직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단순하게 속력이나 속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 시 거대한 조직이 빨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그 안으로부터 여러 인사이트 들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에도 일정규모 이상의 조직은 빨리 움직이기 힘들다.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을 위해 상당히 지루한 시간들을 조직은 물리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결과인 실행을 바깥에서 목격하려면 긴 세월이 흐르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하나의 외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일년에서 적게는 수주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광고, 프로모션, 영업, 마케팅, HR 등의 활동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기업간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이를 건너뛰거나 생략하고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다고도 생각들을 한다.
그렇다면 위기 시 빨리 움직이는 기업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본능에 의거해 조직전체가 반사신경에 기반한 실행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 두 명의 의사결정자에 의해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타고 태어난 위기관리 전문가들이라서 그럴 수 있을까?
대부분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움직이는 기업은 미리 그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이다. 상당히 구조화 된 모니터링 시스템과 센서링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사적으로 해당 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감지해 공유하고, 이에 대한 발생 시나리오를 개발 해 충분히 사전 공유했던 기업이다. 어느 누군가가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의 장을 맡고, 해당 위기에 대한 대응 주관과 유관 부서들을 통합해 리드하면서 발생 시기를 ‘기다려 왔던’ 기업이다.
빠른 기업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매번 반복적으로 조언한다. “준비하라, 준비하라, 준비하라” 해당 기업은 준비한 기업이다. 발생하는 위기를 100% 사전에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에 발생 사실을 전제로 여러 상황들을 예상해 준비하는 업무를 하는 게 위기관리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의 위기관리 현장은 어떨까?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적절한 대응준비가 선행되고 있을까?
불행히도 많은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면 대기업일수록 그런 부분에 있어 사전 협업이나 통합된 시나리오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당연히 준비해 타이밍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을 어이없이 비켜나가는 기업들을 보라.
물론 기업 내부에서 실제 위기관리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여러 현실적 사정들을 이야기한다. “홍보팀만 하는 게 위기관리가 아니라서요” “조직은 큰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어느 한 부서가 튈 수는 없어요” “오너 분이 관련되어 있는 위기라서 실무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우리라고 위기관리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여러 이유들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현실을 무시한 채 ‘이래야 한다’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실질적이 아니라는 비판도 이해한다.
하지만, 좀더 솔직히 기업 내부를 되돌아 보자. 10년전에 같은 위기를 겪었지 않나? 몇 년 전에도 이런 이슈는 있었지 않나? 당시에도 우리 부서가 이렇게 움직이면 안됐었다 사후 개선을 약속하지 않았었나? 당시 로펌과 홍보팀이 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그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내부 워크샵에서 이야기 나누지 않았었나? 당시 위기관리를 지휘하시던 부사장이 퇴임을 하신 직후 사내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조속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 않나?
그때 그때 위기관리가 잘 안 되는 현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하거나 동일한 위기에 있어 매번 비슷한 현실적 이유를 대는 것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윗분들이 보실 때에도 매번 비슷한 현실적 이유를 제기하는 실무자들은 ‘우리는 위기를 관리 할 수 없어’하는 태도를 가지는 사람들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위기와 위기관리를 반복하면서 개선되고, 향상, 강화되는 그 무엇은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 더 나은 대응과 관리방식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매번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그 때부터 허둥지둥 위기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위기 발생 직후부터 상황이 변하고, 주변의 의견들이 변하고, 전체적인 여론이 흘러간다. 그에 대한 혼란 속에서 해당 기업은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보고서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물리적 시간은 그냥 하염없이 흘러간다. 이윽고 내부적으로 모든 타이밍을 이미 놓쳐버렸다는 공감대가 슬슬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 시기가 지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거나 연장되면 우리에게도 더 이상 좋을 게 없으니 그냥 이대로 상황을 종료하도록 합시다” 당연히 때를 놓치고 불안해 하던 내부인력들은 그 제안에 박수를 친다. 위기관리가 끝나는 순간이다. 위기관리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고, 내부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의 혼란과 난상토론만 있었을 뿐이다. 혹시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는 않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기다렸다는 듯이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기업들은 분명히 준비된 기업이다. 위기는 어떤 기업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모든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주변의 조직들과 기업들에게는 ‘위기는 존재하지만 위기관리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의 현실적 핑계나 실패의 반복은 그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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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축구협회의 편지보다 그 과정을 보자

축구협회가 일본 축구협회에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편지내용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 보아도 적절한 포지션이나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협회의 편지와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라보면 어떨까? 편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일까?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조직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몇개 꼽아보자.
1.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들은 각자 아이디어로 위기관리를 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준비를 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조직들이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느낌만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그룹은 내부에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하는 이야기보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네요”하는 반응들이 공유되어야 성공한다. 축구협회는 과연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기 전 내부에서 “(우리가 일본축구협회에) 꼭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했었을까?
2. 관련 전문가나 로펌, 커뮤니케이션펌들과 협업하지 않는다.
일단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면 (보내야만 하겠다는 의중이 모아졌다면) 그 작성과정에는 필히 관련 전문가들이 개입되어야 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협업을 이루는게 좋았을 것이다. 단순 영역이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수사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단순하게 “우리 뜻만 일단 통하게 하자”는 것은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일 때고, 조직 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그런 생각은 적절하지 않은게 기본이다. 그 예로 Unsporting이라는 단어를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본어의 해석적 의미는 우리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이렇듯 전문가의 개입은 기본적으로 있었어야 했다. 축구협회는 왜 이런 기본을 지키지 못 할 수 밖에 없었을까?
3. 중앙집권적으로 위기를 통합관리 하기보다, 산발적으로 실행부문에서 저지른다. 결국 사후 책임을 누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만 남는다.
항상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에는 사후 리더십과 팔로워십, 시스템, 구성원들의 기지, 과정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안팎에서 이루어 지고 서로 공을 나누거나 가져가려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반면 위기관리에 실패 한 조직과 관련 해서는 그 실패의 책임을 서로 밀거나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 과정이 이어진다. 이번 건에 있어서도 편지에 싸인을 한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편지 작성을 리드한 중간 임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책임 공방 논란이 따른다. 일단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을 보니 이번 위기관리는 실패 한 듯 보인다.
4. 내부 상황이 그렇다보니 부정적인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일단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짓말한다.
편지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의해 쉽게 공개된 결과를 놓고 보면 단순 외교문건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최초의 입장은 결론적으로 유효하지도 않았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조직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한다. 반대로 실패하는 조직은 쉽게 입장이 바뀌거나 번복되고, 그 최초 입장에 있어 거짓이나 숨김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축구협회는 논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앞으로 할 수 있을까?
5. 그래도 계속 상황이 악화되면…무언가를 핑계로 자제를 요청한다. 스스로 힘을 빼라 주문한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공중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형국을 자주 본다. 국가 보안을 위해, 정국의 안정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외교적 실익을 위해, 민족적 자존감을 위해…그렇게 자제들을 요청한다. 문제는 이런 자제 요청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제요청을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한다는 것이 우습다. 그런 자제 요청은 권위있는 제3자들이 해주거나, 공중들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때만 유효하다. 축구협회의 논란화 자제 요청이 별반 국민들 사이에서 유효한 메시지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축구협회는 외롭지 않다. 이 협회만 위기시 이상과 같은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들은 계속 여러 조직들에 의해 반복 되어 왔고, 되고 있으며, 될 것이다. 위기관리 실패에 대한 원인 파악과 문제의식 그리고 개선의지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럴 수 밖에.
8월 14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O사 사보 기고문]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자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어 보인다. 모든 위기가 미연에 방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기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과 위기를 앞으로 경험할 기업 이 두 가지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 스마트 한 기업이다. 위기는 필히 발생한다 전제하고, 만약 이런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중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평소에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준비란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는가 살펴보자.
첫째, 위기는 깜짝 놀랄 만 한 생소한 대상이 아니다. 위기는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중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가 깜짝 놀라는 이유는 뭘까? 평소 해당 위기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감으로만 이런 위기도 발생할 수 있겠구나 평소에 느껴 왔을 뿐, ‘이 위기가 발생한다면’을 전제로 하고 일정시간 동안 구체적인 대응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둘째, 위기관리는 ‘누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는다.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기에 리더십을 가지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 시 숨고, 피하고, 두려워하며, 기도한다.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 냈다면 그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어떻게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실무진들에게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 보다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 평소 실무진들에게 질문하라. “이런 위기 시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위기는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유사한 반복의 원칙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에게는 아주 유리한 위기의 특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매번 당황스럽고, 매번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위기로부터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험하면서 다음에 이러한 위기가 또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하는 생각과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평소 위기로부터 배움을 찾자.
마지막으로 위기는 기업의 철학과 공유된 가치들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는 직원들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위기 시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직원들이 고객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품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그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위기는 관리 된다. 평소 품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게 된다.
위기를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할 기업들에게 공히 조언하는 것이 이런 ‘준비’에 대한 이야기다. 준비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평소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위기관리 체계란 함께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특정 부서에게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주문하기 보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시다”하는 주문이 더 옳은 주문이다.
경쟁사들을 둘러보자. 다른 기업들도 둘러보자. 수많은 위기 사례들을 들여다 보자. 그리고 우리가 경험했던 위기들을 돌아보자. 그 안에 답들이 있다. 위기관리라는 시험은 나왔던 문항이 또 나오고, 이미 풀어 봤던 예상 문항이 그대로 나오고, 친구가 어제 풀었다던 문항이 바뀌지 않고 나오며, 조금만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항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단순한 시험을 치르면서 매번 놀라고, 매번 당황하며, 매번 생소해 하고, 매번 틀리는 기업에게 있다.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게으른 기업들이 문제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그것이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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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 밭’이 돼서는 안 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 밭’이 돼서는 안 된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고발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끊습니다. 딸깍. / 아니 누가 그래요? 누가 그래? 우린 죽어도 환불 못해 줘요. 본사에 연락해요. 해 보세요. 저희는 꿈쩍도 안 합니다. / 야! 손님이면 다야? 너 한번 오늘 죽어봐라….
이상은 연극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공격적 대사가 아니다. 몇몇 고객 접점 현장에서 실제로 녹취된 고객과 종업원간의 대화 중 일부다. 하나는 고객상담전화 내용이고, 또 하나는 모 유명 식음료 업체 가맹점주의 메시지다, 마지막 하나는 또 다른 식당 체인 직원의 메시지였다.
“다른 건 괜찮은데 고객접점이 문제다”라 고민을 토로하는 프랜차이즈 업계 위기관리 담당자의 하소연에 주목해야 하겠다. 회사에서는 좋은 브랜드와 유망한 사업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 시키고 있는 반면, 실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인 고객접점에서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의 경우에는 일찍이 이런 고객접점에서의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트레이닝들이 많이 제공되어 그나마 큰 문제 없이 위기를 사전 완화하거나 방지하는 활동들을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이런 고객접점 위기관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케이스 공유 그리고 핵심 접점 인력들에 대한 트레이닝이 아직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아 보인다.
고객접점이 문제라고 고민을 토로하는 위기관리 담당자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가맹점들 또는 직영점들에서 일하는 수 천 명 이상의 일선직원들을 본사에서 어떻게 가이드 하며, 어떻게 관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사에서 현장을 모니터링 하는 체계조차 없어, 일선에서의 단순 트러블이 항상 위기화 되어야 인지하는 경우들도 있다. 당연히 고객접점이 꼭 살얼음판 같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고객접점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고발 프로그램들의 취재형태가 이전에는 본사중심의 입장 청취에서 최근에는 해당 기업 일선의 목소리를 채집하는 형식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이제는 훈련된 홍보담당자의 죽어 있는(?) 메시지를 보도화 해주기 보다, 살아 있는(?) 일선의 목소리를 바로 보도해 현실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동시에 보여주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고객과의 트러블이 문제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객접점으로만 남아 있는 일선이 더 이상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전문적 취재 훈련을 받은 기자와 PD들이 일선 매장과 지점, 지사, 지국 그리고 영업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취재하고 있다. 위생과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일선을 방문해 적발조치를 취하고 있다. NGO들이 실제 사례를 그들 앞에서 수집한다. 고객들은 이전과 같이 일선에게 소리 치고, 항의 하며, 입장피력을 요구한다. 사장을 불러 달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회사들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기존의 체계를 그냥 유지하면서 단순하게 하늘의 뜻에 따르기로 기도할 것인가? 회사가 가이드 불가능한 이슈일 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만 나서서 체계를 다잡을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지금까지 그렇게 치명적인 위기로 다다른 사건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고 민감하게 대비할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사례를 돌아보면 위의 이런 안이한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온라인과 SNS가 고객접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고객들은 항상 기업의 고객 접점에서 그 기업을 판단하고, 그 기업과 대화하기 원한다. 해당 기업의 일선이 적절한 이슈관리를 하지 못하면 해당 이슈는 눈 깜짝 할 사이에 SNS를 통해 온라인에 공유된다. 이제부터는 이 이슈는 일선의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위기로 발전하는 것이다. 본사가 답해야 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예전에도 이슈가 발생하면 회사는 일선으로부터의 상황파악에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나아짐이 없다. SNS는 기름 끓듯 분노와 항의가 넘쳐나고 있는 데, 위기관리 주체인 회사에서는 상황파악에만 골몰하고 있게 된다. 전혀 빨라지지 못한 기업들은 항상 이렇다. 당연히 상황파악이 늦으니, 입장정리도 늦다. 위기화 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늦고, 정확 할 리가 없다. 전사적으로 악화된 위기에 대응하면서 해당 회사는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단순하게 일선에서 관리 가능했던 이슈가 위기가 되고, 심지어는 재앙으로 발전하게 되는 형국이 벌어진다. 이 자체가 정체절명의 위기다.
업 친데 덮치고, 그 위에 또 한번 덮친 격이다. 기업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빨리 체계를 개선하자는 옵션뿐이다. 일선에서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일선을 교육하고 트레이닝 하는 수 밖에 없다.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 해 그들에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습관화 되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수 밖에 없다.
빠른 상황보고 및 공유체계와 온라인에서의 위기정보 공유 시스템도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일선과 본사간의 격차를 어떻게든 줄여보려 노력하는 시스템이다. 빠른 상황파악이 바른 입장정리를 지원한다. 빠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정확하게 진행 가능해진다. 회사가 일선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 투자해 트레이닝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일선으로부터 이런 현실에 근거한 불평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가? 본사에서 언제 우리에게 명확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나? 우리는 회사를 위해 그렇게 했는데, 이제와 우리가 문제라 하면 우린 어떡하나?”하는 반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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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사 사보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 없는 100년 기업은 없다



위기관리 성공 없는 100년 기업은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을 향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기 즐긴다. 그러나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 어떻게 그렇게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위기가 기회로 해석될 수 있을까? 그 위기가 어떻게 기회로 단박에 변화 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진짜 ‘위기가 곧 기회’라면 위기를 관리하거나 극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위기를 좀 더 많이 초래하는 것이 기회 창출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에는 상당히 중요하고 많은 주문들이 생략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위기(를 겪었을 때 보여주는 기업의 훌륭한 철학과 조직 체계)가 곧 (그 이후 좋은 명성을 형성하며, 그 명성으로 해당 기업은 그 이전에 없었던 여러)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는 이야기다. 결국 핵심들은 거의 빠지고 반어적인 표현만 남아 통용되는 셈이다.
정리하면 첫째, 기업은 위기를 맞아 이를 관리하면서 자신이 가진 진정한 기업 철학과 조직의 체계를 과시해야 한다. 둘째, 그 결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이 가진 해당 기업의 명성을 재확보 또는 강화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곧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기회들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어렵다. 얼핏 위기만 잘 극복하면 곧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전제가 너무 많아 보인다. 일단 기업 철학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고 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조직의 체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단다. 더 어려운 것은 위기 시 이 철학과 체계를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단다. 어렵다.
80년대초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은 누군가가 자사의 진통제 ‘타이레놀’내에 청산가리를 넣어 타이레놀 소비자 여럿을 사망하게 만든 위기를 당했다. 이 위기는 어떻게 보면 존슨앤존슨도 피해자인 비자발적인 위기였다. 이 혼란 속에서 존슨앤존슨 전임직원들은 자사의 기업 철학을 기억했다. ‘존슨앤존슨이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는 원칙을 상기했다. 이에 기반 해 존슨앤존슨은 전국의 모든 직원들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시중의 타이레놀 전제품을 리콜 해 폐기해 버렸다.
사건이 일어난 해당 도시나 주 단위가 아니라 미국 전역의 모든 지역과 마켓에서 타이레놀을 단 한병도 남겨두지 않았다. 소비자를 위해 내린 위기관리의 결단이었다. 위기발생 직후 평소의 5분의 1인 6%대로 줄어 들었던 시장점유율은 새롭게 안전기능이 추가된 제품 출시 후 24%로 뛰어올랐다. 그 후로도 꾸준한 회복으로 3년후에는 35%로 정상화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타이레놀은 세계 진통제 시장의 대표브랜드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 시 이런 기업철학과 조직의 체계를 과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위기를 기회라 부를 최소한의 자격이 생긴다.
일단 이렇게 위기를 관리하고 나면 기회가 스스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하면서 다시 확인한 기업 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활동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기업 실무자들은 아직도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들을 제공해서 소비자(또는 고객사)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기업 명성이야 따라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투자은행 및 자문사 골드만삭스를 대입해 생각해 보자. 일반인들 중에서 골드만삭스와 직접 거래를 하거나,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중들을 골드만삭스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반 공중들의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지도 않은 일반공중들이 골드만삭스에 대해 가진 여론은 어떤 것일까? 이와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업에게 투영되는 공중들의 여론, 즉 기업명성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수년 전 미국시장을 포함 세계 각국 시장에서 창사이래 가장 치욕적인 리콜을 진행했다. 일부 토요타 모델들 중 자동차 페달의 문제로 급발진이 발생하는 현상이 집중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위기관리를 지휘했다.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고, 딜러들과 소비자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A/S직원들의 등을 두들겼으며, 공장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미국의회청문회에 나가 빠르고 완벽한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이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은 세계 공중이 가진 토요타의 기업명성을 유지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토요타는 이를 기반으로 이후 빠른 기간 내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판매실적을 다시 정상화하고 더욱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리콜의 영향으로 미국시장에서 12년만에 15%대로 빠졌던 시장점유율을 2년만인 2012년 다시 16.3%까지 끌어 올리면서 GM에게 뺏겼던 시장 1위 자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로 재정의(redefine) 되고 강화된 명성이 위기 이후 성공적인 기회들을 창출한 결과다.
이런 상황의 전환이 물론 모든 기업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 시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 할 수 있는 뚜렷한 기업철학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도 일부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위기를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조직적 체계도 보유하지 못한 곳도 많다. 기업명성은 말 할 것도 없고, 기본 역량들이 부족한 기업들도 흔하다. 앞의 두 회사들이 창립 초기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난 기업들은 아니었다. 대신 그런 전제들과 역량들 중 자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일정기간 선행되었던 기업들이다.
기업이 100년을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위기와 도전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매번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이를 통한 ‘극복’은 기업이 100년을 가기 위한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기업 스스로 어떻게 피할 수 없는 위기를 잘 관리 극복하여 추후 좀 더 나은 기회를 확보 할 수 있는가 하는 전사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명성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간주하는 문화 또한 필요하다. 더 나은 기업명성을 위해 기업 안팎으로 사회적, 사업적, 경쟁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100년된 기업은 오랜 기간 동안 남아 있어 위대한 것이 아니다. 100년 동안 해당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에게 그 기업이 존재할 만 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응원 받았기 때문에 존경스러운 것이다. 위기는 그러한 인정과 응원 획득의 기회다. 그렇게 보면 위기라는 것이 달리 보일 것이다. 사회 속에서 훌륭한 기업명성을 가꿔 위기를 더욱 더 잘 관리하는 기업들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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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은행 사보 기고문] 내일 신문기사에서 내가 한말을 읽는다면?




내일 신문기사에서 내가 한말을 읽는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린 시절 이런 노래를 불렀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자라서인지 많은 어른들은 아직도 자신이 TV에 출연하거나 신문기사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내심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도 그럴 것이 5천만 인구 중 소수의 여론지도층으로 불리는 대단한 분들만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루어지다 보니 내 이름을 신문이나 TV에서 발견하면 ‘내가 유명인사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 거다.
그렇다. 식구들과 명동길을 거닐다, 또는 남산 산책을 하다 ‘나들이 인파 현장 취재’를 나온 TV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고 추억임이 틀림없다. 유명 관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다가온 지역신문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것은 멋진 기록이 될 것이다. TV나 신문 취재와 관련된 그런 개인적인 재미를 경계하라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사와 관련 된 취재에 대응하는 부분이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평소 이야기 한다. ‘외부 언론의 취재는 요청을 받은 즉시 홍보실에 알려 홍보담당자들의 가이드에 적절히 따라주십시오.’ 전문가들의 조언과 기업 홍보실의 경험에 의해 대언론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항상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외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정보를 주는 직원은 곧 추후 인사조치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받고는 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직원들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직원들의 언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사의 기자들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자. 그들은 하루 종일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자신의 기사를 위해 취재원과 기술적인 인터뷰를 주고 받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 취재를 목적으로 다가 올 경우에는 충분한 준비 후 아주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에 비해 기업 내부 직원들은 어떤가?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을까? 기술적으로 취재전문가인 기자의 유도 질문을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훈련 받았을까? 민감한 이슈와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익숙하게 분별 가능할까? 아쉽게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취재를 시도하는 기자들과의 대화나 인터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친구나 동료들과의 대화와는 그 방식이나 해석에 있어 큰 다름이 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이야기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세부 단어나 표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취재를 위해 대화를 나누는 기자들은 내가 말한 단어와 표현과 같은 세부사항에 큰 관심을 둔다. 맥락이 어떻든 자신이 쓸 기사나 방송할 보도 영상을 위해 나의 말을 부분 부분 해석해서 가공하곤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CEO들과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좋은 취지인 줄 알고 기자와 인터뷰 했는데, 내가 긴 시간 이야기 한 내용들은 다 버리고 앞과 뒤만 싹둑 잘라 이상한 표현만 모아 9시 뉴스에 딱 방송 해 버리더라고요. 그 방송 내용 때문에 제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당연하다. 앞에 이야기한 것을 생각해 보시라. 기자는 취재전문가다. 반면에 대부분 인터뷰 대상들은 언론 인터뷰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아무 준비 없이, 훈련 없이 마주서게 되면 백전백패가 당연하다. 패배를 예상하고 경기에 나오는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에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허락된 직원이 아니면 언론과 말 조차 나누면 안 되는 걸까? 기자가 오면 일단 자리를 피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아니면, 말은 하되 사실관계 확인만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일 것? 앞에 이야기를 들으니 솔직히 고민이 될 것이다.
일단 기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맞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무뚝뚝하거나 무심한 것 보다는 낫다. 대신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지 어떤지 모르더라도 회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일단 긴장 할 필요가 있다. 자칫 나의 진심이 가공된 기사 내용으로 수천만 국민들이나 수백만 고객들에게 ‘공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벌벌 떨거나 흥분할 필요까지는 없다.
“O기자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수 있는 적절한 담당자가 아닙니다.”라 이야기 하자. 그리고 “제가 홍보실쪽으로 연락을 해 드릴 테니 필요하시면 홍보실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라 해법을 제시하자. 이런 답변에 당연히 기자는 번거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럴 것을 대비 해 이해를 구하자. “기자님의 질문에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손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회사 가이드와 연락 정보에 따라 홍보실쪽에 해당 기자를 연결 해 주면 된다. 이 방식이 직원 개인이나 회사 전체를 위해서도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대응훈련 전문가들은 기업 CEO들과 임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내일 신문기사에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처음부터 그 말을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전문가들의 이러한 조언과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무심하게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공통점을 보인다. 자신의 코멘트를 실은 신문기사나 TV보도를 보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게 먼저 놀란다는 점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스릴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이제부터 라도 위의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명심해야 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 가사는 유치원 시절까지만 딱 유효한 순수한 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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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정보보안 위기, 한국에서 진정한 위기가 될 수 있을까?

얼마전 KT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또 발생헀다. 반복적인 사례로 부터 얻는 반복적인 생각을 예전 포스팅을 끌어와 다시 정리 한다.

 


최근 들어 기업정보보안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몇몇 대기업 CISO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 해 몇 가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다.

과연 Corporate Korea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는 진정한 위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모르겠다’ 또는 ‘다른 기업 위기류처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1. 기업 위기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공통된 정의(definition)을 전제로 하는데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이 전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기업정보보안을 IT팀 또는 정보보안팀의 소관일 ‘뿐’이라는 뿌리 깊은 전제가 존재한다. 이는 Bad Press가 홍보팀의 소관일 ‘뿐’ 나의 이슈나 전사적인 이슈는 아니다라는 오래된 전제와 유사하다.

2. 정보보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 특히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CEO 또는 C-suite의 이해와 경험이 상당히 희박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CEO와 C-suite이 알아야 위기를 관리하는 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CISO/CIO의 의견과 평가가 곧 초기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크로스체킹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어프로치를 리드하진 않는다.

3. 평소 거의 모든 CISO/CIO는 자사의 기업정보보안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100%에 가까운 보안 개런티를 견지한다.

물론 그분들이 제시하는 개런티의 이유는 합리적이고 구조적이다. 문제는 이런 개런티 마인드와 스페셜티 업무 기조가 평소 진단과 실제적인 보안 평가를 일부 형식화하거나 어렵게 한다. 이는 평시 국방부 및 군에 대한 제3자들의 평가를 경계하는 모습과 같다.

4.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전사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고, CISO/CIO에 대한 문제 지적은 제한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정보보안위기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 평소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의 문제로 내부에서 규정되는 경우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2번의 이유와도 연결되는 데 “이번 위기는 우리의 완전에 가까운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해킹과 시스템 이외의 부분에서 방어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라는 자기합리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발생 이후의 늦장대응, 상황파악 미비, 거짓말, 커뮤니케이션 데드라인 관리 부실,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실패, 기타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직원관리부실, 거래처관리 부실, 사내의사결정그룹의 무능함, 전사적인 비밀주의,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공조부실 등등에서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정보보안 위기를 CISO/CIO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위기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최근 빈번한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반복으로 일개 기업의 단독책임 여부에 대한 규명이 이미 힘들어졌다. 

기업들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하여 실패를 두려워하는 ‘실질적’ 부분은 일단 두 가지 영역이 아닐까 한다. 기업 경영진의 보호와 집단소송에서의 생존.

앞의 기업 경영진의 보호장치는 일단 평소 진행해 왔던 기업정보보안 시스템 대비 기록들이 존재하고, 기업정보보안 위기발생시 적절한 CEO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전례를 보여주고 있다.

남은 문제는 집단소송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은 해당 기업의 단독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들의 극히 드물어 기업에게 치명적 판결로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나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실제 판례들이 나오면 의견이 변경될 수 있겠다)

또한 이 소송 대응 부분은 기업 내에서 법무팀과 로펌의 책임소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내부 평가/환경 때문에 기업정보보안이 기업에게 치명적인 위기로 해석될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다.

난감하고 시끄럽기는 해도 기업에게 별반 피부에 와 닿는 피해를 가져오지 못하면 기업 위기로 정의 되지 않는 Corporate Korea의 위기관(危機觀)이 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한다.


[추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천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운영업체 넥슨에 대해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 스스로 “최고수준의 보안장치를 가동하더라도 해커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어느 정도 수준의 예방 조치가 적절한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檢, 1천320만명 정보유출 넥슨 무혐의 [2012-08-03]] 언급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검찰측에서도 처벌 의지가 없다. 결국 고객정보보안 관련 사건은 아직까지 심각한 기업 위기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P.S. 이 의견은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과 입장이 아니라, 기업위기관리시스템적인 시각과 입장에 근거합니다. 세부적인 기업정보보안 관련 논의는 아님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7월 05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한 실무자들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이 평소 ‘매뉴얼=시스템’이라는 기본 인식들을 가지고 있다 토로한다. 그런 인식 때문에 일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위기관리 매뉴얼’ 부분에 총 역량의 70~80%를 투입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한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도 그런 인식은 인정해야 하고 그분들의 인식을 충족 시킬 수 있는 실무자들의 프로젝트 리더십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렇게 많은 역량을 투입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경영진들로부터 실질적인 호평을 받기가 힘들다는 데 실무자들의 고민이 있어 보인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겨우 이걸?”하는 질책을 받는다거나, ‘이게 실제 운용이 되겠어?” “일방적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실무단에서 우리가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겠어요?”하는 불평들을 곧 잘 받는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하나의 변화관리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조직 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고찰과 사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및 리포팅 프로세스가 기반이 된다. 그 외에도 여러 사내 정치적 입지들을 조율하고 내부와 외부 위기에 대한 정의를 통합해 공유하는 일련의 사전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런 진지한 접근 없이 “VIP께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하라 하셔서…”하는 동기를 가지고 접근하면 항상 ‘그냥 하나의 프로젝트’로 밖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적 변화는 ‘매뉴얼’로부터는 오지 않는다. 그 변화의 원천은 최고경영진들과 핵심 부문장들의 마음에서 온다. 그 마음은 경험으로부터 생겨나고, 그 경험에 의한 자신의 이해관계관이 뚜렷해질 때 비로소 ‘기존의 필요함(need)이 간절히 원함(want)’으로 변화된다. 즉,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단박에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완벽에 가깝게 구축하기 위한 ‘공감대와 협력 의지를 공고히’ 하는 목적을 가지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 방법들 중 하나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장 실패율이 적고,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은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다. 상당히 집중적인 시간 동안 최악의 상황들을 경험해 보는 ‘실천적인 충격’을 제공한다. 경영진들 각각에게는 개인적으로 ‘아…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부서가 이렇게 힘들어 지겠구나’하는 실질적 깨달음을 제공한다. ‘우리가 아직 준비 못한 부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큰일이네…’하는 개선의 단초를 제공한다. ‘고위 임원인 나뿐 아니라 관련 부서장들과 실무 핵심들에게도 추가 가이드라인과 트레이닝이 있어야 하겠는걸’하는 아주 세부적인 실행 욕구를 임원 스스로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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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험이 있는 임원들은 그 이후 평상시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극대화 된다.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분야나 부분에 대해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피력하게 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곧 변화관리’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최고경영진에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을 설득하는 데 있어 별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꽤 된다. 처음이 아니라 몇 번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다른 기타 매뉴얼과 가이드라인 추진들을 해 본 경영진들은 이미 ‘실행되지 않는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아픈 경험들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검증을 거치고 그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은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은 소용없더라 하는 공감대가 이미 존재한다. 실무자들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해당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지 여부는 실제 상황을 통해 검증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하는 주장이 유효하다. 실제상황과 유사한 환경 내에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을 마다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반복하고, 각각에서 얻은 문제점들과 개선 포인트들을 환류관리 차원에서 지속 개선 관리해 나가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 전사적으로 전조(前兆)를 잡아내고, 이에 대해 사전 분석 토의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2. 핵심 의사결정자들과 실무자들이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배분 개념이 형성되기 때문에 전조증상을 보이는 잠재위기에 대한 관리담당부서 배분에 있어 이견이나 지연이 줄어든다.
  3. 또한, 위기 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악의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임원들에 의해 조직내 각 분야의 취약성들(vulnerabilities)이 지적되고, 개선 조치가 진행된다. 즉, 평소 임원들이 지나치던 사내 출입 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거나, 사내식당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동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변화다.
  4.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평소에는 발견과 완화(mitigation)에 좀더 신경을 쓰게 되는 반면,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 스스로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인지하므로 결과적으로 초기 대응이 정확하고 빨라진다.
  5. 위기관리 위원회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 내부에서 소모적 주변 논쟁들과 중복적 상황 파악이 최소화 되어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해 진다.
  6. 트레이닝을 통해 이음새 없는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해당 위기를 빠른 시간 내에 통제가능 한 범위로 흡수 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에게 주어진다.
  7. 전반적으로 위기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를 통제하는 기업상으로 외부에 비쳐진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후 명성관리 차원에서도 이런 체계의 이미지는 필수적이다.
  8. 결론적으로 이 모든 변화와 역량의 과시는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연결되어 해석된다. 위기관리 위원회의 훌륭한 팀워크와 훈련수준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의 결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해 봤어?” 이 말은 여러 의미가 있다. “실제 위기를 경험 해 봤어?”하는 이야기가 때로는 “위기를 경험하기 이전에 위기 발생을 방지 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반론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기업도 위기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인다. 위기를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면,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발생 가능한 위기를 밝혀 내는 것이다. 발생 가능한 위기를 미리 밝혀내 사전에 경험을 해보면 전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방지하고, 발생시에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곧 그 위기는 통제 가능한 위기가 되는 셈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칼럼. 이번이 19번째로 마지막 칼럼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 흥미로워 하신 여러 업계 전문가분들과 클라이언트들께 감사 드립니다.

6월 19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위기관리, 스스로의 니즈(needs)를 먼저 파악하라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위기관리, 스스로의 니즈(needs)를 먼저 파악하라

군대에 비유해 보자. 이등병은 보초를 서고, 청소를 하고, 총을 잘 쏘고, 지도를 보는 방식을 빨리 배우고 싶어 한다. 소대장은 소대원들을 리드해서 작전계획에 정해진 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전시에 사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사단장은 연대병력들을 어떻게 운용해 사단에게 맡겨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 위로는 사단들을 편제하고 관제해서 지역을 방어하고 공격의 기회를 찾는 레벨의 장군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육군과 해군과 공군을 편제하고 통합하며 협업하게 하는 레벨의 장군과 책임자들도 존재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레벨에 따라 위기관리 니즈는 각기 다르다. 홍보실을 비롯해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모든 부서 일선들의 니즈는 ‘만약 OOO같은 위기가 발생 했을 때 나는 어떻게 상부에서 하달되는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OO일보 산업부장을 좀 아시나요? 부정적 기사에 대해 좀 말씀 좀 나눌 수 있었으면 해서요” “OOO방송 쪽 선이 닿는 분이 좀 있나요? 이번 OOOO고발 프로그램 때문에 그런데요.” “OOO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좀 아래로 밀어내는 서비스를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하는 현실적 일선의 니즈들이 그들에게는 전부다.

그러나 일선 팀장급이나 책임 있는 매니져가 되면 기업위기관리에 있어 니즈는 약간 달라진다. 위기발생 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팀의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는 체계에 대해서도 신경 쓰게 되고, 어떻게 상위 담당 임원에게 적절한 정보와 인풋을 드려 위기 시 자기와 팀의 성과를 인정 받을 수 있는가도 고민 대상이다.

“평소 이해관계자 분석이나 맵을 마련해 놓고 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홍보팀 내 역할들을 좀 나누어야 하겠어. 저번 위기 때 너무 몰려 다니면서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정보는 나에게 직접 보고해! 정리하지 말고 일단 구두 보고 하도록 해! 내가 취합해서 O상무에게 실시간 보고할 수 있게 지원해 줘” 이런 요청들을 안팎으로 하게 된다.

그 상위 임원들은 어떤 니즈를 가질까? 임원들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으로 최고 의사결정과정을 함께 하게 된다. 아래로부터는 가장 빠르게 실시간으로 위기관련 정보를 보고 받는 체계를 필요로 한다. 또한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실행 명령을 가장 정확하게 실행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하부 조직 체계를 꿈꾼다.

“OOO이나 OO같은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팀들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나? 대응들이 가능하지 우린?” “영업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보고가 우리 팀들에게도 공유가 되나? 내가 임원회의에서 보고 받는 것 이외에 일선간에 어떤 공유 체계는 없어?” “자꾸 위기관리를 맨땅에 헤딩하는 형식으로 하지 말고 좀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해 O팀장?” 이런 식의 니즈와 요청들이 일반적이다.

CEO를 비롯한 최고임원들은 또 어떤 니즈를 가질까? 이분들의 니즈는 좀 더 큰 내용과 개념을 담기 마련이다. 반면 일선에서의 어려움이나 한계 그리고 현실적인 실행방식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있는 관심이나 주목은 없게 마련이다. 이분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는 ‘우리 조직이 최선을 다해 하나로 움직여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여주고, 최악의 위기 시에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O상무, 경쟁사 OO사의 이번 위기사례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가?” “내가 어제 OOO컨퍼런스에 갔어 들었는데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O상무 그런 시스템 좀 컨설팅 받을 곳을 알고 있어요?” “O상무, 어제 9시 뉴스는 뭐예요? 왜 그런 보도가 요즘 자꾸 나오지? 뭐 하는 겁니까?” 이런 식의 니즈를 보여준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를 이야기 하면서 주장하는 방법론들에는 이런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현실적인 니즈들을 골고루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느 한 레벨의 니즈를 충복시키기만 하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CEO에게 ‘부정적인 기사 빼는 방식’을 설명하는 컨설턴트는 ‘무능한 컨설턴트’로 비춰진다. 반대로 일선 직원들에게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설명하면 그 컨설턴트는 ‘아카데믹 한 사람’으로 비하(?)된다. 매우 어렵다.

일부 기업내부에는 임원이 일선 직원들이 가져야 할 고민을 아직도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일선의 대리나 과장급이 임원들이나 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을 대신 해 주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들에도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그 해당 기업의 니즈를 일반화 해서 컨설팅 해야 한다. 매우 어렵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공전제조건은 ‘우리 스스로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리고 있는가?’하는 명확한 니즈의 존재 여부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이 원하는 자동차는 아이까지 식구가 5명이니 넉넉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출퇴근 보다는 장거리 주말 여행에 적합한 형태였으면 합니다. 또한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기에 적절한 높이의 바디 높이를 가졌으면 해요. 당연 연비도 상대적으로 좋았으면 하고, 가격대는 5000~6000만원 선이었으면 합니다. 수입 브랜드면 더 좋겠지만 꼭 수입이 아니어도 됩니다.”는 정도의 정확한 니즈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내 여러 레벨의 니즈들과 시각들 그리고 정의들과 현실들을 모두 통합 해 적절한 니즈를 찾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의 시작이다. 그렇게 보면 “그냥 있잖아요. 위기관리 시스템. 어떤 시스템들이 있는지 좀 보여 줘 보세요…”하는 니즈는 아직 준비된 니즈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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