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4월 19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이유

THE PR에서 주최한 페포지엄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상호간 교환되고 있는데 한가지 이슈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워 부연해서 포스팅 해 본다. (사실 페이스북이라는 채널이 토론을 진행하기에는 그리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적절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

나도 인하우스 홍보팀장 시절 많은 교수님들과 학생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여러 이슈나 마케팅 사례들을 연구하려 한다며 자료 요청을 받고는 했다. 그 때 드는 생각이 “이 분들이 사전에 좀 공부를 하시고 자료를 요청하시지…막무가내시구먼…”이었다. 일부 연구용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 하면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고는 기자들과의 미팅으로 향했었다.

인하우스 시각에서 볼 때 외부 연구자들이나 교수님들 그리고 밖에서 기웃거리는 컨설턴트들이 내놓는 연구보고서나 강의자료나 글들을 보면 항상 ‘부족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내부) 정보의 한계가 있다. 실제 해당 이슈에 대한 (내부) 경험의 한계도 당연하다. 우리 인하우스가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 놓는 게 너무 아쉽다. 이런 이해의 다름이 계속되다 보니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생긴다. “자기네들이 뭘 알어? 우리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기나 해? 우리는 뭐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줄 아나? 그리고 분석하는 방식도 너무 편파적이야. 종합적으로 봐야지…”하게 된다. 당연하다.

이제는 그 외부 인사인 컨설턴트 입장에서 왜 외부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의 생생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하는 가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1. 기업 위기관리는 ‘개선’이 중심이지, ‘칭찬’이 중심이 아니다.

외부 컨설턴트 입장에서 비즈니스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업들과의 호혜적 관계설정을 위해 항상 ‘성공담’만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이로울 것이다. 타이레놀 케이스도 그렇고, 메텔 케이스도 그렇고, 메리엇의 위기관리+1Hr 케이스도 그렇고, 이세탄 백화점의 세장 짜리 위기관리 매뉴얼 이야기도 그렇다. 많은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성공담으로 많은 리포트와 서적들에 수없이 반복해 다루어주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30여년전 저 멀리 미국시장에서 발생했던 한편의 드라마 같은 위기관리를 아직도 죽은 자식 뭐 만지듯 어루만지는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얼마나 많나.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는 칭찬받을 대상이 아니다. 타이레놀 케이스를 비롯해 대분의 국내 케이스들까지 ‘칭찬받아야 마땅할’ 위기관리는 극소수다. 정말 칭찬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관리를 소리 없이 진행하는 기업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없다.

일반적인 기업 위기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왜 이런 위기가 이 회사에 발생했는가’하는 원인 부분과 ‘왜 이 기업은 이런 위기를 맞아 이렇게 위기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관리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철저하게 해당 회사와 다른 회사들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반면교사 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끌어 내기 위함일 뿐이다. 해당 회사를 개인적으로 비웃으려면 차라리 ‘안티 블로깅’을 하지 왜 컨설턴트를 하겠나. 그런 컨설턴트는 자격이 없다.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를 케이스 스터디 하는 목적은 ‘개선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배움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2. 경험해 보지 못해도 분석 할 수는 있다. 기업 위기관리는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봐야 맞다.

“당신이 내 병을 직접 앓아 봤어? 변비가 한달 째 계속되는 내 속사정을 의사 당신이 어떻게 알어? 함부로 이야기하지마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는 별반 의미가 없다. 의사가 해당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창피를 주려고 ‘이 할아버지는 변비 환자라서 똥을 한달 동안 못 싼데요. 얼레리 꼴레리~~”소리치려는 나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환자의 그런 주장은 별반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많은 증상들과 소견경험들을 가지고 환자(클라이언트)에게 조언을 하거나 병명을 진단해 주는 것 뿐이다.

아침방송 PD들이 성형에 실패한 환자들의 사진과 증상을 촬영한 녹화 테입을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을 때 전문의들이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자. “좀 더 확실한 것은 직접 제가 진찰을 해 보아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사진과 환자 동영상을 보면 과다하게 악관절과 근육 좌측을 절제 해 버린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수술 후유증을 토로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인터뷰를 한다. 전문가로서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 뿐이다. 그 수술을 받아보고 직접 자신의 턱이 돌아가 본 뒤에 진단해 주는 의사는 없지 않나.

또한 기업 위기관리는 더더욱 외부 시각이 중심이 되는 게 맞다. 실무자들이 경영진들이 내부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고민과 어떤 실행을 했는가 보다 그 종합적인 기업의 노력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대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했느냐가 기본이다. 그 관점이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의 관점이다. 기업 내부에서 생각이나 고민이나 전략이나 노력이나 예산 지출 없는 위기관리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유사한 노력에도 그 결과들이 다르니 문제다.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왜 각 회사에 다름이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 기준은 이해관계자들이 가지는 평가나 인식과 일치해야 한다. 일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서있는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나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찬양성’ 케이스 스터디를 발표 하곤 한다. 물론 해당기업과의 관계형성에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유사기업들이나 경쟁사들은 그 케이스 스터디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의 관점은 이해관계자이며, 그 스터디를 활용하는 주요 대상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다른 여러 기업들이다.

3.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기 위함이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를 경험해본 위기관리와 관련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내용들이 무엇인가? 내가 능력이 없어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가 안되었나? 우리 조직이 바보 같아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나? 모두가 무식해서 위기가 오리란 것을 몰랐나? 미친 이해관계자를 만나 재수가 없었던 건가? 아니다. 컨설턴트로서 많은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과 한계는 바로 ‘조직’이다 그리고 ‘시스템’이다.

왜 홍보팀만 이렇게 애를 써야 하나요? 왜 일은 다른 팀에서 저지르고 우리 홍보팀이 막아내야 하나요? 예산 없이 어떻게 우리에게 위기를 관리하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 사장님은 무조건 막으라고 하고 못 막아내면 몇 명 날려버린다 하시는데 죽겠어요. 다른 팀들이 다 우리만 보고 앉아 있어요. 부담돼서 일 못하겠어요. 잘하면 뭐 합니까, 잘 해 봤자 본전인 게임인데. 윗분들이 관심이 없어요. 우리 홍보팀은 우리회사가 로펌을 어디를 쓰는지도 잘 몰랐었어요.

이런 고민들을 들으면서 컨설턴트들은 이런 고민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이스들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이는 의사들이 여러 환자들의 통증 소견들을 청취하고 취합해서 다른 환자를 마주했을 때 그 취합된 경험치들에 따라 처방이나 추가 진단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턴트들이 이런 조직과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글을 쓰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써야 조직과 시스템이 개선이 되고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편해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4. 벽을 허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인하우스분들이 자사가 진행한 위기관리 활동들을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처럼 성공담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더 자랑 했으면 한다. 그래야 오래가는 성공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교수들에게 더 많이 논문에 인용하게 하고, 컨설턴트들에게 더 많이 리포트화 하게 해서 기준을 삼게 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언론 매체에 기고 하게 하면 어떤가.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하듯이 위기관리 후에도 그렇게 하는 게 사후 위기관리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또 수많은 내부 이유들이 있지 않은가? 상황적이고 정치적인 여러 변수들이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외부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노력에 대한 브리핑을 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숨기거나 힘들어 하기 보다 함께 모여 후일담들을 이야기하고, 공개 가능한 자료들을 브리핑하고, 소주 한잔 하는 게 어떨까.

수십 년간 인하우스는 벽을 바라본다. 수십 년간 그 벽 저 너머에는 에이전시 선수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벽을 또 바라본다. 교수님들은 각각 벽을 마주하고 앉은 실무자들을 비웃으며 돌아 앉아 있다.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옮긴 선배들은 또 이도 저도 말 못하며 어중간하게 침묵한다. 기본적으로 ‘너희가 뭘 알아?’ 또는 ’내가 뭘 아나?’하는 생각이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소통’의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통은 자세의 문제라 생각한다.


 

 

4월 04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회사 스스로 위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definition)을 내리는 작업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스스로 위기관리 이후 성패를 판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연력이 흐름에 따라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실수를 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위기를 맞는 경험들을 일정기간 반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진화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그 수준이 상당히 조악하다. 일부 진화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위기란 정의 조차 없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외부로 표현되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정의가 다른 경우들도 있다. 외부로는 ‘자사가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 커뮤니티, NGO, 정부, 투자자, 직원들, 공중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상황이나 이슈를 ‘위기’로 정의하면서도, 내부로는 ‘우리의 이익’과 관련된 것만을 ‘위기’로 생각한다.

당연히 이 경우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자신의 이익이 상호 충돌 할 때에는 이미 공유된 위기 정의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앞으로 내세우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폄하하는 우를 범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이 정의하는 위기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경영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철학이란 TV광고에서 매일 외쳐지는 멋들어진 카피나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구성원 전원을 아우르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천철학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보는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생각과 원칙, 품질에 대한 생각과 원칙,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원칙, 사회성에 대한 생각과 원칙들이 일관되게 공유되고 실천되면서 강화되는 실천적 구조를 띈다.

이러한 실천적 경영철학의 깊이는 해당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아주 정확하게 드러난다.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고객 사랑을 외쳐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대규모 가격 담합을 저지른 기업이 있다고 치자. 핵심 이해관계자인 고객들은 갑작스럽게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저 회사가 왜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을까?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이 회사는 우리를 농락했을까?’하는 일반적인 고객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이런 고객들의 의아해함과 실망들을 과연 ‘위기’로 정의할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이번 가격담합건에 대한 크게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위기’로 간주할 것인가? 만약 전자와 같이 회사가 가격담합이라는 반고객 활동을 실행했을 때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의아함과 실망 등을 ‘위기’로 정의했다면 ‘가격담합’이라는 기업 범죄는 처음부터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회사의 경우에는 후자의 정의, 곧 ‘가격담합건에 대한 쟁점화 여부’만을 위기로 간주하고 관리 고심했기 때문에 별반 죄의식이나 대고객인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진화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위기를 양산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업 스스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잘 못되어 있는 경우들이다. 외부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멋진 정의를 뽐내면서도 안으로는 다른 정의에 매달려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 철학에 있어서도 그 실천력이 상당수준 떨어진 기업들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 별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평판이나 신뢰보다는 매출과 이익이 우선시되는 기업들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유아적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필자는 기업을 종교단체 수준으로 정화해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CEO에게 성직자가 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모두가 극한의 선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지 않다. 필자와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한 생각으로 바라는 것은 ‘기업 당신이 스스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왔던 대로만 위기 시 실천하라’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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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빅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라는 주제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 소셜 상의 대화를 분석하거나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을 리드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렇게 위기관리를 지향하시는 분들은 컴퓨터 사이언스 계통이나 사회, 정치 또는 마케팅 리서치 계통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많아 보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리서치(research)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신문이나 방송 또는 정치선거상에서 리서치의 중요성이 비판 받을 수 없듯이 소셜미디어 데이터들에 대한 리서치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러한 리서치 행위와 체계 자체가 기업 위기 시 위기관리의 근간으로 논의된다는 데 있어 보인다. 이런 주장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소셜미디어 현상과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데에서 그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는 어쩔 수 없이 공감한다. (사실 많은 소셜미디어 관련 비즈니스가 클라이언트 핵심 인력들의 이해부족을 기반으로 수주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위기발생시 위기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위기대응 전략을 세우거나, 대응안들과 각각의 타이밍을 만들어 ‘결정’하는 업무를 통칭 ‘위기관리’라고 한다면 이 모든 업무에서 ‘실무자’들이 ‘결정’하는 부분들은 거의 없다는 데 주목하자. 기업이 위기를 맞아 외부로나 내부로 보여지는(visible) 모든 위기관리 행위들은 대부분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인가에 기반한다. 이 시각을 정확하게 견지해야 기업 위기관리를 체계화하거나 분석할 수 있다.

일부 마이너 한 위기의 경우 최고의사결정자의 인가가 직접적으로는 생략되는 경우들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실무자들은 평소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의사결정의 기준에 큰 영향을 받아 대리 의사결정을 진행하게 된다.

학자들이나 위기관리 컨설팅을 책으로 배우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의 경우 기업 위기에 있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해당 위기관리 주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결정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태도가 부정적이라도 의사결정은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자평 되는 경우들도 많다.

반대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별반 큰 부정적 의미를 포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기업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over management’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 보면 이는 건전한 철학을 가지고 선제적 위기관리를 했다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일각의 내부 이해관계자들은 ‘불필요한 과잉 대응으로 부가적인 문제들을 만들었다’며 실패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인 ‘소셜 공중(Social Public)’에 대한 빅데이터적 분석은 위기 시 기업의 종합적인 의사결정에는 별반 영향을 끼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위기관리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상황인식과 정의에 있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보아도 소셜미디어 여론 분석이 그들의 상황인식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상당히 부풀려진 바램일 뿐이다. 소셜미디어 분석결과는 그냥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태도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어 하나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점들이나 몇 개의 획일뿐 그 이상이나 그 이하도 아니다.

눈으로 직접 여론의 형성과정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을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겠지만,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원하는 것은 멋진 그림, 자세함이나 논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정확한 감’을 빨리 원하는 것이다. 그나마 그 정확한 감도 VIP 자신의 감에 절반 이상을 의지하신다. 기존에도 일선에서의 보고서들과 리서치들이 위기관리 과정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위기관리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는 고맙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위기관리라고 오해하게 하거나,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전략적 위기관리 체계라 생각하게 해서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오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해 본 일선의 임원급들에게 물어보라. 데이터, 리서치, 분석보고서, 숫자, 예측, 변화추이 등등의 것들이 지금까지의 기업위기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었는지 물어보라.

순수 위기관리 체계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셜미디어 분석이나 빅데이터등에 대한 투자와 시간은 마케팅이나 다른 평시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양보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시뮬레이션이 더 필요하지 않나 한다. 그 시뮬레이션 일부에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보고와 공유 체계가 붙어주면 더욱 좋겠다. 그 뿐이다.

3월 26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Fortune Korea 기고문]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Fortune Korea 3월호 기고문/원문]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현대캐피탈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고객정보유출 그리고 농협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전산망 파괴. 이 두 위기는 매우 비슷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발생했을 뿐 더러 외부 범인에 의한 악의적 해킹이라는 점, 고객정보가 타겟이 되어 도난 또는 공격 받았다는 점, 각 사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각각 피해의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 해당 사건이 사업상 민감한 금융권에서 공히 발생했다는 점, 각 사 모두 스스로에게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는 점 등에 있어 상호간 유사해 보이는 사례다.

그 이외에도 흥미로운 유사함은 더 많다. 현대캐피탈이 고객정보유출사실을 파악한 당시 CEO는 해외에 체류 중 이어서 즉각적인 근거리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과 농협 CEO의 경우에는 비상근이라 즉각적인 현장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 또한 양사간에 비슷한 환경이 아니었나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초 2011년 4월 7일 해커의 협박을 접수한 현대캐피탈은 CEO의 귀국후인 4일 후 4월 10일에야 기자회견을 가졌고, 농협의 경우에도 2009년 4월 12일 전산망 장애 발생 3일 후인 4월 14일에야 CEO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사 CEO의 기자회견 형식이나 ‘고객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메시지 또한 서로 유사했다. CEO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 또한 유사했다. 기자회견을 통한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들을 보면 그 당시에도 양사는 ‘피해규모와 복구시점’등 위기관리에 필요한 핵심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미쳐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상호 유사한 점이다.

그렇다면 이 양사간 위기관리에 있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빨리 준비했다 vs.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외부로 보도자료를 통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8일 고객들에게 해당 사실을 이메일로 각각 고지하고 만일에 대비한 안전대책들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농협은 12일 농협 카드 서비스 문제 발생 후 1주일 만인 18일 오전 ‘카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첫 SMS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이 부분은 한 기업이 위기 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에 있어 간과한 부분 때문에 생긴 다름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고객관련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고객임을 인정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우선 순위를 언론보다 뒤로 놓고 있거나, 미쳐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전력의 2011년 갑작스러운 순환정전 사태에서도 전략 소비자들인 국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생략됐었다. 추후 순환전정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SMS로 실시간화 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 그나마 사후 개선이라 볼 수 있다.

불안을 관리했다 vs. 불안을 조성했다

현대캐피탈 CEO는 기자회견에서 “(고객님들께서) 질책은 하시되 또 지나친 불안도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했고 “계속 확인 되로 추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위기 상황에 관한 자사의 성실한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대해 계속 강조 했다. 불필요한 추측들과 불안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농협 CEO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장 당신이 전화한 것 아닌가, 그렇지? 난 그렇게 받았는데? 어쨌든 간에 속이지 말고 확실하게 이해 갈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지. 자꾸 거짓말 하고 그러면 자꾸 일이 커진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로 뭐 숨길 필요 없어.” 불필요한 추측과 고객들의 불안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모든 창문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vs. 여러 창문들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현대캐피탈은 추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가능한 하나의 창문(window)전략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려 했으며, 일부 전문 분야에 있어서도 여러 개의 창문(multi windows)들을 통하기는 하지만 동일한 목소리를 언론에게 전달했다. CEO와 모 담당임원의 쿼테이션을 단 기사들을 분석 보면 마치 한 사람이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메시지 구성과 표현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협은 이미 기자회견 시부터 대언론 홍보부서와 전산담당그룹 핵심 인사들이 언론에게 노출되면서 언론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도 타의에 의해 여러 개의 창문들(multi windows)이 뚫렸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결국 내보내지 못했다. “건방진 놈들,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해. 원 없이 쓰라고 해”하는 모 임원의 목소리가 언론에 기사화 되기까지 했다.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vs. 지속적으로 개런티 했다

현대캐피탈은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에 있어서 그 정확성을 가능한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지속적인 논리적 해명을 했다. 전반적인 언론들의 추측과 의문제기에 있어 그 대응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열중했다. 해킹된 고객정보의 규모의 변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CEO부터 동일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 해 해명하고자 했다. 반면 농협은 초기부터 상황에 대한 자사의 완벽한 통제력을 과시하려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스템 복구 시점에 대해 고객들과 언론에게 믿음을 주는 데 실패하는 실수들을 연이어 범했다. 14일 “오늘 안으로 다 복구됩니다.” → 18일 “22일까지 복구하겠습니다.” → 22일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 이달 말까지 복구하겠습니다”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들로 언론의 추측과 의문들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이전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피격 사태에서 국방부가 실수했던 커뮤니케이션 형식과 유사한 부분이다.

위기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vs. 정보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은 기자회견상에서 공개된 초기 상황 이외에 추가적이고 세부적인 사안들은 “경찰이 수사중인 관계’로 인해 “알려드릴 수 없다’는 포지션을 초반 견지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일한 대응방식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상당 부분 달랐다. 언론들은 이 중 유독 한 기업에게만 ‘모르쇠’ ‘입다문’ ‘의문’ ‘속수무책’ ‘미궁’등의 표현을 적용했다. 해당 기업이 위기상황을 ‘통제하에 놓고 있다(under control)’는 강한 신뢰를 언론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원칙적 메시지가 ‘공익과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이 잠시만 한 박자 기다려달라’는 협조요청 차원의 자세로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맞다. 반면 많은 기업들은 ‘언론이 이런 사항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밝히지 않겠다’는 취지로 ‘경찰 수사’ 사실을 활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모 언론기사에 따르면 위의 한 기업의 임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계속되는 기자들의 상황 확인 요청에 ‘수사 중’이라는 전제를 한 뒤 취재진에게 “요즘 기삿거리가 없는 것 같다”거나 “기자들이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다. 이는 곧 취재 일선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 스스로 ‘별 것 아닌데 언론이 너무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위기 전반에서 언론의 시각이나 해석이 좋을 리 없다.

이상의 전반적 위기관리 체계와 실행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고민과 개선 활동이 있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체계화 “CEO가 없어도 위기는 관리 되어야 한다”

CEO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초반의 위기관리 실행은 일사 분란하게 이루어지는 체계가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다. 딱히 비상시 선조치 후보고하는 형식만을 빌리자는 것이 아니라, 초기 위기대응에 있어서 CEO부재 등을 감안해 차상위자에 대한 위기관리 위원회 의사결정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CEO부재시라도 초기부터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음새 없이 확보할 수 있다.

주요 위기발생 가능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 체계 구축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던 대로만 하라”

현재 국내기업들이나 공기관들의 위기관리 체계 중 대고객 또는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아직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다. 평시 영업이나 마케팅, 고객부문 등에서 활용하던 SMS, 이메일, 카톡, 트위터 등의 다양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위기관리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전환(convert)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된 채널을 활용해 위기 시 고객과 적극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자.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과 감정을 관리하는 체계 “위기 시 공중들의 흥분과 감정이반을 스스로 조장 말라”

위기 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흥분한다.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 한다.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자세는 첫째 그들의 흥분된 감정에 대한 공감이다. 그 후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동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들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나의 팩트와 메시지라도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360도로 신중히 검증해 보고 ‘이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게 흥분과 불안을 증폭시키지는 않을까?’여부를 사전에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꼭 거쳐야 한다.

여러 개의 창문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 나오게 하는 체계 “모든 책임자들은 적절히 훈련 받아라”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영업에서 총무와 IT까지,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에게 이르기 까지 수천에서 수만 개의 창문들이 공식적인 하나의 메시지만을 이야기하게 하는 체계가 극단적이지만 이상적인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 책임 있는 부문의 리더들이라면 위기 발생부터 종결까지 필히 동일한 목소리를 서로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끊임 없이 기업 메시지 전파 공유 체계를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트레이닝을 수없이 진행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체계를 꿈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명확하더라도 최대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 체계 “위기 카운슬을 보유하라”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만 흥분하고 감정이 불안해 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맞은 해당 기업은 항상 그들 이해관계자들보다 더 큰 흥분과 패닉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나고 보면 ‘왜 그랬었을까?’ 하는 불완전한 위기 대응을 초기에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다. 전략적이지 않은 메시지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럴 때를 대비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기 관리 카운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과 패닉에 빠져있는 유족들을 위해 사후 절차를 담담하게 정리해 주고, 프로페셔널 하게 조언해 주는 카운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하는 시대는 갔다.

평소 위기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체계 “평소 위기를 싫어하며 피하지 말라”

모든 위기는 기업에게 ‘싫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싫은 것’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싫은 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그 것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더 싫은 것’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그 ‘싫어했던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때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이 상황을 예견해 방지하지 못했다는 당연한 후회나 반성보다는 이 ‘싫은 것’에 대한 폄하와 무시로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심리적 노력을 한다.

문제는 이런 반응들이 위기 시 언론을 포함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부분이다. “해당 기업이 이번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 “별 것이 아닌데 언론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갈등들이 벌어지는 원인이 이 때문이다. 기업은 위기 그 자체보다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를 위해 평소 극도로 민감해져야 한다. 이전의 그 ‘싫은 것’을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바꾸어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아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결국, 이상의 예로 든 양사는 위기 이후 각자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모두 잘 되었으면 한다. 타산지석. 반면교사. 벤치마킹…모든 이전 사례와 경험들은 자사는 물론 타사들에게도 생생한 교훈을 준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기업들이 있다. ‘교훈을 찾아내 개선하는 기업’과, ‘개선하지 않는 기업’이다. 개선 여부에 따라 앞으로 누가 위기관리에 성공할지는 자명하다.





3월 19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문제

삼성은 휴대전화 관련 부서 직원의 건물 출입 기록을 요청받자, PC 교체작업을 수행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해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성은 외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조사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조사 방해 이후 ‘비상 상황 대응 관련 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침에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바리케이드 설치 내용까지 담겼다. 공정위는 또 “삼성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에 대응을 잘했다는 칭찬이 회의 중 나오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자체가 기업 스스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해당 위기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와 해당 기업이 함께 성공이라 판단하는 위기관리가 진정하게 성공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과 해당 기업이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이해관계자들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공유된 평가체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 있다’ 평가하는 기업의 대응이 내부에서는 ‘잘했다’로 평가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라던가 기업의 사회성 등은 평가들은 상당부분 생략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이 평시에는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고 상호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과 성패기준을 지키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이 성공하는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믿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조직이라는 것이 그럴 수 밖에 더 있느냐 하는 합리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조금만 더 그랬으면 한다…

3월 15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가장 먼저 확인하라!

안전委 주재관도 전혀 몰라… “은폐·축소 사례 더 있었을 것”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 허술한 보고 체계
당시 현장 직원 60명 이상… 은폐한 경위 여전히 의문
“숨기면 위에선 몰라” 대형 인재 불러올 수도 [한국일보]



한수원 관계자는 “(1호기에는)평소 300~400명이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고 교대하는 타임이어서
60~100명 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부들이 은폐 결정을 내리면서 그 많은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후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한국일보]


조직별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다르다는 점을 여기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들면 원전을 관리하는 조직에게 위기(crisis)란 외부에서 볼 때는 ‘이번 사고등과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 이들에게 위기(crisis)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정의를 외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관리 해결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해당 조직에게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곧 그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의의 문제는 일반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도한 비용절감 정책에 따른 제품 품질의 하락’을 외부에서는 OO기업의 위기로 정의하는 반면, 실제 OO기업은 스스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OO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가능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막아내고 최소화 시키는 것’이 된다. 기자에게 사정을 해서 기사화를 막고, 광고비를 지원해 기사를 빼고, 인맥을 동원해 정부규제기관의 조사를 무마하고, NGO들과 소비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사건들을 모면하는 모든 활동들이 이 ‘정의(definition)’때문에 가능한 것이 된다. 이것이 문제다.

따라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전에는 항상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합의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먼저 확인하고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정의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의 정의들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관리조직이나 OO기업에게는 지금까지의 ‘은폐’가 곧 위기관리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무서운 것이다.


3월 05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아카데믹 관점 vs. 실무 관점, 그리고 컨설턴트의 관점



위기관리에 있어 아카데믹 한 관점은 실무자들에게 가장 많이 그리고 심각하게 지적 받는 ‘업계악(惡)’으로 꼽힌다. 학자들과 실무자들간에는 상당히 뿌리 깊은 거리가 존재하는데 학자들은 실무자들에게 “이론을 모른 채 주먹구구식 실행만 강하다”는 비판을 하고, 반대로 실무자들은 “실제 현장을 모른 채 이래 저래 훈수만 한다”는 비판으로 학자들에 맞선다.

컨설턴트들은 사실 학자와 실무자들 중간에 서있는 그룹이다. 학자들이 개발해 놓은 이론과 리서치를 좀더 실행 가능하게, 현실에 적용 할 수 있도록 ‘되새김 질’ 해 내 놓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중간자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실무자들은 컨설턴트들에게도 “안 해 보았으면 말도 하지 말라!”는 경고들을 쏟아 붓는다. 일부는 이런 리포트를 받으려고 컨설턴트들에게 그 큰 돈을 주었던 거냐 불평한다.

그러면 아카데믹 관점과 실무관점은 무엇이 다를까? 또 이 사이에 끼어 있다는 컨설턴트들의 관점은 또 어떻게 다를까? 한 사례를 통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식품회사 A사. 모 프리미엄 식용 제품에 프리미엄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식품재료가 일부 첨가되어 있다는 루머를 접한다.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해당 프리미엄 제품군이 모두 타격을 입게 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루머는 SNS를 타고 급격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아카데믹 관점 기반 논의

  • 이 루머는 사실인가, 사실이 아닌가?
  • 사실이 아니라면 강력하게 반박을 하고, 증거를 제시해 빨리 루머를 잠재워야 하지 않을까?
  • 일부만 사실이라면 가능한 문제의 그 식재료들을 개선 조치하고, 그에 대해 완전하게 개선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강력하게 해 나가는 빠른 개선 및 하이프로파일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 그 루머가 사실이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 신뢰도 확보를 위해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뼈를 깎는 개선조치를 기해 이후 브랜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컨설턴트들의 추가 논의

  • 일부 ‘프리미엄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식품재료’가 포함되었다면, 그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이 인체에 유해한 것인가? 혹시 경쟁사들은 이와 같은 식품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 식약청이나 정부기관, 식품전문가 그룹들에서 가지고 있는 해당 재료에 대한 의견들은 무엇인가?
  • 해당 식품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를 혹시 만들어 낼 수 없을까?
  • 해당 식품재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 최근까지 해당 제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식품재료에 대해 회사가 특별하게 커뮤니케이션 한적이 있나? 커뮤니케이션 했었다면 어떻게 했었나?
  • 만약 루머가 일부 또는 전부 사실이라면, 회사가 입어야 할 임팩트는 어느 정도인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 시나리오 5개는 무엇인가? 그 각각의 pros and cons는 무엇인가?
  • SNS상에서 퍼지고 있는 해당 루머의 확산 정도와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회사가 인게이지 해야 하는 시기는 적절하게 언제쯤이어야 할까?
  • 각각의 시나리오들에 맞추어 우리 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메시지들은 어떻게 정리되어있어야 하나? 대응 활동들은 또 어떻게 맞물려 나가야 하나? 타이밍은?
  • 예산들은 어떻게 산정되어 지나?


실무자들의 추가 논의

  • 이번 일로 다치는 분은 누구인가?
  • 왜 이 사실을 내부에 사전 공유하지 못했나?
  • 생산 기술 쪽에서는 왜 굳이 이 식품재료를 사용했나? 아무리 코스트 컷이 중요해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 사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식품재료상의 성분은 ‘발암 논란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걸 어째야 하나?
  • 왜 마케팅은 문제의 식품재료를 침소봉대해서 커뮤니케이션 했었나? 그러니까 문제가 불거진 거 아닌가?
  • 왜 홍보팀은 기사를 못나오게 좀 못하나? SNS상은 모르지만, 기사화까지 되는 건 좀 막을 수 있지 않나?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올게 온 거 아닌가? 기술파트에서 그 때 이거 말고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 때 묵살 됐잖아…
  • VIP께서 문제는 추후 해결하더라도 일단 빨리 론칭하라 하셔 서두른 게 문제의 핵심인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나.


현실적으로 논의의 주제들이 실무자로 갈수록 더 디테일 해 지고 더 많아 진다. 극단적으로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부 정보들과 세부 변수들을 학자분들에게 제시하고 조언을 달라고 하면 별반 현실적인 답이 나오지가 않는다. 도리어 “회사가 문제구먼…” 또는 “알고 봤더니 OO사는 엉망이야…”하는 평가를 받게 된다. 실무자들이 원하는 부분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실무자들의 고민들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아무런 위기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 초기에 많은 세부적인 고민들로 인해 의사결정은 늘어지거나, 흐지부지 되고, 일선 실행라인에는 아무런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침묵하거나, 모니터링만 하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컨설턴트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가능한 내부의 이슈들을 듣고 감안하고, 아카데믹한 방향성에도 기반해 현재의 상황이 최악(worst)에 이르지 않게 하는 위기관리 전략과 실행안들을 빨리 정리해 쏟아놓아 준다. 실질적 고민에만 빠져 있는 의사결정자들과 실무자들을 계속 자극해 깨어있는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무르게 하고, 빨리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꾸준한 내부 압력을 가해주는 코디네이터 업무가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는 서로 보완하고 의지해야 하는 관계이자 관점들이라는 이야기다.

2월 2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 직후부터 기업은 위키피디아를 관리 할 것

미국 위기관리 세미나 내용들을 들여다 보니, 미국 기업들 중에서는 위키피디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위기 발생 직후부터 위키피디어에 해당 위기의 정의(definition)와 플로우 서술을 기업이 집중 관리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위키피디아 관리부분에 많은 신경들을 쓰고 있지 못한 경우들이 대부분 처럼 보인다.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몇몇 대기업에서는 관리 노력을 부분적으로 했던 흔적도 찾아 볼 수 있다.

앞으로 기업 위기시 기업들이 어떻게 위키피디아를 통해 해당 위기를 선제적으로 정의(define)하는지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자칫하면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한 서술에 기업들이 만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단은 위키피디아에서 서술한 기업 설명 부분에 ‘관리 해야 할 내용들’을 확인 한 결과.

부정적 내용 관리가 필요한 기업

삼성그룹
http://ko.wikipedia.org/wiki/%EC%82%BC%EC%84%B1

KT
http://ko.wikipedia.org/wiki/KT

SK텔레콤
http://ko.wikipedia.org/wiki/SK%ED%85%94%EB%A0%88%EC%BD%A4


일부 부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기업

SK그룹
http://ko.wikipedia.org/wiki/SK%EA%B7%B8%EB%A3%B9

포스코
http://ko.wikipedia.org/wiki/%ED%8F%AC%EC%8A%A4%EC%BD%94


부정적 내용이 (아직) 없는 기업

현대차 그룹
http://ko.wikipedia.org/wiki/%ED%98%84%EB%8C%80%EC%9E%90%EB%8F%99%EC%B0%A8%EA%B7%B8%EB%A3%B9

LG그룹
http://ko.wikipedia.org/wiki/LG%EA%B7%B8%EB%A3%B9

GS그룹
http://ko.wikipedia.org/wiki/GS%EA%B7%B8%EB%A3%B9

롯데그룹
http://ko.wikipedia.org/wiki/%EB%A1%AF%EB%8D%B0%EA%B7%B8%EB%A3%B9

현대중공업
http://ko.wikipedia.org/wiki/%ED%98%84%EB%8C%80%EC%A4%91%EA%B3%B5%EC%97%85

한진그룹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C%A7%84%EA%B7%B8%EB%A3%B9

한화그룹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D%99%94


기타 위기를 경험 한 뒤 그 기록이 남아 있는 기업들

한진중공업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C%A7%84%EC%A4%91%EA%B3%B5%EC%97%85

피죤
http://ko.wikipedia.org/wiki/%ED%94%BC%EC%A3%A4_%28%EA%B8%B0%EC%97%85%29

채선당
http://ko.wikipedia.org/wiki/%EC%B1%84%EC%84%A0%EB%8B%B9

농심
http://ko.wikipedia.org/wiki/%EB%86%8D%EC%8B%AC

노스페이스
http://ko.wikipedia.org/wiki/%EB%85%B8%EC%8A%A4%ED%8E%98%EC%9D%B4%EC%8A%A4

호텔신라
http://ko.wikipedia.org/wiki/%ED%98%B8%ED%85%94%EC%8B%A0%EB%9D%BC



점점 더 위기관리 대상이 많아 진다. 그 만큼 위기관리는 어려워 진다.


2월 282012 Tagged with ,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CEO가라사대….로 보는 기업 위기 관리 수준 진단

재미로 보는 감별법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들었던 실제 말씀들을 단순하게 분류해 모아 놓은 것입니다.
절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간편하게 확인 할 수 있는 기업 위기관리 수준 감별법

위기관리 수준에 따라 CEO들은 위기발생 직후 이런 말씀들을 하곤 하신다…        

위기관리 수준 상급 레벨   

  1. 위기관리팀 빨리 모이라고 해야지 그럼?   
  2. 김상무, 우리 위기관리 카운슬도 좀 들어오라고 하지   
  3. (CEO 출장 중 위기 발생) 저는 우리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을 존중합니다. 최선의 방안이라면 일단 진행하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4. 필요한 부분들을 말하세요. 필요하다면 가능한 다 지원해 줍니다. 어떻해서든 대응해야죠.   
  5. 제가 기자들 앞에 서겠습니다. 시간을 잡아주세요.   
  6. 소비자가 그렇게 본다는 데 우리가 어쩔까? 인정할 부분은 우리가 인정해야지…   
  7. 내가 기자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지? 홍보실하고 위기관리 카운슬을 좀 내 방으로 오라고 해줘요.  
  8. 홍보, 기획, 대관, 재무, 인사, 영업, 마케팅…오케이. 그리고 화상회의 연결했나? 로펌하고 위기관리 카운슬? 오케이. 자 시작합시다.   
  9. 자, 빨리 빨리 대응합시다.   
  10. 계속 연락해줘요. 제가 새벽이라도 전화 받습니다.   
  11. 다들 고생했습니다. 잘 했습니다.   
  12.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스템을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 보고 하도록 해요.   

       
위기관리 수준 중급 레벨

  1. 지금 어떤팀이 상황관리를 하고 있나?   
  2. 왜 이런 부분 보고가 안 올라오고 있지? 이 부서는 뭐하는거야?   
  3. 우리가 지점 직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준 적이 있나? 우리 잘 못이지…   
  4. 매뉴얼에 문제가 있구나…   
  5. 왜 김상무는 자리에 없어? 지금 뭐하고 있는데?   
  6. 언론쪽을 좀 커버 할 수 없어? 기사를 빼라는 건 아닌데…그쪽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잖아?   
  7. 공정위에는 누가 좀 들어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8. 이번 기회에 털기에는 약간 부담이 좀 있고…어떤 다른 차선책이 없을까?   
  9. 지금 이 로펌은 내가 보기에는 능력이 없어보여. 다른 로펌을 빨리 좀 찾아보도록 해요.   
  10. 위기관리 자문 해 주는 회사가 있어? 빨리 컨택해 봐. 한번 회사로 들어와 보라고 하지?   
  11. 일단 내가 외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일단 상황이 크게 문제가 되면 문자를 주도록 해요.   
  12. 잘 했어 잘했어. 그만하면 이정도 준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거네. 이제부터 시스템을 좀 만들어 보자구. 

위기관리 수준 하급 레벨 

  1. 난장판에 오합지졸이구먼..   
  2. 이 XXX 같은 XX들….(언론, 불만고객, 검찰, 정부, NGO, 직원, 노조 등등의 대상에게 붙이는 표현).   
  3.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4. 왜 다들 손발들이 안맞아? 서로 지금 다들 뭐하는지는 알아?   
  5. 마케팅에서는 다 끝난 이슈라던데? 당신네는 또 아직까지 난리야?   
  6. 다 가만히 있어….전에 검찰총장 지낸 내 친구에게 한번 전화를 넣어 볼테니.   
  7. 홍보팀에서 그런 기사는 좀 빼야하는거 아냐?   
  8. (위기 발생 이 후) 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9. 나쁜 이야기는 나에게 보고하지도 마. 일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결과만 내게 이야기 해.   
  10. 이거 누가 책임질꺼야?   
  11. 소송해   
  12. 가만있어. 잦아 들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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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3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같은 이슈에 A사와 B사와 C사의 대응이 다를 수 밖에 없을까?








외부에서 볼 때 아주 명확한 이슈인데도 그 이슈에 관련 있는 기업 A와 기업 B와 기업 C의 실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만약 하나의 명확한 이슈에 대해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의사결정과 관리 전략, 실행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자문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1+1=2라는 상식적인 대응만 존재할 수 있다면 모두 책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다른 모든 경영활동들이 그렇듯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항상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 변수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관리해 최선의 전략과 실행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가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갈리는 법이다.

구체적으로 같은 이슈나 위기에 각 기업들은 어떤 변수들을 경험하고 있을까? 무엇이 실행을 각기 다르게 만들까?

기업 철학

회사 본사 액자에 걸려 있는 사훈이나 우리의 사명 등이 보는 그대로 그냥 ‘액자 장식’인 경우 vs. 대부분의 기업 구성원이 당연한 철학으로 받아들여 “저희는 이런 이런 철학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는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기업 문화

내부에서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문화 vs. 상명하복에 토론 생략 문화 vs. 난상 토론 문화 vs. 위원회 문화

오너 또는 CEO의 생각

  • A사 : “사장님께서 절대 리콜은 안되다는 생각이십니다. 다른 대안이 필요합니다.”
  • B사 : “이 정도까지 됐으니 이젠 털고 가자 하시는 것이 CEO 생각이십니다. 깨끗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C사 : ”저희 사장님은 이번 건에 별로 관심이 없으십니다. 왠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임원들의 정치적 역학

  • “그건 우리 부문과는 상관없지……”
  • “이번 이슈로 누구를 죽이려고 지금 이러는 거야?”
  • “나보고 책임지라 이 말이야? 지금? 왜들 이래?”
  • “당연히 이번 이슈의 책임은 OOO부서가 져야 한다고 보는데 말이야. 항상 그 부서가 문제지…”
  • “제가 위기관리위원회 코디네이터 역할을 좀 하겠습니다. 워낙 시급한 상황이니까요”


팀장들의 관여 태도

  •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야?”
  • “아무래도 우리팀으로만은 힘든 이슈인데, 이것 좀 도와줄 팀이 없을까? TF라도 만들어서…”
  • “몰라 몰라 알아서들 해. 난 빠질래”
  • “저희 팀이 일단 코디네이션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실무진들의 실행 역량

  • “윗선에서 이렇게 이슈관리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 “나는 이런 일 한번도 안 해 보았는데…큰일이네”
  • “언제 우리에게 이런 일 할 수 있게 예산 줘 봤어? 맨날 지시만 하면 다야? 제길…”
  • “아…이거 해봤어요. 오케이!”


재무적인 현실적 제한

  • “알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재정적인 상황으로는 그런 대응은 힘들겠습니다. 다른 방법은?”
  • “저희가 마음은 굴뚝인데요…예산이 할당이 안돼서요”
  • “딱 500만원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아이디어 좀 주세요”
  • “이번 건은 저희가 물러 설 수 없기 때문에 예산에 관해서는 초기부터 그리 제한을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기관리 체계 수준과 일선의 훈련 수준

  • “언제 우리에게 불만제로 취재 대응 방식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어? 본사 것 들 말이지…쯧쯧”
  •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하는데 왜 난리들이야. 내가 그런 말도 못해? 또 그게 뭘 못 할말이야? 내가 틀렸어?”
  • “어제 MBC에 인터뷰 한 사람 누구야? 빨리 파악해서 보고 해.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 “난 몰라. 본사 홍보팀이 저번에 트레이닝 시켜준 대로 다 했어. 나는 하지 말라는 건 안 했어.”


기타 상황적인 변수들

이 밖에도 커넥션 자산, 명성, 이슈별 구도, 책임소재여부 등등이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현실 하나. 같은 보고를 해도 회사마다 CEO나 오너분들이 다른 반응을 보이는 상황 에피소드.

A사.

임원: “회장님, 저희가 회사를 위해 이런 이런 비용절감 플랜을 구상 중입니다. 향후 1~2년 동안 OO억 원을 투자해서 OOO을 하면 앞으로 20~30년간 해마다 O억 원씩을 비용절감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 허가를 좀 부탁 드립니다.”


회장님: “아…그래? 그래서 OOO을 하겠다는 거지? 흠…거 괜찮네. 좋았어. 비용 절감한다는 데 뭐 반대할 이유가 있나? 오케이. 고마워. 조상무”



B사.

임원: “회장님, 저희가 회사를 위해 이런 이런 비용절감 플랜을 구상 중입니다. 향후 1~2년 동안 OO억 원을 투자해서 OOO을 하면 앞으로 20~30년간 해마다 O억 원씩을 비용절감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 허가를 좀 부탁 드립니다.”


회장님: “이거 봐. 조상무. 당신 그 공장에서 몇 년 일했어? 20년 넘게 있었지? 근데 왜 그런 비용절감 안을 이제야 내놓나? 지금까지 뭘 했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했었어야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다들 병신 같이…”



이 두 회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를 보자. 왜 위기와 이슈관리의 실행에 있어 같은 이슈임에도 각각의 회사들의 의사결정이 다를 수 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나?

결론: 사람이 핵심이다. 그들의 철학이 핵심이고,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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