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11월 212009 Tagged with , , , , , 3 Responses

이해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딸 아이가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어서 혹시나 해 네이버를 찾아보다가 질병관리 본부에서 제시한 신종플루 감염증상 및 진단기준이라는 포스팅을 발견했다. 이전에도 몇 번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지만, 딱히 자세하게
보지 않다가 약간은 절실한(?) 마음에 메시지를 꼼꼼히 읽게 된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미지소스: 대한민국 정책 포털]

정규 고등 교육을 받은 일반 아버지의 입장에서 한번 이해하려 노력해 본다. 아주 일반적인 이해도를 기준으로 해독을 해 보자는 이야기다.

확진환자의 정의란 ‘real-time RT-PCR 또는 바이러스 배양이라는 실험방법 중 한가지 이상에 의해 바이러스 병원체 감염을 확인한 급성호흡기질환자’라고 한다.

근데 real-time RT-PCR은 뭐고 바이러스 배양이란 어떤 것일까? 일반 환자나 부모가 몰라도 되는 이야기라면 왜 여기있나?

추진 환자라는 낯선 환자 유형은 또 뭔가? 급성호흡기질환이 있으면서 인플루엔자 A는 확인이 되었으나, 기존 사람인플루엔자 H1과 H3음성에 대한 것이란다. 뭔 소린가?

인플루엔자 A란 무슨 인플루엔자고, 기존 사람인플루엔자 H1과 H3음성은 어떤 것이란 말인가? 왜 환자가 몰라도 되거나 의사들에게 하는 말을 질병관리본부는 대국민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나? 그걸 또 왜 대한민국 정책 포탈은 그냥 전재를 하면서 안도하나?

자…의심사례 부분을 보자. 확 관심이 간다. 조금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알려 주려나 보다.

급성열성호흡기질환이 있으면서 증상발현 7일 이내 추정 또는 확인환자와 접속자이거나…증상발현 7일 이내 확진환자 발생지역에 체류 또는 방문 후 귀국한 경우라고 한다.

증상발현이라는 단어도 어렵다. 게다가 ‘증상발현 7일 이내’증상발현 ‘이전 7일 이내’라는 소리인지 증상발현 ‘후 7일 이내’라는 소리인지 알수가 없다. 이 부분은 확실히 표현이 틀린게 아닌가 한다. 확진환자 발생지역이라는 의미는 또 뭘까? 외국을 이야기 하나? 아니면 학교나 인천, 수원등과 같은 국내 지역들 중 어디 쯤을 말하나?

또, 65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 중증의 급성열성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경우 *현재 의심사례에 부합되지 않지만 ‘학교, 합숙소 등 단체 생활자(10명 이상) 중 2명 이상, * 급성열성호흡기 질환이 7일 이내에 있는 경우’는 5건 까지 검사실행 필요 (지역사회 집단 발생시 조치 사항 참조)…이 부분은 또 갑자기 무슨 소린가? 완전히 이해 불가능의 하이라이트다. 어디에서 복사해 가져다 놓은 문장인가? (이 부분 부터는 화가 난다. 생명도 없는 문장 자체에 대해 화가 난다…)

앞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 그나마 알기 쉽게 보이는 급성열성호흡기질환에 대한 마지막 부분의 정의도 좀 보자.

7일 이내 37.8도 이상의 발열과 더불어 다음의 증상 중 1개 이상의 증상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간다. 증상 옵션들을 보면 가. 콧물 혹은 코막힘 나. 인후통 다. 기침이란다. 이 중 한개 이상의 증상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란 전체에 해당한다거나 한개만 빼고 두개가 해당되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단 한개만 해당하면 어떻다는 건가? 기침만 나오면서 다른 증상이 없거나, 인후통만 있으면서 다른 증상이 없다면 신종플루가 절대 아닌가?

마지막 당구장 표시는 더더욱 헷갈리게 한다. ‘단, 최근 12시간 이내 해열제 또는 감기약(해열성분 포함)을 복용한 발열 증상으로 인정함’ 이게 진정 무슨 소린가? 그러한 약물을 복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열이 내려가지 않는 증상도 신종 플루 증상으로 인정한다는 소리인 것 같은데…진짜 이 문장이 무얼 이야기하려 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결론,

정부측에서 친절한 듯 게시해 놓은 안내 문구가 전혀 이해가 안된다. 그냥 질병관리 본부나 대한민국 정책포탈에서는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좋았을 뻔 했다.

“몸이 아프거나 이상하면 즉시 병원으로가서 진단을 받고 의사의 지시에 따르시오”

그냥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게 지금 이렇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 보다 나으면 나았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나? 수많은 나와 같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말이다.

왜 정부는 이런 품질의 커뮤니케이션을 고수해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 정부에 아무런 감정이 없던 일반 아버지의 입장에서 하소연 하는 거다.


8월 282009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신종플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보통 기업이나 조직들의 본능을 볼 때 부정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일단 이에 대해 자꾸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괜히 해당 위기에 대해 크게 떠들어서 자사에게 좋을 것이 있겠냐 하는 생각이 그 기반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문화에서 행여나 나쁜 이야기는 말이 씨가 될까 입에 담지도 말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위기관리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것‘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한 이 경계라는 것인 참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신종플루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모니터링 해 보면 몇가지 위와 같은 기존 본능과 조금은 동 떨어진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다.

초등학교 학생들 전교생을 세워 놓고 체온을 재는 퍼블리시티 스턴트를 진행했다.
네티즌들과 일부언론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너무 스턴트 티가 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런 스턴트를 진행했다. 일간지 대부분 1면에서 어린 아이들이 마스크와 체온계로 얼굴을 덮고 있는 사진들이 게재되었다.

해당 퍼블리시티 사진은 과연 정부가 위기를 관리 하에 두고(under control) 있다는 느낌을 줄 까 아니면 해당 비쥬얼로 인해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더 증폭 시킬까? 해당 스턴트를 정부측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학생 보건 확보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했겠지만…전반적인 맥락에서 과연 그 기획의도를 달성했는지 궁금하다.

정부의 현재 핵심 메시지중의 하나는 ‘신종플루가 일반독감 수준 이상으로 치명적인 플루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신종플루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면서 대응활동은 그렇게 극단적인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거다. 심지어 재난수준에 이를때 백신의 특허권을 제한하고 일방적인 백신제조를 명령한다는 부분도 이해가 안된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하겠다는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일 수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신종플루의 심각성을 폄하하거나 일반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되레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라 본다. 메시지와 대응활동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략적이지도 않다.

정부에서는 국회에 최대 2만명 사망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가 해명하는 사태를 스스로 만들었다.
전형적인 해프닝인데 이 부분은 조직의 구조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이렇게 중차대한 이슈를 대하는 내부의 자세들이 적나라하게 들어나기에 아쉽다.

위기시 함부로 예측하거나 상상하지 말라는 주문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런 부주의한 발표들은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발전시키는 Don’t중 Don’t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지 않을까? 이런 부주의 때문에 기존에 진행해왔던 모든 커뮤니케이션 노력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거다. 모래성 같이.

기자들이 현장에서 수많은 해프닝들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위기시 모니터링을 하라 하는 것은 우리 회사나 조직에 대해 나쁜 기사를 쓴 기자가 몇명인지를 세라는 의미가 아니다. 부정적 기사 100개, 중립적 기사 20개, 긍정적 기사 10개…이런식으로 보고해 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기자들이 어디에서 어떤 문제점을 집어내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도리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기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빨리 빨리 처리해서 더 이상 문제가 없이 해결을 하는 것 만 해도 위기관리가 된다면 너무 허풍일까? 반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부정적인 기사들에 대한 대응논리들을 만들면서 보고서 작성에 긴 시간을 투자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해당 조직의 철학, 커뮤니케이션 건전성, 행동방식, 실행역량 그리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방식등이 엿보이는 법이다. 일종의 건강검진 결과와도 같다. 이번 위기관리 프로세스와 insight들을 잘 정리해서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

이젠 좀 정부가 먼저 패닉에 빠져 보이지는 말자.

8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7 Responses

매뉴얼과 규정때문에 위기관리가 안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바이러스제 보급을 치료 거점병원과 거점약국
외에 국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정부가 국가재난대책본부 등 범정부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는 복지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신종 플루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덕형 질병정책관은 “국가전염병 위기단계가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될 때 고려해 볼 문제
”라며 “심각 단계는 국내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환자가 대량 발생하거나 그런 상황이 예견될
때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일보/쿠키뉴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대유행을 선언하려면
계절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인 하루 표본감시기관 환자 수가 1000명당 2.6명 이상이 돼야 하지만 현재 1.81명에 그치고,

사망자와 중증환자 수·확산 속도 등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신종 플루에 대한 정부의 포지션을 기업으로 비유를 해 보면…

최근 급격히 무더워진 날씨 때문에 음료회사 맛나사의 콩맛나 쥬스가 냉장보관중에도 내용물이 변질됐다는 소비자 컴플레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업 일선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해당 제품을 리콜 합시다’라고 위기관리 위원회에 제안 보고를 했다.

그러자 위기관리 위원회 영업기획팀장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현재 콩맛나 제품이 시장에 천만 캔이 풀려있는데…이중 현재 소비자 컴플레인은 1000개당 1.81개 꼴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제품 리콜은 시장진열 제품수 1000개당 2.6개 이상에서 변질이 발견되어야 가능하니까…일단 기다리고 좀더 지켜보자”

CEO께서 이어 영업임원의 의견을 물으니 “영업기획팀장의 말이 맞습니다. 현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해당 제품 변질 보고 수준은 ‘오랜지 단계’니까 아직 ‘레드 단계’가 될려면 멀었고, 레드단계가 되면 그때가서 리콜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살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책본부를 만들고 재난을선포해 좀더 적극적인 위기대응을 하자는 적극적 제안에 대한 대응 논리 치고는 너무 하지 않나 말이다. (1000명당 0.79명의 환자수가 아직 모자라 대책본부 구성이 힘들다…)

만약 VIP께서 하라 하시면 금방 취할 조치들을 규정과 매뉴얼이 붙들어 놓고 있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