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보통 기업이나 조직들의 본능을 볼 때 부정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일단 이에 대해 자꾸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괜히 해당 위기에 대해 크게 떠들어서 자사에게 좋을 것이 있겠냐 하는 생각이 그 기반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문화에서 행여나 나쁜 이야기는 말이 씨가 될까 입에 담지도 말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위기관리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것’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한 이 경계라는 것인 참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신종플루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모니터링 해 보면 몇가지 위와 같은 기존 본능과 조금은 동 떨어진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다.

초등학교 학생들 전교생을 세워 놓고 체온을 재는 퍼블리시티 스턴트를 진행했다.
네티즌들과 일부언론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너무 스턴트 티가 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런 스턴트를 진행했다. 일간지 대부분 1면에서 어린 아이들이 마스크와 체온계로 얼굴을 덮고 있는 사진들이 게재되었다.

해당 퍼블리시티 사진은 과연 정부가 위기를 관리 하에 두고(under control) 있다는 느낌을 줄 까 아니면 해당 비쥬얼로 인해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더 증폭 시킬까? 해당 스턴트를 정부측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학생 보건 확보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했겠지만…전반적인 맥락에서 과연 그 기획의도를 달성했는지 궁금하다.

정부의 현재 핵심 메시지중의 하나는 ‘신종플루가 일반독감 수준 이상으로 치명적인 플루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신종플루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면서 대응활동은 그렇게 극단적인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거다. 심지어 재난수준에 이를때 백신의 특허권을 제한하고 일방적인 백신제조를 명령한다는 부분도 이해가 안된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하겠다는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일 수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신종플루의 심각성을 폄하하거나 일반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되레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라 본다. 메시지와 대응활동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략적이지도 않다.

정부에서는 국회에 최대 2만명 사망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가 해명하는 사태를 스스로 만들었다.
전형적인 해프닝인데 이 부분은 조직의 구조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이렇게 중차대한 이슈를 대하는 내부의 자세들이 적나라하게 들어나기에 아쉽다.

위기시 함부로 예측하거나 상상하지 말라는 주문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런 부주의한 발표들은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발전시키는 Don’t중 Don’t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지 않을까? 이런 부주의 때문에 기존에 진행해왔던 모든 커뮤니케이션 노력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거다. 모래성 같이.

기자들이 현장에서 수많은 해프닝들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위기시 모니터링을 하라 하는 것은 우리 회사나 조직에 대해 나쁜 기사를 쓴 기자가 몇명인지를 세라는 의미가 아니다. 부정적 기사 100개, 중립적 기사 20개, 긍정적 기사 10개…이런식으로 보고해 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기자들이 어디에서 어떤 문제점을 집어내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도리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기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빨리 빨리 처리해서 더 이상 문제가 없이 해결을 하는 것 만 해도 위기관리가 된다면 너무 허풍일까? 반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부정적인 기사들에 대한 대응논리들을 만들면서 보고서 작성에 긴 시간을 투자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해당 조직의 철학, 커뮤니케이션 건전성, 행동방식, 실행역량 그리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방식등이 엿보이는 법이다. 일종의 건강검진 결과와도 같다. 이번 위기관리 프로세스와 insight들을 잘 정리해서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

이젠 좀 정부가 먼저 패닉에 빠져 보이지는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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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의 “신종플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에 대한 답변

  1. 양깡 아바타

    분명 신종플루 시작 단계에는 대국민 홍보나 실제 질환에 대한 컨트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지속적인 대유행 행진이 멎었다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결국 장기적인 준비가 없어왔기 때문에 고생을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호흡기 전염병 위기가 꾸준히 예고되 왔지만, 적극적인 예산 편성도 없었고 위기 상황을 대처할 구체적인 방안도 준비해오지 않았던 거죠.

    지금 고생하는 것은 질병관리본부 홍보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아.. 물론 정책 실무자들도 안하고 싶어서 안해왔던 것은 아니란 것 압니다만… 갈팡 질팡만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위기관리는 상황관리부분(백신확보, 경계, 확산방지활동, 의료지원체계수립…)과 커뮤니케이션관리 부분이 함께 샐러드를 이루어야 하는거지요. 말씀하신데로 정부는 실제적인 상황관리 부분은 부실한 채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위기를 퉁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그래서 갈팡질팡해 보이는거지요. 실체가 없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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