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 대변인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대변인은 조직을 대표해 언론과 이해관계자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지정된 사람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하나의 목소리로 말해야 하고, 그 목소리를 맡도록 미리 정해 둔 사람이 대변인입니다.

한국에서 이 단어는 주로 정부와 공공기관, 정당에서 쓰입니다. 기업에서 「우리 회사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듣는 일은 드뭅니다. 이 글은 그 인식의 차이를 먼저 정리하고, 대변인의 정의와 의미, 그리고 역할을 다룹니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말, 영어권에서는 조직의 말

우리나라에서 대변인은 공식 직위입니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직제에 대변인을 두고 정례 브리핑을 운영합니다. 각 정당도 대변인을 두고 논평을 냅니다. 이 단어를 접하는 자리가 대부분 정부와 정치권이니, 기업과는 거리가 있는 말로 느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영어권에서는 같은 단어의 쓰임이 훨씬 넓습니다. spokesperson은 정부 기관과 기업에 공히 씁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 단어를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들을 대표해 말하는 사람, 흔히 직무로서 그렇게 하는 사람」으로 풀이합니다. 미국 기사에서 「a company spokesperson said」는 일상적인 문장입니다.

우리말 사전도 이 단어를 좁게 정의하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대변인을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으로 풀이합니다. 기업도 단체입니다. 말의 뜻은 처음부터 좁지 않았습니다. 좁아진 쪽은 관행입니다.

구분한국의 관행영어권의 관행
사전상 정의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들을 대표해 직무로서 말하는 사람
정부, 공공기관직제상 공식 직위, 정례 브리핑 운영spokesperson 또는 press secretary 로 운영
정당대변인을 두고 논평 발표spokesperson
기업호칭을 거의 쓰지 않음. 홍보실장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이 수행company spokesperson 으로 일상적으로 호칭
실무상 결과기능은 있으나 역할 지정과 훈련이 빠지는 경우가 많음이름이 있어 지정과 훈련이 함께 따라옴
표 1. 대변인이라는 말의 쓰임 — 스트래티지샐러드

한국 기업에 이 기능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름이 다를 뿐입니다. 다만 이름이 없으면 설계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변인이라는 직무가 조직도에 없으니, 누가 어떤 사안에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정하지 않은 채로 위기를 맞습니다. 그래도 회사는 말하게 됩니다. 기자 전화를 받은 현장 직원, 익명 게시판의 내부자, 사정을 모르는 협력사 담당자의 말이 모두 회사의 목소리로 보도됩니다.

대변인 체계는 두 층으로 운영됩니다

대변인을 고정된 직책으로 이해하면 실제 위기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안의 성격이 대변인을 정합니다.

한국 기업의 실제 운영은 두 층입니다. 평상시 회사를 대표해 언론을 상대하는 자리는 홍보실장, 홍보팀장,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맡습니다. 영어권에서 company spokesperson 이라 부르는 자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 옆으로 사업 영역별 전문성을 가진 임원급을 부 대변인 그룹으로 묶어 관리합니다. 제품 결함과 공장 사고에는 생산기술 담당 임원, 정보 보안 사고에는 CSO, 소송과 법적 쟁점에는 법무 담당 임원이 배정되는 식입니다. 오너 관련 사안처럼 무게가 다른 경우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그 자리에 섭니다.

이 구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기의 질문은 대부분 기술적이어서 홍보 책임자 혼자 답할 수 없는 영역이 반드시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당 임원을 곧바로 마이크 앞에 세우면 회사 전체의 메시지와 어긋나는 답이 나옵니다. 두 층을 함께 두고 평시에 함께 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안 유형정 대변인부 대변인 그룹
평시, 일반 언론 대응홍보실장, 커뮤니케이션 실장홍보팀장
제품 결함, 공장 사고홍보실장생산기술 담당 임원, 공장장, 안전팀장, 환경팀장
정보 보안 사고홍보실장CSO, 정보보호 담당 임원
소송, 수사, 법적 쟁점홍보실장법무 담당 임원
오너 관련 사안최고경영자홍보실장
표 2. 사안 유형에 따른 대변인 배정 — 스트래티지샐러드

각 역할에는 정과 부를 함께 지정합니다. 현장 대변인으로 지정된 공장장과 안전팀장이 사고 직후 조사와 수사에 불려 다니는 상황까지 계산해, 부 대변인을 여럿으로 두껍게 편제하는 것이 실무의 원칙입니다.

조직이 대변인이라는 관문을 두는 이유

첫째는 일관성입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언어로 답하면 같은 사안에 서로 다른 설명이 붙습니다. 언론과 이해관계자는 그 차이를 곧바로 찾아냅니다. 한 사람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야 회사의 입장이 하나로 읽힙니다. 회사 안에 남아 있던 논리의 충돌이 밖으로 드러나는 일도 이 지점에서 막힙니다.

둘째는 답변 과정의 관리입니다. 대변인이라는 창구가 있으면 질문이 들어오는 자리와 답이 나가는 자리가 정해집니다. 질문을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답하는 시간이 확보됩니다. 창구가 없으면 질문을 받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답하게 되고, 확인되지 않은 말이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기록됩니다.

셋째는 전략적 메시지의 개발입니다. 대변인의 메시지는 내부 합의를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아직 말하지 않을지, 어떤 순서로 공개할지를 경영진이 함께 정한 뒤에 밖으로 나갑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메시지가 전략의 자리에 섭니다.

대변인의 역할은 전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변인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생각과 의도,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입니다.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자신이 대변하는 그룹의 의중과 합의된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그런 메시지는 회사의 메시지로 읽히지 않습니다. 대변인 개인의 메시지가 됩니다.

동시에 대변인은 안과 밖의 중간에 서서 이슈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입니다. 내부의 결정을 밖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옮기고, 밖의 반응을 안이 감당할 수 있는 정보로 되돌립니다. 이 해석을 위해서는 정무적 감각과 이슈관리 전략이 함께 필요합니다. 회사 편을 들어 일방적 메시지를 선포하는 일만 반복하는 사람은 이 역할의 절반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변인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집니다

대변인을 단순 전달자로 보는 시각에서는, 대변인의 말에 대해 대변인이 질 책임은 없다는 오해가 나옵니다. 대변인의 말은 조직을 대변하는 동시에 외부를 향한 공식 메시지입니다. 그 영향에 따라 개인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 특히 그 메시지가 내부에서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면 책임은 훨씬 무거워집니다.

정리

위기관리에서 대변인은 조직을 대표해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미리 지정된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주로 쓰는 말이지만, 기능 자체는 모든 조직에 존재합니다. 기업이 그 이름을 쓰지 않아도 위기가 오면 누군가는 회사를 대신해 말하게 됩니다.

그 사람을 회사가 고르는가, 상황이 고르는가. 대변인 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이 질문에 미리 답해 두는 일입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무엇인가 — 지정된 대변인을 준비시키는 방법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 대변인이 들고 서는 문서입니다.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원칙입니다.
발표와 답변은 어떻게 다른가 — 대변인이 맡는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누가 답해야 하는가 — 답하는 사람을 정하는 기준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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