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언론중재는 언론보도로 명예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손해배상을 구하는 분쟁 해결 절차입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근거이며, 조정과 중재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위기관리 실무에서 이 절차가 중요한 이유는 구제 수단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업이 언론 대응의 마지막 카드로 이것을 꺼내는 순간 언론과의 관계가 커뮤니케이션에서 분쟁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언론중재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분쟁 절차입니다
부정 보도가 나갔을 때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넷입니다. 해당 매체와 직접 협의하는 것,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 중재를 신청하는 것,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를 지켜야 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피해자는 어느 것을 먼저 밟아도 됩니다.
| 구분 | 직접 협의 | 조정 | 중재 | 소송 |
|---|---|---|---|---|
| 진행 주체 | 회사와 매체 |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 |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 | 법원 |
| 소요 기간 | 정해진 바 없음 | 접수일부터 14일 이내, 직권조정결정은 21일 이내 | 조정에 준함 | 정정보도청구등의 소는 접수 후 3개월 이내 선고 |
| 결과의 효력 | 합의의 이행 | 조정 성립 시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불복 불가 | 판결 |
| 관계에 남는 것 | 협의의 기록 | 분쟁의 기록 | 분쟁의 기록 | 소송의 기록 |
중재는 조정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조정은 중재부가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이고, 중재는 당사자 양쪽이 중재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미리 합의한 뒤 그 결정을 받는 절차입니다. 중재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기업이 언론중재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조정 절차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표의 마지막 줄입니다.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회사와 그 매체 사이에는 기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의 성격은 경로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정보도를 청구해 반론보도를 얻습니다
회사가 언론중재를 검토할 때 머릿속에 있는 그림은 대개 정정보도입니다. 기사가 틀렸다는 사실을 그 매체가 스스로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정보도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보도된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틀렸고, 그 점을 회사가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입증이 어려운 사안에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반론보도입니다. 반론보도는 회사의 주장이나 반박이 지면에 실리는 것이지, 기사가 틀렸다는 확인이 아닙니다.
실제 조정 과정에서 정정보도 청구가 반론보도로 정리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구제를 수용한 것입니다. 그렇게 나간 반론보도를 읽는 독자에게 남는 인상은 기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 보도의 프레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여기에 추후보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범죄 혐의나 형사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사람이 무죄판결 또는 그와 동등한 형태로 형사절차가 종결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적용 국면이 명확한 대신 그만큼 제한적입니다.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신청 전에 분리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겨도 늦게 이깁니다
조정은 접수일부터 14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고, 직권조정결정은 21일 이내입니다. 정정보도청구등의 소는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분쟁 절차치고는 빠른 편입니다.
문제는 이슈의 수명이 그보다 짧다는 데 있습니다. 부정 보도로 여론이 움직이는 국면은 대개 며칠에서 몇 주 안에 정점을 지납니다. 회사가 청구를 준비하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슈는 이미 종결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가 실제로 게재되는 시점에는 원 보도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나가는 정정보도는 두 가지 효과 중 하나를 만듭니다. 아무도 읽지 않거나, 잊혀 가던 사안을 다시 불러오거나입니다.
여론 회복을 목적으로 언론중재를 신청하는 것은 대부분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는 선택입니다. 이슈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대응의 기준일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한 건을 얻고 관계를 잃습니다
언론중재 신청은 그 매체와 기자를 상대로 회사가 공식적인 분쟁 절차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남깁니다. 중재부에 출석해 마주 앉는 경험은 이후의 취재 관계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과소평가되는 비용입니다. 회사는 한 건의 기사를 두고 판단하지만, 그 매체는 앞으로 회사를 취재할 모든 사안을 두고 판단합니다. 특히 회사가 속한 산업을 전담하는 기자가 소수인 업종에서는 그 비용이 오래 갑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의 협조는 평시에 쌓아 둔 관계의 잔고 안에서만 인출됩니다. 언론중재는 그 잔고를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깎는 절차입니다.
그럼에도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계 비용을 감수하고도 남는 실익이 있을 때입니다.
신청 전에 세 가지를 나누어 판단합니다
첫째, 문제가 된 것이 사실관계인지 해석인지 확인합니다. 숫자, 날짜, 인용의 정확성처럼 검증 가능한 사실이 틀렸다면 청구의 근거가 분명합니다. 논조가 불리하거나 맥락이 편향되었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해석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한 절차는 대개 반론보도에서 끝나고, 그 결과는 회사가 기대한 것과 다릅니다.
둘째, 그 기사가 계속 인용될 기사인지 확인합니다. 한 번 소비되고 사라지는 기사와, 이후 모든 관련 보도의 출처로 반복 인용되는 기사는 무게가 다릅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남아 향후 거래처와 투자자, 구직자가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 기사라면 시간이 지나도 정정의 실익이 남습니다. 언론중재의 실질적 효용은 여론 회복보다 이 기록의 교정 쪽에 있습니다.
셋째, 절차를 개시했을 때 회사가 감당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조정 과정에서 회사는 자신의 사실관계를 문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그 문서는 이후 다른 국면에서 회사를 구속합니다. 진행 중인 수사나 소송이 있다면 법무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중재를 신청하는 결정은 대개 대응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위기 시 언론과 싸우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언론중재는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한 자리에서 시작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좋은 위기관리의 목표는 이 절차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 절차에 도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 제16조 · 제17조 · 제19조 · 제22조 · 제23조 · 제24조 · 제27조 — 정정보도청구권, 반론보도청구권, 추후보도청구권, 조정, 직권조정결정, 조정의 효력, 중재, 재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 절차 안내 — 처리 기간과 조정 성립의 효력
위 제도를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대응 경로의 비교, 청구 유형별 실익의 차이, 신청 전 판단 기준으로 정리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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