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6

상상도 못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건은 저희가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 이슈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이전에 이런 게 문제될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선하고 문제 발생을 방지했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너무 억울합니다. 기업도 실수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관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하시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관련해서 유사한 이슈와 논란으로 고생했던 다른 기업 케이스를 들어 보신적은 없으신 가요? 타사 전례 말입니다. 만약 타사에 관련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것을 상상할 수 없던 이슈나 위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흔히 자사에게 발생한 적 없는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는 ‘예상 못했다’고 사후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여러 기업이나 조직이 경험했던 것이거나, 자사의 이전 역사를 보아도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두고 ‘알지 못한다’ 이야기가 하기 보다 ‘그럴 일이 없다’ 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발생될 수 있는 이슈나 위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 미리 점검해 보고, 대비해 보자 하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타사나 자사에게 그와 유사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 발생 가능성은 더욱 더 커지게 됩니다. 해당 이슈나 위기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후 주장은 그렇게 보면 그 이전 사례에 대해 관심이 없어 미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런 사후 주장과 변명은 거의 대부분의 사례에서 목격됩니다. 심지어 사과문이나 해명문에서도 ‘초유의 사태’ ‘처음 겪는 상황’ ‘예상치 못했던’ ‘전대미문’과 같은 표현이 흔하게 목격됩니다. 자사가 상상하지도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니 그에 대해 미숙한 대응이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는 정상참작의 요청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 똑 같은 이슈나 위기가 바로 며칠전이나 몇 달 전 다른 기업에게 발생하여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적이 있다면, 절대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리어 자사가 얼마나 무심했고, 사려 깊지 못했는지를 실토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에서 공중에게 정상참작을 유도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해명을 해야 합니다. ‘자사가 최근 해당 이슈들에 대해 주목하고, 그에 대해 이런 이런 다양한 개선과 방지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후 기업이 실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다는 메시지가 좀더 설득력 있습니다. 단순히 상상할 수 없었다는 메시지 같은 클리쉐는 이제 그만 반복해야 합니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5

사람들을 주목 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현재 저희가 겪는 이 논란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현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런 이야기 못 할 겁니다. 사람들은 결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을 주목하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많은 기업들의 경우 특정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 소위 말하는 ‘상황분석’이라는 것을 합니다. 논란이 된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고,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그런 논란과 연결되었는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상황분석 방식입니다. 해당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좋은데, 많은 경우 해당 상황 자체에만 너무 몰입하고, 그에 대해 이성과 합리라는 잣대를 들이대 상황을 정의해 버립니다. ‘이 건은 문제가 될 게 아니다’ ‘아주 일부 문제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크게 문제화 될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같은 상황중심의 결론이 내려진다는 것이죠.

상황분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해당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려 하는 것이 목적일까요? 아닙니다. 상황분석을 하는 이유는 해당 상황을 둘러싸고 2차적으로 발생된 사회적 논란을 이해하기 위함 입니다. 더 나아가, 그 논란을 관리하기 위한 접근방식과 대응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지요.

상황만을 따로 떼어내서 분석하고 들쳐보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의 고통과 병자체를 고치려 하기 보다는, 문제가 있는 장기만을 들여다보며, 그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장기를 분석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함 입니다. 적절한 치료 방법을 도출해 내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요.

상황을 넘어 사람을 보십시오. 상황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상황에 주목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와 관련된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 논란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자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명언에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진으로 무너진 빌딩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가 된 상황은 지진과 같습니다. 그 지진으로 무너지는 빌딩은 사람들의 여론입니다. 그로 인해 회사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상황을 분석하되, 그와 함께 주변에 어떤 빌딩이 흔들거리는 지를 살피십시오. 머리 위에 어떤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질 수 있을지 돌아보십시오. 사람들의 주장, 의견, 쟁점, 감정, 분노, 기분, 몰이해, 편견, 선입견, 진영논리, 비난, 비판, 밈(meme) 등이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바라보던 눈을 들어 사람들을 더 바라보십시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4

개선이 곧 위기관리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최근 상당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저희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서 신속하게 사과하시고 철저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해 큰 불은 껐습니다. 앞으로가 문제인데요. 이런 위기가 다시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좀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의 핵심을 보면 향후 위기관리 체계나 방식에 대한 조언을 원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제가 좀더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위기관리를 위해 대표님께서 약속하신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 이후 실질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회사에서는 어떤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을 개시하셨나요?

대표님께서 공개적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약속하셨다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안이 나와 있고, 재발방지책으로 연결된 구체적 실행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진짜 노력들이 모여야 진짜 위기관리가 됩니다. 만약,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개선과 재발방지에 대한 생각이 단순히 레토릭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앞으로도 위기관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정해진 레토릭에 기반하여 공히 철저한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합니다. 그러나, 그 약속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점차 사라지면, 그 공개적 약속을 상당부분 지키지 않습니다. 예산 제약, 현실성 없음, 새로운 문제, 어려움과 복잡함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습니다.

진짜 위기나 문제는 그때부터 입니다. 단순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넘어서는 더 큰 위기가 잠재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이전에는 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나 개선, 방지 노력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그 문제의 원인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늘이나 내일 다시 동일한 위기가 발생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얇은 얼음장을 계속 걸어 가면서도, 회사가 다음 위기관리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미 약속한 개선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며, 실천입니다.

완전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실천되었다면, 그 자체로 위기관리는 완성된 것입니다. 그 이전보다 동일 및 유사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줄어 들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발생되더라도 그 이전보다는 훨씬 더 해당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그전에 개선과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해 왔기 때문에 해당 위기에 대한 해법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곧 위기관리입니다. 철저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만큼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없습니다. 평시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도 그와 유사합니다. 지속적인 개선과 위기 발생에 대한 방지 노력이 그것입니다. 아무리 싫어도 숙제는 해야 합니다. 밀린 숙제가 복수를 꿈꿀 때 위기가 발생됩니다. 그때 그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그러면 충분합니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3

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 불거진 상황에 대하여 우리 회사의 입장문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니 입장문의 성격이나 서술방식이 다양한 것 같은데요. 중요한 원칙에 근거한 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어떤 것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입장문은 영어로 ‘position statement’라고 부르는 기업의 공적 성격의 대외 메시지입니다. 입장문의 한국적 정의를 보면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밝힌 글’이라 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입장문을 정의하자면, ‘당면하고 있는 핵심 상황에 대하여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 상황’이란 입장문을 밝힌 주체가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느끼는 부정적 성격의 ‘주된 상황’을 의미하겠습니다. 입장문이 중요한 이유는 이해관계자나 공중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나 개인이 당면해 있는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할 것 없이 입장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대한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핵심 상황’을 잘못 정의하거나 완전히 정의하지 못하면 이슈 및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사의 아기 분유에서 치명적 균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핵심 상황’을 ‘소중한 아기들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고, 이와 달리 ‘제품 품질 위생 관리의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심각한 갑질 논란에 연이어 휩싸인 기업이 해당 위기를 ‘일부 임원 개인의 일탈’로 정의하는지, ‘뜯어 고쳐야 할 자사의 오래된 사내 관행과 문화의 문제’로 정의하는지는 기업의 전략이자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각 입장문의 효과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입장문은 기본적으로 대외적인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 상황과 관련된 원점 공중, 이해관계자, 일반 공중의 시각에서 핵심 상황을 정의해야 커뮤니케이션 가능해집니다. 입장문이 자칫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글이라고 해서 자사 및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앞에 쓰여진 ‘당면한 상황’ 및 ‘당면한 핵심 상황’에 대한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합니다.

잘못된 입장문에는 핵심 상황에 대한 이야기 보다 자사 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너무 힘들다. 그만 비판을 멈추어 달라. 내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등과 같은 감정이 구구절절 들어갑니다. 이는 ‘핵심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또는 스스로 ‘핵심 상황’을 그렇게 정의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사나 자신이 받는 피해나 억울함이 자신에게는 핵심상황인 것이죠. 이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진짜 핵심 상황에 대해서는 별반 정의나 생각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제대로 된 입장문은 자사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 안에서 최대한 빼는 것입니다. 그 대신 자사의 공감, 원칙, 철학 그리고 계획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당면한 핵심 상황’에 적절히 관련된 것이어야 합니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2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젠더 이슈로 아주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저희가 볼때에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거나, 알바생의 개인적 일탈 일 수도 있는 일들에 회사가 모두 사과해야 하니 많이 힘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 국가 기업이 하는 사과 속에는 자사의 원칙(principle)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사과라면, 품질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사만의 원칙을 강하게 언급하고 그에 미치지 못했음을 사과합니다. 서비스 가치라면 그 서비스에 대한 자사의 생각과 원칙을 언급하며 사과합니다. 정보보안에 관해서도 그렇고, 말씀하신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곤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사과문에 있어서 자사만의 원칙을 언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자사가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원칙이 아쉽게도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및 직원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성차별이나 젠더간 갈등에 대한 자사의 원칙 등과 같은 새로운 현안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을 사과 속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러한 원칙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내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원칙을 사과문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요. 또 다른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아젠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들여 다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현 상황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수 십년 전부터 흔히 들어온 애국, 애족, 보국, 충성, 효도 등과 같은 원칙을 그대로 소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심지어는 현재 사회적 가치와 반대되거나 충돌되는 자사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자 직원은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 거나, 직원들의 자녀들은 입사시 우대 한다 거나, 상사의 말은 하늘이라 하거나 하는 괴상한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도 아직 있습니다.

부정적 이슈는 후반부 기업들로 갈수록 충격적으로 발생됩니다. 수십년간 이어지던 내부 관행이나 상식이 이슈가 발생하자 하루 아침에 무너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이슈관리 관점에서 사과는 하는데, 사과의 이유로 내세울 자사만의 원칙이 없으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부분 사과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상실감을 드려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원칙 부재의 흔한 증상입니다. 우리는 해당 이슈에 대하여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번 상황은 우리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원칙에 따라 처리, 개선, 재발방지 하겠다. 죄송하다. 이런 스토리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상 기업의 사과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원칙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할 것 아닌가 하며 원칙의 언급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자사가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문제가 있거나, 원칙을 숨기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경우 발생되는 결과를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원칙은 지속적 수정과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를 통해 자사에게 신뢰를 더하는 동력이자 가치입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1

홍보실이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는 큰 규모의 홍보실이 존재합니다. 임원도 두명이나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이슈나 위기가 터지면 대응을 잘 못해서 골치입니다. 다른 기업 홍보실은 나가서 기사도 막고, 문제도 해결하고 하는 것 같은데 저희 회사 홍보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 및 위기관리의 기본으로 들어가 다시 살펴보지요. 위기관리는 크게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영역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 불이 났다고 하면 그 불을 끄고, 직원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고, 공장내 위험 물질을 보호하고 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상황관리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공장 화재의 원인이 무엇이고, 회사가 어떻게 대응했고, 피해규모와 복구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을 커뮤니케이션 관리라고 합니다.

사내 대부분의 일선 부서들은 각 사업 부문과 관련하여 위기 시 상황관리를 담당하게 됩니다. 말씀하신 홍보실은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담당합니다. 이 구분을 정확하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기업 위기관리에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를 보면 실무부서들이 제대로 된 상황관리에 실패하거나, 상황관리를 해야 하는 부서들이 상황관리 대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시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관리를 해야 하는 부서가 상황관리에 몰두하거나,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하지 못한다는 원인도 위기관리 실패 원인 중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의 상황관리 실패와 상황관리 부서들의 커뮤니케이션 관리 시도(협업 부재)가 문제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자사 홍보실이 위기 시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위기의 핵심인 상황에 대한 관리가 완벽했을까요? 상황관리를 담당했던 부서들이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위해 홍보실에게 충분한 정보를 공유했나요?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 부서들이 한 팀을 이루어 협업을 제대로 진행했나요? 상호간 업무 분담은 적절했나요?

이 모든 부분이 잘 진행되었음에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책임지는 홍보실의 역량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상황관리 내용 조차도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절히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실무부서들이 지원해 주는 데도 홍보실이 자기 할 일을 못해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위 모든 부분이 적절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면, 이는 상황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경영진과 실무부서들이 위기관리 실패의 1차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관리에 실패하고도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성공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을 위해서는 그런 방식으로 성공해서도 안 됩니다. 상당수의 경우 상황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어렵고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 시 홍보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먼저 자사의 상황관리와 협업체계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기반 위에서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이 아닙니다.

# # #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0

경쟁사는 우리보다 왜 강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예전부터 경쟁사가 저희 회사를 아주 심하게 견제해 골치가 아픕니다. 저희는 그런 기업문화가 아니라 대응도 자제하고, 매너 있게 경쟁하려 하는데요. 경쟁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저희 뒤에서 돌을 던지고, 음모를 꾸미고 해서 악착같이 저희를 힘들게 합니다. 경쟁사는 왜 그리 강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자사보다 경쟁사가 강해 보이는 원인은 몇 가지 있습니다. 강해 ‘보인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대부분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와는 달랐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종종 착각이나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반대로 경쟁사도 자사를 어느 측면에서 강하다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오해의 가장 큰 이유는 자사에게 경쟁사 실행팀과 실행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어렴풋하게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인다는 심증과 파편적 정보만 있을 뿐, 정확한 물증이나 확증이 없는 경우 자사에게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자사를 모르는 상대방도 그것은 마찬가지지요. 상대를 모르면 둘 중 하나입니다. 현실과 다른 두려움이 생기거나,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폄하가 만들어집니다.

두번째 이유라면 자사 실행그룹이 경쟁사의 역량이나 공격성을 부풀려 해석함으로써 자사의 부족함에 대한 정상참작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워낙 경쟁사가 악착같고, 편법을 써서 악랄하게 공격해 대니 우리의 정상적 방식으로는 방어해 내기 어렵다고 윗분 들을 설득하는 경우입니다. 아마 경쟁사도 그런 설득의 노력을 거쳐 예전보다 적극성을 띠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 이유라면 경쟁사가 실제로 자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상황의 원인을 경쟁사로 지목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부정기사가 나오면 이상하게도 그 내용이 경쟁사의 주장과 비슷해 보입니다. 해당 기자가 경쟁사 홍보실장과 막역한 것도 의심됩니다. 결국 경쟁사가 자사를 견제하기 위해 그런 기사를 사주했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경쟁사가 만든 기사가 아닌 데도 그런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어떤 이슈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도, 그 결과가 시원치 않은 경우는 많습니다. 아무리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를 만들고, 별별 애를 써도 원하는 이슈 개발이 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는 어떤 이슈든 간단하게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별로 애쓰지 않아도 엄청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슈를 뚝딱 만들기도 하고, 자신들을 향한 이슈를 흔적 없이 잠재워 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좀더 한걸음 물러나 합리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어떤 근거나 물증이 있는지 꼼꼼하게 검토해 보시지요. 많은 경우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하는데, 그 심증의 뿌리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경쟁사에게는 자사가 곧 경쟁사입니다. 그들도 자사를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것이 어찌 보면 경쟁의 기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경쟁사가 강해 보이기만 한다면 그건 실제와 다른 상상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 # #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99

유튜브의 부정 보도, 어떻게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이상한 유튜버가 저희 회사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동영상을 통해 퍼뜨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유튜버가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소송을 해도 시청자 모금을 해서 응대하는 등 아주 고약한 사람들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법적으로 로펌과 함께 해당 유튜버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계실 것으로 압니다. 그들의 보도내용이 다양하고 구체적일수록 소송에서 다룰 내용들이 많아지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증거를 수집하면서 분석해야 하겠습니다.

그와 별도로 생각해 보실 것은, 해당 유튜브의 주시청자가 어떤 타입의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먼저 분석해 보셨으면 합니다. 질문대로라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진영적 관심이 많은 분들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로 보입니다. 그들이 자사의 주요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교집합을 이룰지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만약 그 교집합이 크지 않다면 그 유튜브 방송으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또한, 해당 유튜브에서 주장되었던 많은 내용들이 다른 정규 언론이나 온라인 등에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해당 유튜브에서만 다루어지고, 다른 정규 언론에서는 실제 취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로 인한 피해 또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여론이라는 것을 동해바다에 비유하자면, 한 두 유튜버의 주장은 한 바가지 정도의 오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동해바다 만큼의 여론이 밀려오고 쓸려 나가고 하는 환경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문제는 그 작은 오물 한 바가지가 자사를 향해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힘들고 어려운 것입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요.

이슈관리에 있어 좀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면, 해당 오물 바가지가 얼마나 자주 만들어져 뿌려지고 있는가 일 수 있습니다. 그 오물 바가지에 영향을 받아 얼마나 많은 새로운 오물 바가지들이 생성되고 뿌려지는지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론의 바다는 광활해서 작은 오물들이 그 전체를 오염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느냐 물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조치는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아서는 안 되겠지요. 해당 유튜버에 대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를 도모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기본이 되겠습니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좀더 많이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엉터리 주장에 회사가 너무 몰입하고, 사태를 과도하게 해석하고, 여러 다양한 접근과 기술로 반응을 하고, 결국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그 선동적인 유튜버에게 투쟁의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그들의 아마추어 취재에 넘어간다면 더욱 더 상황은 심각해 지겠지요. 화가 나고, 안타깝고, 슬프고 하시겠지만,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의 정상적인 방식으로 크게 대응하시는 것을 상책이라 여기셔야 할 것입니다. 감정관리가 곧 이슈관리이기도 합니다.

# # #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98

위기관리에 정답이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상황을 현재 위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고, 일부 피해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이나 해법을 여러 루트를 통해 자문 받고 있는데요. 사실 상당히 다양한 조언들로 어지럽습니다. 원래 위기관리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건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거의 모든 상황이 그렇지만, 그 각각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참 답변이 어렵습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관리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고 물으신다면, 정답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정답 없는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 주체가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의미 없는 노력 아닌가 하는 질문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희의 경험상 위기관리에 있어서 없는 정답을 굳이 찾으려 헤매기보다는 해답을 빨리 찾으려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거나, 특정 상황에 정해져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대신 각 상황에서 문제를 어떻게 든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해답이라는 것은 위기관리 주체가 볼 때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나은 해법이라 공히 여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기 상황과 관련되어 가장 많은 정보와 사실관계를 꿰뚫고 있는 측은 위기관리 주체입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주체가 상황분석에 실패하고,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며 정확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주체는 대부분의 경우 상황관련 정보와 사실관계 파악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위치는 앞에서 이야기 한 해답을 가장 신속하게 강구할 수 있어 분명 유리한 것입니다. 여러 컨설턴트나 조언자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때에도, 정상적인 위기관리 주체라면 그 중 가장 효과적인 해법을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안된 해법이 진정한 해법인지 아닌지는 위기관리 주체 스스로 가릴 줄 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정말 아닌 해법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느끼기라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느끼는 해답에 대한 현실적 감각을 넘어 그와 다른 어떤 정답이 따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에 문제는 발생됩니다. 자사의 현실적 감각을 믿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지요. 위기상황이 극심해지면 더욱 더 그런 정답에 대한 신앙은 깊고 커지기만 합니다. 어디에 선가 메시아 같은 음성이 들려올 것이라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와 이슈관리에 있어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편한 정답이 존재한다면 상황을 관리하기 훨씬 더 간단해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정답이 있다면 고민은 더욱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회사의 대응이 우리에게 정답이나 해답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핵심은 스스로를 믿는 것입니다. 경영진이 깊이 고민하다 보면 해답은 항상 보입니다. 그 해답을 들어 컨설턴트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컨설턴트들이 그 해답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켜 준다면 그것이 바로 최선의 해답인 것입니다. 이를 믿어야 합니다.

# # #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97

이해관계자로 빙의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부정 이슈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기관리위원회가 대응을 준비하는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컨설턴트께서 여기 계신 각 부서가 이해관계자로 빙의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셨는데요. 이해관계자로의 빙의(憑依)란 무슨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컨설턴트께서 빙의라는 단어를 써서 공감과 이해라는 개념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의미는 부정 이슈로 생각되는 안건을 둘러싸고 포진해 있는 이해관계자 각각의 시각을 회사가 미리 예상해 보고, 그에 따라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 시각을 이해해 보라고 하면 흔히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감성적 공감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선 각 부서별로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해관계자 입장이나 시각은 담당 부서에서 사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가 당면 이슈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검찰과 법원의 입장과 시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부서는 법무실일 것입니다. 노조의 입장과 시각은 노무관리팀에서 가장 잘 알 것입니다. 경쟁사나 업계 거래처들의 입장과 시각은 영업부문에서 가장 잘 알 것입니다. 규제기관과 관계부처 그리고 국회의 입장과 시각은 대관팀에서 잘 압니다. 언론의 입장과 시각은 당연히 홍보실에서 가장 잘 알겠지요.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 부서장들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시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룹입니다. 다 같이 모여 하나의 당면한 이슈를 제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회사가 여러 이해관계자 입장과 시각을 360도로 이해하고 입체적으로 구조화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하게 자기 부서가 관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시각을 그대로 쏟아 내어 놓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부서들에게 그런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사내적으로 그들의 입장과 시각을 그대로 쏟아내어 놓기 어려운 분위기 거나, 심지어 그들의 입장과 시각에 자사의 희망을 마구 섞어 부정확하게 공유한다면 문제는 발생됩니다.

그런 경우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상황에 대해 부실하거나 왜곡된 이해를 형성하게 됩니다. 당면한 이슈와 그를 둘러싼 상황을 실제와 다르게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유효하지 않은 전략과 대응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때로는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하게 되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심각하게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의중을 미리 읽은 각 부서들이 이해관계자의 실제 입장과 시각을 그 의중에 맞추어 공유하는 우를 범하게 하는 분위기면 매우 위험합니다. 그들이 침묵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이해관계자 접점의 그들이 생생하게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시각을 있는 그대로 내부에 전달할 수 있게 해야 제대로 된 상황 판단과 이슈대응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아마 컨설턴트가 빙의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가지고 와 풀어 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 # #

1 18 19 20 21 22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