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건은 저희가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 이슈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이전에 이런 게 문제될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선하고 문제 발생을 방지했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너무 억울합니다. 기업도 실수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관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하시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관련해서 유사한 이슈와 논란으로 고생했던 다른 기업 케이스를 들어 보신적은 없으신 가요? 타사 전례 말입니다. 만약 타사에 관련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것을 상상할 수 없던 이슈나 위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흔히 자사에게 발생한 적 없는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는 ‘예상 못했다’고 사후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여러 기업이나 조직이 경험했던 것이거나, 자사의 이전 역사를 보아도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두고 ‘알지 못한다’ 이야기가 하기 보다 ‘그럴 일이 없다’ 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발생될 수 있는 이슈나 위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 미리 점검해 보고, 대비해 보자 하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타사나 자사에게 그와 유사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 발생 가능성은 더욱 더 커지게 됩니다. 해당 이슈나 위기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후 주장은 그렇게 보면 그 이전 사례에 대해 관심이 없어 미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런 사후 주장과 변명은 거의 대부분의 사례에서 목격됩니다. 심지어 사과문이나 해명문에서도 ‘초유의 사태’ ‘처음 겪는 상황’ ‘예상치 못했던’ ‘전대미문’과 같은 표현이 흔하게 목격됩니다. 자사가 상상하지도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니 그에 대해 미숙한 대응이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는 정상참작의 요청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 똑 같은 이슈나 위기가 바로 며칠전이나 몇 달 전 다른 기업에게 발생하여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적이 있다면, 절대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리어 자사가 얼마나 무심했고, 사려 깊지 못했는지를 실토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에서 공중에게 정상참작을 유도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해명을 해야 합니다. ‘자사가 최근 해당 이슈들에 대해 주목하고, 그에 대해 이런 이런 다양한 개선과 방지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후 기업이 실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다는 메시지가 좀더 설득력 있습니다. 단순히 상상할 수 없었다는 메시지 같은 클리쉐는 이제 그만 반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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