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에도 목표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면 바로 반사신경처럼 튀어 나가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위기관리에도 목표를 먼저 세우라는 말씀을 듣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교과서적인 프로세스를 항상 밟아야 하는 건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특정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바로 투입되어 상황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초기대응팀이라 부르고, 영어로는first responders라고 합니다. 소방관이나 위기대응을 위한 경찰 및 군인들이 주로 그런 유형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상황이 맡겨질 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매일매일 좀더 나은 초기대응을 위해 반복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초기대응팀에게는 마치 반사신경 같은 대응 자세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에도 목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기대응팀을 상상하신 것 같은데요. 사실 초기대응팀에게도 위기관리 목표는 이미 세워져 있습니다.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것이 주된 대응 목표지요.
그러한 대응 목표는 일선에서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한 행동 목표를 모든 조직원이 공유하고 만 있다면 일선의 누구든 지휘관과 동일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상황을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하는 제반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뛰어 넘어 일선에서 바로 의사결정 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기업 위기관리를 전사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도 위기관리의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권자들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위기관리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자 스스로 위기관리 목표는 당연히 세워져 있다 간주하고 상황분석과 의사결정에 먼저 몰두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기업은 현재와 같은 부정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무슨 목표까지 세워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그런 대응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재차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떻게 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답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위기관리 목표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목표다. 현 상황을 넘어서는 투자자 피해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내자.”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기업 내부에 이런 위기관리 목표가 세워진다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훨씬 간단 해집니다.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하는 집중이 가능해집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현 상황을 어떻게 만들고 싶으십니까? 구체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왜 그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 않을까요? 만약 위기관리 목표를 이렇게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 중요한 것을 지켜 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합당할까요? 상황 초기에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야 정말 우수한 위기관리팀입니다. 목적지가 없는 배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시지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