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리스트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통제가 곧 관리라는 개념이 사라져 간다

[The PR 기고문]

통제가 곧 관리라는 개념이 사라져 간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들의 최근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기업이 기업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기업이 내부 임직원을 통제하지 못한다. 내부 정보의 흐름 또한 통제하지 못한다. 내부 기록을 통제하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습관도 통제하지 못한다. 거래처는 물론 여러 파트너사도 통제 대상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이에 더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나 미디어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언론을 어떻게든 관리해 보려던 노력은 이미 옛 무용담이 되었다. 경찰, 검찰,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국회, 금융관련 기관 어느 하나도 예전 같은 통제나 관리가 여의치 않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라는 곳은 또 어떤가? 처음부터 통제라는 개념과는 멀었던 곳들이다. 인플루언서나 여러 빅마우스들은 통제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물론 ‘일부 가능하다’ 또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도 아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 시각에서 모두를 자사의 의지대로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최대한 가능한 대로 해보자’ 또는 ‘필요한 방법을 찾자’하는 수준에서 여러 통제불가능성을 관리하려 애 쓸 뿐이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한 것들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관리 방식을 통해 최대한 부정적 변수를 제거해 나가는 일인데, 통제되지 않는 수 많은 변수들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참 웃긴 말이다.

통제를 전제해서 쓰여진 매뉴얼과 교과서

통제되지 않는 것은 절대 관리되지 않는다. 심지어 통제되는 것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많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교과서들은 통제가능성을 전제로 쓰여져 있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를 위해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구성원들은 훈련 시키라’는 조언을 보아도 그렇다. 이 조언에는 지명 받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통제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상당부분 반론이 나온다. ‘내가 왜 위기관리위원회에 소속 되어야 하지?’ ‘평소 일도 많아서 매일 야근 하는데 위기관리 업무까지 맡으라면 좀 곤란한데’ 이런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 통제불가능성이다. 훈련을 받고도 ‘이 훈련을 받아서 어디에 쓰라는 건가?’ ‘이 한번 훈련으로 내가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대표이사도 통제불가능하긴 마찬가지일 수 있다. 위기관리 조언에 의하면 ‘필요 시 CEO가 나와서 문제를 해결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한다. 그런 조언을 들은 대표이사가 마음 속으로 ‘나는 기자나 외부 사람들하고 진행하는 이런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으로 기록에 남기 싫은 데’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기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완전한 통제불가능성이다. 대표이사가 외부로 나서기를 꺼려 하는데, 억지로 그를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부는 이미 통제불가능 그 자체

직원들이 쓰고 공유하는 블라인드 앱에 들어가 보자. 어디에 통제가능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을까? 아무리 감사팀과 법무팀이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 해도 소용 없다. 정보유출을 적발한다고 하는 다양한 수사 내용까지도 외부로 유출된다. 유출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그 의지가 다시 비판 받게 된다.

직원들이 가지는 퇴근 후 술자리는 통제가능 할까? 그들이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하루 종일 떠들어 대는 내용들은 통제가능 한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통제해야 하며, 얼마나 그런 노력이 가능할까?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어떤 기업의 홍보팀장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었을 때 창구를 홍보실로 일원화 하라는 요청도 종종 무시됩니다. 그걸 함구령이나 내부에서 말을 맞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임직원이 많습니다. 심지어 홍보실이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는 비판까지 나오곤 합니다.” 이게 현장의 이야기다.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어떤 직원이 회사관련 한 내용을 자기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지인이 알려와서 해당 게시물을 내려달라 이야기했거든요. 그랬더니 자기를 회사에서 감시하는 거냐고 오히려 화를 내고 사표를 낸다는 둥 항의를 하더라고요.” 이런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들이 많다.

내부 교육이나 훈련 내용도 이제는 외부로 흘러나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함부로 직원이나 내부 구성원들을 통제하려 했다가는, 아니 통제하려는 시도나 의지만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된다. 위기관리에 참여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위기관리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새롭다.

더욱 통제 불가능한 외부 환경

뭔가 통제 할 수 있어야 상황을 관리할 것 아닌가?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여기저기 나온다. 문제가 불거진 뒤 수천에서 수만 건씩 치솟는 트위터, 커뮤니티 게시물들은 아예 포기한지 오래다. 유투브 영상이나 각종 종편 방송 내용들이 확산 공유되는 것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지 오래다.

소위 물타기나 밀어내기 같은 온라인 기술이 적용된 지 한참이지만, 항상 개운하지가 않다. 몰려드는 밀물을 양동이로 퍼내는 기분이다. “윗분들이 어떻게든 해보라 하시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작업입니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하는 실무자들이 상당수다. 무언가 해서라도 작은 변화를 보여야 윗분들이 위기관리를 그나마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주 예전 가판에 떴던 기사를 밤늦게까지 네고 해서 가판에서 빼내던 추억과도 비슷한 현상이다. 일단 나왔던 기사를 빼 내었으니 홍보실이 할 일은 한 것이다라는 자위가 당시 실무자들의 위기관리 목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언론을 비롯한 모든 여론 기반의 미디어는 통제 불가능한 것이다. 일부 기사를 빼고 수정하고 하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였는지, 그를 통해 언론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생각했는지 물으면 실무자들이 확신에 찬 답을 하지 못하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것은 수 십 년 전에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위기관리 서적에는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개념이 기반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그런 전제를 아마추어라고 손가락질 하던 실무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손가락질은 사라져간다. 진짜 통제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론을 감히 통제?

여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매력적이고 강력한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권위주의 독재 정부에서는 매번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기업들도 그런 개념을 기반으로 일부 여론을 움직여 보거나, 제한 하려는 시도를 함께 하기도 했다. 아주 예전 이야기다. 지금은 어떤가?

여론이 사회적 공분 수준으로 치달아 큰 곤욕을 치른 기업이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이 답이 될 것이다. 오너나 대표이사가 물러나야 했던 케이스들도 많다. 대대적 배상과 개선책을 발표해 가며 머리를 조아리는 경우가 이제는 일반화 되었다. 비판 여론을 잠재워 보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럼에도 여론의 공분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한 일부 경영진들은 ‘초기 여론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초기에 제대로 여론만 관리했더라면 그렇게까지 최악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시각은 자사가 여론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통제 가능한 대상이라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야 말로 현실을 억지로 외면한 것일 수 있다. 여론은 통제 불가능하다.

비판 여론을 관리하는 것과 여론을 통제한다는 개념은 전혀 다른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비판 여론을 관리하는 것 조차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여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하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도가 여러 통제불가능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늘어난다. 내외부 관계자의 뒷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추가적 내용이 고발되기도 한다. 여론을 향한 관리 시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난타전으로 번지기도 한다. 여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란 단순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다.

위기 원점을 통제하라고요?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원점을 먼저 관리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 말이 쉽다. 만나주지도 않고, 만나는 경우 더욱 더 격렬해지고, 만나서 하는 모든 이야기가 언론이나 온라인에 올라오는 경우 이런 원점을 어떻게 통제하거나 관리하라는 이야기인가?

자칫 아마추어 같은 생각을 하고 진정성만 가지고 원점을 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 성악설을 믿는다. 이런 이야기가 위기 시 원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 본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목욕 욕조에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마른 걸레를 가지러 가기 전에 수도 꼭지를 잠그라”는 말이 있다. 이 명언의 비유에서 ‘수도꼭지’가 바로 원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아무리 마른 걸레를 쌓아 놓고 닦아 내도 넘치는 욕조를 감당 해 내기는 어렵다.

어떤 기업에서 생산시설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계속 문제 제품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미팅이 열렸다. 앞 서와 같이 수도꼭지를 잠그자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의 생산시설을 일단 멈추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최고경영진은 아직까지 소비자 불만 제기 수가 적고, 해당 문제가 법적으로나 안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를 중단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낸다. 사실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성과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인사가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부의 위기원점도 통제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점은 통제 불가능한 것이 당연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냐 하나?

다시 아주 예전 해외 국가에서 쓰여진 교과서와 매뉴얼들을 좀더 꼼꼼하게 읽어 보자. 우리가 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투명하라. 거짓말 하지 말라.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 하라. 신속하게 하라. 이런 조언들을 기억해 보자.

이런 부분이야 말로 통제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미래의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때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팁들이다. 투명하라는 조언은 문제 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평시에 돌아보고 문제 될 부분을 스스로 개선하라는 의미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내부 문화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거짓말 하지 말라는 조언은 더 나아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문제를 아예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거짓말 해야 하는 상황이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급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해진다. 이 또한 평시 돌아봄의 주문이다.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조언은 전략을 가진 창구들이 전략대로 움직이라는 의미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량이나 빈도는 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자체가 사람의 본능이다. 그런 일반성과 본능에 반해서 더 많고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조언은 전략을 가지라는 의미다. 전략에 기반해서 자사의 투명성과 진실을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가 된다.

신속하게 위기관리하라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조직이 신속하게 움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신속하게 관리될 수 있는 위기만 만들라는 의미도 된다. 의도를 가지고 위기를 만들어 내지 말라는 것이다. 심각한 수준까지 위기를 숙성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뻔히 관리할 수 있는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 폭발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통제. 그리고 그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관리. 위기 시 가장 필요한 두 가지 가치는 어떻게 보면 평시 돌아봄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가는 노력과 대체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평시 기반이 조성된다면 위기 발생 시 누구도 어떻게도 통제할 이유가 없는 위기관리 환경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투명하고, 떳떳하게 철학과 원칙에 따라 움직일 수만 있다면, 왜 내부 인력을 통제해야 하나? 왜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제해야 할까? 왜 규제기관을 통제해 보려 시도해야 하나? 왜 정보와 자료들을 통제해야 하나? 통제가 곧 관리라는 개념을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 #

5월 262021 Tagged with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The PR 기고문]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회색 지대에 속하는 형태가 많다는 것이 인기 유투버들을 둘러싼 위기 현상의 특징이다. 뚜렷하게 어떤 것이 위기인지 또는 위기가 아닌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 어떤 대응이 성공적인 위기관리 대응인지 여부도 판단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유투버들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들은 저 유투버가 위기를 겪고 있다 생각하지만, 유투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위기로 무언가 다른 도움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이슈가 이상하게 크게 성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 해당 이슈를 의도적으로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경우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인기 유투버가 사과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도 실제 존재한다. 저 사람이 누구인데 저렇게 공개 사과를 하고, 그 소식을 다루는 뉴스들은 또 뭔가 희한 해 한다.

분명히 일반적 유명인 또는 전통 셀럽들과는 다른 회색지대가 상당 수준 존재한다. 일단, 기존 유명인이나 전통적 셀럽의 경우 대중(mass)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따라서 대중의 시각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 있다. 대중의 상당수가 적절하지 않다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유명인 또는 셀럽들은 그 상황을 자신의 위기라 정의한다.

그 이후부터 대중과 공중들이 볼 때 적절하다 여겨지는 방식을 택하여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한다. 자신을 한껏 낮추고,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자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보다는 자신이 그 상황에서 해야 할 말에 좀 더 몰두하고, 대중을 향해 큰 예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기 유투버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신은 대중(mass) 보다는, 자신의 컨텐츠를 흥미로워 하는 팬덤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팬덤이 원하는 것이라면 일부 대중적 잣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도 어느 정도 용인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에게 위기라면 팬덤이 스스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이고, 그로 인해 유투버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직접적으로 침해 받는 상황일 것이다.

즉,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논란이나 비판받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유명인이나 전통 셀럽들은 꿈꾸지 못 할 방식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대응에 있어서도 좀더 다른 접근을 한다.

이런 기본적 특성과 다름에 근거해 인기 유투버들이 주목해야 할 위기관리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자.

첫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최소한 범법 행위로 인신이 구속될 일은 하지 말자.

꼭 구치소로 가는 구속만 구속이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 또는 여러 규제기관의 조사를 받는 동안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제한되는 것만큼 나쁜 상황이 없다. 실제로 범법이 문제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더더욱 자신의 활동 지속 가능성은 제한된다. 여러 판결 단계를 거쳐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을지라도, 다시 이전과 같은 활동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그런 단계를 모두 거치고서도 컴백(?)에 성공한 일부가 있지만, 그 모든 단계를 고통스럽게 거쳐야 할 가치가 없다. 인기 유튜버라면 최대한 일상생활이나 사업 전반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노력은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포인트다.

두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준법이 기본이라면, 도덕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자.

“그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만큼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바보 같은 메시지가 없다. 일단 대중이 아니라 특수한 팬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해도, 그 팬덤도 인간이라는 것일 기억하자. 인간들 간에 도덕적 행동이나 발언은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함을 무시하면 안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만,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버리자. 법을 지켰는가 지키지 않았는 가는 일정한 판단기준에 따라 결론이 나지만, 도덕을 지켰는지 않았는지는 사람들의 순간적 인식으로 결론이 나 버린다. 적절하지 않았다면 이미 그 상황은 끝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의 예후가 나쁜 경우다.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삼가 해야 한다.

세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민감해지자.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말로 먹고 산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을 많이 하면 그 말 중에 실수가 들어갈 확률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간다. 즉, 유투버가 지속해서 많은 컨텐츠를 생산할수록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잦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일부 유명 유투버는 높은 민감성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 거지에 조심을 한다. 열을 잘 하다 가도 한번 잘 못하게 되면 자신에게 위기가 발생된다는 것을 미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그 상황을 피해 나가는 것이 일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자. 아차 하면 끝일 수도 있다 생각하자.

네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팬덤도 그런 정도 실수는 이해하고, 개선하는 경우 지지해 준다. 실수도 실수 나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실수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일반적인 실수다.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짓은 실수가 아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었던 짓도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절하지 않음을 훨씬 넘어선 무언가도 실수라 보지는 않는다.

한번의 일반적 실수는 대부분 너그럽게 넘어 간다. 물론 적절한 사과와 해명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 있으면 더 좋다. 문제는 그런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다.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주체가 실수를 계속 저지를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건 실수가 아니다. 실수는 위기관리의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반복된 실수는 위기관리가 불가능하다.

다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최악을 상상하자

보통 위기와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은 최선의 대응을 꿈꾼다. 위기관리의 성공을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에 집중한다. 아무 문제가 없던 그 이전을 곁눈질한다. 하지만, 전략적인 위기관리 주체는 가장 먼저 최악을 상상한다.

이 논란이 최악으로 흘러 갈 경우 인기 유투버인 자신은 결국 어떤 상황에 도달하게 될지 먼저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속가능성일 것이다. 간단히 말 해 내가 이 활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예측되는 최악에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인사이트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했던 대응을 맨 처음부터 했더라면 성공했을 위기관리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최악을 정확히 예측했다면 가능했을 위기관리가 매우 많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사과는 내어놓음이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사과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져야 할 책임은 행동으로만 보상이 된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면 인신이 구속되거나,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를 하거나 하는 행동을 통해 사면 받게 된다. 범법 후에 말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도덕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만으로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를 얻기는 어렵다.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

인기 유투버들도 종종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과를 한다. 그러나 대형 위기 시 사과만 해서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과의 표시로 무언가를 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숙이 되었건, 재산적인 보상이 되었건, 기타 여러 변화 행동이 되었건 무언가를 내어 놓음은 중요하다. 만약 그런 내어 놓음이 너무 아깝고, 싫다면, 사전에 책임질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보수적인 전문가를 찾아라

평소 컨텐츠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많이 강조된다. 박스에서 벗어나는 획기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것이다. 다른 지인 유투버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창조성과 혁신성은 더욱 더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조성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 스스로 보수적인 생각과 자세에 의지해야 한다.

주변인 보다는 신중하게 다가가 보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법률 조언이나 위기관리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무게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자. 그들이 현 상황에서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알려줄 것이다. 그들의 조언에 따라 정상적인 대응을 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자.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었을 때에는 자신을 인기 유투버라 생각하기 보다, 그냥 책임감 있는 일반인이라 생각하자. 절대 크리에이티브 하게 위기를 관리해 보려 해서는 안된다.

여덟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관리는 장기전이라 생각하자

위기는 하루 아침에 터져 폭발해도, 위기관리에는 몇 달이 갈 수 있다. 물론 위기 발생 초기 위기관리 역량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 성공적으로 관리를 해 내야 하지만, 해당 위기가 완전하게 사라져 자신에게 더 이상 영향이 오지 않게 될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에 조급함이 줄어 든다.

또한 법적으로도 집행유예라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위기관리는 아무리 잘 해 냈다 해도 그 후 일정 기간 자신에는 ‘집행 유예’와 유사한 환경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기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긴 안목과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팬덤이건 대중이건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팬덤이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자신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까지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대신 그 관심과 사랑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팬덤은 돌아서면 원수가 된다고도 한다. 그 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대상이 팬덤이다.

위기관리를 할 때 보면 대중이나 팬덤을 바보처럼 생각해 위기관리 주체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궤변을 늘어 놓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기술이라 잘 못 생각하면서 상식적이지 않는 기괴한 전술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심은 통한다는 클리쉐를 믿으며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이나 팬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바보였다면 위기도 없었다. 꼭 기억하자.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다른 유투버들의 위기에 대해 공부하자

세상의 모든 위기는 새롭게 처음 발생되는 것이 없다. 모든 위기는 전례가 있었고, 유사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주변 유투버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을 우습게 바라보지 말자. 그 들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지 살펴 공부하자. 그들이 발생시킨 위기를 자신이 그대로 발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각오도 하자.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 차라리 대응이 쉽다. 물론 그 이전에 발생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훨씬 쉽다. 주변 사례들에 계속 주목하고, 그 위기와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 단, 기술이나 창조적인 위기관리 방식 보다는 위기의 핵심과 당시 팬덤의 반응 그리고 위기관리 주체가 보여준 책임감에 주로 주목해 보자. 그래야 답이 보인다.

열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미리 준비하자

오늘이라도 또는 내일이라도 문제가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 이미지 트레이닝이라 불러도 좋다. 딱히 대응이 떠오르지 않으면 실제 대응 방법을 미리 고안하는 것도 좋다. 미리 챙겨서 갖추는 것이 준비다. 준비하지 않는 자는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자라는 말이 있다. 인기 유투버로 성공한 만큼 위기관리도 준비해 더욱 더 성공하려 노력하자.

# # #

5월 262021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이해관계그룹과의 갈등,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고려 사항들

[The PR 기고문]

이해관계그룹과의 갈등,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고려 사항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공장을 짓지 말라고 주민들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소각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니 주변 마을에 대책회의가 꾸려졌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탓하며 공장 앞 도로에 들어 누었다. 군의회 의원들과 군수가 새로운 시설 공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자꾸 전화 해 오고 부정적인 기사를 연속 게재 한다. 시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대책위가 밴드 모임을 만들어 매일 수백 건의 부정 포스팅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주민, 지역정부, 각종 지역 단체, 지역 언론, 정치단체… 지방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런 추가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한다. 이를 통틀어 지역 커뮤니티(local community)라고 부른다. 생산시설의 입지 선정에서 건립 그리고 운영,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새로운 시설의 확장이나 추가 공사 등등 거의 모든 기업 행위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는 일거수 일투족 관여하고 싶어한다.

갈등이 이내 풀리면 다행이지만, 갈등이 점차 심각해 지고 이에 대해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이 이슈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각종 시위와 부정기사 그리고 강력한 견제 조치들이 나타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갈등과 반복은 점점 더 심화된다.

정부의 국책사업 같은 경우에는 이런 갈등을 염려 하면서 정무감각을 발휘 해 시간을 십여 년 이상도 곧잘 흘려 버리고는 하지만, 기업의 활동은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끌지 못한다. 그 이전에 회사가 망해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안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절대적 대안은 아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주지 않는 이해관계자들. 만날수록 악감정만 쌓이는 관계.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 근거 없는 루머를 나르는 공격적인 언론. 이런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돌아보아야 하는 전략적 고민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이 모든 고민들이 하나 하나 정확한 해결책을 그대로 이끌어 낼 수는 없다 해도, 돌아보며 깊이 살피다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고민 주제 :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확정하라

지역 커뮤니티의 표면적 행동을 보고 문제를 정의하지 말자. 그들이 반대한다면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들여다 보려 노력하자. 그들의 주장을 듣고 보고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속을 읽어 보려 노력해 보자.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해결의 대상인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큰 보상 즉, 돈을 원합니다.” “사람들은 공장 이전을 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공장 발 환경 오염 때문에 못살겠다는 거죠”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때도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단 한가지의 핵심 문제와 단순한 해결책에만 몰입해 있는 경우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이나 전략에 대해서 논하기 전 해당 갈등을 관리하려는 기업은 문제의 핵심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고민 주제: 지역 커뮤니티 속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하라

크게 분류하지 말자.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만큼 세부적으로 잘라 분석해 보자. 지역 주민. 지역 환경 단체. 이런 분류도 너무 크다. 지역 주민들을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별로 좀더 분석해 작게 분류 해보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보일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접근방식도 다 다를 수 있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해결책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지역주민은 우리 공장의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단순화 하고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과 공장에서 3km 떨어진 별장 주민들간에는 다름이 있을 것이다.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 중에서도 우리 공장에 출근하는 직원 가족과 일반 주민들과는 또 다름이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 중에서도 노인들의 입장과 젊은층의 입장이 미세하게 다를 수도 있다. 당연히 그들이 문제라고 바라보는 주제와 생각하는 해결책도 각기 다를 것이다.

세 번째 고민 주제: 누가 그 이해관계자들을 리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

리더 없이 민주적으로 여럿이 단순히 모여 기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꼭 그 이해관계자 그룹을 리드하는 리더들이 있다. 갈등을 조장하는 주체라고도 한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표면적인 주장과 내심의 의도가 별도로 존재한다. 진정으로 공장 주변 환경이 개선되기 원할 수도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번 반대 투쟁을 성공적으로 리드해서 군수직에 출마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에 투쟁을 리드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인근 경쟁사의 사주를 받았을 수도 있다. 정말 단순히 할 일이 없고, 나서기 좋아해서 완장을 찬 리더도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분류 또한 중요하다. 기업측에서 그냥 이름만 외우고, 성향을 대략적으로 파악만 해서는 제대로 갈등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네 번째 고민 주제: 우리의 입장과 함께 해결책/대안을 정리하라

실행에만 몰두하는 기업은 갈등을 제대로 풀기 어렵다. 실행은 실행이지만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정확한 입장과 그에 대한 메시지 준비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입장과 관점을 피력하며 싸우는 상대에게 제시 할 해결방안 마련이 필수다.

일반적으로 갈등을 관리하려 시도하는 기업들은 입장 정리와 해결책에 있어 부족한 한계를 드러낸다.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단계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준비가 덜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깊은 내부 고민을 통해 그런 준비를 최대한 완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로드맵의 준비다.

그래야 지역 정부를 만나 해결책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지역 언론에게 유효한 대안을 던져 볼 수도 있다. 그걸 가지고 반대 하는 이해관계자 리더들과 윈윈하는 구도를 만드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는 없어도, 뚜렷한 대안 제시가 있어야 반대 여론을 지금보다 줄여 나갈 수 있게 된다.

다섯 번째 고민 주제: 활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최대한 골라 내라

갈등의 구도를 회사 대 이해관계자. 이런 구도로 단순하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찾아보면 활용할 수 있는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인 이해관계자들은 존재한다. 그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들의 생각도 읽고 공감해 보자.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위해 목소리를 내 줄 수 있을지를 물어보자.

그 이전에 갈등 이전과 갈등 발생 초기부터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할 일을 제대로 했었어야 회사를 위해 나서 줄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이해하자. 갈등을 관리함에 있어 회사가 온갖 무리수를 두고, 갈등을 격화 시켜 이미 손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만든 후에는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라고 해도 스스로 나설 수가 없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까지 반대의 타겟이 될 수 있어서다.

운 좋게 회사를 위해 할 말을 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는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를 만난다면, 갈등은 보다 긍정적으로 해결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움을 준 그들에게 후의를 표하는 것은 나중이다. 그것을 먼저 걸고 다가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여섯 번째 고민 주제: 앞의 모든 고민이 완료되면 전략을 짜자

가능한 활동 방향과 그 주체들을 쭉 펼쳐 놓아 보자.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 보기 보다는 하나 하나 중요한 우선순위 대로 풀어 보자.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해 보자. 1차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 달성이 힘들게 된다면 2차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3차 목표라고 한다면?

그 각각의 목표 하에 실행 가능 방안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 실행의 근간이 되는 해결책과 대안 제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할까? 누구를 주 타겟으로 그 실행이 진행되어야 할까? 그들로부터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 예산은 어느 정도로 정해 갈 것인가? 시기는? 이런 많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해보자. 하면서 생각해 보자. 되는대로 만나보자. 예산은 그때 그때 산정해서 쓰자. 이런 방식으로는 갈등을 관리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혼란스럽다 해도, 그 중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들을 먼저 꼽아 보자. 그 것들부터 어떻게 실행과 연결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자. 정확한 목표를 세팅하는 것은 필수다.

일곱 번째 고민 주제 : 실행 시 불필요한 환경은 절대 조성하지 말자

반대 주민들의 단체 카톡방에 몰래 가입해서 대화를 들여다 보지 말자. 들여다 보더라도 댓글을 달다 걸리지 말자.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서도 안 된다. 매수 하려 했다는 둥, 협박을 했다는 둥의 빌미가 될 일은 하지 말자. 토론회에 나가서 물리적 접촉을 만드는 것도 피하자. 화가나 결국 막말을 하고, 삿대질을 하게 되는 상황도 가능하면 피하자.

실행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해도 충분히 누구나 볼 때 적절하지 않게 보이는 실행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는 짓은 미리 미리 경계하자는 것이다. 그런 부주의 한 실행을 하게 되면, 핵심적인 문제의 해결 보다는 그 실행에 관한 논란을 해결 하기 위해 품이 더 들어가게 되니 문제다. 그 실행에 대한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그런 실행이 계속 반복되면 그 후유증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결국에는 핵심 문제는 시야에서 멀어지고 불필요한 논란들로만 시끄럽게 된다. 원래 이슈가 뭐였지? 이런 이야기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여덟 번째 고민 주제: 전문적인 팀을 꾸려 실행하자

지역 정부와 의회 사람들을 만나려 공장장과 총무 직원이 나간다. 지역 언론을 만난다고 회사 대표가 뛰어 다닌다. 지역 주민을 만나는데 노조위원장이 나선다. 반대 주민들의 단체 카톡방을 관리(?) 한다고 일선 직원들을 독려한다. 이런 경우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해당 실행팀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맥이 좋다. 이 지역 유지 수준이다. 지역 대표적인 명문고등학교를 나왔다. 술을 잘 마신다. 이런 기준이 유일한 경쟁력이어서는 어렵다. 이미 계획된 실행을 정확하게 해 낼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를 따져 보자. 필요하다면 전문가 지원이나 코칭을 받을 수도 있다. 최소한 문제가 될 실행에 대한 사전적인 리뷰라도 그들에게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고민 주제: 순리가 문제를 푼다. 순리를 잘 따르자.

모든 것은 순리대로 작동된다. 순리에 역행하려 하니 큰 문제가 되고 갈등이 커진다. 순리 앞에서는 모두가 숙연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갈등을 풀려는 기업에서는 그 순리를 디자인 한다. 순리대로 문제를 풀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명분을 가지고 긍정적인 접근을 한다.

만약 회사가 가진 플랜이 일부나 상당부분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면 아예 미리 포기하자. 순리를 거슬러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은 갈등대로 키우고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갈등이 생겨나면 주위의 유력한 이해관계들은 대부분 이렇게 조언 할 것이다. “순리대로 문제를 푸세요” 그 말이 정답이다.

마지막 열 번 째 고민: 평소에 잘해 놓자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좋고 나쁨을 감각으로 먼저 느낀다. 지역에 있는 공장이 평소 지역주민들에게 극진하게 잘 해 주고 있었다면 옳고 그름은 훨씬 긍정적으로 해결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문제라도 그 때 그때 해결해 주는 평소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갈등 관리의 자산이자 기반이 된다. 그렇지 못한 기업 때문에 낯선 갈등이 생긴다. 평소 지역 켜뮤니티에서 두고 보자 했던 경우라면 더욱 더 갈등 관리는 불가능해진다.

홍보를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s)라고 부른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지역 커뮤니티와의 우호적 관계 맺기를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 순리에 기반해 전략을 세워 관계로 풀자. 이게 핵심이다. 말은 쉽다 하겠지만, 이상의 고민 없이는 갈등을 풀 기회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 # #

5월 262021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The PR 기고문]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올 여름은 일본 때문에 국내가 뜨겁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반일 무드가 살아났다. 이내 반일 무드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기업들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대대적 불매운동이 이어져 일부 의류 및 주류 업체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그 피해의 차이만 있을 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0여년간 주기적으로 발생한 한일간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양국 기업들의 피해. 이 유형을 위기로 설정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일본기업은 어떤 전략과 실행에 주목해야 할까? 꼭 일본기업에만 한정해 이런 류의 위기관리를 이야기 한 다기 보다는 기업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해외 국가에서 이와 같은 공격을 받게 될 여러 글로벌 기업을 위한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 한국 기업도 언제든 일본이나 중국 또는 다른 우방국가에서 적성 기업이 될 수 있다. 사람 일을 모르듯 기업 일도 모르는 것이니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기업들을 위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현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본 일본기업 경영진들을 공감하겠지만, 일본기업 자사 차원에서 현 상황은 전혀 관리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평시 다른 종류의 이슈 또는 위기관리에서는 자사가 무엇을 어떻게 든 하면 자사로 향한 피해를 방어 또는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한다 해서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라도 자사가 최소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 대응 기조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자사가 그나마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첫째, 회사(본사)의 입장은 통제할 수 있다.

회사(본사)의 입장은 이미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 입장을 현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거나, 그에 대해 한국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통제불가능 한 일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회사(본사)의 입장을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나가고, 그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며, 필요시 그 입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체계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고, 필수적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

물론 이는 회사(본사)의 입장이 현상황을 정상적으로 해석한 뒤 세워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그 입장이 한국의 현 상황에 반하거나 충돌하거나 현 상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에 대한 관리 통제는 예외가 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본사의 위기관리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에서 예외로 한다.

정상적 글로벌 기업이라면 사업을 전개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존중하기 마련이다. 현지 국가에서 어떠한 정치적 역사적 인종적 사회적 이슈에도 관여되지 않으려 스스로를 통제한다. 그럼에도 불행히 문제나 갈등이 불거지게 되면 본사의 가이드와 현지의 여론에 따라 정상적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첫번째 통제 가능성이란 그런 정상적 본사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관리 통제를 의미한다.

둘째, 직원들은 통제할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은 요즘 직원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평소에도 통제할 수 없고, 통제되지도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하는 주제를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왜 요즘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다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직원들을 위기 시 통제하려면 기업은 원칙을 이야기하며, 그 원칙을 기반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부탁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그 요청 사항 자체가 완전히 회사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사 직원들을 충분하게 이해시킬 수 있고, 자발적으로 협조 유도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고, 통제 되지 않는다라 이야기하는 경우는 해당 협조 요청 자체가 평시 자사 원칙에 근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직원들은 그런 회사의 요청을 이해하기 힘들다 한다. 이후 자발적인 협조는 전혀 불가능 해 진다.

일본기업에서는 현재와 같은 민감한 상황에 대해 자사가 가진 원칙을 정확하게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 그들을 먼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자사 직원들도 이해시킬 수 없는 원칙이나 메시지라면 외부의 어떤 이해관계자를 이해 시킬 수 있을 까 먼저 생각해 보자.

셋째, 자사의 메시지는 통제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만약 기자들이 자사에 전화를 걸어와 현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거나, 최근 사업 분위기, 본사의 입장이나 메시지 등에 대해 문의 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미 어떻게 답변해야 하겠다는 방향도 설정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사 현황과 본사의 입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준의 메시지들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내부적으로 본사로부터도 컨펌 받았을 것이고, 해당 메시지 팩을 직원들과 대행사측과도 공유해 놓았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메시지는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끝까지 관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관련된 여러 케이스를 보아도, 현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메시지 한 줄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트리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다면, 자사로부터 나갈 수 있는 메시지라도 통제하자는 것이 이롭다.

민감한 이슈와 위기 시에는 메시지는 물론 단어 하나와 표현 한 조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민족 감정 또는 국가 갈등과 관련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흔히 말하듯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항상 기억하자.

넷째, 창구는 통제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평시나 위기 시 공히 일원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평시 관리 통제되지 않는 창구가 위기 시에 관리 통제될 리는 없다. 그러나, 창구 일원화가 중요하고 지금이라도 창구는 필수적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사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해서는 어떤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위기 시 대표이사의 말이 그대로 흘러 나가고, 임원들 각자의 생각이 여기 저기 퍼져 나가고, 일선 직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해 보자. 섬뜩하지 않은가?

기자들로부터 오는 문의는 홍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한다. 이 원칙은 언제든 지켜져야 한다. 홍보실은 이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창구 일원화 원칙을 지속적으로 상하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전 직원이 백가쟁명 하는 회사 체계를 가져서는 안된다. 창구는 완벽하게 관리 통제하자.

다섯째, 이해관계자 접점(Point of Connection)은 통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해관계자 접점이라면 매장에서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는 매장 직원을 의미한다. 고객의 전화를 받아 이야기 나누는 고객상담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A/S를 의뢰하러 센터를 방문하는 고객과 상담하는 A/S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상담하거나, 문의에 답글을 다는 담당 직원들을 의미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접점이다.

이 접점들이야 말로 정확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이 접점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영향력은 대표이사가 일으킨 문제와 그 파괴력이 유사하다. 그 접점에서 자사 입장이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사를 포함한 자사 전반에 미치게 된다.

일부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일본 기업의 이야기가 궁금할 수도 있다. 일부는 악의적으로 특정 업체를 찍어 공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대응을 하는 자사 직원(접점)이 적절하지 않은 대응을 하거나, 문제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바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어떻게 자사의 다양한 접점을 관리 통제할 수 있겠느냐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한다. 하려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가이드를 내려주고 훈련을 시키고 관제를 해야 맞다. 그런 사전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아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통제할 수 있다 믿고 통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자사의 실행은 통제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결심해서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실행들이 있을 것이다. 현 상황을 분석해 매일 보고 받고 있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현 상황의 민감성을 그대로 이해한다. 하지만 내부 일선에서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할 것이다. 경영진은 그 하나 하나를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아야 관리 통제할 수 있다.

그 실행이 자칫 다른 여론의 관심을 끌지는 않을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상한 방향으로 현 상황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보수적인 시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와는 다른 실행 기준을 세워야 한다. 단순하게 재미있는 이벤트. 즐거운 프로모션. 눈길을 끌 수 있는 대형 행사와 프레스 대상 활동. 이런 모든 실행들을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한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신제품 론칭 행사라던가,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프로모션을 최소하기도 했다. 예정된 사업 확장을 당분간 중지하기도 한다. 양국간 이루어지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조용히 치르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현 상황에서 자사의 실행을 관리 통제하려 하는 정무적인 노력이다. 스스로 하는 실행은 통제 가능한 것이다. 관리하고 통제하자.

일곱째, 스스로의 피로감은 통제 할 수 있다

현 반일 및 불매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일본 기업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제는 마케팅 활동을 개시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올라올 것이다.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보고가 올라올 것이다. 영업 프로모션을 지금 시작해도 올 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내부 피로감과 실적에 대한 부담간 때문에 일부 기업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먼저 치고 나가 평소와 같은 사업 활동을 하려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상황에서 먼저 튀어 불행한 마지막 희생양이 된다 거나, 다시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사려 깊지 못한 기업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대표이사가 자신의 전략적 일관성을 스스로 관리 통제하는 것도 핵심 중 핵심이다. 대표이사가 피로감을 통제하지 못해 일희일비 하거나, 조급함을 토로하며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이슈가 완전하게 사라질 때까지 전략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이사가 성공한 경영자라는 생각을 해 보자.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고,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해 일관성 있게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고민해 보자. 무엇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든 해 보았으면 하는데. 이와 같은 관점은 조금 내려 놓자.

대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어떻게 하면 안되는 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해 보자. 조직을 스스로 민감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이야기하자. 창구를 일원화하고, 이해관계자 접점을 잘 관리해 유지하자. 실행에 있어 튀거나 흔들리거나 일희일비 하지 말자.

해야 할 때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이사가 리드해서 피로감을 극복해 나가고 임직원들의 피로감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고민하자. 이렇게 보면 자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오히려 산더미 같이 많아 보일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조용하게 로우 프로파일 하는 것. 몇 달 동안 참선에 침묵 수행을 하는 명승을 떠올려 보자. 그 명승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것을 해 내고 그 대로 있는 것이다. 현 상황과 같은 민감한 이슈관리에 처한 일본기업들도 그런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 # #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특정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해 큰 위기가 발생되면, 이내 공중 사이에서는 그 위기관리에 대한 논평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전문가 수준의 시각을 투영하며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일반인들도 부쩍 늘어났다. 기업의 사과문이나 해명문 문구 하나 하나를 분석해 가며 그에 대한 속내(?)를 병기해 빨간 펜으로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종의 비꼼이나 비아냥인데, 그 분석의 관점이나 수준이 높아 놀라기도 한다.

이런 평가의 홍수속에서 매번 고민스러운 것은 어떤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하고, 어떤 위기관리를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특정 기업의 위기관리 하나를 두고도 일부에서는 성공이다 일부에서는 실패다 라는 상반된 시각과 분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긍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 외 상당수 위기관리는 그 평가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론 차원에서는 공중 상당수가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대로 공중 상당수가 잘 못했다 평가하는 경우는 실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이부분은 잘했지만 저 부분은 못했다는 다양한 평가가 서로 엇갈릴 경우 전반적 위기관리 성패를 딱히 정해 판정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정해야 할 것인가? 여러 케이스에서 도출된 바를 바탕으로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위한 아주 기초적 기준을 먼저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가 발생되었는가? vs. 위기를 발생시켰는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기업이 평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여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 위기도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현재도 수면 하에서 다양하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평소 진행하는 여러 관리 활동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기업이 통제 불가능했던 위기다. 통제할 수 없던 요인이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가 기업의 관리 수준을 넘어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 ‘위기가 발생되었다’ 이야기한다. 기업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이해관계자에 의해 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0년대초에 발생 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협박 케이스다.

이 위기관리는 아직까지도 각종 교과서와 언론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데, 이 위기는 존슨앤존슨의 평소 위기관리 노력을 넘어서는 협박범에 의해 발생된 위기다. 협박 범죄에 의해 존슨앤존슨 자체도 피해자가 된 케이스다. 존슨앤존슨이 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위기를 발생시킨’ 케이스도 있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 스스로 위기를 만든 경우다. 실수, 부주의, 관리소홀, 법 위반, 낮은 경영 품질, 악의, 의도적 범법, 개선 거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부재, 비전략적 대응 등 여러 통제가능요인의 운영 실패로 인해 기업이 위기를 의도적 만들어 낸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위기 케이스 상당수는 순수하게 ‘발생한 위기’라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다. 세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는지와 비의도적으로 관리 못 했는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위기관리에서는 해당 위기를 몰랐다 해도 문제다.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위기가 이해관계자에 의해 발생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것인지에 대한 확인은 평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 둘 간 큰 차이에 대한 판별 없이 단순 상황이나 결과만을 보고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다.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은 대부분 사후 정상참작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둘째, 초기부터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위기관리를 실행했는가?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감을 가지고 기업이 문제를 풀었는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실행이 성실하게 초기부터 진행되었던 것인가도 중요하다.

사실 이해관계자를 초기부터 정확하게 분석해 그들의 생각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식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방식이 없다. 그런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별반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방식 그대로 기업이 문제를 풀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관리는 별반 독특하거나 주목을 받지도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이 너무 당연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해야 할 것을 하는 식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하는 기업이다.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이해관계자를 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다양하고 화려한 위기관리 방식을 선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기술이나 아트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고 멋지다 평가해서는 안된다. 기술이나 아트라도 그 기반은 이해관계자가 되어야 맞다. 특정기업의 위기관리가 톡톡 튀고 재미까지 있다면 한번쯤은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비슷한 위기를 이전에 경험했던 적이 있었나?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는 이 세상 어떤 기업 누구라도 이미 경험해 보았던 유형이다. 심지어 여러 기업들이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보았던 흔한 위기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위기는 대부분 이미 다양한 전적이 있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에서 해당 기업이 이번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작년에 경험했던 위기를 올 해 똑같이 다시 경험했다면 평가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 당시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그냥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다.

만약 그런 약속한 노력을 생략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면 그 기업에 대해서는 위기관리를 잘 했다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위기를 지난번 보다 훨씬 더 잘 관리했다 해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보기는 어렵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면 해당 위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가 이전에도 그 기업에게 발생되었던 (기업이 발생시켰던) 적이 있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 번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로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먼저 살펴야 그나마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을 정확히 방지할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 보여지는 것 만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는 것에도 좀 이른감이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주목과 그에 대한 확인도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비싸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만 해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대부분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들은 실행하기에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든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만 하고, 이내 위기가 잠잠해지면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흐지부지 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이런 흐름을 이해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한 시점에 바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 최근의 위기 시 어떻게 했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해 가는 것은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섯째, 해당 위기가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되었는가?

위기가 발생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고,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이 그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실제 배경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VIP의 관여나 결심이 적절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국적 기업 경영 구조에서는 VIP가 적절하게 관여하고 강하게 결심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기업의 위기관리가 지지부진해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VIP의 의중이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VIP 스스로 보고의 부정확성, 공감의 결여, 의도적인 지연, 거리두기, 억울함, 분노, 패닉, 비선적 해결 시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의 이상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했다고 판정하기 어렵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기준에는 신속한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시 신속한 문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내부 사정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듯 해당 위기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해당 기업이 문제를 풀 방식을 전혀 찾지 못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다. VIP스스로 문제를 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속성과 과감성을 살펴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해야 맞다.

위의 평가 기준은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는 위기관리 토양에서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시각의 잣대를 제공한다. 기업이 위기를 스스로 발생시키고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칭찬받는 경우는 최소한 없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이 현란한 위기관리 기술로 성공했다는 평가는 더 이상 없어야 맞다.

이전에도 이미 동일한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아무런 개선이나 재발 조치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 그 때 그 때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기업을 평가하는 것도 무의미 하다. 조만간 다시 재발되는 위기를 잘 관리한다 해서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그에 대해 큰 의지나 결심이 부족한 VIP로 인해 위기관리가 지지부진 한 경우,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엄격 해 져야 한다. 실무자들만 나서 커뮤니케이션이나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위기관리에 대해서 잘 잘못을 따져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면 위기를 관리하고 난 뒤 지난 위기관리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전파하거나 홍보로 활용하려 하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또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공감대 없는 홍보 시도는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위의 다섯까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임에도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며 홍보하는 경우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그 자체는 홍보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기업 철학의 문제이고,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일 수 있다.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묵묵히 해내는 것을 먼저 하자. 그게 진짜 위기관리다. 기업 차원에서 화려한 사후 평가는 필요 없다.

# # #

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매뉴얼, 진짜 필요한 걸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거의 비슷한 표현들을 주로 사용하면서 위기관리 주체의 대응 문제를 비판한다. “오락 가락” “오리무중” “뒤늦은 사과” “뒷북” “황당 대응” “침묵으로 화를 키워” 등등의 지적이 그것이다. 그 중 빠지지 않는 지적이 바로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 또는 부실’이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 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이 같은 위기관리 매뉴얼 관련 지적이 줄을 잇는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사후 위기관리 대책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다 정교화 하겠다.” “새롭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축하겠다”는 식의 개선안을 내놓는다.

문제는 이런 비판과 그에 대한 개선계획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의 형편없음을 탓하는 언론의 지적이 또 생겨난다. 그리고 또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차 새롭게 탈 바꿈 된다. 이런 쳇바퀴 같은 위기관리 매뉴얼 논란을 보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이 진짜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둘러싼 실무진들의 주요 질문을 중심으로 진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1. 저희 회사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이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갖고 있다는 그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 봅시다 하면 대부분이 보여주기를 주저한다. 스스로 만족스럽거나 완벽하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임직원이 충분히 만족하는 완벽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기업이나 기관 스스로 자기 자신에 맞춘 포맷과 내용만 적절히 갖추고 있으면 그것이 전부다. 외부에 과시할 만한 주제도 아니며,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 비교해 우열을 따질 성격도 아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몇 십장 수준인 경우도 있다. 어떤 기관은 별책으로 묶어 백과 사전 같은 거대 분량을 자랑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낫다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완벽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의하라 하면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반복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수정이 이루어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할 것이다. 즉, 매뉴얼은 일단 자사의 특성에 기반해 자사만의 버전으로 만들어 반복 활용해 보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먼저 신경 쓰자.

  1. 위기관리 매뉴얼은 왜 필요할까요?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에게 필살기를 곧장 발휘하게 만들어 주는 비책이 절대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큰 치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진짜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자체보다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정리된 체계를 만드는 긴 과정을 통해 자사 조직이 위기관리를 배우는 것이다. 그들의 참여로 좀 더 나은 위기관리 개념과 역할 확인,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 위기관리 자산의 통합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다 함께 만들어 본 기업과 만들어 보지 않는 기업이 다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시 그 효과를 발휘한다 기 보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평소 준비 과정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매뉴얼 자체는 그 결과이자 상징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은 얼마가 적절할까요?

사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현실적 분량은 VIP께서 만족하실 수 있는 분량이다. 실무진에서 100 페이지로 매뉴얼을 정리해도 VIP께서 “겨우 100 페이지로 모든 위기를 모두 커버할 수 있겠나?” 하시면 바로 그 분량은 열 배 이상 늘어난다. 반대로 VIP께서 “그 100 페이지를 누가 다 읽고 실행할 수 있겠나?”하시면 곧 장 매뉴얼은 십여 페이지로 요약이 된다. 어떤 매뉴얼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상적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조직이 충분히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여야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때가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춰보고 위기를 관리하는 조직은 문제가 있다. 단순 정보의 확인 정도라면 모를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구를 정독하며 줄을 치는 실무자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발하는 과정을 함께 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완성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읽지 않아도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 그리고 대응 방식을 상당부분 이미 인지할 수 있다. 매뉴얼은 그 인지 사실에 대한 단순 기록일 뿐이다. 그 수준에서 분량은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은 모든 상황과 시나리오를 모두 포함해야 하나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단순 이유가 아니라면,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 유형과 시나리오를 전부 담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도 별 의미가 없다.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을 위기 유형별로 여럿 만들다 보면 몇 개 유형 매뉴얼을 완성하기 전에 깨닫게 된다. 유형은 달라도 대응 조직과 방식 그리고 프로세스는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위기 유형의 특수성이 있어, 그 관리 전략이나 방식에 일부 다름이나 가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상당 부분은 위기 유형에 따라 바뀌지 않는 상수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요소 진단이나 취약성 진단을 통해 주요 위기 유형들을 매뉴얼에서 일부 다루는 것은 괜찮겠지만, 욕심을 내 모든 유형과 그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는 것은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분량을 늘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르지만,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효율성도 없고.

  1.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어떻게 다르죠?

흔히 홍보실에서 가지고 있는 ‘부정기사 대응 방안, 체계’를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는 기업도 있다. 어느 기업에서는 사고, 안전이나 정보 보안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기도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업이나 기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게 전부다.

그러나, 정확히 분류하자면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반적으로 전사 조직이 포함된 매뉴얼을 의미한다. 대표이사를 포함 전체 임원과 부서의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이 수록된다. 위기관리 조직의 규모에 있어서도 전사 핵심 임원들이 모두 포함될 뿐 아니라, 위기 유형에 있어서도 법무, 재무, 안전, 환경, 홍보, 영업, 마케팅, 정보보안, 기술 등등의 여러 분야가 모두 커버된다.

한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주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개발해서 핵심 임원들까지 공유되는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임직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의미한다. 위기관리를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두 축으로 나눌 때, 뒤 부분의 커뮤니케이션 관리 내용을 주로 담은 매뉴얼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언론 대응 매뉴얼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점점 광범위하게 설정되고 있다. 언론을 넘어 온라인은 물론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은 어떤 부분인가요?

위기관리 매뉴얼의 모든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는 ‘비상연락망 페이지’라 이야기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상당히 공감가는 개념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자사 위기관리 조직은 상당시간 훈련 받았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비상연락망만 가동하면 자동으로 조직이 소집되어 움직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이 보다 멋진 조직이 없다.

비상연락망과도 유사한 개념이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라는 부분이라 항상 강조한다. 그 ‘누가?’라는 지정을 모두 모아 놓아 명시한 페이지가 비상연락망 페이지다. 그 페이지에 그 ‘누가’들이 모두 리스팅 되어 있는 것이다. 매뉴얼에서 지정한 ‘누가’는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는 ‘내가’가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궁금해하게 된다. 그에 대한 준비와 답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있다. 단, 그런 질문을 위기 시 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그런 질문을 평소에 하는 조직이 있다. 두 조직 간 위기관리 역량에 다름이 있다면 그 때문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 해야 할까요?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은 약 6개월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놀란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매뉴얼의 수명이 그렇게 짧은 이유는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가 계속 변동하는 것이다.

위기가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이 계속 변동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 재미있다. 퇴사한 임원의 후임으로 그 자리에 오른 신임 임원은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 재무팀에 있다 영업팀으로 자리를 옮긴 팀장은 자신이 새로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새로 바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 시험을 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훈련,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을 계속 늘려 가기 위한 노력은 정기 교육, 훈련과 시뮬레이션뿐이다. 그대로 사무실 책장에 꼽혀 있기만 한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1. 제대로 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어떤 형식인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사 특성에 잘 맞추어진 매뉴얼이면 충분하다. 포맷이나 디자인 그리고 분량에 대해서 너무 부담이나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사 조직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 기존 각 부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각종 관리 매뉴얼들을 모두 모아 통합시키는 형식은 매우 상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부서별로 법이나 규정으로 정해진 매뉴얼들이 존재하는 데, 그런 모든 매뉴얼을 모아 통합해 보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것이다.

즉, 위기관리 시스템을 새로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 기존에 익숙해져 있는 위기관리 방식들과 규정들을 한데 모아 더욱 더 강력히 통합시킨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새로 맞춘 옷은 오래 입은 옷 보다 불편 한 게 당연하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다 이야기하는 조직도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 나름 방식이나 체계는 일부라도 존재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엮어 내는 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도 그걸 직원들이 볼까요?

안 본다. 심지어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직원들도 꼼꼼하게 수백 페이지를 읽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위기관리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 구성원이라면 모를 까. 대부분 위기관리 조직은 기존 부서 책임자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태스크포스 형식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평소에도 각자 여러 태스크포스에 속해 있다. 그 각 역할에 있어서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데, 위기관리 조직 태스크포스 역할을 위해 수백페이지 매뉴얼을 평소 열람하고 숙독하는 구성원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위기관리 조직이 보지 않는 매뉴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뉴얼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하나? 매뉴얼을 읽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나? 이미 이런 고민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오래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럼 어떤 해답을 찾았을까? 정기 교육과 훈련이 전부다. 그 뿐이다.

  1. 실제 위기관리를 할 때 위기관리 매뉴얼이 참고나 도움이 되나요?

전쟁이 발생해 머리 위에 미사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벙커에 틀어 박혀 훈련 교본이나 작전계획을 읽고 있는 병사나 지휘관을 상상해 보자. 대형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소방차 호수 작동 매뉴얼을 찾아 읽고 있다 상상해 보자. 택시 운전사가 손님을 태운 뒤, 자동차 운전 매뉴얼을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위기관리 매뉴얼은 평시 대비를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이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찾아 준수할 수 있다.

실제 위기를 관리할 때 위기관리 매뉴얼이 도움이 된 다기 보다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함께 만들고 이해한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어쨌든 위기관리 매뉴얼은 중요하다.

 

# # #

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비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항상 전략이 그 중심이다. 최근 일부 케이스들과 같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반응’에만 집중하고, 제대로 된 ‘대응’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다. 이 ‘인위적’인 작업에는 조직적인 스트레스가 필수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 스스로 이런 필수적인 조직적 스트레스를 감당해 내기 꺼려한다는 데 있다. 비 전략적이며 본능적인 반응은 이 때문에 흔히 발생된다.

전략적이지 못한 조직, 전략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이지 못한 메시지, 전략적이지 못한 위기 대응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것이 없다. 이미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큰 위기로 키워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 그런 비 전략성이기 때문이다.

일단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조직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을 그렇게 보는 이유는 “왜?”인가? 그 상황에서 그런 전략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그 이해관계자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이유는 “왜?”인가? A라는 대응 보다 B라는 대응을 먼저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C라는 대응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왜?” 그 부서에서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하는가? 메시지를 그렇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또 “왜?”인가?

그에 비해 비전략적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항상 그 “왜?”라는 질문에 답이 없거나 “그냥”이라는 궁색한 답이 돌아온다. “일단 그렇게 라도 하고 보자고 하는 거죠.” “정신 없으니까 뭐 라도 해야 하겠다 생각했어요.” “그 때는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꼈지요.”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였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따라온다. 스스로는 일말의 확신이나 느낌을 가졌던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고객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도 이런 비 전략적인 조직의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저렇게 대응하는 이유가 뭘 까?” “저런 식으로 밖에 대응을 못하나?” “왜 자꾸 이상한 대응을 반복할까?” “정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상당히 괴상한 대응이군” 이런 반응이 생겨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판별할 수 있는 비 전략적인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 증상들은 정리해 본다. 이 증상을 보이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비전략적이라는 판별 뿐 아니라, 향후 위기관리에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가능하다. 필히 기억해서 경계해야 할 증상이라는 의미다.

첫째, 메시지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과하자고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자 하는 거다. 홍보실로 하여금 빨리 장소를 정해 기자들을 초청하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생각을 건너 뛰는 것이다. 사과의 순서에 대한 고민도 과감하게 생략한다. 일단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그 행동에만 주된 관심이 쏠려 있다. 누군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떻게, 누구에게 하는 여러 고민을 내부적으로 제기해야 하는데,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그런 고민을 제기하는 자는 ‘수동적인자’ 또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자’로 간주된다. 메시지가 왕이다. 기억하자.

둘째, 커뮤니케이션은 하려 하면서, 메시지를 폄하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메시지가 왕이다. 더 나아가 메시지가 위기를 관리한다. 좋은 메시지로 위기를 실제 관리할 수 있다. 만약 10시간의 대응 시간이 주어진다면, 7~8할의 시간을 좋은 메시지를 위해 투자하라 한다. 그 만큼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중 핵심이다. 메시지를 가다듬고, 다시 읽어 보고, 여러 느낌이나 의견을 들어보고, 또 이를 반복하는 노력이 위기관리 메시지를 만든다. 이를 아깝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메시지 자체를 폄하하는 조직은 위기관리 실패를 예약하는 꼴이다. 메시지에 투자하라. 기억하자.

셋째, 의사결정을 한두명이 압도한다

일단 시간적 그리고 상황적 제약을 감안할 때 의사결정에 있어 누군가 독재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리 경계할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이라는 것은 위기대응 전략과 방향 그리고 방식을 모두 한두명의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정해 버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 의사결정자가 해당 상황에 편견을 가진 VIP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VIP의 편견에 반하는 다른 중요 정보들은 종종 생략된다. VIP의 편견을 지지 또는 지원하는 극단적인 논의만 이어지고, 대응 방식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히 이상한 대응이 수정되면서 자꾸 반복된다. 시간은 가고, 문제는 악화된다. 오픈 리스닝에 의한 독재. 그게 핵심이다. 기억하자.

넷째, 아이디어에 의존한다

물론 아이디어는 참 좋은 의미다.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해 낸 기업도 여럿이다. 아이디어로 위기 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으로의 아이디어는 좀 다르다. 위기 상황의 맥락이나 핵심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이 생략된 ‘순수 아이디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신선(?)하다 느끼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린다. 위기관리에 있어 좋은 아이디어는 위기 발생 이전인 평시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다. 그런 우수한 아이디어가 위기를 사전적으로 관리한다. 위기 시 쏟아지는 아이디어는 필히 경계해야 한다. 왜 그 아이디어가 이 시기에 나오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평소에 내자. 기억하자.

다섯째, 아무나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마치 불 난 호떡집을 연상하게 하는 조직이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여러 지인들과 조력자들이 좁은 미팅 룸 안에 모여 있다. 밤을 세워 이야기 나누고, 대응 아이디어들을 교환한다. 여기저기 각자 전화를 돌리고 받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경우 변화되는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일종의 갈라파고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위기를 보고, 관리하려 애쓰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외부에서 보면 아무도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이 보인다. 시끄럽기만 하고, 바빠 보이기만 한다. 그 뿐이다. 심리적 의지는 되겠지만, 위기관리에는 아무 의지가 되지 않는다.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보라.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 물어라. 기억하자.

여섯째, 준비 없이 뛰어나간다.

준비는 원래 평소에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길고 긴 평소의 시간은 조직에게 준비를 위해 주어지는 시간이다. 이 시기 동안 제대로 된 숙제를 하지 않은 조직이 항상 위기 시 벼락치기를 한다. 그나마 꼼꼼한 준비를 벼락치기로 해도 나은데, 이를 종종 생략한다. “일단 움직여!” 이 명령은 이미 평소 많은 준비가 된 조직의 경우에 한 한다. 자신이 현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명령이다. 대부분의 실패 기업들은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이나 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일단 실행하려 한다. 그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현장의 무리수를 경험하기도 한다. 준비는 평소에 하자. 기억하자.

일곱째, VIP가 위기에 관심이 없다

위기는 VIP가 관리한다. VIP의 관심이 없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이상한 위기관리 실행이 있어 이를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VIP의 무관심이나, 편견 또는 부재가 있다. “잘 해!”라는 말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명령이 없다. VIP가 구체적인 방향이나 전략을 설정하지 않은 채 “알아서 잘 해 주세요”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비전략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대지에 길을 깔아 보라는 형국이다. 길을 어느 방향으로 깔아야 할지, 무엇으로 된 어떤 모습의 길을 원하는 것인지, 언제까지 길을 깔아야 하는 것인지, 길을 깔기 위해 얼마의 예산을 허락할 것인지 아무 답이 없다. 이런 경우 길이 제대로 깔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게 당연하다. VIP가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기억하자.

여덟째, 조직의 귀가 얇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이야기 전에,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그 이상한 지푸라기들이 주변에 흘러 넘친다. 어떤 한 지푸라기를 잡아 위기를 관리한다는 느낌 보다는 지푸라기 쓰레기에 둘러 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 게 해보라.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낫다. 이렇게 해주겠다. 저렇게 할 수 있다 한다. 여러 잡음이 위기 시 조직에게 쏟아진다. 비선이 여기저기에서 실체를 숨긴 채 목소리만 낸다. 그 중 일부는 거부하기 힘든 영향력자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그에 따라 어떻게 든 ‘해 주려 하니’ 조직의 위기관리가 춤을 춘다. 내부적으로 위기대응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조직은 위기 시 리스닝 할 뿐, 조종당하면 안된다. 기억하자.

아홉째, 공감이 생략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공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감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노른자가 빠진 계란 프라이와 같아 보인다. 이상하고 기괴해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VIP로부터 일선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실행팀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공감의 기반을 빨리 갖추는 것은 위기관리 전략에 있어 중요한 인프라다. 이런 인프라 없는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오히려 반감을 자아내며, 위기 상황을 장기화하고 악화시킨다. 심지어 공감하는 척하는 것도 일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인데, 전혀 공감하지 않은 채 위기를 관리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공감하자. 기억하자.

열 번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에 대해 큰 고민이 없는 조직은 해당 위기관리 전반과 구체적인 실행 각각에 책임을 지는 자가 없게 마련이다. 일부 실패한 위기 실행을 두고 상호간 손가락질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성원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실행 자체에 있어 품질이나 사려 깊음이 떨어지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이 있어도 어려운 것이 위기관리인데, 그런 기본이 없으면 말 할 것도 없다. 기억해 보자. 정확한 위기관리 조직원의 책임과 역할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을 읽어 보자.

이상의 열 가지 증상이 공통적인 조직의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이다. 비전략적 조직의 경우 이상의 열 가지 증상 중 최소 한두가지 이상의 해당이 있다. 어떤 한 두 사람이 문제라서 그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누구도 그런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런 증상의 배제를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 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다.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는다. 또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다양한 이유를 좀더 심각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못하는가? 그 이유를 우리 내부에서 찾으면 그 다음 답이 보인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이에 대한 답을 얻으면 문제를 풀기는 한층 쉬워진다. 그렇게 좋은 위기관리를 왜 하지 않으려 하는가?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한 답 또한 필요하다. 그런 사전적 질문 없이, 그냥 위기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 속안에 우리 자신이 보인다면, 그 이유를 찾고,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특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정신을 차리고 “왜?””왜?””왜?” 이런 전략적 질문을 반복해 보며 길을 찾으려 애쓰자. 질문을 하며 상호간 시비를 걸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제대로 된 길인지 두들겨 보며 확인해 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란 그래야 하니까.

# # #

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그룹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마인드 중 하나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희(기쁨)이 있을 리 없지만, 일희일비라는 말의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고 실행이 요동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의사결정그룹이 위기관리를 하며 일희일비 하게 되면, 일선 위기대응 담당자들은 더욱 더 큰 진자 운동을 하게 된다. 그들의 대응 활동에 맞서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의 이상한 대응 방식에 더욱 자극 받게 되고,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게 된다.

그 외에도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여러 부작용과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일선 직원들을 비롯해 위기관리에 매달리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지시가 시시각각 달리 하달된다. 이전의 업무를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른 대응 업무가 지시되니 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인가 지시 사항을 관리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모든 위기관리 실무 구성원들이 바깥의 위기와 이해관계자보다, 안정되지 않는 내부 의사결정그룹을 관리하는 형국이 되어 버린다. 오히려 바깥의 위기는 점차 사그라져도, 내부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계속 자극을 거듭하며 커져가고 시시각각 좌우 진동을 키워만 간다. 이런 위기관리 실패를 경험한 실무자들이 공히 공감하는 말이 있다. “내부에서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무게 중심을 잡아 주었으면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스마트 함으로 승부했던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이 왜 위기가 되면 초지일관 일희일비하게 될까? 그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첫째, 무언 가에 치우쳐 있다.

균형감이라는 것이 위기관리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데, 반대로 어떤 한 두 요소에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의 축이 치우쳐 있는 경우 일희일비한다. 예를 들어 상황을 파악할 때도 어느 한두 보고에만 의지한다. 대응 전략을 결정할 때도 일부 의견이나 주장에 의지한다. VIP의 의견도 그 중 하나다.

폭 넓게 보라. 전체적인 상황을 골고루 통합적으로 파악하라. 오프라인에만 의지하거나, 온라인에만 의지하지 말라. 원점에게만 주목하거나, 언론에만 주목하거나, 규제기관에만 주목하거나 하는 편중 현상을 경계하라. 모든 조언들이 이 경우 그대로 간과된다.

위기 시 하루 종일 온라인 댓글을 읽고 일희일비하는 의사결정 그룹이 실제 존재한다.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빨리 하지 않으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최소한 제대로 된 결과는 내지 못한다. 세상은 그렇게 편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평소 접하지 못했던 여론을 접한다

평소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여론 리터러시를 키워야 했다. 언론을 만날 때마다 즐거운 기사로 인해 고맙고, 행복하고 그들이 친근했다 해도, 위기 때 언론은 변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평소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던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바꾼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고 있다 느껴질 상황도 올 수 있다 생각하고 그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여론은 계속 해 바뀐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자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면 여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위기 시 여론에 대해 뒤돌아 앉거나, 눈과 귀를 막고 견디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확하게 여론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만 해도 훌륭한 것이다. 여론은 흔들려도 의사결정그룹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자. 같이 흔들리면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셋째,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무언가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먼저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그 후 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챙겨 실행할 수 있다. ‘무조건 무언가 하고 보자’는 곧 위험한 말이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다 하는 것이다. 하이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로우 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공식입장을 확실하게 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노 코멘트나 상황을 유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결과가 나오면 그후에 말씀드리겠다 했다면, 결과가 나올 때가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도 그 입장을 견지하고 말을 통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 수준에 이르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자꾸 전략이나 일관성을 해치는 단발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기에는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단순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넷째, 일선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의사결정그룹이 일선을 모르면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몰라서 두려워한다. 정확하게 보고가 되지 않으면 답답해진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하면 한치 앞도 깜깜해 보인다. 칠흑 같은 야밤에 위험한 숲 속을 뛰어 가야 하는 사람의 심정과 유사해진다. 그에 조급함이 더해지면 일희일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선에서는 무언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무엇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그룹이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다. 일선에서 꼼꼼하게 진행 중인 위기 대응 활동을 보고 했더라도, 그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의사결정그룹이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다. 누군가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으면 몰라도, 의사결정그룹에게 블라인드 스팟이 많게 느껴지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일선 인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큰 자산이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권한이양과 전문성 존중 문화가 있으면 좀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최소한 일희일비 함은 줄여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실무자들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위기관리 그룹 전반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훈련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섯째, 스스로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어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위기관리그룹이 있다. 평소 링 위에 오를 준비를 하지 않던 권투 선수가 연상된다. 위기라는 선수는 항상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노련한 선수다. 그에 대응하는 기업이 그 정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다.

전문가를 여러분 모셔 놓아도, 실제 링 위에 오르는 것은 기업 혼자다. 그 전문가들은 링 바깥에서 코칭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잽을 날리세요. 웨이빙을 더 하십시오. 스텝을 바꾸어 보세요. 피하세요. 이런 코치의 외침을 듣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그 선수가 얼마나 평소 제대로 훈련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훈련되지 않은 선수가 어마 어마한 상대에 맞서 링 위에 올랐다. 수많은 관중이 이 링 위를 지켜보고 있다. 바깥에서 소리치는 코치들의 소리는 저 멀리 아득하다. 손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슴만 두근거린다. 다가오는 상대 선수의 몸집이 어마어마 해 보인다. 이러니 당연히 그 선수는 일희일비 하게 마련이다. 훈련된 선수에게는 일희일비 함이 없다.

여섯째, 훈수 두는 분들에게 휘둘린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훈수가 위기가 발생되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여기저기 선배나 고위직에 계셨던 분들이 훈수를 두어 준다. 이렇게 해 보라. 저렇게 해야 한다. 내가 해 봐서 안다. 본 때를 보여줘라. 무시해라. 사과해라. 기부를 해라. 청와대를 만나라. 밀어내라. 물을 타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훈수로 쏟아 진다.

의사결정그룹이 우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그 훈수가 현재 상황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다.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 일 뿐이다.  위기관리는 아이디어로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숙성을 통한 전략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처음보는 컨설턴트를 불러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등을 묻는 것은 그만 하라. 그들이 현재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와 시간을 주거나, 내부 논의에 일정 기간 개입하게 한 뒤 질문하라. 어설픈 아이디어를 많이 듣는다고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 훈수에 의지하면 일희일비만 는다.

일곱째, 어설프게 학습한 위기관리에 의지한다

시나리오를 만들라 지시한다. 액션 플랜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잘 잡으라 한다. 보고용 문서를 언제 개발하냐 묻는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한다. 다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런 활동은 위기관리 중도에 하는 업무가 아니다. 또한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 위기가 있고, 필요 없는 위기도 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된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으로 접하지 않고, 공개 강의나 조찬 미팅에서 듣고 위기를 관리하려 하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희일비가 벌어진다. 두꺼운 시나리오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 해 질 수는 있다. 그 뿐이다. 위기관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 이런 말이 있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열심히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고 위기관리를 실제로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각하자. 그리고 배운 대로 하면 좋지만, 그 실행 이전에 ‘무조건’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전략의 반대말이 ‘무조건’이기 때문이다.

여덟째, 선장이 많다

전형적으로 일희일비 하는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보면, 선장이 많다. 대표이사가 제대로 강력한 힘을 위기 시 발휘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여러 구성원이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전략을 세운다. 물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투영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타이밍이라는 가치를 침해하면 문제다. 타이밍을 넘기는 것은 물론 우유부단 함에 이르게 되면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다. 거기에 더해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자의적 실행까지 해 버리면 상황은 아수라장이 된다. 위기관리라 칭할 것도 없어 진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를 산으로 옮기는 데에는 품도 그 만큼 많이 들어 여럿이 고생을 한다. 그 과정을 한번 곰곰이 상상해 보라. 정말 웃기기 않은가? 선장은 한 명이어야 하고, 태풍이 오면 모든 선원은 선장을 바라보는 게 맞다. 선장의 지시를 듣지 않을 선원은 배에서 내려야 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목적지를 모른다

배에 대한 비유를 계속해 보자. 선장이나 선원이나 위기관리라는 바다에 배를 띄웠는데, 목적지를 모른다면 문제 아닌가. 일단 거친 바다와 싸우는 것은 좋은데, 결과적으로 어떤 항구에 배를 다다르게 해야 하는가? 계속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만 하는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아무도 챙기지 않고 모르면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시시각각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불안해서다.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여부도 평가가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는 하고 있다 생각되는데 어떤 결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정확하게 목적지를 정하고 바다로 출항해야, 바다와 싸우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다. 태풍에 맞설 것인지, 피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그 후 결국 어느 항구에 다다랐는지를 확인해 보면 그 결과를 평가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야 일희일비가 사라진다.

열째, 위기관리보다 정치를 한다

이건 평소나 위기 시에나 공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이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구성원은 두개의 각기 다른 위기관리 목표를 정하게 되니 문제다. 하나는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다.

일단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 즉, 생존이나 책임 경감, 회피, 거리두기 등의 목표가 달성되어야 그 다음에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를 챙기게 된다. 이 때문에 위기 시에는 정치 현상이 여기 저기 극도로 진행된다. 서로 책임이나 실수를 미루고, 관여나 개입 수준을 각자 달리 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가장 쉬운 것이 ‘말’이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정치가 극에 달하면 ‘말’들이 과도하게 많아 진다. 책임지지 않고 하는 ‘말’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실무진들은 일희일비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회사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포인트들을 보면서 이해할 것이다. 일희일비에는 그토록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일희일비가 희한한 것이 아니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희한한 것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기업은 일단 위기관리 형식이 재미가 없다. 당연히 해야 할 것만 얄밉게 잘 챙긴다.

모든 메시지는 통제 하에 있고,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당연히 일선 대응팀이 진자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도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스템에 의한 위기관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스템은 재미없고, 특이하지 않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적시에 하는 모습일 뿐이다.

# # #

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맷집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현장에서 여러 케이스들을 마주하며 반복적으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맷집’에 대한 가치다. 어떤 기업은 짧은 위기에도 휘청대는데, 어떤 기업은 폭풍 같은 위기에서도 꼿꼿하게 잘 견뎌낸다. 어떤 기업은 위기 시 내부적으로 패닉을 경험하는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그 차이가 바로 ‘맷집’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회복력(resilience)라고도 불리는 이 맷집은 위기 시 기업 스스로 시종일관 전략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 한다. 맷집이 강하면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되며, 준비한대로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얼핏 위기 시 맷집이 중요하다 하면, 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 변화 자체를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이나 비판에 귀를 막고 돌아 앉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아랑곳하지 않음이나 소통단절은 맷집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반대로 패닉 증상이라 볼 수 있다. 맷집이 약해 바로 패닉에 빠져 버리면서 스스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맷집. 어떻게 해야 맷집이 키워질까?

첫째, 많이 경험하라

권투나 격투기에서도 맷집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맞아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단,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펀치와 킥을 여러 번 맞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맷집 기르기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골병만 든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경험은 가장 좋은 위기관리 역량이다. 실제 같은 기업 내에서 일하는 임원들 중에서도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하고 위기관리를 해 본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들 보다 훨씬 노련하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다.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문제는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위해 자꾸 위기를 만들어 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한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와 위기 주제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실질적으로 시뮬레이션 해 본다. 실제와 아주 유사한 간접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실제 전쟁터에 파병되어 보거나, 전쟁을 일으켜 보지 않았어도 적절하게 훈련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 보자. 끊임 없이 훈련을 통해 전투를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수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유명 미식축구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이 완벽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확실한 연습만이 완벽함을 보장한다.” 맷집도 그렇다. 확실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맷집이 보장된다.

둘째, 정확한 여론관을 키워라

위기 때 경영진이 가장 낯설어 하며 힘들어 하는 것이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이다. 평소에는 여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위기가 발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포수처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을 감당하긴커녕 제대로 견뎌내지도 못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욕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당연히 정신적으로 패닉에 빠지고 이내 그로기 상태가 된다. 의식의 마비 속에서 무리수를 두거나,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산발적으로 벌이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엉망이 되고,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기만 한다.

정확한 여론관을 평소 키워 놓은 경영진은 위기 시 최대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려 애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여론을 균형감 있게 바라본다. 스스로도 중립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칭찬이나 지지를 받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위기관리를 하며 여론의 비판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질책은 하나의 통과의례라는 맷집 강한 생각을 한다. 당연히 맞아야 하는 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간다.

이렇듯 어떤 위기 속에서도 정확한 여론관은 맷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 된다. 여론관은 평소에 키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맷집 강한 경영진이라도 제대로 된 여론관을 단박에 키울 수는 없다. 그런 시도는 마치 폭풍 속에서 촛불을 켜는 것과 같다. 평소 등대를 제대로 만들어 폭풍 속에서도 바다 위를 꿋꿋하게 비출 수 있게 하자.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라

여론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관점도 매우 중요한 맷집 자산이다. 보통 여론과 언론을 혼동하고 일부 경영진은 언론의 반응이 곧 여론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언론의 반응은 여론과 전혀 다르다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정확한 생각은 아니다.

언론은 언론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따로 보고 교차 분석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일부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그 뿐이다. 그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인지도 그 때 그때 다르다. 정확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운 경영진들은 언론을 있는 그대로 접하고 해석한다. 기사의 배경을 이해하고, 의미를 간파한다.

위기관리팀에서 위기 시 가장 힘든 업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언론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고하는 업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 시 자사를 대서특필 한 기사와 보도들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경영진도 있다. 위기 대응에 몰두해도 힘든 시기에 언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반응을 무시하라거나 폄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 시 언론을 분석하는 팀은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경영진 상당수가 위기 상황을 중계하는 언론 보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부정 비판 기사가 몇 개인지는 사실 위기 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삐딱하고 강한 논조로 기사를 쓴 유력지에 섭섭함을 나타내 보았자다. 더구나 그 유력지를 찾아 다니며 기사를 내려 보려 노력하는 것도 우습다. 그런 활동을 위기관리라 부르며 환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언론의 반응은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참고해야 할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잘 활용하고 핸들링 해서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평소에 반복적인 기사 읽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그에 대해 함께 대화하기를 통해 키워진다. 위기 시 뚝딱 만들어 지는 맷집 자산이 아니다.

넷째, 일희일비 습관을 버려라

일희일비하는 경영진이 이끄는 위기관리팀은 항상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일희일비라는 감정 기복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일희일비가 위기 대응 기조를 무너뜨린다. 위기관리팀으로 하여금 덜 중요한 것에 매달리게 만든다. 경영진의 분노 자체를 위기라 정의하는 위기관리팀원들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이상하고 무리한 실행을 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회사에는 일희일비 하는 경영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또 얼마가 지나지 않아 다른 기괴한 실행을 해서 더욱 상황을 안 좋게 만든다. 왜 그런 실행을 했는가 물으면 답하기 어려워한다. 내부적 일희일비를 잠재우기 위해 해야 했던 실행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최대한 위기 시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좋다. 큰 바람 속에서 배를 지탱하는 거대한 닻처럼 깊고 무겁게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여론에, 언론에, 온라인 댓글에, 소셜 미디어 반응에, 가족이나 비선들의 속삭임에 일희일비 해서는 크게 실패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검증 안 된 비선과 단절하라

비선들은 위기 시 특히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하다 생각되는 생각이나 정보를 경영진에게 계속 속삭인다.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부터, 이렇더라 저렇더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저런 이야기도 들린다 한다. 여러 비선 라인들이 이런 엇갈린 속삭임을 해 오면 경영진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침몰한다. 맷집이 풀려 그로기 상태에 놓인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그러한 그로기 상태에서 비선에게 실행을 맡기는 것이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비선의 존재도 모른다. 최소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한다. 이내 실행은 현장에서 충돌하고, 상황은 꼬이면 꼬이지 풀리지 않는다. 비선은 한 두 어려움은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회사를 위해 전반적이고 세세한 실행은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들 비선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숨어 버린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리 맷집이 좋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자해지라도 하면 좋은데, 비선은 떠나간 뒤다. 맷집을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것이 비선이다. 경계하자.

여섯째, 로드맵을 그리고 목적지를 바라보라

최종적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맷집이 생긴다. 목적지를 정하거나 제대로 알아야 배도 운항을 잘 할 수 있다. 그냥 일단 파도만 헤쳐 나가보자 해서는 제대로 된 운항은 불가능해 진다.

최종적인 상황이 정확하게 예견 된다면, 현재의 풍파는 말 그대로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목적지를 상상하면 없던 맷집도 생겨난다. 어려움을 견뎌 낼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거나, 로드맵 자체가 없는 위기관리는 항상 아슬아슬하다. 눈에 보인다. 일관성이 없다.

실제로 VIP나 셀럽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이 없는 경우들은 공통적인 결과를 맞이 한다. 자전거를 피하려다 트럭에 깔리는 형국이라 이야기 한다. 어차피 법적으로 경미한 판결이 예상되는 논란에도 그 최종 판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초반부터 무리수를 둔다. 오버 대응하면서 상황을 다른 쪽으로 악화 시킨다.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을 대단한 일로 만드는 우를 범한다. 로드맵이 없어 그렇다.

일곱째, 해야 할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에 주목하라

위기의 경험이 있는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일들을 빠짐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라도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경영진도 흔하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건가 라며 심란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문제는 덜 된 무언가를 해서 생긴다. 제대로 준비 안된 실행을 하니 문제가 생긴다. 하지 않아야 할 대응을 해버리니 문제가 커진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맷집이 사라진다. 만약 회사 스스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 실행에는 일관성이 드러난다. 무언가 차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커뮤니케이션 말고 지속적으로 로우 프로파일 하기. 사적 지인들에게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소문 내지 말기. 기자들의 전화 연락은 일단 받지 않기. 사과를 했다면 또 사과를 반복하려 하지 않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선안과 대책을 발표 말기. 예단 말기. 아랑곳 말기. 이런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아주 훌륭한 위기 시 가이드라인이 된다. 맷집의 기반이 된다.

여덟째,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 믿어라

상황에 끌려 다니는 회사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회사다. 상황의 맥을 짚어 상황을 이끄는 회사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회사다. 위기관리의 목적도 위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함이다. 위기의 지속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감정도 관리해야 한다. 회사 내외부를 잇는 창구들도 통제해야 한다.

메시지도 통제의 대상이고,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도 통제의 대상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거의 모든 자산은 빠짐 없이 통제를 전제로 한다. 중구난방. 우왕좌왕. 오락가락. 오리무중과 같은 위기관리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통제되지 않는 조직 때문이다.

성실하게 가이드를 주고, 훈련을 시키고, 시뮬레이션으로 피부에 와 닿는 준비를 시킨 조직도 특정 위기 시에는 일사분란 함을 잊는다. 그렇다고 이전의 노력이 다 소용 없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상황과 조직과 그 외 많은 것들을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지속적인 통제 노력이 예외와 열외를 줄인다. 그래야 맷집도 생긴다.

아홉째, 위기 중 공포를 조성 말라

위기관리 도중에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하는 이야기를 알면서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리더를 경질한다. 위기관리팀은 이런 상황이 오면 일단 자신만의 위기관리 목적을 따로 세우게 된다.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위기관리 목적이 생겨나는 것이다. 회사 위기관리는 그 다음 우선순위로 자리가 바뀐다. 이해관계자들과 여론과 언론으로 향하고 있어야 할 위기관리팀의 눈이 자꾸 최고경영자의 얼굴 표정을 향한다. 위기관리가 곧 심기관리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목적이 공존하는 위기관리는 절대 실패한다. 옛 전쟁에서도 장수가 앞으로 나아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기를 꾀하고 싸우면 결국 죽는다” 이야기 하며 병졸들을 이끄는 모습을 기억해 보자. 병졸 스스로 죽기를 각오해도 이기기 어려운 전쟁이다. 병졸 스스로 어떻게든 나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맷집이라 불릴 기회도 없이 무너진다.

마지막, 위기 후를 꿈꿔라

어떻게 다시 회복 시킬 것인지를 위기관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조언은 중요하다. 당면한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다 보면 위기가 사라진 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진다. 일단 중대하고 급한 위기관리를 우선순위에 따라 해 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그 후 상황을 계속 미리 내다 보는 선견지명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종적인 상황을 그린 로드맵. 그 로드맵이 끝나는 지점 뒤편까지를 바라볼 수 있어야 더 큰 맷집이 생긴다. 많은 것이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예측에 따라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맷집이 생긴다. 위기 후를 꿈꿔야 위기관리팀이 길을 만들며 나가는 기분이 아니라, 놓여진 길을 걸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맷집이 공유된다.

한 포털사이트에 ‘얼굴 맷집 키우는 법 좀 알려 주세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종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년생인 듯 하다.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달린 아주 의미 있는 답변을 보고 한참 웃었다. 그 답변은 질문자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얼굴 맷집을 키울 시간에 얼굴을 안 맞는 연습과 가드를 확실하게 연습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전에 필요한 더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위기와 맞닥뜨리지 않는 돌아봄과 개선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평시의 위기관리가 진짜 위기관리라는 상식이다. 그것들만 제대로 된다면 구태여 맷집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조언이 불필요 해 진다는 이야기다.

# # #

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실제 VIP들의 언론 인터뷰, 그 차이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는 주로 기업 VIP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과 위기관리 워크샵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최근 대기업 회장 몇 분을 위해 심도 있는 언론 인터뷰 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조사 분석을 진행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사 및 중견사 오너, 회장, 부회장, 대표이사, 계열사 대표 등의 공개된 언론 인터뷰들을 다량으로 취합 해 비교 분석해 본 것이다.

지난 20년간 기업 VIP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해 오면서 VIP들에게 직접 받은 인사이트도 많지만, 새로운 조사 분석을 통해 받은 VIP들로부터 인사이트 또한 상당히 소중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기업 VIP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특징은 과연 완벽할까?

가장 빈도가 많은 순서로 몇 가지 큰 특징들을 정리해 본다. (VIP의 실명이나 기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없앴다)

첫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자신감에 차있어 개인의 메시지를 주로 낸다.

이런 스타일의 VIP들은 일단 기자들과 말 나누기를 즐긴다. 그렇다고 기자들을 찾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이 인터뷰를 의뢰하면 대부분 인터뷰에 응한다.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인터뷰 과정에서 기자에게 인간미를 보이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메시지들이 개인적 메시지라서 문제 소지가 있다. 개인의 생각을 기업의 생각으로 치환해서 설명한다. 상당히 민감한 이슈에도 자신의 허심탄회한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모든 메시지에 자신감이 기반이 되어 말투나 표현이 강하다. 비속어도 섞는다. 상당히 극단적 사례 여러 개를 제시한다. 속 이야기도 오고 가고, 너무 세부적인 뒤 배경을 기자에게 길게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VIP들은 답변 내용이 매우 길다. 세부적이고, 개인적이다. 배석한 홍보임원들이 조마조마해 한다. VIP께서 조금만 기업 차원의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상의를 하셨으면 하는데, VIP께서 그 과정을 건너 뛰시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내보이시니 문제다. 인터뷰 사전에 자신의 생각을 홍보임원에게 쭉 서술하시고, 그 중 민감하거나 회사의 입장과 갈등이 있을 것 같은 내용이나 표현은 피드백을 통해 교정 받으시는 것이 좋다. 홍보실은 그럴 때 쓰셔야 한다. 절대 개인이 회사가 아니라고 먼저 생각하셨으면 한다.

둘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언론을 싫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재계 또는 업계 신년회나 정부주관 행사 등에 참석하는 기업 VIP들 중 언론 포비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다. 평소에도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분들이다. 어쩔 수 없이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가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 쌓일 때부터 문제가 나타난다.

언론과 기자를 싫어하더라도 표정이나 몸짓에서 그런 감정이 드러나면 안 되는데, 그대로 드러내는 VIP들이 있다. 일반적 취재 접근인데 손을 휘 젓거나, 기자를 째려 본다. 바쁜 걸음으로 기자 사이를 비켜 빠르게 걷는다. TV카메라나 사진 기자들이 따라 붙는 것을 극도로 부담스러워 한다. 동행하는 홍보실 사람들은 그 때부터 보디가드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VIP께서 부담스러워 하시니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그냥 기자들을 따돌리면 좋았는데, 건물 바깥에서 차량을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는 정지상태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벌어진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이 와중에도 단답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툭툭 답을 하시는 경우다. 그 단답으로 기사 한 면이 꾸려진다.

이런 스타일의 VIP께서는 평소 기자들의 앰부시 인터뷰 시도나 단체로 따라 붙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 한 담담한 대응 방식을 연습하셔야 한다. 표정이나 몸짓 관리도 물론이다. 언론은 적이 아니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셋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언론을 잘 이해하고 언론을 활용한다

특정 대형 그룹사 부회장들과 사장들이 대표적으로 이런 스타일이다. 어떤 장소에서 기자들이 몰려 들어도 자신이 경험하고 훈련 받은 대로 일관되게 응대한다. 메시지를 상당히 아끼는 대신 부드럽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자를 대한다. 기자들에게 일용한 양식은 주지 않아도, 괜찮은 분이라는 느낌은 준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 한 두 마디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내 한다. 어떻게 말을 해도 언론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팽팽하게 날 선 질문이 쏟아져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일찍들 나오셨네요” “넘어지십니다. 발 조심하세요” 등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대신한다.

특히 따라오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자신의 승용차에 오를 때에도 다시 한번 돌아서서 젊은 기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미안합니다” “자 수고를 하세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고개 숙여 한다. 이런 스타일의 VIP들은 기자들 질문을 받을 때 질문 하는 기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는 VIP도 꽤 된다. 이런 VIP들에게는 별도의 훈련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의 지속적 유지가 관건이다.

넷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소규모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의 태도가 다르다

이 스타일은 위험 한 스타일은 물론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따른 래포 형성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은 상당히 세심한 VIP라 볼 수 있다. 소규모로 기자 몇 명을 대상으로 식사와 함께 진행하는 질의응답에서는 사적으로 친근감을 주는 톤앤매너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메시지에 있어서도 기자들과만 공유하고 싶은 백그라운드 정보들이 전략적으로 디자인 되어 전달된다. (맨 앞의 VIP 스타일과 다른 점은 해당 정보나 메시지가 회사 내부에서 결정된 공식적인 것이냐 여부다. 개인의 판단에만 기반 한 정보나 메시지는 무조건 위험하다) 미리 준비된 스토리 라인이 있다. VIP 자신의 말이 길어지면 그 스토리라인을 기억하면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반복한다.

똑같은 VIP라도 기자회견과 같이 다수의 기자들과 큰 행사장에서 마주했을 때에는 헤드 테이블에 올라 답변 하면서 완전하게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바꾼다. 답변 문장은 훨씬 짧아지고, 핵심만을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된 핵심 메시지들을 정리해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자연스러운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해당 VIP가 메시지를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VIP의 생각을 먼저 홍보실이 세부적으로 잘 정리 구조화 해서 예상질의응답 팩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IR측면, 법적 측면, 여론 측면, 사내 측면, 실무 측면 등 회사의 공식적인 리뷰는 필히 거쳐야 한다. VIP께서 완전하게 해당 메시지 구조를 이해하시게 만 만들면 성공하는 케이스다.

다섯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메시지를 암기해서 인터뷰 한다

기본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앞의 스타일과 달리 자연스러움이 모자라다. 자신의 메시지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전달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 실제 인터뷰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메시지가 암기된 형식으로 딱딱하게 구두 서술된다. 당연히 시선은 허공에 떠 있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 진다. 준비된 답변 내용을 읽으셔도 될 듯 한데,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원하시기 때문에 답변을 암기하신다.

자신의 메시지에 있어 실수 하지 않겠다는 그 생각은 매우 전략적인 것이다. 이런 경우의 VIP는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 훈련과 예상에 없는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는 기술 훈련을 반복해 보기를 권장한다. 미리 짜여 진 질의 응답 연습은 이런 경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질의 응답을 반복해 암기보다는 이해에 기반한 메시지 전달 경험을 쌓아드려야 한다.

여섯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한다

여러 기자들이 모여 있는 전시장이나 행사에서 한 기자에게 다가가 이야기 나누는 VIP 스타일이 있다. 물론 그 대상이 된 기자는 기분이 좋고, 특종의 기회를 잡아 행복하겠지만 다른 기자들은 그 반대가 된다. 홍보실은 그 중간에서 바늘방석이 된다.

대부분 VIP가 특정 기자에게 다가가게 되면, 다른 기자들이 추가적으로 따라 붙게 된다. 거기에 주변 실무 임원들이 재차 따라 붙는다. 행사장에서 VIP를 둘러싼 인막이 두세 겹 형성된다. 당연히 VIP와 기자간의 대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만스러워 하는 기자들이 둘러싼 그 속에서 VIP의 메시지가 따라붙은 실무 임원의 메시지와 서로 교차된다. 기자의 질문이 잘 못 이해되고 이내 어수선하게 VIP의 메시지가 샌다. 추후 어떤 오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홍보실에서 보다 체계적인 현장관리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VIP가 개인적으로 움직이시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점은 꼭 조언 해야 한다. 특정 기자에게 다가가지 마시라는 점. 여러 기자가 있을 때 여러 답변자가 함께 엉키면 위험하다는 점. 꼭 기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면 공개적 공식 질의응답을 진행하시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연습시켜 드려야 한다.

일곱 째,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기자의 질문에 집중하지 않는다

흔치 않은 스타일인데, 실제 일부 VIP 중 기자회견 같은 중요한 장소에서 기자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답변 못한 채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 드린 메시지를 질문과 관계 없이 읽는 듯 얼버무리는 것이다. 일단 VIP께서 질문한 기자의 질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해는 하셨어도 스스로 정확한 답변을 마련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동문서답형 답변이 한자리에서 반복되는 경우다. VIP는 세부 사실관계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팩트를 모른다면 실무 임원에게 확인해 가며 답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동문서답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만약 VIP께서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다면 더욱 더 큰 문제다. 자질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VIP의 경우, 프롬프터를 읽으며 하는 프리젠테이션은 나름대로 선방한다. 연습을 거쳐서 눈동자를 자연스럽게 향하며 대형 프롬프터를 읽는 것에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은 변수가 많고, 실질적인 사업의 이해와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답변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답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가장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인터뷰 트레이닝이 필요한 케이스다. VIP들 중 2-4세 분들의 경우 실생활에서 공격적이거나 까다로운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일반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리더로서 전략적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부단하게 노력하고 훈련과 연습을 해 보아야 한다. 완벽에 왕도는 없다.

마지막, VIP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특징: 완벽하게 준비 된 채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매우 희귀한 VIP 케이스다. 일단 이런 VIP들은 다른 분들에 비해 연령이 상대적으로 젊다. 40-50대 VIP들이 대부분이다. 이분들은 자신의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과 연습을 한다. 이런 VIP들이 많아 지는 것이 한국 기업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런 VIP들의 인터뷰를 보면 몇 가지 가시적 특징이 있다. 일단 메시지가 산만하지 않다. 몇 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전개되고, 이런 메시징이 시종 일관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언론에게 키워드 중심의 헤드라인 메시지를 주는 것에 익숙하다. 멋진 메시지를 두 세 번 반복해서 기자들에게 이것이 헤드라인 감이라는 느낌을 준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중요한 답변은 패킹(packing)해서 답한다. “첫째, 둘째, 셋째…” 이런 식 답변으로 정리 해 주어가며 답한다. 또한 이런 VIP 상당수는 숫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일단 정확한 숫자를 기자들에게 제시하면서 논리를 이끌어 가니 기자들은 이 VIP가 ‘실무에 밝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숫자들이 의미 없는 과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지원하기 위한 경우일 때는 완벽함에 이른다.

그 외 이런 VIP들은 시선처리나 몸짓, 목소리 톤과 느낌, 말의 속도, 인간미나 기자들에 대한 예의와 인사 등 어느 하나 흠을 찾기 어렵다. 비교적 젊은 VIP라서 카메라 녹화를 해 보아도 군더더기가 없다. 준비된 핵심 메시지를 자신의 스타일 대로 정리 해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전달할 줄 안다. 이런 VIP들은 태어났다기 보다는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일부는 타고 태어났다는 평도 하기는 한다. 타고 태어난 분들도 마찬가지로 공통점은 부단히 노력하고 연습해 본다는 것이다.

이상이 이번 여러 케이스들을 통해 카테고리 화 한 스타일 들이다. 기업간 차이도 있고, 또 VIP개인간 특성 차이도 있다. 대대로 가족적 스타일 특성도 물론 있었다. 홍보실의 VIP 주변 관리와 현장 지원 역량에도 일부 차이는 있었고, 긍정 또는 부정 이슈의 차이도 있었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VIP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집중했던 것이라 전체적 스타일을 일반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업 VIP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 할 때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몇 가지 조언들을 더하며 마무리 한다.

  1. VIP께서는 인터뷰나 가지회견을 앞두고 홍보실에서 제공한 예상질의응답집을 필히 세세하게 읽고 이해하시고 그에 기반해 연습해 보십시오. (제발 읽어 보십시오!!!)
  2. 다른 것은 몰라도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홍보실을 무조건 의지 하십시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시고, 현장에서 그들과 합을 맞추십시오. (특히 앰부시나 돌발 상황)
  3. 개인의 메시지와 기업의 메시지를 혼동하시지 마십시오. 개인이 전달하고픈 메시지도 홍보실에게 먼저 이야기 해 보시고 피드백을 구하십시오.
  4. 언론과 기자들을 불편해하고 싫어한다는 느낌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언론관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유지하려 애쓰십시오.
  5. 인간적으로 기자들을 대하십시오. 전략적으로 활용하십시오.
  6. 창구일원화와 메시지 컨트롤을 항상 염두에 두십시오. VIP의 모든 말은 기사화 됩니다.
  7. 준비하고 연습하십시오. 이를 지속 반복하십시오.

한국의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VIP들은 현재 그대로도 우수하다. 많은 경험과 좋은 철학에 기반 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다. 실제 경쟁력 있는 성과와 사회공헌으로 존경 받는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VIP는 전략적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 회사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직원들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고 안전하게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준비 없이 하는 자연산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는 이제 사라졌다.

# # #

1 5 6 7 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