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2019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그룹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마인드 중 하나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희(기쁨)이 있을 리 없지만, 일희일비라는 말의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고 실행이 요동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의사결정그룹이 위기관리를 하며 일희일비 하게 되면, 일선 위기대응 담당자들은 더욱 더 큰 진자 운동을 하게 된다. 그들의 대응 활동에 맞서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의 이상한 대응 방식에 더욱 자극 받게 되고,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게 된다.

그 외에도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여러 부작용과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일선 직원들을 비롯해 위기관리에 매달리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지시가 시시각각 달리 하달된다. 이전의 업무를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른 대응 업무가 지시되니 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인가 지시 사항을 관리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모든 위기관리 실무 구성원들이 바깥의 위기와 이해관계자보다, 안정되지 않는 내부 의사결정그룹을 관리하는 형국이 되어 버린다. 오히려 바깥의 위기는 점차 사그라져도, 내부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계속 자극을 거듭하며 커져가고 시시각각 좌우 진동을 키워만 간다. 이런 위기관리 실패를 경험한 실무자들이 공히 공감하는 말이 있다. “내부에서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무게 중심을 잡아 주었으면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스마트 함으로 승부했던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이 왜 위기가 되면 초지일관 일희일비하게 될까? 그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첫째, 무언 가에 치우쳐 있다.

균형감이라는 것이 위기관리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데, 반대로 어떤 한 두 요소에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의 축이 치우쳐 있는 경우 일희일비한다. 예를 들어 상황을 파악할 때도 어느 한두 보고에만 의지한다. 대응 전략을 결정할 때도 일부 의견이나 주장에 의지한다. VIP의 의견도 그 중 하나다.

폭 넓게 보라. 전체적인 상황을 골고루 통합적으로 파악하라. 오프라인에만 의지하거나, 온라인에만 의지하지 말라. 원점에게만 주목하거나, 언론에만 주목하거나, 규제기관에만 주목하거나 하는 편중 현상을 경계하라. 모든 조언들이 이 경우 그대로 간과된다.

위기 시 하루 종일 온라인 댓글을 읽고 일희일비하는 의사결정 그룹이 실제 존재한다.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빨리 하지 않으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최소한 제대로 된 결과는 내지 못한다. 세상은 그렇게 편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평소 접하지 못했던 여론을 접한다

평소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여론 리터러시를 키워야 했다. 언론을 만날 때마다 즐거운 기사로 인해 고맙고, 행복하고 그들이 친근했다 해도, 위기 때 언론은 변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평소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던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바꾼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고 있다 느껴질 상황도 올 수 있다 생각하고 그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여론은 계속 해 바뀐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자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면 여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위기 시 여론에 대해 뒤돌아 앉거나, 눈과 귀를 막고 견디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확하게 여론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만 해도 훌륭한 것이다. 여론은 흔들려도 의사결정그룹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자. 같이 흔들리면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셋째,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무언가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먼저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그 후 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챙겨 실행할 수 있다. ‘무조건 무언가 하고 보자’는 곧 위험한 말이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다 하는 것이다. 하이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로우 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공식입장을 확실하게 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노 코멘트나 상황을 유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결과가 나오면 그후에 말씀드리겠다 했다면, 결과가 나올 때가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도 그 입장을 견지하고 말을 통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 수준에 이르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자꾸 전략이나 일관성을 해치는 단발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기에는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단순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넷째, 일선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의사결정그룹이 일선을 모르면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몰라서 두려워한다. 정확하게 보고가 되지 않으면 답답해진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하면 한치 앞도 깜깜해 보인다. 칠흑 같은 야밤에 위험한 숲 속을 뛰어 가야 하는 사람의 심정과 유사해진다. 그에 조급함이 더해지면 일희일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선에서는 무언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무엇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그룹이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다. 일선에서 꼼꼼하게 진행 중인 위기 대응 활동을 보고 했더라도, 그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의사결정그룹이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다. 누군가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으면 몰라도, 의사결정그룹에게 블라인드 스팟이 많게 느껴지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일선 인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큰 자산이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권한이양과 전문성 존중 문화가 있으면 좀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최소한 일희일비 함은 줄여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실무자들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위기관리 그룹 전반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훈련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섯째, 스스로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어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위기관리그룹이 있다. 평소 링 위에 오를 준비를 하지 않던 권투 선수가 연상된다. 위기라는 선수는 항상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노련한 선수다. 그에 대응하는 기업이 그 정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다.

전문가를 여러분 모셔 놓아도, 실제 링 위에 오르는 것은 기업 혼자다. 그 전문가들은 링 바깥에서 코칭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잽을 날리세요. 웨이빙을 더 하십시오. 스텝을 바꾸어 보세요. 피하세요. 이런 코치의 외침을 듣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그 선수가 얼마나 평소 제대로 훈련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훈련되지 않은 선수가 어마 어마한 상대에 맞서 링 위에 올랐다. 수많은 관중이 이 링 위를 지켜보고 있다. 바깥에서 소리치는 코치들의 소리는 저 멀리 아득하다. 손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슴만 두근거린다. 다가오는 상대 선수의 몸집이 어마어마 해 보인다. 이러니 당연히 그 선수는 일희일비 하게 마련이다. 훈련된 선수에게는 일희일비 함이 없다.

여섯째, 훈수 두는 분들에게 휘둘린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훈수가 위기가 발생되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여기저기 선배나 고위직에 계셨던 분들이 훈수를 두어 준다. 이렇게 해 보라. 저렇게 해야 한다. 내가 해 봐서 안다. 본 때를 보여줘라. 무시해라. 사과해라. 기부를 해라. 청와대를 만나라. 밀어내라. 물을 타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훈수로 쏟아 진다.

의사결정그룹이 우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그 훈수가 현재 상황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다.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 일 뿐이다.  위기관리는 아이디어로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숙성을 통한 전략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처음보는 컨설턴트를 불러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등을 묻는 것은 그만 하라. 그들이 현재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와 시간을 주거나, 내부 논의에 일정 기간 개입하게 한 뒤 질문하라. 어설픈 아이디어를 많이 듣는다고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 훈수에 의지하면 일희일비만 는다.

일곱째, 어설프게 학습한 위기관리에 의지한다

시나리오를 만들라 지시한다. 액션 플랜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잘 잡으라 한다. 보고용 문서를 언제 개발하냐 묻는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한다. 다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런 활동은 위기관리 중도에 하는 업무가 아니다. 또한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 위기가 있고, 필요 없는 위기도 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된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으로 접하지 않고, 공개 강의나 조찬 미팅에서 듣고 위기를 관리하려 하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희일비가 벌어진다. 두꺼운 시나리오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 해 질 수는 있다. 그 뿐이다. 위기관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 이런 말이 있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열심히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고 위기관리를 실제로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각하자. 그리고 배운 대로 하면 좋지만, 그 실행 이전에 ‘무조건’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전략의 반대말이 ‘무조건’이기 때문이다.

여덟째, 선장이 많다

전형적으로 일희일비 하는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보면, 선장이 많다. 대표이사가 제대로 강력한 힘을 위기 시 발휘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여러 구성원이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전략을 세운다. 물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투영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타이밍이라는 가치를 침해하면 문제다. 타이밍을 넘기는 것은 물론 우유부단 함에 이르게 되면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다. 거기에 더해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자의적 실행까지 해 버리면 상황은 아수라장이 된다. 위기관리라 칭할 것도 없어 진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를 산으로 옮기는 데에는 품도 그 만큼 많이 들어 여럿이 고생을 한다. 그 과정을 한번 곰곰이 상상해 보라. 정말 웃기기 않은가? 선장은 한 명이어야 하고, 태풍이 오면 모든 선원은 선장을 바라보는 게 맞다. 선장의 지시를 듣지 않을 선원은 배에서 내려야 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목적지를 모른다

배에 대한 비유를 계속해 보자. 선장이나 선원이나 위기관리라는 바다에 배를 띄웠는데, 목적지를 모른다면 문제 아닌가. 일단 거친 바다와 싸우는 것은 좋은데, 결과적으로 어떤 항구에 배를 다다르게 해야 하는가? 계속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만 하는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아무도 챙기지 않고 모르면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시시각각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불안해서다.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여부도 평가가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는 하고 있다 생각되는데 어떤 결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정확하게 목적지를 정하고 바다로 출항해야, 바다와 싸우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다. 태풍에 맞설 것인지, 피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그 후 결국 어느 항구에 다다랐는지를 확인해 보면 그 결과를 평가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야 일희일비가 사라진다.

열째, 위기관리보다 정치를 한다

이건 평소나 위기 시에나 공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이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구성원은 두개의 각기 다른 위기관리 목표를 정하게 되니 문제다. 하나는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다.

일단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 즉, 생존이나 책임 경감, 회피, 거리두기 등의 목표가 달성되어야 그 다음에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를 챙기게 된다. 이 때문에 위기 시에는 정치 현상이 여기 저기 극도로 진행된다. 서로 책임이나 실수를 미루고, 관여나 개입 수준을 각자 달리 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가장 쉬운 것이 ‘말’이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정치가 극에 달하면 ‘말’들이 과도하게 많아 진다. 책임지지 않고 하는 ‘말’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실무진들은 일희일비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회사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포인트들을 보면서 이해할 것이다. 일희일비에는 그토록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일희일비가 희한한 것이 아니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희한한 것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기업은 일단 위기관리 형식이 재미가 없다. 당연히 해야 할 것만 얄밉게 잘 챙긴다.

모든 메시지는 통제 하에 있고,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당연히 일선 대응팀이 진자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도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스템에 의한 위기관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스템은 재미없고, 특이하지 않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적시에 하는 모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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